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의 최후방에서 영원히 울려 퍼질 송가. 대중음악 최근 트렌드와는 완전히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수익적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러닝 타임은 길고, 스페드 업(sped up) 버전의 인기와는 멀리 떨어져 템포는 느리다. 찌를듯한 고음이나 신파적 요소가 없는 것도 그렇다. 펑키(funky)한 그루브의 리듬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으며, 굳이 스타일을 정의하자면 기타 중심의 잔잔한 록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잔잔하고 차분하다. 듣는 이의 마음을 노래와 똑같은 상태로 만드는 음악의 힘을 온전히 발휘한다. 전기 기타 한 대와 우수에 젖은 목소리로 시작해 기타, 드럼, 코러스 보컬, 등이 새로이 모습을 드러낸다. 곡 자체는 요소를 한 층씩 쌓아가는 점진적 구조다. 신기한 점은 사운드가 점점 차오름에도 터진 감정을 꾹꾹 눌러 담듯 그 이상의 확장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절제된 기타 솔로처럼 말이다. 청자의 감정을 고양하지만, 그러지 못하게 막는다. 우리는 그렇게 더욱 애가 탄 채로 이 노래의 끝을 기다리고 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2022년의 한국을 관통하는 슬로건이다.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던 코로나도 조금씩 걷히기 시작한 지금, 그간 꺾이지 않고 재도약을 위해 숨죽이고 있던 음악계는 그 여느 때보다 강한 자생 의지를 드러내며 움츠린 어깨를 펴고 있다. 숨겨둔 화력을 마음껏 뿜어내며 유독 따스함이 감돈 올해, 그 뜨거운 열기를 일조한 가요 10곡을 선정했다.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아이브 ‘Love dive’
남자 아이돌이 일대 부진의 늪에 빠진, 걸그룹 천하에서 아이브는 경쟁자들의 선풍적 인기몰이나 사회적 트렌드 세팅은 아니었어도 선례가 없을 독자적 표현프레임을 구축하며 웅비했다. 토대는 대중가요에서 거부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곡’ 흡수력의 부각. 가사를 빼도 이야기가 잡힐 정도의 ‘사운드 스토리텔링’을 구현해낸, 변화무쌍하고 벅찬 기승전결 구성이 그 시작이었다. 순식간에 인식의 단계가 인정의 단계로 점프하면서 한해 내내 음반과 음원의 폭발적 호응이 둘러쌌다.
부단한 가사 전달의 노고, 고저가 교차하는 보컬의 분발, 동시대 곡 어디에도 부재한 어두움(다크 팝?)은 비장함마저 피워 올렸고 열다섯-스물의 풋풋한 하이틴들임에도 30대들마저 끌어들이는 윗세대 소구력도 뿜어댔다. 그 어떤 포장과 퍼포먼스보다는 우선 곡이 양질이어야 한다는 음악 예술의 보편이성과 오랜 성공도식을 환기시켰다. ‘괴물’ 신인에 의한 ‘정상’가동이라는 비대칭의 지혜를 일깨우며 ‘올해의 신인’을 단박에 ‘올해의 아티스트’로까지 밀어 올린 ‘올해의 노래’!! (임진모)
크러쉬 ‘Rush hour’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올 한해 크러쉬의 ‘Rush hour’ 챌린지에 동참한 연예인을 줄 세운다면 운동장 한 바퀴는 거뜬할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유튜브를 통해 이름을 알린 인플루언서까지 더한다면 두말할 것도 없다. 제이홉이라는 슈퍼스타의 지원 사격, 제대 후 첫 복귀라는 화제성 등 그 파급의 진원을 다양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본질적인 승리의 근거는 완성도 있는 음악이다.
이토록 강렬한 크러쉬의 펑크(Funk)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의 마지막 정규 음반이 고요한 새벽에 내면을 들여다봤던 < From Midnight To Sunrise >이고 입대 직전에 발매했던 EP가 아련한 사랑 테마의 < With Her >임을 생각하면 더욱 놀라운 방향 전환이다. 꾸준히 업템포의 리듬으로 고취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안무를 추는 크러쉬라니. 단순 바이럴을 위한 곡이 아닌 기악 요소의 적절한 배치와 매끄러운 변주, 이미 여러 번 검증을 마친 보컬의 유려한 콜라주이다. 컴백과 동시에 한 해를 대표할만한 노래를 완성했다. (백종권)
뉴진스 ‘Attention’
뉴진스(New Jeans)의 ‘New’라는 단어에 K팝에 반향을 일으키겠다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전복의 대상은 구세대부터 동세대까지 아우르되 모순은 직관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뉴트로, 하이틴 등 최신의 키워드를 거침없이 전면에 내세우며 입체적인 방식으로 차별성을 피력한다. 이미지적으로는 Y2K 감성의 피처폰, 고전 포털 사이트 등 2000년대 대표 청소년 문화가 현대의 생활양식에 자연스럽게 섞였고, 음악적으로는 1990년대 뉴 잭 스윙과 하우스 리듬을 현대적으로 믹싱한 비트에 다시 1990년대 알앤비의 향취를 얹었다.
그럼에도 미니멀하다. 다섯 명의 보컬이 하나의 음을 투과하여 화음을 이루는 코러스 외에는 멜로디를 최소화하고 10대 멤버들은 2030세대의 청소년기 문화를 위화감 없이 즐기며 청춘의 아름다움을 여과 없이 전달한다. 노스탤지어와 선구안의 결합은 관성적인 새로움으론 꿰뚫을 수 없는 대중의 잠재된 갈망을 자극했다. ‘민희진 걸그룹’이라는 기대와 부담을 환호로 맞바꿀 뿐만 아니라 본질적인 접근으로 현재 K팝 기획의 고착화된 패러다임을 뒤흔들었다. (정수민)
보수동쿨러, 해서웨이 ‘월드투어’
오늘날 인디의 근거지는 홍대가 아니다. 세이수미의 범지구적 활약을 거쳐 인디의 메카로 떠오른 부산은 검은잎들, 소음발광 등의 괴물 신인과 각양각색의 작업물을 내놓으며 독자적인 로컬 신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그중에서도 한 작은 클럽에서의 지연(知緣)으로 시작해 서로의 대표작과 지역색을 합한 지연(地緣) 앨범으로 돌아온 두 밴드, 보수동쿨러와 해서웨이는 부산 밴드 명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제의 아티스트다.
그 합작의 서막을 여는 ‘월드투어’는 올해의 발견이다. 딸깍거리고 자글거리며 각자의 톤을 자랑하는 기타는 광활한 사막을 가로지르는 낭만의 로드 트립을 펼치고, 혼성 보컬을 자연스레 포갠 합창은 대가족의 ‘혈연’까지도 넘보는 듯하다. 8년 전,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캐러밴’이 밟은 서툰 글래스톤베리행 초행길이 떠오른다. 그때와 달리 홍대와 부산, 더 나아가 세계로까지 뻗어가며 발전을 거듭한 한국의 인디. 이제는 거짓이 아니게 된 ‘세계진출’과 그 소박한 염원과 설렘, 그리고 ‘우리는 어디에 있어도 / 다정한 친구가 되는 거야’라는 따뜻한 코멘트에는 오랜 인디 팬들이 경유할 수 있는 감동과 헌사가 담긴다. (장준환)
(여자)아이들 ‘Tomboy’
멤버 수진이 탈퇴하고 흔들리는 상황에서 발표한 ‘Tomboy’는 이전 노래들과는 달랐지만 (여자)아이들을 걸그룹 최상위 포식자 반열에 올려놓았다. 위기에서 공개한 ‘Tomboy’가 국민 히트곡이 된 아이러니는 우여곡절이 많은 우리 인생과 닮았다.
다른 그룹들이 뭄바톤 비트를 바탕으로 한 제3세계 리듬과 드롭, 트랩 스타일을 탐닉할 때 (여자)아이들은 20여 년 전에 유행한 팝 펑크로 자신들의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어렵지 않은 안무와 쉬운 주요 멜로디가 히트 공식의 기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Tomboy’는 2022년 최고의 히트곡이다. 반대의견은 있을 수 없다. (소승근)
비오 ‘Love me’
‘Counting stars / 밤하늘에 펄’, 2021년 힙합계에 새로운 별이 떴다. < 슈퍼스타K >를 넘어 국내 대표 음악 경연으로 자리 잡은 < 쇼미더머니 >의 10번째 시리즈를 통해 화려하게 비상한 주역, 그가 바로 비오다. 단숨에 블루칩으로 떠올라 레드벨벳의 슬기, 소유 등 대중 음악 곳곳에 소리를 남기며 노래하듯 랩 하는 싱잉랩(Melodic rap)의 유행 속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저스틴 비버와 더 키드 라로이의 ‘Stay’를 닮은 비트 위에서 부드러운 톤으로 매끄러운 랩을 펼치며 자신의 매력을 온전히 발휘한다. ‘Counting stars’에 이어 에픽하이를 연상케 하는 멜로디 감각도 확실하게 돋보인다. 이런 젊고 유능한 뮤지션이 끊임없이 나오는 곳이 여기 대한민국 K-힙합 신(Scene)이다. 쇼미(< 쇼미더머니 >) 10년이 강산은 못 바꿔도 음악이 흐르는 물길은 바꿔버렸다. (임동엽)
빅 나티 ‘정이라고 하자 (Feat. 십센치)’
그리움을 완결된 추억으로 만들기 위해선 스스로 납득할 만한 단어로 그 마음을 정확하게 포착해야 한다. 빅 나티와 십센치는 그들의 식어버린 기억을 ‘정이라고 하자’고 말하며 감정을 똑바로 직시했을 때 생기는 어떤 미적 경험을 만들어낸다. 사무치는 이별을 주제로 한 가사는 차트에 이미 가득하기에 관계의 세심한 극복을 다룬 이 곡이 크게 사랑받은 건 반가운 일이다.
적은 수의 코드와 귀에 쉽게 들어오는 멜로디라는 타율 높은 상업적 전략에 터 잡아 유행의 최전선을 달린 스타일의 흑인 음악 터치를 더했다. 대중의 마음을 선명하게 볼 줄 아는 가수들의 조합이라 곡의 내부 요소 간 앙상블도 적절하다. 빅 나티의 선율감이 도드라지는 보컬, 십센치의 언제나 풋풋한 감성, 그리고 따뜻한 어쿠스틱 편곡이 조화를 이룬다. 이보다 듣기 편한 곡을 상상하기 힘들다. (김호현)
윤하 ‘사건의 지평선’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던 어린 혜성은 방향을 잃고 궤도를 이탈했다. 그럼에도 윤하는 고독히 ‘우리’를 중심으로 공전했다. 간결하게 귀를 사로잡는 최근 트렌드와 정반대로 5분이란 시간 동안 숨 쉴 새 없이 쏟아내는 록 사운드의 ‘사건의 지평선’은 절대 흔들리지 않고 간직한 그의 음악 세계로 쌓아 올린 견고한 우주였다. 사건의 지평선 내부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일도 외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표류했던 과거로부터 보낸 구조 신호가 마침내 두꺼운 경계를 뚫고 몇 광년을 거쳐 지금 도달했다.
굴곡진 인생을 말미암아 굵게 새긴 서사는 재개된 축제의 열기를 타고 울려 퍼져 거대한 필연처럼 대중의 마음과 감응한다. 희망은 언제나 곁에 머문다. 주변을 잠식한 절망은 분명 두텁지만, 그보다 밝은 빛이 존재하기에. 산전수전을 겪고도 포기하지 않았던 아티스트의 긍정적인 목소리가 명확한 지침서가 되어 모두를 내일로 이끌기 시작한다. 이에 윤하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손기호)
한로로 ‘입춘’
눈이 녹아 비가 되기 직전의 찰나, 새 출발을 알리는 봄이 본디 그러하듯 모든 시작엔 추위와 온기가 동시에 서려 있다. 갓 첫걸음을 내디딘 아리따운 스물셋 소녀 한로로 역시 이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를 마주한다. ‘아슬히 고개 내민 내게 첫 봄인사를 건네줘요’, 자신의 발화(發花)를 기록하기 위한 곡이라 밝힌 데뷔 싱글 ‘입춘’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한 설렘과 불안을 노래한다.
복잡한 속사정은 여리다가도 폭발하는 호흡 끝에 담겨 있다. 마음 녹여줄 누군가를 기다리던 목소리는 따스한 기타에 포개지며 피어날 준비를 마쳤고, 드럼이 꽃봉오리를 두드리는 순간 목청을 높여 작은 바람이 간절한 열망으로 피어오르게 한다. 간주를 장식한 일렉트릭 기타 솔로는 감정선을 더욱 극적으로 이끌어내고 직후의 가창에선 성대와 음을 살짝 비틀며 가슴을 냉랭히 찢어발긴다. 꽃놀이의 화사함으로 기억하던 계절의 현실은 차디찼지만 굳건한 뿌리의 민들레는 시들지 않았다. 오늘을 넘어 다가올 내일에 용기의 홀씨를 흩뿌린 올해 최고의 청춘 송가. (정다열)
조용필 ‘찰나’
한국대중음악사와 함께 걸어온 발걸음의 무게와 다르게 청춘처럼 산뜻한 ‘가왕’의 복귀다. < Hello > 이후 9년 만에 돌아온 조용필은 자신을 사랑한 이들이 빠져든, 그리고 빠져들 ‘찰나’를 조각하여 모두가 함께할 추억을 현재에 새겨 넣었다. 물론 2022년을 대표하는 자리에 거장의 이름을 올려둔 것은 역사적 가치나 명망에 따른 전관예우의 혜택은 아니다. 기대감을 늘 확신으로 뒤바꿔온 도전정신, 몇 번이고 격변한 시대와의 호흡 등 완숙해질수록 더 치열해지는 그 오랜 노력에 보내는 찬사다.
영원한 열정을 쏟아부었을 ‘찰나’ 역시 칭호에 걸맞게 절륜하면서도,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도도하다. 도시의 밤공기를 머금은 듯 활기찬 록 선율과 옅게 흩뿌리는 코러스가 각자의 자리에서 화려하게 반짝이고, 그 가운데 환희에 찬 보컬이 유려하게 완급을 조절하며 관록을 뿜어낸다. 갈고닦은 재료들이 단방향의 선율로 매끄럽게 조합되어 모든 세대의 귀를 만족시킬만한 트랙이 탄생했다. 정규 20집으로 향하는 왕도, 그 첫걸음에 울려 퍼진 행진곡은 역시 단 한 치도 빗나가지 않았다. (손민현)
머드허니와 앨리스 인 체인스를 위시한 시애틀의 그런지 록 신이나 더 비 피프티투스(The B-52’s), 러브 트랙터(Love Tractor)가 쟁글 팝을 구사했던 조지아주의 아테네 등 각 도시가 꽃피운 음악적 유산은 찬란하다. 스타일의 차이로 인해 사조로 묶기 어려우나 2022년의 대한민국 부산은 세이수미, 검은잎들 같은 밴드의 활약으로 인디 록의 중심지가 되었다. 흐름의 중심에 서 있는 보수동쿨러와 해서웨이(Hathw9y)의 만남은 그래서 특별하다.
두 밴드가 하나의 음악으로 녹아들었다. 두 음악 집단의 매력을 절묘하게 섞은 ‘월드투어’는 해서웨이의 보컬 키위의 몽환적 음색으로 몽환적 모던 록을 구현했고 ‘우리는 어디에 있어도 다정한 친구가 되는 거야’라는 노랫말로 두 밴드의 우정과 청춘의 화합을 강조했다. 해서웨이의 드러머 세요의 펑키(Funky)한 드러밍이 활기를 불어넣는 ‘맛있는 거’도 섬세한 보컬 하모니로 긍정주의를 압축한다.
전체적으로 기타 사운드가 돋보인다. 1990년대의 브리티시 록을 연상하게 하는 ‘페스티벌’은 간결한 도입부부터 조금씩 음의 서사를 쌓아가며 곡 부피를 키우고 얼핏 두 밴드와 이질적인 하드락의 풍모를 갖춘 ‘러브앤피스’는 제목과 메시지만큼 호방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스미스와 더 필리스(The Feelies)를 떠오르게 하는 보수동쿨러의 구슬한과 공감각적 톤을 연출하는 해서웨이의 키위 두 기타리스트가 조화롭다.
밴드는 음악으로 연결된 가족이다. 한 가족으로 보이는 앨범 커버처럼 보수동쿨러와 해서웨이 두 밴드는 합집합을 넘어선 화학작용을 일으켰고 네 곡을 아우르는 음악적 다양성과 곡별 소구력이 단발성 프로젝트 이상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부산 인디 신의 르네상스를 알린 화합의 결과물 < Love Sand >는 밴드 음악의 가족애를 드러낸다.
‘그대 나를 죽여줘’. 2018년 ‘죽여줘’란 싱글로 화려하게 데뷔한 밴드 보수동쿨러. 이들은 늘 맑고 밝은 것보단 조금은 탁한 감정의 불순물을 노래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하루종일 담배만 물고 있던 날들, 삶이 그 자체로 내게 시험과 실험을 던지는 것만 같은 순간을 낚아채 잔잔하고 무뚝뚝하게 확대, 위로를 건넸다. 새어 나오는 시린 마음과 차갑기만 한 공기 사이 그저 따뜻한 온기를 툭, 툭. 인생의 시큼함을 조금이라도 앓아봤다면 보수동쿨러 곁에 비친 자신을 찾는 게 어렵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작년 11월 말 그런 이들의 첫 번째 정규 음반 < 모래 >가 발매됐다. 그룹은 입을 모아 ‘변화’를 말한다. “EP까지는 좀 더 세련되고, 힙한 것에 신경 썼다면 이번엔 최대한 자연스러움에 초점 맞췄다”는 한 멤버의 답변처럼 과연 음반은 어딘가 달라진 분위기를 풍긴다. 조금 더 가까이서 감정을 표현하고 일상을 바라봤다고나 할까? 보컬 탈퇴란 큰 위기 이후 새 멤버 김민지를 영입해 완벽한 정비를 마친 밴드를 12월 중순 이즘 사무실에서 만났다. 굵은 내진을 이겨낸 이들에게서 성장과 성숙의 아우라가 선명하게 뻗어 나왔다.
좌측부터 이상원(베이스), 김민지(보컬), 구슬한(기타), 최운규(드럼)
드디어 정규 1집 < 모래 >가 발매됐다. 소감을 듣고 싶다. 운규 : EP < Yeah, I Don’t Want It >이 무작정 부딪히며 만든 느낌이었다면 < 모래 >는 기획 단계부터 생각한 대로 작업이 이뤄졌다. 전작도 좋았지만 이번 앨범은 과정과 결과 모두 다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이다. 굉장히 뿌듯하고 특히 뜻깊다.
앨범명이 ‘모래’인 이유가 궁금하다. 슬한 : 일상에서 겪는 우울감이나 자조적인 마음속에서 보이는 작은 희망, 행복 등에 집중했다. 모래사장은 넓고 큰 데 이에 비해 모래는 작다. 작은 일상들이 모여서 하나의 덩어리가 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 사이 알맹이들에 조그마한 행복이 묻어 있음을 드러내고 싶었달까.
실제로 만난 밴드는 밝고 에너지 넘친다. 반면 밴드 그룹의 음악에는 늘 어떤 서늘함, 멜랑꼴리함이 서려 있는데. 슬한 : 밴드의 방향을 전과 다르게 가져가려 했다. EP까지는 좀 더 세련된 것에 주목했다면 이번엔 최대한 자연스러움에 초점 맞췄다. 네 명이 뭉쳐지며 만드는 에너지에 중점을 두고 의상이나 편곡 같은 것들도 소위 말하는 힙보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약간 거친 면이 드러날지언정 다듬지 않은 사운드와 감정을 표현했다. 우리끼리 둘러앉아 곡을 듣고 느낀 점을 취합해서 다 같이 노래의 그림을 그렸을 정도로 말이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그 사이에서 어떤 멜랑꼴리함이 형성됐을 수도 있겠다.
언급한 밴드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곡이 있다면? 상원 : 타이틀곡 ‘모래’가 우리의 변화를 잘 담고 있다. 과거와 다른 자세로 만든 음반에 ‘모래’를 타이틀로 한 이유도 모든 수록곡 사이에서 중심이 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곡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연결성이 있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구슬한(기타)
‘모래’의 ‘우울에 얼어붙은새벽의 모래를 밟아 / 쉽게 부스러지는 / 멀어져가는 새들과 / 흩어져 날아가는 말들’이라는 가사가 참 인상적이었다. 슬한 : 2020년 핵심 멤버이자 보컬이었던 주리의 탈퇴를 겪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밴드에서 보컬이 나간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변화이지 않나. 그래서 원래는 그룹 해체를 결정했었다. 당시 마음이 답답해 새벽 산책을 자주 했다. 부산도 추울 때 바다와 모래가 얼어붙는다. 얼어 있는 모래 위를 걸을 때마다 모래가 바스라졌다. 그게 마치 우리 같았다.
해체에서 다시 마음을 다잡은 계기가 있었나? 운규 : 일단 하고 싶은 얘기와 들려주고 싶은 음악이 남아 있었다. 주리가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했던 건 사실이지만 슬한이 많은 곡을 썼다. 빈자리를 충분히 채울 수 있다고 봤다. 처음에 다 같이 해체하는 게 맞다고 결정했지만 내가 먼저 ‘다시 해봐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넌지시 얘기를 꺼냈다. 다들 비슷한 시기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떤 의미에선 정규 1집이 정말 밴드의 첫 시작일 수도 있겠다. 슬한 : 멤버 교체란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걸 하려 했다. 물론 대중이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염려도 있었다. 하지만 겨우 EP 한 장 발매했을 뿐이니 굳이 걱정하지 말자며 마음을 다잡았다.
밴드 포지션을 바꾼 것도 그 때문이다. 예전에는 보컬이 맨 앞에 섰다. 지금은 네 명이 비슷한 라인에서 반원 형태로 선다. 시각적으로 서로가 더 잘 보인다. 밴드 아이덴티티가 바뀌고 하고 싶은 것을 했는데 사람들이 좋아해 주셔서 감개무량하다. (웃음)
김민지(보컬)
새로운 얼굴 민지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다. 보컬을 지원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민지 : 보수동쿨러 팬이라 SNS를 팔로우하고 있었다. 주리의 탈퇴 소식도 보았고 새 보컬 모집 글도 확인했지만 지원하지는 않았다. 쟁쟁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부산에 살고있는 사람을 뽑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그러던 중 예전에 올린 커버 영상을 보고 먼저 연락이 왔다. 큰 기대 없이 합주나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오디션에 왔었다. 지금은 연고가 전혀 없지만 밴드를 하려 부산으로 거처를 옮겼다.
어떤 노래의 커버였나? 민지 : ‘죽여줘’ 였다. 예전에 보수동쿨러 곡뿐만 아니라 취미로 기타 연습도 할 겸 영상을 몇 개 올렸었다. 늘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만… 그 영상을 보면 잘했다, 못했다가 아니라 내가 그날 어떤 기분으로, 어떤 상태에서 영상을 찍었는지 보일 정도랄까? 그래서 스스로는 되게 부끄럽다. (웃음)
보컬이 된다는 게 쉬운 결정이진 않았을 것 같다. 민지 : 부산에 내려가기 전까지 근 3주 동안 정말 심장이 요동쳤다. 이러다 죽는 거 아닐까 할 정도로! (웃음) 짐까지 싸서 오니까 멤버들도 나도 서로 진지하게 지금을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보컬적인 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주리의 팬이었던 사람으로서 내가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거고. 완전히 그의 흔적을 지울 수는 없지만 각자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을 좋게 봐주셨으면 한다.
수많은 지원자 중 민지를 헤드헌팅한 이유가 있을까? 슬한 : 커버 영상에서 민지가 기타 치며 노래하는데 ‘이 사람이 우리 보컬이다’라고 운명처럼 느꼈다. 무엇보다 밴드와 감각이 비슷하다는 인상이 있었고. 민지가 최종 합류하기로 했을 때 그래서 더 내 판단에 대한 불안감이 몰려왔다. 민지가 서울에서 부산에서 이사까지 왔으니 내색은 안 했지만 어떤 부담과 긴장이 쌓인 거다. 한참을 서로 ‘~씨’라 부르며 존칭을 쓸 정도로. 그 시간을 거쳐 더 각별해졌다. 재밌게 밴드를 하고 있다.
한 장의 EP를 거쳐 이제 첫 풀 렝스를 발매했지만 보수동쿨러는 부산을 대표하는 밴드로 우뚝 섰다. 그룹 결성 초창기부터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받은 걸 체감했느냐 물으니 상원이 짐짓 얼굴을 붉히며 손사래를 쳤다. 뒤이어 슬한이 말을 덧붙인다. “부산에서 활동할 때는 사실 잘 몰랐다. 싱글 ‘목화’를 낼 때쯤 진짜 인디 밴드만 공연하는 제비다방 등지에서 불러주니까.. 그때 실감이 났었다.” 부산에서 서울로. 이들이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진짜 좋은 음악은 여전히 입소문만으로도 바다를 건너 우리에게 당도한다.
최운규(드럼)
부산에 위치한 라이브 펍 오방가르드에서 종종 공연하는 것 같다. 작년 3월 민지가 게릴라 공연으로 처음 데뷔한 곳이기도 하고. 운규 : 공연의 음향이 어떻게 송출되는지까지 전부 뮤지션의 책임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실제 음향이 매우 뛰어나고 사장님들이 우리 입장에서 반영을 잘해주신다. 음향 장비도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 인디신의 모든 공연이 오방가르드에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에서도 홍대 인근 클럽처럼 오픈 마이크 제도들을 통해 무대에 설 수 있는지 궁금하다. 슬한 : 일단 바이널언더그라운드, OL’ 55, HQ, 그리고 베이스먼트 등의 공연장이 있다. 이중 바이널언더그라운드, HQ에서 매주 오픈 마이크를 진행한다. (특히 지역 공연장의 공연 정보가 적다고 말하니) 우리도 밴드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막막했다. 어떤 무대에서 서고 어느 공연장에서 우리를 불러줄지 모르니까. 그래서 공연할 팀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면 모여서 머리 맞대고 유튜브 영상을 찍곤 했다. (웃음)
유명 관광지인 보수동(책방골목)을 이름에 달고 있고, 심지어 ‘오랑대’라는 부산 명소를 곡으로 썼지만 뮤직비디오와 음반 커버는 제주도에서 찍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운규 : 큰 의미는 없다. 그전에는 부산에서 자체적으로 뮤직비디오와 커버 사진 등을 찍었다. 이번 음반이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려 했기에 이를 잘 담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부산, 울산, 제주도를 물망에 올렸다. 답사도 다 다녔다. 제주도가 음반의 이미지와 가장 부합하더라. 그래서 제주도가 촬영지가 됐다.
앨범의 마무리를 장식한 ‘오랑대’에는 처음으로 멤버 전원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슬한 : 오랑대에 친구들과 캠핑을 갔었다. 그때 참 행복했다. 이 곡은 무조건 행복한 가사를 쓰겠다고 아껴놨다. 멤버들끼리 모여 각자가 생각하는 행복을 가사로 옮겨 쓴 게 ‘오랑대’다. 그래서 꼭 다 같이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상에서 숱한 고난과 역경들을 마주해도, 그래도 끝 곡 ‘오랑대’처럼 행복하지 않은가 하는 의미에서 앨범의 끝에 배치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곡이다.
이상원(베이스)
‘오랑대’의 명가사 ‘흘러 들어오는 느린 날에 / 불안함은 저 멀리 떠나가네’란 글은 누구의 손끝에서 탄생한 것인가. 상원 : (느릿하게 손을 들며) 내가 쓴 부분이다. 나는 보통 항상 매 순간 불안함을 느낀다. 개인적인 부분이나 여러 가지를 돌아봐도 안정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안정된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고… 늘 그런 상황과 감정 속에 놓여있었다. 행복을 느낄 때가 언젠지 그려보니 휴일에 영화를 보며 조용히 술 한 잔 할 때가 떠올랐다. 보통 집에서 혼술을 자주 한다. 굉장히 조용하고 느긋한… 편안한 순간을 담은 가사로 읽어달라.
밴드에게 < 모래 >란 어떤 의미일까. 상원 : 발매 일인 11월 30일 정오에 지하철에 있었다. 학원에 일하러 가는 길이었는데 (앨범이) 풀렸다는 걸 듣는 순간 이유 없이 울컥하고 눈물이 났다. 여러 가지 일들이 생각나 지하철 한쪽 구석에 가서 울었다. < 모래 >에 특히 소중한 게 많이 들어있다. 앞으로는 힘든 우여곡절 없이 승승장구하고 멋진 미래를 만들어가고 싶다. 그런 기점이 되는 작품이길 바란다.
운규 : 먼저 음악관이 바뀌었다. EP까지만 해도 우리는 무조건 멋있어야 한다며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반면 1집은 곡 콘셉트와 음악 방향성 등 밴드의 본질에 집중했다. 결국 오랫동안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게 훨씬 더 건강하게 그룹을 지속할 수 있을 거다.
두 번째는 드러밍에 대한 자신감. 내 드러밍에 확신이 없었는데 스승님이 테크닉적인 부분만 실력이 아니라 고집부리지 않고 밴드에 녹아드는 사회성도 실력에 포함된다고 하시더라. 그런 측면에서 내가 가진 장점이 팀에 기여하고 있다고 느꼈다.
마지막으로 < 모래 >를 발매하는 모든 과정이 우리의 자양분이 됐다. 의견 충돌로 시행착오를 겪고 감정이 상하기도 했지만 결국 다 나아갈 미래의 거름이라고 본다. 멤버들의 성향도 잘 파악하고 서로 더 가까워질 수 있어서 의미가 크다.
마지막으로 1년 뒤의 보수동쿨러를 그려본다면. 운규 : 현재는 세이수미 연습실에서 대여료를 지불하고 얹혀살고 있다. 지금도 편안하게 작업하고 있지만 1년 뒤에는 우리만의 합주실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하하.
민지 : 약간의 도움은 있었지만 실제로 에이전시 없이 순전히 멤버들의 노력으로 앨범을 제작했다. 원래 주변에 연락을 잘 안 하는데 들어보라고 연락할 정도로 음반에 마치 자식 같은 애착이 있다. 가능하다면 얼른 록 페스티벌에서 우리 노래를 부르고 싶다.
상원, 슬한 : 늘 그랬듯 곡을 쓰고 새 앨범을 준비하지 않을까?
인터뷰가 있던 주말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의 음반 발매 공연을 끝으로 밴드는 다시 부산으로 향했다. 티켓이 오픈되자마자 금세 매진됐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사진 너머 이들의 얼굴엔 그만큼 상기된 흥분이 가득했다. 보수동쿨러, 보수동쿨러. 이들이 밟고 선 진짜 스타트라인에 이제 막 선명한 4개의 발자국이 찍혔다. 우여곡절 많던 시기를 지나 새롭게 펼쳐질 밴드의 앞날을 응원한다.
순조로운 침투였다. 2018년 싱글 ‘죽여줘’, ‘목화’로 인디 신에 발을 들인 보수동쿨러는 이듬해 데뷔 EP < Yeah, I Don’t Want It >으로 짙은 파편을 남기며 본격적인 출범식을 거행했다. 사색적 분위기와 쟁글거리는 사운드를 덧칠한 음반은 입소문을 타고 순식간에 내륙으로 뻗어나갔고 부산을 근거지로 삼던 이들의 무대 역시 전국으로 확장됐다.
얼마 후 순항 중이던 돛단배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쳤다. 보컬 정주리의 탈퇴. 밴드 구성은 물론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던 멤버의 이탈로 팀 해체까지 고민해야 했지만 새로운 얼굴 김민지를 재빨리 영입해 위기 극복 의지를 피력했다. 고뇌를 맛보고 재편을 마친 그들은 심연에 잠식되었던 시간 속에서 발견한 일상을 모아 < 모래 >에 담았다.
풍파를 견뎌낸 이들은 현재의 처지를 썩어버린 ‘귤’과 차디찬 겨울 얼어붙은 새벽의 ‘모래’에 빗대어 부스러진 심경을 대변함으로써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흐르는 눈물의 이유도 애써 묻지 않는다. 위로받지 못한 채 자조적인 물음을 되뇌고, 까만 재로 남았을지라도 우울한 춤으로 마취하는 ‘대니’의 노랫말처럼 내면 속 부유하는 감정들을 침전시킨다.
이들 음악의 중추 역할인 구슬한의 기타 소리는 더욱 맹렬해진다. ‘계절’과 ‘숨’에서 연출한 몽환적인 슈게이즈 사운드가 불안함을 끌어안고 슬픔을 머금은 멜로디를 아름답게 승화시킨다. 극적인 구성으로 후반부 기타 솔로에 힘을 준 ‘숨’과 ‘샌드맨’을 비롯해 정제되지 않은 포효가 앰프를 타고 앨범 전반에 울려 퍼지며 ‘멜랑꼴리함 속에서 피어나는 명랑함’이라는 기존 구호의 틀마저 깨부순다.
프론트를 교체한 보수동쿨러는 팀의 대형에도 변화를 가한다. 앨범 커버에서부터 나타나듯 보컬을 앞세워 전후로 배치했던 전력을 수평으로 넓게 퍼트린다. 같은 선에 서 있는 그들은 멤버 전체를 조명하는 데 집중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호흡할 수 있기에 단단한 리듬 파트와 멜로디 위에 새로 합류한 보컬 김민지의 목소리가 팽팽한 균형으로 맞물린다. 이것으로 밴드 안에 녹아든 그의 존재감과 새로운 활로 개척의 부담을 분할한 팀 전략이 우려했던 공백을 메운다.
파고를 넘어선 보수동쿨러는 이제 얼룩진 감정 위에 장르를 입혀 우리의 일상을 위로한다. 포크와 록을 오가는 선율이 얼어붙은 마음을 두드리고 비관과 낙관이 혼재한 노랫말로 매일을 살아내는 이들의 어깨를 다독인다. < 모래 >는 그 알갱이처럼 흘러내린 하루하루를 부여잡으며 손 틈 사이의 작은 희망을 바라본다. 역경의 나날들이 펼쳐져도, 크고 작은 행복들이 문을 두드려도 그들은 새로운 길로 발걸음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