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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룬티어스(The Volunteers) ‘The Volunteers’ (2021)

평가: 3/5

너바나, 크랜베리스, 소닉 유스, 오아시스를 좋아하던 이들의 음악적 취향은 백예린이 프런트맨으로 이끄는 록 밴드 발룬티어스로 결집된다. 백예린과 영혼의 파트너 구름, 드러머 김치헌과 밴드 바이바이매드맨의 조니로 뭉친 4인조는 2018년 사운드클라우드에서의 첫 등장만으로 큰 이목을 끌었고 데뷔작을 발매하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을 고대하게 만들었다. 오랜 기다림을 깨고 모습을 드러낸 첫 정규작은 EP로 미리 공개했던 여섯 곡에 밴드의 정체성을 선명히 해 줄 네 곡의 신곡을 추가하여 본격적으로 밴드의 색깔을 수놓는다.

관전 포인트는 팝 알앤비 보컬리스트로 이미 큰 성공을 거둔 백예린이 로커로 변화한 모습이다. 일찍이 < Our Love Is Great > 앨범의 밴드 세션이나 ‘Square’ 같은 곡을 통해 록과 맞닿아 있는 음악 취향을 드러낸 그는 록 뮤지션으로서의 열망을 밴드의 데뷔작을 통해 실현했고 기존의 여리여리하고 부드러웠던 음색도 변화를 주었다. 거친 질감의 밴드 사운드 ‘Let me go!’와 같은 곡에서 정제되지 않은 음색으로 시원하게 내지르는 가창의 변화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앨범의 전반적인 지향점은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과 그런지다. 이들에게 영향을 준 세기말 밴드 사운드에 백예린의 팝적인 보컬이 녹아들어 발룬티어스만의 스타일을 구현한다. 펑키(Funky)한 기타 리프와 경쾌한 드럼 비트가 이끄는 첫 번째 트랙 ‘Violet’은 마치 록적인 선언이라도 하듯 오프닝을 강렬하게 장식한다. 퍼지 톤의 리듬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Pinktop’, 오아시스를 떠오르게 하는 브릿팝 사운드의 ‘Time to fight back in my way’ 등 다채로운 작법으로 이들이 생각하는 록의 느낌을 자유롭게 그린다.

전통적으로 록 음악에 담긴 저항 정신을 반영하듯 노랫말의 표현 또한 직설적이고 날이 서 있다. 심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노래한 ‘S.A.D’는 벅차오르는 배킹 기타 위로 분노를 터뜨리며 야성적인 보컬과 스포티한 밴드 사운드의 ‘Medicine’ 역시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반항적인 가사가 돋보인다. 핑크 탑을 입은 남자를 소재로 사회적인 편견을 지적한 ‘Pinktop’은 취향과 자유로 귀결되는 밴드의 방향성도 드러낸다.

록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새롭거나 특별한 앨범은 아니다. 록의 원형을 추구하기보다는 팝의 색깔도 섞여 있으며 비슷한 스타일을 구가했던 여러 아티스트들을 떠오르게 한다는 점에서 신선하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이 음반은 마이너한 장르를 소비하지 않는 세대에게 록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고 마니아층에게는 과거를 향한 향수를 자극한다. 대중성이 강한 젊은 뮤지션이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취향을 밀고 나가는 패기와 자유분방한 색채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 The Volunteers >는 의미 있는 시작점이다.

-수록곡-

  1. Violet
  2. Pinktop
  3. Let me go!
  4. Time to fight back in my way
  5. Radio
  6. Crap
  7. Nicer
  8. Medicine
  9. S.A.D
  10.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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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예린 (Yerin Baek) ‘tellusboutyourself’ (2020)

평가: 3/5

‘Square’의 기적은 취향의 결집 및 승리였다. 음악 감상의 주요 수단을 유튜브로 삼은 신세대, 그들에게 어필하는 알고리즘과 플레이리스트 채널의 유행이 솔로를 꿈꾸던 백예린을 단단한 꽃망울로 틔워냈다. 감성을 자극하는 제목 아래 시티팝이라 호명되는 퓨전과 AOR 음악,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몽롱함과 1990년대 밴드들의 멜랑콜리한 멜로디, 여기에 로파이(Lo-Fi)의 예민한 틴에이저 감성까지. 백예린은 < Every letter I sent you. >에 그 정서를 빼곡히 눌러 담았고, 익숙한 세대와 낯선 세대 모두가 그에게 적극 호응했다.

이상의 배경을 짚고 있다면 1년의 텀을 두고 발표한 신보 < tellusboutyourself >의 구성이 더욱 선명해진다. 기초 재료는 그대로 두되 딥하우스와 알앤비, 얼트 록 등 전작보다 너른 장르를 포괄한다. ‘Lovegame’과 ‘Ms. Delicate’처럼 한 곡 내에서 변주를 가져가며 실험적인 면모도 획득한다. 동시에 전체적으로 튀는 곳 없이 매끄럽게 다듬어진 프로듀싱이 두드러지고 몽글몽글한 사운드 디렉팅은 드림 팝과 칠(Chill)의 교집합을 의도하며 보컬은 조곤조곤 편안히 말을 건다. 숱한 유튜브 인기 선곡표들이 그러하듯 국내의 감각보다는 신진 팝 싱어송라이터들의 취향이 가깝다. < 네이버 NOW > 라이브 내용처럼 ‘처음에는 한글로 가사를 썼지만 영어가 이 음악에 더 어울린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곡들이다. 

앨범은 하나의 독립된 작품보다 백예린이 큐레이팅한 일종의 플레이리스트처럼 들린다. 본인이 상징하는 특정 유행과 취향의 흐름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을 발췌하여 체득하고 완성한 열네 곡이 짜임새 있게 맞물려있다. 과거 리뷰에서 우려한 지점이 잘못되었음을 증명하듯 다양한 장르 탐색과 오밀조밀한 코드 변주 및 사운드 활용으로 번득이는 순간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 플레이리스트 성격이 < tellusboutyourself >의 단점이다. 백그라운드 뮤직으로의 기능은 충분하나 그 이상 깊이 마음에 들어오게 하는 힘이 약하다.

활용하는 장르와 그 이해도가 결코 허술하지 않음에도 평범함으로 다가오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You’re so lonely now, so you need me back by your side again’은 공간감 있는 보컬 및 코러스라인, 거친 질감의 베이스와 기타 연주를 교차하며 나아가지만 지나치게 단출한 선율이 텐션을 떨어트린다. ‘Hall&oates’ 속 레전드 팝 듀오의 잔향은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로만 얕게 남아있고, 가사 또한 과거의 좋았던 인연을 단편적으로 묘사하는 데 그친다. 안정감을 위한 프로듀싱은 강하게 쏘아붙여야 할 ‘Hate you’의 분노를 희석하고 차분한 사랑 노래 ‘I’m in love’를 너무도 투명하게 만든다. 일렉트로닉을 더한 ‘“HOMESWEETHOME”’, ‘0415’가 약간의 리듬감을 더해주나 싶지만 무난함으로 일관하여 가벼운 터치에 스쳐가고 만다.

지나치게 평탄한 전개 중 언어의 문제도 발견된다. 장르 무드에 어울리는 발성이 영어임은 분명하지만 그 활용이 예쁜 소리, 감각적인 분위기 구현에 편중되어 가사 전달 및 메시지의 무게감은 떨어진다. 전체적으로 가사에 집중할 곡이 많지 않고 혹 살펴봐도 ‘Hall&oates’처럼 단순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꿈결 같은 잔향의 드림 팝 ‘I am not your ocean anymore’에는 앨범에서 가장 세련된 멜로디의 곡임에도 기시감이 드리워져 있다.

때문에 마지막 곡 통통 튀는 리듬과 촘촘한 비트 위 ‘사랑은 거품 / 거품의 모양’을 읊조리는 ‘Bubbles&mushrooms’가 아주 반갑다. 하지만 영역 확장을 한 발자국 앞두고 영어 가창에 머무르며 주저하는 모습이다. 긴 호흡의 전작에서 ‘Datoom’이 유독 환했고, < Our Love Is Great >의 곡들이 은은히 빛났던 이유를 깨닫는다.

그럼에도 귀를 기울여 들으면 비범한 지점이 있다. 간결한 리프가 단조로워질 때쯤 등장하는 베이스 라인과 이질적인 신스 솔로로 지루함을 탈피하는 ‘Lovegame’은 또래 여성들에게 전하는 현실적인 메시지까지 더해져 매력적인 트랙이 된다. 뉴웨이브와 그루비한 알앤비를 훌륭히 블렌딩한 ‘Ms. Delicate’ 역시 놓칠 수 없다. 현대의 카펜터스를 그리는 인트로에서 부드러운 알앤비로 연결되는 ‘Loner’는 연약한 외로움의 정서를 성공적으로 구현하고, 포근한 위로를 전하는 ‘I’ll be your family!’는 기분 좋은 청량감을 더한다. 운신의 폭을 넓히면서도 개인의 강점은 확실히 인지하고 지킨다. 

성과도 분명하나 개선점도 많다. 의도된 모호함, 편안한 일상 청취를 의도했더라도 그중 귀에 들어오는 순간이나 곡 제목을 확인하게 되는 매력은 필요한데 ‘Square’와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혹은 그에 준하는 결정타가 없어 오래 머무르기 어렵다. 수많은 이들의 취향으로부터 싹을 틔운 백예린이 언뜻 활짝 꽃을 피운듯 보이나 아직 완전히 만개하지 못했음을 느낀다. 본인은 지금을 즐기고 있어 보이지만, 더 화사하게 피어나기 위해선 열광과 찬사의 일회성 소비 대신 긴 호흡을 위한 재정비가 요구된다. 

-수록곡-
1. Lovegame
2. You’re so lonely now, so you need me back by your side again
3. I am not your ocean anymore
4. Hall&oates
5. Ms. Delicate
6. Interlude
7. Loner
8. “HOMESWEETHOME”
9. Loveless
10. Hate you
11. 0415
12. I’ll be your family!
13. I’m in love
14. Bubbles&mushroo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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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예린 ‘Every letter I sent you.’(2019)

평가: 2.5/5

백예린 본인이 밝힌 대로 이 앨범은 2015년 < Frank >부터 시작된 홀로서기의 기록이다. 박지민과의 듀엣 피프틴앤드(15&)의 틴에이지 발라드 대신, 홀로 기타를 잡고 밴드를 꾸려 만들어나간 습작이다. 이 18개의 기록을 가요계 흔치 않은 더블 앨범, 그것도 대부분이 영어 노랫말인 채로 공개할 수 있었던 건 음악 페스티벌과 유튜브 영상을 통해 꾸준히 재생산된 ‘Square (2017)’와 작년 < Our Love Is Great >의 성과가 생각 이상으로 놀라웠던 덕이다. 

각 사이드의 대표 격 트랙 ‘Popo (How deep is your love)’와 ‘Square (2017)’를 통해 백예린이 동경하는 음악 세계를 확인한다. 전자는 ‘Our love is great’을 만든 꿈결 같은 알앤비고 후자는 1980년대 뉴웨이브의 색채로 더 밝아진 선 굵은 모던 록이다. 일찍이 < Frank >와 ‘Bye bye my blue’로 세련되고도 힘 있는 목소리를 들려준 바 있었는데, 여기에 2017년 오아시스의 ‘Champaign supernova’를 커버하며 드러낸 록에 대한 열정을 더했다. 어느 장르에도 어색함 없이 녹아드는 범용성은 백예린이 동세대 싱어송라이터들보다 앞서 나가는 핵심이다. 

대형 기획사에서의 < Our Love Is Great >이 이와 같은 백예린의 스타일을 보다 범대중적으로 압축한 결과물이었다면, < Every letter I sent you. >는 추출 전 위 언급한 두 축을 기본으로 삼아 약간의 변주를 더해가던 성장의 과정을 거름망 없이 그대로 펼쳐 보인다. 곡 수가 많음에도 앨범 단위로 튀는 지점 없이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그러나 ‘우주를 건너’부터 큰 고민 없이 반복하는 코드 진행과 단조로운 가사 내용은 개별 곡의 구분을 어렵게 한다. 짜임새는 준수하나 결정적 한 방이 없다. 

‘Can i b u’와 ‘Berlin’ 같은 간결한 알앤비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배경 음악으로만 기능하고 ‘Bunny’와 같은 속도감 있는 트랙도 핵심을 찌르는 대신 겉을 맴돈다. 래퍼 루피(Loopy)가 프랭크 오션의 ‘Super rich kids’와 닮은 ‘Point’에서 목소리를 더해봐도 쉽사리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를 돌려 듣게 만드는 ‘Popo’, 브릿팝의 영향이 짙은 ‘0310’,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추억하는 연작 ‘Amy’, ‘True lover’에서 단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미 존재하는 결과물을 바탕으로 본인의 이름을 새겨 넣으려니 특별함을 만들기가 어렵다. 

평범한 일상과 닮은 무던한 앨범이지만 역으로 이런 구성이 빛나는 몇 트랙에 더욱 환한 빛을 비춘다. 앨범 후반부 청량한 에너지의 ‘Square (2017)’가 선사하는 해방감은 이른 아침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볕처럼 밝다. 영어 가사 속 유일한 한글 노랫말의 ‘다툼’ 역시 해석본을 펼칠 필요 없이 여린 감성을 확인할 수 있다. 더 많이 보여주고, 더 많이 들려주고 싶었던 아티스트의 열망과 달리 앨범은 몇몇 곡으로 각인된다. 덜어냄의 미덕이 필요한 부분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평가를 달리할 수 있다. 글 서두의 표현대로 ‘습작’이라 하면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나, ‘정규작’으로는 열렬한 반응에 비해 인상적인 결과물은 아니다. 수련의 기간을 통해 본인의 문법을 일부 확립했고 이것이 새로움을 찾는 젊은 음악 팬들의 굳건한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다. 동시에 과거 기록을 모두 소비한 후의 완연한 새 출발과 앨범 단위의 완성도를 고민하게 됐다. 이제 백예린이 부칠 편지의 주소지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