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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피알 라이브(DPR Live) ‘Is Anybody Out There?’ (2020)

평가: 3/5

디피알 라이브(DPR Live)는 불안을 직시한다. 그리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앨범 제목과, 만약 자신이 무너져도 계속해서 사랑해 줄 수 있는지 되묻는 서두 ‘Here goes nothing’으로 그 불안을 투영한다. 그를 높은 입지에 올려놓은 전작의 성공이 동시에 추락의 공포를 야기한 이유다. 그럼에도 그가 낙하에 앞서 외치는 구호 ‘제로니모’를 작중 연신 언급하는 건, 경직 상태에서 벗어나 공중으로 몸을 던질 용기를 얻기 위함이다.

힙합 신에 생경한 감각을 들고 등장한 < Coming To You Live >와 캐치한 멜로디로 다수 팬층을 거머쥔 < Her >과는 다르게, < Is Anybody Out There? >는 굳이 뚜렷한 승부처를 두지 않는다. 싱글 단위로 저마다 다른 개성을 피력하던 본래 스타일과 달리 곡간 격차를 줄여 얻은 매끄러운 전개다. 실제로 앨범은 33분짜리 한 트랙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져 마치 방해물 없이 세차게 하강하는 스카이다이빙의 인상을 준다. 그에게 정규작은 일종의 도전이고 낙하 행위로 비유되며, 미지로의 여행으로 귀결된다.

기세는 곧 작품 세계를 앨범 단위로 확장하려는 포부로 이어진다. 작풍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치밀한 프로듀싱이 곳곳에 삽입되는데, 본격적인 우주 여행 시작을 알리는 ‘Geronimo!’의 효과음과 곡을 이어주는 인터루드 ‘To whoever’와 ‘Disconnected’ 같은 서사적 장치가 그렇다. 이 과정에서 기승전결도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디피알 라이브는 무기력이 지배하는 제어 불능 상태의 ‘Out of control’를 지나, 자신감을 회복하는 자가 구조의 단계 ‘S.O.S’와 ‘Legacy’를 거쳐, 최종장 ‘No rescue needed’로 당당하게 극복을 선포한다. 앞서 말한 장치와 간결하고 명확한 표현법은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훌륭한 연결고리가 된다.

문제는 쉽게 풀어낸 스토리 전개와 놀라운 연출력에도 불구하고 앨범 자체에 손이 다시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음새 연결과 사운드 제련, 그리고 전체 형상에만 신경을 쏟은 탓에 중간중간 귀에 걸리는 번뜩임을 확보하지 못한 이유다. 평탄하게만 흘러가는 완급 조절 가운데 확실한 킬링 트랙을 찾기 힘들다. 차라리 내용과는 동떨어져 있어도 대중적 소재를 머금은 ‘Kiss me’와 ‘Neon’을 부각하거나, 디피알 라이브의 트렌디함을 담아낸 트랩 ‘Legacy’를 좀 더 공격 지점으로 삼을 수 있었겠지만, 결국 변화는 청취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그치고 만다. 과한 통일성이 개성이 드러날 여지를 가두자, 작중 가장 애매한 구간이 된 셈이다.

그럼에도 < Is Anybody Out There? >가 시사하는 건 독보적인 사운드 메이킹이다. 디피알 라이브의 캐릭터 성을 강조하던 전작에서 더욱 확대하고 발전한 디피알 유니버스다. 소구력을 제쳐두고서라도, 우주라는 환경을 구체화한 미장센과 적재적소에 알맞게 배치한 화음과 악기 운용, 게다가 감상에 몰입도를 높이는 화려한 영상미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완성도를 지닌다. 이미 실력은 출중하니 조금 여유를 가지고 임해도 될 것 같다. 기대에 부흥해야 한다는 부담은 때론 영감을 주기도 하지만, 종이 한 장 차이로 강박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 수록곡 –
1. Here goes nothing
2. Geronimo! 
3. To whoever
4. Out of control
5. Disconnect 
6. S.O.S
7. Oh girl
8. Kiss me
9. Neon
10. Legacy
11. No rescue nee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