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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차트 역주행 특집 VOL 1. 가요 10곡

역주행의 역사는 되풀이 된다. 방송, SNS 등 다양한 매체와 더불어 밈(Meme), 추억, 감성 등 그 의미 또한 가지각색인 이 현상에 음원 시장과 유행이 급변한다. 대중의 취향과 기호가 과거만 맴돌며 현재를 살아가지 못하는 씁쓸한 실정이지만, 기억 속으로 사라질 뮤지션에게 생명을 불어넣거나 몰랐던 노래의 진가를 발견한다는 장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옛 노래가 굽이치는 물결을 타고 지금 우리의 곁으로 몰려온다. < 슈퍼스타 K >, < 나는 가수다 >, < 복면 가왕 >, <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을 찾아서 > 등의 TV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과거의 음악과 추억을 되새김질했지만, ‘역주행’이라는 이름으로 살아 돌아온 곡은 인터넷을 떠도는 ‘작은 영상 하나’에서 비롯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MZ세대가 만든 디지털 문화가 그 중심에 있음을 뜻한다.

2021년 상반기만 해도 벌써 브레이브 걸스와 SG워너비 두 팀이 어떤 연어보다 힘차게 차트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왔다. 매년 찾아오는 연금과 시즌 송처럼 연례행사에 가까운 이 현상을 이즘에서도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차선을 반대로 달리는 노래가 다시 나오기 전에 이즘 필자들이 대표곡 10개를 선정했다.

EXID ‘위아래'(2014)
아이돌 역주행의 역사를 새로 쓴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 등장하기 이전, 전국을 위아래로 들썩이게 했던 원조 역주행 걸그룹이 있다. 팬 한 명이 촬영한 직캠의 파급력은 놀라웠다. ‘위아래’는 2년의 공백을 가진 무명 걸그룹이 존폐를 논의하던 시점에 사활을 내걸었던 곡이다. 활동 당시의 반응은 미진했으나 발매 3개월이 지난 후 SNS를 통해 멤버 하니의 안무 직캠이 입소문을 타면서 뒤늦게 대중의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들의 역주행 열차는 쾌속으로 질주하며 그해 연말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다. 우연히 영상 하나에서 시작된 이 드라마는 해체 위기의 걸그룹을 완연한 대세로 탈바꿈해 주었다.

포화한 아이돌 시장에서 대중에게 각인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와 같고 일찍이 기회를 잡지 못한 팀들에게 성공의 벽은 높기만 하다. 3년이 꼬박 걸렸던 EXID의 역전은 새로운 성공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들의 역주행 공식에는 방송 출연도, 유명인의 홍보도 없다. 오로지 팬이 만든 2차 창작물의 힘으로 일어섰다. 이는 아이돌 그룹이 주목받을 수 있는 제 3의 경로가 되었으며 아직 빛을 보지 못한 후배 그룹들에게는 포기하지 않고 활동할 수 있는 희망을 주었다. 아이돌 최초의 역주행을 이뤄낸 EXID의 발자취는 새로운 역주행 스타들이 탄생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영향력이 닿고 있다. (김성엽)

볼빨간사춘기 ‘우주를 줄게'(2016)
‘하늘만큼 땅만큼’은 사랑의 척도에서 가장 유구한 관용어지만 볼빨간사춘기는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우주를 안겨줬다. ‘난 그대 품에 별빛을 쏟아 내리고 / 은하수를 만들어 어디든 날아가게 할 거야’라는 귀여운 고백은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냈고 ‘고막 여친’ 안지영의 애교 섞인 목소리와 대학 축제를 비롯한 많은 공연에서 보여준 사랑스러운 모습이 대중을 사로잡았다.

< 유희열의 스케치북 > 출연을 계기로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1개월 만에 10위권에 진입한 ‘우주를 줄게’ 뿐만 아니라 이 곡이 수록된 < Red Planet >의 전곡이 한 해 동안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특히 사춘기의 우울하고 의기소침한 면에 주목한 ‘나만 안되는 연애’나 ‘X Song’은 폭넓은 감정선을 드러냈다. 볼빨간사춘기는 역주행의 수혜를 받은 원 히트 원더에 머무르지 않고 여전히 ‘썸 탈꺼야’, ‘여행’으로 20대 청춘의 찰나를 포착하고 있다. (정수민)

신현희와김루트 ‘오빠야'(2015)
시작은 인터넷 방송가다. ‘오빠야’를 배경음으로 차용한 한 리액션 영상이 우연히 화제를 끌어 각종 SNS의 파고에 탑승하고, 이후 수많은 패러디를 낳으며 젊은 층을 상대로 급속도로 퍼져 나간 것이 열풍의 시초다. 전파 과정만 본다면 다른 이유가 컸을지 모르지만 영상에 대한 관심은 곧 음악으로 이어지기 마련. 결국 그 기세는 영상의 업로드 일자 기준 16일 만에 차트 정상이라는 가시적인 기록으로 환산되었다.

반등의 기회는 생각보다 많이 찾아오지만 정작 제대로 거머쥐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빠야’의 성공 요인은 단박에 꽂히는 강렬한 인트로다. 한번 들으면 도통 잊기 힘든 신현희의 이 한 마디는 영상 너머 노래에도 관심을 가지게 했고, 뒤이어 등장하는 ‘썸’의 관계를 재치 있는 랩으로 풀어낸 코러스는 남녀노소를 막론한 노래방 애창곡 파트로 부상하며 상승 곡선에 박차를 가했다. ‘오빠야’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기까지 걸린 시간, 인트로의 첫 2초였다. (장준환)

마크툽, 구윤회 ‘Marry me'(2014)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는 차 안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르는 사랑 노래가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바로 옆에서 불러 주는 듯 가공하지 않은 음원, 이게 승부수였다. 이 영상이 페이스북의 인기 페이지 < 일반인들의 소름 돋는 라이브 >에 올라왔고 일명 ‘신호대기남’이 큰 관심을 일으키며 영상 속의 곡도 덩달아 주목받았다.

노래의 인기를 살갗으로 느낄 수 있었던 곳은 결혼식장 안이었다. 음원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을 당시 예식장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원곡 가수의 음원보다 말 그대로 ‘일반인들의 소름 돋는 라이브’를 더 많이 들었을 것이다. 축가 타이밍엔 어김없이 ‘Marry me’가 흘러나왔고 한동근의 ‘그대라는 사치’와 함께 결혼식의 단골 레퍼토리가 되었다. 프러포즈 대표곡으로 안착한 노래는 역주행시점 음원 시장에서 일위를 달성한 베스트셀러였고 결혼 시장에서는 스테디셀러가 되면서 그때나 지금에나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김도연)

김연자 ‘아모르 파티'(2013)
수 없이 겪어낸 고난에도 김연자는 제 운명을 사랑했다. 4년의 시간이 흘러 재조명된 윤일상표 EDM으로 기존의 트로트 작법을 과감히 탈피한 이 ‘인생 찬가’는 실로 위력적이었다. ‘연애는 필수 / 결혼은 선택’이 형성한 공감의 힘은 가벼운 세대 통합을 일궈냈고 대학가 축제에 출연한 최초의 트로트 가수라는 이변을 낳았다. BTS, 엑소, 트와이스 등 최정상 위치의 글로벌 케이팝 스타들이 백댄서를 자처한 2018년 KBS가요대축제 엔딩 무대는 이 곡의 위치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젊은 감성과 화려한 후렴구 멜로디는 역주행의 존재감을 높이는데 빼놓을 수 없는 조연이다. 진가는 시대를 꿰뚫은 노랫말에 담겨있다. ‘작사의 신’ 이건우의 역작으로 가사 한 줄, 한 마디가 우리의 근원적 스트레스에 구원자 역할을 자처한다. ‘자신에게 실망 하지마 / 모든 걸 잘할 순 없어’라며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고 ‘나이는 숫자 / 마음이 진짜 /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는 용기를 북돋으며 스스로 실현한 김연자식 명언에 방점을 찍는다. 찰나의 반짝임으로 끝나지 않을 주옥같은 격언들이 시대를 대변한다. 어쩌면 ‘아모르 파티’의 역주행은 당연한 절차였다.(김성욱)

윤종신 ‘좋니'(2017)
역주행 신화를 쓰기 가장 유리한 장르는 역시 발라드일 것이다.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범대중적인 장르인 데다 노래방에서 부르기도 좋으며, SNS에 올라오는 보컬 실력자들의 커버 영상을 통해서도 인기가 쉽게 번지기 때문이다. 2017년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음악 플랫폼 ‘리슨'(LISTEN)을 통해 발매된 ‘좋니’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부를 노래가 없다’는 젊은 세대의 수요를 공략한 아티스트는 유튜브 음악채널 ‘딩고 뮤직’의 ‘세로라이브’로 신세대와 교류를 형성했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한 라이브 영상이 성공을 판가름하며 노래는 가장 많이 들리고, 가장 많이 불리는 곡이 됐다. ‘애청’과 ‘애창’의 동시 포획이었다.

차이는 ‘깊이’였다. 꼭 모은 두 손, 잔뜩 찌푸린 미간으로 열창하는 베테랑 가수의 라이브는 대중의 가슴 한편에 간직하고 있던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했고, 이별한 이의 심정을 대변하는 현실적인 노랫말은 결정적이었다. 원곡을 리메이크한 민서의 ‘좋아’로 차트 정상을 다시 꿰차며 발라드계 ‘답가 유행’을 일으키기도 했다. 음악인으로서 그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각인한 제2의 전성기의 서막이었다. (이홍현)

비 ‘깡 (GANG)'(2017)
허세와 거리가 멀다면서도 ‘백 달러 지폐(Hundred dollar bills)’, ’30 sexy 오빠’를 흥얼대며 여전히 9년 전 ‘레이니즘(Rainism)’에 도취되어 있었다. 향수에 젖어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던 2000년대 슈퍼스타는 이후 영화 < 자전차왕 엄복동 >까지 혹평을 받으며 ‘비’급 연예인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이미지 타격에 쐐기를 박았던 이 실패작이 컬트적인 역행을 일으킨 ‘나.비 효과’였다.

작품이 별로일 수 있다는 주연의 취중진담과 그를 뒷받침하는 누적 관객 수. 성적은 처참했지만 놀림거리로 이만한 흥행도 없었다. 망작에서 비롯한 각종 패러디는 과거를 들추기에 이르렀고 발매 당시에도 잡음이 많았던 ‘깡’이 그 중심을 차지했다. 비록 조롱이 만들어낸 관심이지만 본인도 밈의 인기를 즐겼고 오히려 광대를 자처하며 열풍에 불을 지폈다. 비주류의 인터넷 유행을 대중의 영역으로 견인한 40대 꾸러기의 깡다구는 급변한 콘텐츠 시장을 대변하는 희귀한 역주행 사례다. (정다열)

블루 ‘Downtown baby'(2017)
음과 음 사이의 작은 낙차로 덤덤하게 흐르다가도 ‘너는 나의 다운타운 베이비야’란 훅을 던지는 모습은 과장보다 쿨함을 견지하는 Z세대의 사랑법과 닮아있다. 어쿠스틱 기타가 주도하는 감미로운 소리는 연인과의 추억을 환기하고 ‘너의 눈은 밤하늘에 별이야’란 구절은 라라랜드(로스앤젤레스)의 푸른 밤을 형상화하며 낭만성을 확보한다.

린다G(이효리)가 < 놀면 뭐하니? >에서 불러 스트리밍 차트 정상까지 도달한 ‘다운타운 베이비’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래퍼 블루가 2017년 말에 발매한 곡으로 2년 6개월 만에 빛을 보게 되었다. 이효리의 허스키한 저음은 멜로디의 좁은 폭을 구원하고 기교보다 감각으로 노래하는 가창이 곡에 잘 달라붙는다. “결국 뜰 곡은 뜬다.”는 운명론으로 접근할 수 있지만 실은 대중을 아는 이효리의 감과 공중파 프로그램의 위력이 작용한 결과다. (염동교)

브레이브걸스 ‘롤린 (Rollin’)'(2017)
역주행의 힘을 여실히 증명한 곡. 수익이 거의 없음에도 자식 키우는 심정으로 군부대 공연을 보낸 프로듀서 용감한 형제부터 “음악을 떠나 평범하게 살자고 이야기를 나눴다.”던 유정의 인터뷰처럼 팀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멤버들까지 해체를 앞두고 터진 대박 뒤에는 감동 실화가 숨어있다. 2021년을 뒤집은 이 흥행의 시작은 유튜브 알고리즘이었지만, 실질적 원인은 전심으로 아이돌 그룹을 응원하며 군통령, 군인픽, 밀보드라는 신조어까지 만든 ‘군인들’에게 있었다. 힘든 군 생활 중의 위문에 대한 보답은 상상 이상으로 컸다.

이들의 성공 형태에서는 특이하게도 영상을 통한 현시대의 홍보 방식과 소자본 인디 뮤지션의 활동 양식이 함께 보인다. 무명의 독립 뮤지션이 길거리와 홍대 클럽을 전전하며 공연하는 모습이 군부대를 도는 브레이브 걸스의 모습과 닮았다. 이는 대형 미디어도, 유명인의 언급도 없이 멤버들 스스로가 일궈낸 노력의 결과임을 증명한다. 이엑스아이디가 팬들에 의한 2차 창작물의 중요성을 알렸다면 브레이브 걸스는 무대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일깨운, 사실상 역주행이 아닌 ‘정주행’인 셈이다. (임동엽)

SG워너비 ‘Timeless'(2004)
역시 < 놀면 뭐하니? >는 강력했다. 프로그램에서 부르기만 했을 뿐인데 또 다수 음원차트의 정상에 올랐다. SG워너비가 출연한 이번 방송은 영향력이 더 셌다. ‘Timeless’, ‘내사람: Partner for life’, ‘라라라’, ‘살다가’ 등 여러 곡이 동시에 차트를 휩쓸었다. 톱스타 아이유, 대세 걸 그룹으로 등극한 브레이브걸스도 MBC 예능 < 놀면 뭐하니? >의 정기를 받은 노래들 앞에서 추풍낙엽이 됐다. 특히 ‘Timeless’는 SBS < 인기가요 > 1위 후보로 오르기까지 했다. < 놀면 뭐하니? >는 십수 년 전 나온 노래에 새 생명을 안겨 줬다.

전적으로 방송에 의해 다시 히트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차트에 들어선 노래들은 모두 발매 당시에 큰 사랑을 받았다. 2000년대를 경험하고, 그 시절의 추억을 간직한 세대로서는 SG워너비와 그들의 노래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보컬 그룹이 요즘 얼마 없는 현실도 SG워너비를 돋보이게끔 했다. 가창력이 뛰어난 멤버들이 서로 눈을 맞춰 가며 하모니를 만드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에게 근사하고 살갑게 다가갔다. 인기 미디어, 과거를 향한 대중의 향수, 희소한 체제, 번듯한 가창이 합쳐진 힘이 ‘Timeless’를 비롯한 노래들을 한 번 더 유행의 궤도에 들여놨다. (한동윤)

정리 : 임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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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투챔프 인터뷰

2021년 봄, 대한민국의 모든 인기 차트를 석권하고 해외 K-POP 팬들에게 SOTY(song of the year)라는 칭호까지 얻은 노래 ‘롤린 (Rollin’)’의 공동 작곡가 투챔프(하승목, 황규현)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롤린 (Rollin’)’의 대히트로 바쁜 와중에도 그들은 흔쾌히 인터뷰를 승낙했고,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우선 황규현 씨와 전화 통화를 했다. 그의 목소리와 말투는 겸손한 청년이었고, 정감 어린 문자는 반듯한 소년 같았다. 황규현 씨와의 통화와 글귀만으로도 두 사람의 인성을 느낄 수 있었다. 브레이브 걸스의 네 멤버 민영, 유정, 은지, 유나처럼.

4월 초, 이즘 사무실을 직접 방문한 투챔프와의 대화는 이렇게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둘이 1986년생으로 동갑이더라. 원래 친구 사이였나? 혹시 통하거나 공통점이 있어서 친해졌는지.
규현 : 대학 동기로 작곡을 전공했다.
승목 : 아무래도 오리엔테이션 때는 다들 서먹서먹한데 규현이가 유일하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규현이도 혼자 있고 저도 혼자 있었는데 말을 걸어줘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즐겁게 뭐 하나 만들어 볼까 하면서 시작했다.
 
아무래도 작곡 전공이다 보니 음악 얘기를 많이 했을 듯하다. 음악적인 공통점이 있었나?
승목 : 그때는 전혀 달랐다. 규현이는 밴드나 록 쪽이고 저는 힙합 음악을 좋아했다
규현 : 저는 고등학교 때 밴드 보컬로 음악을 먼저 시작했다.
 
밴드 때 주로 어떤 곡을 카피했는가?
규현 : 엑스 재팬이나 루나 씨, 글레이 같은 일본 록 밴드의 음악을 많이 따라 했다.
 
왜 가수로 진로를 이어가지 않았나?
규현 : 사실 그 정도 실력은 아니었고 취미 생활로 시작했다가 음악을 제대로 하고 싶어서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승목 : 규현이는 록이지만 저는 힙합을 좋아했다. 서로 좋아하는 분야가 정말 달랐다. 어릴 때는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만 듣지만 나중에는 서로 좋아하는 걸 추천하면서 둘이 함께 제이 팝이나 힙합, 발라드를 협업해서 만들기도 했다. 사실 저희 둘이 앨범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자료도 없고 듣기에도 오글거린다.(웃음) 최종적으로 힙합 알앤비로 색깔이 정해지면서 직접 시디를 제작한 적도 있다.
 
팀 이름을 왜 투챔프라고 했는지? 혹시 음악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전적이 있나?
승목 : ‘롤린 (Rollin’)’ 말고는 단 한 번도 없다. 사실 이름을 정할 때 고민이 많았다. 예전에 작업할 때는 강남에 있어서 ‘강남 2인조’로 할까 고민도 했다.(웃음) 지금은 투챔프지만 유키스의 앨범으로 데뷔할 때는 로켓 펀치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었다. 사람들이 모를 줄 알았는데 ‘그때 그분들이시죠?’하면서 연락도 하더라. 이름을 바꾼 이유는 팀을 결성하고 본격적으로 해보자고 마음먹으면서 더 강한 이름을 갖고 싶었다. 로켓 펀치는 뭔가 말랑말랑한 음악을 만들 거 같았다. 그래서 좀 센 느낌의 ‘챔피언’이라는 단어를 넣었고 저희가 두 명이라 투챔프가 됐다.
 
대중음악 역사를 보면 많은 명곡들이 짧은 시간에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롤린 (Rollin’)’도 하루도 안 된 걸로 아는데 혹시 성공을 직감했나?
규현 : 저희는 곡을 만들고 나서 되겠다,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항상 최선을 다해서 만들고 그 결과와 판단은 대중의 선택이다.
승목 : 그건 저희 몫이 아니다. 대신 곡 작업이 빨리 끝나면 기분이 상쾌하다. 이건 저희만의 스타일인데 한 곡을 오래 끌지 않고 오래 고민하지도 않는다. 사실 음악을 더 오래 잡고 있으면 더 안 좋아진다. 집중해서 빨리 끝내는 방식이고 만약 안 풀리면 그냥 과감하게 포기한다.

‘롤린 (Rollin’)’의 작곡 크레디트를 보면 용감한형제, 차쿤 그리고 투챔프가 적혀 있다. 주요 멜로디는 투챔프가 쓴 것인가?
승목 : 그걸 물어보는 분들이 많다. 요즘 음악 시장에는 탑 라인과 곡의 프로듀서로 많이 나뉜다. 저희는 프로듀서로 트랙 비트 메이커에 참여한 것이고 용감한 형제와 차쿤이 탑 라이너를 맡았다. 가오리 춤을 추는 트로피컬 라인은 규현이가 정말 많이 고민해서 만들었다.
규현 : 저희는 인트로와 인터루드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롤린 (Rollin’)’을 만들 때도 인트로만 들어도 ‘이 곡이다’ 싶을 정도의 퀄리티를 만들고 싶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곡을 만들 당시는 트로피컬 하우스가 유행하기 전이라 장르의 특성상 청량하면서도 중독성 있고 쉬운 멜로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승목 : 그래서인지 저희한테 인스트를 내달라고 요청을 많이 하시더라.(웃음)

‘롤린 (Rollin’)’의 곡 분위기는 여름인데 2017년 쌀쌀한 3월에 발표했다. 조금 기다렸다가 늦봄이나 초여름에 발표했다면 4년 전에 이미 반응이 있지 않았을까?
승목 : 일단 그때는 앨범이 급하게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실 저희도 여름에 발표하고 싶었는데 그건 좀 아쉽다.
 
‘롤린 (Rollin’)’이 3월 23일 자 빌보드 K-POP차트 정상에 올랐다. 축하한다. K-POP이 전 세계에서 유행이라 해외 뮤지션들이 투챔프와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요청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혹시 함께 작업하고 싶은 해외 뮤지션이 있다면?
승목 : 꿈만 같은 이야기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롤린 (Rollin’)’ 비트에 저희의 시그니처 마크 사운드를 넣었다. 그것 덕분에 누가 들어도 투챔프의 비트라는 걸 알 수 있게 만들었는데 혹시라도 그걸 듣고 제안이 들어왔으면 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바로 크리스 브라운이다. 저는 크리스 브라운을 정말 좋아한다. 예전부터 그의 음악 스타일을 좋아했고 로망의 대상이다.
규현 : 좋아하는 가수라기보다는 기회가 있어서 위켄드의 곡을 편곡해서 경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 재미있게 작업했다.
 
위켄드의 어떤 노래였나?
승목 : ‘Pray for me’를 편곡했다. 중국의 조음전기(潮音战纪)라는 경연 프로그램에 가수 사무엘이 그 무대를 선보였다. 저희가 그 프로그램을 담당했는데 프로듀싱에서 1등을 차지했다. 유튜브에도 그 영상이 있다.  

투챔프는 앞으로 이런 스타일의 음악이 유행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나?
승목 : 감각은 있지만 그것에 너무 초점을 맞추진 않는다. 내년 이맘때쯤 날씨를 아무도 모르는 것과 같다. 타겟팅을 자꾸 하면 창작의 폭이 좁아지더라. 울타리 친 곳에서만 음악을 하는 것이다. 굳이 맞추고 싶지는 않고 유행은 돌고 돌 듯이 저희가 지금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 언젠가 이런 느낌을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임한다. 저는 그게 올바른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곡으로 장사를 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까지 브레이브 걸스와 몇 곡이나 함께 했나? 
승목 : ‘롤린 (Rollin’)’, ‘운전만 해’, ‘Help me’ 그리고 ‘Yoo hoo’도 했다. 매 앨범마다 수록곡으로 다 참여했다. 브레이브 걸스가 < 불후의 명곡 >에 나가면 항상 저희가 편곡을 맡았다. 녹음하고 작업한 수는 저희가 제일 많을 것이다. 그래서 멤버들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안다.
 
브레이브 걸스의 ‘운전만 해’ 역시 명곡이다. 특히 편곡과 후반부 기타가 굉장히 좋은데 ‘롤린 (Rollin’)’도 그렇고 이 곡도 그렇고 플루트 소리가 깔린다. 혹시 플루트에 대한 열망이 있는지?  
승목 : 일단 해외 팝에는 플루트 소리가 굉장히 많이 쓰인다. 그 당시 저희가 트로피칼 장르를 많이 만들었는데 이미 해외에서는 메인스트림 장르였고 플루트를 많이 사용했었다. 저희는 K-POP에 빨리 접목시키고 싶어서 플루트를 사용했다. 괜히 가상 스튜디오 악기(VSTI) 플루트를 다 결제해서 사곤 했다. (웃음)
 
브레이브 걸스의 네 멤버 모두 음색이 다르다. 민영, 유나, 유정, 은지의 보컬의 특징을 설명한다면?
규현 : 4명 모두 저희가 만든 곡과 잘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유나의 중저음 보컬이 좋다.
승목 : 각각 장점이 확실하다. 민영이는 메인 보컬이고 가창력이 워낙 뛰어나서 저희가 디렉팅할 때 원하는 방향대로 잘 따라준다. 유나는 낮은 음역대가 듣기 좋아서 일부러 하이 음역대를 안 시키는 것도 있다. 웬만하면 좋은 부분을 살리려고 한다. 진짜 특이한 멤버는 유정이다, 유정이는 말할 때와 노래할 때의 목소리가 똑같다. 굉장히 편안하게 적용되는 요소다. 그리고 은지는 민영한테 가려진 숨은 실력자다. ‘운전만 해’는 은지가 주요 멜로디를 불렀는데 그때 은지가 돋보였다.
 
이번에 브레이브 걸스가 신곡을 발표한다는데 혹시 참여하나?

승목 : 아쉽게도 참여를 안 할 거 같다. 회사에서 독립한 지 시간도 좀 지났고 아직까지 콜라보나 요청이 없는 거 보면 아무래도 이번 앨범은 힘들지 않나 싶다.
 
브레이브 걸스의 노래는 쉽고 아이돌의 정석 같다. 그런데 최근 K-POP의 방향은 그룹마다 세계관을 뚜렷하게 형성하기도 하고 해외 팝에 맞춘 미니멀하고 어두운 곡이 주를 이루기도 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규현 : 저희에게 요즘 들어오는 곡 리드에서도 세계관이나 콘셉트가 명확하게 잡혀서 나온다. 이를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작업할 때 어느 정도 반영은 하되 방향성을 그것에만 맞추진 않는다. 저희가 원래 가지고 있는 색은 가져간다.
승목 : 이걸로 파생되는 단점도 많다. 예를 들면 시장에서 곡을 팔기 위해서 작곡가가 곡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정해져 있는 콘셉트와 레퍼런스를 받으면 그것과 비슷한 곡을 만들어야 하는데 결국엔 창작의 개념이 아니라 비슷한 곡을 만들어 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장의 그런 판도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잘하는 건 프로듀서가 만든 음악에 회사가 맞추는 방식이다. 물론 세계관도 중요하지만 저희는 이것에 얽매이지 말자고 다짐했다.
 
< 미스트롯 >에 출연한 정미애 씨의 ‘라밤바’에도 참여했다. 나중에 트로트 쪽으로도 의향이 있나?
승목 : 지금 트로트 앨범을 작업해서 만들고 있다. 마침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이긴 했다. < 미스트롯 2>에 출연한 솔로 여가수의 정규앨범 타이틀로 곧 나올 예정이다. 처음으로 ‘라밤바’라는 트로트를 해봤는데 정말 재밌었다. 신나고 즐겁고 K-POP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해보자고 규현과 얘기했는데 우연치 않게 의뢰가 또 들어왔다. 이번에도 하루, 이틀 만에 썼다.(웃음)
 
최근 프로듀싱 회사 얼라이브 네이션(Alive Nation)을 설립했는데 예술과 경영 사이에 어떻게 밸런스를 맞출 것인가? 앞서 얘기한 의견은 CEO 입장과는 상충될 수도 있지 않나?
규현 : 규격화된 게 아니더라도 저희 음악이 좋아서 찾아주시는 회사가 있어서 참 고맙다.
승목 : 저희가 단 한번도 예술가라고 생각한 적 없다. 그냥 저희가 좋아서 하는 것이고 이 일을 해서 경제적 밑받침이 된다면 좋은 거다. 물론 돈을 무시할 수는 없다. 저희가 지금 프로듀서 두 팀을 데리고 있는데 항상 너희가 원하는 음악을 하라고 말한다. 그런 음악을 찾는 분들이 분명 있기 마련이고 시장을 따라가면 결국 다 똑같은 색깔인데 이름만 다른 음악을 하고 싶지는 않다.
 
유튜브 채널 < 투챔프 2CHAMP >에서 작곡가로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인 조언을 주는 콘텐츠를 많이 다루더라. 평소 작곡가 지망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
규현 : 유튜브 같은 경우는 시청자들이 다방면으로 유입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음악 지망생들을 위해 만든 채널이었다. 저희도 음악을 시작할 때 조언을 구하기 힘들어서 음악을 시작하시는 분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해결해드리고자 하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또 계속해서 도움을 드리려는 와중에 송캠프를 비대면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시청자분들 중 한 분을 모셔서 같이 작업을 하는 프로젝트다.
승목 : 저희가 30대에 들어서자마자 데뷔했으니까 좀 늦게 시작한 편이다. 저와 규현이가 항상 하는 말이 ‘우리 실력이 이렇다 저렇다 피드백 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데뷔 준비 기간을 조금이라도 단축할 수 있지 않았을까’였다. 그래서 지금은 데모 메일을 우리에게 보내주면 무료로 피드백해주고 있다. 저희는 이런 것들을 선순환시키고 싶다. 기회가 없을 뿐이지 실력 있는 친구들이 음지에 많은데 진입장벽이 워낙 높다. 우리나라는 현재 작곡가에 있어 공표된 시스템이 없다. 곡으로 데뷔하기가 정말 힘들다.

어려운 시간도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힘든 상황에서도 음악을 버리지 않은 이유는?
승목 : 생각해보게 되는 질문이다. 글쎄…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항상 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물론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지금 음악을 지망하는 분들도 같은 입장이겠지만 ‘왜 이렇게 힘들게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편하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내가 지금까지 뭘 했는지에 대한 자괴감도 들었고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하지만 버틸 수 있었던 건 둘이었기 때문이다. 혼자였으면 못했을 것이다. 신기한 게 사람마다 감정이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서 슬럼프가 동시에 오진 않았다. 규현이가 그만두고 싶어 하면 제가 잡아주었고, 제가 지쳐 있을 때는 규현이가 도와줬다.
 
좋아하시는 작곡가나 프로듀서는 누구인지?
규현 : 우리나라에선 김형석, 김도훈 선배를 비롯해 좋아하는 프로듀서분들이 많다. 최근엔 누니 바오라는 스웨덴 출신의 프로듀서를 좋아한다. 팝 가수 칼리 레이 젭슨을 정말 좋아하는데 그의 3집 < Emotion >의 ‘Run away with me’에 작곡자로 참여한 걸 알게 되면서 그의 작업물들을 찾아 들었다.
승목 : 개인적으로 김도훈 선배를 좋아한다. 휘성, 거미와 작업할 때부터 정말 좋아했던 선배다. 중요한 건 아직도 트렌디한 트랙을 창조하고 멜로디와 가사를 감각적으로 만든다는 것인데 이것만으로도 존경받아야 할 작곡가다. 저에게 오랫동안 멋진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단한 분이다
 
혹시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승목 : 예전에 만들어 놓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노래가 있는데 이 곡은 오직 에이핑크를 위해서 만들었다. 곡 의뢰가 들어오거나 다른 걸그룹과 콘셉트가 맞아도 ‘아냐, 이건 나중에 에이핑크와 해야 돼’하면서 남겨둔 노래다. ‘롤린 (Rollin’)’의 연장선 상에 있는 곡인데 ‘롤린 (Rollin’)’이 신나는 반면 이 노래는 조금 자제하는 느낌이다. 저희는 그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고 에이핑크를 위해 고이 간직하고 있다.(웃음)
규현 : 저희가 하는 음악과 에이핑크의 색깔이 잘 맞을 것 같다. 저희가 음악을 만들 땐 항상 가수의 색과 이미지를 생각하는 편이라 가수를 먼저 정하고 작업에 들어간다. 예전에 틴탑을 생각하고 만든 ‘I love girl’은 결국 4년 후에 틴탑이 불렀다.
 
인터뷰 : 소승근, 임동엽, 임선희, 이홍현
정리 : 임선희
촬영 : 임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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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과 브레이브걸스의 평행이론

‘다른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사람의 운명이 같은 식으로 반복된다.’ 많은 사람들이 어렴풋이 뉘앙스를 알지만 정확히 뜻을 모르는 평행이론의 정의다. 세상 많은 곳에서 이 미신적인 법칙이 실제로 발생하지만 의도적으로 생산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도대체 어디에 방탄소년단과 브레이브 걸스의 평행이론이 존재할까? 지금부터 이 두 팀의 평행이론에 근거가 되는 세 가지를 (억지로) 엮어본다.

1. 외국에서 더 난리 난 신토불이
방탄소년단이 ‘I need U’로 첫 1위를 차지했지만 그때까지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서서히 부상하는 지역구 스타였다. 이때까지 많은 사람들은 방탄소년단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에 ‘봄날’이 폭발했지만 해외에서는 ‘불타오르네’의 영상이 아시아와 유럽을 시작으로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2017년에 공개한 ‘DNA’로 그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무대에 오르면서 미국 입성에도 성공했다. 전면적인 역수입은 아니었지만 방탄소년단을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그들의 음반이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에 오르고 미국 텔레비전에 출연하고 나서야 방탄소년단에게 집중했다. ‘국민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10년 동안 활동했지만 일부 팬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브레이브걸스도 외국의 반응이 상대적으로 더 뜨거웠다. 2017년, 전 세계에 케이팝을 알리기 위한 < 케이콘 > 공연에서 브레이브걸스가 ‘Rollin”을 부를 때 외국인들은 한국어로 노래를 따라 불렀고, 브레이브걸스의 뮤직비디오와 공연 동영상에 외국어 댓글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심지어 케이팝 커버 댄스 대회에서 ‘Rollin” 안무를 추는 외국인 참가자가 있을 정도. 그런 해외 팬들이 최근 ‘Rollin”의 역주행을 기뻐하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화적 사대주의까지는 아니지만 방탄소년단과 브레이브걸스가 해외에서의 좋은 반응을 발판 삼아 한층 더 성장한 것만큼은 부정할 순 없다.

2. 방탄소년단의 ‘아미(Army)’와 브레이브걸스의 ‘레알 아미(Real Army)’
전 세계 팬덤 중에서 가장 막강한 파워를 소유한 아미는 모든 걸 바꾼다. 시위 문화부터 역사 인식, 사회적 이슈, 심지어는 부모와의 갈등까지 크고 작은 문제에 적극 개입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런데 요즘 강력한 경쟁상대가 등장했다. ‘레알 아미’다.

알려진 대로 브레이브걸스 역주행의 일등공신은 군인과 예비역이다. ‘은혜 갚은 예비역’이라는 댓글로 알 수 있듯 ‘Rollin”을 들으면서 군 생활을 버텼다는 남정네들은 브레이브걸스에게 보은의 징표로 이 곡을 재소환해 음원차트 1위로 만들었다. 위문공연을 위해 백령도까지 갔다는 브레이브걸스에 대한 ‘진짜 아미’들의 충성이다.

방탄소년단과 브레이브걸스가 조인트 콘서트를 한다면? 숫자로만 보면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아미’가 월등히 앞서지만 일당백인 브레이브걸스의 ‘레알 아미’의 기세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3. Speaker
방탄소년단이 해외활동 할 때 말을 제일 많이 하는 멤버는 RM일 수밖에 없다.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그는 모든 인터뷰에서 대표로 말을 하고 다른 멤버들의 발언까지 통역한다. BTS가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영어를 잘 하는 RM이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브걸스의 멤버 유정도 홍콩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덕분에 영어에 능통하다. 비 유학파 RM과 달리 영어 문화권에서 직접 생활한 덕분에 유정의 행동은 서구적이다. 카메라 앞에서도 어색해하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행동은 능동적이고 씩씩하고 쾌활하다. 브레이브걸스가 해외로 진출한다면 소속사는 통역사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4. 멸시와 무시를 극복한 집념과 용기
데뷔 초기 방탄소년단과 브레이브걸스의 반응은 비슷한 듯 달랐다. 2011년에 5인조로 출발한 브레이브걸스는 2016년에 현재 멤버인 유나, 유정, 은지, 민영의 4인조로 체질개선을 했지만 1기는 물론 2기 멤버들도 그 어떠한 욕을 먹지 않았다. 왜냐하면 단 한 번도 주목을 받지 못했으니까.

이와 반대로 방탄소년단은 처음부터 비난을 마주했다. RM(김남준)과 슈가(민윤기)가 힙합 진영으로부터 ‘계집애처럼 화장하는 랩 그룹’이라는 치욕적인 멸시를 받았던 영상이 훗날 회자 될 정도로 방탄소년단은 무시당했고, 데뷔 당시에 선배 아이돌 그룹들의 일부 극성팬들로부터 살해협박도 받았다. 방탄소년단을 ‘표절소년단’으로 부른 것은 가장 수위 낮은 린치였다.

무관심이라는 서러움을 버텨낸 브레이브걸스와 이유 없는 증오를 정면 돌파한 방탄소년단은 우리나라 근대사의 축소판이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수십 년 동안 고난을 감내하고 2021년의 대한민국을 일군 역사적 서사는 많은 난관을 극복한 브레이브걸스와 방탄소년단을 통해 투영된다. 잘 살아보기 위해, 후손에게 과거의 치욕을 다시는 주지 않겠다는 우리 부모님과 어르신 세대의 끈기와 집념은 브레이브걸스와 방탄소년단의 감동적인 성공과 같다.

언더독에 대한 측은지심은 한국인의 마음속에 있는 본바탕이다. 힘든 과거를 이겨낸 이들을 고생시켰다는 미안한 마음과 뒤늦게 알게 됐다는 후회가 시너지 효과를 낸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공중파 방송과 매스컴, 삐뚤어진 안티 팬들에게 푸대접을 받았던 두 그룹의 성장 스토리는 절대로 개선이 안 되는 자기개발서가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일기다. 브레이브걸스와 방탄소년단의 아름답고 선한 동화는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역사적인 순간이 되어야 한다. 빌리 조엘이 부른 노래 ‘Only the good die young’의 제목은 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