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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샤 슬론(Sasha Sloan) ‘I Blame The World'(2022)

평가: 3/5

시작은 조력자였다. 시카고 출신 디제이 케스케이드를 시작으로 스티브 아오키, 그레이 등 EDM 뮤지션들에게 곡을 제공했던 사샤 슬론은 카밀라 카베요, 존 레전드로 장르 폭을 넓혔다. 2017년 EP < Sad News >로 싱어송라이터의 직함도 얻었고 2020년 첫 번째 정규 앨범 < Only Child >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팬데믹을 거쳐 2년 만에 나온 신작 < I Blame The World >는 조력자 이미지를 걷어냈다.

‘Sad Pop’. 샌프란시스코의 라디오 방송 KYLD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음악을 규정했고 이번 앨범에도 어두움이 관류하지만 지독한 우울로 빠지진 않는다.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라는 가사로 비관주의를 투영한 ‘I blame the world’와 선공개 싱글 ‘Wtf’는 가사와 상반되는 밝은 사운드를 지녔다. 그녀의 뿌리인 러시아 동토에 본거지 로스앤젤레스의 햇살이 내려앉은 듯한, 마냥 어둡지 않지만 밝다고 하기도 어려운 분위기다.

리얼 악기와 전자 음향은 절제된 프로듀싱 아래 조화롭고, 좁은 음역의 가창은 답답함 대신 소곤소곤 공감대를 쌓았다. 미니멀한 사운드가 외려 담담한 울림을 주는 ‘One trick phony’와 어쿠스틱 질감의 ‘Hardest thing I’ve ever done’이 가창의 매력을 드러내며 ‘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을 뜻하는 뉴노멀, 지구온난화 같은 용어를 곡명으로 활용하는 재치도 보였다. 근원적 불안감을 노래하는 기조는 2년 전 발표한 정규 1집 < Only Child >와 비슷하나 조금 더 템포감 있는 팝 록이 주를 이룬다.

‘어찌하여 이토록 많은 아픔을 품었을까?’ 삶이 궁금해지는 음악은 세상이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니라고 말해주지만 슬픔의 연합은 희망으로 피어난다. 마음 따스한 염세주의자 사샤 슬론은 ‘너만 그런 게 아니야’라고 손을 내밀고 < I Blame The World >는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도약대다.

-수록곡-
1. Intro
2. I blame the world
3. Adult
4. Live laugh love
5. Thank you
6. Wtf
7. New normal
8. Global warming
9. I h8 myself
10. One trick phony
11. Hardest thing I’ve ever 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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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샤 슬론(Sasha Sloan) ‘WTF’ (2022)

평가: 3.5/5

1995년생 젊은 뮤지션임에도 이력이 다양하다. 사샤 슬론은 재즈 피아니스트로 활동했고 버클리 음대를 자퇴했으며 찰리 XCX, 카밀라 카베요, 앤 마리와 작업한 작곡가다. 우리나라에서는 방송 프로그램의 배경 음악으로 쓰인 ‘Dancing with your ghost’와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등 K팝 아이돌의 플레이리스트에 안착한 가수로 입소문을 탔다. 화려한 전자음악을 주로 작곡한 경력과 달리 싱어송라이터로서는 자전적 이야기와 그로부터 비롯된 우울을 소재로 삼는다.

퍼커션과 기타 리프 위에 신시사이저를 가끔씩 드리우는 단촐한 구성과 담담한 보컬은 고조되는 부분 없이 평이하다. 쳇바퀴 도는 일상을 표현한 도식적인 연출 덕분에 실존적인 불안을 토로하는 가사는 어떤 방해 없이 와닿는다. 펜데믹으로 인한 고립부터 출생에 대한 의문, 종교적 회의까지 현대인의 불안을 총체적으로 어루만질 땐 비관적인 철학가의 면모가 두드러진다. 2집 < I Blame The World >의 선공개 싱글로서 앨범의 입문서 역할을 깔끔히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