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스터들의 놀이터에서 출발한 레트로가 퍼지고 퍼져 보편적인 트렌드로 정착된 지도 꽤 오래되었다. 박문치는 이 현상의 발현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지만, 이 스타일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붙기도 했다. 이에 대한 그의 답은 급한 변화가 아닌 일단 머무름이다. ‘J u s t f u n’은 어려운 주제를 내포하지 않고 본인이 간직하고 있는 복고 감성에 집중한다. 곡 제목이 말해주듯, 그저 즐긴다는 목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 해 이야기’에서 노스탤지어를 자아냈던 한 음씩 오르내리는 신시사이저와 탄탄한 베이스 라인은 미끄럼틀을 타듯 재밌는 포인트로써 작용한다. 레트로의 흐름을 함께해 온 죠지의 안정적인 보컬도 즐거운 멜로디를 타고 유려하게 흐른다. 놀이 자체의 흥미는 이전보다 덜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재밌게 뛰어놀 만하다.
복고가 뭐길래. 이리도 오랜 시간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특히 ‘젊은 세대’에게도 사랑받는 것인가. 한 번쯤은 떠올렸을 궁금증이다. 이에 이즘이 ‘뉴트로 특집’을 준비했다. 뉴트로의 정의와 연혁을 다룬 박수진 필자의 글에 이어, 두 번째 특집으로 IZM 필자들이 모여 뉴트로 흐름에 박차를 가한 12개의 곡을 모았다. 복고 열풍을 한 눈에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이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되기를 바란다.
브루노 마스 ‘Treasure’ 어스 윈드 & 파이어가 부른 ‘Let’s groove’의 뮤직비디오, 두터운 리듬을 강조한 프린스의 초기 음악 스타일, 마이클 잭슨의 안무. 이 세 가지는 브루노 마스의 ‘Treasure’를 가장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문구다. 1970, 80년대에 음악을 많이 들은 사람한테 이 펑크(Funk)넘버는 과거를 답습한 결과물이지만 2010년대의 젊은 세대에게 이 곡은 최첨단 유행이자 세련된 보석이다. 이후 브루노 마스는 ’24k magic’, ‘Finesse’, 마크 론슨과 함께 한 ‘Uptown funk’로 복고 열풍을 주도했고 2021년에는 더 거슬러 올라가 1970년대 초반의 소울 발라드를 끌어들인 ‘Leave the door open’으로 음악적 영역을 넓혔다. ‘Treasure’는 뉴트로가 아니라 레트로다. (소승근)
샤이니 ‘1 of 1’ 뮤직비디오의 흰색 배경과 원색의 파워숄더 수트가 MTV 시대를 재현한다. 그 위에 둔탁한 808 드럼 비트가 떨어지는 순간 1990년대 초반으로 범위를 좁힌다. 직접적인 오마주는 아니지만 뉴 잭 스윙을 대표하는 보이밴드 뉴 에디션, 블랙 스트리트의 흔적도 곳곳에 흩뿌려져 있다. 파편화된 과거를 전유하는 모습은 뉴트로 그 자체다. 그러나 ‘1 of 1’은 시대적 현상이 일어나기 전인 2016년에 발매된 곡으로 소속사의 향수를 반영한다. 1990년대 듀스, 현진영 등 우리나라까지 흘러온 뉴 잭 스윙에 SM은 에스이에스의 ‘(Cause) I’m your girl’로 응답했다. 2010년대 이후에는 권위자 테디 라일리와 작업하며 그의 음악과 시대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있다. 북유럽의 최신 EDM 사운드를 이식하던 샤이니가 과거로 회귀한 건 뜬금없는 일이 아니었다. 기획사의 노스텔지어와 그룹의 아방가르드가 만나 조금 이른 뉴트로를 낳았을 뿐. (정수민)
백예린 ‘Square (2017)’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부상한 미발매곡이 뉴트로 트렌드를 점령했다. 일본 버블경제 시기 등장한 쿠보타 토시노부의 ‘La la la love song’ 커버에 더해 비공식적으로 페스티벌에서만 선보였던 ‘Square (2017)’ 라이브 영상은 ‘초록 원피스 신드롬’을 일으키며 백예린의 이미지를 굳혀 왔다. 1980년대 모던 록 사운드 위 새겨진 청아한 음색은 유튜브 알고리즘을 가득 채우며 ‘나만 알고 싶은 가수’를 찾아 헤매던 이들을 결집했고, 기대에 부응하듯 정식 발매 이후 차트를 휩쓸었다. 바이닐 열풍을 탄 첫 정규 음반 역시 2020년 국내 LP 판매 순위 1위에 오르며 신복고 선두주자로서 그의 정체성을 공고하게 다져나간다. 빈티지한 세련미를 찾는 시대, ‘Square (2017)’는 신세대의 취향에 발을 맞춘 백예린의 ‘힙’한 화답이다. (손민현)
정글 ‘Casio’ 정글은 1970, 80년대 미드템포 펑크(Funk)/디스코를 동경한다. 이들의 문법을 집대성한 ‘Casio’ 역시 디스코에 기반을 둔 팝 펑크 곡이다. 향수를 부르는 아스라한 신시사이저, 팔세토 창법으로 연결된 담백한 하모니가 기분 좋은 여유를 발산하고 뒤이어 댄스 본능을 자극한다. 고급 와인처럼 오랜 숙성을 거친 듯 세련된 그루브가 웨스트 코스트의 광활한 해변을 배경 삼은 올드 스쿨 LA 밴드처럼 느껴지지만 팀의 주축 조쉬 로이드 왓슨과 톰 맥팔랜드는 밀레니얼 세대의 영국 청년들이다. 당시 20대였던 이 런던 듀오는 선배들의 찬란한 유산을 황금색 페인트로 칠해 윤기 나는 신복고 음악으로 재가공했다. 레트로에서 뉴트로, 정글이 장착한 신구 융합의 엔진이 세월의 격차를 성공적으로 좁혔다. (김성욱)
박문치 ‘널 좋아하고 있어 (With 기린 & Dala & 준구)’ 펑크(Funk), 디스코가 과거 불러오기 바람의 중심에 서있지만 음악의 추억 상자에는 아직 장르가 남아 있다. 힙합과 알앤비가 뭉친 뉴 잭 스윙이 그 예로 1980년대 후반 테디 라일리가 불을 붙이며 전 세계 뿐 아니라 국내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2018년 브루노 마스의 ‘Finesse’ 리믹스가 반짝 떴던 미국 시장에 반해 우리나라는 2010년 즈음부터 태동을 보였다. 복각 듀오 유브이의 ‘집행유애’를 시작으로 에잇볼타운의 수장 기린이 다시 뿌리내리면서 주류 현상은 아니었지만 이는 재유행의 채비를 마련했고, 마침내 1996년생의 ‘뉴 질 스윙(여성 뮤지션)’ 스타 박문치를 낳았다. ‘라떼(‘나 때는 말이야’를 풍자한 표현)’는 거부하면서 ‘그때’의 음악에는 열광하는 사람들은 옛 것이지만 촌스럽지 않고, 요즘 것이지만 뻔하지 않은 음악을 환영했다. 1990년대의 음악을 듣던 이들에게는 향수를, 1990년대 생들에게는 새로움을 안겨주는 한국형 신복고의 대표곡. (임동엽)
김현철 ‘Drive (Feat. 죠지)’ 뉴트로의 바람이 원조 시티팝 장인이 펼친 ‘돛’에 추진력을 가했다. 2006년 발매한 9집 < Talk About Love > 이후 13년이라는 긴 공백기를 깨고 자신의 시간이 돌아오리라고 예견한 듯이 정규작 < 김현철 10집 “돛” >으로 복귀를 알렸다. 베테랑 음악가와 젊은 뉴페이스들의 참여로 노련함과 생기가 공존하는 앨범 속에서 ‘Drive’는 주축 역할을 맡는다. 아티스트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청량한 퓨전재즈 스타일에 2017년 싱글 ‘Boat’로 이름을 알린 죠지가 깔끔한 보컬로 힘을 더한다. 198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을 편집한 뮤직비디오 형식의 2차 창작물과 SNS피드를 채우는 김현철의 이름이 세대를 막론하고 그의 음악을 향유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기존 대표곡에서 세련미를 더한 것이 30년 관록의 가수를 다시 한번 트렌드 최전선으로 이끌었다. 1989년 공개한 데뷔작 < 춘천 가는 기차(1집) >에 담은 한국 시티팝의 원류 ‘오랜만에’와 ‘연애’, ‘왜그래’ 등에서 느낄 수 있는 향기가 시대을 넘어 현세대를 물들인다. (백종권)
위켄드 ‘Blinding lights’ 팝 현장에 부는 레트로 열풍을 대표한다. 의도적으로 아쉬움을 남겨 거듭 재생을 유도하는 영특한 편곡과 선율감을 살린 민첩한 보컬,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 듯한 사운드를 앞세워 90주간의 빌보드 핫 100 차트인이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모티브 전개에서 아하의 히트곡 ‘Take on me’가 강하게 스치며 비트에선 1980년대의 많은 아티스트가 애용했던 드럼 머신 롤랜드 TR-808이 떠오른다. 트렌드의 달인 프로듀서 맥스 마틴은 암울한 미래상을 그렸던 과거와 무력한 현재의 공통점을 포착했다. ‘Blinding lights’는 그때의 우울한 감성으로 지금의 공허한 마음을 겨냥한 레트로의 전형이다. (김호현)
두아 리파 ‘Levitating’ 비록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말이라지만 ‘뉴트로’를 상징하는 작품으로는 < Future Nostalgia >만큼 제격인 것이 없다. 앨범의 다섯 번째 싱글로 낙점된 ‘Levitating’은 제목이 전달하는 ‘미래’와 ‘향수’라는 콘셉트를 대표하는 트랙이다. 롤랜드 VP-330 신시사이저 샘플로 1980년대 디스코 리듬을 생생하게 재현했고, 귀에 착 감기는 후렴으로 틱톡 플랫폼을 애용하는 신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젊은 층에게 인기몰이 중인 19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 풍의 뮤직비디오를 추가로 공개하여 시각적인 요소까지 놓치지 않았다. 첫 싱글 ‘Don’t start now’가 대 복고 시대의 기폭제가 된 이후 수많은 아류작이 나왔지만, 두아 리파는 ‘Levitating’으로 그 흐름을 스스로 이어받으며 2021년 빌보드 연간 차트의 정상에 올랐다. 근 2년간은 부정할 수 없이 그의 시대였다. (한성현)
유키카 ‘서울여자’ ‘남행열차’, ‘애모’ 등으로 잘 알려진 김수희가 1990년에 발표한 ‘서울여자’ 속 화자는 이별로 생긴 상처 때문에 서울이 미워졌다고 말했다. 애잔한 피아노 반주 위 ‘사랑도 팔고 사는 속이고 속는 세상’이라 고백하는 목소리엔 급변하던 대도시의 회색빛 고독이 물씬 배어있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30년 뒤. 비록 리메이크는 아니지만 레트로의 격류를 타고 동명의 곡이 등장했다. 1980년대 일본 음악의 주류였던 시티팝을 1993년생의 일본인 유키카가 한국식으로 복각하는 이질적인 모습도 물론 대중의 시선을 끌었지만, 낯선 장소를 마주하는 당당한 태도와 신시사이저, 브라스 세션이 자아내는 세련된 도회적 감성이 흐른 시간만큼이나 달라진 시대를 반영하며 공감을 얻어냈다. 프로듀서 박진배(ESTi)의 진두지휘 아래 완성도 있게 짜인 재현극은 당대의 감각을 충실히 고증하는 동시에 현재를 투영. 답습에서 끝나지 않고 재가공했기에 해당 장르의 범람에서도 번뜩이는 지점을 차지했다. (손기호)
브레이브걸스 ‘운전만해’ 모두가 한 번씩 시티팝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발을 담그던 2020년, 브레이브걸스의 ‘운전만해’는 뉴트로의 부름에 대한 대답이자 그룹의 사활을 내건 승부처였다. 영롱하게 여울진 기타와 플루트, 다채로운 악기 운용으로 자아낸 드라이브 사운드, 이에 마지막 활동을 암시하는 듯한 아련한 작풍까지. 또한 세련됨을 강조하는 시티 팝의 주요 정서보다 명확한 훅과 기승전결을 띠는 K팝 속성에 주력한 곡은 가벼운 유행의 각색이 아닌 대중을 겨냥한 의도를 몸소 내비치고 있었다. 결국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롤린’이 역주행의 정의를 재고하게 하며 브레이브걸스에게 도약의 아이콘을 부여했다면, 이듬해 ‘운전만해’는 그 반짝의 주목을 안정권으로 진입하게 한 주역이 되었으니. 각종 커뮤니티와 미디어의 단합으로 화력을 이끈 ‘롤린’과 다르게 올바른 유행 해석과 수려한 완성도를 통해 차트에서 인정을 거뒀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지닌다. (장준환)
방탄소년단(BTS) ‘Dynamite’ ‘우리도 이만큼 할 수 있다!’ 미지의 영역이었던 빌보드 핫100 차트 1위를 달성했다는 사실만으로 역사적인 곡이다. 방탄소년단 고유의 긍정 에너지로 약동하는 이 곡은 킹콩과 전설적인 록 그룹 롤링 스톤스,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 등 영미권 문화의 인용과 ‘Tonight, alight’의 각운으로 친밀감을 더했다. 조나스 브라더스와 몬스타엑스 등과 작업했던 프로듀서 데이브 스튜어트는 박수 소리와 브라스 세션같은 디스코/펑크(Funk)의 요소로 복고풍 팝을 구현했고 뮤직비디오 속 멤버들의 의상과 동작도 과거를 가리킨다. 힙합과 K팝을 주 무기로 삼았던 방탄소년단이 제임스 브라운과 마이클 잭슨으로 회귀했다는 지점이 의미심장하며 당대의 지구별 스타가 건네는 디스코/펑크 폭탄은 뉴트로 열풍에 커다란 화력이 되었다. (염동교)
도자 캣(Doja Cat) ‘Kiss me more (Feat. SZA)’ 올해도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팝/듀오 부문은 당찬 두 여성의 품으로 돌아갔다. 2021년 방탄소년단의 ‘Butter’가 빌보드 싱글 차트 10주 1위라는 대업적을 이룩한 건 사실이나 수상의 영예를 거머쥔 도자 캣과 시저의 ‘Kiss me more’에도 40년 전 동일 기록을 달성한 히트곡의 기운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세련되면서도 도회적인 기타 리프와 베이스가 주도하는 노래는 1970-80년대 팝의 여왕으로 군림했던 올리비아 뉴튼 존의 ‘Physical'(1981)을 각색해 단번에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한 후렴구 멜로디를 주조했다. 우수한 밑바탕에 그려낸 가사 역시 레퍼런스의 육감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흡수하며 키스라는 성적 욕망을 대담하면서도 부드럽게 드러낸다. 전반적인 구성은 틱톡을 뜨겁게 달궜던 ‘Say so’와 흡사하지만 과거의 질료를 매끈하게 다듬은 뉴트로 트랙 ‘Kiss me more’는 그 흥행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며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디스코 퍼포먼스의 표본으로 남았다. (정다열)
박문치라는 이름만 보고 과거에 빚진 레트로 댄스 트랙을 우선적으로 떠올리면 곤란하다. 이 노래는 ‘프로듀서’로서의 존재감을 강조하는 감미로운 알앤비 트랙이기 때문. 리드미컬한 비트 위를 교차하는 기타와 키보드의 섬세한 터치를 중심으로, 사랑의 설렘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영케이의 보컬이 지휘자의 의도를 넘치게 소화하고 있는 느낌. 다소 무난한 느낌이긴 하나, 좋은 멜로디와 탄탄한 편곡으로 이루어진 그 뼈대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낭만을 선사한다. 가창자에게는 그룹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감성을, 프로듀서에게는 어떠한 틀에 머물지 않는 역량을 함께 전달하는, 꽤 괜찮은 사랑 노래.
따로 또 같이 자연스러운 감정을 담는다. 싱어송라이터 민수와 문선, 박문치는 소통과 공감, 융합으로 새 흐름을 만드는 인디 아티스트다. 본격적으로 음악 시장에 발을 디딘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돈독한 자매애와 선명한 빛으로 알음알음 잔향을 일으키며 주목할 뮤지션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자유로운 소박함, 개인을 존중하는 연대의 힘으로 더 큰 미래를 준비하는 세 아티스트. 함께 만나고 싶은 이들을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민수, 문선, 박문치
각자 근황을 먼저 알려달라. 민수 : 작업도 하고 쉬기도 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 지난 30일에는 서사무엘과 함께한 웹드라마 ‘로봇이 아닙니다’의 OST ‘티 내볼게’가 발매됐다. 문선 : 올 하반기 싱글 두 곡과 내년 발매 예정인 앨범을 작업하고 있다. 박문치 : 여러 아티스트들과 작업하고자 부딪히는 시기다. 재밌는 걸 많이 해보려 한다. ‘민수 원 픽’임은 변함없다(웃음).
민수는 제 27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동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8년 싱글 ‘섬’을 30초짜리 노래하는 인스타그램 영상이 조회 수 100만을 넘기며 주목을 받았고, 올해 ‘민수는 혼란스럽다’와 로드샵 브랜드 이니스프리의 캠페인 송 ‘I like me’를 발표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처음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민수 : 고등학교 때부터 평범하게, 학원 다니며 음악을 시작했다. 영상은 운이 좋아서 많은 분께 알려진 것 같다. 돈을 썼냐는 말도 들어봤는데 전혀 아니고, 같이 음악 하는 친구가 ‘뭐라도 올려서 홍보해라’고 해서 올린 연습 영상이었다.
‘섬’은 인스타그램은 물론 감각적인 뮤직비디오, 삼성물산 패션 매장 ‘비이커’와의 유튜브 콜라보레이션, 네이버 ‘온스테이지 2.0’ 등 디지털 영상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민수 : 생각해보니 그렇네(웃음). 아무래도 사람들이 영상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시대 아닌가. 시기에 맞게 영상을 많이 찍게 되었다.
최근 소속사 매직스트로베리에 합류했다. 회사 소속 전과 후를 비교한다면 어떤가. 민수 : 회사 들어가고 나서 프로듀서의 필요를 느꼈다. 그 과정에서 문치와 함께하게 됐다. 박문치 : 매직스트로베리 소속은 아니다. 민수 : 평소 문치의 음악을 좋아했고 ‘이 음악은 박문치와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박문치와 함께한 후 발표한 ‘민수는 혼란스럽다’, ‘I like me’에선 밴드 사운드가 두드러진다. 민수 : 프로듀서 험버트(Humbert)의 추천으로 만들어졌다. 원래 밴드와 함께 음악을 하고 싶었고 ‘혼자 했다’는 시기가 짧아서,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내면의 이야기,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가사와 라이브 무대에서의 쾌활함이 인상적인데. 민수 : 멋 부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가끔 너무 솔직해서 놀랄 때도 있다. 밝은 이미지는… 정의할 수 없는 성격인 것 같다. 그런 모습도 있고 저런 모습도 있는데 꾸미지 않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I like me’에서 발랄의 극한을 찍은지라(웃음) 다음 곡은 좀 차분한 방향으로 진행할 것 같다.
문선과 함께한 프로젝트 모아(moi)에선 그 밝은 면과는 다른, 약간의 ‘어색한’ 댄스와 로파이한 감성이 느껴진다. 민수 : 모아는 어색하게 춰야 어울린다. 문선 : ‘도란도란’의 뮤직비디오는 한남동의 하우스 스튜디오에서 찍었다. 애리, 김사월 X 김해원, 신세하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함께한 뇌(N’ouir)의 작품이다. 남성 뮤지션들 간의 형제애는 주목받는데, 여성 뮤지션들간의 연대는 흔하지 않아서 이를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문선은 인디 신 세트 스타일링, 메인 디자인과 그래픽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다. 2017년 싱글 ‘녹녹(Nok Nok)’을 발표하며 음악의 길을 걸었다. 1년 동안 5개의 싱글을 발표했고, 2019년 첫 EP < 미지(未知/微旨) >를 공개하며 보다 큰 세계를 꿈꾸고 있다.
문선은 올해 초 첫 EP < 미지(未知/微旨) >를 발표한 신인이다. 음악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문선 : 전자 악기를 다루기 시작한 건 대학 졸업 후 사회 활동하면서다. 어릴 때 피아노를 배운 후 잠시 음악을 잊고 있었는데, 회사 다니며 취미 개념으로 다시 시작해본 결과가 잘 나왔다.
장르 분류로는 일렉트로닉이라 되어있지만, 하나음악 등 한국 1980~1990년대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복고적 성향이 강하다. 문선 : 어릴 때 부모님께서 올드 팝을 많이 들려주시기도 했고,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만 살았기에 살아온 그대로, 느낀 그대로의 느낌을 표현하다 보니 레트로 성향이 묻어났다. 옛 가요도 즐겨 듣는다.
‘여유로운 나그참파 새그러운 내음 사이(도시여름)’처럼 시적인 표현이 많은 것도 그런 영향에서인가. 문선 : 부자연스러울 수도 있지만, 일상에서 많이 쓰지 않는 표현을 많이 찾아본다.
아티스트 문선이 아닌, 프로듀서 문선으로의 자신을 평가한다면? 문선 :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더 많은 협업을 해보고 싶다. 각 뮤지션의 색도 살리면서 나의 색도 살리는 방향을 추구하는데, 완전히 실험적인 방향보다는 남들보다 반 발짝 정도 앞서되 대중적 방향도 놓치지 않는 ‘신선한 새로움’을 하는 것이 목표다.
모아의 앨범 < 합 (合) >도 그런 면에서 균형을 잘 잡았다. 자칫 싱어인 민수, 프로듀서인 문선 한쪽으로 쏠릴 수도 있는 조합인데. 민수 : 곡은 문선이 대부분 만들고 나는 표현해내는 과정에 집중했다. 첫 싱글 ‘와요’가 모아의 색을 가장 잘 나타낸 곡이라 생각하는데, 작업 과정에서 내가 멜로디를 쓰고 가사를 만드니 그냥 민수 노래가 되었다. 문선이 가진 재미있는 표현과 노랫말을 살리는 것이 중요했다. 문선 : 문선의 솔로 프로젝트와 모아는 구분해서 작업했다. 화자가 누구인지를 생각하면서 방향을 달리한다.
‘와요’는 민수 혼자 부르고 ‘도란도란’은 문선과 민수가 함께 목소리를 맞춘다. 민수 : 더 좋은 느낌의 버전이다. ‘도란도란’은 문선이 메인으로 가는 것이 좋았다. 의도적으로 나눈 것은 아니고, 이것저것 많이 시도한 후 시행착오를 겪으며 최선의 결과를 담아냈다.
향후 모아의 활동도 계획되어있나. 문선 : 사실 이 자리가 모아 앨범 내고, 3월 29일 을지로 호텔 수선화에서 공연한 후 민수와 처음 만나는 자리다(웃음). 민수 : 서로 바쁘다 보니 만나기 어려웠다. 문선 : 생각해 둔 부분은 있다. 스케줄 조정하면서 향후 계획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박문치의 본명은 박보민이다. 2017년 레트로 뉴 잭 스윙 풍의 ‘울희액이’ 발매 후 ‘네 손을 잡고 싶어’와 ‘널 좋아하고 있어’를 연이어 발표했다. 죠지, 민수의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최근에는 민수 밴드의 건반 주자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선에게 했던 질문을 다시 하고자 한다. 프로듀서 박문치를 평가한다면. 박문치 : ‘민수 원픽’이라고 말했지만(웃음), 아티스트의 색을 살리는 팔색조 프로듀서의 모습을 꿈꾼다. 민수 : 문치는 완전한 프로듀서의 느낌이 난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최대한 많이 맞춰준다.
‘온스테이지 2.0’ 라이브 무대를 보면 건반 연주자로의 욕심도 있어 보인다. 박문치 : 실제로 세션 활동을 많이 하고 싶다. 작곡 전공으로 대중음악에 적합한 손이긴 하지만, 연습해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고자 한다. 물론 맘 맞는 친구들과 음악 하는 지금이 제일 즐겁다.
박문치는 데뷔곡 ‘울희액이’부터 ‘널 좋아하고 있어’까지 일관된 1990년대 레트로 뉴 잭 스윙 가요를 하고 있다. ‘널 좋아하고 있어’의 경우 이 분야의 권위자 기린과 함께했는데. 박문치 : 기린이 먼저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한 걸 보고 ‘내가 아는 기린인가?’ 하며 놀랐다. 피처링 과정에서 친해져서 차기 기린 앨범의 한 곡의 작곡, 편곡을 맡게 됐다. 기린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처음 음악을 할 땐 레트로 스타일을 구현하는 아티스트들이 몇 없었다.
‘널 좋아하고 있어’의 인트로가 인상적이다. 1990년대 아이돌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환호가 이어진다. 박문치 : 카카오톡에 등록된 모든 친구들에게 ‘박문치 외치기 프로젝트에 초대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각 목소리를 다르게 해서 6개 트랙을 보낸 사람도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분이 참여해주셔서 놀랐다.
앞으로도 뉴 잭 스윙 스타일의 음악을 계속할 것인가. 박문치 : 본명 박보민으로 발표된 ‘울희액이’는 사실 학교 기말 작품으로 발표한 곡이다. 그때 함께한 친구들이 레트로 감성을 제대로 표현해줘서 ‘널 좋아하고 있어’까지 이어졌다. 프로듀서 박문치와 솔로 아티스트 박문치의 성향은 좀 다르게 가져가고 싶다.
▶왼쪽부터 민수, 문선, 박문치
생각보다 음악 신에서 여성 아티스트들 간의 교류가 흔하지 않다. 걸그룹과 몇몇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함께’ 무엇을 만든다는 개념을 찾아보기 어렵다. 인디 음악 시장도 다르지 않다. 민수와 문선은 올해 듀오 모아(moi)를 결성했고, 박문치는 민수의 곡을 프로듀싱하며 밴드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셋의 이야기를 각자 담는 것보다 같이 담고자 한 이유였다.
따로 또 같이 음악을 하는 셋이다. 음악 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을 각자 말해본다면. 박문치 : 듣기 좋은 음악을 추구한다. 보통 의식의 흐름대로 작업을 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담고자 한다. 문선 : 가사에 중점을 두고 ‘새로운 소리’를 많이 담고자 한다. 그러나 그것이 완전히 생소한 소리는 아니다. 민수 : 하고 싶은 말을 잘 담아내고 싶다. 내가 듣고 싶고 좋아하는 음악을 먼저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셋 이외에 콜라보해보고 싶은 아티스트는? 민수 :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호시노 겐(星野源)과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 문선 :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다. 차기 앨범에는 힙합 아티스트, 다양한 세션 맨들의 색을 담고자 한다. 박문치 : 스티비 원더(웃음).
민수와 문선, 박문치는 서로 교류하며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각자가 다른 둘을 소개해주는 시간을 가져보자. 민수 : 박문치는 사랑스럽다. 처음 만났을 땐 프로듀서와 뮤지션 관계를 생각하며 긴장도 많이 했는데, 같이 음악 하는 과정에서 정말 소녀같고, 사람 냄새 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문선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사실 음악 성격이 뚜렷하지 않나. 확고한 성향이 있고 도회적이고… 그런데도 여리고 많이 챙겨주고 싶은 스타일이다. 둘 다 나에겐 귀여운 사람들이다.
박문치 : 문선은 탐나는 아티스트다. 같이 음악을 해보진 않았는데, 디제잉도 잘하고 라이브 무대에서 런치 패드 다루며 노래도 부르고 하는 모습 보면 대단하다. 곡도 뚝딱뚝딱 잘 만든다.
민수의 첫인상은 도도했다. ‘깍쟁이’일 줄 알았다. 그런데 민수가 절 보고 놀란 게 보여서 재밌었다(웃음). 지금은 친하면 친할수록 더 친해지고 싶은 느낌이랄까. 더 많이 놀고 싶다. 비즈니스로 만나서 이렇게까지 친해질 줄 몰랐다. 우리… 오래 가고 싶습니다(웃음).
▶왼쪽부터 민수, 문선, 박문치
문선 : 우선 이렇게 셋이 자리를 함께하는 게 신기하다. 음악을 배워서 하는 것이 아니라 콤플렉스가 많은데,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들과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좋다.
민수는 지인 소개로 만나서 지금까지 음악을 같이 해오고 있다. 편하게 잘 대해줘서 고맙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도 재밌다. 꾸준히 교류하고 싶은 아티스트다.
박문치는 알음알음 알고 있었다. 크래프트앤준 소속 죠지의 곡을 통해서였는데, 여성 프로듀서인데도 여리지 않고 박력 있는 소리가 인상적이었다. 민수의 소개로 처음 합주실에서 만났을 때 굉장히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연주로도 프로듀싱으로도 나이에 맞지 않은 노련함이 있어서, 언젠가 한 번 꼭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다.
예능 프로그램 < 놀면 뭐하니? >에서 싹쓰리(유듀래곤, 린다G, 비룡)에게 갈 뻔한 곡을 매만져 박문치 유니버스와 함께 잔치를 벌였다. 박문치 유니버스는 레트로 대표주자 기린, ‘널 좋아하고 있어’를 같이 부른 준구, 인디밴드 일로와이로의 강원우 등이 모여 박문치의 음악 세계를 보조하는 모임이다.
복고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사운드와 도입부의 갈매기, 파도 소리에서 전해지듯 음악은 1990년대 추억의 여름을 가리킨다. 다른 뮤지션을 위해 의뢰를 받아 만들었고 뉴트로라는 자신의 콘셉트에서 벗어나지 않기에 커리어 상의 특별한 접점을 남기진 않는다. 다만, ‘행복하게, 재미있는 것을, 같이 한다’라는 박문치의 모토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자신의 길을 단단히 다져가는 박문치 신곡이 특별하진 않아도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