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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승근의 하나씩 하나씩 Feature

돌이킬 수 없는 꼰대 필자가 좋아하는 2010년대 케이팝 노래들

우리나라 가수들의 노래와 앨범이 빌보드 싱글차트와 앨범차트를 제 집 드나들 듯 진입하는 현재의 상황은 1980년대 초반부터 팝송을 들어오고 빌보드 차트를 신주단지 모시듯 절대적으로 생각해온 저에겐 정말 감격적인 일입니다.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 프린스, 휘트니 휴스턴 같은 세계적인 스타들이 휩쓸던 그 인기차트를 대한민국 가수가 접수하다니. 2000년을 전후한 시기에 김범수의 ‘하루’가 빌보드 서브차트에 오른 것과 2009년에 원더걸스의 ‘Nobody’가 빌보드 싱글차트 76위에 올랐을 때만 해도 ‘와! 이런 날도 오는구나’했는데 지금은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갓세븐, NCT, 트와이스, 몬스타 엑스, 세븐틴 등 많은 가수들이 빌보드를 < 가요 탑 텐 >으로 만들고 있네요.

사실 대부분의 팝 마니아는 가요를 무시하고 잘 듣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가요가 외국 팝을 받아들여 토착화된 노래고 늘 해외의 음악의 트렌드를 쫒아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팝송을 들어야 뭔가 앞서가고 세련된 것처럼 보일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세계 사람들이 케이팝을 들어야 그런 대리만족을 느끼는 가 봅니다. 또 여기에 우리만의 것과 다른 나라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독창적인 방식을 접목시켜 대중음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하고 있죠. 이중에는 저 같은 팝 마니아 꼰대도 반하게 만든 케이팝 노래들이 있는데요. 그래서 이번 < 하나씩 하나씩 >에서는 저에게 케이팝의 매력을 알려준 소중한 노래들을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비스트 ‘Fiction’

저는 텔레비전 예능에 자주 출연했던 이기광과 양요섭 밖에 몰랐습니다. 심지어 용준형을 ‘용준이 형’으로 알 정도로 비스트에 대해 무지했죠. 그룹 이름 때문에 멤버들이 우락부락하고 건장한 짐승돌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 본 그들은 앳된 젊은이들이었습니다. 그래서 팀 명을 잘못 지었다고 생각했으나 이들의 무대를 보고 깨달았죠. 그룹 비스트는 짐승이 아니라 야수라는 걸. 제가 비스트의 노래 중에서 가장 애정을 갖고 있는 곡은 2011년에 발표한 ‘Fiction’인데요. 물론 ‘아름다운 밤이야’도 좋아했지만 그래도 손을 주머니에 넣고 춤을 추는 안무는 인상적이었고 높은 고음도 안정적으로 소화하는 보컬 능력도 나쁘지 않은 ‘Fiction’을 더 사랑했습니다. 아이돌 그룹은 가창력이 좋지 않다는 제 선입견에 금이 가게 만들어준 노래죠.

에프엑스 ‘피노키오’

기성세대는 샹송 가수 다니엘 비달의 ‘Pinocchio’를 기억하겠지만 저는 에프엑스의 ‘피노키오’입니다. 이 노래를 듣자마자 마치 팝송처럼 느꼈는데요. 알렉스 캔트렐, 제프 호프너, 드와이트 왓슨 그리고 우리나라의 프로듀서 히치하이커가 공동으로 이 노래를 만들었으니 제 생각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죠. 그래서 팝송을 많이 듣는 제 귀에도 어필했던 것 같습니다. 레이디 가가가 부른 ‘Bad romance’의 안무를 참고한 ‘피노키오’의 앙증맞은 춤은 귀여웠구요. ‘피노키오’는 연서화 된 인더스트리얼과 상큼한 뉴웨이브 신스팝이 케이팝과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내는지를 증명한 고급스럽고 실험적인 곡입니다. 슬픔과 불안을 감추고 억지로 밝은 미소를 만들어서 노래 부르던 설리를 추모합니다.  

루나 ‘Free somebody’

루나는 에프엑스에서 다른 멤버에 비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높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2016년에 솔로활동을 시작하자 저는 루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야 말았죠. 딥하우스를 기반으로 한 솔로 데뷔곡 ‘Free somebody’에서 루나는 연체동물처럼 유연한 댄스와 폭포 같은 가창력을 과시했는데요. 아쉽게도 그 이후의 후속곡이 없어서 지금까지는 단발의 성공으로 끝났지만 ‘Free somebody’는 2016년에 발표된 곡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노래였습니다.

방탄소년단 ‘봄날’

이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동입니다. 전주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지죠. 가사는 물론이고 뮤직비디오, 소리의 조율, 보컬의 어레인지, 녹음 그리고 후반부의 코러스까지 거의 모든 것이 벅찬 감정을 절정으로 끌어올립니다. 개인적으로 레너드 스키너드의 ‘Simple man’이나 피터 가브리엘의 ‘Solsbury hill’처럼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게 만드는 마음의 노래죠. 방탄소년단을 그저 잘 생긴 멤버들이 춤만 추는 보이밴드로만 생각했던 저에게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 준 이 숭고하고, 아름답고, 슬픈 ‘봄날’은 대한민국의 대중가요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명곡 중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브레이브걸스의 ‘옛 생각’, ‘운전만 해’

2017년에 발표한 미니앨범 < Rollin’ >이 뜨지 못한 건 남사스런 음반표지도, 그 시기성도 아닙니다. 매너리즘에 빠진 방송국 사람들과 저처럼 음악 평론가랍시고 잘난 체하며 대중적인 댄스음악을 얕잡아 보는 집단의 무시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당시 무명에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기획사 소속인 브레이브걸스는 방송국과 음악 관계자 집단에 의한 직무유기의 희생양입니다. < Rollin’ > 앨범에는 모두 4곡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역주행 후 다시 주목을 받은 ‘하이힐’과 1980년대의 어반 알앤비 발라드 ‘서두르지 마’ 그리고 1980년대 프리스타일 풍의 ‘옛 생각’ 같은 양질의 노래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직무유기 평론가’ 중 한 명인 저도 뒤늦게 브레이브걸스의 노래를 다 들어봤는데요. 그 중에서도 ‘운전만 해’와 ‘옛 생각’이 제일 좋았습니다. 확실히 용감한 형제는 1980, 1990년대 팝송을 21세기 케이팝에 맞게 이식하는데 탁월한 수완을 보여주네요.

악동뮤지션의 ‘Dinosaur’

예전에 악동뮤지션에 대해 검색을 하다가 이수현의 보컬에 대한 글이 있는 블로그를 보게 됐습니다. 그 블로거는 이수현의 가창력을 극찬하면서 링크를 건 영상이 바로 ‘Dinosaur’였고 그때 이 노래를 처음 들었죠. 듣자마자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캘빈 해리스와 리아나가 함께 한 ’This is what you came for‘랑 비슷하네?’였지만 녹음 기술과 사운드 엔지니어링은 절대 밀리지 않았습니다. 2010년대 후반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이룬 딥하우스 스타일을 성공적으로 이식한 ‘Dinosaur’는 제가 느낀 첫 인상처럼 팝적인 곡이기 때문에 제가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동생 이수현의 투명한 고음에 밀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찬혁의 목소리도 이 곡에서만큼은 신선했답니다.  

마마무의 ‘넌 is 뭔들’

2016년에 이런 복고적이고 구닥다리 스타일로 인기를 얻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댄스팝의 바탕 위에 1970년대 미국의 소울과 디스코를 가미해 듣기 좋고 부담스럽지 않은 대중음악이 탄생했는데요. 마치 미국의 소울 보컬 그룹 라벨의 1975년도 빌보드 넘버원 ‘Lady marmalade’처럼 마마무는 이 곡을 자신만만하고 당차게 불렀습니다. 연약하고 예쁘게만 보이려는 기존 걸 그룹들과 달리 씩씩하고 당당한 마마무가 등장한 겁니다. ‘넌 is 뭔들’은 흑인의 자부심을 표현한 소울을 우리나라의 정서에 맞게 비교적 잘 이식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노래의 제목이 뭔 뜻인지 몰랐다가 후배한테 그 뜻을 듣고는 저도 ‘넌 is 뭔들’ 같은 남자가 되고 싶었지만….

티아라의 ‘러비 더비’

여타 걸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뽕끼’ 많은 곡들을 자주 부른 티아라의 다른 노래들과 달리 ‘러비 더비’는 전형적인 미국의 댄스팝 스타일입니다. 신사동 호랭이의 대중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걸 다시 한 번 증명한 노래라고 할 수 있는데요. 잘게 쪼갠 비트와 그 위의 멜로디 라인은 자유롭게 어울리고 그에 맞는 안무 역시 인상적이었죠. 당시 유행하던 셔플 댄스를 바탕으로 한 춤은 9년이 지난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네요.  

위너의 ‘Really really’

트로피컬 사운드를 사용한 우리나라 노래 중에 단연 최고 중 하나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흑백으로 처리한 뮤직비디오 영상도 멋졌고 네 멤버들의 스타일링도 뛰어났죠. 코드가 바뀌면서 ‘널 좋아해 Really x 4, 내 맘을 믿어줘 Really x 4’부터 쉴 새 없이 두들기며 비트를 좁쌀처럼 쪼개는 하이해트 소리는 곡의 숨은 매력 중 일부입니다. ‘보통 사람이 향유하는 음악이자 넓은 호소력을 갖는 음악’이라는 대중음악의 정의에 잘 어울리는 노래이자 강승윤도 춤을 잘 춘다는 걸 증명한 2010년대의 명곡 중 하나입니다.

오마이걸의 ‘돌핀’

“상큼하고 시원한 노래 같아.” ‘돌핀’에 대한 초등학생의 이 말은 정확한 것 같습니다. 신시사이저를 줄이고 리듬 기타를 중심으로 비트를 최대한 살려 미니멀리즘을 실행한 이 곡은 바다 위를 뛰어오르는 돌고래처럼 투명하고 가벼우며 시원했죠. 기존의 케이팝 곡들과 차별화에 성공한 오마이컬은 이 지점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합니다. 기존의 여리고 귀여운 이미지에서 조금 더 성숙해졌고 음악도 10대와 20대 초반뿐만 아니라 30대까지도 커버할 수 있는 그룹이 됐으니까요. 그리고 2021년에 발표한 디스코 풍의 ‘Dun dun dance’로 기성세대의 입맛까지 확보했으니 그들의 성장 스토리는 현재까지도 진행 중에 있죠. ‘돌핀’은 이 돌이킬 수 없는 꼰대 필자를 살짝 설레게 했습니다.

아이유의 ‘Eight’

솔직히 말씀드리면 ‘잔소리’와 ‘좋은 날’이 인기를 얻으면서 아이유가 국민 여동생으로 등극했을 때도 저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후에도 아이유의 활발한 활동은 저는 매력을 느끼지 못했죠. 그러다가 제가 일하는 프로그램 앞에 하는 가요 프로그램에서 이 곡을 처음 듣고 작가분한테 가수와 제목을 물어봤습니다. 왜냐하면 전혀 아이유의 노래답지 않았다고 생각했거든요. 선율과 리듬은 볼빨간 사춘기를, 노래를 둘러싼 전반적인 사운드는 1980년대의 뉴웨이브와 펑크를 다시 화제의 중심으로 올려놓은 미국 밴드 에코스미스를 참고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에잇’의 매력 포인트는 가사와 음악의 조화입니다. 수필 보듯 그냥 읽으면 낯설고 생경하지만 선율과 리듬 위에서 노랫말은 잘 어울리면서 세련되고 그루브한 느낌을 유지합니다. 음악의 승리죠. 천하의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가 랩 피처링으로 참여했지만 ‘에잇’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아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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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브레이브걸스 ‘Summer Queen’ (2021)

평가: 3/5

씨스타의 해체 이후, 대한민국을 강타한 썸머송은 쉽사리 등장하지 않았다. 발라드 혹은 프로젝트 그룹 등의 빈자리 메움은 오히려 과거를 그리워하게 되는 갈증을 유발했고 많은 이는 그 시절로의 회귀를 반추하곤 했다. 올해 상반기는 ‘롤린’이 심심함을 달래 주었고 브레이브 걸스는 이 기세를 몰아 공석이던 썸머퀸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깃대를 세운다. 앨범명부터 명명히 드러내는 EP < Summer Queen >은 침체된 여름 시장을 뜨거운 열기로 채워 넣는 돌파구다.

‘롤린’이 시그니처인 플루트를 필두로 탄산을 머금은 듯한 트로피컬 하우스의 정석이었다면 ‘치맛바람’은 딥 하우스에 더 가깝다. 인트로의 색소폰으로 흡인력을 높이고 청량한 기조를 이어가다 후렴에서 터지는 자극 대신 유유히 흘러가는 멜로디를 녹여내는데, 이러한 방식은 자가복제를 면하기 위한 계책이다. 사운드는 한 층 톤 다운됐지만 뻗어 나가는 민영의 고음이 곡을 무겁지 않게 밸런스를 맞춘다. 톡 쏘는 맛 없이도 중독성을 갖고 있기에 왜 이 곡이 타이틀인지에 대한 당위성은 충분하다.

대중의 니즈를 정조준하기 위해 용감한 형제는 그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속된 말로 쌈마이를 여실히 담아냈다. 대표적 예시가 ‘Pool party’다. 멤버들의 합창으로 시작되는 ‘라라라’가 2010년대 초반의 댄스 무대로 데려가고 통통 튀는 베이스가 ‘치맛바람’과는 또 다른 상쾌함을 준다. 다만 넘실거리는 신스 웨이브의 진행이 케이티 페리의 ‘California gurls’, 칼리 래 젭슨의 < Emotion >과 겹쳐지는 구간이 많아 브레이브 걸스의 노래 그 자체로 보이지 않는다.

브라스 사운드가 지배하는 ‘나 혼자 여름’은 1990년대를, 디스코 열풍을 불러일으킨 영화 < 토요일 밤의 열기 >를 차용한 ‘Fever’는 1970년대를 그린다. 특히 ‘Fever’는 쿨 앤 더 갱의 ‘Get down on it’, KC 앤드 더 선샤인 밴드의 ‘Get down tonight’ 등 디스코를 대표하는 숙어 ‘get down’을 가사에 넣음으로써 7080을 추억하게 하는 재미를 지닌다. 한국의 시티 팝이라 불리는 ‘운전만 해’를 포함하여 브레이브 걸스가 너른 스펙트럼을 소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주행의 신화는 이후 행보에 따라 평가가 좌우된다. SNS나 기타 플랫폼의 활약으로 하룻밤 새 스타를 만드는 것은 이전보다 훨씬 수월하지만, 그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아류작에 머무르는 경우는 이미 허다하게 겪었다. 브레이브 걸스는 예외다. 왕좌에 도달한 것은 아니나 여름에 제격인 타이틀과 다양한 장르를 통해 대중을 제 편으로 이끄는데 성공했다. 게다가 영어 가사의 ‘Chi mat ba ram’으로 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당돌함까지, 여러 측면에서 팀 이름을 다시금 증명한다.

-수록곡-
1. 치맛바람(Chi mat ba ram)
2. Pool party (Feat. 이찬 of DKB)
3. 나 혼자 여름
4. Fever(토요일 밤의 열기)
5. Chi mat ba ram (Eng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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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브레이브걸스 ‘치맛바람’ (2021)

평가: 4/5

목표는 분명하고 명확했다. 구매층에 대한 시장조사도 필요 없었고 음악과 이미지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없었다. 민영, 유나, 은지, 유정을 빛낼 수 있는 밝은 분위기와 여름을 표현하는 흥겨움이 신곡에 대한 평가를 좌우할 뿐이었다. 그리고 새 싱글은 이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롤린’을 많이 참고했다. 트로피컬 하우스로 기초공사를 다졌고 그 위에 슈가팝 스타일의 주요 멜로디를 얹어 대중 접근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렸으며 도입부에 유정, 유나, 민영으로 등장하는 보컬 순서도 ‘롤린’과 같다. 후반부의 클라이맥스로 이끌고 가는 진행과 신시사이저 리듬도 유사하며 노랫말에는 ‘롤린’의 가사 ‘Rolling in the deep’과 뮤직비디오에서는 ‘롤린’의 춤동작도 등장한다. 아직은 ‘롤린’의 안전망에서 완전하게 벗어나지 않았음을 적시한다.

이 곡에서 용감한 형제는 작정하고 민영의 보컬을 부각한다. 그는 ‘Help me’와 ‘하이힐’, ‘롤린’보다 가쁜 호흡을 요구했고 민영은 소화해 냈다. 멤버에 대한 무한대의 신뢰가 적용되는 부분. 해외 진출의 꿈을 드러낸 영어 버전에서 ‘살랑살랑’과 바람바람’을 ‘Salrang salrang’과 ‘Baram baram’으로 표기한 것도 인상적이다.

용감한 형제는 주요 멜로디를 부각하는 능력과 세련되게 세공하는 편곡 실력이 뛰어나고 브레이브걸스의 가창력은 동시대 가수들 중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치맛바람’은 이 두 가지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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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차트 역주행 특집 VOL 1. 가요 10곡

역주행의 역사는 되풀이 된다. 방송, SNS 등 다양한 매체와 더불어 밈(Meme), 추억, 감성 등 그 의미 또한 가지각색인 이 현상에 음원 시장과 유행이 급변한다. 대중의 취향과 기호가 과거만 맴돌며 현재를 살아가지 못하는 씁쓸한 실정이지만, 기억 속으로 사라질 뮤지션에게 생명을 불어넣거나 몰랐던 노래의 진가를 발견한다는 장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옛 노래가 굽이치는 물결을 타고 지금 우리의 곁으로 몰려온다. < 슈퍼스타 K >, < 나는 가수다 >, < 복면 가왕 >, <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을 찾아서 > 등의 TV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과거의 음악과 추억을 되새김질했지만, ‘역주행’이라는 이름으로 살아 돌아온 곡은 인터넷을 떠도는 ‘작은 영상 하나’에서 비롯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MZ세대가 만든 디지털 문화가 그 중심에 있음을 뜻한다.

2021년 상반기만 해도 벌써 브레이브 걸스와 SG워너비 두 팀이 어떤 연어보다 힘차게 차트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왔다. 매년 찾아오는 연금과 시즌 송처럼 연례행사에 가까운 이 현상을 이즘에서도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차선을 반대로 달리는 노래가 다시 나오기 전에 이즘 필자들이 대표곡 10개를 선정했다.

EXID ‘위아래'(2014)
아이돌 역주행의 역사를 새로 쓴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 등장하기 이전, 전국을 위아래로 들썩이게 했던 원조 역주행 걸그룹이 있다. 팬 한 명이 촬영한 직캠의 파급력은 놀라웠다. ‘위아래’는 2년의 공백을 가진 무명 걸그룹이 존폐를 논의하던 시점에 사활을 내걸었던 곡이다. 활동 당시의 반응은 미진했으나 발매 3개월이 지난 후 SNS를 통해 멤버 하니의 안무 직캠이 입소문을 타면서 뒤늦게 대중의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들의 역주행 열차는 쾌속으로 질주하며 그해 연말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다. 우연히 영상 하나에서 시작된 이 드라마는 해체 위기의 걸그룹을 완연한 대세로 탈바꿈해 주었다.

포화한 아이돌 시장에서 대중에게 각인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와 같고 일찍이 기회를 잡지 못한 팀들에게 성공의 벽은 높기만 하다. 3년이 꼬박 걸렸던 EXID의 역전은 새로운 성공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들의 역주행 공식에는 방송 출연도, 유명인의 홍보도 없다. 오로지 팬이 만든 2차 창작물의 힘으로 일어섰다. 이는 아이돌 그룹이 주목받을 수 있는 제 3의 경로가 되었으며 아직 빛을 보지 못한 후배 그룹들에게는 포기하지 않고 활동할 수 있는 희망을 주었다. 아이돌 최초의 역주행을 이뤄낸 EXID의 발자취는 새로운 역주행 스타들이 탄생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영향력이 닿고 있다. (김성엽)

볼빨간사춘기 ‘우주를 줄게'(2016)
‘하늘만큼 땅만큼’은 사랑의 척도에서 가장 유구한 관용어지만 볼빨간사춘기는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우주를 안겨줬다. ‘난 그대 품에 별빛을 쏟아 내리고 / 은하수를 만들어 어디든 날아가게 할 거야’라는 귀여운 고백은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냈고 ‘고막 여친’ 안지영의 애교 섞인 목소리와 대학 축제를 비롯한 많은 공연에서 보여준 사랑스러운 모습이 대중을 사로잡았다.

< 유희열의 스케치북 > 출연을 계기로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1개월 만에 10위권에 진입한 ‘우주를 줄게’ 뿐만 아니라 이 곡이 수록된 < Red Planet >의 전곡이 한 해 동안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특히 사춘기의 우울하고 의기소침한 면에 주목한 ‘나만 안되는 연애’나 ‘X Song’은 폭넓은 감정선을 드러냈다. 볼빨간사춘기는 역주행의 수혜를 받은 원 히트 원더에 머무르지 않고 여전히 ‘썸 탈꺼야’, ‘여행’으로 20대 청춘의 찰나를 포착하고 있다. (정수민)

신현희와김루트 ‘오빠야'(2015)
시작은 인터넷 방송가다. ‘오빠야’를 배경음으로 차용한 한 리액션 영상이 우연히 화제를 끌어 각종 SNS의 파고에 탑승하고, 이후 수많은 패러디를 낳으며 젊은 층을 상대로 급속도로 퍼져 나간 것이 열풍의 시초다. 전파 과정만 본다면 다른 이유가 컸을지 모르지만 영상에 대한 관심은 곧 음악으로 이어지기 마련. 결국 그 기세는 영상의 업로드 일자 기준 16일 만에 차트 정상이라는 가시적인 기록으로 환산되었다.

반등의 기회는 생각보다 많이 찾아오지만 정작 제대로 거머쥐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빠야’의 성공 요인은 단박에 꽂히는 강렬한 인트로다. 한번 들으면 도통 잊기 힘든 신현희의 이 한 마디는 영상 너머 노래에도 관심을 가지게 했고, 뒤이어 등장하는 ‘썸’의 관계를 재치 있는 랩으로 풀어낸 코러스는 남녀노소를 막론한 노래방 애창곡 파트로 부상하며 상승 곡선에 박차를 가했다. ‘오빠야’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기까지 걸린 시간, 인트로의 첫 2초였다. (장준환)

마크툽, 구윤회 ‘Marry me'(2014)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는 차 안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르는 사랑 노래가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바로 옆에서 불러 주는 듯 가공하지 않은 음원, 이게 승부수였다. 이 영상이 페이스북의 인기 페이지 < 일반인들의 소름 돋는 라이브 >에 올라왔고 일명 ‘신호대기남’이 큰 관심을 일으키며 영상 속의 곡도 덩달아 주목받았다.

노래의 인기를 살갗으로 느낄 수 있었던 곳은 결혼식장 안이었다. 음원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을 당시 예식장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원곡 가수의 음원보다 말 그대로 ‘일반인들의 소름 돋는 라이브’를 더 많이 들었을 것이다. 축가 타이밍엔 어김없이 ‘Marry me’가 흘러나왔고 한동근의 ‘그대라는 사치’와 함께 결혼식의 단골 레퍼토리가 되었다. 프러포즈 대표곡으로 안착한 노래는 역주행시점 음원 시장에서 일위를 달성한 베스트셀러였고 결혼 시장에서는 스테디셀러가 되면서 그때나 지금에나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김도연)

김연자 ‘아모르 파티'(2013)
수 없이 겪어낸 고난에도 김연자는 제 운명을 사랑했다. 4년의 시간이 흘러 재조명된 윤일상표 EDM으로 기존의 트로트 작법을 과감히 탈피한 이 ‘인생 찬가’는 실로 위력적이었다. ‘연애는 필수 / 결혼은 선택’이 형성한 공감의 힘은 가벼운 세대 통합을 일궈냈고 대학가 축제에 출연한 최초의 트로트 가수라는 이변을 낳았다. BTS, 엑소, 트와이스 등 최정상 위치의 글로벌 케이팝 스타들이 백댄서를 자처한 2018년 KBS가요대축제 엔딩 무대는 이 곡의 위치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젊은 감성과 화려한 후렴구 멜로디는 역주행의 존재감을 높이는데 빼놓을 수 없는 조연이다. 진가는 시대를 꿰뚫은 노랫말에 담겨있다. ‘작사의 신’ 이건우의 역작으로 가사 한 줄, 한 마디가 우리의 근원적 스트레스에 구원자 역할을 자처한다. ‘자신에게 실망 하지마 / 모든 걸 잘할 순 없어’라며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고 ‘나이는 숫자 / 마음이 진짜 /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는 용기를 북돋으며 스스로 실현한 김연자식 명언에 방점을 찍는다. 찰나의 반짝임으로 끝나지 않을 주옥같은 격언들이 시대를 대변한다. 어쩌면 ‘아모르 파티’의 역주행은 당연한 절차였다.(김성욱)

윤종신 ‘좋니'(2017)
역주행 신화를 쓰기 가장 유리한 장르는 역시 발라드일 것이다.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범대중적인 장르인 데다 노래방에서 부르기도 좋으며, SNS에 올라오는 보컬 실력자들의 커버 영상을 통해서도 인기가 쉽게 번지기 때문이다. 2017년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음악 플랫폼 ‘리슨'(LISTEN)을 통해 발매된 ‘좋니’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부를 노래가 없다’는 젊은 세대의 수요를 공략한 아티스트는 유튜브 음악채널 ‘딩고 뮤직’의 ‘세로라이브’로 신세대와 교류를 형성했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한 라이브 영상이 성공을 판가름하며 노래는 가장 많이 들리고, 가장 많이 불리는 곡이 됐다. ‘애청’과 ‘애창’의 동시 포획이었다.

차이는 ‘깊이’였다. 꼭 모은 두 손, 잔뜩 찌푸린 미간으로 열창하는 베테랑 가수의 라이브는 대중의 가슴 한편에 간직하고 있던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했고, 이별한 이의 심정을 대변하는 현실적인 노랫말은 결정적이었다. 원곡을 리메이크한 민서의 ‘좋아’로 차트 정상을 다시 꿰차며 발라드계 ‘답가 유행’을 일으키기도 했다. 음악인으로서 그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각인한 제2의 전성기의 서막이었다. (이홍현)

비 ‘깡 (GANG)'(2017)
허세와 거리가 멀다면서도 ‘백 달러 지폐(Hundred dollar bills)’, ’30 sexy 오빠’를 흥얼대며 여전히 9년 전 ‘레이니즘(Rainism)’에 도취되어 있었다. 향수에 젖어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던 2000년대 슈퍼스타는 이후 영화 < 자전차왕 엄복동 >까지 혹평을 받으며 ‘비’급 연예인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이미지 타격에 쐐기를 박았던 이 실패작이 컬트적인 역행을 일으킨 ‘나.비 효과’였다.

작품이 별로일 수 있다는 주연의 취중진담과 그를 뒷받침하는 누적 관객 수. 성적은 처참했지만 놀림거리로 이만한 흥행도 없었다. 망작에서 비롯한 각종 패러디는 과거를 들추기에 이르렀고 발매 당시에도 잡음이 많았던 ‘깡’이 그 중심을 차지했다. 비록 조롱이 만들어낸 관심이지만 본인도 밈의 인기를 즐겼고 오히려 광대를 자처하며 열풍에 불을 지폈다. 비주류의 인터넷 유행을 대중의 영역으로 견인한 40대 꾸러기의 깡다구는 급변한 콘텐츠 시장을 대변하는 희귀한 역주행 사례다. (정다열)

블루 ‘Downtown baby'(2017)
음과 음 사이의 작은 낙차로 덤덤하게 흐르다가도 ‘너는 나의 다운타운 베이비야’란 훅을 던지는 모습은 과장보다 쿨함을 견지하는 Z세대의 사랑법과 닮아있다. 어쿠스틱 기타가 주도하는 감미로운 소리는 연인과의 추억을 환기하고 ‘너의 눈은 밤하늘에 별이야’란 구절은 라라랜드(로스앤젤레스)의 푸른 밤을 형상화하며 낭만성을 확보한다.

린다G(이효리)가 < 놀면 뭐하니? >에서 불러 스트리밍 차트 정상까지 도달한 ‘다운타운 베이비’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래퍼 블루가 2017년 말에 발매한 곡으로 2년 6개월 만에 빛을 보게 되었다. 이효리의 허스키한 저음은 멜로디의 좁은 폭을 구원하고 기교보다 감각으로 노래하는 가창이 곡에 잘 달라붙는다. “결국 뜰 곡은 뜬다.”는 운명론으로 접근할 수 있지만 실은 대중을 아는 이효리의 감과 공중파 프로그램의 위력이 작용한 결과다. (염동교)

브레이브걸스 ‘롤린 (Rollin’)'(2017)
역주행의 힘을 여실히 증명한 곡. 수익이 거의 없음에도 자식 키우는 심정으로 군부대 공연을 보낸 프로듀서 용감한 형제부터 “음악을 떠나 평범하게 살자고 이야기를 나눴다.”던 유정의 인터뷰처럼 팀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멤버들까지 해체를 앞두고 터진 대박 뒤에는 감동 실화가 숨어있다. 2021년을 뒤집은 이 흥행의 시작은 유튜브 알고리즘이었지만, 실질적 원인은 전심으로 아이돌 그룹을 응원하며 군통령, 군인픽, 밀보드라는 신조어까지 만든 ‘군인들’에게 있었다. 힘든 군 생활 중의 위문에 대한 보답은 상상 이상으로 컸다.

이들의 성공 형태에서는 특이하게도 영상을 통한 현시대의 홍보 방식과 소자본 인디 뮤지션의 활동 양식이 함께 보인다. 무명의 독립 뮤지션이 길거리와 홍대 클럽을 전전하며 공연하는 모습이 군부대를 도는 브레이브 걸스의 모습과 닮았다. 이는 대형 미디어도, 유명인의 언급도 없이 멤버들 스스로가 일궈낸 노력의 결과임을 증명한다. 이엑스아이디가 팬들에 의한 2차 창작물의 중요성을 알렸다면 브레이브 걸스는 무대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일깨운, 사실상 역주행이 아닌 ‘정주행’인 셈이다. (임동엽)

SG워너비 ‘Timeless'(2004)
역시 < 놀면 뭐하니? >는 강력했다. 프로그램에서 부르기만 했을 뿐인데 또 다수 음원차트의 정상에 올랐다. SG워너비가 출연한 이번 방송은 영향력이 더 셌다. ‘Timeless’, ‘내사람: Partner for life’, ‘라라라’, ‘살다가’ 등 여러 곡이 동시에 차트를 휩쓸었다. 톱스타 아이유, 대세 걸 그룹으로 등극한 브레이브걸스도 MBC 예능 < 놀면 뭐하니? >의 정기를 받은 노래들 앞에서 추풍낙엽이 됐다. 특히 ‘Timeless’는 SBS < 인기가요 > 1위 후보로 오르기까지 했다. < 놀면 뭐하니? >는 십수 년 전 나온 노래에 새 생명을 안겨 줬다.

전적으로 방송에 의해 다시 히트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차트에 들어선 노래들은 모두 발매 당시에 큰 사랑을 받았다. 2000년대를 경험하고, 그 시절의 추억을 간직한 세대로서는 SG워너비와 그들의 노래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보컬 그룹이 요즘 얼마 없는 현실도 SG워너비를 돋보이게끔 했다. 가창력이 뛰어난 멤버들이 서로 눈을 맞춰 가며 하모니를 만드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에게 근사하고 살갑게 다가갔다. 인기 미디어, 과거를 향한 대중의 향수, 희소한 체제, 번듯한 가창이 합쳐진 힘이 ‘Timeless’를 비롯한 노래들을 한 번 더 유행의 궤도에 들여놨다. (한동윤)

정리 : 임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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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투챔프 인터뷰

2021년 봄, 대한민국의 모든 인기 차트를 석권하고 해외 K-POP 팬들에게 SOTY(song of the year)라는 칭호까지 얻은 노래 ‘롤린 (Rollin’)’의 공동 작곡가 투챔프(하승목, 황규현)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롤린 (Rollin’)’의 대히트로 바쁜 와중에도 그들은 흔쾌히 인터뷰를 승낙했고,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우선 황규현 씨와 전화 통화를 했다. 그의 목소리와 말투는 겸손한 청년이었고, 정감 어린 문자는 반듯한 소년 같았다. 황규현 씨와의 통화와 글귀만으로도 두 사람의 인성을 느낄 수 있었다. 브레이브 걸스의 네 멤버 민영, 유정, 은지, 유나처럼.

4월 초, 이즘 사무실을 직접 방문한 투챔프와의 대화는 이렇게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둘이 1986년생으로 동갑이더라. 원래 친구 사이였나? 혹시 통하거나 공통점이 있어서 친해졌는지.
규현 : 대학 동기로 작곡을 전공했다.
승목 : 아무래도 오리엔테이션 때는 다들 서먹서먹한데 규현이가 유일하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규현이도 혼자 있고 저도 혼자 있었는데 말을 걸어줘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즐겁게 뭐 하나 만들어 볼까 하면서 시작했다.
 
아무래도 작곡 전공이다 보니 음악 얘기를 많이 했을 듯하다. 음악적인 공통점이 있었나?
승목 : 그때는 전혀 달랐다. 규현이는 밴드나 록 쪽이고 저는 힙합 음악을 좋아했다
규현 : 저는 고등학교 때 밴드 보컬로 음악을 먼저 시작했다.
 
밴드 때 주로 어떤 곡을 카피했는가?
규현 : 엑스 재팬이나 루나 씨, 글레이 같은 일본 록 밴드의 음악을 많이 따라 했다.
 
왜 가수로 진로를 이어가지 않았나?
규현 : 사실 그 정도 실력은 아니었고 취미 생활로 시작했다가 음악을 제대로 하고 싶어서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승목 : 규현이는 록이지만 저는 힙합을 좋아했다. 서로 좋아하는 분야가 정말 달랐다. 어릴 때는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만 듣지만 나중에는 서로 좋아하는 걸 추천하면서 둘이 함께 제이 팝이나 힙합, 발라드를 협업해서 만들기도 했다. 사실 저희 둘이 앨범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자료도 없고 듣기에도 오글거린다.(웃음) 최종적으로 힙합 알앤비로 색깔이 정해지면서 직접 시디를 제작한 적도 있다.
 
팀 이름을 왜 투챔프라고 했는지? 혹시 음악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전적이 있나?
승목 : ‘롤린 (Rollin’)’ 말고는 단 한 번도 없다. 사실 이름을 정할 때 고민이 많았다. 예전에 작업할 때는 강남에 있어서 ‘강남 2인조’로 할까 고민도 했다.(웃음) 지금은 투챔프지만 유키스의 앨범으로 데뷔할 때는 로켓 펀치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었다. 사람들이 모를 줄 알았는데 ‘그때 그분들이시죠?’하면서 연락도 하더라. 이름을 바꾼 이유는 팀을 결성하고 본격적으로 해보자고 마음먹으면서 더 강한 이름을 갖고 싶었다. 로켓 펀치는 뭔가 말랑말랑한 음악을 만들 거 같았다. 그래서 좀 센 느낌의 ‘챔피언’이라는 단어를 넣었고 저희가 두 명이라 투챔프가 됐다.
 
대중음악 역사를 보면 많은 명곡들이 짧은 시간에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롤린 (Rollin’)’도 하루도 안 된 걸로 아는데 혹시 성공을 직감했나?
규현 : 저희는 곡을 만들고 나서 되겠다,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항상 최선을 다해서 만들고 그 결과와 판단은 대중의 선택이다.
승목 : 그건 저희 몫이 아니다. 대신 곡 작업이 빨리 끝나면 기분이 상쾌하다. 이건 저희만의 스타일인데 한 곡을 오래 끌지 않고 오래 고민하지도 않는다. 사실 음악을 더 오래 잡고 있으면 더 안 좋아진다. 집중해서 빨리 끝내는 방식이고 만약 안 풀리면 그냥 과감하게 포기한다.

‘롤린 (Rollin’)’의 작곡 크레디트를 보면 용감한형제, 차쿤 그리고 투챔프가 적혀 있다. 주요 멜로디는 투챔프가 쓴 것인가?
승목 : 그걸 물어보는 분들이 많다. 요즘 음악 시장에는 탑 라인과 곡의 프로듀서로 많이 나뉜다. 저희는 프로듀서로 트랙 비트 메이커에 참여한 것이고 용감한 형제와 차쿤이 탑 라이너를 맡았다. 가오리 춤을 추는 트로피컬 라인은 규현이가 정말 많이 고민해서 만들었다.
규현 : 저희는 인트로와 인터루드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롤린 (Rollin’)’을 만들 때도 인트로만 들어도 ‘이 곡이다’ 싶을 정도의 퀄리티를 만들고 싶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곡을 만들 당시는 트로피컬 하우스가 유행하기 전이라 장르의 특성상 청량하면서도 중독성 있고 쉬운 멜로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승목 : 그래서인지 저희한테 인스트를 내달라고 요청을 많이 하시더라.(웃음)

‘롤린 (Rollin’)’의 곡 분위기는 여름인데 2017년 쌀쌀한 3월에 발표했다. 조금 기다렸다가 늦봄이나 초여름에 발표했다면 4년 전에 이미 반응이 있지 않았을까?
승목 : 일단 그때는 앨범이 급하게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실 저희도 여름에 발표하고 싶었는데 그건 좀 아쉽다.
 
‘롤린 (Rollin’)’이 3월 23일 자 빌보드 K-POP차트 정상에 올랐다. 축하한다. K-POP이 전 세계에서 유행이라 해외 뮤지션들이 투챔프와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요청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혹시 함께 작업하고 싶은 해외 뮤지션이 있다면?
승목 : 꿈만 같은 이야기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롤린 (Rollin’)’ 비트에 저희의 시그니처 마크 사운드를 넣었다. 그것 덕분에 누가 들어도 투챔프의 비트라는 걸 알 수 있게 만들었는데 혹시라도 그걸 듣고 제안이 들어왔으면 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바로 크리스 브라운이다. 저는 크리스 브라운을 정말 좋아한다. 예전부터 그의 음악 스타일을 좋아했고 로망의 대상이다.
규현 : 좋아하는 가수라기보다는 기회가 있어서 위켄드의 곡을 편곡해서 경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 재미있게 작업했다.
 
위켄드의 어떤 노래였나?
승목 : ‘Pray for me’를 편곡했다. 중국의 조음전기(潮音战纪)라는 경연 프로그램에 가수 사무엘이 그 무대를 선보였다. 저희가 그 프로그램을 담당했는데 프로듀싱에서 1등을 차지했다. 유튜브에도 그 영상이 있다.  

투챔프는 앞으로 이런 스타일의 음악이 유행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나?
승목 : 감각은 있지만 그것에 너무 초점을 맞추진 않는다. 내년 이맘때쯤 날씨를 아무도 모르는 것과 같다. 타겟팅을 자꾸 하면 창작의 폭이 좁아지더라. 울타리 친 곳에서만 음악을 하는 것이다. 굳이 맞추고 싶지는 않고 유행은 돌고 돌 듯이 저희가 지금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 언젠가 이런 느낌을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임한다. 저는 그게 올바른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곡으로 장사를 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까지 브레이브 걸스와 몇 곡이나 함께 했나? 
승목 : ‘롤린 (Rollin’)’, ‘운전만 해’, ‘Help me’ 그리고 ‘Yoo hoo’도 했다. 매 앨범마다 수록곡으로 다 참여했다. 브레이브 걸스가 < 불후의 명곡 >에 나가면 항상 저희가 편곡을 맡았다. 녹음하고 작업한 수는 저희가 제일 많을 것이다. 그래서 멤버들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안다.
 
브레이브 걸스의 ‘운전만 해’ 역시 명곡이다. 특히 편곡과 후반부 기타가 굉장히 좋은데 ‘롤린 (Rollin’)’도 그렇고 이 곡도 그렇고 플루트 소리가 깔린다. 혹시 플루트에 대한 열망이 있는지?  
승목 : 일단 해외 팝에는 플루트 소리가 굉장히 많이 쓰인다. 그 당시 저희가 트로피칼 장르를 많이 만들었는데 이미 해외에서는 메인스트림 장르였고 플루트를 많이 사용했었다. 저희는 K-POP에 빨리 접목시키고 싶어서 플루트를 사용했다. 괜히 가상 스튜디오 악기(VSTI) 플루트를 다 결제해서 사곤 했다. (웃음)
 
브레이브 걸스의 네 멤버 모두 음색이 다르다. 민영, 유나, 유정, 은지의 보컬의 특징을 설명한다면?
규현 : 4명 모두 저희가 만든 곡과 잘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유나의 중저음 보컬이 좋다.
승목 : 각각 장점이 확실하다. 민영이는 메인 보컬이고 가창력이 워낙 뛰어나서 저희가 디렉팅할 때 원하는 방향대로 잘 따라준다. 유나는 낮은 음역대가 듣기 좋아서 일부러 하이 음역대를 안 시키는 것도 있다. 웬만하면 좋은 부분을 살리려고 한다. 진짜 특이한 멤버는 유정이다, 유정이는 말할 때와 노래할 때의 목소리가 똑같다. 굉장히 편안하게 적용되는 요소다. 그리고 은지는 민영한테 가려진 숨은 실력자다. ‘운전만 해’는 은지가 주요 멜로디를 불렀는데 그때 은지가 돋보였다.
 
이번에 브레이브 걸스가 신곡을 발표한다는데 혹시 참여하나?

승목 : 아쉽게도 참여를 안 할 거 같다. 회사에서 독립한 지 시간도 좀 지났고 아직까지 콜라보나 요청이 없는 거 보면 아무래도 이번 앨범은 힘들지 않나 싶다.
 
브레이브 걸스의 노래는 쉽고 아이돌의 정석 같다. 그런데 최근 K-POP의 방향은 그룹마다 세계관을 뚜렷하게 형성하기도 하고 해외 팝에 맞춘 미니멀하고 어두운 곡이 주를 이루기도 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규현 : 저희에게 요즘 들어오는 곡 리드에서도 세계관이나 콘셉트가 명확하게 잡혀서 나온다. 이를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작업할 때 어느 정도 반영은 하되 방향성을 그것에만 맞추진 않는다. 저희가 원래 가지고 있는 색은 가져간다.
승목 : 이걸로 파생되는 단점도 많다. 예를 들면 시장에서 곡을 팔기 위해서 작곡가가 곡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정해져 있는 콘셉트와 레퍼런스를 받으면 그것과 비슷한 곡을 만들어야 하는데 결국엔 창작의 개념이 아니라 비슷한 곡을 만들어 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장의 그런 판도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잘하는 건 프로듀서가 만든 음악에 회사가 맞추는 방식이다. 물론 세계관도 중요하지만 저희는 이것에 얽매이지 말자고 다짐했다.
 
< 미스트롯 >에 출연한 정미애 씨의 ‘라밤바’에도 참여했다. 나중에 트로트 쪽으로도 의향이 있나?
승목 : 지금 트로트 앨범을 작업해서 만들고 있다. 마침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이긴 했다. < 미스트롯 2>에 출연한 솔로 여가수의 정규앨범 타이틀로 곧 나올 예정이다. 처음으로 ‘라밤바’라는 트로트를 해봤는데 정말 재밌었다. 신나고 즐겁고 K-POP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해보자고 규현과 얘기했는데 우연치 않게 의뢰가 또 들어왔다. 이번에도 하루, 이틀 만에 썼다.(웃음)
 
최근 프로듀싱 회사 얼라이브 네이션(Alive Nation)을 설립했는데 예술과 경영 사이에 어떻게 밸런스를 맞출 것인가? 앞서 얘기한 의견은 CEO 입장과는 상충될 수도 있지 않나?
규현 : 규격화된 게 아니더라도 저희 음악이 좋아서 찾아주시는 회사가 있어서 참 고맙다.
승목 : 저희가 단 한번도 예술가라고 생각한 적 없다. 그냥 저희가 좋아서 하는 것이고 이 일을 해서 경제적 밑받침이 된다면 좋은 거다. 물론 돈을 무시할 수는 없다. 저희가 지금 프로듀서 두 팀을 데리고 있는데 항상 너희가 원하는 음악을 하라고 말한다. 그런 음악을 찾는 분들이 분명 있기 마련이고 시장을 따라가면 결국 다 똑같은 색깔인데 이름만 다른 음악을 하고 싶지는 않다.
 
유튜브 채널 < 투챔프 2CHAMP >에서 작곡가로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인 조언을 주는 콘텐츠를 많이 다루더라. 평소 작곡가 지망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
규현 : 유튜브 같은 경우는 시청자들이 다방면으로 유입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음악 지망생들을 위해 만든 채널이었다. 저희도 음악을 시작할 때 조언을 구하기 힘들어서 음악을 시작하시는 분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해결해드리고자 하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또 계속해서 도움을 드리려는 와중에 송캠프를 비대면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시청자분들 중 한 분을 모셔서 같이 작업을 하는 프로젝트다.
승목 : 저희가 30대에 들어서자마자 데뷔했으니까 좀 늦게 시작한 편이다. 저와 규현이가 항상 하는 말이 ‘우리 실력이 이렇다 저렇다 피드백 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데뷔 준비 기간을 조금이라도 단축할 수 있지 않았을까’였다. 그래서 지금은 데모 메일을 우리에게 보내주면 무료로 피드백해주고 있다. 저희는 이런 것들을 선순환시키고 싶다. 기회가 없을 뿐이지 실력 있는 친구들이 음지에 많은데 진입장벽이 워낙 높다. 우리나라는 현재 작곡가에 있어 공표된 시스템이 없다. 곡으로 데뷔하기가 정말 힘들다.

어려운 시간도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힘든 상황에서도 음악을 버리지 않은 이유는?
승목 : 생각해보게 되는 질문이다. 글쎄…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항상 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물론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지금 음악을 지망하는 분들도 같은 입장이겠지만 ‘왜 이렇게 힘들게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편하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내가 지금까지 뭘 했는지에 대한 자괴감도 들었고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하지만 버틸 수 있었던 건 둘이었기 때문이다. 혼자였으면 못했을 것이다. 신기한 게 사람마다 감정이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서 슬럼프가 동시에 오진 않았다. 규현이가 그만두고 싶어 하면 제가 잡아주었고, 제가 지쳐 있을 때는 규현이가 도와줬다.
 
좋아하시는 작곡가나 프로듀서는 누구인지?
규현 : 우리나라에선 김형석, 김도훈 선배를 비롯해 좋아하는 프로듀서분들이 많다. 최근엔 누니 바오라는 스웨덴 출신의 프로듀서를 좋아한다. 팝 가수 칼리 레이 젭슨을 정말 좋아하는데 그의 3집 < Emotion >의 ‘Run away with me’에 작곡자로 참여한 걸 알게 되면서 그의 작업물들을 찾아 들었다.
승목 : 개인적으로 김도훈 선배를 좋아한다. 휘성, 거미와 작업할 때부터 정말 좋아했던 선배다. 중요한 건 아직도 트렌디한 트랙을 창조하고 멜로디와 가사를 감각적으로 만든다는 것인데 이것만으로도 존경받아야 할 작곡가다. 저에게 오랫동안 멋진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단한 분이다
 
혹시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승목 : 예전에 만들어 놓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노래가 있는데 이 곡은 오직 에이핑크를 위해서 만들었다. 곡 의뢰가 들어오거나 다른 걸그룹과 콘셉트가 맞아도 ‘아냐, 이건 나중에 에이핑크와 해야 돼’하면서 남겨둔 노래다. ‘롤린 (Rollin’)’의 연장선 상에 있는 곡인데 ‘롤린 (Rollin’)’이 신나는 반면 이 노래는 조금 자제하는 느낌이다. 저희는 그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고 에이핑크를 위해 고이 간직하고 있다.(웃음)
규현 : 저희가 하는 음악과 에이핑크의 색깔이 잘 맞을 것 같다. 저희가 음악을 만들 땐 항상 가수의 색과 이미지를 생각하는 편이라 가수를 먼저 정하고 작업에 들어간다. 예전에 틴탑을 생각하고 만든 ‘I love girl’은 결국 4년 후에 틴탑이 불렀다.
 
인터뷰 : 소승근, 임동엽, 임선희, 이홍현
정리 : 임선희
촬영 : 임동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