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후 3년 반의 예열 끝에 낸 첫 번째 정규 음반 < Lowlife Princess: Noir >는 자의식에 충실하다. 전곡 작사와 몇 트랙의 작곡으로 지분을 높였고 영화적 구성으로 삶의 관점과 시선을 드러냈다. 오디션 프로그램 < 더 팬 >에서의 활약과 꾸준한 음원 발매로 지명도를 확보한 알앤비 뮤지션 비비에게 분기점이 되어줄 음반이다.
‘못된 놈’을 뜻하는 영어단어 ‘Lowlife’와 공주를 결합해 이미지를 굳혔다. 이상적 아름다움 대신 까칠하고 기센 캐릭터를 확립했지만, 그 곁에 인간적 면모가 공존했다. “얼마나 더 벌어야 쳐담아야 외롭지 않아지려나”라는 ‘Lowlife princess’ 속 공허감과 숨 막히는 셀럽의 삶을 표현한 ‘마녀사냥’은 화려하고 힙한 젊은 뮤지션 이전의 한 인간으로서의 고민이다.
직설화법과 우회적 표현이 교차했다. “포도주의 빵과 배부른 돼지들의 춤 / 죽어라 따라줘 악마들의 춤사위”의 은유로 사회상을 풍자한 ‘가면무도회’는 알앤비의 감각을 극대화하고 “춤추는 저 장미를 꺾어 완성한 왕관 나의 것 / 다시는 얼씬 못하게 가시를 친 성관”의 ‘나쁜X’에선 애정의 광기를 드리웠다.
전체적으로 일관된 트랙별 러닝타임과 인터루드(Interlude) 성격의 1분대 곡들로 구성적 측면을 강조했다. 누아르 분위기의 서사는 톡 쏘는 비비의 캐릭터와 만나 선명도를 높였고 간결한 피아노 반주에 국악적인 색채를 더한 ‘불륜’와 록 풍의 ‘City love’로 트랩 비트와 레게톤의 트렌디한 사운드 사이에 다양성을 심었다.
대중 음악가에게 브랜딩은 중요하다. 실력과 카리스마를 두루 갖춘 비비는 솔직한 노랫말과 감각적인 사운드로 토양을 다졌고 신보 < Lowlife Princess: Noir >로 정체성을 확고하게 했다. 알앤비와 힙합 양쪽을 오가며 거침없이 풀어내는 서사로 MZ세대에 소구력을 발휘했다.
가식이 만연한 사회에 관한 냉소적인 시선을 담은 ‘가면무도회’는 한국의 대중음악 현장에선 흔치 않게 사회적인 폭력을 정면으로 다룬다. 조지 오웰의 소설을 떠올리게 하는 곡의 부제 ‘Animal farm’은 이 사회가 거짓과 위선으로 희생자를 양산하는 실패한 혁명의 결과와 다를 바 없다는 메시지를 넌지시 드러낸다. 고전적인 소울 음악의 형식 위에 세련된 보컬을 얹어 잔인하고 염세적인 가사를 처연하게 내뱉는 모습이 흥미롭다. 아티스트의 강한 의지가 없으면 시도하기 힘든 용기 있는 방식이다.
한편 호불호가 갈리는 뮤직비디오에선 폭력을 다루는 방식에 다소 얄팍한 측면이 있다. 오마주한 것으로 보이는 영화 < 킬빌 >이 과거 액션 영화들에 대한 헌사로 충분한 빌드업 과정을 거친 폭력의 미학을 보여준 것에 반해 ‘가면무도회’의 뮤직비디오에선 피가 낭자한 충격적인 이미지만을 선택적으로 차용한다. 이에 사뭇 진지한 가사가 가려져 끈적한 붉은 빛만이 의미를 상실한 채로 부유한다. 뮤직비디오로 음악을 감상했을 때 감동이 배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가면무도회’는 음악만 재생되었을 때 더 좋다.
굴곡진 한 해다. 모든 것이 멈출 것만 같던 코로나 사태에도 사회는 옛 관성을 잊지 않은 채 다시금 변화의 꿈틀거림을 재현하려 한다. 급격히 달라진 쌀쌀한 날씨만큼이나 국내 대중음악 역시 멈추지 않고 빠르게, 그리고 꾸준하게 지각 변동을 거쳐왔다. 유독 다채로운 개성을 지닌 신흥 세력과 사회를 뒤흔들 신드롬이 넘쳐났던 2021년을 하나의 규격으로 묶기는 힘들겠지만, 그 서사를 축약하고 대변할 가요 싱글 10곡을 기록한다.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악동뮤지션(AKMU) ‘낙하 (Feat. 아이유)’
악동뮤지션의 원동력인 기발함이 끝도 모르고 커져간다. 데뷔 초에는 일상적인 소재가 중심이 되어 상상의 살을 덧붙였다면 ‘낙하’는 공간 자체를 뒤집어 놓는 도치로 세상을 바라본다. 통상적인 낙하의 뜻은 내몰린 상황에서의 선택권이 없는 도피지만 이찬혁은 중력을 넘는 비상을 통해 ‘밤하늘의 별’이 되고자 한다. 죄다 낭떠러지인 초토화된 곳은 도약을 위한 디딤대가 되고, 그곳에서 고립감을 느끼게 하지 않도록 손을 잡아 연대감까지 챙긴다.
남매가 보내는 지지가 마냥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기에 더욱 힘이 실린다. 예측 불가능한 곳을 향한 도전이 불러일으키는 불안감을 솔직히 드러내면서, 그럼에도 너와 뛰어내리겠다는 전폭적인 응원은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또한 추락 끝에 등장하는 불확실성은 음악으로 해소된다. 낙하 이미지, 두툼한 베이스 사운드와 달리 상승하는 수현과 아이유의 보컬은 철저한 계산 아래 짜인 것이다. 낯설고 거꾸로 뒤집힌 세계의 위로가 2021년을 사로잡았다. (임선희)
스테이씨(STAYC) ‘ASAP’
답은 정해져 있다. K팝 아이돌이 서사, 비주얼, 안무 등 종합 문화 예술을 담고 있다 해도 그들의 기본은 음악이다. Z세대의 뉴노멀(New normal) 놀이 문화 ‘댄스 챌린지’로 ‘꾹꾹이 춤’을 유행시킨 동시에 노래가 좋다는 단순하고도 명쾌한 이유로 흥행에 성공한 스테이씨의 ‘ASAP’이 바로 그 본보기 아닐까. BTS의 글로벌 진출을 계기로 넓어진 K팝 시장만큼 모든 변수와 시대의 흐름에 대비하는 방법은 모두가 알고 있다. 결국 음악이다.
트와이스의 데뷔부터 전성기를 주도했던 프로듀서 블랙아이드필승은 작년 가을 < 놀면 뭐하니? >에 나와 ‘Don’t touch me’로 능력과 얼굴을 동시에 알렸다. 그의 아이들 스테이씨는 빠르게 인지도를 올리며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했고, ‘ASAP’이라는 결정타를 날렸다. 얽히고설키는 전자 음들 속 멤버들의 음색이 조화를 이루면서도 어색하거나 작위적인 사운드가 없다. 히트송과 명곡의 척도가 항상 비례하지는 않지만 이 노래는 비례해도 문제없다. (임동엽)
에스파(æspa) ‘Next level’
비대면 시대를 틈타 급부상한 트렌드의 SM 자사 비전, 현실세계의 넷과 아바타 넷이 공존 소통하는 에스파가 발휘한 상업적 파괴력의 근원이 가상세계 편승만이 아님을 매혹적 활기가 넘치는 이 곡이 증명한다. 새로운 메타버스 유행 메커니즘과 대중의 음악적 희열 사이의 좀처럼 획득하기 어려운 공조가 눈앞에 다가온 건가. ‘제껴라 제껴라 제껴라!’ 추세가 예술로 스미지 못해 생겨날 어색함을 반쯤은 제꼈다.
주의 깊은 원곡 재해석과 네 멤버의 질서 잡힌 아우성이 트렌트의 개입이란 외적 선전을 장착해 20대, 30대 젊은 층(상당수가 여성)을 집단적 관용과 시의적 숭배로 몰아간 것이다. 걸 크러시로, 보이그룹 전유인 여성 팬덤을 부분 탈취해 성비(性比) 균형을 일구는 흐름도 완성했다. ‘Black mamba’로 격발해 ‘Savage’ 침투로 이어간, 격한 인기몰이의 중간 대폭발. ‘뉴’, ‘힙’, ‘2021년’ 그 모든 것을 이 곡이 다 가져갔다. (임진모)
브레이브걸스 ‘롤린’
시원한 트로피컬 사운드의 플럭 소스 인트로는 ‘롤린’을 밝고 상쾌하게 만들지만 대중은 이 도입부만 들어도 울컥한다. 실력 좋고 선한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해 오랫동안 고생시켰다는 미안함과 무명이었던 브레이브걸스가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해왔는지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어울리지 않았던 2017년의 어두운 컨셉트와 시기성의 오류를 버틴 그 4년 동안 축적된 응집력과 잠재력은 마침내 올해에 폭발했다. 따돌림 없이 청정지대처럼 해맑은 멤버들 간의 우정, 어느 무대에서나 최선을 다하는 헌신, 젠더 갈등과 세대 분리를 극복한 전 국민적인 응원 그리고 약자의 성공에 대한 우리의 인심이 뭉쳐서 ‘롤린’이라는 심지에 불을 지폈다.
‘롤린’, ‘운전만 해’, ‘Help me’, ‘유후’를 만든 작곡팀 투챔프의 황규현과 하승목은 민영, 유정, 은지, 유나 모두 음악에 욕심이 있고 자신들의 노래에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그 말처럼 브레이브걸스의 노래들은 소수만을 위한 지적 허세를 지향하지 않는다. 쉽고, 신나고, 질리지 않는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은 2021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가요다. (소승근)
온앤오프(ONF) ‘Beautiful beautiful’
일단은 잘 들려서 좋다. 정공법으로 승부한 노래에 생생한 멜로디가 살아 숨 쉰다. 힘차게 터져 나오는 오프닝부터 귀를 사로잡는다. 곧이어 미끄러지듯 1절에 들어서면 멈춤 없는 쾌속 질주가 펼쳐진다. 생동감 넘치는 선율과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법한 후렴, ‘불러, 노래!’ 같은 매력적인 추임새까지. 매끈하고도 짜임새 있는 구성이다.
‘Beautiful beautiful’의 주요 악기는 단연 목소리다. 멤버 각자의 퍼포먼스와 단체 하모니가 모두 수준급이다. 그 진가는 브리지에서 드러난다. 여섯 청년은 하이라이트를 향해 달리다가 과감히 한발 물러나 아카펠라로 주의를 끈다. 근사한 완급 조절이다. 노래만큼이나 밝고 활기찬 노랫말은 또 어떤가. 음악과 메시지, 모든 면에서 올해의 희망 송가, 젊음의 찬가다. (정민재)
애쉬 아일랜드(ASH ISLAND) ‘멜로디’
신예의 패기나 야심 따위의 거창한 수식어를 붙이고 싶지 않다. 힙합의 틀 안에서 다분히 힙합적인 관점에서 부여하는 담론이나 의미도 거추장스럽다. 이 노래의 가치는 단순하다. 그저 좋은 ‘팝’이라는 것.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며, 오래도록 사랑받을, 대중성에 충실한 ‘히트곡’이라는 것이다.
보편성의 승리다. 국내 이모 랩(Emo Rap)의 선두주자로서 침울한 감성을 주로 다루던 그가 특유의 어두운 무드를 한풀 죽이고 한 움큼 대중친화력을 보태니 이렇게나 곡이 좋다. 싱잉 랩을 대표하는 곡으로 자리매김하려는 듯 제목부터 직관적인 노래는 그에 걸맞은 한번 들어도 귀에 착 감기는 선율과 접근 쉬운 사랑 이야기로 보편의 소통을 파고들었다. 그의 이름이 힙합 신 안에서만 울리지 않는 이유다. (이홍현)
비비, 88라이징(BIBI, 88rising) ‘The weekend’
경쾌한 포 온 더 플로어(Four on the floor) 리듬에 그루브 넘치는 베이스. 트렌드에 탑승한 전형적인 디스코 넘버다. 특기할 만한 점은 비비의 보컬. 그간 선보였던 앳된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췄다. 대신 정확히 노트를 찌르는 성숙한 보컬만이 자리할 뿐. 짧게나마 허스키하게 목을 긁는 모습은 그야말로 비비의 발견이다.
‘The weekend’는 비비에게도 88라이징 사단에게도 최선의 그리고 최고의 결과다. 전자는 마니악한 감성을 넘어 팝 멜로디를 소화하며 보컬의 스펙트럼을 늘렸고, 후자는 그들의 음악을 그려낼 새 목소리를 찾아냈으니. 우린 이것을 건강한 시너지라 부른다. (정연경)
버둥 ‘씬이 버린 아이들’
버둥을 처음 들었을 때를 떠올린다. 낮은 저음과 복고풍의 신시사이저가 주가 되는, 잘 들리고 잘 붙는 멜로디의 향연. 어디선가 부단히 노를 젓다 이제야 동력 받아 떠오른 듯한 그의 정규 1집 < 지지않는 곳으로 가자 >는 단연 올해의 발견이다.
타이틀 ‘씬이 버린 아이들’은 그중에서도 정점에 놓인다. ’00’, ‘공주 이야기’ 등 매끄러운 수록곡이 많지만 이 곡은 뭐랄까, 몇 년 몇 해가 지나고 계속 듣고 싶은 혹은 계속 들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어제는 고개를 저었고 오늘은 웃으며 반기면 난 어떻게 해야 해’. 씬에서 살아가며 쉽게 바뀌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그는 ‘버려진’다고 표현했지만 그 접근은 어둡기보다 오히려 밝다. 아무리 공격해도 부서지지 않고 스스로 무너지지도 않는 단단한 관점이 노래 안에 있다. 그래서 곱씹고 곱씹을수록 진해진다. 인상적인 시작이자 기억해야 할 출발. (박수진)
디핵, 파테코(D-HACK, PATEKO) ‘Ohayo my night’
“우리 그냥 결혼하면 안 될까? 돈은 내가 열심히 벌 테니까.”. 브레이브걸스 ‘롤린’ 이후 다음 역주행 곡은 서툰 사랑 고백 노래 ‘Ohayo my night’이었다. 2016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래퍼 디핵과 신예 프로듀서 파테코가 2020년 6월 공개한 이 노래를 발매 당시 주목한 이는 극소수였다. 하지만 간결한 멜로디, 투박한 노랫말 속 꾹 눌러 담은 진심은 1년의 시간을 건너 틱톡,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적극 활용하는 10~20대들의 마음을 훔쳤다. “일단 음악 포기하지 말아 봐 곧 뜨니까!!!”라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절박했던 노래의 운명이 순식간에 역전된 순간이었다. 한 해 동안 스트리밍 차트를 휩쓸고 노래방을 섭렵한 ‘Ohayo my night’은 씨스타 효린, 러블리즈 류수정 등 숱한 이들의 답가까지 더해지며 2021년의 스테디셀러로 기억될 준비를 마쳤다.
뮤직비디오 속 디핵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일등 신랑감’과 거리가 먼 ‘덕후’다. 캠핑카와 오락실, 뒷골목과 시골길을 오가는 그는 연신 고개를 푹 숙이고 영상에 일본어 자막을 넣는다. ‘너를 사랑해’의 확신 대신 ‘너를 사랑하고 있어’라 애원하는 그의 모습은 영원한 사랑을 꿈꾸다가도 현실의 벽에 주눅 들고 마는 2021년 대한민국 20대의 자화상이다. 비자발적 비혼에 좌절하다 ‘나 혼자 산다’에 위안받던 우리 세대, 서툰 사랑조차도 꿈꾸지 못하며 메말라가던 우리 청춘에게는 ‘Ohayo my night’처럼 투박하고 지질하더라도 진실한 고백이 필요했다. 그래, 비록 좁은 내 방 천장이라도, 내가 그린 우주 속에서 분명 우리 둘은 별과 우주잖아. (김도헌)
얼라이브 펑크(Alive Funk) ‘To-kyo (Feat. 서사무엘)’
소리를 향한 장인의 열망과 상업을 위한 음악가의 고뇌가 고루 담긴다. 가상 악기의 종말을 고한 문제작 < Di-Ana >의 프로듀서 얼라이브 펑크가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도모한 프로젝트, ‘팝업 스토어’의 시작을 알린 첫 공개곡 ‘To-kyo’는 그런 복합적인 위치에 존재한다. 편안함과 아늑함이 주된 감성으로 자리하지만 공기층에 세세하게 분포한 잔향의 입자에서는 완벽한 사운드스케이프를 위한 음악가의 선한 집착이 배어 나온다.
서사무엘과 펼친 정갈한 시너지적 덧셈이다. 비트는 가수의 역량을 극한으로 끌어내고, 퍼포머는 제작자의 의도를 기대 이상으로 보답한다. 도쿄와 ‘Too-kyo(きょ); 매우 공허하다’를 이용한 재치 있는 말장난과 로파이를 머금은 도회적 단상, 그리고 지친 현대인의 욱신거리는 허전함을 덤덤히 노래하는 가사는 가볍듯 가볍지 않은 공감의 통증을 유도한다.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담백하고 고찰적인 알앤비 트랙. (장준환)
올해 가요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으라면 모두가 입을 모아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을 말할 것이다. 이들의 기적과도 같은 부활은 대중은 물론 많은 동료 가수들에게도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었다. 특히 고난의 시간을 옆에서 직접 바라본 같은 소속사 후배에겐 이 사건이 엄청난 원동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작년 2월에 데뷔한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그룹 다크비는 ‘포기하지 않는 자에겐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신념을 가지고 꾸준히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돌이 공급받는 시장 속에서 이들은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자체 제작의 꿈도 이어가고 있다. 쌀쌀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 10월 초, 싱글 ‘왜 만나 (Rollercoaster)’로 컴백을 앞두고 기대에 부풀어 있는 아홉 명의 청년들과 함께 그간의 활동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각오까지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좌측부터 보이는 순서대로 준서, 희찬, GK, 이찬, 룬, 테오, D1, 유쿠, 해리준
올해 정규 앨범 < The Dice Is Cast >를 발매하며 작년부터 진행한 4부작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었다. 연작은 어떤 식으로 기획하게 되었나. GK : 데뷔 전부터 대표님(용감한 형제) 주도하에 계획된 프로젝트다. 4부작의 주요 키워드는 첫 미니앨범의 타이틀인 < Youth >, 즉 ‘청춘’이다. 같은 또래들의 생각과 경험을 보다 효율적으로 전하기 위해 젊음(Youth), 사랑(Love), 그리고 성장(Growth)이란 주제로 나누어 노래하게 되었다.
1년 동안 활동했던 곡들의 제목과 가사가 화제다. 데뷔곡 ‘미안해 엄마’는 물론 최근의 ‘줄꺼야’까지 직관적인 표현들이 많이 등장한다. 다소 난해한 노랫말이 낯설진 않았는지. D1 : 우선 ‘미안해 엄마’라는 곡을 처음에 받았을 때 비트와 후렴구만 채워져 있었다. 솔직히 후렴구는 누가 들어도 처음엔 난감해했을 것이다. 당장 이 곡으로 데뷔해야 하는 우리 역시 같은 반응이었다. 하지만 계속 듣다 보니까 사운드도 탄탄하게 채워져 있고 훅도 중독성이 있어서 이런 난해함을 오히려 다크비의 개성으로 승화시킬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GK : ‘줄꺼야’는 괜찮았지만 ‘미안해 엄마’와 ‘난 일해’, 이 두 곡은 굉장히 단순해서 당황스러웠다. 그럼에도 간단한 노랫말들이 가지는 이점 역시 분명했다. 요즘 많은 노래들이 듣기도 따라부르기도 어려운 영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난 일해’처럼 단순하고 직관적인 한글 가사가 다크비의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난 일해’의 메시지는 무엇인지. 외로움의 의미인가. GK : 그것도 맞지만,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일을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일’이라는 것이 대중적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재라 생각했고, 막연히 일해서 힘들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너를 위해서 일을 한다는 내용으로 듣는 분들께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 실제로 위로를 받았다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그런지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노래도 ‘난 일해’라고 생각한다.
네 번의 활동을 통해 가장 많이 발전한 점은. GK : 우선 여유가 생겼다. ‘미안해 엄마’도 그렇고 ‘오늘도 여전히’도 그렇고 초반엔 무대에서 꼭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진짜 이 악물고 춤추며 노래한 것 같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다짐해서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비교적 자유로운 ‘난 일해’와 ‘줄꺼야’를 통해 보다 안정감 있는 무대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리허설이나 모니터링을 통해 확인해봐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낀다.
그동안 활동했던 곡들이 대체로 잔잔한 편이다. 강렬하게 터지는 트랙에 대한 욕심은 없는지. 룬 : 우리도 그런 생각을 하긴 했다. 잔잔한 훅이 반복되는 곡들로만 활동해서 한 번쯤은 팡팡 터뜨리는 트랙으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싶었다. 근데 대표님이 생각하시기에도 그렇고 우리도 활동을 하면서 이런 바이브가 잘 맞는다고 생각이 들었다.
테오 : 개인적으로 우리 음악의 멜로디는 개성이 확실하다고 본다. ‘줄꺼야’만 들어봐도 도입부의 피아노 라인이 트렌디한 느낌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런 특징들이 차별화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퍼포먼스 위주의 곡들을 선보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보컬은 주목을 덜 받는 느낌이다. 다크비의 가창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D1 : 각자의 톤 자체가 개성도 있고 서로 겹치지도 않아서 강점이 확실하다. 일단 팀의 초기 방향이 힙합 그룹으로 잡혀있어서 처음엔 가창보다 랩이나 힙합 특유의 스웨그를 흡수하기 바빴다. 그러다 보니 데뷔 초에 ‘얘네는 노래를 잘 못 할 것 같다’는 소리도 듣곤 했다. 가창을 드러낼 기회가 적을 뿐이지 노래 연습은 꾸준히 하고 있고 유튜브를 통해 국내외 가수들의 곡을 커버해서 올리고 있다. 활동을 하면서도 자연스레 성장한 보컬이 들리다 보니 지금은 ‘멤버 모두의 목소리가 돋보인다’는 반응도 있다.
▶D1(리더, 리드보컬)
퍼포먼스를 중요시하는 팀들은 많다. 다크비만의 특장점은 무엇인가. 해리준 : 다른 팀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프리스타일 쪽에 특화된 것 같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각자의 느낌과 스타일을 다르게 표출하다 보니 보여줄 수 있는 것도 다양한 편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퍼포먼스로는 탑. 우리가 가장 위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웃음)
이찬 : 해리가 말한 것처럼 아무 음악이나 틀어줘도 몸을 움직일 수 있고 그 음악을 표현할 수 있다. 다른 팀들을 다 이긴다고는 못해도 지지 않을 자신은 있다. 물론 잘하는 팀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항상 다른 그룹들의 무대도 참고하며 우리에게 부족한 면이 어떤 것인지도 파악하고 보완하려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보완하고 있는지. 이찬 : 스킬적인 부분은 좋은데 무대 위에서의 장악력과 표정 연기, 그리고 눈빛. 이런 요소들은 단순히 춤만 배워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진정으로 느낄 때 어필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무대와 더 친해지고 익숙해져야 한다고 본다. 불가피한 상황으로 무대 경험을 쌓을 기회가 적긴 했지만 앞으로 코로나 상황이 괜찮아진다면 무대에서 관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부족한 점을 채워 나가야 할 것 같다.
관객과 대면할 일이 없어서 무대 오를 때의 마음가짐이 남다를 것 같다. 희찬 : 당장 우리의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는 매체가 음악 방송과 유튜브 정도뿐이라 일단 무대에 올라가면 ‘이 위에서 죽자’는 마인드다. 무대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항상 행복하지만, 그 이전에 무대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내 직업이다. 모든 걸 쏟고 내려오는 게 진정한 프로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춤은 언제부터 췄는지. 희찬 : 공식적으로는 서울에 있는 한림예고로 진학하면서 춤을 배웠다. 고향인 경상도 밀양에 있을 땐 주변에 댄스 학원이 없어서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들로 독학하고 창문을 보면서 따라 추곤 했다.
희찬이 봤을 때 본인을 제외한 8명 중에서 누구의 퍼포먼스가 제일 괜찮은지. 희찬 : 준서를 뽑겠다. 모든 멤버가 메인 댄서라 할 만큼 춤 실력이 좋지만 프리스타일 기준으로 봤을 때 준서의 동작들은 정직하면서도 힘이 넘쳐서 계속 보고 싶다.
그러고 보니 준서는 KBS 고등학생 댄스 오디션 프로그램 < 댄싱하이 >에 출연해 팀 우승을 거머쥔 이력이 있다. 이찬과 희찬 역시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 소년 24 >에 출연했는데,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현역 아이돌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하다. 준서 : 고등학생 때 출연한 < 댄싱하이 >는 나를 지금의 위치에 설 수 있도록 성장시켜준 프로그램이다. 스스로도 춤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했던 어린 나이에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아본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런 기회를 통해서 내 특장점이 무엇인지, 또 내 한계점의 끝이 어디인지 내다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희찬 : 부모님께서 내 꿈을 믿고 응원해 주신 덕분에 고등학생 때 밀양에서 서울로 학교를 옮기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서 좋은 기회로 < 소년 24 >에 출연하게 되었고 공동체 생활이 어떤 것인지 짧게나마 겪어볼 수 있었다. 같은 꿈을 꾸고 있지만 각자가 추구하는 그림은 너무나 달랐고 그 속에서 창작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몸소 깨달았다. 이때의 경험이 지금의 다크비 멤버들과 생활하는 데도 정말 큰 도움이 되어서 오디션 프로그램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D1 :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경험은 없지만 대중문화를 사랑하는 한 명의 엔터테이너로서 이런 콘텐츠들을 꾸준히 챙겨보는 편이다. 포맷과 장르는 제각각이지만 꿈을 가진 사람들의 열정을 보면 나 또한 새로운 자극을 느낄 때가 정말 많다. 대부분 주어진 미션을 준비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를 보여주는데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 모습들을 보다 보면 출연자들의 다양한 매력들을 발견할 때가 있다. 내 이름을 알리고 싶어 하는 이들에겐 이만큼 좋은 기회도 없다고 본다.
▶좌측부터 룬(서브보컬), 이찬(리더, 메인래퍼), 유쿠(서브보컬)
일본인 멤버 유쿠는 디제이라는 포지션도 맡고 있다. 디제이는 어떻게 접한 건지. 유쿠 : 한국에 오기 전만 해도 음악을 많이 배우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다 소속사에 들어오면서 처음으로 디제이를 배우게 됐는데 이때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음악을 감상할 때 디테일한 포인트를 인식을 할 수 있게 되고 듣는 귀도 더 성장한 것 같다.
일본에도 아이돌 그룹은 많다. 그럼에도 이웃 나라인 한국에서 데뷔하고 싶었던 이유는. 유쿠 : 물론 일본에도 멋있는 팀들이 많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어머니가 엄청난 K팝 팬이셨다. 콘서트나 팬미팅 같은 행사가 있으면 자주 찾아다니고 하셨는데 그때마다 자연스레 따라다니면서 나 또한 팬이 되었다. 그래서 다른 선배 가수들의 무대를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무언가가 느껴졌다. 처음엔 마냥 엄마 손 잡고 구경하기 바빴지만 어느 순간 같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다크비 멤버로 활동하면서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그렇다면 멤버들에게 가수의 꿈을 키우게 해준 노래나 아티스트가 있다면. 이찬 : 중학교 1학년 때 학교 축제 무대에서 틴탑 선배님의 노래를 커버한 적이 있다. 그때 처음으로 환호라는 걸 받아봤는데 축제가 끝나고 며칠이 지나도 그 벅찬 감정과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평생 이 기분을 느끼고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하면서 나도 가수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음악은 저스틴 비버의 ‘Baby’라는 노래가 기억에 남는다. 내 또래 같은 사람이 춤추며 노래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D1 : 빅뱅 선배님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 초기의 ‘La la la’라는 곡이나 저희 대표님께서 작업하셨던 ‘마지막 인사’ 같은 음악들을 들으면서 힙합 그룹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중에서도 특히 태양 선배님을 좋아한다. 퍼포먼스적인 면도 너무 뛰어나지만 독특한 음색으로 부른 노래들은 기억에 많이 남아서 지금까지도 내 롤모델로 삼고 있다.
테오 : 초등학교 때 친구랑 장기자랑에 나가서 에프티 아일랜드 선배님의 ‘천둥’을 불렀다. 비록 친구들 앞이었지만 관객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환호를 받는 게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나름 잘 불렀었는지 친구들이 ‘숭례초 이홍기’라고 불러주기도 했다. 그런 소중한 추억들이 모여서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다.
GK : 초등학생 때 지드래곤 선배님을 보고 충격을 먹었다. 춤 잘 추고, 랩 잘하고, 노래 잘하고. 무대에 등장만 해도 포스가 대단했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야말로 지드래곤 덕후였다. 그러다 진짜 가수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던 건 방탄소년단 선배님의 ‘진격의 방탄’이란 노래를 듣고 나서다. 자신감 넘치면서도 유쾌한 그들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나도 아이돌이 되어서 무대에서 랩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희찬 : 어릴 때 음악 프로를 보다가 우연히 비스트(현 하이라이트) 선배님의 ‘Shock’ 무대를 봤는데 나에겐 그야말로 쇼크였다. 그래서 그날 바로 컴퓨터로 ‘쇼크 안무 배우기’를 검색해서 혼자 춤을 배워나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수련회 때 무대에 서면서 희열을 느꼈고 연예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는 엑소의 카이 선배님이다. 섹시하면서도 절제된 퍼포먼스를 가장 잘 소화하는 댄서라고 생각한다.
룬 : 다른 친구들과 달리 원래 운동을 했었다. 어릴 땐 태권도 선수 생활을 하면서 클라이밍, 검도 등에도 발만 살짝 들였다 놨다 했었다. 음악이랑은 전혀 상관없이 지내다가 우연히 회사랑 연락이 닿으면서 감사하게도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좋은 기회로 음악을 시작하게 된 만큼 무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방탄소년단의 뷔 선배님의 무대 매너나 보컬적인 면들을 많이 보고 배워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준서 : 한창 유치원에 다닐 때로 기억한다. TV에서 우연히 가수 비 선배님께서 러닝셔츠만 입고 춤을 추는 모습을 접했는데 굉장히 멋있었다. 똑같이 러닝셔츠를 입고 있는데도 몸을 쓰기에 따라서 저런 퍼포먼스도 보여줄 수 있구나 싶었고, 그런 면에서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춤에 대한 열정이 커졌던 것 같다.
유쿠 : 방탄소년단 선배님의 ‘Fire’가 기점이었다. 일본에 생활하고 있을 때 방탄소년단의 안무를 책임지던 안무가 (손)성득 선생님이 직접 일본에 건너와서 안무를 알려준 적이 있었다. 그때 춤은 물론이고 방탄소년단의 이야기도 들으면서 단순히 ‘좋다’라는 감정을 넘어 ‘하고 싶다’는 행동으로 바뀐 것 같다.
해리준 : 어렸을 때 농구선수를 했었다. 농구를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길거리 문화를 접하게 되었고 그런 과정의 연장에서 힙합 음악을 접하게 되었다. 크리스 브라운, 저스틴 비버, 그리고 제레미 같은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특히 제레미의 ‘Oui’라는 음악을 많이 들었는데 나중에 내가 이런 스타일의 노래를 부르면서 무대에서 뛰어놀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좌측부터 준서(리드댄서), 희찬(메인댄서)
팬덤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다크비를 향한 BB(비비))의 반응은 어떤지. 해리준 : 뜨거운 것 같다. 항상 SNS에 댓글도 많이 달아주시고 사랑하는 만큼 표현도 많이 해 주신다.
기억에 남는 댓글이나 칭찬이 있었다면. 해리준 : 영어 댓글 중에 “BB is the best fandom in the world.(BB가 세계 최고의 팬덤이다)”라고 남겨주신 것이 기억에 남는다. 팬분들 스스로가 우리의 팬인 걸 자랑스럽게 여겨주시는 것 같아서 엄청 큰 힘이 됐다.
이찬 : 개인적으로 가수라고 하면 무대에서 즐길 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팀으로 보여지는 그림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각자가 무대를 즐기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그래서 지금껏 들었던 칭찬 중에선 “즐길 줄 아는 다크비”라는 말만한 극찬이 없는 것 같다.
유튜브 댓글만 보면 외국 팬분들이 더 열성적인 것 같다.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룬 :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본다. 전 세계적으로 K팝의 영향력이 커진 시점에서 우리는 거의 쉬지 않고 활동을 이어왔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주 노출이 되면서 우리를 찾아주는 팬들이 늘지 않았나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물론 해외 팬분들만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은 절대 아니다. 유튜브 외에도 팬카페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국내 팬분들도 많이 응원을 해주고 계시다. 그런 걸 우리도 꼼꼼히 체크하면서 코멘트도 달아드리려고 하는 편이다. 우리를 찾아주는 모든 팬분께 감사한 마음만 있을 뿐이다.
이번에 발표한 싱글 ‘왜 만나 (Rollercoaster)’의 감상 포인트는. 준서 : (인터뷰 진행 시기가 싱글 발매 전이라) 자세히 말씀드리긴 힘들지만 묵직한 808 베이스 사운드와 더불어 중독성 강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음악이다. 그리고 ‘미안해 엄마’, ‘난 일해’처럼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우리말 훅을 사용해서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고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것이 또 하나의 포인트다.
이찬 : ‘줄꺼야’의 퍼포먼스가 강렬하고 쉴 틈 없이 파워풀한 느낌이었다면 신곡 ‘왜 만나’의 안무는 힙합적인 요소와 그루비한 느낌을 살려서 다채롭게 구성했다. 안무를 창작할 때 항상 아웃트로에 힘을 실어 임팩트를 주려고 하는데 이번 곡이 역대급을 찍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대중적인 요소를 넣어서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안무로 짰으니까 많은 분들이 커버해주시면 행복할 것 같다.
▶좌측부터 테오(메인보컬), GK(메인래퍼), 해리준(리드댄서)
어쨌든 첫 정규작의 제목처럼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다크비를 주사위 숫자로 표현한다면. 준서 : 숫자 ‘1’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총 네 장의 앨범을 발매하긴 했지만 4부작으로 기획된 시리즈였기 때문에 이제 겨우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했다고 본다. 1년 동안 보여드렸던 모습과는 다른 새로운 무언가도 앞으로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쉼 없이 노력하고 성장해서 주사위의 남은 면들을 보여드리고 싶다.
데뷔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바라본 2년 차 다크비의 성장세는. 테오 :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선배들의 뒤를 밟아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우리만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본다. 그래서 당장 눈앞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묵묵히 나아가려 한다.
이찬 : 개인적으로 별탈없이 잘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데뷔 전후 따질 것 없이 우리의 아이디어나 힘이 안 들어갔던 적이 없다. 앨범을 제작하는데 필요한 모든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자체 제작돌’이라는 이름에 부합하는 활동을 해왔다고 당당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자체 제작돌’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만큼 멤버들의 참여도 점점 늘고 있다. 오로지 다크비 9명의 힘으로 만든 앨범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지. 해리준 : 당장은 많이 부족하다. 우리 스스로의 방향성에 대해 더 의논하고 연구하면서 대표님께도 인정받는 시점에 온전히 우리끼리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다. 어떤 콘셉트의 음악을 해보고 싶은지, 또 어떤 퍼포먼스로 대중분들에게 우리를 각인시킬 수 있을지. 평소에도 이런 이야기를 자주 나누고 있다. 순수하게 우리의 에너지로 가득 채운 앨범을 팬분들께 들려드릴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
GK : 멤버들 모두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다재다능한 친구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만의 힘으로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자주하고 있다. 실제로 틈틈이 곡 작업들을 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런 작업물들이 쌓이면 언젠가는 팬분들에게 우리의 힘으로 만든 앨범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고 성장해 나가겠다.
마지막으로 올해가 가기 전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해리준 : 올해가 가기 전에 팬분들께 새로운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새로운 싱글로 찾아뵐 수 있어서 행복하다. 또 하나의 목표가 있다면 이번 활동곡 ‘왜 만나’로 음악 방송 1위를 해보고 싶다. (웃음) 정말 큰 꿈이고요. 이번 곡을 통해서 다크비라는 그룹을 더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룬 : 올해 초에 버킷 리스트를 작성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중간에 한 번 점검을 해봤더니 제한적인 상황으로 인해서 아직 이루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 우리 BB분들과 직접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이 제일 아쉽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올해 안에는 BB와 얼굴을 마주하고 우리의 무대를 보여드리면서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
인터뷰를 마치고 멤버 한명 한명과 인사를 나누던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특히 마지막 순서였던 준서가 먼저 나서서 임진모 평론가를 와락 끌어안는 모습을 보고, 아직은 투박하고 다듬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이들의 음악에서 굉장한 진심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지금 인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따스한 포옹을 건넨 다크비에게서 끝까지 서로를 의지하며 버텼던 브레이브걸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지금처럼 천천히 조금씩 성장하며 조명받기보다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다크비가 되길 응원한다.
소녀시대가 긴 휴식기에 돌입한 이후 DJ Hyo로 활동명을 변경하며 DJ로서의 행보를 걸어온 효연이 청량한 댄스 팝 넘버 ‘Second’로 변화를 꾀한다. ‘Sober’, ‘Dessert’ 등 지난 2년간 발매해 온 강렬한 클럽튠 사운드의 곡들과 달리 사운드의 무게감을 덜어냈으며 보컬의 톤 또한 가볍고 부드러워졌다. 호른과 카우벨을 활용한 통통 튀는 연주로 경쾌함을 더했고 단순한 멜로디의 후렴구와 반복적인 구성으로 이지리스닝의 형태를 취한다.
묵직한 비트와 전자음만으로 코러스를 채웠던 EDM의 작법에서 벗어나 멜로디컬한 후렴구로 기존보다 보컬의 비중을 높였다. 효연 특유의 허스키한 음색과 정직한 창법이 산뜻한 사운드와 매끄럽게 어우러지지 않아 곡의 전개를 단조롭게 만들지만 후반부에서 이를 시원하게 반전시키는 비비의 싱잉 랩이 몽롱한 톤으로 템포의 전환을 이끌어내며 피처링의 효과를 톡톡히 누린다. 가사 속 ‘Take a second’의 의미처럼 격렬한 일렉트로닉 비트 위를 내달리던 효연의 기세만큼은 잠시 휴식을 취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