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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김진성의 영화음악 – #3 스타 이즈 본(A Star Is Born, 2018)

2018년은 특히 음악을 주제로 한 영화 세편이 개봉해 화제였다. 우선 < 맘마 미아: 히어 위 고 어게인 >(Mamma-Mia!: Here We Go Again)은 10년 만에 되돌아온 < 맘마 미아 >(2008)의 속편, 알다시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컬을 영화화했으며, 전설적인 스웨덴 혼성보컬그룹 아바(ABBA)의 노래들을 엮어서 극화한 뮤지컬 쇼다.

다음은 < 보헤미안 랩소디 >(Bohemian Rhapsody), 제목이 말해주듯, 전설적인 영국의 록 밴드 퀸(Queen)의 대표적 명곡을 간판으로 내건 음악영화다. 그룹 퀸의 일대기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전기 영화이자, 음악이 주제인 영화이다.

하지만 그룹의 멤버들 중에서 선봉에서 마이크를 잡은 광대(Performer) 가수(Singer)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가 작곡자(Composer)로 쓴 노래의 제목이 영화의 제목인 것과 더불어, 일찍이 고인이 된 그를 주인공으로 영화가 전개된다는 면에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프레디 머큐리의 인생역정을 다룬 휴먼드라마라고 해도 무방하다.

마지막으로 < 스타 이즈 본 >(A Star is Born), 제목만 보면 가장 먼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Barbra Streisand)와 크리스 크리스토퍼슨(Kris Kristofferson) 주연의 1976년 작 < 스타 탄생 >(A Star is Born)을 즉각 떠올리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1937년 동명 원작을 1954년에 이어 1976년에 다시 제작한 이후, 2018년에 배우 브래들리 쿠퍼(Bradley Cooper)가 감독 데뷔작으로 또다시 리메이크한 명화. 그 자체로 허구적인 이야기, 두 남과 여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해 음악이라는 운명의 끈으로 서로 얽매이고, 결국엔 슬픈 운명적 이별을 맞게 되는 비운의 로맨스를 스크린에 펼쳐낸다.

오프닝부터 남우주연 브래들리 쿠퍼의 잭슨 메인이 강렬한 록 송 ‘Black eyes'(검은 눈동자) 공연 무대로 관객들의 이목을 잡아채고 들어가는 영화는 시와 같은 노래, 자신의 운명과 같은 노랫말, 서로의 내심을 소통하게 다리를 놓아주는 가사와 가창, 두 남과 여의 음악적 공감대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빛내주는 것이 진정 무언가라는 걸, 관객에게 음악으로 전해준다.

관객은 그들이 타고난 음악적 재능으로 첫눈에 끌리고 진정 하나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진심으로 공감하고, 남과 여의 사랑에 대해 다시금 통찰하게 되는 계기를 맞게 된다. 베테랑 컨트리 가수 겸 작곡가 잭슨 메인(Jackson Maine)이 싱어-송라이터 지망생 앨리(Ally)와 운명적으로 조우해 점점 더 깊은 사랑에 빠지고, 마침내 영혼을 결합하는 예식을 갖기까지, 통속적인 사랑 이야기의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것이 드라마의 큰 틀.

한편 이미 성공했지만 제정신으로 살수 없어 술과 약물에 기대 사는 록 스타의 깊은 과거의 상처와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을 향해 음악적으로 무한한 잠재력을 펼쳐나가는 유망주 팝스타의 희망찬 미래를 병치시키면서, 영화는 지고 뜨는 두 별들의 뮤지컬 로맨스에 동승해 우리네 인생을 되돌아보고 성찰하게 만드는 공감의 장을 마련해준다.

브래들리 쿠퍼(Bradley Cooper)와 레이디 가가(Lady Gaga), 두 남녀주인공에게 음악이란 과연 무엇이며, 둘의 인생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지켜보면서, 다른 한편으로 마음 속 깊이 울림이 있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극적인 로맨스의 틀 안에서 영화의 이야기는 전개되지만, 영화 자체의 진정한 힘을 느끼게 해주는 정수는 바로 두 남녀주인공을 하나로 묶어주는 운명적 음악의 힘에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은 전적으로 남자주인공 브래들리 쿠퍼의 캐릭터와 그의 내면에서 나온 소리들인 한편, 여주인공 레이디 가가에게서 품어져 나온다. 그녀 자신의 음악적 내공이 영화의 캐릭터에 고스란히 체화된 결과물에 다름 아니다. 잭슨 메인이 죽기 전 아내 앨리를 생각하며 쓴 노래 ‘I’ll never love again'(다신 사랑하지 않을 거야)과 함께, 영화의 주제가로 불린 노래 ‘Shallow'(얕은 곳에서)가 잊지 못할 감동으로 계속해서 복기되는 것도 온전히 그들의 이야기이며 그 이야기를 음악으로 옮겨낸 것이기 때문이다.

앨리를 야외 콘서트에 초대해 전날 작업한 노래 ‘Shallow’를 합창하는 공연무대는 두 사람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결정적 장면으로 잊지 못할 순간을 제공한다. 그 감동의 순간과 함께 둘의 운명적 만남부터 고별까지의 이야기가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실린 노래들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브래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의 합창이 최절정의 감흥을 선사하는 가운데, 영화를 위해 쓰인 노래들에는 특히 루카스 넬슨(Lukas Nelson)이 자신의 밴드 “프라미스 오브 더 리얼(Promise of The Real)”과 함께 극중 메인의 백 밴드로 직접 출연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루카스 넬슨은 다름 아닌 윌리 넬슨(Willie Nelson)의 아들이라는 사실, 윌리 넬슨은 알다시피 미국 컨트리뮤직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명인, 거장이기 때문이다. 블루스와 컨트리, 흑과 백을 대표하는 음악적 색채를 결합한 록을 브래들리 쿠퍼의 캐릭터를 통해 들을 수 있는 것도 여기서 연유한다. 또한 레이디 가가가 극중 성공가도를 달리면서 부른 버블검 팝송들을 위해서는 ‘DJ White Shadow'(본명 Paul Blair)가 힘을 보탰다.

게다가 마크 론슨(Mark Ronson), 다이엔 워렌(Diane Warren)까지, 히트곡 제조기들이 가세했다. 다이엔 워렌이 공동작곡한 ‘Why did you do that?'(왜 그랬어?), 그리고 마크 론슨(Mark Ronson)이 레이디 가가, 앤서니 로소만도(Anthony Rossomando), 앤드류 와이어트(Andrew Wyatt)와 함께 쓴 주제가 ‘Shallow’가 영화를 본 관객은 물론, 대중음악 팬들에게 인기를 얻은 결과가 괜한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사운드트랙앨범에서 싱글로 발매된 ‘Shallow’는 ‘Always remember us this way'(항상 이렇게 우릴 기억해줘)와 각각 빌보드차트 정상과 41위까지 올라 그 인기를 입증했다.

뿐만 아니라 제61회 그래미 시상식(61st Annual Grammy Awards)에서 마크 론슨이 곡을 쓴 ‘Joanne(Where do you think you’re goin’)’이 최우수 팝 솔로 퍼포먼스(Best Pop Solo Performance)부분을 수상한 것과 함께 ‘Shallow’가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부문 트로피를 거머쥠으로써 레이디 가가와 마크 론슨 콤비의 흥행공식을 재확인시켜줬다. 그리고 2019년 제 91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Shallow’가 주제가로서 “베스트 오리지널 송” 부문 트로피를 거머쥠으로써 최후의 방점을 찍었다. 제 7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Gloden Globe Awards)에 이어 내리 양대 주요 시상식을 재패한 대단한 성과였다.


영화에 쓰인 노래 목록
01. Black Eyes(검은 눈동자) : 영화의 막을 여는 음악 – 브래들리 쿠퍼(Bradley Cooper)노래/브래들리 쿠퍼와 루카스 윌슨(Lukas Nelson) 공동 작사, 작곡 및 제작

02. Over the Rainbow(무지개 너머) :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동안 짧게 부른 노래, 앨리가 노래하며 걷는 동안 영화제목이 붉은색 자막으로 나타난다. – 레이디 가가(Lady Gaga) 노래/해롤드 알렌(Harold Arlen)과 E.Y. 하버그(E.Y. Harburg)작사, 작곡.

03. At Last(마침내) : 공연을 마친 잭슨 메인이 찾은 드래그 바에서 드래그 퀸이 립싱크로 부른 노래 – 에타 제임스(Etta James) 노래/마크 고든(Mack Gordon)과 해리 워렌(Harry Warren) 작사, 작곡.

04. La Vie en Rose(장밋빛 인생) : 드래그 바에서 앨리(레이기 가가)가 부른 노래, 잭슨 메인이 앨리에게 매료되는 장면 – 레이디 가가(Lady Gaga) 노래/원곡 가사 에디트 피아프(Édith Piaf)

05. Maybe It’s Time(때 인가봐) : 드래그 바에서 잭슨 메인이 부른 노래, 앨리가 기타를 연주하며 가창하는 브래들리 쿠퍼를 응시하며 다가가 서로 마주보는 장면. 이후 글래스턴베리 공연에서 재창하면서 앨리와의 순회공연 장면에 사용된다. – 브래들리 쿠퍼 노래/제이슨 이즈벨(Jason Isbell) 작곡

06. Whipping Post(태형 기둥) : 드래그 바에서 나와 처음으로 함께 동석한 자리, 잭슨이 앨리의 콧등을 만지며 “복코”라고 하고, 음악에 관해 대화하는 동안 바에서 계속해서 울리는 노래 – 올맨 브라더스 밴드(The Allman Brothers Band) 노래/그랙 올맨Gregg Allman) 작곡.

07. Too Far Gone(너무 멀어졌다고) : 바에서의 첫 대화 중 잭슨에게 주정하는 취객에게 앨리가 주먹을 날리는 싸움 장면까지 올맨 브라더스 밴드의 노래에 이어 나오는 주크박스 플레이송. 이후 잭과 앨리가 백 보컬을 녹음한 이후 반복해서 재생된다. 자신이 돌이킬 수 없이 엉망이 되어 죽을 거라고 토로하는 가사의 노래. – 브래들리 쿠퍼 노래/브래들리 쿠퍼와 루카스 윌슨 공동 작사 작곡 및 제작

08. Shallow(얕은 곳에서) : 마트에 들러 다친 앨리의 손 치료에 필요한 물품을 사고, 주차장으로 자리를 이동해 대화하다가 잭슨의 아픈 과거사를 듣고 앨리가 즉석해서 가사를 붙여 노래한다. 이후 공연에 초대받은 앨리가 뒤에서 지켜보다 용기 내 무대에 올라 잭슨의 선창에 이어 함께 열창하는 장면. 앨리의 음악적 뮤즈 잭슨과의 기적적 만남 후 잭슨의 마음을 읽고 쓴 앨리의 가사를 통해 이제 얕은 곳을 벗어나 깊은 곳으로, 음악으로 서로 더 단단해질 거라는 걸 암시한다. –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 노래/ 레이디 가가, 마크 론슨(Mark Ronson), 앤서니 로소만도(Anthony Rossomando), 앤드류 와이어트(Andrew Wyatt) 공동 작사, 작곡.

09. Diggin’ My Grave(내 무덤을 파고 있어) : 공연 리허설 무대에서 잭슨의 노래와 연주로 나온다. – 브래들리 쿠퍼 연주, 노래/폴 케널리(Paul Kennerley) 작곡.

10. Dammi i colori!(색칠해주세요) : 리무진 운전사인 아버지와 앨리가 집에서 잭슨의 공연 초대에 대해 긍정과 부정의 의견 다툼을 하는 장면 – Recondita armonia(Aria)[그림물감 좀 갖다 주시오! – 오묘한 조화(아리아)][토스카 1막(Tosca/Act 1)] –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이탈로 타조(Italo Tajo), 내셔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National Philharmonic Orchestra), 니콜라 레시뇨(Nicola Rescigno)/주세페 자코사(Giuseppe Giacosa)와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작곡.

11. Alibi(알리바이) : 앨리가 직장에서 비행기로 이동하는 사이 연주되는 ‘Out of time’에 이어 접속곡처럼 잭슨이 저녁 공연에서 부른 노래. 이후 글래스턴베리 공연에서 다시 부른다. – 브래들리 쿠퍼 노래/레이디 가가, 브래들리 쿠퍼, 루카스 넬슨 공동 작사, 작곡.

12. Gratitude(감사) : 앨리와 잭슨이 공연 후 애프터 쇼 파티에 입장할 때 나온 노래 – 비스티 보이스(Beastie Boys) 노래/탐 커시먼(Tom Cushman), 마이크 디(Mike D as Michael Diamond), 애덤 호로비츠(Adam Horovitz)와 애덤 야치(Adam Yauch)

13. Yonkers(용커스) : 앨리가 라몬에게 찾아가 잭슨이 잠들었다고 방법을 묻는 장면 –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 as Tyler, The Creator)/타일러 크리에이터 작곡.

14. Stardust(우주진) : 잭슨과 앨리가 조식을 하는 동안 호텔 방에서 울리는 음악 – 아티 쇼어와 그의 오케스트라(Artie Shaw and His Orchestra) 연주/호기 카마이클(Hoagy Carmichael)과 미첼 패리쉬(Mitchell Parish) 작사, 작곡.

15. Music to My Eyes(내 눈에 음악이야) : 호텔 조식 후 잭슨이 앨리의 집에 방문해 그녀의 아버지 로렌조를 만나고, 침대 위 앨리와 대화 후 오토바이에 동승해 애리조나로 가는 장면을 연속 반주한다. – 브래들리 쿠퍼 노래/레이디 가가와 루카스 윌슨 작가, 작곡

16. Look What I Found(내가 찾은 걸 봐) : 잭슨과 앨리가 순회공연 중 식당에서 만든 곡. 음반사와 계약 후 스튜디오에서 첫 녹음한 노래. 잭슨이 피아노까지 들여와 앨리의 음반제작을 돕는다. 리듬 앤 블루스 풍의 흥겨운 팝 송. – 레이디 가가 노래/레이디 가가, 폴 블레어(Paul Blair), 닉 몬슨(Nick Monson), 루카스 윌슨, 마크 닐란 주니어(Mark Nilan Jr), 아론 레이티어(Aaron Raitiere) 공동 작사, 작곡.

17. Always Remember Us This Way(늘 이렇게 우릴 기억할거야) : 잭슨과 순회공연 중 무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앨리가 부른 자작곡. 이 노래를 한 후 음반사 매니저가 찾아와 만나고 계약이 성사된다. – 레이디 가가 노래/레이디 가가, 나탈리 헴비(Natalie Hemby), 힐러리 린제이(Hillary Lindsey), 로리 맥케나(Lori McKenna) 공동 작사, 작곡.

18. Make Some Noise(소리 질러) : 앨리가 잭슨에게 음반사와 계약, 제작, 판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에 계속해서 사용됨. – 비스티 보이스(Beastie Boys) 노래/마이크 디. 애덤 호로비츠, 애덤 야치 작사, 작곡.

19. Heal Me(날 치료해줘) : 앨리가 아이허트레디오(iHeartRadio) 공연에서 부른 노래. – 레이디 가가 노래/레이디 가가, 폴 블레어(Paul Blair), 줄리아 마이클스(Julia Michaels), 닉 몬슨(Nick Monson), 마크 닐란 주니어(Mark Nilan Jr.), 저스틴 트랜터(Justin Tranter) 공동 작사, 작곡.

20. Butler @ Studio A – 브래들리 쿠퍼와 벤자민 라이스(Benjamin Rice) 작사, 작곡, 노래.

21. Corrine, Corrina(코린, 코리나) : 친한 음악동료를 찾은 잭슨, 그의 가족과 함께 한 식사시간에 공간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됨.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 윈튼 마샬리스(Wynton Marsalis)와 에릭 클랩튼(Eric Clapton)/보 카터(Bo Carter), 미첼 패리시(Mitchell Parish), 제이. 메이요 윌리엄스(J. Mayo Williams) 작곡.

22. I Don’t Know What Love Is(난 사랑을 몰라) : 잭슨과 앨리의 결혼 장면에 둘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 –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 노래/레이디 가가와 루카스 넬슨 작사, 작곡.

23. Why Did You Do That?(왜 그랬어?) : SNL 공연에서 앨리가 부른 댄스 팝송, 잭슨과 그의 형제 매니저 바비가 서로를 용서하며 어색한 재회를 하는 장면 – 레이디 가가 노래/레이디 가가, 폴 블레어(Paul Blair), 닉 몬슨(Nick Monson), 마크 닐란 주니어(Mark Nilan Jr.), 다이안 워렌(Diane Warren) 공동 작사, 작곡.

24. New York, I Love You But You’re Bringing Me Down(뉴욕, 널 사랑하지만 넌 날 절망하게 해) : 앨범 표지를 촬영 중인 앨리, 그녀가 그래미시상식 세 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놀라운 소식을 접하는 장면에 사용된 록 송. – LCD 사운드시스템(LCD Soundsystem)/제임스 머피(James Murphy) 작곡.

25. Hair Body Face(머리 몸 얼굴) : 앨리가 리허설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는 잭슨, 연습중인 앨리의 노래 – 레이디 가가 노래/레이디 가가, 폴 블레어, 닉 몬슨, 마크 닐란 주니어. 공동 작사, 작곡.

26. Oh, Pretty Woman(오, 귀여운 여인) : 그래미 시상식 중 원곡 가수 로이 오비슨(Roy Orbison) 그래미시상식 헌정 공연에서 브랜디 칼라일과 말론 윌리엄스와 함께 잭슨이 기타를 연주하는 장면, 노래 안하고 반주하는 잭슨을 앨리가 애처롭게 바라본다. – 브랜디 칼라일(Brandi Carlile)과 말론 윌리엄스(Marlon Williams) 노래/로이 오비슨(Roy Orbison)과 빌 디즈(Bill Dees) 작사, 작곡.

27. Lasciatemi Morire(Live)(죽게 내버려두세요) : 앨리의 아버지 로렌조가 그래미 시상식에 참석할 준비를 하면서 딸 앨리와 함께 보내는 동안의 장면 – 마리오 란자(Mario Lanza) 노래/Claudio Monteverdi and Ottavio Rinuccini 작사, 작곡.

28. Before I Cry(내가 울기 전에) – 레이디 가가 노래/레이디 가가, 폴 블레어, 닉 몬슨, 마크 닐란 주니어. 공동 작사, 작곡.

29. I’ll Never Love Again(결코 다신 사랑하지 않을 거야) : 자살로 비극적인 생을 마감한 잭슨을 추모하는 공연에서 앨리가 부른 노래로 두 음악영혼이 만나 그린 과거의 영상이 회상되면서 감정적으로 최고조에 달하는 영화의 극적 순간을 연출한다.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의 <보디가드> 주제가 ‘I will always love you’에 준하는 감동 선사. –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 노래/레이디 가가, 나탈리 헴비, 힐러리 린제이, 아론 레이티어 공동 작사, 작곡.

30. Is That Alright?(그래도 괜찮아?) : 종영인물자막과 함께 – 레이디 가가 노래/레이디 가가, 폴 블레어, 닉 몬슨, 루카스 넬슨, 마크 닐란 주니어., 아론 레이티어 공동 작사, 작곡.

31. Out of Time(uncredited)(시간이 없어) : 앨리가 잭슨의 초대로 저녁 콘서트 쇼에 찾아오고, ‘Alibi’로 이어지는 접속 연주곡. ‘Out of time’이 초침 가는 소리처럼 타악 리듬을 도입부로 연주되고, 비행기를 타고 공연장으로 이동하는 중 잭슨과 그의 밴드의 연주하는 장면과 교차 편집되어 나온다. – 브래들리 쿠퍼 노래/브래들리 쿠퍼와 루카스 넬슨 작사, 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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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IZM 연말 결산 특집 Feature

2020 올해의 팝 싱글

코로나 19 범유행은 온 세상을 마비시켰다. 이 혼돈의 와중에도 음악은 충실히 현실을 투영했다. 충격적인 눈 앞을 피해 대대적인 과거 정서로의 이주 릴레이가 벌어졌고, 현재 진행형의 차별과 편 가르기에 맞서 목소리를 높였다. 오랜 시간 공고히 자리하던 팝 시장의 지형을 뒤흔드는 일대 사건도 있었다. IZM 선정 올해의 팝 싱글 10곡을 소개한다. 글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위켄드(The Weeknd) ‘Blinding lights’ 

올해 많은 노래가 대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이보다 큰 지지를 얻은 싱글은 없었다. 2020년 최고의 히트 넘버, ‘Blinding lights’!. 히트도 그냥 히트가 아니다. 28주간 빌보드 싱글 차트 5위 내 진입, 40주간 10위 내 랭크 등 신기록을 경신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는 중이다. 이 노래를 모든 부문의 후보에서 제외한 그래미 어워드를 국내외 대중과 각종 매체가 냉담한 반응으로 받아치며 그들의 공신력을 비아냥대는 꼴이 연출되고 있다. (심지어 위켄드 본인도 그들을 ’디스’했다.)

곡 전반에 깔린 패드 악기가 공간감을 형성하고 1980년대 신스팝을 재현한 신시사이저 리드가 탄성을 절로 터뜨린다. 히트 작곡가 맥스 마틴(Max Martin)이 제대로 일을 냈다. 그 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퇴폐적인 사랑을 위켄드는 어느 때보다 강렬한 퍼포먼스로 내비치는데, 흡사 영화 < 조커 >가 겹쳐가는 뮤직비디오 속 라스베이거스와 로스앤젤레스의 도심을 피 묻은 분장으로 떠도는 그의 모습이 위태로우면서도 아름답다. 작금의 복고 유행을 가속화함과 동시에 그것을 멋지게 자기화(自己化)한 싱글. 그가 현세대 가장 걸출한 뮤지션 중 하나라는 것을 무리 없이 입증했다. (이홍현)


도자 캣(Doja Cat) ‘Say so’ 

디스코 열풍과 SNS를 통한 챌린지. 올 한해 팝 신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한꺼번에 설명할 때 가장 적확한 곡이 아닐까. 찰랑찰랑 거리는 펑키한 기타 리프를 타고 유려하게 흘러가는 도자 캣의 몽환적인 음색에 보다 감각적인 터치를 더하는 니키 미나즈의 섬세한 래핑.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넘나들며 빚어내는 두 아티스트의 시너지가 여성 래퍼가 득세하고 있는 지금의 현상을 주도했다 해도 과언은 아닐 터. 

이 노래를 통해 니키 미나즈는 그토록 염원하던 빌보드 No.1의 커리어를 거머쥐었으며, 첫 여성 콜라보레이션 HOT 100 1위라는 쾌거까지 그들의 것이 되었다. 밈으로 군림하는 데에 있어 단단한 음악적 내실이 필수적임을 알려준, 올 한 해 팝 트렌드 일등 단타강사. (황선업)


앤더슨 팩(Anderson .Paak) ‘Lockdown’ 

“사람들이 들고 일어났어.
제재 조치(Lockdown)라더니,
우리에게 총알을 날리더군.”

2년 전 차일디시 감비노의 ‘This is america’를 소개하며 “2018년의 미국은 누군가에겐 지옥이었다”라 운을 띄운 바 있다. 2020년의 미국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1,340만 명을 감염시키고 26.7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백인 경찰관이 비무장 상태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질식사시켰다. 거리에서 흑인들이 총을 맞아 살해당하고 비밀 경찰이 잠입해 사람들을 어디론가 끌고 갔다. 전염병과 공권력의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된 약자들이 생존을 위해 ‘흑인의 삶도 소중하다(BLM)’를 외치며 거리로 나서자 대통령은 ‘법과 질서’를 강조했다. 

앤더슨 팩은 이 모든 상황을 담담히 관찰하여 정제된 분노의 언어로 ‘Lockdown’을 꾹꾹 눌러 담았다. 전쟁 같은 일상 속 지쳐버린 가장의 목소리로 “흑인 생명을 휴지쪼가리 취급하는”, “우리가 죽어갈 땐 침묵하다 나중에서야 소리를 내는” 사회에 울분을 토한다. 뮤직비디오 속 제이 록(Jay Rock)이 조목조목 매일 마주하는 공포를 설명해주지만 세상은 도통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얼굴을 가리고 살기 위해 투쟁해야 했던 2020년의 미국, ‘블랙 프라이드(Black Pride)’ 이상은 멀리 있었고 분노와 응축된 한은 이 노래처럼 가까이 있었다. (김도헌)


다베이비(Dababy) ‘Rockstar’

아마도 훗날 2020년 BLM(Black Lives Matter) 운동 시점을 대표하는 노래로 이 곡을 고를 것 같다. 노래 자체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총을 쏴 괴한을 죽인 실제 사건을 묘사해 ‘강한 흑인’을 부각한 데다 바로 터진 조지 플로이드 사태와 BLM 무브먼트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발 빠르게 몇 구절을 추가한 리믹스 버전, 관련 뮤직비디오를 냈다. 하지만 빅 히트는 이러한 사회성보다는 곡의 우수 청취 품질에 기인한다. 

어쿠스틱 기타의 애절하고 잔잔한 선율부터 ‘일단 듣게 만들고’ 프리스타일을 머금은 특유의 중저음 래핑과 기품 있는 플로로 ‘라디오프렌들리’를 주조한다. 무지 멜로딕하다. 3년 전 차트를 장악한 포스트 말론의 곡목도 같은 록스타다. 이미 록스타들을 압도한 랩스타들이 기울어가는 록을 향해 건네는 측은지심인가. 아니면 록을 먹어 치우고 난 후의 악어눈물 레퀴엠? 그러니까 더 록은 슬프다. 정반대 표제어로 거역할 수 없는 힙합 시대를 천명한 2020년 힙합 히트 영순위 넘버. (임진모)


로디 리치(Roddy Ricch) ‘The box’

트랩은 강고하다. 막강한 권세는 탄생지인 미국 남부를 넘어 갱스터 랩의 고장인 서부에도 전해졌다. 단지 확장만 한 것이 아니라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라는 높은 성적까지 이루게 했다. 캘리포니아주 콤프턴 출신 래퍼 로디 리치의 ‘The box’는 트랩이 여전히 대중음악의 핵심 장르임을 시사한다.

로디 리치는 갱스터 삶에 대한 찬양으로 ‘The box’를 채운다. 비싼 차를 타고 다니면서 약을 팔고, 예쁜 여자를 곁에 둔 걸 자랑하며, 경찰도 두렵지 않다면서 내내 범죄, 향락, 폭력이 버무려진 허세를 부린다. 시종 배경에 깔리는 “이얼” 애드리브와 훅 일부 문장의 마지막 음절을 끄는 보컬, 이 부분에 추가되는 화음은 듣는 이로 하여금 불건전한 내용을 순하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식지 않는 트랩의 인기, 청각적 재미를 제공하는 요소에 힘입어 갱스터 랩이 힘차게 날아오르는 순간을 ‘The box’가 기록했다. (한동윤)


카디 비(Cardi B)
‘WAP (Feat. Megan Thee Stallion)’

자극적이고 강렬한 것들은 언제나 이목을 집중시킨다. 특히 ‘성’에 관한 것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카디비는 올해 그 중심에 서 있었다. ‘축축하게 젖은 아랫도리(Wet Ass Pussy)’를 노래하고, 노골적으로 성행위를 묘사하며 춤을 춘다. 선정성의 정도는 논할 필요도 없다. ‘카디비 WAP 부모님 반응’ 등의 리액션 비디오가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번져갔으니, 단연 2020년의 뜨거운 감자였다.

흑인과 백인, 차별과 인정, 비난과 비판 사이. 카디비는 잠식된 평등 앞에서 ‘WAP’을 외친다. 노래를 장악하는 키워드 ‘섹스’가 세간에서 화두였지만 결국 진짜 메시지는 차별에 대한 대항이다. 흑인이자 여성인 카디비는 성행위를 비롯한 모든 행위의 키를 자신이 쥐고 있음을 선포한다. 이렇듯 대중을 매혹시킨 건 결코 자극적이기만 한 ‘섹스’가 아니라, 세상이 요구하는 여성성을 가감 없이 격파한 ‘카디 비’ 그 자체다. (조지현)


퓨처(Future)
‘Life is good (Feat. Drake)’

퓨처가 랩 게임에 남긴 족적은 분명하다. 트랩을 기반으로 한 지금의 싱잉, 멈블 등 다양한 랩 스타일의 초석을 다지며 주류로 이끌어 온 그는 왕성한 활동을 통해 꾸준하게 차트에 이름을 새겼고, 2010년대 랩 문법을 빛내는 가장 선명한 아티스트 중 한 명이 됐다. 드레이크와 함께한 ‘Life is good’은 그가 쌓은 커리어를 다시 한번 증명해내며, 새롭게 이어질 미래의 밝기를 더한다.

각기 다른 비트의 구성 속 유려한 드레이크의 래핑을 지나 등장하는 퓨처의 실력이 핵심이다. 타이트하게 배치한 가사의 끝에 일정하게 등장하는 ‘우’를 고유한 플로우로 만들어내는 곡 구성 능력은 그가 아직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를 보여주는 대목. 결국 빌보드 핫 100 2위에서 8주간 머무르며 1위는 하지 못했지만,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끝없이 상승하며 업로드한 지 10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현재 13억 회를 넘어섰다. 많은 도전자가 있었지만, 힙합 트렌드의 시작부터 나아갈 방향까지. 그 중심엔 여전히 퓨처가 있다. (손기호)


베니(BENEE)
‘Supalonely (Feat. Gus Dapperton)’

올해도 틱톡(TikTok)의 영향으로 많은 곡들이 재조명을 받았다. 뉴질랜드 출신 싱어송라이터 베니(BENEE)의 히트 싱글 ’Supalonely’도 그 대표적인 예다. 작년 11월 발매한 후 몇 달이 지난 올해 봄, 명료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노래의 후렴구가 틱톡에서 15초 영상 댄스 챌린지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곡은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39위까지 오르며 그와 피쳐링에 참여한 거스 대퍼튼(Gus Dapperton)에게 첫 미국 시장 성공을 안겨주었다. 막 EP를 내놓은 신예가 단숨에 세계의 주목을 받는 스타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얼터너티브 팝(Alternative Pop)의 경쾌한 분위기와 달리 속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슬픈 정서가 감지된다. 작년 연인과 헤어지고 실연의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Supalonely’는 “내가 망친 거 알아 / 난 그냥 루저일 뿐이야”라며 아티스트의 쓸쓸한 감정을 투덜댄다. 뮤직비디오의 컬러풀한 배경 속 홀로 춤을 추는 그는 꼭 코로나 봉쇄령에 ‘집콕’ 생활에 익숙해진 우리의 모습 같기도. 감각적인 음악성이 돋보이는, 과연 엘튼 존의 극찬대로 ‘차기 글로벌 스타’의 탄생이다. (이홍현)


방탄소년단(BTS) ‘Dynamite’ 

모든 목표를 이루었다. 빌보드 싱글차트 넘버원과 미국 라디오의 에어플레이 접수, 그래미 후보, 해외의 여러 음악상 수상 그리고 팬더믹 상황으로 무기력해진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고 싶다는 인류애적 목적도 달성했다. 전 세계 30여 개 나라에서 1위를 차지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이어 대한민국 노래로는 두 번째로 세계를 정복한 노래 ‘Dynamite’는 그동안 우리의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웠다. 

브루노 마스와 마크 론슨의 ‘Uptown funk’처럼 변박이 거의 없는 정박의 뚜렷한 비트, 명징하게 들리는 마룬 파이브 스타일의 16비트 리듬 기타와 리듬감을 배가시키는 단단한 베이스, 중반부터 등장하는 어스 윈드 & 파이어 풍의 혼섹션까지 ‘Dynamite’는 도전과 패기, 실험이 허용된 방탄소년단 음악의 틀에서 벗어나 1970년대의 소울/펑크(Funk) 음악으로 다양한 연령대와 모든 인종이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음악의 진폭을 확대했다. 훗날 2020년을 상징하는 노래를 꼽을 때 가장 먼저 언급되어야 할 진정한 대중음악이다. (소승근)


레이디 가가(Lady Gaga)
‘Rain On Me (Feat. Ariana Grande)’ 

레이디 가가는 지난 몇 년간 댄스 플로어에 일체 발을 들이지 않았다. < ARTPOP >의 대중적, 음악적 실패에 이어 거듭된 불행한 개인사로 무너진 그는 스탠더드 재즈와 컨트리 팝을 탐미하며 스테파니 조앤 저마노타를 정의하기에 급급했다. 본체를 잃어버린 페르소나는 존재할 수 없기에 누군가는 변절이라고 부를, 편안한 도피처를 찾아야만 했던 레이디 가가. 그토록 자신을 배척한 기성세대의 찬사를 받으면서까지 그가 원했던 건 살아갈 힘, 끈질긴 생명력이었다. 

몇 해를 굽이돌아 무대에 선 그가 이렇게 외친다. “어디 한 번 해봐. 차라리 말라 비틀어지겠어. 적어도 난 살아있으니까”. 그를 가장 솔직하게 드러낸 음악은 발가벗겨진 언플러그드 사운드가 아닌 한껏 왜곡된 전자 기타와 건반, 드럼 루핑으로 포장된 하우스다. 레이디 가가가 삶의 주도권을 되찾고 가장 먼저 밟은 곳, 바로 이 댄스 플로어에서 그는 그럼에도 살아가겠노라 다짐한다. 이 빌어먹을 세상에 같이 맞서줄 동료와 함께. ‘Rain on me’는 그의 삶의 의지의 표명이자 관철이다. (정연경)


2020 IZM 연말 결산 페이지

2020 올해의 가요 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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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Album

레이디 가가(Lady Gaga) ‘Chromatica'(2020)

평가: 3.5/5

팝스타의 ‘팝’스타화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돌아왔다. 컨트리 장르를 내세워 커리어 상 독특한 변곡점을 남겼던 정규 5집 <Joanne> 이후 무려 4년 만의 복귀다. 허나 그 공백의 체감이 그리 길지 않았다. 제2의 전성기를 안겨 준 영화 < 스타 이즈 본 >의 인기 덕택이다. 사운드 트랙이었던 ‘Shallow’는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을 차지했으며 그는 이후 그래미, 오스카 시상식의 수상자로 무대 위에 오른다.

늘 대중의 관심 안에 있었지만 그의 음악은 완벽히 대중적이지 않았다. 일렉트로닉, 댄스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가져왔던 1집 <The Fame>(2008), 2집 <Born This Way>(2011)가 데뷔 초 그를 세상에 각인시킨 건 키치하고 세상을 앞서(?)간 바로 그 퍼포먼스 때문이었다. 음악 자체의 중독성도 한몫했겠지만 분명 독특한 외부적 요소가 주는 파괴력이 있었고 이게 역으로 가가 작품에 높은 활기를 가져다주었다. 키치한 차림으로 세상을 끌어당기고 이와 잘 맞는 시너지의 또 한 차례 키치한 그의 노래 ‘Bad romance’, ‘Telephone’, ‘Poker face’ 등이 세계를 울렸다.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Artpop>(2013)의 지나친 개성, 재즈로 의외의 장르 전환을 선보인 <Cheek To Cheek>(2014)을 거쳐 컨트리까지 섭렵했던 그가 그렇게 다시 본토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대놓고 대중을 지향한다. 국내 인기 아이돌 블랙핑크를 비롯해 아리아나 그란데, 엘튼 존 등 화려한 라인업의 피처링 진이 눈에 띄고 음악적 장르는 말 그대로 백 투 더 8090을 2020으로 경유해 당겨왔다. 디스코, 유로댄스, 하우스가 곳곳에서 생명력을 뽐내고 광폭한 EDM의 드롭이 요즘 날의 청취 입맛을 사로잡는다.

그 어느 때보다 밝고 에너지 넘치는 댄스 플로우의 한쪽에는 짙은 눈물 자국이 가득하다. 아리아나 그란데와 함께 자신들이 겪은 트라우마를 떨어지는 비에 빗대 노래하는 ‘Rain on me’, 대중 가수로서 늘 가면을 쓸 수밖에 없음을 토로하는 ‘Fun tonight’, 성폭력 등의 상처로 인한 아픔을 고백하는 ‘911’까지 곡의 제작 원료는 ‘아픔’이다. 이 발아하고 발화하는 개인성은 지난 <Joanne>과 연장 선상에 서 있지만 이 앨범의 속내는 더 깊고 더 연약하고 때론 더 강하다. 이 이질적인 양가성이 작품의 의미를 드높인다.

3개의 짧은 인터루드 ‘Chromatica’ 1~3을 사이사이에 배치에 앨범을 쫀쫀하게 이어붙이고 대부분의 수록곡을 3분 중반으로 끊었다. 그만큼 ‘전체연령가’를 목표한다. 인터루드는 자연스레 다음 곡과 이어지는데 특히 ‘Chromatica II’의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자연스레 이어지는 유로 디스코 풍의 ‘911’이 인상적이다. 미국의 인기 가수 셰어(Cher)의 대표곡 ‘Believe’가 떠오르기도 한다. 끝 곡 ‘Babylon’도 마찬가지다. ‘Born this way’의 뒤를 이은 퀴어 앤섬인 이 곡은 명백히 마돈나의 ‘Vogue’에 영향받았다.

장르의 활용에서 연유된 윗세대 선배와의 교류가 대중 취향을 전면에 내세운 가가의 목표를 잘 보여준다. 전면을 감싸고 있는 복고의 향취가 좀 더 새로운 것을 기대했을 누군가에게는 밋밋한, 그저 반복되며 고조될 뿐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로 블랙핑크와 호흡한 ‘Sour candy’는 강하게 튀어나오는 가가의 음색과 블랙핑크의 목소리가 어긋나 전체 흐름에 잘 맞지 않는다. 자신을 상표 붙은 인형에 비교한 ‘Plastic doll’ 역시 가사의 묵직함이 없었다면 흐려졌을 노래다.

그럼에도 영리하다. 초기 스타일의 복고를 차용하나 ‘Free woman’, 엘튼 존과 함께한 ‘Sine from above’, ‘Replay’ 같은 곡에는 EDM의 드롭을 살려 트렌드를 반영하고 곡 단위를 넘어 앨범 단위를 지향하게 한 음반의 구성력도 좋다. 다만 작품의 승리는 가장 밝은 사운드를 담았지만 가장 어두운 자전적 이야기를 가사에 녹여낸 지점에서 기인한다. 16개의 수록곡, 45분이 채 안 되는 러닝타임. 짧고 강렬하게 리듬에 취해 뛰다 땀을 닦을 때쯤 가가의 메시지가 뒤늦은 울림을 준다.

이 진솔한 고백에 응답하듯 ‘Rain on me’는 빌보드 싱글차트에 1위로 데뷔했고 앨범차트 정상 역시 그에게 돌아갔다. 가가, 제2의 전성기가 더욱 높게 닻을 올린다.

– 수록곡 –
1. Chromatica I
2. Alice
3. Stupid love
4. Rain on me(Feat. Ariana Grande)
5. Free woman
6. Fun tonight
7. Chromatica II
8. 911
9. Plastic doll
10. Sour candy(Feat. Blackpink)
11. Enigma
12. Replay
13. Chromatica III
14. Sine from above(Feat. Elton John)
15. 1000 doves
16. Baby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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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Single Single

레이디 가가(Lady Gaga) ‘Stupid love'(2020)

평가: 4/5

레이디 가가에게 파격은 천성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의 ‘부족 전쟁’을 평정하기 위해 핑크 코스튬과 ‘바보같은 사랑’으로 무장한 가가의 모습에서 ‘Just dance‘와 ‘Poker face’, ‘Born this way‘로 이어졌던 전성기가 다시 보인다. 토니 베넷과의 재즈 듀오, 숨고르기의 < Joanne >, < 스타 이즈 본 >의 컨트리 싱어송라이터로 감행한 짧은 일탈(?)을 벗어 던진 그의 과감한 퍼포먼스는 아이폰 11 플러스로 촬영한 뮤직비디오 속 더없이 짜릿하다.

짧지 않은 그의 커리어를 되짚어봐도 ‘Stupid love’처럼 밝고 활발한 노래는 많지 않다. 2010년대 초 그 자신을 다시 소환하는 기묘한 레트로 곡을 위해 가가는 ‘우리 시대의 폴 매카트니’ 맥스 마틴과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디스코의 리듬 위 빈틈없이 채워진 스웨디시 팝의 일렉트로닉 리듬, 더는 증명할 필요 없는 가가의 파워풀한 목소리가 삼위일체를 이룬다. 리틀 몬스터들이여, 경배하라. 4월 10일 새 정규 앨범 < Chromatica >와 함께, ‘페임 몬스터’가 돌아오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