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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 ‘6분의1’ (2021)

평가: 3.5/5

현 대중음악계에 지배적 위치로 군림하고 있는 레트로 유행의 핵심축은 1980년대 신스팝이다. 팝 신을 대표하는 스타 위켄드와 두아 리파 등의 2020년 활약이 한 해를 복고의 해로 규정한 영향이다. 시류에 민감한 국내 아이돌 그룹도 너 나 할 것 없이 해당 장르의 노래를 한 곡씩 앨범에 끼워 넣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대세에의 섣부른 편승 탓일까. 그중 이렇다 할 두드러지는 완성도를 보이는 곡은 쉬이 만나기 어렵다. 선미의 ‘You can’t sit with us’가 돋보이는 이유다.

찰랑거리는 신시사이저 리드와 둔탁한 드럼을 깐 ‘You can’t sit with us’는 상기한 팝스타들의 열기를 가져오면서도 간결한 멜로디와 산뜻한 사운드로 재포장해 한결 가볍게 응수한다. 더욱 특수성이 도드라지는 지점은 그만의 표현방식을 꼿꼿이 건져낸 가창. 특유의 매끄럽고 우아한 음성에 구성지게 발음을 씹는 벌스의 중독성과 매혹적으로 호흡을 끊어치는 후렴구 창법으로 일정 경지에 도달한 연기력을 입증한다. 아마 선미의 곡 중 그가 가장 노래를 ‘잘 부른’ 곡일지도 모르겠다.

이어지는 수록곡도 준수한 짜임새로 선미의 현재를 다양한 갈래에 펼쳐놓는다. 머릿곡과 유사하게 기존 노선과 비교해 한층 밝은 무드를 내비치는 것이 특징인데, 그간의 디스코그래피를 사실상 전담하던 프로듀서 프란츠의 아티스트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그의 독점에만 집착하지 않고 타 작곡가에게 한두 곡 힘을 빌려 다양화를 꾀한 결과다. 프로듀싱 팀 아티펙트(ARTiffect)의 고도의 신시사이저 탄력을 들을 수 있는 ‘Sunny’가 제목만큼 밝은 분위기로 선미에게 새 면모를 제시하고 나면 시티 팝 ‘6분의1’과 인디스러운 록 트랙 ‘Borderline’이 주축 동반자와 가수의 돈독한 상호작용으로 안정적인 영역 확충을 실행하는 식이다.

이러한 확장의 기치가 음악에서뿐만 아니라 내면에서도 감행된다는 점을 주목하자. 그간 솔로 곡 작사를 도맡으며 강조해온 아티스틱한 면모가 보다 심층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며 필력의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린다. ‘Narcissism’이 그 양상을 대표한다. ‘사이렌’이 떠오르는 시원시원한 코러스에 연인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의 목소리를 드높이는 모습은 카타르시스 그 자체다. 영어 가사의 진입장벽이 있더라도 ‘Borderline’도 놓치지 말기를 권한다. 신경안정제 등 가수의 이면을 암시하는 날카로운 요소들을 집약해 팝스타의 고뇌를 노골적으로 토로하는 곡이니 말이다.

본격적인 홀로서기의 기점이 된 ‘가시나’ 이후 부단히 솔로 활동을 전개해왔음에도 그 개성과 작법이 쉬이 질리지 않는 점, 여기에 자유자재한 변색 능력을 더해 향후 활동에도 나름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이 그가 시공해온 독자적 영역이 어느덧 완공 단계에 이르렀음을 일러준다. 실력과 주체성으로 옹골차게 메꾼 앨범이다. 각양의 모습과 내면 응시 속 주인공 선미의 존재가 어느 때보다 또렷하게 각인된다.

– 수록곡 –
1. You can’t sit with us 
2. Sunny
3. 6분의1 
4. Call
5. Narcissism 
6. Border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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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 ‘꼬리 (Tail)’ (2021)

평가: 3.5/5

레트로, 태평소, 시티 팝 등 댄스라는 큰 틀 안에서도 늘 다각화된 컨셉트를 고안해왔다. ‘꼬리’ 또한 매너리즘에 빠지고 싶어 하지 않는 선미의 고민이 여실히 드러나는 곡이라고 본다. 빠르지 않은 템포임에도 초반부터 잘게 리듬을 쪼개 늘어지는 분위기를 방지하고, 높지 않은 음역대를 이어가지만 고양이처럼 성대를 쪼이거나 기타 사운드를 배치하여 부피가 크게 다가온다. 순식간에 바뀌는 보컬은 곡을 더 찰지게 만들어 퍼포먼스를 제외하더라도 듣는 재미를 선사한다. 제목의 직관적인 언어유희를 풀어내는 방식 또한 몰입도를 높이는 그만의 특기. 선미라는 브랜드의 완공과 같은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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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 ‘보라빗 밤’ (2020)

더도 없고 덜도 없이 딱 알맞은 대중성을 지녔다. 아니 딱 알맞은 대중 댄스팝이다. 3분 30초의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러닝타임에 커팅된 기타 리듬, 신시사이저가 만나 흥겨운 분위기를 뽑아낸다. 담백한 곡 구조도 ‘팝’스러움에 한몫했다. 깔끔하게 절 사이 후렴을 배치하고 마무리 브릿지는 시원하게 고조되는 일렉트릭 기타로 맛을 살렸다. 딱 필요한 요소들만 들여 설득력 있게 완성한 대중 지향 곡. 그간 꾸려온 자신의 색도 놓치지 않았다는 면에서 더블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