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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 ‘Permission to dance’ (2021)

평가: 3.5/5

모든 게 예상 밖이다. 댄스가 들어간 제목은 ‘Dynamite’와 ‘Butter’보다 훨씬 밝은 에너지를 지니거나 강도 높은 퍼포먼스를 선보일 것이며, 장르 역시 이전의 분위기를 이어받아 디스코, 펑크(Funk)에 힘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신곡은 BTS가 지배하는 먹먹한 감성을 녹여내는 반전을 꾀했다. ‘Make it right’에서 이미 한번 손을 잡았던 에드 시런과의 재결합이 그룹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토대로 진행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이들에게 어떤 재료를 곁들였을 때 본디의 색채가 빛나는지 알고 있고,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신나지만 어딘가 서정적인’ 분위기를 담아냈다.

앞선 두 영어 곡은 당장 눈앞의 힘듦을 잊게 할 흥을 강조했다면 이번은 잔잔한 치유로 온기를 전달한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가스펠을 취하는데, 먼저 랩 파트를 과감히 삭제하여 부드럽게 흘러가도록 연출하고 곳곳에 자리한 일렉트릭 피아노와 현악기로 따스함을 선사한다. 후렴구에서 터트리지 않고 오히려 계단처럼 내려가는 음, 후반부의 그룹 코러스 또한 가스펠의 전형이다. 자극적인 요소를 덜어내다 보니 심심하게 다가올 수 있으나 세 곡 중 가장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섬세함이 있다.

답습은 아니더라도 세계 시장에 규격화된 행보를 보니 블록버스터의 장중함이 그리운 것도 사실이다. 이 모습도 저 모습도 모두 방탄소년단의 자아라지만 신곡에서 살짝 비춘 예전의 감성이 오히려 그때를 찾게 되는 목마름을 낳았다. ‘팝’스타 BTS보다 팝스타 ‘BTS’가 보고 싶어지는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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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제 63회 그래미 시상식 결산 편

다양성과 공정성이라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그래미 어워드가 범세계적인 전염병 때문에 행사 날짜까지 옮겼다. 붉은 융단 위에 별들이 쏟아지던 그때 한국은 3월 15일 아침 9시였다.

제 63회 그래미 시상식은 무관중인 상태에서 마스크를 착용했던 여타의 국내 시상식처럼 익숙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어워드에서 두 차례 연속으로 사회를 맡았던 앨리샤 키스를 대신해 이번에는 언변이 남다른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가 마이크를 잡았다.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식순과 돌발상황에 대비함과 동시에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논란의 감정을 내려놓고 축제 자체를 즐기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코로나에 대응하는 방식

매년 특별한 협업 스테이지를 선보이던 그래미가 코로나의 영향으로 그 규모를 줄였다. 대편성의 무대가 압도하던 과거와 달리 대부분의 뮤지션이 간단한 구성으로 자신의 노래를 한 곡씩 부르고 마치며 ‘2020년’이라는 이름의 플레이리스트를 채웠다. 카메라를 다각도로 활용한 배드 버니와 제이 코르테즈의 ‘Dakiti’, 복고적인 색채와 조명이 잘 묻어난 실크 소닉(앤더슨 팩과 브루노 마스)의 ‘Leave the door open’ 무대가 무관중에 의한 중계의 이점을 적절히 살린 예다.

인상적인 부분은 공연 중간중간 카메라에 잡히는 뮤지션들의 얼굴이다. 관중이 없기에 공연자가 관객이 되고, 관객이 다시 공연자가 되는 이 모습은 마치 아티스트끼리 여는 뒤풀이 파티와 같았다. 자신의 차례가 끝난 뒤 술인지 물인지 모를 잔을 들고 앉아 있는 배드 버니부터 카디 비와 매간 더 스탈리온의 무대를 미친 듯 즐기는 포스트 말론까지 재밌는 장면이 아닐 수가 없다. 관중이 없다고 열기가 식지는 않았다.

코로나 대응 공연보다 대단하고 놀라웠던 점은 따로 있다. 경영난에 처한 내슈빌의 스테이션 인, 뉴욕의 아폴로 시어터 등 총 4곳의 소규모 공연장 직원들이 주요 부문 후보를 소개하며 공연 업계의 실정을 알린 부분이다. 국내에서도 화제인 이 문제에 대해 대중음악의 본토인 미국, 그중에서도 권위 있다는 단체에서는 이를 어떻게 조명하고 고민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이외에도 올해의 레코드 부문 후보의 인터뷰를 티저로 만들거나, 공연을 녹화본으로 대처하며, 화상으로 시상식에 참여하는 등 세심한 준비가 돋보였다.

역사의 절차를 밟아가는 방탄소년단

한국 가수가 그래미 어워드에서 단독 공연을 할 줄이야. 녹화 중계였지만 여의도 빌딩의 헬리패드까지 올라가서 노래하는 BTS를 전 세계가 지켜봤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무대 사이즈로만 보면 제 63회 그래미 시상식 무대 중에서는 최대 크기였다. 제 61회에서는 시상자로, 제 62회에서는 릴 나스 엑스와 함께 노래했던 이력을 생각하면 단계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퍼포머로 참여한 것뿐만 아니라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도 ‘Dynamite’로 이름을 올렸다. ‘Rain on me’를 부른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에게 아쉽게 트로피가 넘어갔지만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해외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카디 비의 ‘WAP’ 같은 노래와 비교해 ‘건전’ 가요 & 가수로 불리고 있다니 생각도 못 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논란을 잠시 잠재우다.

인종차별부터 남녀차별까지 매년 습관처럼 욕을 먹던 레코딩 아카데미(레코드 예술 과학 아카데미, NARAS)가 심사위원단을 대폭 개편하면서 제 61회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본상을 차일디시 감비노에게 2개, 두아 리파와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에게 각각 1개씩 수여해 조금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작년 빌리 아일리시에게 주요 부문 4개를 쓸어주며 ‘몰아주기’ 논란을 다시 가중했다. 

빌보드 HOT 100에서 ’Blinding lights’로 1년 동안 10위권을 지킨 대기록의 주인공 위켄드가 제 6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후보 무관에 그치자 그는 영원한 보이콧을 선언했다. 시상식 전부터 연일 얘깃거리였다. 이러한 여러 문제를 의식한 듯 이번에는 시상식의 주요 부문을 안전하게 ‘나눠주기’로 결정했다. 올해의 레코드, 앨범, 노래, 그리고 신인상을 빌리 아일리시의 ‘Everything I wanted’, 테일러 스위프트의 < Folklore >, H.E.R의 ‘I can’t breathe’, 그리고 메간 더 스탈리온이 수상하며 장내 가장 큰 갈채를 받았다.

후보만 봐도 반 이상이 여성이고 흑인과 백인이 반반이다. 그중 ‘I can’t breathe’는 BLM을 대표하는 노래다. 위켄드 개인과 팬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며, 그의 사건은 분명 레코딩 아카데미에 문제가 있음을 알려주고 있지만, 올해의 본상 결과는 아카데미 위원회도 이제 대중과 사회의 눈치를 보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제 63회 그래미 시상식의 주인공

진정한 주연은 따로 있었다. 9개 부문의 후보에 오르고 4개 부문을 수상한 그의 이름 비욘세. 제 63회 그래미 어워드 후보와 수상에서 최다를 기록했지만 이는 귀여운 수준이다. 올해 베스트 알앤비 퍼포먼스, 베스트 랩 퍼포먼스, 베스트 랩 송, 베스트 뮤직비디오를 거머쥐면서 그는 역대 총 28개의 그래미상을 따냈다. 여성 최다 수상자임과 동시에 남자를 포함하면 거장 프로듀서 퀸시 존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공동 2등이다.

비욘세에 이어 주인공이 또 있다. 본상을 2년 연속 수상한 빌리 아일리시다. 작년 주요 부문을 싹쓸이한 후 그가 받은 ‘레코드 오브 더 이어’의 타이기록은 U2와 로버타 플랙만이 가진 진기록이다. 빌리 아일리시에 이어 주인공이 또 있다. < Fearless >, < 1989 >, 그리고 2020년 포크를 시도하며 예술성을 인정받은 < Folklore >로 ‘앨범 오브 더 이어’를 3회나 수상한 테일러 스위프트다. 엔지니어를 제외한 뮤지션으로서는 프랭크 시나트라, 스티비 원더 등과 같은 레전드들과 동일한 선상에 섰다. 빌리 아일리시와 테일러 스위프트의 나이를 생각하면 이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음악으로 치유하다.

코로나의 영향인지 지난 한 해도 우리의 곁을 떠나간 사람들이 많았다. ‘로큰롤의 왕’ 리틀 리처드, ‘갬블러’ 케니 로저스, 작년 그래미 평생 공로상을 받은 존 프라인, 코로나 위로송 ‘You’ll never walk alone’의 주역 제리 마스던 등 트리뷰트한 뮤지션만 이 정도다. 팬데믹 상황의 힘든 위기 속에서 우리가 그들의 음악으로 치유를 받고, 한데 모여 떠난 이들을 기리는 이런 자리는 그래미 어워드가 아니면 힘들었을 것이다. 집에서만 머무르던 2020년 ‘음악’은 가장 큰 치료제였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시상식은 성공에 가까웠다. 본상 수상자와 각종 기록을 세운 뮤지션들이 이를 증명한다. 여성 컨트리 뮤지션 미란다 램버트, 마렌 모리스, 그리고 흑인 여성 컨트리 뮤지션인 미키 가이턴의 공연까지 집중 조명하며 형식적인 노력까지 놓치지 않았다. 아시아 가수 BTS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레코딩 아카데미 심사위원들은 다양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신경 쓰기도 전에, 흑인과 여성 뮤지션으로 대표되는 다양성의 세상이 이미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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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제 63회 그래미 시상식 노미네이트 편

제63회 그래미 어워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15일 오전 9시(미국 현지 시각 14일) 열리는 이번 그래미 어워드는 원래 1월 31일 개최 예정이었으나 시상식이 열리는 로스앤젤레스 컨벤션 센터 인근 지역 코로나 19 이슈로 인해 한 달 이상 연기됐다. 

오랜 시간 대중음악계 최고의 권위 시상식으로 여겨진 그래미였지만 최근 그 위상은 많이 추락한 상태다. 2010년대부터 여성 아티스트, 유색 인종 아티스트들에 대한 홀대 논란이 매년 반복되며 ‘화이트 그래미’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의아한 수상 결과와 뚜렷한 개선점 부재로 그래미를 운영하고 수상자를 결정하는 레코딩 아카데미(레코드 예술과학아카데미, NARAS)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에게는 최근 들어 가장 의미 있는, 또 주목해야 할 시상식이 되었다. 말도 많지만 꼭 지켜봐야 할 제63회 그래미 어워드를 소개한다.

역사를 쓴 방탄소년단

마침내 한국 가수가 그래미에 이름을 올렸다. 방탄소년단(BTS)은 올해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에 ‘Dynamite’로 노미네이트 되며 한국 대중가수 최초로 그래미 어워드에서 경쟁하게 됐다. 2019년 ‘베스트 알앤비 부문’ 시상자로 처음 그래미 무대를 밟은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와 합동 공연을 펼친 데 이어 올해 수상 후보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단독 퍼포먼스도 진행한다. 

‘Dynamite’는 명실상부 2020년을 대표하는 히트곡이다. 한국 아티스트 최초의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 등극 쾌거에 이어 3주간 1위를 고수했고, 현재까지도 28주 연속 톱 50 내 진입하는 등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이후 조쉬 685와 함께한 ‘Savage Love’ 리믹스 역시 정상에 오르더니 ‘Life Goes On’으로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데뷔라는 기록도 세웠다. 

세계적인 팝스타가 된 방탄소년단은 이제 보수적인 그래미도 외면할 수 없는 이름이 되었다. 물론 그래미 어워드의 핵심인 본상 부문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반,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신인) 노미네이트 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지난해 정규 앨범 < Map Of The Soul : 7 >, < BE >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음에도 ‘Dynamite’ 한 곡만 선정된 것 역시 찝찝하다. 그래미는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로 어느 정도 개혁 이미지를 취하고, 방탄소년단은 다음 단계를 위한 안정적인 도움닫기를 내딛는 모습이다.

수상 가능성이 높진 않다. 2012년 신설된 부문 ‘베스트 팝 듀오 / 그룹 퍼포먼스’에서 보이그룹이 후보로 오른 것은 2019년 백스트리트 보이즈와 2020년 조나스 브라더스 단 두 번 뿐이고 수상에도 실패했다. 올해 BTS 역시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 저스틴 비버, 두아 리파와 제이 발빈, 테일러 스위프트 등 쟁쟁한 팝스타들과 경쟁을 펼친다. 

그럼에도 결과와 관계없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큰 의미다. 유색 인종, 미국 외 음악에 유독 인색한 레코딩 아카데미조차도 ‘Dynamite’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최근 영화 < 미나리 >의 골든 글로브 어워드 외국어영화상 수상 등 미국 내 아시아 커뮤니티의 영향력 증대와 케이팝의 글로벌 인기를 증명하는 부분이다. 향후 케이팝 그룹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꿈의 무대’ 그래미 물꼬를 텄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수상 유무와 관계없이 방탄소년단은 이미 큰 성과를 거뒀다. 아티스트와 관계자, 팬 ‘아미’ 모두 결과와 상관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무대와 시상식을 즐기면 된다. 

위켄드 스넙(Snub), 위상 잃어가는 그래미

GRAMMYs 2021 Nominations: The Weeknd Slams Recording Academy After His Snub,  Says 'The Grammys Remain Corrupt' - Onhike - Latest News Bulletins

“그래미는 부패했다. (그들은) 음악계 투명성에 큰 빚을 지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노미네이트 소식과 달리 올해 그래미 어워드에 대한 시선은 최악이다. 2020년을 지배한 히트곡 ‘Blinding Lights’의 주인공, 캐나다 팝 뮤지션 위켄드에게 본상 부문은 물론 단 하나의 부문도 허락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실망한 아티스트의 분노 어린 반응과 더불어 엘튼 존, 찰리 푸스, 키드 커디 같은 동료 뮤지션부터 빌보드, 롤링 스톤과 같은 음악지들까지 한 목소리로 비판을 쏟아냈다.

그래미 어워드를 둘러싼 논란은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위켄드의 ‘스넙(Snub : 경멸의 의미를 담은 무시)’ 사건은 시상식의 공정성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그래미 어워드의 후보를 검토하는, 이른바 ‘비밀 위원회(Secret Committee)’라 불리는 조직에 대한 분노가 크다. 

‘비밀 위원회’는 2만 3천여 장에 달하는 후보 작품들에 대한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 결과를 검토해 후보를 최종 승인하는 집단이다.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는 이들이 음악적으로 편향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져가고 있다. 지난해 레코딩 아카데미 내 성추행을 폭로하며 해고된 전직 CEO 데보라 듀건이 비밀 위원회의 투표 비리를 언급한 데 이어, 어제 (12일) 위켄드는 “비밀 위원회가 존재하는 한 그래미에 내 이름이 오를 일은 없을 것”이라며 향후 그래미 보이콧을 선언했다. 

zayn on Twitter: "Fuck the grammys and everyone associated. Unless you  shake hands and send gifts, there's no nomination considerations. Next year  I'll send you a basket of confectionary."

2020년 빌리 아일리시가 본상 4개 부문을 싹쓸이하며 증명된 그래미의 ‘몰아주기 관행’, 여성 및 유색 인종 투표인원을 충원함에도 큰 변화 없는 결과 역시 ‘비밀 위원회’의 전횡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해할 수 없는 후보 선정도 의혹의 일부다. 2010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캐나다 DJ 케이트라나다(Kaytranada)가 올해의 신인 부문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지난해 활약한 피오나 애플, 릴 우지 버트 등 아티스트들의 이름도 그래미에서 찾아볼 수 없다. 

한편으로는 그래미 어워드가 위켄드에게 지난 2월 7일 슈퍼볼 하프타임 쇼와 그래미 퍼포먼스 라이브 중 양자택일을 강요했다는 의혹까지 터지며 그래미에 대한 시선은 더욱 악화되었다. 슈퍼볼 무대를 택한 위켄드에게 그래미가 외면의 방식으로 보복했다는 주장이다. 보이그룹 원디렉션 출신의 솔로 가수 제인 말리크 역시 지난 8일 “악수나 선물을 건네지 않으면 노미네이션도 없다”며 그래미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비판 가운데 소소한 변화, 역사를 쓴 비욘세

이렇듯 산적한 비판을 해결해야 하는 그래미지만 시대의 흐름을 따라 변화를 준 부분도 있다. 올해부터 ‘어반(Urban)’이라는 장르 이름을 ‘프로그레시브 R&B(Progressive R&B)’로 대체하고 ‘월드 뮤직’ 부문을 ‘글로벌 뮤직’으로 바꾸는 등 신경을 썼다. 신인 부문의 발매곡 제한 규정을 철회한 것도 환영할 요소다. 

올해 그래미 어워드에 최다 노미네이트 된 아티스트는 비욘세다. 비욘세는 지난해 ‘Black Parade’와 래퍼 메간 더 스탤리온과 함께한 ‘Savage’로 총 9개 부문에 후보로 선정됐다. 이미 24번 그래미에서 수상한 비욘세는 이번 시상식으로 통산 79번 노미네이트 되며 가장 많이 그래미 후보로 오른 여성 아티스트 기록을 세웠다. 

두아 리파, 로디 리치, 테일러 스위프트가 6개 부문 노미네이트로 뒤를 따른다. < Future Nostalgia >로 2020년을 휩쓴 두아 리파는 올해의 앨범, ‘Don’t start now’로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 부문을 거머쥐었다. 신성 로디 리치는 다베이비와 함께한 ‘Rockstar’로 올해의 레코드에, 본인의 히트곡 ‘The box’로 올해의 노래에 이름을 올렸다.

제62회 그래미 어워드에 불참했던 테일러 스위프트는 앞서 ‘베스트 팝/듀오 그룹 퍼포먼스’와 더불어 < folklore >로 올해의 앨범, ‘cardigan’으로 올해의 노래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지난해 본상을 싹쓸이한 빌리 아일리시가 올해 역시 ‘Everything I wanted‘로 본상 2개 부문(레코드, 노래)에 오른 모습 역시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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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방탄소년단과 브레이브걸스의 평행이론

‘다른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사람의 운명이 같은 식으로 반복된다.’ 많은 사람들이 어렴풋이 뉘앙스를 알지만 정확히 뜻을 모르는 평행이론의 정의다. 세상 많은 곳에서 이 미신적인 법칙이 실제로 발생하지만 의도적으로 생산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도대체 어디에 방탄소년단과 브레이브 걸스의 평행이론이 존재할까? 지금부터 이 두 팀의 평행이론에 근거가 되는 세 가지를 (억지로) 엮어본다.

1. 외국에서 더 난리 난 신토불이
방탄소년단이 ‘I need U’로 첫 1위를 차지했지만 그때까지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서서히 부상하는 지역구 스타였다. 이때까지 많은 사람들은 방탄소년단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에 ‘봄날’이 폭발했지만 해외에서는 ‘불타오르네’의 영상이 아시아와 유럽을 시작으로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2017년에 공개한 ‘DNA’로 그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무대에 오르면서 미국 입성에도 성공했다. 전면적인 역수입은 아니었지만 방탄소년단을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그들의 음반이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에 오르고 미국 텔레비전에 출연하고 나서야 방탄소년단에게 집중했다. ‘국민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10년 동안 활동했지만 일부 팬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브레이브걸스도 외국의 반응이 상대적으로 더 뜨거웠다. 2017년, 전 세계에 케이팝을 알리기 위한 < 케이콘 > 공연에서 브레이브걸스가 ‘Rollin”을 부를 때 외국인들은 한국어로 노래를 따라 불렀고, 브레이브걸스의 뮤직비디오와 공연 동영상에 외국어 댓글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심지어 케이팝 커버 댄스 대회에서 ‘Rollin” 안무를 추는 외국인 참가자가 있을 정도. 그런 해외 팬들이 최근 ‘Rollin”의 역주행을 기뻐하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화적 사대주의까지는 아니지만 방탄소년단과 브레이브걸스가 해외에서의 좋은 반응을 발판 삼아 한층 더 성장한 것만큼은 부정할 순 없다.

2. 방탄소년단의 ‘아미(Army)’와 브레이브걸스의 ‘레알 아미(Real Army)’
전 세계 팬덤 중에서 가장 막강한 파워를 소유한 아미는 모든 걸 바꾼다. 시위 문화부터 역사 인식, 사회적 이슈, 심지어는 부모와의 갈등까지 크고 작은 문제에 적극 개입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런데 요즘 강력한 경쟁상대가 등장했다. ‘레알 아미’다.

알려진 대로 브레이브걸스 역주행의 일등공신은 군인과 예비역이다. ‘은혜 갚은 예비역’이라는 댓글로 알 수 있듯 ‘Rollin”을 들으면서 군 생활을 버텼다는 남정네들은 브레이브걸스에게 보은의 징표로 이 곡을 재소환해 음원차트 1위로 만들었다. 위문공연을 위해 백령도까지 갔다는 브레이브걸스에 대한 ‘진짜 아미’들의 충성이다.

방탄소년단과 브레이브걸스가 조인트 콘서트를 한다면? 숫자로만 보면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아미’가 월등히 앞서지만 일당백인 브레이브걸스의 ‘레알 아미’의 기세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3. Speaker
방탄소년단이 해외활동 할 때 말을 제일 많이 하는 멤버는 RM일 수밖에 없다.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그는 모든 인터뷰에서 대표로 말을 하고 다른 멤버들의 발언까지 통역한다. BTS가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영어를 잘 하는 RM이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브걸스의 멤버 유정도 홍콩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덕분에 영어에 능통하다. 비 유학파 RM과 달리 영어 문화권에서 직접 생활한 덕분에 유정의 행동은 서구적이다. 카메라 앞에서도 어색해하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행동은 능동적이고 씩씩하고 쾌활하다. 브레이브걸스가 해외로 진출한다면 소속사는 통역사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4. 멸시와 무시를 극복한 집념과 용기
데뷔 초기 방탄소년단과 브레이브걸스의 반응은 비슷한 듯 달랐다. 2011년에 5인조로 출발한 브레이브걸스는 2016년에 현재 멤버인 유나, 유정, 은지, 민영의 4인조로 체질개선을 했지만 1기는 물론 2기 멤버들도 그 어떠한 욕을 먹지 않았다. 왜냐하면 단 한 번도 주목을 받지 못했으니까.

이와 반대로 방탄소년단은 처음부터 비난을 마주했다. RM(김남준)과 슈가(민윤기)가 힙합 진영으로부터 ‘계집애처럼 화장하는 랩 그룹’이라는 치욕적인 멸시를 받았던 영상이 훗날 회자 될 정도로 방탄소년단은 무시당했고, 데뷔 당시에 선배 아이돌 그룹들의 일부 극성팬들로부터 살해협박도 받았다. 방탄소년단을 ‘표절소년단’으로 부른 것은 가장 수위 낮은 린치였다.

무관심이라는 서러움을 버텨낸 브레이브걸스와 이유 없는 증오를 정면 돌파한 방탄소년단은 우리나라 근대사의 축소판이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수십 년 동안 고난을 감내하고 2021년의 대한민국을 일군 역사적 서사는 많은 난관을 극복한 브레이브걸스와 방탄소년단을 통해 투영된다. 잘 살아보기 위해, 후손에게 과거의 치욕을 다시는 주지 않겠다는 우리 부모님과 어르신 세대의 끈기와 집념은 브레이브걸스와 방탄소년단의 감동적인 성공과 같다.

언더독에 대한 측은지심은 한국인의 마음속에 있는 본바탕이다. 힘든 과거를 이겨낸 이들을 고생시켰다는 미안한 마음과 뒤늦게 알게 됐다는 후회가 시너지 효과를 낸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공중파 방송과 매스컴, 삐뚤어진 안티 팬들에게 푸대접을 받았던 두 그룹의 성장 스토리는 절대로 개선이 안 되는 자기개발서가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일기다. 브레이브걸스와 방탄소년단의 아름답고 선한 동화는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역사적인 순간이 되어야 한다. 빌리 조엘이 부른 노래 ‘Only the good die young’의 제목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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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IZM 연말 결산 특집 Feature

2020 올해의 가요 앨범

사회적 거리두기로 공연이 사라지자 예술가들은 창작에 몰두했고 그 결과로 우리는 여느 해보다 많은 앨범 단위 결과물을 접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듯 쏟아지는 작품 속에는 치열한 젊음의 고민과 베테랑의 조용한 귀환, 글로벌 단위의 논의가 돋보인다. IZM 선정 2020년을 대표할 가요 앨범 10장을 소개한다.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더 블랭크 숍(The Blank Shop) < Tailor >

미디어의 도움 없이 음악 자체로 자생하기 힘든 시기에 만능 뮤지션 윤석철은 좋은 대중가요를 고민했다. 화려한 뮤직비디오 없이도, 굵직한 퍼포먼스 없이도, 예능 프로그램의 도움 없이도 그 자체로 오래 들을 수 있는 이지 리스닝의 팝을 지향했다. 그는 이 작업을 위해 더 블랭크 숍이라는 새 페르소나를 만들어 좋은 가요 프로듀서의 첫 발을 내디뎠다.

고급 맞춤 정장처럼 참여 가수들에게 딱 들어맞는 < Tailor >는 만능의 작품이다. 일렉트로닉, 재즈, 힙합, 블루스, 록, 인디 등 다양한 장르가 치밀한 재봉술을 거쳐 금방 흥얼거리고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로 뽑혀 나온다. 일상 속 단편을 흥미롭게 관찰하여 한 편의 완성된 이야기로 풀어내는 그의 음악에는 기타 수식어가 필요 없다. 산업과 기술의 시선 이전에 음악은 그 자체로 좋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 우리는 엔터테이너보다 이런 외골수에 더 집중해야 한다. (김도헌)


추다혜차지스 <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

신에게 소원을 빌기도 하고 신의 꾸지람을 듣기도 하며, 산 자의 건강과 행운을 빌면서도 망자의 영혼이 평안하기를 비는 무속음악 무가(巫樂). 굿판에서 벌어지는 음악이다. 삶에 대한 인간의 소망이 담겼음에도 참으로 기괴하고 소름 돋는다. 적어도 추다혜차지스의 <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를 듣기 전까지는. 굿판을 벌이는 장소이자 마을의 수호신이기도 한 ‘당산나무’ 아래서 무가는 위로의 언어로 재탄생한다. 놀랍게도 재료는 펑크(Funk)다.

우리가 나고 자란 한국의 토속적인 정서가 오히려 반(反)대중적이라 느껴질 만큼 국악은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앨범은 가히 2020년 음악계의 충격적인 사건이라 불릴 만 한다. 국악, 그것도 무속음악을 들으면서 ‘얼씨구‘와 같은 몸짓이 아닌 힙합에서 나올 법한 그루브를 탈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럼에도 감상의 끝에 남는 건 애절한 꺾기의 향연, 그 숭고하고도 처절한 한국의 정서다. 지극히 대중적이고 서양적이며, 동시에 철저히 한국적이다. 앨범 전반을 매끄럽게 주도하는 파격적인 장르의 혼합, 무가의 재해석. 국악의 새 시대를 열었다. (조지현)


진보(Jinbo) < Don’t Think Too Much >

말 그대로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로킹한 기타와 현란한 드럼, 그리고 뒤뚱거리는 신시사이저가 그루비한 작법 아래 감당하기 힘들 만큼 쏟아진다. 풍부한 성분과 영양을 갖춘 사운드 위로는 화려한 피처링진이 각자의 감칠맛을 발휘하며 곡에 녹아든다. 이때 필요한 준비물은 활짝 열린 귀 뿐, 이후로는 그저 트랙에 몸을 맡기면 된다.

탄력적인 프로듀싱의 < Afterwork >와 자기만의 색채로 히트곡을 버무린 선집 < KRNB >, 그리고 몽롱한 사랑의 언어 < Fantasy >의 걸출한 커리어를 거쳐, 진보(Jinbo)는 또 한 번 아이디어의 창고 아래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더욱 직관적인 형태로 발전한 < Don’t Think Too Much >는 모두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일종의 자유이용권이다. 이를 어떻게 비유하면 좋을까. 고막 위 펼쳐지는 힙합 퍼레이드. 음악계 풍운아가 만든 감각의 제국. 매끄럽게 오르내리는 롤러코스터. 수식어가 부족할 정도다. (장준환)


방탄소년단(BTS) < MAP OF THE SOUL : 7 >

케이팝 보이 밴드가 아닌, 팝 뮤지션이자 BTS 그 자체가 되기 위한 고군분투가 담겼다. 일곱 명의 7년이 담긴 < MAP OF THE SOUL : 7 >은 멤버 개개인의 자아를 녹여내면서도 그룹의 역사를 유기적으로 엮으며, 더 높은 곳으로 날기 위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 강산이 변하기도 전에 그들은 국내 대중음악의 틀을 바꾸고, 세계 팝 시장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Intro : Persona’ ‘Interlude : Shadow’ ‘Outro : Ego’로 이어지는 서사적 앨범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oy with luv) (Feat. Halsey)’의 밝음과 ‘Black swan’의 어둠이 상반된 힘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Respect’처럼 힙합을 보여주다가도 ‘Filter’처럼 라틴을 내비친다. 자신들에게 한계가 없음을 증명하며 다양함으로 거대해지는 사운드가 BTS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단결한다. 음악부터 비즈니스까지 이젠 그들이 기준이고, 케이팝이다. (임동엽)


NCT < NCT Resonance Pt.1 >

< NCT Resonance Pt. 1 >은 새 시대를 여는 SM의 야심이다. 개방과 확장이라는 두 모토 아래 유기적으로 회전해온 NCT는 두 새 멤버가 더해진 23인의 NCT 2020으로 더 높은 단계의 비상을 감행했다. 기존 그룹이 가지고 있던 색깔과 면모를 한데 모으되 그것을 더욱 성장한 음악으로 재편한 음반은 팀의 색채를 짙게 하는 랩 트랙과 광폭한 전자음의 댄스, 서정적이고 잔잔한 느린 곡과 다국적의 특색을 살린 언어 혼용까지 가공할만한 완성도로 담아냈다. 단연 올해 가장 빛나는 아이돌 앨범이었다.

다양한 모습을 가진 팀이기에 선보일 수 있는 영화로 치면 블록버스터 같은 이 스케일에서 SM이 제시한 신개념 플랫폼의 긍정성을 봤다. 문법 선택이 자유롭기에 지루할 틈이 없고, 이는 이들이 묵묵히 자신의 음악 역사를 쌓아왔음을 보여준다. 회사의 기획에 발맞추어 하나의 콘셉트를 수행하는 가수의 활약, 특히 랩 멤버의 강한 에너지로 팀의 실력에 대한 의구심을 날려버린 것은 덤이다. 그들이 꿈꿔온 이상에 비로소 한 발 더 다가서는 걸음이었다. (이홍현)


정밀아 < 청파소나타 >

포크 씬의 활약이 돋보인 한 해였다. 팬데믹으로 세상이 시끄러워서일까? 잔잔한 일상, 곁을 풀어낸 음반들이 유난히 좋은 흐름을 보였다. 정밀아의 < 청파소나타 >는 그중에서도 우뚝 선다. ‘그럼으로 / 나는 오늘의 나를 살 것이다’(‘서시’) 나긋하게 선언하는가 하면 ‘서울역에서 출발’에는 위트 있게 현재와 과거를 돌아본다.

잘 닦은 10개의 돌멩이가 반짝이듯, 매끈한 수록곡들을 지녔다. 도시에서의 삶을 겪으며 느낀 텁텁함과 답답함부터 언젠가 그리워질 시절을 아름다운 단어로 그린 음반은 지독히 개인적이며 동시에 대중적이다. 일상의 언어로 품은 그의 자전적 이야기가 위로와 공감을 건넨다. 작은 기타 반주를 넘어서 울리는 또렷한 오늘의 목소리. 웃고 우는 희로애락이 여기에 담겨있다. (박수진)


딥플로우(Deepflow) < FOUNDER >

한 래퍼의 커리어가 파노라마로 흐른다. 딥플로우는 < FOUNDER >에서 힙합에 빠지고 본격적으로 랩을 시작한 순간부터 레이블 대표로서 고군분투하던 모습, 음악성을 인정받으며 인지도가 올라간 때 등을 차곡차곡 기록한다. 각 상황과 당시 느꼈던 감정을 생생하게 나타낸 가사로 노래들은 한껏 사실감을 뽐낸다. 딥플로우가 설립한 레이블에 속한 래퍼들의 찬조도 앨범이 현실성을 또렷하게 발하는 데 힘을 싣는다.

볼품없었지만 이제는 잘나가는 래퍼로 성장한 모습을 알차게 담은 사항 때문에 앨범은 한 편의 전기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여기에 1970년대에 나왔을 법한 투박한 솔뮤직, 펑크 반주는 딥플로우의 역정을 한층 묵직하게 가공해 준다. 또한 일련의 음악적 보조를 통해 < FOUNDER >는 음반 커버로 암시하듯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영화의 향을 진하게 풍긴다. 내용과 음악이 잘 어우러져 상승효과를 이룬 근사한 작품이다. (한동윤)


쿤디판다(Khundi Panda) < 가로사옥 >

밑그림을 펼쳐 놓은 < 쾌락설계도 >와 뼈대를 조립하는 과정의 < 재건축 > 속 자재가 이뤄낸 것은 < 가로사옥 >이다. 완공의 결과는 꼭대기를 향해 쌓아 올린 건물이 아닌 일련의 직선 형태로, 깊숙한 공간 안에 나열된 화자의 스토리텔링이다. 그 안에 침투한 질투(‘자벌레’), 자격지심(‘네버코마니’)과 회피(‘겟어웨어’)같이 진솔함을 넘어 독살스럽기까지한 감정의 파편들은 꽤 빽빽하고 날카롭다.

그럼에도 개인의 서사에 몰입하고 점차 파고 들게 만드는 것은 종횡무진 달리는 래핑이다.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휘두르는 듯 더 치밀하고 더 악독하게 랩 퍼포먼스를 채워 넣었고, 피로감을 덜어낸 사운드로 친절함을 살짝 내비치곤 한다. 마침내 끝에 다다르면 < 가로사옥 >이 방대한 결말이 아닌 ‘그저 그의 여정 안의 조각’임을 알 수 있다. 쿤디판다는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임선희)


김석준 < 20세기 소년 >

수려한 디자인과 포장, 마케팅, 시대 감수성, 상품 가치, 언론의 선동적 개입 그리고 글로벌 K팝이라는 말에 어른거리는 윽박지름과 현재적 ‘힙’이 요구하는 초조함이 없다. 압박도 느끼지 않지만 어떤 것에 대한 타협도 없다. 타협한 게 있다면 그의 취향이 머물고 있는 20세기 음악뿐이다. 1993년 유재하가요제의 금상 수상 경력, 하지만 이후 우리에게 선사한 음원이 거의 없어 무명에 가까운 음악가 김석준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제’ 정리에 고민했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 앨범을 내는 지각 행위는 필시 과거에 얽매일 소지가 높다는 선입견에 웃으며 맞서려면 반드시 현재적 감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

자기가 직접 노래한 다섯 곡 수록 앨범 < 나의 이름은 >에 이어 곧바로 내놓은 < 20세기 소년 >은 게스트 보컬과 밴드의 협조하에 작곡자로서의 세계를 전달하고 있다. 귀 기울이게 하는 건 과거와 현재를 버무리고 고저, 장단, 강약을 넘나드는 반(反) 고집의 실천이다. ‘나는 나일 뿐’, ‘버퍼링’, ‘함경도 혜숙이’는 이 판에서 ‘특히 근래’ 듣기 어려운 무적, 무소속 음악이다. 메시지가 있다면 결국 휴머니즘이다. 소박, 순결, 진심이 주는 공감이 따로 없다. 20세기 소년은 이런 사소 하나 숭고한 가치를 가슴에 담아 21세를 포옹한다. ‘난 달라질 거야/ 이제부터 내 자신을 찾아야지..’ 김석준은 기본의 우대가 뉴 노멀(음악)이 되기를 소망한다. (임진모)


스월비(Swervy) < Undercover Angel >

익지 않은 슬픔을 저며낸 젊은 아티스트의 자화상. 대중이 보내는 관심의 뒷면엔 가혹한 잣대와 시선이 숨어 있었고 날카롭게 가공된 언어의 칼날이 되어 그를 해체했다. 태양에 다가간 대가로 추락하게 된 스월비는 온갖 상처를 드러낸 채 쓰러져 있었다. 어쩌면 감추고 싶던 일면이 흐트러진 바닥 위. 그곳에서 그는 자신에게 향하는 희미한 사랑을 발견했고, 보답이란 투박한 이유로 붉게 물든 날개를 감싸 안고 지상에 머물길 선택한다.

자기 고백이란 주제 아래 늘어놓은 일지(日誌)가 어둡고 차갑다. 낮게 깔린 비트를 기반으로 읊조리는 랩은 마주한 상황을 기록하는 데 목적을 두기에 감정선은 높낮이를 그리지 않고 일정하다. 철저한 사실주의. 낡은 VHS 위로 덮어진 다양한 형태의 스월비가 혼란스럽지만, 그 속에서 뚜렷하게 빛나는 아티스트의 성장기에 대중은 분명한 감응을 느꼈다. 이제 첫 정규 앨범. 결국 자유를 찾아 희망으로 귀결된 < Undercover Angel >의 서사처럼 모든 걸 딛고 일어선 스월비의 자리가 이곳에 굳게 새겨졌다. (손기호)


2020 올해의 팝 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