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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IZM 연말 결산 특집 Feature

2020 올해의 가요 싱글

전대미문의 ‘거리두기’ 현실에서 음악도 예외가 아니었다. 평범한 일상이 위협받는 가운데 가요계도 잠시 숨을 고를 때가 있었다. 하지만 결코 멈추는 일은 없었다. 언제나 그러했듯 대중가요는 삶을 위로하고 웃음을 선사하며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IZM 선정 2020년을 대표할 가요 싱글 10곡을 소개한다.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오마이걸(OH MY GIRL) ‘Dolphin’

식상한 패턴을 비켜가면서도 트렌드를 붙잡으려 애쓴 음악적 성의가 끝내 형통했다. 댄스 퍼포먼스 혹은 비주얼의 개가, 화제성의 산물, 마케팅의 성과 등등을 들먹이기 전에 음악 정확히는 곡의 승리였다. 듣기에 따라 건조할 수도 있고 습할 수도 있는, 조금은 우기듯 기분 좋게 반복하는 ‘다 다 다..’ 리듬에 바로 이어지는 ‘또 물보라를 일으켜’까지의 대목은 2020년 가장 중독화에 성공한, 나른하지만 무감각을 찍어 누르는 매혹의 코러스다. 

짧지만 돌아가면서 부르는 멤버 모두의 수준급 보컬도 승리를 거들었다. 이 때문에 로맨틱한 가사가 살고 실종된 청순과 설렘이 복권된다. 노래에서 화자가 좋아하는 하트 상대가 물보라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오마이걸 자신이 물보라를 일으키는 돌핀으로 팬들 마음에 새겨진다. 여성 팬이 찾고, 어른도 반응하고, 놀랍게도 헤비메탈 광이 호감을 내비친다. 고질적 성, 세대, 장르 분리의 유쾌한 은폐. 오마이걸에게 ‘걸 그룹의 걸 그룹’이란 수식을 제공해준 2020년의 러브 송! (임진모)


이날치 ‘범 내려온다’

네이버 온스테이지에 올라온 영상이 시작이었다. 간결한 베이스가 도입부를 알리자 한복과 정장을 장착한 춤꾼들이 리듬에 맞춰 조금씩 전진하고, 그 위로 구수한 판소리가 힘차게 탑승한다. 다들 태연하게 제 의무를 다하고 있지만, 분명 동서양의 문화가 한 데 뒤엉키는 혼란스러운 상황. 밴드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협업으로 탄생한 기상천외한 공존, ‘범 내려온다’ 속에는 조선시대 놀이판의 오색찬란한 광경이 다시금 호출되고 있었다.

아방가르드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 혹은 퓨전 국악을 지향한 씽씽과 불교음악을 다룬 대형 연주단 비빙과 같이, 이날치 역시 수많은 분야를 탐험해온 장영규의 잠시 스쳐 가는 연장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곡이 지닌 기세 속에는 최근 국악계의 진보적 흐름에 단순 동참하는 의의를 넘어, 도리어 앞장설 수 있을 만큼의 우수한 포용성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역사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원재료를 가지고도 젊은 세대를 스스로 들썩이게 만들지 않았는가. (장준환)


조정석 ‘아로하’ 

가수의 조건 중에서 사람들은 가창력에 비해 발성을 상대적으로 과소평가하지만 가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곡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감정전달도 애를 먹는다. 또 작사가에게도 미안하고. 배우 조정석은 초등학생이 듣고 받아쓰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 발음과 뚜렷한 발성을 구사한다. 이것만으로도 조정석의 ‘아로하’는 2020년에 가장 평가받아야 할 노래 중 하나다. 

가창력도 기대 이상이다. 이재훈과 유리가 부른 쿨의 원곡과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부른 조정석은 남자와 여자의 키를 무리 없이 소화하며 또박또박한 가사를 통해 사랑스런 노랫말을 더욱 아름답게 격상시킨다. 배우로서 발음이 좋은 그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조정석은 ‘슬기롭게’ 잘 불렀고 듣는 사람들은 그 점을 충분히 ‘납득’한다. (소승근)


창모 ‘Meteor’

올해를 대표하는 가요 싱글들을 보고 한 해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면 ‘Meteor’를 빼놓고 2020년을 논할 수 없다. 힙합이 팝이 된 시대에, 특히 ‘그’ 오디션에서가 아닌 자기의 힘으로 자신의 스토리를 노래하는 이 래퍼에게 세상은 손을 들어줬다. 피아노 연주부터 비트 메이킹, 프로듀싱, 랩 스킬까지 탄탄한 실력을 겸비한 음악가에게 무시 못 할 히트곡까지 터졌으니 그 누가 의심하랴.

2019년 12월 하늘에서 떨어진 ‘Meteor’로 ‘마에스트로 (Maestro)’를 밀어내며 대표곡 자리를 갈아엎은 그는 피아노 치는 래퍼 대신 카니예 웨스트식 작법과 자전적 가사, 그리고 보컬 이펙트의 이상적인 조합으로 익숙한 새 개성을 손에 넣었다. ‘덕소의 아들’에서 ‘랩스타’로 떠올랐던 그는 덕분에 한 단계 발전해 ‘팝스타’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위치까지 올랐다. (임동엽)


아이유(IU) ‘에잇 (Prod. & Feat. SUGA of BTS)’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개성이 뚜렷한 두 명의 28살이 만났는데, 각자의 질감을 유지하다가 융합하기도 하면서 또 서로에게 새로운 시도였을 장르를 말끔히 소화한다. 거기에 여러 차례 곱씹게 되는 언어의 힘까지. 시원하게 뻗어 나아가 카타르시스에 닿는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와 달리 오직 기억 속에 머물러있는 노랫말은 너무나도 시리기에, 어느새 우리도 ‘한 뼘짜리 추억’을 함께 거닐고 있다.     

지극히 본인의 이야기임에도 저마다 가슴 깊이 눌러 담았던 형언할 수 없는 먹먹함을 떠오르게 한다. 들춰내는 것도 아니고 헤집어 놓는 것도 아닌, 슬그머니 ‘서로를 베고 누워’ 그리움을 어루만진다. 아이유는 스물여덟의 반복되는 무력감과 무기력함을 고백하지만 동시에 그 어느 때 보다 힘겨웠던 2020년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힘을 불어넣는다. 그야말로 ‘올해의 힐링 곡’. (임선희)    


가호 ‘시작’ 

긍정적인 힘이 필요한 한해였다. 코로나 19시대에 갇혀 움츠러든 대중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고, 시작이란 단어는 잊혀가는 일상 중 하나였다. < 이태원 클라쓰 >로 발현된 화제성이지만, 올해 2월 발매된 가호의 ‘시작’이 드라마가 종영된 지 한참 지난 지금까지 곁에 머물며 시대와 호흡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우리는 가공되지 않은 희망을 원했고, 그곳에서 위로를 찾았다.

무엇보다 순수하다. 밝은 내일이라는 목표가 직선적인 록 사운드로 표현된 곡은 ‘워’와 같은 추임새 등 영상 음악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살리며 새 출발의 설렘을 담아내기에 오늘을 살아가는 청자에 다가선다. 사람의 체온과 닮은 ‘시작’의 온도에 무명 가수의 목소리는 서서히 퍼져나가며 멜론 차트 1위, 소리바다 어워즈 OST 부문 수상 등 확실한 기록 또한 남겼다. 특정한 지지층 없이 음악으로만 이뤄낸 의미 있는 결과다. 너무 뜨겁지 않게. 하지만 따뜻하게 2020년을 감싸 안았다. (손기호)


DAY6(데이식스) ‘Zombie’

반복되는 일상 속 무력해진 자신을 ‘머리와 심장이 텅 빈’ 좀비에 빗댄다. 괜찮다는 위로나, 애써 고통의 실타래를 벗어나라는 긍정의 메시지도 없다. 데이식스의 여섯 번째 미니 앨범 < The Book of Us : The Demon >의 타이틀곡 ‘Zombie’는 밴드의 작품 중 가장 어둡고 비관적이다. 벌스(Verse)와 후렴의 멜로디를 일치시킨 간소한 구성이 자연스럽게 보컬에 귀 기울이게 하고, 영케이와 원필이 직접 쓴 노랫말의 음울한 정서를 격정적으로 토해내는 멤버들의 목소리가 마음을 찢어놓는다.

뒤숭숭한 한 해였다. 세계적 전염병의 창궐에 사람들은 고립됐고, 설상가상으로 국내에는 태풍의 악재까지 겹치며 일상을 빼앗겼다. ‘별다를 것 없는’ 하루들을 흘려보내며 몸도 마음도 지쳐간 이들이 많았을 터. 이 노래가 그 시대성을 의도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Zombie’는 묘하게 그런 시대의 모습과 맞아떨어지며 어두운 시기를 걷는 이들에게 힘이 되어주었다. 머지않아 우리에게도, 그들에게도 나은 일상이 돌아오기를 바라본다. (이홍현)


지코 ‘아무노래’ 

이 노래의 히트는, 이미 영미권에 큰 파장을 일으킨 ‘챌린지’ 프로모션이 국내에도 정착했음을 알린 사건이었다. 초반 30초에 모든 곡의 매력을 집대성하고, 여기에 따라 하기 쉬운 안무를 장착. 다양한 분야의 셀럽을 참여 시켜 진행한 SNS 홍보는 그야말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트렌드를 자신의 것으로 완벽하게 체화한 지코 본인의 프로듀싱 역량.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그루브한 싱잉-랩, 비트 위에 자연스레 스며있는 보사노바의 기운, 구성을 완벽히 다르게 가져가며 곡에 몰입을 유도하는 인트로와 아웃트로 등. 남들이 조금씩 흉내만 낼 때, 그는 본인의 음악적 매력을 적확하게 녹여내며 승기를 잡았다. 트렌드에 대한 이해와 음악적 역량이 빚어낸 전략이 얼마만큼의 힘을 발휘하느냐에 대한 그 예제, 지코가 확실히 보여준 셈. (황선업)


조광일 ‘곡예사’ 

이해되는 광기, 소화되는 분노다. 빽빽하다 못해 뾰족하게 쏟아지는 속사포 래핑과 열에 받쳐 토해내는 서사들은 흐트러짐이 없다. 더하여 확실하게 들리는 발음은 더욱 강한 주목 및 집중을 끌어낸다. 2019년의 끝에 발매한 싱글 ‘Grow back’을 출발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조광일은 올해 이 노래를 통해 확실한 자국을 남겼다.

자신을 줄을 타는 곡예사에 비유한다. 아니 그보단 아찔한 줄타기처럼 짜릿한 랩을 탄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시작과 동시에 정신을 쏙 빼놓는 그의 소리침은 어디서도 뒤지지 않을 자신감과 거친 포부로 읽힌다. 랩 스킬, 데뷔를 각인시킬 가사, 호흡. 무엇하나 빠짐없이 날카롭다. 튕기듯 쏘아내는 랩과 그 안에 담긴 생생한 래퍼로서의 자신감. 돋보이는 신예다. (박수진)  


블랙핑크(BLACKPINK) ‘Lovesick Girls’ 

블랙핑크는 케이팝 스타에서 팝 스타가 되어가는 올바른 선례를 보여줬다. 셀레나 고메즈(Selena Gomez)와 함께한 ‘Ice cream’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13위에 데뷔했고, 세계적인 팝 스타 레이디 가가(Lady Gaga), 카디 비(Cardi B)와의 작업으로 팝 시장을 향해 화살을 조준했다. 단계를 거듭하는 전술 끝에 < The Album >이 빌보드 앨범차트 2위의 쾌거를 이루며 인기의 정점을 증명했다.

‘Lovesick girls’는 팝스타의 위치를 선점하면서도 케이팝의 보존을 꾀하기에 더욱 의미 있다. 2000년대 미국의 틴 팝(teen pop)을 떠오르게 하는 에너제틱한 청량함과, 블랙핑크 특유의 마이너한 색깔을 적절히 배합한다. 여기에 케이팝의 성질을 주조하는 직관적인 신시사이저 리프와 촘촘하게 짜인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짜릿한 쾌감의 원천! 비로소 국내외 모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이유다. (조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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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ZM 2020 올해의 팝 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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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블랙핑크(BLACKPINK) ‘How you like that’ (2020)

평가: 3/5

초반부만 들으면 왠 ‘Kill this love’의 재탕인가 싶지만, 갑작스레 치고 나오는 보컬 파트가 빠르게도 오해를 불식한다. 빅 룸 위주의 EDM 트렌드를 적극 활용하는 건 이전과 동일하긴 하다. 이전이 랩 – 보컬 – 드랍의 구성이었다면, 이번엔 영리하게 랩을 뒤로 빼며 보컬 – 드랍 – 랩의 구성을 취해 간단하면서도 체감되는 변화를 취한 것. 더불어 각 좋은 선율과 꽉 짜인 플로우에서 나오는 중독성이 만만치 않다. 평소엔 조금 억지스럽게 여겨졌던 멤버들의 강한 억양도 무리없이 녹아들어가 있다는 점이 프레이즈의 완성도를 실감케 한다.

다만, 늘어뜨리는 듯 잡아당기는 듯 예상이 되지 않는 텐션의 매력을 접어두고 후반부에 굳이 피치를 올려야 했나 싶긴 하다. 빅뱅의 ‘뱅뱅뱅’이 연상되는 갑작스런 파티 분위기는 화려한 피날레엔 어울리지만, 앞서 만들어 온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약간의 사족처럼 느껴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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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Album

레이디 가가(Lady Gaga) ‘Chromatica'(2020)

평가: 3.5/5

팝스타의 ‘팝’스타화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돌아왔다. 컨트리 장르를 내세워 커리어 상 독특한 변곡점을 남겼던 정규 5집 <Joanne> 이후 무려 4년 만의 복귀다. 허나 그 공백의 체감이 그리 길지 않았다. 제2의 전성기를 안겨 준 영화 < 스타 이즈 본 >의 인기 덕택이다. 사운드 트랙이었던 ‘Shallow’는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을 차지했으며 그는 이후 그래미, 오스카 시상식의 수상자로 무대 위에 오른다.

늘 대중의 관심 안에 있었지만 그의 음악은 완벽히 대중적이지 않았다. 일렉트로닉, 댄스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가져왔던 1집 <The Fame>(2008), 2집 <Born This Way>(2011)가 데뷔 초 그를 세상에 각인시킨 건 키치하고 세상을 앞서(?)간 바로 그 퍼포먼스 때문이었다. 음악 자체의 중독성도 한몫했겠지만 분명 독특한 외부적 요소가 주는 파괴력이 있었고 이게 역으로 가가 작품에 높은 활기를 가져다주었다. 키치한 차림으로 세상을 끌어당기고 이와 잘 맞는 시너지의 또 한 차례 키치한 그의 노래 ‘Bad romance’, ‘Telephone’, ‘Poker face’ 등이 세계를 울렸다.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Artpop>(2013)의 지나친 개성, 재즈로 의외의 장르 전환을 선보인 <Cheek To Cheek>(2014)을 거쳐 컨트리까지 섭렵했던 그가 그렇게 다시 본토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대놓고 대중을 지향한다. 국내 인기 아이돌 블랙핑크를 비롯해 아리아나 그란데, 엘튼 존 등 화려한 라인업의 피처링 진이 눈에 띄고 음악적 장르는 말 그대로 백 투 더 8090을 2020으로 경유해 당겨왔다. 디스코, 유로댄스, 하우스가 곳곳에서 생명력을 뽐내고 광폭한 EDM의 드롭이 요즘 날의 청취 입맛을 사로잡는다.

그 어느 때보다 밝고 에너지 넘치는 댄스 플로우의 한쪽에는 짙은 눈물 자국이 가득하다. 아리아나 그란데와 함께 자신들이 겪은 트라우마를 떨어지는 비에 빗대 노래하는 ‘Rain on me’, 대중 가수로서 늘 가면을 쓸 수밖에 없음을 토로하는 ‘Fun tonight’, 성폭력 등의 상처로 인한 아픔을 고백하는 ‘911’까지 곡의 제작 원료는 ‘아픔’이다. 이 발아하고 발화하는 개인성은 지난 <Joanne>과 연장 선상에 서 있지만 이 앨범의 속내는 더 깊고 더 연약하고 때론 더 강하다. 이 이질적인 양가성이 작품의 의미를 드높인다.

3개의 짧은 인터루드 ‘Chromatica’ 1~3을 사이사이에 배치에 앨범을 쫀쫀하게 이어붙이고 대부분의 수록곡을 3분 중반으로 끊었다. 그만큼 ‘전체연령가’를 목표한다. 인터루드는 자연스레 다음 곡과 이어지는데 특히 ‘Chromatica II’의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자연스레 이어지는 유로 디스코 풍의 ‘911’이 인상적이다. 미국의 인기 가수 셰어(Cher)의 대표곡 ‘Believe’가 떠오르기도 한다. 끝 곡 ‘Babylon’도 마찬가지다. ‘Born this way’의 뒤를 이은 퀴어 앤섬인 이 곡은 명백히 마돈나의 ‘Vogue’에 영향받았다.

장르의 활용에서 연유된 윗세대 선배와의 교류가 대중 취향을 전면에 내세운 가가의 목표를 잘 보여준다. 전면을 감싸고 있는 복고의 향취가 좀 더 새로운 것을 기대했을 누군가에게는 밋밋한, 그저 반복되며 고조될 뿐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로 블랙핑크와 호흡한 ‘Sour candy’는 강하게 튀어나오는 가가의 음색과 블랙핑크의 목소리가 어긋나 전체 흐름에 잘 맞지 않는다. 자신을 상표 붙은 인형에 비교한 ‘Plastic doll’ 역시 가사의 묵직함이 없었다면 흐려졌을 노래다.

그럼에도 영리하다. 초기 스타일의 복고를 차용하나 ‘Free woman’, 엘튼 존과 함께한 ‘Sine from above’, ‘Replay’ 같은 곡에는 EDM의 드롭을 살려 트렌드를 반영하고 곡 단위를 넘어 앨범 단위를 지향하게 한 음반의 구성력도 좋다. 다만 작품의 승리는 가장 밝은 사운드를 담았지만 가장 어두운 자전적 이야기를 가사에 녹여낸 지점에서 기인한다. 16개의 수록곡, 45분이 채 안 되는 러닝타임. 짧고 강렬하게 리듬에 취해 뛰다 땀을 닦을 때쯤 가가의 메시지가 뒤늦은 울림을 준다.

이 진솔한 고백에 응답하듯 ‘Rain on me’는 빌보드 싱글차트에 1위로 데뷔했고 앨범차트 정상 역시 그에게 돌아갔다. 가가, 제2의 전성기가 더욱 높게 닻을 올린다.

– 수록곡 –
1. Chromatica I
2. Alice
3. Stupid love
4. Rain on me(Feat. Ariana Grande)
5. Free woman
6. Fun tonight
7. Chromatica II
8. 911
9. Plastic doll
10. Sour candy(Feat. Blackpink)
11. Enigma
12. Replay
13. Chromatica III
14. Sine from above(Feat. Elton John)
15. 1000 doves
16. Baby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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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블랙핑크(BlackPINK)’ Kill This Love'(2019)

평가: 2/5

‘Kill this love’는 두 번의 충격을 안긴다. 우선 압도적인 조형물과 미장센, 스타일링으로 비주얼 폭격을 퍼부으며 공개 일주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7억 회를 기록한 뮤직비디오가 놀랍다. 석양 앞의 흑조와 백조는 물론 거대한 덫 위에서 춤을 추는 네 멤버들의 모습은 최근 케이팝 영상물 중 단연 압권이다. 그러나 이런 멋진 광경은 조악한 노래의 충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시작과 동시에 웅장함을 더하고자 했을 브라스 샘플은 곡 후반 코끼리 소리처럼 비대하고 이를 굳이 받치는 ‘예예예 예예’, ‘럼퍼퍼퍼펌퍼 펌’에선 실소만 나온다. ‘사랑의 숨통을 끊어야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멤버들은 보컬 표현의 한계를 드러내며 비장한 테마를 살리지 못한다. ‘Let’s kill this love’와 후반부 ‘We must kill this love’가 진지하게 들리지 않고 소녀들의 장난스러운 외침으로 머무르는 이유다. 즐길 거리가 많았던 ‘뚜두뚜두‘의 틀만 가져와 힘만 잔뜩 줬다.

블랙핑크의 글로벌 전략은 음악적 완성도와 무관하다. 이것은 YG 엔터테인먼트의 뻔하지만 좀처럼 실패하지 않는 행보기도 하다. < Kill This Love >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EDM이란 2010년대 초 대유행을 누린 빅 룸 하우스, 어쿠스틱 샘플과 일렉트로 하우스의 혼합으로 이미 트렌드에 두세 단계 뒤처진 장르다. 최신 유행을 외치면서 낡은 것을 가져오나 그 정도만 해도 케이팝의 화려한 프로덕션과 뮤직비디오를 뒷받침하는 배경음으로는 충분하니 더 발전할 필요가 없다. 음악은 아무 생각 없이 흥겹고, 멤버들은 휘황찬란하다.

이렇다 보니 뮤직비디오나 퍼포먼스 없이 앨범을 듣기가 쉽지 않다. 첫 번째 빌드업과 드롭부터 로제의 음색으로 귀를 긁는 ‘Don’t know what to do’는 ‘Kill this love’보다 편한 노래임에도 자극적인 보컬 때문에 끝까지 듣기가 어렵다. 그나마 트랩 비트와 어쿠스틱 기타 리프를 섞어 증폭된 베이스와 보컬로 후렴을 끌어가는 ‘Kick it’과 기타 한 대로 꾸며낸 ‘아니길(Hope not)’ 정도가 들을만한 정도다. 앞선 두 트랙의 자극을 중화한다.

역대급 유튜브 조회 수와 미국 유명 TV 프로그램 진출에 이어 최대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Coachella) 무대까지 섰으니 ‘케이팝의 빛나는 성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 내실은 상당히 부실하다. 이미 좋은 음악을 만들겠다는 욕심은 없다. 더 시끄럽게, 더 화려하게, 더 거칠게 머릿속에 ‘블랙핑크 인 유어 에리어(BLACKPINK in your area)’ 사이렌을 요란히 울릴 뿐이다. 멋지고 신나면 그만. 그 이상의 가치를 부여할 필요도 없다.

-수록곡-
1.Kill this love
2.Don’t know what to do
3.Kick it
4.아니길(Hope not)
5.뚜두뚜두 (DDU-DU DDU-DU) (Rem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