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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최엘비 인터뷰

‘영혼 없는 힘내라는 말이 더 힘든 걸 알아
또 고작 그거 가지고 그렇게까지 힘들어하냐고’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中)

청춘은 왜 아파야만 하고, 고통을 감내해야만 하는가. 이해와 공감이 결여된 사회는 많은 사회 초년생들을 점점 구석으로 내몰고 있다. 빛나는 힙합 스타들의 주변을 맴돌던 래퍼 최엘비 역시 여러 아픔을 겪으며 죽음의 문턱까지 갔었다. 하지만 그는 귀를 막고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음악을 택했다. 세상의 어떤 말보다 노래 가사 한 줄이 주는 울림을 몸소 깨달았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음악도 위로가 될 수 있기를 꿈꿨다.

그 염원은 작년 11월 정규 3집 < 독립음악 >으로 결실을 맺었다. 열등감으로 물들어 일그러진 과거는 물론 냉혹한 현실에 수긍하며 살아가는 조연들의 모습을 낱낱이 기록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죽음까지 막는 음악가’의 의지를 이어받은 최엘비는 더 이상 엑스트라가 아닌 주인공으로 우뚝 서있었다. 2021년의 끝자락, 어느 때보다 행복한 연말을 보내고 있던 최엘비와 함께 그의 마지막 20대를 정리해 봤다.

최근 발매한 정규 3집 < 독립음악 >의 반응이 상당히 뜨겁다. 인기를 실감하는지.

여태까지 냈던 것들과 확실히 다르다. 음원 사이트에 댓글도 많이 달리고 SNS 개인 메시지로 장문의 감상평을 보내주시기도 한다. 지극히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녹인 자전적 앨범이지만 세상의 수많은 조연들, 즉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려 노력했기 때문에 많은 공감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커뮤니티나 평론 사이트에서도 언급을 많이 해줘서 사람들이 내 음악을 자연스럽게 많이 접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변화를 하루빨리 무대 위에서 체감하고 싶을 뿐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요 장치로 극적인 요소들이 자주 등장한다. 영화적 연출의 배경이 궁금하다.

처음부터 독립영화를 생각하고 작업했다. ‘최엘비’라는 배우가 오디션장에서 주인공 배역을 따내려는 장면을 상상했고 그렇게 처음 탄생한 곡이 ‘아는 사람 얘기’다. < 독립음악 >의 시작은 무조건 내가 오디션 보는 걸로, 대본을 읽는 걸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중간중간 감독이 하는 평가는 따로 정해둔 것 없이 프리스타일로 녹음을 했다. 큰 틀만 정해두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진행했다.

첫 곡 ‘아는 사람 얘기’부터 < 쇼미더머니 5 > 예선 탈락처럼 가장 초라했던 시절을 드러내고 스스로를 패배자라고 단정 짓는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은 이유는 무엇인가.

그래야 후련할 것 같았다. 앨범 작업할 때 보통 그 당시의 나를 데리고 와서 다시 꺼내곤 한다. 이번 앨범에 그때의 모습을 기록해야 이 답답한 굴레를 벗어던질 수 있을 것 같았고 이왕 하는 거 최대한 솔직하게 다 표현했다.

‘최엘비 얘기를 하는 최엘비를 연기하는 최엘비’가 화자로 나선 것도 같은 이유인지.

정확하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낼 때 내 얘기는 아니라면서 대화를 끌어가서 열등감의 밑바닥을 온전히 드러내고자 했다. 그리고 한 번 더 비꼬아서 들려주면 사람들이 듣기에 몰입감도 있고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거라 판단했다.

열등감과 비교의 중심엔 친구 비와이와 씨잼이 있다. 두 친구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는지.

고등학교 시절 비와이는 같은 반, 씨잼은 옆반이었다. 그 둘은 항상 같이 붙어 다닌 반면 나는 혼자 있는 걸 좋아했다. 내가 쉬는 시간에 앉아서 가사를 쓰고 있으면 둘이 옆으로 다가와 서로 랩도 들려주며 어울렸던 기억이 난다.

학생 때도 그 둘은 잘 했다. 작업량도 상당했지만 무대 위에서의 끼가 장난이 아니었다. 학교 축제 무대에 같이 선 적이 있는데 내가 제스처를 소극적으로 하는데 비해 걔네들은 웃통까지 벗고 난리가 났었다. 얘네는 나중에 진짜 크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속으로 그들과 어느 정도 격차를 두었던 것 같다.

가사에도 나오지만 둘과 음악 취향도 달랐다. 크루를 함께 하면서 의견 차이는 없었는지.

애들이 피프티 센트나 릴 웨인을 들어보라고 했는데 조용한 음악을 좋아하는 나에겐 잘 와닿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내가 어떤 음악을 해야겠다는 구체적인 그림이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타협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냥 랩하는 게 재미있었다. 단체곡을 할 때도 내가 제안한 적은 한 번도 없고 잔잔한 재즈 비트에 내 노래를 따로 만들어 보는 게 전부였다. 사실 섹시 스트릿이란 이름도 맘에는 안 들어서 처음 들어갈 때 고민을 많이 했었다. (웃음)

스스로 그들과 거리를 두고 열등감을 느끼긴 했지만 유명한 친구들 덕분에 이름을 알리기 쉬웠던 것도 사실이다. 최엘비를 항상 ‘누구누구 친구’로 기억하는 세상 속에서 나 자신부터 바뀌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나 사건이 있었는지.

한 번은 행사에 가서 기리보이 형의 백업 더블링을 도와준 적이 있었다. 여럿이서 무대에 오르면 언제나 함성이 가득하다. 나는 그 환호를 즐기면서 랩을 하는데 그날 문득 정신 차리고 관객들을 바라보니까 전부 기리 형을 찍느라 바빴다. 내가 랩을 하고 있는 중에도 다른 사람이 집중 받는 상황을 접한 후에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내가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스스로 변화의 필요를 느끼고 작업을 결심했다.

기리보이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초기 활동명 ‘레이지본즈’에서 지금의 ‘최엘비’로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큰 일조를 한 걸로 알고 있다. 기리보이와 크루 우주비행은 어떤 존재인가.

사실 < 쇼미더머니 5 > 예선 탈락 이후 열등감이 극에 달했던 24살 즈음 음악을 관두려고 했었다. 랩은 그만하고 원래 하던 그림을 그리자고 다짐했을 때 우주비행에 래퍼가 아닌 아트 디렉터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기리 형이 요즘엔 랩 안 하냐고 물어보면서 피처링 한번 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마음은 접어둔 상태였지만 가사 쓰고 서울 가서 같이 녹음도 해보니까 또 재미있었다. 기리 형은 내가 다시 음악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은인이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기리보이의 열렬한 팬이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소박한 감성을 우리나라 힙합 음악에 가장 처음, 그리고 제일 많이 접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니까 기리 형도 나처럼 인디밴드를 좋아했다. 심지어 즐겨 듣는 팀까지 많이 겹쳐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나에게 음악적 아버지이기도 하다.

인디밴드를 좋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예전에 아는 교회 집사님께서 mp3에 노래를 넣어주셨는데 따뜻한 분위기의 음악이었다. 인터넷으로 알음알음 검색해 보니까 인디밴드들의 노래에 그런 향취가 묻어있었고 그때부터 유명한 팀들을 하나씩 찾아 들었다. 꼭 인디밴드가 아니더라도 잔잔한 음악들을 많이 들었다. 

주로 어떤 밴드의 음악을 많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타이틀곡 ‘도망가!’의 피처링을 맡아주신 브로콜리너마저는 나에게 많은 음악적 영감을 안겨준 밴드다. 그리고 내가 추구하는 찌질함의 극치와 맞닿아 있는 팀이 십센치다. 1집의 ‘그게 아니고’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캐스커, 한희정, 롤러코스터, 디어클라우드, 요조,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파고, 못처럼 많은 인디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며 자랐다.

1년 전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에서도 브로콜리너마저에게 애정을 표한 바 있다. 언제부터 좋아하게 된 건지.

입시 미술을 준비하던 고2 때부터 2년 동안 브로콜리너마저만 계속 들었다. 1집 < 보편적인 노래 >, 특히 ‘속좁은 여학생’이란 노래를 굉장히 좋아했었다. 내가 여학생이 된 것 같은 착각까지 들 정도로 음악이 전하는 이야기가 눈앞에 선명하게 묘사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그 앨범을 들으면 당시 미술 학원의 물감 냄새, 걸레 말리는 냄새까지도 다 떠오른다.

동경하던 밴드를 실제로 만난 건 언제인지.

한 유통사 인터뷰에서 깜짝 이벤트로 덕원 님이랑 전화 연결을 해 주셨고 나중에 콜라보 할 일 있으면 같이 하자고 말씀해 주셨다. 처음엔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어느 날 ‘우리 공연하는데 같이 할 수 있겠냐?’라고 연락을 주셔서 인연을 쌓게 되었다.

사실 잘 알지도 못하는 래퍼가 갑자기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이란 노래를 들고 나와서 찬양하고 있었으니까 혹시나 부담스러워하시면 어쩌나 하고 고민도 했었다. 실제로도 처음에 듣고 살짝 부담스러웠다고 하셨다. (웃음) 그래도 지금은 다 같이 단체 방에서 꾸준히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밀한 관계가 되었다.

전작과 동일한 위치에 있는 마지막 곡 ‘도망가!’에서 밴드가 실제로 모습을 드러내며 ‘죽음까지 막는 음악가’의 의지를 그들과 함께 실현했다. 같이 작업한 소감이 남달랐을 것 같다.

거의 10년 넘게 스피커나 이어폰을 통해 듣던 목소리가 내 눈앞에 실존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직접 만난 것도 믿기지 않았지만 작업 의뢰를 드린 이후도 적잖이 놀랬다. 특별히 내가 주문한 게 없었다. 정해진 멘트 없이 곡 내용만 설명해 드렸는데 단번에 의도를 파악하셔서 녹음도 바로 오케이가 났다. 브로콜리너마저로 출발했던 내 음악에 그들이 도착한 순간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선망하는 아티스트임은 틀림없지만 분명 독립이라는 취지에 맞춰 피처링을 완전히 걷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협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한 이유가 있을지.

원래 전부 혼자 하려고 했었다. 근데 작업을 하면 할수록 누군가가 마지막에 등장해서 ‘하나 둘 셋 하면 도망가’라고 밀어주는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내가 브로콜리너마저의 음악을 듣고 자랐으니까 내 우상의 격려로 마무리를 지어주는 게 이 앨범의 완성이라고 생각했다.

앨범 전반에 부모님을 향한 존경과 애정도 느껴진다.

‘독립음악’의 노랫말에도 쓰여있지만 나는 특이한 아이였다. 어릴 때부터 행동 강박이란 걸 앓았는데 그것 때문에 내가 상상하는 모든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움직이는 끈을 보고 뱀을 떠올리고, 그 뱀이 똬리를 틀고 있을 때의 포근함까지 연상하는 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학교에서는 애들이 멀리하던 편이었다.

하지만 엄마, 아빠는 믿고 기다려 주셨다. 내가 혼자 빠져있는 그 세계를 즐기도록 놔뒀고 오히려 그 공상을 발전시켜서 그림 같은 걸로 표현하도록 힘을 불어넣어 주셨다. 그때 받은 사랑이 아직까지도 내 음악의 영감이 되고 내 화법으로 자리 잡는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집중력 있는 행동이 곡 작업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떤 상황을 볼 때 멀리서 보는 게 아니고 돋보기로 보는 것처럼 최대한 가까이 관찰하려 한다. 상황을 세세하게 묘사하다 보니까 들었을 때 그 장면들이 상상되고 가사, 연주의 색깔과 온도로도 드러난다. 음악을 하게 되면 브로콜리너마저처럼 소박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고 싶었는데 이런 점들이 고스란히 내 노래에 녹아들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가장 도드라지는 곡을 뽑아보자면.

처음 담배 피울 때의 기억을 더듬어 만든 ‘구름구름’이란 노래가 있다. 만화를 그릴 때 속으로 하는 생각을 말풍선에 담곤 하는데 구름처럼 피어나는 담배 연기가 꼭 말풍선 같았다. 그래서 담배 피우는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두고 그 말풍선 속에 표현들을 채워나갔다. 다른 곡들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을 만화처럼 몇 개의 컷으로 구체화하는 편이다.

그림이나 학업에 대한 미련은 없는지.

앨범 커버 작업할 때도 어느 정도 밑그림을 그려서 디자이너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큰 미련은 없지만 요즘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많이 든다. 사진을 찍든 그림을 그리든 하나하나 내 손을 거쳐서 하나의 아트워크 단편집을 만들어보고 싶다.

과거 퍼그 모양의 복면을 눌러쓰고 활동했을 만큼 강아지 ‘율무’도 굉장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애완견을 넘어 또 한 명의 가족인 ‘율무’는 어떤 존재인가.

감정이 메말랐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다. 항상 옆에 있길 바라다보니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닌 동물이 되었고 실제로 키우게 된 건 성인이 된 이후다. 씨잼과 행사를 뛰면서 5만원씩 벌었고 그렇게 모은 40만원으로 데리고 온 친구가 강아지 율무다.

퍼그는 얼굴에 주름이 져있어서 기분이 좋을 때도 인상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웃고 있지만 슬픈, 웃픈 모습을 보면 꼭 나를 보는 것 같았고 내 음악도 퍼그와 닮아 있다고 생각해서 데리고 왔다. 처음엔 엄마가 반대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나보다 더 아들처럼 생각하고 있다. 일종의 분신이다.

‘율무’는 물론이고 용궁으로 떠난 물고기 ‘삼칠이’와 현재 키우고 있는 햄스터 ‘콜리’만 봐도 동물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키우기 전에 한 다섯 달 정도는 공부를 한다. 나한테 온 친구들은 최고의 환경에서 살게 하자는 생각이 있어서 애착이 좀 남다르긴 하다. 그 동물의 역사까지 찾아보고 하니까. (웃음) 조만간 내가 키운 동물들의 기억을 모아 하나의 얘기, 하나의 앨범으로 제작하려 한다.

< 독립음악 > 이후에 세워둔 계획이 있는지.

당장 대면 행사로 진행하긴 어렵겠지만 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단독 콘서트를 꼭 열고 싶다. < 오리엔테이션 >부터 < CC > 그리고 < 독립음악 >까지 엮어서 하나의 연극으로 만들고 싶다. 짧은 연기 사이사이에 랩을 하는 식으로 스토리가 있는 공연을 구성하고 싶고 코로나가 풀리면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그럼 이번 앨범으로 대학교 시리즈가 마무리된 것인가.

내가 계획한 건 4부작이다. 아직 < MT >가 남아있다. < 독립음악 >이 혼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면, < MT > 즉 멤버십 트레이닝은 전곡 피처링으로 채워 멤버들과 랩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여태까지의 작업 중에 제일 즐거운 감정으로 임하고 있다. 학교를 다닌 지 하도 오래돼서 나중에 재입학 해서 엠티를 한번 다녀와 볼까도 생각했다. (웃음)

그 전에 앞서 얘기했던 동물들이 커버를 장식하는 앨범을 먼저 발표할 예정이다. 제목은 < 푸른바다38 >이 될 것 같다. 예전에 만들었던 노래들을 상자에 담아 나룻배를 타고 미지의 섬으로 찾아가는 스토리를 기획하고 있는데 결말은 안 정했다. 그걸 두고 올지 아니면 그대로 다시 가지고 나올지는 모르겠다. < 독립음악 >처럼 내 경험을 담아 또 한 편의 서사를 써보려 한다.

최종적으로 < 독립음악 >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이고 그 대상은 누구인가.

빛나는 주연 뒤엔 현실에 맞춰 조연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당신들이 결코 패배한 게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 꿈을 향해 나란히 같이 걷고 있는 모두가 결국엔 각자의 삶에서 주인공이기 때문에 내 노래를 듣고 스스로를 많이 아껴줬으면 좋겠다.

< 똥파리 >라는 영화가 있는데 극의 주인공은 흔히 우리가 피하고 신경도 안 쓰는 그런 사람이다. 근데 그런 사람도 결국 자기 모습을 조명하는 영화 안에선 주인공이 된 거다.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는 거고 그래서 나도 조연들의 마음을 대변한다는 생각으로 만든 것 같다.

인간 최재성의 20대를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그 이유는.

최근에 보고 있는 웹툰의 제목이기도 한데 내 20대는 ‘찌질의 역사’다. 패배감에 젖어 있고 연인과의 이별에도 힘들어하며 찌질하게 살았는데 이제 그 역사가 끝나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려 한다. 그래도 < 독립음악 >을 통해 열등감으로 물들었던 내 과거를 어느 정도 털어낸 기분이 든다. 실제로 씨잼, 비와이는 알지만 나를 몰랐던 분들도 이제 너도 주인공이라고 말을 많이 해주신다. 사람들이 보내주는 글을 보면서 위안을 얻은 만큼 감사한 마음을 담아 꾸준히 곡 작업을 이어갈 것이다.

눈앞에 다가온 30대, 앞으로의 ‘최엘비 유니버스’는 어떤 모습으로 그려가길 바라는지.

어린 티만 살짝 벗어도 만족이다. < 오리엔테이션 >이든 < CC >든 다 대학생, 젊을 때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나도 이제는 좀 어른의 얘기를 해보고 싶다. 그러니까 앨범 속에 투영하는 ‘나’도 같이 성장하는 느낌으로 가져가고 싶다는 말이다. 서른이 된 만큼 또 말도 안 되는 거 막 시도하고 만들어 볼 예정이다. (웃음)

재차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을 그의 한 마디. 지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고, 우는 걸 창피해하지 말자. 우리는 이미 각자의 인생에서 주인공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더 아껴주자. 아픈 과거를 드러내면서도 인터뷰 내내 수줍게 미소를 머금은 그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청춘의 얼굴이 아닐까.

그때그때 떠오르는 ‘내 얘기’를 음악으로 다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선언한 최엘비. 또 어떤 평범한 이야기로 가장 보통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지 기대하며, 그의 선한 영향력이 널리 퍼지길 기원할 뿐이다.

인터뷰: 정다열, 장준환, 김성욱
촬영: 김성욱
정리: 정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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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엘비 ‘독립음악’ (2021)

평가: 4/5

보통 사람들의 ‘대중음악’

청춘 래퍼의 공감은 일상을 공유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풋풋했던 < 오리엔테이션 >과 이별 후의 속앓이를 담은 < CC >에 기록한 대학 시절 경험담. 대학생이라면 충분히 겪을 법한 에피소드는 유쾌하면서도 쓰라린 직설로 대한민국 청년들과 유대를 쌓았다. 그렇게 젊은 날의 노래는 멈추지 않을 것 같았지만 어느덧 시간이 흘러 최엘비도 서른을 앞두고 있다. 싱그러운 20대를 마무리하는 < 독립음악 > 역시 전작들처럼 개인적 회고를 써내려가나 파고드는 내면의 수심은 훨씬 깊다.

고등학교 동창인 비와이와 씨잼 그리고 제2의 음악 인생을 이끌어준 기리보이까지, 그의 곁엔 소위 잘나가는 힙합 스타들이 함께 했다. 강렬한 스포트라이트의 주변은 어두운 법. 세간이 주목하는 그들의 입지와 달리 그의 역할은 조연에 가까웠다. 자부심과 자괴감을 동시에 떠안은 엑스트라는 감정의 모순을 타파하기 위해 직접 메가폰을 잡아 ‘독립’을 감행한다.

진정한 ‘나’를 보여주기 위한 여정은 처음부터 ‘아는 사람 얘기’로 둔갑한다. 털어놓기 쉽지 않은 개인사를 보다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오디션이란 특수 환경을 설정함으로써 자신과 화자를 분리했다. 세 번의 테이크에 거쳐 뱉는 랩도 또렷한 발음과 라임 구성으로 울컥이는 기타 줄과 건반 위를 휘어잡는다. ‘항상 조연으로 살았던 애’가 묵혀뒀던 응어리를 집약한 곡은 자연스레 뒷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하는 훌륭한 오프닝이다.

단숨에 이목을 잡아끈 배우는 담백한 기악 프레임 안에서 열연을 펼친다. 재즈 피아노에 어우러진 크루 ‘섹시 스트릿’의 일화 ‘섹스’, 피아노와 첼로가 탁하게 터뜨리는 독립의 발단 ‘주인공’, 그리고 몽롱한 신시사이저에 울분을 토해내는 ‘독립음악’까지 이어지는 굵직한 전개. 꾸밈없는 처절한 독백이 십여 년간 건들지 않은 상처를 보듬는 장면은 모노드라마의 주요 순간으로 손꼽힌다.

오랜 단역 생활로 체득한 연출법 또한 극의 몰입을 강화한다. 비와이의 < The Movie Star > 속 ‘주인공’이 실제 모습과 꾸며낸 영화의 배역 사이에서 정체성을 고민했다면, 최엘비가 맡은 ‘주인공’은 오히려 ‘뒤 배경 속에 있는 사람’의 단상을 나열하다 직접 ‘독립음악’을 제작하기로 결심한다. 삶의 주체로 서고자 하는 목표는 동일하나 유명한 동료와는 다른 접근법으로 ‘누구누구 친구’라는 꼬리표를 세차게 끊어낸다.

앨범 제목에 걸맞게 타 아티스트의 참여도 없다. 물론 마지막 트랙 ‘도망가!’에 도움을 준 목소리는 예외다. 브로콜리너마저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었던 < CC >의 끝에서 손을 잡아주었던 생명의 은인이다. 밴드와 함께하는 도주에 목적지는 없지만 닥쳐오는 현실을 피하기 위해 뜀박질을 멈출 수도 없는 상황. 시간을 벌기 위해 현재의 최엘비는 다음 주자인 30대 최엘비에게 바통을 넘기고 우상들과 다시 한번 손을 맞잡으며 모두의 뒤를 맡는다. 꿈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헌신은 매일같이 치여 사는 젊은이들에게 ‘죽음까지 막는 음악가’의 의지를 장렬히 전한다.

휴먼 다큐멘터리의 중심인물 최재성은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도 모자라 내려놨다. 지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고, 우는 걸 창피해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탄하며 비관하는 일반적인 열등감의 서사도 아니다. 냉혹한 현실에 수긍하고 살아가야 하는 최엘비의 < 독립음악 >은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가장 보통 사람들의 ‘대중음악’이다. 부모님, 강아지, 햄스터 그리고 용궁으로 떠난 물고기까지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촬영한 스물아홉 살의 마지막 씬. 컷 사인과 동시에 눈물 섞인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 수록곡 –
1. 아는 사람 얘기
2. 마마보이
3. 섹스
4. 주인공
5. 독립음악

6. 살아가야해.
7. WYBH save my life but…
8. 최엘비 유니버스
9. 슈프림
10. 잘먹어/걱정마
11. 도망가! (Feat. 브로콜리너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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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다이나믹 듀오(Dynamicduo) ‘SOON (Feat. BewhY)’ (2020)

평가: 2.5/5

흥을 추구하는 음악계 흐름과 달리, 오히려 현실의 막막함을 들춰내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회를 날카롭게 꼬집기보다 그로 인해 아픔을 겪는 이들을 위로하는 따스함에 초점을 맞추면서 힐링을 선사한다. 개코와 최자의 합은 가사와 함께 여느 때보다 깊다. 다만 곡의 감동이 그대로 전해졌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확신하기 어렵다. 베이스로 깔린 하프 사운드가 래핑을 잡아먹는 주객전도의 발생, 그리고 힘이 들어간 채 스며들지 못한 비와이의 스타일 때문이다.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더라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전달의 정도가 달라지지 않는가. 아쉬움이 많이 묻어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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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IZM이즘x문화도시 부평] #1 비와이

인천 부평구 문화재단(대표이사 이영훈)은 대중음악평론 웹진 이즘(IZM)과 한국 대중음악 역사와 함께한 인천·부평 아티스트의 발자취를 기록하는 < 음악 중심 문화도시 부평 MEETS 시리즈 >라는 타이틀의 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 음악 중심 문화도시 부평 MEETS 시리즈 >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는 인천·부평을 대표함은 물론,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다양한 시대의 아티스트를 선정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힙합 서바이벌 예능 < 쇼미더머니 >로 이름을 알린 힙합 뮤지션 비와이다.

지난해 비와이는 정규 2집 < The Movie Star >를 통해 독특하고도 과감한 확장된 음악 세계를 선보였다. < The Blind Star >의 자아 성찰을 넘어 한국 힙합 시장에서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떤 주체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입체적 시각을 영화 사운드트랙처럼 웅장한 소리에 실어냈다. 

신실한 교인,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를 되묻고 고뇌하는 모습은 본인뿐 아니라 힙합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오는 6월 15일 래퍼 심바자와디와 함께한 새 앨범 < NEO CHRISTIAN >을 공개 예정인 비와이를 만났다.

상대적으로 비와이는 ‘어른들도 아는 래퍼’의 이미지가 있다.

제가 사랑받기 좋은 캐릭터를 갖추고 있는 것 같아요. 힙합 팬 말고 대중 분들께서 ‘비와이는 이래서 좋다’라고 말씀하실 때 주로 나오는 내용이 ‘욕이 없다’, ‘돈 이야기가 없다’, ‘여자 이야기가 없어서 좋다’ 등이거든요. 어른 분들께서는 아무래도 앨범 대신 싱글 단위로 많이 들으시니까, ’Forever’, ‘The time goes on’, ‘Day day’ 등 희망적인 내용의 노래들이 많이 어필했다고 봅니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클린’한 이미지는 아무래도 교회 영향도 있고요.

6월 15일 발표되는 새 앨범의 이름 역시 < Neo Christian Flow >다. 본인이 생각하는 ‘Neo Christian Flow’란 무엇인가.

‘네오 크리스천’이라는 본질적인 개념이 있는 것이지 따로 ‘네오 크리스천 플로우’가 있는 건 아니에요. 저희는 힙합 하는 사람들이지, 찬양에 사용되는 소리나 성경에 나오는 단어를 굳이 가져와 사용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에요. 비와이, 그리고 이번 앨범을 함께한 심바자와디가 ‘네오 크리스천’이라는 주제 아래 힙합으로 이야기하는 앨범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금 더 찬양에 가깝고, < The Movie Star >만큼은 아니지만 무게감 있는 작품이에요.

비와이의 랩 스타일을 구축하는 데 영향을 끼친 사람은?

많죠. 카니예 웨스트, 켄드릭 라마, 프로듀서 마이크 딘 등… 한국에서는 버벌진트죠. 저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한국 힙합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요?

< The Movie Star >에서도 드러나듯 비와이의 음악 세계는 카니예 웨스트처럼 큰 규모와 실험적인 시도가 두드러진다.

실제로 그 앨범은 그런 결이 있었죠. 클래식의 요소도 가져왔고, 올드 스쿨적인 요소, 테크노, 하우스, 트랩 등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했어요. 그게 힙합의 매력이라 생각해요. 하나에 정체되기보단 여러 가지를 가져와 섞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재창조의 매력이랄까요.

켄드릭 라마를 언급한 데는 본인이 힙합의 주요한 메시지 중 하나, 저항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는 뜻일까.

물론 고민하고 있죠. 음악적으로도 전통을 깨고 싶고 완전히 새로운 걸 찾죠. 하지만 어떤 부분에선 그런 게 저희 윗 세대가 힙합을 바라보는 일종의 클리셰라 생각되기도 해요. ‘나라가 이런데 래퍼는 뭐하냐!’, 평소 기부 활동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기부 안 하냐’, 나름 사회 이슈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왜 저항 안 하냐’… 이해는 하지만 조금은 구시대적인 개념 같아요.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비와이가 생각하는 비와이의 힙합, 비와이 랩의 핵심을 묻고 싶다.

흠…. 평소에 많이 생각해보진 않았어요. 굳이 한마디를 담자면 ‘저에 대한 연민’? ‘Day day’의 경우 나답게 살지 못했던 어린 시절 콤플렉스를 털어놓는 곡이고, < The Movie Star >의 경우도 무작정 미국 힙합이 멋있다고 생각하며 따라 했던 과거 제 모습을 연민하는 감정이 어느 정도 있죠.

비와이를 대중에게 소개한 계기로 2016년 엠넷의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 쇼미더머니 >를 빼놓을 수 없다. 시즌 4에 처음 등장했던 비와이는 이듬해 시즌 5에서 ‘Forever’, ‘Day day’를 통해 자신을 알리며 경연 우승을 거머쥐었다. < 쇼미더머니 >에 나간 계기를 묻자 비와이는 “나의 음악이 너무 좋아서 나만 듣기 아쉬웠다.”라 대답하며, 경연 프로그램 출연이 자신에게 가져다준 것들과 그로 인해 변화를 맞은 삶에 대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 The Time Goes On > 앨범을 발표한 후 < 쇼미더머니 >에 출연했다.

시즌 4 나갔을 때는 어색했어요. 그때는 ‘잘못된 겸손’을 갖고 있어서 제가 봐도 멋이 없었어요.

‘잘못된 겸손’이라는 개념이 궁금하다.

그때의 제게 있어서 겸손함은 사람들 앞에서 고개 숙이고 우러러보는 게 아니라 제가 경외하는 존재에 대한 섬김이었어요. 하나님에 대한 겸손이죠. 때문에 제가 자신감 있는 게 겸손함이었죠. 자신감이 없다는 건 진심으로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는 뜻이니까요. 하나님만 무서워야 했는데 < 쇼미더머니 시즌 4 >에선 사람을 무서워하려니까, 멋이 없었죠. 그런 의미에서 ‘잘못된 겸손’이었어요.

그리고 그다음 해 시즌 5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혔고 실제로 정상에 올랐다. 예감이 들었나.

‘믿는다’와 ‘믿긴다’를 구분해야 한다고 봐요. 제 자신이 ‘이번 시즌 우승을 믿는다’는 생각에 속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 당시에 저는 < 쇼미더머니 시즌 5 > 우승이 너무 ‘믿겨졌’어요. 마치 하나님이 ‘믿기는’ 것처럼요. 물론 이게 제가 우월해서, 제가 대단해서라는 뜻은 아니에요.

당시 2016년 IZM 올해의 싱글로 선정된 ‘Day day’가 화제였다. 현재 빠른 랩 스타일과 비교하면 리드미컬한 느낌이 두드러지는데.

저도 그런 스타일을 하고 싶은데 더 깊이 공부하고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솔직히 지금 하는 랩 스타일의 경우 일단 디자인하고 808 드럼으로 강렬한 비트를 더하면 완성이 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Forever’도 물론 멋진 곡이지만 저는 ‘Day day’에 더 많은 게 들어갔다고 생각해요. 일단 비와이가 있었고, 그 당시 유행하던 트랩 비트가 있었고, 펑크(Funk), 오케스트라적인 요소도 있었을 뿐 아니라 많은 분들께 사랑도 받았으니까요.

쇼미더머니 > 이후 비와이의 결과물을 듣는 팬들은 ‘의도적으로 과거 스타일을 배제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일부러 그런 랩 스타일을 추구하는 건가?라는 오해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아무래도 비와이라는 캐릭터가 빡세고, 웅장하고, 성스러운 분위기니까요. 그런 스타일을 극대화해서 만든 앨범이 바로 < The Movie Star >죠.

힙합이 세대 음악을 벗어나 전 대중을 아우르는 ‘팝 뮤직’의 영역을 넘보는 지금 비와이와 같은 아티스트들은 경연 프로그램과 크리스천 이미지를 통해 기성세대로의 접근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비와이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며 소통의 영역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동시에 “래퍼들은 다 이렇다는 일반화를 벗고 들어 보면 현재 힙합 신에도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음악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번거로울 수 있지만, 한 번쯤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라며 힙합 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The Movie Star >의 배경이 궁금하다.

우선 영화 보는 걸 좋아해요. 특히 스케일이 큰 영화를 보며 받는 압도적인 느낌을 좋아하는데 이걸 음악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메시지로는 영화에서 주인공, 그 주인공을 연기하는 배우의 삶에 대해 생각한 내용을 담았고요.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나.

영화 < 아이언맨 >을 예로 들어볼게요. 우선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를 연기하는 배우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죠. 지금 그 사람은 대본을 읽고 연기를 하고 있는 중이에요. 그런데 < 아이언맨 >이라는 작품 안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토니 스타크라는 존재로 살고 있어요. ‘주연’이라는 트랙에 이 개념이 더 잘 설명되어 있어요. 주연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인공은 토니 스타크인 거죠.

저는 지금까지 힙합 신에서 ‘주연’의 삶을 살았어요. 해외 래퍼들, 미국 힙합을 들으며 그 문화와 요소 모두를 동경하고 그들처럼 행동하고 말을 뱉어야 진짜 멋진 힙합 스타가 될 줄 알았죠. ‘주연’을 맡아서 그들을 연기한 거예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건 멋없는 행동이었어요. 따라쟁이였던 거죠. 그래서 이제는 ‘주인공’이 되고 싶었어요.

인스타그램 독자 @s2s2_y_kiki 님의 질문 : 앨범을 제작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개념이 있다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새로움’입니다. ‘이것은 새로운가?’를 항상 제 자신에게 물어봐요. 새로운 게 없으면 그걸 들을 이유가 있나 싶은 생각입니다. 물론 제가 낸 작품들이 엄청나게 혁신적이고 새로운 작품은 아니지만, 항상 새 것에 대한 고민을 하는 편이에요.

실제로 굉장히 변화무쌍하고 독특하며 과감한 작품이라 본다. 앨범을 셀프 프로듀싱했는데, 이것도 ‘새로움’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이었나.

그렇기도 하지만 우선 셀프 프로듀싱이 제 생각을 구현하는 데 가장 빠른 방법이었어요. < The Movie Star >의 경우 사운드는 괜찮았는데 텍스트, 특히 가사를 정리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의 어려움인지?

애매모호한 부분이 걸렸죠. 일부러 모호함을 의도하기도 했지만 명확히 텍스트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믹싱 과정에서도 제가 최대한 내고 싶은 소리를 내려니 쉽지 않았고요.

쇼미더머니 > 출연 이후 방황하다 구원을 받고 앞으로 전진하는 < The blind star>와 공통적으로 < The Movie Star > 역시 본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다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극복의 서사가 중심이다. 흥미로운 공통분모인데.

1집은 말씀하신 대로 의도된 이야기였어요. 어떻게 보면 정말 제 삶의 이야기니까요. < The Movie Star >도 비슷한 결을 가져가려 했고요. ‘꼭 이렇게 해야겠다!’라 생각한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모두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 The Movie Star >의 타이틀 싱글 ‘가라사대’ 역시 2019년 IZM 올해의 가요 싱글로 선정되었다. ‘Day day’와 ‘Forever’의 중간을 의도한 것으로 들린다.

정확한 표현이에요. < The Movie Star >가 ‘Forever’의 확장판이었다면, 다음 앨범은 ‘Day day’의 확장판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비와이가 꼽는 ‘내 인생의 영화’가 있다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 인셉션 >,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 세븐 >을 꼽겠습니다.

인천 출신 힙합 아티스트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대전에서 태어나 인천으로 이사를 온 비와이, 그리고 그의 고등학교 친구 씨잼(C Jamm)은 현재 한국 힙합을 이끄는 젊은 신성이다. 이들이 재학했던 인하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의 동문이 지난해 < 오리엔테이션 > 앨범으로 주목받은 래퍼 최엘비, 그리고 선배가 3인조 힙합 그룹 리듬파워다. 부평구 문화재단의 프로젝트 < 음악 중심 문화도시 부평 MEETS 시리즈 >의 첫 주자로 선발된 비와이에게 인천에 대한 기억을 물었다.

인천이라는 도시에 대한 생각은.

건강하고 멋진 도시가 되었으면 해요. 아무래도 학창 시절엔 어두운 모습을 많이 봤거든요. 인천이 서울 바로 옆에 있어서 규모도 점점 커지고 사람들도 많아지는데 모두 서울로 가지 인천에 모이지는 않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도시, 서울로 가지 않아도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도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진행 : 임진모, 김도헌
정리 : 김도헌, 이홍현
사진 : 임동엽
기획 : 부평구문화재단 신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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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앙(Viann) ‘The Baker’ (2019)

평가: 4/5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의 < Los Angeles >가, 혹은 썬더캣(Thundercat)의 < Where The Giants Roam >이 떠오른다. 부드럽게 조율된 피아노와 현악기의 선율 사이로 날카로운 소음, 땅을 기는 둔탁한 타격음, 그리고 부피와 탄성을 지닌 웡키(Wonky) 사운드가 조립되는 선과 악의 공존. 비앙(Viann)은 보편적인 일상의 기본 물질과 죄악을 지닌 비주류의 원소를 한 데 모아 해체, 분석, 그리고 재배열을 통해 또 하나의 새로운 연옥을 설계한다. 그야말로 신의 신성한 과업, 창조주가 펼치는 ‘베이킹’이다.

개인의 능력을 감추기 보다, 오히려 최전면에 내세우며 존재감을 강력하게 피력한다. 여러 재료를 능란하게 다뤄온 본인 실력에 대한 믿음과 작품의 주체를 자신으로 여기는 데서 나오는 당당한 자신감이다. 이는 작중 솔로 파트로 입증되는데, ‘Color me bed’의 변칙적인 트랩 비트에서 ‘시가렛’으로 이어지는 워프 레코즈(Warp Records) 풍의 베이스 사운드, 위협적인 전자음이 날뛰는 ‘Hub’와 ‘막내’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렉트로니카와 재즈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현란함은 같은 계열의 익스페리멘탈(Experimental) 힙합을 지향하는 아티스트 ‘XXX’의 날카로운 청적 쾌감보다는 조금 다른 결인, 미묘하고도 아늑한 안정감이다.

피처링 선택 또한 매우 탁월하다. 아티스트 특성에 맞게 변모하는 비트 메이킹이 작품 전반에 드러날뿐더러, 그의 위대한 천지창조 과정에 기꺼이 참여한 인물들 또한 날렵한 솜씨로 비트와 시너지를 이루는 모습이다. 진보의 그루비한 감각을 부각하는 ‘Got it all’, 후디의 차분한 기조를 따라가는 ‘0과 1 사이’, 그리고 수민의 몽환적인 음색을 팝 사운드로 구현한 ‘4ㄹ5’는 색채를 대상에 일치시킴과 동시에 몰입도를 깨트리지 않고 이어 나간 사례다. 랩의 영역 또한 건재하다. 이현준의 격한 래핑을 온전히 담는 ‘시가렛’과 쿤디 판다의 박자감을 스타가토 형식으로 돋보인 ‘Menace’, 특히 비와이의 화려한 랩 기술이 드러난 ‘Golden Fleece’는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비트가 화룡점정을 찍는다. 트랙이 거듭함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조합법이 쉬지 않고 등장하는, 실로 놀라운 현장이다.

비앙은 앨범에 ‘매슬로(Maslow) 5대 위계질서’ 이론을 콘셉트로 잡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인간의 원초적인 기본 욕구부터 자아실현에 이르는 단계까지, 트랙을 나아갈수록 더 이상의 것을 갈망하는 진취적 태도와 거친 표면을 점차 세련되게 다듬어 나가는 서사가 그렇다. 이는 마치 진정한 예술가로 승화하려는, 숭고한 포부이자 음악적 욕구 해소다. 게다가 다소 거창한 주제임에도 접근성 좋은 재즈 요소와 앨범을 하나로 관통하는 메시지로 기반을 다진 덕일까, 내용물이 화려함에도 난잡하지 않고, 자극적이지만 쉬이 피로해지지 않는다. 쿤디판다와 합을 맞춘 < 재건축 >에서 동양적이면서도 신묘한 프로듀싱으로 이름을 알린 비앙, 그는 < The Baker >로 한 명의 아티스트이자, 동시에 내로라하는 국내 프로듀서 반열에 쐐기를 박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수록곡 –
1. Color me bad
2. Cigarette (Feat. 이현준)
3. Got it all (Feat. JINBO The SuperFreak)
4. Menace (Feat. Khundi Panda)
5. 차원 (Feat. HYNGSN)
6. 우리 집
7. 4ㄹ5 (Feat. SUMIN & Khundi Panda)
8. HUB
9. Jealousy (Feat. HYNGSN)
10. Golden Fleece (Feat. BewhY)
11. 막내 (Feat. NOT EASY)
12. TEST. (With. Eden Highway)
13. 말 한마디로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 Your Truth (Feat. Noogi)
14. 0과 1 사이 (Feat. Hoody)  
15. 돈 (With. FR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