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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IZM이즘x문화도시 부평] #25 오헬렌

웹진 이즘(IZM)이 문화도시 부평과 함께 하는 < 음악 중심 문화도시 부평 MEETS 시리즈 >는 인천과 부평 지역 출신이거나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순차적으로 인터뷰하는 시리즈 기획이다. 지금까지 이곳 출신의 여러 뮤지션들이 자리해 자신의 음악 이야기와 인천 부평에 대한 추억을 들려주었다. 이번 스물다섯 번째 주인공은 시각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싱어송라이터 오헬렌이다.

부평문화재단의 지역 뮤지션 지원 사업 뮤즈컴 1기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오헬렌은 개성 넘치는 가창과 사운드가 특징이지만 ‘가족들이 따라 부를 수 있는’ 곡도 꿈꾼다. 고유한 스타일과 보편성을 붙잡는다는 미션 앞에서도 미지의 영역에 대한 걱정보단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하는 설렘이 커 보였다. 순간과 감정으로부터 영감을 얻는다는 그의 음악은 일상적 소재를 독특한 시선으로 이미지화한다. 후속작 작업과 단독 공연, 8월에 열리는 페스티벌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는 오헬렌의 하루를 잠시 빌려 이야기를 나누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오헬렌이라고 합니다. 어쿠스틱 곡으로 시작해서 점점 더 다양한 사운드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만학도였는데 공부를 또 열심히 하지 않았다. 5학기 때쯤이었나. 동기가 밴드를 같이 해보자고 제안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때 퍼커션을 배우다가 홍대 놀이터에서 드럼 써클을 하곤 했다. 그때 만난 친구들과 처음으로 밴드를 했다.

오헬렌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할 수 있는 만큼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끝말잇기 하듯, 여러 기억의 조각들과 소리의 파편들을 이어 붙인다.

대학교 때부터 음악을 시작했으니 경력이 꽤 쌓였는데.
중간에 쉬는 기간이 무척 길었다. 뭔가를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욕심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의 나를 찾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비교하는 걸 싫어하지만 돌이켜보면 늘 남보다 느렸다.

따지고 보면 정식 데뷔가 조금 늦은 편이다.
데뷔라는 말이 조금은 거창한데 맞다. 느리게 가는 걸 좋아한다. 언젠가는 나만의 산봉우리에 올라가 있을 걸 아니까 그것이 낮든 높든 내 속도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더 많이 하게 된다. 조급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애를 쓰고 고민하고 밤을 지새워도 지금 당장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있다. 시간이라는 파도가 나를 해안가에 데려다 놓을 것이다. 잘 마모된 작은 돌멩이로. 지금도 항상 내가 가진 것보다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그래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게으름이 적이다. 내가 주적이다 (웃음)

창법이 굉장히 독특하다. 툭툭 끊어지는 듯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잘 이어지는 흐름이 보컬을 하나의 악기처럼 사용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내게 영감을 준 다양한 뮤지션의 창법이 녹아든 것 같다. 민요와 판소리, 아프리카, 브라질 음악도 좋아했고 랩, 힙합, 팝 장르 가리지 않고 듣는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를 거꾸로 돌려 들으며 까무러치게 놀라기도도 했고, 평범하게 컸다. 스스로 테크닉이 뛰어난 연주자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지금의 나를 기록하려고 노력한다.

여러가지 요소를 생각을 풀어내는 도구로 사용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꼭 잘해야 하고 잘 갖춰진 상태에서만 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더 깊은 곳에 닿으려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점도 분명히 있지만, 내가 가지고 태어난 재료와 지금 내 손에 쥐어진 물감으로도 충분히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새 싱글 ‘수영장’을 재미있게 들었다. 오헬렌의 음악을 들으면 소재를 잡는 능력과 이를 시각화하는 능력이 돋보이는 것 같은데.
‘수영장’은 거의 10년 전에 스케치해 놓았던 곡인데 요즘 함께 작업하는 드러머 겸 프로듀서 조성준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완성하게 되었다. 든든한 지원군이자 동료다. 방향을 제시하고 않고 내가 움직이도록 만들어주고 내가 보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을 잘 끌어준다.내가 나를 믿도록 한다. 조성준 덕분에 ‘lookatmysweat’, ‘How beautiful’이라는 곡도 세상에 나왔다.

굉장히 다양한 악기가 사용되다 보니 대규모 연주자들의 즉흥 연주가 떠오른다.
처음 발매한 EP앨범 <OH> 에서 다양한 퍼커션 악기들을 사용했다. 리듬악기들을 좋아하는데 한동안 잊고 있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예전의 나와 조우해보는 작업을 해봐야겠다. 다른 얘기로 보컬과 타악기만으로 된 미니멀한 구성은 지금도 좋아한다. ‘Don’t I Know (drift)’라는 곡도 드럼과 보컬만으로 구성된 곡인데, 죽음을 목격한 이의 얼굴에서 나와 같은 표정을 발견하고 나와 그 사람에 대한 위로를 담은 곡이다.

곡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는지.
살면서 조우하는 그 순간 순간의 감정이다. 어느 때는 폭발할 듯이 밀려오기도 하고 어떤 때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큰 변화 없을 정적인 화면, 오래 두고 보지 않을 순간들을 붙잡아 채집해서 저장하는 작업이다. 기억채집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은 파도처럼 휩쓰는 감정들을 조금은 덜어내고 거리 두고 볼 수 있는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이렇게 말했지만 내일 또 꿀렁일 수도 있다.

사운드 시각화의 경우, 어떤 작업을 예로 들 수 있을까.
최근에 단편영화 음악을 작업했고 가사가 없는 음악을 만드는 재미를 느꼈다. 색이나 물감처럼 사운드라는 재료로 그림을 그리듯 장면들을 떠올리면서 만들었다. 영화음악을 위한 장비를 다 갖춘 상태는 아니라 아주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진행했지만, 이 또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다만 정식 사운드트랙으로 발매되지 않은 스코어는 저작권 인정이 안 된다는 점은 아쉬웠다.

부평 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싱글 < lookatmysweat >을 제작했는데.
나처럼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뮤지션들은 앨범을 내고 활동하는 데 있어 국가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음악지원사업이 큰 도움이 된다. 부평문화재단의 사업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다. 덕분에 좋은 음악 동료를 만났고 ‘lookatmysweat’ 이라는 곡에서 하고 싶었던 랩도 했다. 더블 싱글로 함께 발매한 ‘How beautiful’도 들어보시길 추천해 드린다. ‘내 땀 좀 볼래? 얼마나 아름답니?’ 라는 질문과 답이다 (웃음) 이런 좋은 취지의 지원 사업이 앞으로도 쭉쭉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리애스컴의 컴필레이션 앨범에서는 한명숙의 ‘노란 샤쓰의 사나이’를 커버했다.
뮤즈컴(MUSCOM) 지원 프로그램 세부 내용 중에 리애스컴 음원 발매도 있었다. 이 곡은 피처링으로만 참여했다. (만약 직접 참여했다면 어떤 스타일의 곡이 나왔을 것 같은지) 멜로디나 가사를 조금씩 바꿔봤을 것 같다. 좀 더 미니멀한 사운드에 색다른 서사가 추가되지 않았을까 싶다.

작업을 하다 답답해지면 인천 아라뱃길 산책을 한다고 들었다.
근처에 친구가 살고 있어 종종 자전거를 타고 서로의 중간지점에 있는 카페에서 만나 수다를 떤다. 규칙적인 일상을 무한히 반복하는 어쩌면 밋밋하게 보일 수 있는 삶을 좋아한다. 몸과 마음은 하나라서 둘 다 건강해야 하는데 올해는 꼭 건강검진을 받아야겠다.

현재 거주하면서 느끼는 인천이라는 지역은 어떤 느낌인지.
인천도 바다를 끼고 있다 보니 고향인 구룡포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다로 갈 텐가 산으로 갈 텐가 정하라면 늘 산이라고 대답하곤 했는데 막상 바다 근처만 찾아다니며 터전을 잡는 느낌이다. 실은 물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보다. 최근 신포시장 근처 동인천역 쪽에 작업실이 생겼다. 앞으로 조금 더 가까이에서 인천의 매력을 탐구할 수 있을 것 같아 설렌다.

앞으로 더 도전해보고 싶은 음악 장르가 있을까.
조카들이 따라 부르는 노래를 쓰고 싶다. 신나게 부르다가 ‘아니 이게 이모 노래야?’ 라고 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오늘도 곡을 쓴다.

정규 앨범 계획이 있을까.
정규 앨범도 내야 하는데 아직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웃음) 초겨울 아니면 늦가을쯤에 네 곡가량의 EP를 발매할 예정인데 이 작업도 절대 만만치 않더라. 정규 앨범을 지속해서 작업하는 뮤지션들이 대단한 것 같다. 그런데 계속 목적지를 바라보고 있으면 언젠가는 가까워져 있다는 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작업하려고 한다. 꾸준히 작업하고 싶다.

아티스트 오헬렌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팔 할이 내가 사랑했고 나를 사랑해 준 사람들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앞으로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 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팬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
그동안 변화된 모습을 잘 정돈해서 어떤 면은 자연스럽게 또 어떤 면은 흐트러진 채로 내 음악을 기다려온 그리고 처음으로 만날 미래의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앞으로는 무대를 통해 자주 만나 뵐 수 있으면 좋겠다.

인터뷰 : 장준환, 정다열, 염동교
정리 : 장준환, 염동교
사진/편집 : 최윤석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