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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사춘기 ‘사랑.zip’ (2023)

평가: 3/5

대중이 기대하는 볼빨간사춘기의 음악은 확실하다. 화사한 봄을 닮은 낭만적인 멜로디와 예쁘장한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 또는 침울하게 내면의 아픔을 토로하는 발라드의 이미지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된다면 공감대를 형성하는 정서 밀착형 가사가 될 것이다. 공고한 캐릭터는 쉬운 길을 보장하지만, 욕심이 있는 아티스트라면 이를 오히려 쇄신을 위한 자극제로 삼기 마련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봄에 맞춘 발매 시기 등 < 사랑.zip >은 외견상 익숙한 볼빨간사춘기 이미지의 연속처럼 보인다. 그러나 음악을 뜯어보면 미묘한 차이점이 있다. ‘Chase love hard’의 독특한 발음은 데뷔 초 보컬을 연상시키면서도 보다 주도적으로 리듬을 밀고 당기며, ‘Love story’의 연장선상에 놓인 ‘Friend the end’에서는 바삭바삭한 일렉트릭 기타를 한층 전면에 내세웠다. 안전지대 내에서 도모한 나름의 변주다.

시도가 성공의 동의어는 아니다. 챈트 형식의 존재감이 큰 나머지 ‘Chase love hard’의 황민현은 게스트로서 온전히 녹아들지 못하고 겉돌며, ‘Friend the end’는 소극적인 멜로디 진행으로 움츠러든 아이유의 ‘Blueming’을 듣는 듯하다. 저음이 강해진 목소리 변화에 맞춘 결과물이겠지만 그만큼 옅어진 생동감을 메꿔줄 장치가 ‘friend’와 ‘the end’를 이용한 언어유희로는 부족한 감이 있다.

흥미로움은 수록곡에서 발견된다. 로마에 사랑을 표하는 ‘Rome’은 ‘여행’처럼 해맑은 인사 대신 건조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오묘함을 유지하는 선율과 짤막한 기타 브릿지가 신선한 공기를 불어 넣으며 반복 청취를 유도한다. 비슷한 결에서 전형적인 발라드 ‘사랑이 이별이 돼 가는 모습이’보다 ‘좋은 꿈 꿔 0224.mp3’의 여운이 더 크다. 아쉬울 정도로 짧은 러닝타임에 조심스레 해석의 여지를 남김에 따라 음반의 키워드인 ‘사랑’이라는 단어를 곱씹게 만든다.

물론 이러한 곡을 볼빨간사춘기의 새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는 어디까지나 흥행 공식을 놓을 수 없는 대중가수의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 사랑.zip >은 변화와 유지 사이에서 원만한 합의를 이룬 작품이라 볼 수 있다. 다만 내심 드러내듯 ‘워커홀릭’이나 ‘나비효과’ 등에서 보여줬던 변신 의지를 계속 담아두고 있다면 배짱을 더 갖춰도 괜찮아 보인다. 사춘기가 지났다고 해서 음악을, 미래를 굳어버리게 둔다면 아까우니까.

-수록곡-
1. Chase love hard (Feat. 황민현)
2. Friend the end
3. Rome
4. 사랑이 이별이 돼 가는 모습이
5.좋은 꿈 꿔 0224.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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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사춘기 ‘Seoul’ (2022)

평가: 3/5

어쿠스틱한 사운드, 안정감 있는 구조의 산뜻한 멜로디, 꾸밈음 가득한 보컬이 도드라지는 ‘Seoul’에는 팬들이 볼빨간사춘기에게 기대하는 요소가 모두 모여있다. 한편 전작들의 아이디어를 녹여내어 제련한 만큼 예측 가능해진 전개가 듣는 이를 느슨하게 만들기도 한다. 벌스를 들으면 머릿속에 ‘썸 탈꺼야’가 떠오르고, 후렴에선 초기작 ‘우주를 줄게’가 스친다. 심심함을 감수하며 안정감을 선택한 셈이다.

일상을 시제로 포착하는 가사의 감각은 건재하다. ‘나의 사춘기에게’에서 드러난 한 세대를 꿰뚫는 기적 같은 순간을 재현할 정도는 아니지만 대중의 공감을 끌어냈던 솔직한 감성이 여전히 선명하다. 상투적 세상에 대한 낯선 인식이 그의 음악적 색깔로 자리 잡았다. 소소해서 대중적인 그의 시선은 지금처럼 진솔할 때 가장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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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사춘기 ‘나비효과’ (2021)

평가: 3/5

볼빨간사춘기가 일 년간의 침묵을 깨고 돌아왔다. 멤버의 탈퇴에서부터 시작된 각종 루머들과 악성 댓글들은 심리적인 괴롭힘이 되어 건강까지 악화시켰고 급기야 활동 중단으로 이어졌다. 그로 인한 심경의 변화는 고스란히 음악에 영향을 주었으며 신보 < Butterfly Effect >에는 작년부터 겪은 마음고생과 생채기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앨범의 표지부터 기존의 러블리한 색감과 달리 완연한 회색빛으로 뒤덮였다.

‘썸 탈꺼야’, ‘나만, 봄’, ‘여행’의 발랄하고 톡톡 튀던 볼빨간사춘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몽환적인 건반 연주를 중심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한층 담백해진 창법으로 진솔한 감정을 표현하는데 집중한다. 비슷한 색깔을 지닌 ‘나의 사춘기에게’, ‘Mermaid’ 같은 곡들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후렴구에 거친 일렉 기타 기반의 풍성한 록 사운드를 더해 이전에 없던 폭발력을 처절하게 토해낸다. 결국 그에게 아픔이었을 시간들은 오히려 음악적 성장을 불러와 긍정의 나비효과를 일으킬 작은 날갯짓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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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사춘기 ‘사춘기집 II 꽃 본 나비’ (2020)

평가: 2.5/5

기타 우지윤의 탈퇴가 기타 사운드의 부재로 직결되지 않듯, 안지영 솔로 체제로의 변화 또한 음악의 큰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 사춘기집 I 꽃기운 >의 직계 후속작 < 사춘기집 II 꽃 본 나비 >는 그간 유지해온 볼빨간사춘기의 정서를 충실히 수행한다. 다시 말해 초기작부터 꾸준히 유지해온 아기자기한 노랫말, 그리고 청춘과 풋사랑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볼빨간사춘기의 스타일이 ‘우주를 줄게’나 ‘좋다고 말해’, ‘썸탈거야’ 등 통통 튀고 사랑스러운 분위기의 ‘볼 빨간’ 면과, ‘나만 안되는 연애’, ‘나의 사춘기에게’와 같이 성장통을 그리는 ‘사춘기’ 면으로 구분된다 가정하면 사춘기집 시리즈는 이름부터 후자에 가깝다. 지금까지의 음반이 두 스타일을 섞는 방식으로 다양한 매력을 풀어냈다면 현작은 그중에서 감성적인 결에 집중하는 셈이다.

가벼운 어쿠스틱과 절절한 발라드, 그리고 단정한 사운드로만 구성된 앨범은 앞서 말한 ‘음반의 목적’에서 이해되는 대목이다. 다만, 전작에 비해 캐치한 멜로디 라인이나 귀에 한 번에 들어오는 지점이 적다. 다시 한번 익숙한 대중성을 택했으나 승부수 없는 무난한 편곡 때문에 마치 위축된, 혹은 자신감이 떨어진 듯한 인상으로 먼저 다가오는 것이다. 이는 확실한 선율을 가진 ‘나만, 봄’ 같은 곡이 배치되어 듣는 맛을 구비한 < 사춘기집 I 꽃기운 >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드러나는 차이다.

‘빈칸을 채워주세요’와 타이틀곡 ‘품’은 산뜻한 시작으로 올려놓은 기대감과 다르게 고조에서 절정으로 넘어가는 단계가 이르고, 하이라이트로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곡이 가진 장점을 확실하게 피력하지 못하는 등의 다소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인다. 분명 자주 사용해온 기법임에도 조금 어색한 이유다. 오히려 볼빨간사춘기의 평소 작풍과 조금 달라도, 긴장을 빼고 평탄함으로 일관한 ‘카운슬링’과 ‘민들레’가 덤덤하게 전술한 목적을 충족하면서도 아늑하고 편안한 청취감을 준다.

친한 동료의 탈퇴와 음악이 점점 고착화된다는 일각의 비판, 이를 딛고 창작물을 내야 한다는 고뇌 속에서 < Red Planet >만큼의 충격을 재구현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전세를 뒤집을 만큼의 파격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뿐만이 아니라 소소한 봄날의 공기를 노래하며 쌓아온 볼빨간사춘기의 긴 ‘역사’를 사랑해 주는 팬들이 있는 이상, 안지영의 ‘음색’과 ‘풋풋한’ 가사 노선을 성실히 밀어붙여온 볼빨간사춘기의 정공법은 분명 옳은 방법이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건 감각을 되찾고 번뜩임을 구비하기 위한 휴식과 재정비가 아닐까.

– 수록곡 –
1. 빈칸을 채워주시오
2. 품
3. 나비와 고양이 (Feat. 백현)
4. 카운슬링 
5.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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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사춘기 ‘나비와 고양이(feat. 백현(BAEKHYEON))(2020)

평가: 2.5/5

무더운 날씨, 맥주 한 잔으로 고단한 현실을 털어냈던 그들이 사춘기로 돌아와 순수를 되찾는다. 멤버 우지윤의 탈퇴 이후 변화보다 유지를 선택한 결과다.

설렘이란 지향점을 드러낸 ‘나비와 고양이’는 첫 소절이 끝나고 등장하는 백 코러스처럼 활용되는 백현의 목소리를 더해 색채의 밀도를 높인다. 다만 안지영 음색과의 조화를 위해 힘을 빼며 안정을 추구하는 바람에 장점이 드러나지 않고 그 존재감이 밋밋하다. 후렴구에 집중된 재즈 피아노, 스트링 등 화성 악기의 완성도 높은 편곡은 인상적이나 시작과 함께 반복되는 특정 멜로디는 한 가지 방향만을 제시해 청자의 상상을 강제한다.

‘나비와 고양이’는 안지영이 자신의 반려묘를 보고 느낀 감정을 음악으로 풀었지만 빼곡하게 채워진 악곡 속에서 공감할만한 여백이 많지 않다. 봄의 계절감을 덧칠한 색이 오히려 단조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