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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 ‘It Takes a Nation of Millions to Hold Us Back'(1988)

60년대 정신을 계승한 예비 ‘갱스타 랩’의 살벌한 파티

『뉴스위크』는 92년 10월 미국사회의 여론과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 엘리트 100인’을 선정했다. 영화, 레코드, 신문, 방송 등 문화관련 분야의 유력 인사들이 고루 지명되었는데 대중음악관계자로는 마돈나, 윈턴 마샬리스, 워너 뮤직 회장인 로버트 모가도, 랩 프로듀서 러셀 시먼즈 그리고 처크 디(Chuck D)가 포함되었다.

처크 디는 바로 랩 그룹 퍼블릭 에니미(Public Enemy)를 이끄는 인물로 리드싱어이자 노랫말을 대부분 쓰는 그룹의 명실상부한 간판이었다. 그가 랩 가수에 불과하면서 그처럼 문화 엘리트에 꼽힌 이유는 당연했다. 흑인들의 거리음악인 랩에 흑인정신을 실어 많은 흑인들에게 자긍심을 일깨워준, 가수의 위치를 넘어선 흑인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흑인들은 그의 주장에 따라 움직였으며 그의 노랫말에 일말의 후련함을 맛보았다. 이 앨범이 그들의 대표작이자 문제작이었다. 88년에 발표되어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흑인 제시 잭슨 목사가 부상하던 시기에 회오리를 야기했다.

여기에는 흑인 현실에 대한 자각을 기반으로 한 단결과 결집 요구, 투쟁의식 고취, 소요의 정당성, 백인 파워 엘리트에 대한 성전(聖戰) 의식 등 흑인의 항거의식이 총망라되어 있다. ‘최후의 결전을 향한 카운트다운'(Countdown to armageddon) ‘마인드 테러리스트'(Mind terrorist) ‘폭탄보다 요란한'(Louder than bomb) ‘중단없는 저항'(Rebel without a pause) 등 노래 제목을 보라!

권리, 평등! 우린 그것을 쟁취하러 간다. 이 투쟁의 잔치는 66년에 시작되었지. 흑인을 찬양하는 과격성을 섞어서 말야. 그 때 12시에 어떤 힘이 그것을 잘라내면서 지옥으로부터 출현했지. 그것이 바로 너희들의 정부란 거야. 그것 때문에 우리의 파티가 있는 거지. ‘투쟁의 권리를 위한 파티'(Party for your right to fight)

처크 디는 이 앨범을 “리얼리즘을 표출한 마빈 게이의 앨범 < 무슨 일이지 >(What’s going on)를 힙합(hip hop)으로 해석하고자 했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마틴 루터 킹, 말콤 X 등 흑인지도자와 과격한 운동단체 블랙 무슬림(Black muslim)의 리더 루이스 퍼러칸의 이름을 수록곡 곳곳에 등장시키고 있다. 백인에 대한 공격성이 실로 이보다 과격하게 또 무시무시하게 표출된 앨범은 없다.

음악적으로도 퍼블릭 에니미는 랩이 가지는 ‘소음’의 성격을 감추지 않고 헤비 메탈을 랩과 섞는 등 한층 시끄러움을 증폭시키려 했다. 프로듀서 행크 쇼클리는 ‘랩의 소음을 확실히 보여주자. 대신 그것에 무언가를 생각해보도록 할 것을 집어넣자’는 기획에 따라 이 앨범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수록곡 ‘소음을 전달하라'(Bring the noise)가 그 증거다.

이 앨범은 이처럼 흑인 랩의 새로운 패턴을 제시해 다대(多大)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흑인 음악이 어떤 것을 합성하고 덧입히고 하는 작위적 작업방식이 여기서 비롯되었다. 그 뒤로 단순히 곡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꾸미는 것이 중요하게 대두되었다. 이 작품이 시대를 가르는 명반 대열에 빠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릭 루빈의 데프 잼 레코드사와 계약하면서 음반을 낸 퍼블릭 에니미는 직설적인 가사로 인해 87년 데뷔 시절부터 ‘랩의 블랙 팬더스’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이른바 초강력 갱스타 랩(gangsta rap)의 표본그룹이 되었다. 하지만 닐 영의 지적처럼 60년대 저항음악의 언어를 계승한 랩의 본질을 누구보다 잘 구현해 그들의 2집인 이 음반에 이르러서는 일각의 백인들도 예의 주시하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과격 속에 흐르는 진실이 일부 공감을 얻게 된 것이었다.

당시 너무나 오해된 랩의 저항의식과 시대를 앞서간 사운드가 농축된 고(高)부가가치 앨범이다. 여기에선 백인 지배층에 대한 불신을 담은 ‘그 말을 믿지마'(Don’t believe the hype)가 싱글로 나와 히트했다.

(20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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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빈 게이(Marvin Gaye) ‘What’s Going On'(1971)

‘미국병’의 진단을 통해 모타운에 덤벼든 아티스트의 용기

“당신 말야. 오늘 신문 봤어? 켄트주립대학에서 죽은 학생들에 대한 기사 읽었지? 켄트사태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 잠도 못자고 계속 울기만 했다니까. 이제 달이라든지 유월 어쩌구하는 3분 짜리 노래를 부르는 건 싫어.”

마빈 게이는 이렇게 목청을 높이면서 모타운 레코드사의 작곡가인 알 클리블랜드와 레날도 벤슨이 ‘무슨 일이지'(What’s going on)를 써 가지고 왔을 때 예전처럼 신변잡기식 노래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때 그의 관심은 월남전에 쏠려있었다. 자신의 친동생 프랭키가 파월장병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반전시위를 하던 켄트주립대학 학생들이 진압군의 M1소총에 맞아 죽은 비극적 사태에 더욱 충격을 받은 마빈 게이는 개과천선으로 급선회, 이제부터는 사회의식을 담은 노래를 하기로 작정했다.

그는 점점 사그러들고 있는 흑인정신을 되살리고 싶었다. 고통을 노래하고 기존에 저항하는 위대한 소울의 정신을 그는 잊지 않았다. 마빈 게이의 걸작이자 팝 역사의 명반으로 떠받들어지는 < 무슨 일이지 >(What’s Going On)는 그렇게 하여 탄생되었다. 그것은 실로 그 시점 미국이 안고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고뇌하는 한 인간의 35분 짜리 명상이었다.

“어머니, 너무 많은 당신들이 울고 있어요. 형제여. 너무 많은 그대들이 죽고 있어요… 전쟁이 해답은 아냐. 사랑만이 증오를 무너뜨릴 수 있지. 여기에 사랑을 건넬 길을 찾아야만 해. ‘무슨 일이지'”

이 노래를 잇는 ‘형제여 무슨 일이야'(What’s happening, brother)는 바로 동생 프랭키가 베트남에서 겪은 체험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이 두 곡이 주제의 측면에서 앨범 전체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마빈 게이는 ‘시내의 블루스'(Inner city blues)에서 도시 빈민가 흑인들의 곤궁을 요사했고, ‘내게 자비를'(Mercy mercy me)에서는 파괴되어가는 환경, 즉 공해를 노래했다. ‘어린이를 구하자'(Save the children)는 미래가 없는 세상에 대한 비탄이 담겨 있다. 소재가 광범위하지만 ‘고통’이라는 핵심 테마와는 모두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음반이 ‘흑인 아티스트 최초의 컨셉트 앨범’으로 규정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무거운 성격을 드러내고 있으니 모타운 회사측의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베리 고디 사장은 당시 레코드 구매자들이 사회비평의 음반은 원치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시사적인 컨셉트가 대중들에게 부담을 초래해 ‘상업적인 자살’ 행위가 되리라는 것이었다.

타이틀 곡이 히트하고 있는데도 그는 4개월이나 앨범 출시를 유보했다. “빨리 풀어. 안그러면 다시는 당신들을 위해 음반 안만들테니까. 이건 내 마지막 경고야.” 마빈 게이는 새로운 것에 빗장을 걸고 있는 회사측의 한심한 태도에 광분했다.

하지만 결국 승리자는 마빈 게이였다. 앨범은 출반하자마자 승승장구해 소울 차트는 정상을 밟았고 팝차트에도 10위권에 진입했다. 뿐만 아니라 타이틀곡을 비롯, ‘시내의 블루스’, ‘내게 자비를’ 등 3개의 히트싱글이 터져 나와 모두 차트 톱10에 랭크되었다. 앨범의 판매고는 8백만장에 달해 그 때까지 모타운 사상 가장 잘팔린 음반으로 기록되었다. 그것은 ‘대중의 수준’을 무시한 베리 고디 사장에게 대중이 내린 무서운 응징이었다.

마빈 게이의 승리는 저절로 얻은 것이 아니라 투쟁의 소산이기도 했다. 신념을 갖고 자기 주장을 관철해 모험을 기피했던 모타운 회사의 제작 스탭을 물리치고 자신 스스로 프로듀스한 음반을 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전까지 모타운은 소속 작곡가나 기획자들이 음반제작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마빈 게이와 이 앨범이 갖는 또 하나의 업적은 그 같은 판도를 뒤엎고 회사로부터 ‘아티스트의 자유’를 쟁취했다는 데 있다.

사운드의 측면에서도 이 앨범은 모타운 사운드의 획기적 전환을 초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쿠바의 전통음악인 콩가의 연주가 전체에 깔리면서 스트링(絃)과 함께 유연하게 삽입된 색소폰 연주, 은은하면서 두꺼운 보컬 하모니가 주도하는 제3세계적 음악 그리고 재즈와 가스펠의 분위기는 미들 템포의 리듬과 더불어 전에 없던 스타일이었다. 마빈 게이는 이렇게 하여 모타운의 새로운 70년대 사운드를 개척하는 위업을 쌓았다.

이 작품의 의의는 사회 분위기가 보수적으로 흘러도 위대한 소울 음악이 보여준 사회적 양심은 여전히 꿈틀대고 있음을 알린 것에 있다. 나중 흑인 목사 제시 잭슨은 이 앨범을 듣고 마빈 게이에게 “당신은 누구보다 훌륭한 성직자”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롤링 스톤』지의 묘사처럼 < 무슨 일이지 >는 잭슨 목사뿐 아니라 정말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소울 음악과 그 가치에 눈을 뜨게 했다.

-수록곡-
1. What’s Going On
2. What’s Happening Brother
3. Flyin’ High (In The Friendly Sky)
4. Save The Children
5. God Is Love
6. Mercy Mercy Me (The Ecology)
7. Right On
8. Wholy Holy
9. Inner City Blues (Make Me Wanna Holler)

20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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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넴(Eminem) ‘The Marshall Mathers LP'(2000)

새 천년 초입의 음악계를 달군 인물은 흑인의 전유물인 랩을 ‘흑인보다 더 흑인답게’ 구사하는 백인 래퍼 에미넴(Eminem)이었다. 그는 초강성의 랩을 들고 나와 버블 검 음악에 중독이 된 음악계에 반란을 도모했다. 사람들은 세상을 벌집 쑤셔놓은 듯 발칵 흔들어버린 에미넴 현상을 심지어 엘비스 프레슬리에 비교했다. 그처럼 에미넴도 백인이면서 흑인음악을 가지고 유명해졌다는 것이다.

그가 일으킨 갖가지 소란이 모두 2000년에 소개되었던 이 앨범 < 마샬 매터스 LP >에서 비롯되었다. 1999년의 데뷔작 < 슬림 셰이디 LP >(The Slim Shady LP)으로 3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기반을 다져놓은 그는 이 앨범으로 마침내 미국사회에 ‘빅 트러블’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슬림 셰이디는 그의 가명, 본명이 이 앨범 제목인 마샬 매터스다) 앨범은 700만장이나 팔렸다.

성공을 열망하던 그의 꿈★은 현실이 되었지만, 그를 바라보는 미국 언론들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았다. 피부색부터 문제였다. 에미넴을 키워낸 흑인 명 프로듀서 닥터 드레(Dr. Dre)도 주변 인사들로부터 “왜 푸른 눈의 백인 래퍼를 키우려고 하느냐. 그 아이보고 록이나 하라고 그래라.”라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그의 랩 라임(rhyme)이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점은 비판의 핵심이었다. 곡을 통해 동성연애자를 조롱하고 심지어 자신의 아내와 어머니한테도 손가락질을 퍼부었다. 일례로 아내의 실명을 제목으로 한 음반의 수록곡 ‘킴(Kim)’은 딸 앞에서 아내를 죽인다는 끔찍한 내용을 담았다. 견원지간인 모친과는 2002년의 히트곡 ‘Cleaning out my closet’이 말해주듯 법정소송도 불사했다.

친족 뿐 아니라 동료가수들에 대한 시비도 거르지 않았다. 노래 이곳저곳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엔싱크 등 틴 아이돌을 직접적으로 겨냥해 이유 없는 복수혈전을 펼쳤다. 다음 앨범의 첫 싱글 ‘Without me’로는 테크노 아티스트 모비(Moby)를 깎아 내렸다. 에미넴 때문에 화제 선상에 오른 사람들이 무수히 생겨났다. 그와 비프(상대방과 랩으로 경쟁하는 것)를 펼치며 싸웠던 뮤지션들 대부분이 그랬다.

토픽을 제공해주니 팬들은 좋았다. 일종의 대리 만족에 의한 쾌감이었겠지만 동시에 고의적인 자극을 통한 상업성의 술수가 아닐까하는 추측도 비집고 나왔다. < 빌보드 >의 편집장을 지냈던 고(故) 티모시 화이트(Timothy White)는 < 슬림 셰이디 LP >를 “세상의 고통을 악용해 돈을 버는 앨범”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가정폭력 제창자, 여성혐오자, 자아도취 환자로 매도되었고 ‘더러운 백인 아이'(Dirty white boy)는 공인된 수식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사회에서 백인은 강점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만약 흑인이었다면 아직까지도 흑백 인종차별이 존재하는 미국의 음악계가 그를 이렇게 방치하고 수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에미넴 스스로도 한 라임에서 “난 상품이고 백인이고 그래서 MTV가 호의를 보인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래핑만은 논란에서 철저히 비켜나 있었다. 앨범에서 발표되어 차트상위권을 잠식했던 싱글 ‘The real Slim Shady’는 마치 잰 듯 비트에 딱딱 맞아떨어지는 환상의 랩을 살포했고, ‘Kill you’에서의 긴 라임은 호흡이라는 측면에서 음악적 경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어떤 흑인의 랩보다 그의 라임은 길었다. 그것은 고된 연습의 성과 아니면 타고난 재주였다. 래핑은 마치 ‘독침으로 귀를 쏘아대는’ 느낌이 들만큼 강렬하기로도 발군이었다. 신(辛) 래핑이 따로 없었다. 랩을 싫어하는 사람들조차도 ‘The real Slim Shady’에서 당대 가장 매력적인 라임으로 꼽힐 만한 ‘일어서세요'(please stand up) 부분의 친화력에 마냥 홀려버렸다.

외설 자기연민 대담함으로 가득한 ‘The way I am’은 분노의 화신인 듯 록 진영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초강력 랩을 뿌려댔으며 ‘Stan’은 여가수 다이도(Dido)의 ‘Thank you’를 샘플링해 듣는 사람의 청각을 유혹하는 대중적 감수성을 뽐내고 있다.

과거 백인 힙합 뮤지션들이 흑인의 흉내에 그친 반면, 에미넴은 늘 백인임을 당당하게 선포했다. 스스로를 백인 쓰레기라고 부르며 “백인들 중에도 흑인처럼 사회낙오자와 부적응자가 많다”며 자신의 랩 행위를 정당화했다.

그는 어쩌면 백인 소외계층이 빈부 격차를 생각할 때 더 심한 고통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점, 랩이 ‘인종의 음악’에서 ‘계층의 음악’으로 확대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일깨웠다. 새 천년 음악계는 논란으로 뒤범벅된 한 트러블메이커의 융단폭격으로 Y2K의 혼란과 위기를 말끔히 잊었다.

수록곡
1 Public service announcement 2000
2 Kill you
3 Stan
4 Paul (Skit)
5 Who knew
6 Steve Berman
7 The way I am
8 The real Slim Shady
9 Remember me?
10 I’m back
11 Marshall Mathers
12 Ken kaniff (Skit)
13 Drug ballad
14 Amityville
15 B**** please II
16 Kim
17 Under the influence
18 Criminal

(20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