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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무엘 ‘TDC (Feat.The Quiett)'(2021)

평가: 4/5

서사무엘은 매 순간이 커리어 하이였다. 정규 1집 < Frameworks >로 신의 주목을 유인하기 시작한 이래로 매년 작품으로 얼굴을 비추는 성실한 작업량과 완성도를 놓치지 않는 양질의 음반, 두 차례의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쾌거로 짧은 기간 안에 이력서를 몇 번이나 고쳐 썼다. 무엇보다 괄목할만한 것은 가파른 발전과 변화 속에서도 과욕(過慾)이나 강박은 좀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회사를 나오고 독립 선언 후 발표한 첫 싱글 ‘TDC’ 역시 ‘많은 것을 이뤘지만 더 이룰 게 없는 듯이’ 자신의 현재를 응시할 뿐이다.

이제는 어떤 장인, 달관의 경지에 가까운 절제미를 터득한 듯하다. 전자음의 성향이 짙었던 초기작과 비교해 점차 리얼 세션의 비중을 늘리며 전통성을 강조하기 시작하더니 이번에는 최소한의 요소, 말하자면 정갈한 악기의 ‘자글거림’만으로 최대한의 감흥을 유도한다. 잘 영글은 어레인지의 흡인력인데, 마스터링의 주역이 무려 전설적인 네오 소울 아티스트 디안젤로(D’ Angelo)의 앨범을 담당한 데이브 콜린스(Dave Collins)다.

벌스에서 특유의 시큰둥한 톤을 매력적으로 드러내다가 세션이 속도를 높이는 타이밍을 기점으로 더블링과 화음을 몇 움큼, 프리 코러스(Pre-chorus) 마지막에는 패닝(Panning)을 활용한 좌우 소리 벌림을 한 스쿱 더하며 재미를 배가한다. 공간을 가지고 노는 보컬 운용이다. 겹겹이 포갠 후렴구 목소리는 브라스 소리를 듣는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목소리가 하나의 악기 같다는 말로 그를 수식하고 싶다. 묵직한 타격감과 의도적으로 살짝 흐린 발음의 더 콰이엇 랩까지 이질감 없이 녹여냈다. 국내 흑인 음악 신에서 다져온 독자적인 영역을 자랑스럽게 증명하는 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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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무엘(Samuel Seo) ‘UNITY II(2020)’

평가: 3.5/5

정규 음반 < The Misfit >(2019)의 발매 이후 한 장의 짧은 EP < DIAL >(2020)을 내놨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올해 발매한 2번째 미니 앨범이다. 작업량이 많고 빠르다. 음악적 욕심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 중요한 건 빠르고 많고 정확하다는 것이다. 첫 번째 디스코그래피 < FRAMEWORK >(2015) 시절부터, 아니 어쩌면 소포모어 < Ego Expand(100%) >(2016)에 선연히 새겨있듯 그의 시선은 늘 ‘나’에게 찍혀왔다. 치열한 고민과 서늘하게 외로운 감정들을 글감 삼아 노래를 뽑아내던 서사무엘. 이 풀-랭스는 그의 음악적 에너지가 여전히 생생함을 증명한다.

꼭꼭 씹어 자아를 탐닉하고 이에 대한 결과를 내뱉던 과거와는 다르다. 근래의 그는 조금 더 가벼워졌다. 음악을 통해 ‘현재’, ‘지금’의 머릿속을 투영하듯 자유롭고 편안하게 곡을 쓴다. 지난 2018년 내놓은 < UNITY >의 후속작인 이번 앨범 역시 마찬가지다. 짧게 짧게 털어낸 노래들은 무겁게 상념에 젖은 주제를 읊지 않는다. 다만 순간의, 오늘날의 무언가를 풀어낼 뿐이다. 때로 그것은 ‘손에 손잡고 빙글빙글 둘러앉아(‘원’)’ 있던 모습으로 소환되고 또 때로 그것은 파란색의 이미지를 통해(‘청’) 그리움, 고독의 순간을 낚아챈다.

일정 부분 이 음악을 통한 스케치 즉, 빠르게 완성되는 곡들 사이 중심 구조가 겹치기도 한다. 단어를 툭툭 던지듯 노래하는 창법은 분명 서사무엘의 트레이드마크이나 그가 핵심 배경으로 삼는 음악적 장르는 몇몇 음반에서 분명 응집력을 흐렸다. 지난 정규 3집 < The Misfit >에 수록된 18개의 곡은 충분히 생생하지 못했다. 음악적 트레이드마크인 네오 소울을 근간으로 곡조나 배합이 뭉쳐지기보단 퍼졌고 이게 도리어 음반의 집중력을 흩트렸다. 혹은 앨범이 플레이리스트를 가볍게 스쳐 가도록 했다.

8개의 곡만을 지닌 이번 음반은 그래서 더 깔끔하다. 늘 그랬듯 재즈의 요소를 가져와 자유로움을 담았고 선율이나 중심 멜로디도 다부지다. 이중 돋보이는 것은 보컬 오버 더빙의 활용이다. 미끈하게 미끄러지는 일렉트릭 기타 슬라이딩이 매력적인 ‘굴레’,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사운드를 채운 ‘때’, 색소폰과 긴장감을 불어넣는 타악기를 함께 섞은 ‘운’ 등 많은 노래에 보컬 오버 더빙이 등장. 음악적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등장 이후부터 그를 한결같이 대변하는 것은 성실함과 솔직함이다. 한 때 ‘왜 난 안될까 걱정 안 했으면 해(‘Y’)’ 노래하던 그는 지금도 ‘나만 제자리에 있는 그 느낌이 들 때(‘때’)’를 두려워하고 ‘결국 어떻게든 굴러갈 테니까(‘굴레’)’ 하며 의지를 다잡는다. 불안한 성장통과 함께 이를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이 꾸준함이 반갑다. 통합이란 제목의 이번 앨범은 그렇게 대중에게 가닿는다. 어떤 식으로든 뻗어 나가는 서사무엘의 의미 있는 생존작.

– 수록곡 –
1. 원
2. 이음
3. 청
4. 다 사라지고 나만 남았다
5. 굴레
6. 시선
7. 때
8.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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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입 ‘블루문특급 (feat. 서사무엘)’ (2020)

평가: 3.5/5

라임, 드럼. 두 가지 단어로 대표되는 피타입은 다채롭지만 차가운 언어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온 래퍼이자 래핑과 드럼의 조화를 실현한 뮤지션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브루스 윌리스의 이름을 알린 1980년대 드라마 < 블루문 특급 >의 이름을 빌려왔다. 드라마 주제가였던 알 자로의 ‘Moonlighting’처럼 도시의 밤이 담겨 있다.

낭만이 서려 있는 알 자로의 노래와 달리 다소 고독해 보이지만, 드라마 아닌 현실을 표현하기엔 가장 적절한 정서다. 매일의 투쟁과 고민을 적어낸 도시의 거리 속에서 서사무엘은 함께 거리를 걸으며 그를 돋보이게 한다. 화려한 낮에 가려져 잊고 있었던 새벽 그 어딘가를 생각하게 하는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