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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걸스 ‘술버릇 (운전만해 그후)’ (2021)

평가: 2.5/5

팀 해체가 다가오고 있음을 ‘너도 나도 다 알면서도’ 어느 누구 하나 입을 ‘쉽게 뗄 수 없는’ 막막했던 상황. 포기하지 않고 4년이란 시간을 달려왔지만 각자의 현생을 위해 ‘이 침묵은 깨져야만’ 했다. 2020년 8월에 발표한 ‘운전만해’는 단순히 연인 간의 권태기를 그린 노래가 아니라 가요계와 이별을 앞둔 브레이브걸스의 용감하고도 처량한 고백이었다. 그렇게 또 하나의 그룹이 사라지는 듯했으나 기적과도 같은 ‘롤린’의 역주행으로 그룹은 생명력을 되찾았고 정확히 1년 만에 ‘술버릇’으로 그날의 쓰라린 기억을 되돌아본다.

올여름 < Summer Queen >을 자처해 살랑였던 ‘치맛바람’이 청량한 트로피컬 하우스로 ‘롤린’의 잔향을 남겼듯 신곡 역시 시티 팝 스타일에 록을 배합해 또 다른 명곡인 ‘운전만해’의 명맥을 이어간다. 둔탁한 드럼과 기타 리프에 얹어지는 재료는 아련한 코러스와 신시사이저. 유사한 텍스처 활용으로 충분히 후속작이란 느낌을 주면서도 분위기를 주도하는 기악에 변형을 주어 장르적 입지를 넓힌다. 하지만 공간감을 넓히고 비트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이들의 강점인 단단한 중저음이 묻힌다. 매력적인 가창을 보조해야 할 요소들이 주인공인 곡은 작곡가 용감한 형제의 그 시절 감성만 도드라지게 하고 젊은 프로듀서진 투챔프의 부재를 체감하게 한다.

괄호 속 노골적인 언급에 비해 서사 간의 연결도 매끄럽지 못하다. 운이 따른 부분도 있으나 그들의 연대기가 케이팝의 새 역사를 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감정 이입을 자아내는 이야기 뒤엔 술의 힘을 빌린 투정만 즐비해 몰입감이 현저히 떨어진다. 간절함이 담겨 있지 않은 ‘술버릇’의 노랫말은 들을 때마다 차오르는 ‘운전만해’의 울컥임을 억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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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걸스 ‘치맛바람’ (2021)

평가: 4/5

목표는 분명하고 명확했다. 구매층에 대한 시장조사도 필요 없었고 음악과 이미지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없었다. 민영, 유나, 은지, 유정을 빛낼 수 있는 밝은 분위기와 여름을 표현하는 흥겨움이 신곡에 대한 평가를 좌우할 뿐이었다. 그리고 새 싱글은 이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롤린’을 많이 참고했다. 트로피컬 하우스로 기초공사를 다졌고 그 위에 슈가팝 스타일의 주요 멜로디를 얹어 대중 접근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렸으며 도입부에 유정, 유나, 민영으로 등장하는 보컬 순서도 ‘롤린’과 같다. 후반부의 클라이맥스로 이끌고 가는 진행과 신시사이저 리듬도 유사하며 노랫말에는 ‘롤린’의 가사 ‘Rolling in the deep’과 뮤직비디오에서는 ‘롤린’의 춤동작도 등장한다. 아직은 ‘롤린’의 안전망에서 완전하게 벗어나지 않았음을 적시한다.

이 곡에서 용감한 형제는 작정하고 민영의 보컬을 부각한다. 그는 ‘Help me’와 ‘하이힐’, ‘롤린’보다 가쁜 호흡을 요구했고 민영은 소화해 냈다. 멤버에 대한 무한대의 신뢰가 적용되는 부분. 해외 진출의 꿈을 드러낸 영어 버전에서 ‘살랑살랑’과 바람바람’을 ‘Salrang salrang’과 ‘Baram baram’으로 표기한 것도 인상적이다.

용감한 형제는 주요 멜로디를 부각하는 능력과 세련되게 세공하는 편곡 실력이 뛰어나고 브레이브걸스의 가창력은 동시대 가수들 중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치맛바람’은 이 두 가지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