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인 크로노그래프는 1초 이하의 시간 간격을 측정하는 장치다. 펑키한 리듬을 바탕으로 연일 ‘크로노그래프’를 외치는 이 노래는 그 짧은 시간을 모두 너로 기록하겠다 말하며 사랑의 세레나데를 보낸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2016년 데뷔 이후 어느덧 8년 차 아이돌된 빅톤이 새 싱글로 내세운 건 ‘시간’이란 콘셉트의 활용이다. 3분 남짓의 짧은 곡 안에 시간이 소재가 되어 사랑을 쏟고 비유하고 내달린다.
멋진 스타일링과 이에 잘 맞는 퍼포먼스 소화력이 눈에 들어오지만 곡을 꾸린 접근이 그리 새롭지 않다. 담백한 브릿지와 코러스로 선율이 쉽게 귀에 감기기는 하나 거창하게 내세운 ‘시간’ 콘셉트가 그룹과 곡의 서사와 그리 맞아 들지 않는다. 억지로 맞춰 끼운 ‘Time Trilogy’의 첫 챕터라는 타이틀이 노래의 외부를 되레 무겁게 짓누른다.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K팝스러움’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다.
< 프로듀스 101 >에서 인기를 끌었던 한승우와 최병찬이 속한 그룹 빅톤이 데뷔 후 5년 만에 발매한 첫 정규 앨범이다. 긴 연차에도 대중에게 주목받지 못했던 이 보이 그룹은 ‘그리운 밤’으로 데뷔 후 3년 만에 음악방송 첫 1위를 차지한 것이 가장 큰 성과. 아이돌에게 정규 앨범은 팀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왔을 때 선보이는 결과물이기에 이번 음반도 그동안 농축된 원액을 터뜨리듯 한층 단단해진 실력으로 업그레이드된 곡들을 소화한다.
전작과의 차별점이 돋보인다. 타이틀곡 ‘What I said’는 강렬한 퓨처 베이스에 알앤비를 가미했던 기존의 노선을 따르지 않고 트랩 비트에 라틴 분위기를 자아내는 금관악기를 덧입혀 세련미를 더했다. 익숙한 훅 ‘Like it like that’을 매력적인 음색으로 소화해 신선함을 선사하는 멤버들의 역량은 놀랍다. 묘하게 빨려 들어가는 관능적인 ‘Chess’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대중적인 곡으로 퍼커션을 쌓은 디스토션 기타 리프는 사운드의 헝클어짐을 부여하고 그 반대편에서 그루브가 느껴지는 드럼은 절제된 섹시미가 스며들며 대비 효과를 극대화한다.
잔잔한 수록곡들은 무난하고 리듬감 있는 곡은 쾌감을 선사한다. 덴마크 가수 크리스토퍼의 ‘Bad’가 생각나는 ‘Unpredictable’은 제목처럼 예상치 못한 소리의 충격이 크다. 긴장감을 유지하는 무거운 베이스부터 프리 코러스와 랩에 나타나는 복고풍의 비트, 갑자기 등장하는 보코더까지 예측 불가능한 곡의 진행이 기분 좋은 설렘을 구성한다.
< Voice : The Future Is Now >는 난해한 예측 불가와 실험 사이에서 만족스런 열매를 맺었다. 빅톤에게 드디어 ‘좋은 곡’의 기회가 왔고 그동안 쌓은 실력으로 그 시너지 효과를 완성해야 한다. 아직 타오르지 못한 불씨가 인화점에 도달했다.
– 수록곡 – 1. Into the mirror 2. What I said 3. Circle 4. Chess 5. Up to you 6. All day 7. Carry on 8. Eyes on you 9. Utopia 10. Where is love? 11. Unpredictable 12. Flip a coin 13. We st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