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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Colde) ‘또 새벽이 오면 (Feat. 백현)’ (2021)

평가: 1/5

데뷔 후 5년 동안 인지도와 인기도가 비례하지 못했다. 청하, 에픽하이 등과의 협연으로 뮤지션들 사이에서는 상종가를 달렸지만 대중에겐 아직 낯설다. 나긋나긋하고 사색적인 음색으로 감정을 울렁이는 그의 알앤비는 고요하고 차분하다. 다크 초콜릿처럼 격정적인 소울이 아니라 우유를 탄 핫초코처럼 그윽하고 부드럽다.

그런데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고 해도 저스틴 비버와 기브온, 다니엘 시저가 함께 한 ‘Peaches’가 들린다. 콜드가 직접 작사, 작곡, 편곡하고 백현이 가세해 고즈넉한 새벽에 투영된 그리움을 담지만 곡이 탄생한 배경은 편하지 못하다. 선율도 밋밋하고 가창은 허약한 채 약한 뼈대 위에서 이미지와 분위기만 부유하는 ‘또 새벽이 오면’은 그래서 듣는 재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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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 ‘Bambi'(2021)

평가: 3/5

뚜렷한 색깔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백현의 음악 세계관은 안정적인 영역 개척으로 이어진다. 여러 장르에 발을 담그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보컬 톤에 최적화 된 깊이의 알앤비 탐구에 가깝다. < Bambi >가 < City Lights >와 < Delight >의 연장선에 있는 알앤비 앨범이지만 사운드의 재질과 보컬 스타일, 감성과 분위기 면에서 분명한 차이를 가져가는 이유다.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다양한 사운드를 파생해내는 방향으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그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보컬의 비중을 높인 것이 안정감의 비결이다. 30대의 섹시함을 노골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어필하는 ‘Bambi’는 사운드에 튀는 구석  없이도 화려한 기교와 자유자재로 변하는 보컬 톤으로 성숙한 양태를 입체적으로 그린다. 은근하게 매혹을 떨구는 스트링 선율과 백현의 가창만으로도 감각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 유려한 멜로디와 감각적인 그루브로 그린 ‘UN village’, 힙한 매력의 ‘Candy’와는 확연히 차별화 된 매력 포인트다.

‘Bambi’로 발휘된 가창의 견인력은 ‘All I got’에서 절정에 이른다. 아리아나 그란데를 연상케 하는 초고음과 휘슬 보이스의 연속은 시쳇말로 목소리의 ‘혼을 갈아 넣었다’고 느껴질 정도로 강한 폭발력이다. 상대적으로 연주의 존재감이 크지 않지만 최고의 악기인 목소리가 메인 소스로 작용하며 사운드의 풍성함을 잃지 않는다. ‘Cry for love’ 역시 다소 절제된 비트를 활용하는 대신 섬세하고 호소력 짙은 가창에 중심을 두며 목소리와 가사에 깃든 애절한 감정에 몰입을 유도한다.

단단하고 완전해진 백현의 보컬 역량을 마음껏 펼쳐놓고 성장과 변화의 흐름도 함께 담았다. 생각 이상의 ‘30’s Sexy’를 보여준 < Bambi >는 30대를 맞이한 백현 앞에 놓인 새로운 국면을 산뜻하게 시작하는 변화의 첫 발이자 전환점이다. 앨범의 무게중심을 보컬에 둔 전략도 성공적이다. 자신의 스타일을 온전하게 정립한 백현은 준수한 데뷔를 넘어 안정적인 알앤비 보컬리스트로 자리를 굳혀 나가고 있다.

– 수록곡 –
1. Love scene
2. Bambi
3. All I got
4. 놀이공원 (Amusement park)
5. Privacy
6. Cry for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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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엠(SuperM) ‘One (Monster & Infinity)’ (2020)

평가: 2/5

2019년, < SuperM >으로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을 차지했던 슈퍼엠은 방탄소년단을 의식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쉽고 편해지면서 대중적 인기를 확장한 반면에 슈퍼엠은 비장하고 무겁고 덜 친숙한 접근법을 선택했다. 경쟁자와는 반대 방식으로 그 방향성을 모색한 것이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기백은 가상하나 친절함이 부족하다. 태권도를 막 배우기 시작한 초심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거리를 활보하듯 어깨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간택되지 못해도 괜찮다는 듯 두 노래 ‘Monster’와 ‘Infinity’의 융합 속에는 울퉁불퉁한 자갈로 가득하다. 조금 더 여유롭고, 한 발짝 더 뒤로 물러섰으면 친근했을 것이다.

슈퍼엠은 SM 엔터테인먼트의 슈퍼 그룹이지만 이번 결과물은 완제품이 아닌, 다음 레벨로 올라가기 위한 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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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 ‘Delight – The 2nd Mini Album'(2020)

평가: 3.5/5

SM 산하의 솔로 뮤지션들은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 성공 케이스인 태연과 태민은 각각 팝스러운 이미지와 화려한 퍼포먼스 등 저마다의 트레이드 마크를 내세운다. 이는 소속사가 단독 가수들의 성질을 구분하고 각자가 서로의 위치에서 개개의 개별성을 지니게 하는 그들의 특출한 전략이다.

백현은 어떨까. 그 역시 전작 < City Lights >에서 감행한 변모로 힙합 알앤비의 고혹에 발맞추며 회사의 가장 ‘힙’한 뮤지션으로의 자리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개성이 완숙하게 다져졌다고 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음악 완성도의 부재보다, 세계관을 온전히 구축하기에는 짧은 경력과 그룹을 벗어난 그가 아직 대중에게 확실한 입김을 불어 넣지 못했다는 점이 솔로 아티스트로의 지위 획득을 가로막는 이유로 보인다. 본작 역시 분명한 방향성에 비해 듣는 이를 자신의 세계로 초대하는 색감, 견인력은 다소 설익어 있다. 그만의, 그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이라 부르기에는 껄끄러운 부분이 있는 것.

그러나 이런 약간의 평범함이 높은 완성도를 만나 오히려 신보의 소구력으로 작용한다. 결론부터 말해 < Delight >는 아주 쉽게 즐길 수 있는 알앤비 음반이다. 여러 프로듀서에게 핸들을 맡긴 사운드 스케이프는 모난 구석이 없고, 보이스 컬러를 잘 활용한 촘촘한 곡 배치로 들을 거리를 확장하며 구성의 넉넉함을 확보한다. 전작과 비교해 한층 짙어진 음향 기조도 대중적인 작법과 거리를 두지 않으면서 도회적인 몽환경을 형상화하려는 아티스트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발현. 쉬운 청취와 캐릭터 다지기 어느 쪽도 놓치지 않는, 그 사이의 줄을 타는 밑그림이 탄탄한 뼈대를 구축한다.

몽롱한 전자음이 둘러싼 ‘Candy’는 그러한 작품의 좋은 타이틀이자 킥오프다. 머리로 내세우는 트랙치고 하이라이트 멜로디의 선율적 쾌감은 다소 약한 듯 보이지만, 밀도 있는 그루브에 유연하게 힘을 풀었다 조이는 목소리와 신시사이저를 서로 포갠 울림에는 타격감이 있다. 뒤이어 켄지가 쓴 ‘R u ridin’?’의 간소한 운율이 가져다주는 속도감, 둔중한 편곡이 춤추게 하는 ‘Ghost’가 중독성을 살리는 구성도 만족스러운 첫인상을 심는다.

속도를 줄이고 보다 절제된 템포를 지향한 곡도 음반에 더욱 쉬운 접근을 도우며 인상적이다. ‘Bungee’와 ‘Love again’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전자는 가라앉은 피아노의 안정감으로, 후자는 어쿠스틱 기타의 자연스러움으로 지속 청취를 가능하게 하며 자극을 피한다. 언뜻 상투적인 겉모양이지만 기본 이상의 짜임새를 보장하기에 호감이 앞선다. 거기에 예상 밖의 발랄함으로 친절한 로맨스를 전하는 ‘Poppin”은 중반 텐션을 끌어올리는 백미.

높은 완성도의 바탕에는 무엇보다 가수의 활약이 성실히 뒷받침되고 있다. 백현은 피쳐링에 참여한 뮤지션 없이 메인 선율과 화음, 추임새를 홀로 소화하며 훌륭한 연기를 펼친다. 더욱 날개를 단 그의 기량이 돋보이는 지점. 성공적인 변모의 첫걸음에서 그것을 좋은 음악으로 연결한 소포모어까지. 가파른 발전이 앞으로의 솔로 활동에 청신호를 켠다. 아티스트 스스로의 바람대로 많은 청자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음반.

– 수록곡 –
1. Candy 
2. R u ridin’?
3. Bungee 
4. Underwater
5. Poppin’ 
6. Ghost
7. Love again


백현 ‘City Lights'(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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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 ‘City Lights'(2019)

평가: 3/5

공식적인 솔로 음반은 처음이지만 그는 여러 듀엣 히트곡을 통해 실력을 증명한 바 있다. 소유와 함께 한 발라드 ‘비가 와’를 비롯해 재지한 터치가 달콤했던 수지와의 ‘Dream’은 백현의 담백한 음색을 느끼게 해주는 싱글이었고, 로꼬의 손길이 닿은 일렉트로닉 팝 ‘Young’을 통해 보컬의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기도 했었다. 첫 미니앨범 < City Lights >는 전 작품들과는 또 다른 결로 새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유혹하는 사운드 스케이프를 바탕으로 한 최신 유행의 관능적 분위기와 보다 농익은 노랫말의 앨범은 힙합 알앤비에 근간을 둔다. 본작에는 한껏 ‘힙’해진 백현이 담겨있다.

초호화, 다국적 작곡가들의 역량으로 음반은 대중성을 확보하면서도 진부한 규격을 피해간다. 작품의 고혹적인 콘셉트를 제시하는 타이틀곡 ‘UN village’가 가요에서 흔히 쓰이는 코드 진행을 차용하면서도 감각적인 편곡으로 밤의 전경을 고풍스럽게 표현한 게 그 예다. 인디 뮤지션 콜드가 작사에 참여한 ‘Diamond’는 속도감 있는 리듬에 구성진 신시사이저를 덧대 복고적인 촉감을 더했다. 잘빠진 비트 위 윤활제 역할을 담당하는 건 여유롭게 구성된 멜로디 라인. 전반적으로 캐치한 후렴은 적어졌지만 세세히 매만진 선율은 알앤비의 매혹적인 그루브를 품고 있다.


보컬도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구실을 톡톡히 한다. 부드러운 리듬감과 세밀한 완급조절, 디테일한 감정선 등 모두 예전보다 발전했다. ‘Ice queen’의 보컬은 나른한 반주 위를 유유하게 흐르며 곡의 몽롱한 감성에 일조하고 강한 베이스 라인이 강조된 ‘Stay up’에서는 힘찬 고음이 빈지노의 피처링과 맞물려 섹시한 매력을 터뜨린다. ‘Betcha’의 후렴에서 시도한 싱잉 랩 또한 이질감 없이 소화했다. 작곡, 작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작풍에 어색하게 끌려가지 않고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았다.

끝에 느닷없이 등장하는 일렉트로닉 팝 ‘Psycho’의 산만함이나, 전체적으로 비슷한 가사에서 오는 밋밋함은 단점이다. 잘 짜인 외양에 비해 메시지와 콘셉트가 단조로운 것 역시 빈틈. 그럼에도 앨범은 소년미가 강조된 전형적 아이돌 스타일과 섹시한 신세대 알앤비의 가운데 지점을 잘 공략하고 있다. 힙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로맨틱하고 부담이 없는 러브 송, 그에 대한 대중의 기대를 잘 읽어낸 결과다. 솔로 가수로서의 본격적인 첫걸음을 산뜻하게 내딛었다.

-수록곡-
1. UN village 
2. Stay up (Feat. Beenzino) 
3. Betcha 
4. Ice queen
5. Diamond
6. Psycho (Bonus tr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