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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 ‘Queendom’ (2021)

평가: 2.5/5

오랜 기다림이었다. 레드벨벳은 2019년 연말 ‘Psycho’로 최고의 히트곡을 만들어냈으나 거듭된 난항을 겪으며 1년 8개월이라는 긴 공백을 보냈다. 하지만 본디 그들의 계절이라 할 수 있는 여름을 복귀 시점으로 택하며 ‘빨간 맛’, ‘Power up’, ‘음파음파’로 이어져 왔던 흥행 가도를 잇고자 한다. < Queendom >은 어느덧 데뷔 7주년을 맞은 레드벨벳의 컴백을 화려하게 알리는 축제의 의미를 표현함과 동시에 타이틀곡을 중심으로 여름의 향취를 품으며 익숙한 반가움을 더했다.

‘레드’와 ‘벨벳’으로 구분되는 변화무쌍한 콘셉트와 독특한 사운드의 흐름이 지금까지의 레드벨벳을 이끌어 온 원동력이었다면 ‘Queendom’은 철저하게 곡이 함의하는 메시지와 감성에 초점을 둔다. ‘다시 한번 시작해볼까’ 같은 식의 가사는 현재의 레드벨벳이 맞이한 국면과 동일한 맥락을 취하며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가는 그들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웬디의 시원한 고음 코러스를 필두로 멤버들의 하모니가 벅차오르는 감성을 더하며 곡의 감정선을 풍부하게 만든다.

가사에 담긴 의미와 음악의 매력적인 요인은 별개로 작용한다. 늦여름과 어울리는 무난한 댄스 팝 장르의 곡이지만 레드벨벳이 7년간 시도해 온 다채로운 사운드와 과감한 실험들과는 가장 동떨어져 있다. 그룹 특유의 청량함과 ‘Ladida-do Ba-badida’라는 주문을 외는 캐치한 후렴구로 강조점을 두었지만 모호한 콘셉트의 곡과 시너지를 이루지 않고, 멜로디 전반에 깔린 밋밋한 인상 또한 상쇄시키지 못한다.

유니크한 콘셉트와 그에 적합한 수록곡들로 탄탄한 유기성을 구현했던 기존 앨범들에 반해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은 무난한 만듦새를 취했으나 인상적인 트랙이 부재하다. 저물어가는 여름날의 잔상을 흩뿌린 발라드 ‘다시, 여름’과 톡톡 튀는 신시사이저 리듬이 돋보인 ‘Knock on wood’는 그룹의 익숙한 스타일과 맞닿아 있어 새롭게 들리지 않는다. 에스닉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다이내믹한 변주를 그린 ‘Pose’, 아이린과 슬기의 유닛을 떠올리게 하며 매혹을 떨군 ‘Better be’만이 임팩트를 남기며 아쉬움을 달랜다.

< Queendom >은 약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레드벨벳을 그리워했을 대중에게 반갑게 다가가는 음반으로서는 성공적이나 어떠한 콘셉트를 소화하더라도 늘 주체적인 개성을 발휘하던 그룹의 기량이 충분히 발현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음악에 대한 기대감을 상실케 한다. 모두가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앞세워 힘찬 응원가의 분위기를 형성했지만 정작 앨범의 주인공이어야 할 이들의 정체성은 흐릿하다. 무던한 완성도와 안전함을 추구한 작품은 레드벨벳이 공고히 쌓아온 독특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사운드를 모두 담기 벅차다.

– 수록곡 –
1. Queendom
2. Pose
3. Knock on wood
4. Better be
5. Pushin’ n pullin’
6. 다시, 여름 (Hello, sun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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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안녕’ (2021)

평가: 3.5/5

레드벨벳의 활동 공백기가 길어지는 사이 슬기와 아이린이 유닛을 선보였고 메인보컬 웬디의 독립 활동에 이어 조이가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신곡을 발매했던 다른 멤버들과 달리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에 인기를 끌었던 노래들을 재해석한 이 음반에는 박혜경의 ‘안녕’, 해이의 ‘Je t’aime’, 애즈원의 ‘Day by day’를 포함한 모두 6곡이 수록되어 있다. 데뷔 후 드라마 <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를 통해 발표한 더 클래식의 ‘여우야’와 < 슬기로운 의사생활 > 삽입곡인 베이시스 원곡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등 옛 향수를 부르는 곡으로 대중의 호응을 얻었던 경험에 기반해 리메이크 앨범을 기획했다.  

이 결과물은 세계적으로 레트로 음악이 유행하는 흐름과 아티스트의 음악적 성향을 잘 파악했다. 조이의 청아한 음색과 어울리는 곡의 선택과 원곡의 발매 시기를 반영해 각기 다른 하이틴 감성을 콘셉트화한 에스엠 엔터테인먼트의 기획력이 돋보인다. 원곡 가수의 부드러운 보컬과 조이의 투명한 목소리가 비슷한 색채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그 장점이 두드러진다.

켄지, 모노트리의 황현, 박문치 등 정상급 작곡가들이 참여해 원곡을 해치지 않고 사랑스러운 조이의 감성을 가미한 편곡은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희망찬 가사와 시원한 가창으로 사랑받았던 박혜경의 ‘안녕’은 모던 록의 느낌이 강했지만 새로운 버전의 ‘안녕’은 경쾌한 브라스 연주가 더해져 청량한 분위기의 여름노래로 재탄생했다. 2001년에 해이가 부른 ‘Je t’aime’를 리메이크한 버전은 조이의 상큼한 이미지와 가장 어울린다. 오리지널의 싱그러움은 유지하되 피아노 연주와 스트링 선율을 얹어 사랑에 빠진 소녀의 설렘을 이야기하는 가사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잡아냈다.  

< 안녕 >은 케이팝의 시작점인 1990년대와 2000년대의 노래를 좋아하고 감정 전달력이 강점인 조이의 취향과 역량을 반영한 음반이다. 성량이 풍부하진 않지만 기교 없이 담백하게 부르는 보컬로 섬세한 표현력을 필요로 하는 추억의 노래를 무리 없이 소화한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아닌 한 명의 뮤지션으로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작품.

– 수록곡 –
1. 안녕
2. Je t’aime
3. Day by day

4. 좋을텐데 (Feat.폴킴)
5. Happy birthday to you
6. 그럴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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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다가오는 무더위, 케이팝 10곡으로 여름 나기

올 여름에도 여행은 힘들 것 같다. 학생이건 회사원이건 꿀 같은 여름방학과 휴가를 이용해 잠시나마 무더위를 피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한다.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들의 일상에서 여행을 빼앗아갔고 이번 여름도 어김없이 방구석 에어컨에 의지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래도 여름이 왔다는 것을 온몸으로 실감하게 해줄 가장 쉬운 방법이 하나 있다. 매년 여름 태양의 뜨거운 열기를 시원하게 녹여주었던 아이돌의 신나는 여름 노래에 그대로 몸을 맡기는 것. 이들의 청량한 사운드로 우리들의 마음만큼은 시원한 해변으로, 휴양지 야자수 밑으로 단번에 보내줄 수 있다.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꿈같은 여름날의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이번 여름, 우리들의 심적 휴양을 책임져 줄 아이돌 가수들의 대표 여름 노래 10곡을 선정했다.

에프엑스 ‘Hot summer’ (2011)

에프엑스의 여름은 뻔하게 한가로운 휴양지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교실, 사무실, 방구석에서 갇혀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며 뜨거운 여름 그 자체를 노래한다. 수십 번 반복되는 가사 ‘Hot summer’는 듣는 이에게 시원함을 선사해 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듯 이열치열의 에너지로 무더위에 정면으로 맞선다. 보통의 여름 노래는 청량한 사운드의 시원함을 느끼기 위해 듣는다면 ‘Hot summer’는 견디기 힘든 폭염 탓에 정신이 살짝 혼미한 상태에서 듣기 제격이다.

‘Hot summer’의 매력 포인트는 10년이 지나도 그 뜻을 제대로 알 수 없는 가사에 있다. 특히 ‘땀 흘리는 외국인은 길을 알려주자 / 너무 더우면 까만 긴 옷 입자’라는 구절은 당시 가사의 논란이 발생했을 정도로 큰 혼란을 야기했다. 결과적으로는 알쏭달쏭한 가사가 귓가에 자꾸만 맴도는 중독성을 만들며 유일무이한 시즌송을 만드는데 한몫 했다. 십 년이 지났음에도 무더위에 미쳐버린 여름의 순간들을 이보다 화끈하게 표현한 아이돌 여름 노래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씨스타 ‘Loving u’ (2012)

쿨 이후로 등장한 2010년대 여름의 절대강자. 수 년에 걸쳐 한 계절을 점령해 버린 아이돌은 씨스타가 최초였다. 다른 걸그룹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건강미와 섹시함, 그리고 메인보컬 효린의 시원한 가창력으로 탄생한 이들의 여름 노래는 계절을 청각화 하는데 탁월했다. ‘Loving u’로 시작된 씨스타의 썸머송 연대기는 ‘Touch my body’, ‘Shake it’로 정점의 궤도에 올라서며 해체하는 순간까지 여름의 왕좌를 누구에게도 내주지 않았다.

씨스타와 여름의 상성을 본격적으로 보여준 ‘Loving u’는 사랑에 빠진 풋풋한 감정을 짧지만 낭만적인 여름의 순간으로 표현한다. 직접적으로 여름을 연상시키는 단어 없이 소유의 살랑거리는 목소리와 탄산 음료 같은 효린의 고음, 도입부부터 바다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브라스 사운드의 설렘만으로 완벽하게 만들어진 썸머송! 해체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름만 되면 여전히 씨스타의 노래를 찾게 될 정도로 이들의 존재감은 강력했다.

샤이니 ‘View’ (2015)

샤이니의 상징색 펄 아쿠아 그린으로 수놓은 여름의 뷰. 뜨겁게 정열적이지도, 특별하게 시원하지도 않은 이들의 여름 노래에는 은은한 청량감이 감돈다. 당시로서는 케이팝에서 생소했던 딥 하우스 장르로 간결함을 추구하며 신나고 경쾌해야 한다는 여름 노래만의 고정관념을 깨부순다.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은 곡의 구성은 자칫 심심함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공감각의 축제를 그린 종현의 언어유희, 감각적인 선율과 공간감을 채우는 멤버들의 보컬로 샤이니만의 개성이 담긴 여름 노래를 완성했다.

‘View’의 뮤직비디오에는 청춘들이 생각하는 낭만적인 여름 향기가 모조리 담겨 있다. 칠(Chill)한 여름의 푸른빛 색감,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스트리트 올드스쿨 패션, 휴양지에서 친구들과 만끽하는 풀 파티까지. 이들의 청춘 로드 무비는 사운드에 몽환적으로 스며들어 물속에서 숨 쉬며 헤엄치듯 환상 속에 들어온 느낌을 준다. 수많은 여름 노래들이 있지만 ‘View’가 가장 세련된 아이돌 여름 노래이자 샤이니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이유.

태연 ‘Why’ (2016)
태연에게는 사계절을 대표하는 곡이 하나씩 있다. 봄의 ‘사계’, 가을의 ’11:11’, 겨울의 ‘This Christmas’, 그리고 여름의 ‘Why’. 통쾌함이 감도는 시원시원한 가창력과 청량한 트로피컬 리듬으로 표현한 ‘Why’의 여름은 불쾌지수 높은 계절의 스트레스를 단숨에 날려준다. 국내에서 트로피컬 장르가 유행하기 이전에 발매된 탓에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후발주자들이 등장함에 따라 완성도 높은 여름 노래로서 평가 측면의 역주행이 예상된다.

‘Why’는 서사를 투영한 여름 노래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단순히 상쾌한 여름날의 휴가를 노래한 곡이 아니다. 도입부의 차분한 어쿠스틱 선율에서 후렴의 청량한 비트로 전환하는 구성은 갑갑한 현실을 벗어나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그린다. 이때 ‘Why’라고 끝없이 반문하는 태연의 목소리는 일상 탈출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지금 당장 떠나도 좋다는 용기를 심어준다. 올여름도 어디든 멀리 떠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렘을 부풀게 하는 노래.

여자친구 ‘너 그리고 나’ (2016)

학교를 졸업한 소녀들이 처음으로 맞은 자유분방한 여름. ‘유리구슬’,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로 이어져 온 ‘파워 청순’ 콘셉트의 연장선에 있는 곡이지만 강렬한 록 사운드와 박력 있는 기타 연주로 도로 위를 질주하는 듯한 시원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멤버들의 티 없이 맑고 담백한 음색은 순수한 사랑을 표현한 가사에 청량한 여름의 향기를 한 스푼 더해준다.

뮤직비디오 속 멤버들은 학교를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며 풀 빌라로 여행을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 장면들과 서정성을 갖춘 여름 노래의 만남은 익숙했던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는 여름 방학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 약간의 긴장 그리고 나비처럼 날아오르고 싶은 설렘이 함께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계절. ‘너 그리고 나’에 깃든 시원한 에너지는 수줍은 소년소녀가 이번 여름에 앞을 향해 힘껏 내달릴 수 있는 동력을 실어준다.

레드벨벳 ‘빨간 맛’ (2017)

2017년 이후 여름 노래의 ‘국룰’은 ‘빨간 맛’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름만 되면 TV 프로그램에서는 ‘빨간 맛’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오고 1020 세대에게는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여름 노래일 정도로 상징성이 짙다. 레드벨벳은 씨스타 이후 계보가 끊겼던 썸머퀸의 바통을 이어 받으며 ‘빨간 맛’을 시작으로 ‘Power up’, ‘음파음파’까지 여름과 떼어놓을 수 없는 그룹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빨간 맛’이 그린 여름의 기승전결은 완벽하다. 야자수 아래 달콤한 과일 주스를 마시며 뛰어노는 한낮부터 금세 노을이 진 해변의 저녁까지. 빠른 후렴구부터 느린 템포로 여운을 주는 엔딩의 구성은 어느 여름날의 하루를 다채로운 맛으로 담는다. 여름의 질감을 가진 통통 튀는 가사로 표현한 시원하고 짜릿한 음악은 그 해 여름을 상큼하게 보내기 위해 꼭 들어야만 하는 당위성을 가진다. 누군가 여름이 어떤 맛이냐고 묻는다면? 이제는 ‘빨간 맛’이라고 답할 것이다. 제목과 함께 흘러나오는 멜로디만으로 여름이라는 계절을 설명하기 충분한 강력한 썸머송!

위너 ‘Island’ (2017)

여름 노래의 진가는 당장의 뙤약볕 밑에서 들어도 눈앞에 하와이 해변에서 휴양을 만끽하는 장면을 그려줄 때 나타난다. 위너의 청량함을 대표하는 ‘Island’는 시원한 트로피컬 하우스 리듬으로 듣는 이들의 방구석 휴양지 여행을 가능케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진 지금, 이보다 여행을 꿈꾸는 자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곡이 또 있을까.

‘Really really’부터 위너와 떼어놓을 수 없는 조합이 된 트로피컬 장르는 ‘비행기 모드’, ‘무인도’, ‘보물섬’과 같은 여행을 떠올리게 하는 가사와 함께 여름 휴가에 대한 욕구를 자극한다. 쉴 새 없이 부딪히는 플럭 사운드는 내적 댄스와 함께 흥을 유도하며 강승윤의 여유로운 보컬과 이승훈의 자유로운 래핑은 트로피컬 분위기에 한껏 취하게 한다. ‘Island’와 함께 도로 위를 드라이브하는 것만으로 휴양지에서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만끽할 수 있다.

트와이스 ‘Dance the night away’ (2018)

트와이스의 상큼함과 청량한 썸머송의 멜로디는 실패할 수 없는 조합이다. 한 여름밤 해변가에서 신나게 댄스 축제를 벌이는 모습으로 담은 트와이스의 여름은 밝은 에너지가 넘친다. 휴양지의 에스닉한 의상, 맨발로 모래사장을 자유롭게 뛰어노는 듯한 역동적인 안무, 멤버들의 맑고 시원한 보컬로 초대하는 여름 파티의 현장!

흥겨운 브라스 사운드가 이끄는 후렴구의 단순한 반복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어야 한다는 여름 노래의 공식을 따르며 강한 중독성을 유발한다. ‘바다야 우리와 같이 놀아 / 바람아 너도 이쪽으로 와’처럼 자연의 요소를 품은 휘성의 독특한 노랫말도 곡의 흥행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8년 여름을 접수했던 ‘Dance the night away’는 여름마다 차트 역주행으로 소환되며 매년 어김없이 더위가 찾아왔음을 알린다.

세븐틴 ‘어쩌나’ (2018)

2세대 보이그룹을 대표하는 ‘청량돌’이 샤이니라면 3세대에는 세븐틴이 있다. 시원한 여름 분위기의 노래를 소화할 때 가장 자연스러운 이들은 여름에 빼놓을 수 없는 그룹이다. ‘어쩌나’는 데뷔 초 ‘아낀다’, ‘만세’, ‘예쁘다’로 이어져 온 세븐틴의 청량 콘셉트를 이어가며 무더위를 산뜻하게 녹여주었던 썸머송이다. 이전의 곡들은 소년미를 부각하는데 집중했지만 ‘어쩌나’는 여름이라는 계절에 좀 더 초점을 맞추었다.

부드러운 스윙 리듬과 신시사이저로 차분하게 여름의 분위기를 담았음에도 세븐틴의 유쾌한 에너지는 그대로 다. 13명이라는 다인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현란한 안무, 뮤지컬 같은 다채로운 구성의 음악,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는 풋풋한 감성에는 듣는 이를 기분 좋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가사 속 ‘찌더움이 없는 Summer’를 맞이하게 해 줄, 선선한 공기를 품은 파스텔 톤의 노래.

오마이걸 ‘Dolphin’ (2020)

발매 시기는 봄이지만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켠 것은 여름이었다. 앨범 수록곡에 불과했던 ‘Dolphin’은 은은하게 스며드는 가사 ‘da da da da da’의 나른한 음성으로 여름 바다의 물보라와 같은 파동을 일으켰다. 직접적으로 계절을 겨냥한 노래는 아니다. 사계절을 지나 일 년이 넘도록 사랑받고 있는 곡이지만 돌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이 연상되는 시원한 멜로디와 멤버들의 청아한 음색은 무더운 여름에 듣기 최적화된 세트다.

빠른 템포, 꽉 찬 사운드, 시원시원한 가창력으로 대표되는 썸머송의 흥행 공식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하지만 강력한 중독성 한 방으로 여름 노래들의 모든 인기 요인을 압도한다.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안무 또한 너도 나도 ‘Dolphin’의 리듬에 몸을 맡기도록 만든다. 이번 여름에도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의 플레이리스트에서 빠지지 않을 마성의 여름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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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WENDY) ‘Like Water’ (2021)

평가: 3.5/5

걸그룹 레드벨벳의 2019년은 그해 피날레를 장식한 ‘Psycho’의 흥행으로 화려하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행복으로 가득해야 할 크리스마스 날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연말 무대 리허설 도중 제작진의 부주의로 멤버 웬디가 낙상 사고를 당한 것. 향후 그룹 활동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중상이었으나 충분한 휴식기를 가지며 회복에만 전념했고 마침내 건강해진 얼굴을 되찾은 웬디는 대중과 다시 마주한다. 활동 재개와 더불어 솔로의 시작을 알리는 첫 미니앨범 < Like Water >는 그간의 마음고생을 음악에 담아 흘려보낸다.

핵심은 웬디의 음색이다. 상큼한 ‘레드’나 매혹적인 ‘벨벳’의 흔적은 없다. 별다른 기교 없이 기본기에 충실한 가창은 오히려 투명에 가깝다. 오프닝 트랙 ‘When this rain stops’부터 피아노 반주와 목소리만으로도 기존 팀과의 차별을 둔다. 위로의 노랫말과 함께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클라이맥스는 한구석에 그늘져 있던 근심 걱정을 씻어내는 환희의 순간이다. 낯선 ‘초행길’에서의 완급 조절 또한 탁월하다. 블루스 리듬과 현의 흐름을 따라 굽이치는 보컬은 극적인 전개를 이끈다.

일관된 장르 구성도 안정적이다. 차분한 보이스의 발라드는 메시지의 진정성을 강조한다. ‘Like water’의 어쿠스틱 기타 도입부는 소속사 선배 태연의 ‘Fine’과 유사하게 그려지나 스트링 사운드가 더해지면서 풍성해졌다. ‘서로 더 채워주고 토닥여’ 같은 가사는 절제된 감정선으로 공백기 동안 믿고 기다려준 팬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연습생 시절부터 동고동락해온 ‘Best friend’ 슬기와의 합도 아름답다.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두 절친의 하모니가 힘든 시간을 이겨낸 그의 스토리에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7년 만에 아이돌이란 연못을 벗어난 보컬리스트는 당장 뚜렷한 모양새를 취하진 않는다. 다듬어진 무언가를 보여주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웬디만 드러낸다. 단출한 구성임에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느껴지는 < Like Water >에서 언제든 그 모습을 달리할 자신감이 엿보인다. 정해진 형태가 없는 물처럼.

– 수록곡 –
1. When this rain stops
2. Like water
3. Why can’t you love me?
4. 초행길 (The road)
5. Best friend (With 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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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한동윤의 러브 앤 어택

아이린이 일깨운 아이돌 인성 함양 중요성

지난달 걸 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이 대중의 도마 위에 올랐다. 모 스타일리스트가 자신의 사회 관계망 서비스에 한 연예인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글을 올린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글 말미에 레드벨벳의 히트곡 ‘Psycho’, 아이린과 슬기가 유닛으로 냈던 ‘Monster’를 해시태그로 달아서 네티즌들은 문제의 인물이 아이린임을 금방 유추해 낼 수 있었다. 얼마 뒤 아이린과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는 SNS에 사과문을 게재하며 갑질 의혹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아이린이 당사자를 만나서 사과했다고 하나 후폭풍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최초 폭로 글이 게시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 아이린의 평소 태도가 좋지 않았다는 연예계 종사자들의 말이 다수 올라왔다. 물론 이런 글들은 익명으로 작성됐기에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 어쩌면 악감정을 지닌 안티 팬이 허위로 쓴 글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15년 동안 업계에 몸담으면서 별별 사람을 경험했다는 스타일리스트가 “철저하게 밟히고 당하는”, “지옥 같은 20여 분”, “혀로 날리는 칼침” 등의 격한 표현을 써 가며 아이린이 모욕적인 언행을 했다고 밝힌 터라 아이린을 향한 대중의 시선은 이미 많이 냉랭해진 상태다. 그룹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니 탈퇴해야 한다는 팬들의 목소리도 거셌다. 근래 갑질을 견디다 못한 근로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기사가 왕왕 보도돼 갑질이 공분을 사는 상황에서 아이린이 또 한 번 뇌관을 건드렸다.

이번 일을 거울삼아 아이돌 그룹을 제작하는 기획사들은 소속 가수들의 인성 교육을 더욱 신경 써야 할 듯하다. 아이돌은 성공에 도취되기 쉽다. 스타 대열에 들면 가는 곳마다 극렬한 환호가 터지며, 많은 팬에게 선물도 받는다. 공연이나 방송 출연을 앞둔 때에는 여러 사람이 옆에서 이런저런 것들을 살피고 챙겨 준다. 항상 극진한 대접이 따르니 이를 당연하게 여긴 나머지 우월감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크다. 그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잠식되면 어느 순간 안하무인격 행동이 나오고 만다. 그릇된 행실은 개인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그룹과 회사에 불이익을 안긴다. 기획사는 느닷없는 손해를 막을 목적에서라도 소속 가수들의 올바른 성품 함양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실 소속사는 아이돌 가수에게 직장 이상의 역할을 해 줘야 하는 곳이다. 많은 아이돌 가수가 대체로 중학생, 빠르면 초등학생 때부터 기획사에 들어가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다. 숙식은 회사가 마련한 숙소에서 해결하고, 춤과 노래 실력을 연마하느라 상당 시간을 연습실에서 지낸다. 이렇게 집과 학교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기간이 평균 3년에서 5년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소속사는 어른, 선생의 입장에서 사회화가 활발히 진행되는 시기에 놓인 연습생들, 어린 가수들이 바람직한 행동 양식과 도덕적으로 건강한 가치관을 익힐 수 있도록 면밀히 지도해야 한다.

어떤 행동의 강도는 대체로 경험이 축적될수록 높아진다. 스타일리스트가 겪었다는 날카로운 하대는 그날 처음 완성된 것이 아니라 반복의 과정을 통해 에너지와 숙련도를 쌓은 결과일 테다. 따라서 남을 업신여기는 아이린의 좋지 않은 모습은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매니저는 아이린이 다른 스태프에게 모질게 구는 광경을 목격했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 매니저는 잘못을 지적하고 반성할 수 있게끔 했어야 했다. 매니저의 임무는 아티스트를 보호하고 수발을 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소속 아티스트의 ‘전반적인 관리’다. 기획사들은 이번 일로 매니저의 소임에 대해서도 재고해 봐야 할 듯하다.

한편에는 아이린을 변호할 사유도 존재한다. 아이린 같은 아이돌 톱스타들은 빡빡한 스케줄에 쫓기기 일쑤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날이 허다해서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몸은 천근만근임에도 아이돌이라서 항상 밝고 명랑한 모습을 보여 줘야 하니 정신적으로도 힘들다. 몸과 마음이 고달픈 상태가 계속되면 신경질적인 행동이 나타나곤 한다. 아이린도 심신이 지쳐 있는데 일에 대한 긴장감과 압박감까지 겹쳐 히스테리를 부렸을 수 있다. 이 같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기획사는 무리한 스케줄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소속 아티스트가 전문가에게 주기적으로, 꾸준히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소속사의 교육과 지원만큼 개인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큰 인기를 누리는 아이돌 가수들은 지금의 성공이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 본인이 돋보이는 존재가 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매니저, 스타일리스트, 안무가, 댄서 등 여러 관계자의 노고가 언제나 함께 자리한다. 스태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그들을 소중한 동료로서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마땅하다. 이런 자세를 갖춰야 아이린처럼 어리석은 행동을 범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