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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Solar Power’ (2021)

평가: 2.5/5

틴에이저의 당찬 자기표현과 솔직한 사랑 서사를 독보적인 색깔의 음악과 함께 거침없이 드러냈던 로드에게는 팝스타로서의 혼란과 차기작에 대한 부담, 슬픈 개인사가 연달아 찾아왔고 그는 4년간 자취를 감추었다. 긴 공백기는 남극 탐사를 다녀오는 등 대자연에서의 심적 치유를 경험하는 시간이 되어 주었으며 마침내 태양의 강렬한 에너지를 품은 < Solar Power >로 활동의 기지개를 켠다. 단출한 포크 사운드와 편안한 보컬은 앨범의 자연주의적 메시지와 상통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괴롭혀 온 팝 스타덤에 대한 결별 선언작이다.

은둔의 시간을 보냈던 로드는 리드 싱글 ‘Solar power’에 담긴 밝고 산뜻한 에너지로 어둡게 드리웠던 그림자를 걷어내고 따스한 여름의 햇빛과 함께 재도약의 신호를 내비쳤다. 리드미컬한 퍼커션 리듬, 축제를 연상시키는 백 보컬과 브라스 연주로 채운 멜로디는 풍요롭기까지 하다. 몽환적인 도입부와 광야를 달리듯 거칠게 질주하는 어쿠스틱 기타 선율이 인상적인 ‘Mood ring’과 리드미컬한 드럼 비트와 함께 엄숙한 도입부를 환기하며 로드의 친숙한 색깔을 꺼내든 ‘The path’는 은근한 경쾌함으로 열기를 조금씩 끌어올린다.

그러나 단조로운 포크 사운드가 연속적으로 등장하면서 앨범은 곧바로 힘을 잃는다. 전작부터 이어져 온 프로듀서 잭 안토노프와의 협업이 테일러 스위프트, 라나 델 레이의 곡들을 떠올리는 방향으로 이뤄진 탓에 시너지를 이뤄내지 못한 영향이 크다. ‘Stoned at the nail salon’은 라나 델 레이의 ‘Wild heart’와 구조적으로 닮았으며 ‘The man with the axe’와 ‘Big star’ 등의 미니멀한 곡들은 짧은 호흡의 전개에도 지루한 감상만을 남긴다. 통통 튀는 비트의 ‘Dominoes’ 또한 시종일관 아기자기한 세션 연주에 갇혀 평이한 멜로디만을 맴돈다.

사운드의 미약함 내에서도 앨범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또 하나의 메시지, 환경을 다룬 가사만큼은 유의미하다. 기후 변화를 떨어진 과일에 비유하여 경고성 의미를 담은 ‘Fallen fruit’는 비장한 기타 선율과 어둡게 깔린 백보컬을 통해 경각심을 유발한다. 환경이 파괴된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린 ‘Leader of a new regime’과 그의 고향인 뉴질랜드에서의 삶을 전한 ‘Oceanic feeling’의 잔잔한 스트링 선율과 은근한 신시사이저 음들은 자연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높은 완성도의 < Melodrama > 이후 긴 공백이 초래한 간극을 메운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복귀작에 담긴 명확한 주제의식은 음악과 합치되지 못한 채 부유할 뿐이며 두 장의 앨범을 통해 주체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곡에 녹여냈던 로드의 색깔은 흐릿하다. 앨범 전면에 내세운 여름의 정취가 무색하게 < Solar Power >는 강렬한 에너지의 열기와 더위를 식혀줄 청량함 둘 중 그 무엇 하나도 전하지 못한다. 작렬하는 태양빛은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뮤지션으로서 순탄하게 걷던 길에 뿌연 안개를 흩뿌렸다.

– 수록곡 –
1. The path
2. Solar power
3. California
4. Stoned at the nail salon
5. Fallen fruit
6. Secrets from a girl (Who’s seen it all)
7. The man with the axe
8. Dominoes
9. Big star
10. Leader of a new regime
11. Mood ring
12. Oceanic feel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