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창한 기획, 공격적인 투자, 독자적 입지를 향한 강한 의지. 야심작의 운명을 두루 갖고 태어난 송민호의 정규 3집 < “To Infinity.” >는 조건의 폭식 가운데 심각한 소화불량을 호소하고 있다. 카니예 웨스트의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와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 Flower Boy >가 연상되는 커버를 제쳐두고도 예술적 소양이라는 미명 하에 강제 소집된 영감의 덩어리는 성긴 풀칠과 가벼운 응집력으로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채 미망의 경계를 떠돌 뿐이다.
개성의 영역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증명에 박차를 가했다. 통칭 ‘YG스러움’으로 불리는 소속사의 고질적 향을 지우는 데 집중했고, ‘Born hater’와 ‘개 세’로 각인된 거친 랩 스타일에서 하이톤 발성으로의 변혁을 과감하게 꾀했다. 과도기 격 < Take >의 검증을 지나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낸 변화 양상은 첫 트랙 ‘Love in da car’로 귀결된다. 과격함만을 기계적으로 주장하던 과거와 다르게 유동적인 콘셉트를 취하는 앨범은 밝은 색감과 다양한 장치를 도입하며 색다른 면면을 획득한다.
문제는 그 빈도다. 피력 욕구가 과한 나머지 한정된 그릇에 여러 각색된 원본과 개인적 취향의 향수를 혼합하는 데 급급하다. 타이틀 ‘탕!♡’을 보자. < 쇼미더머니 > 경연곡 ‘내일이 오면’과 유사한 스트링 작풍을 토대로, 언오피셜보이 ‘그물, 덫, 발사대기, 포획’의 상징적인 라인(‘준비, 장전, 그리고 발사’)과 기존 본인의 곡 ‘도망가’에서 사용된 동어반복 훅(‘탕! 탕! 탕! 탕!’)이 이어진다. 여기에 릴러말즈 ‘True’에 참여한 빈지노 파트가 떠오르는 속사포 랩은 덤이다. 기시감의 홍수다.
대부분의 트랙 역시 복잡한 치장과 목적성에 얽매여 쉽게 방향을 잃는다. 호화 참여진을 모았으나 거추장스러운 신시사이저와 엉성한 프로듀싱으로 몰입을 방해하는 ‘Pyramid’와 ‘바른말’. 미국 래퍼 아이러브마코넨의 히트곡 ‘Tuesday’의 몽롱한 분위기와 창법(‘볼링핀, 볼링핀 바디라인을 쓰러뜨리고 싶어’)을 그대로 전수한 ‘Kill’. 얼 스웻셔츠 ‘Burgundy’ 풍의 비트와 퍼포머의 온도가 섞이지 않는 ‘이별길에서’가 그렇다. 가공이 덜 된 완성도를 예술가의 엉뚱한 기행으로 둔갑하는 행위가 펼쳐진다.
음악 행보를 집약한 최종 포트폴리오로도, 앞으로의 가능성을 담은 결재안으로도 만족스럽지 않다. 건재한 하드웨어와 재능은 물론 힙합과 아이돌 신을 양가적으로 오갈 수 있는 특수 위치에 존재함에도 조야한 언어유희만을 남발하는 일차원적 가사나 오마주와 레퍼런스 점철의 방식으로는 K팝 프론트맨의 가치를 증명하고 설득하기 어렵다.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To infinity, and beyond)’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극적이고 독특한 외관과 연료가 아닌, 통일된 도량형으로 빈틈없이 단단히 설계된 선체다.
– 수록곡 –
1. Love in da car
2. 탕!♡
3. Pyramid (Feat. 릴보이, 개코)
4. 바른말 (Language) (Feat. 바비(BOBBY))
5. Kill
6. 뭐
7. 궁금해
8. ㅊ취했 (Feat. 소금)
9. Losing u
10. 이별길에서 (Feat. 선우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