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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신촌블루스 디스코그래피 돌아보기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한과 비애를 담은 블루스. 하울링 울프와 존 리 후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로버튼 존슨과 이들의 문법을 계승해 록 레전드가 된 에릭 클랩튼과 레드 제플린 등으로 영미권 대중음악의 근간을 이뤘다. 기타리스트 엄인호를 중심으로 35년간 음악공동체를 이어간 신촌블루스는 척박한 한국 블루스 뮤직에 대중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언더그라운드 공연 문화에 공헌했다. 가요에 블루스를 녹인 신촌블루스의 역사를 음반 별로 되새겨본다.

< 신촌Blues >(1988)
보사노바와 록을 혼합했던 밴드 풍선에서 의기투합한 바 있는 한국 블루스의 두 거목 엄인호와 이정선은 1980년대 중반 블루스의 방향성을 세웠다. 이정선과 포크 그룹 해바라기에서 함께 활동했던 소리의 마녀 한영애와 들국화의 조덕환과 엄인호가 발탁한 신예 정서용, 한국 소울의 대부 박인수가 보컬 라인을 형성했다.

대중적으로는 정서용과 엄인호가 입 맞춘 ‘아쉬움’이었다. 수수하게 퍼지는 오르간과 색소폰 솔로 등 블루스 요소와 흡인력 있는 선율 덕에 엄인호 지향의 ‘블루스 가요’가 성립했다. 한영애가 부른 타이틀 곡 ‘그대 없는 거리’와 신중현의 곡을 재해석한 박인수 보컬의 ‘봄비’도 사랑받았다. 이정선은 명반 < 30대 >(1985)의 ‘바닷가에 선들’을 재수록해 각별함을 드러냈다. 음악적으로 완숙한 멤버들이 완성한 데뷔 앨범 같지 않은 데뷔 앨범이었다.

< 신촌Blues II >(1989)
블루스 음악으로선 이례적인 히트를 기록한 2집 < 신촌Blues II >는 음악공동체의 정점이었다. 펑크(Funk)와 레게가 뒤섞인 ‘골목길’은 김현식의 가창으로 시대회자의 지위를 얻었고 엄인호의 ‘바람인가’와 최고의 발라드 작곡가 이영훈의 ‘빗속에서’를 엮은 메들리가 연주 집단의 정체성을 요약했다. 이정선의 펑키한 넘버 ‘산 위에 올라’와 비비킹의 기타에서 이름을 따온 한영애 보컬의 ‘루씰’까지 모든 곡이 매혹적이다.

가객 김현식과 소리의 마녀 한영애가 시대의 소리를 입혔다. 가요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린 동아기획의 구성원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전태관이 조력자로 나섰고 ‘나에게로의 초대’의 정경화가 코러스로 완성도를 높였다. 이정선과 엄인호가 합작한 마지막 앨범이 되었으나 한국 블루스의 화양연화를 빚어낸 < 신촌Blues II >는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선의 선정으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 받았다.

< 신촌Blues III >(1990)
밴드의 축이었던 이정선이 떠나고 엄인호가 주도적으로 기획한 음반이다. 전반적으로 절제된 사운드가 처연한 감성을 살렸고 각양각색 보컬로 엄인호의 지휘 아래 음악공동체의 기량이 공고해졌다. 2집에서 코러스로 참여했던 정경화가 브라스가 강조된 재즈풍의 ‘비 오는 어느 저녁’과 절절한 ‘마지막 블루스’로 음반의 도입부를 책임졌다.

앨범 전반의 대중적 색채는 엄인호가 추구하는 블루스 가요와 맞닿아 있다. 정규 1, 2집을 통해 얻은 내공으로 선율과 분위기의 균형감도 구축했다. 엄인호는 적재적소에 블루스 터치를 가미했고 김영배와의 기타 하모니도 조화롭다. 손석우 작곡, 김현식 노래의 ‘이별의 종착역’이 특히 사랑받았지만 맨발의 디바 이은미의 가창에 이정식의 색소폰 연주가 어우러지는 ‘그댄 바람에 안개로 날리고’와 자취를 찾기 힘든 가수 김미옥이 부른 ‘비오는 날’도 여운을 남겼다.

< 신촌블루스 라이브 Vol. 1 >(1989) & < 신촌블루스 라이브 Vol. 2 >(1991)
두 장의 라이브 음반도 혁혁한 공로다. 1960년대부터 라이브 음반 제작이 활발했던 영미권과 달리 국내 밴드들은 기술적 장벽에 가로막혀 작업을 단념하곤 했다. 국내 라이브 문화를 대표했던 신촌블루스는 열악한 환경을 딛고 < 신촌블루스 라이브 Vol. 1 >과 < 신촌블루스 라이브 Vol. 2 >를 내놓았다. 관객과의 호흡에서 전해지는 생동감은 라이브 음반만의 매력. 신촌블루스는 후배들에게 용기를 심어주었다.

1989년 롯데 잠실 홀에서 녹음한 첫번째 라이브 음반 < 신촌블루스 라이브 Vol.1 >에선 한영애와 김현식 두 언더그라운드 슈퍼스타가 위력을 발휘했다. 자신의 대표곡 ‘누구없소’와 이정선의 ‘건널 수 없는 강’로 이어진 한영애의 무대는 스캣으로 즉흥성을 포착했고, 포효의 ‘떠나가 버렸네’는 김현식 탁성의 진면목이다. 관객의 호응을 고스란히 담아 순수한 형태의 라이브 음반을 지향했다.

서울가든호텔에서 녹음한 1991년 작 < 신촌Blues 라이브 Vol. 2 >는 보다 발전한 음향 기술로 라이브의 강점을 반영했다. 신촌블루스 4기 보컬 김형철과 ‘묻어버린 아픔’으로 알려진 김동환이 번갈아 가며 노래했다. 김동환의 야생적 가창은 ‘서로 다른 이유 때문에’와 ‘환상’으로 좌중을 휘어잡았고 엄인호는 ‘갈등’과 ‘마틸다’ 등 대다수의 곡에 목소리를 실었다. 첫 번째 라이브 음반과 마찬가지로 엄인호의 친형 엄인환이 색소폰을 맡았다.

신촌블루스는 현재진행형이다. 2021년에 한국 대중음악의 전설을 기록하는 < Return Of The Legends >에 참여했고 2022년에 엘피 붐에 발맞춰 정규 1집을 리이슈했다. 주로 일본에서 활동하는 박보밴드와의 협업도 예정되어 있다. 2022년 11월 이즘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엄인호는 신촌블루스의 역사 계승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 블루스의 명맥을 위해 힘닿는데 까지 노력하겠다는 것. 리더 엄인호를 주춧돌로 강성희, 제니스, 김상우로 이뤄진 보컬 라인에 이상진(베이스), 김준우(드럼), 안정현(키보드)로 구성된 음악공동체는 엔데믹 속 공연을 준비 중이다.

이미지 작업: 백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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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정차식 ‘야간주행’ (2021)

평가: 3.5/5

불면에 시달리는 남자. 모두가 잠든 밤이 그에겐 유독 길어 어딘가로 떠나야만 공허함을 채울 수 있다. 끝나지 않는 밤의 허망함과 방랑자의 고독이 <야간주행>을 관류한다. 음울한 록 음악을 구사하던 밴드 레이니썬을 거친 정차식은 솔로 명의로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고 자신을 오롯이 드러내는 가사와 소리 체계로 주목받았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는 주류에서 비껴난 외길을 걷지만 발자국은 선명하다.

이 외로운 뮤지션은 디지털 음원을 기본으로 하는 최신 가요의 문법에서 벗어나 1960~1980년대의 대중음악을 추적해 생경한 소리의 조합을 감행한다. ‘빛나네’는 영국 밴드 수퍼트램프의 ‘The logical song’처럼 월리처 피아노 풍으로 곡을 주도하고 종소리 효과음과 리듬 기타를 쌓아가며 담백한 펑크(Funk) 곡을 건설한다. ‘두 번째 날’은 ‘I’m your man’과 유사한 질감의 신시사이저로 레너드 코헨의 고독을 공유한 반면 정차식은 자신에게 상처를 줄 사랑을 회피한다.

침잠하는 내면의 1집 <황망한 사내>와 꿈틀대는 욕망을 유쾌하게 그린 2집 <격동하는 현재사>를 지나 다시금 차분해진 남자는 불면이 야기한 망상을 풀어낸다. 시와 닮은 노랫말은 서사보다는 서정, 직설보단 은유를 택하여 매끄러운 흐름을 포기하는 대신 구절 하나하나에 여운을 남긴다. 팔세토와 떨리는 음성에 읊조림까지 다양한 감정을 아우르며 레이니썬 시절에 갇히지 않고 변화하는 음악인임을 증명한다.

정차식은 청승과 신파로 시대를 역행한다. 빈틈없는 경쟁 시대에 누가 불면의 토로를 받아줄까 싶다가도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 소리의 문학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그는 심연에서 허우적대는 자신을 소리와 활자로 남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 수록곡 –
1. 두번째 날
2. 빛나네
3. 품위있게
4. 눈사람
5. 아래로 갔다
6. 서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