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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페시 모드(Depehce Mode) ‘Memento Mori’ (2023)

평가: 3.5/5

메인 송라이터나 음악 감독이 아닐지라도 신스팝밴드 건반 주자의 리프와 톤메이킹은 음악색을 결정한다. 이레이저와 야주를 이끈 천재 뮤지션 빈스 클라크와 밴드의 두뇌 마틴 고어, 보컬리스트 데이브 개헌 만큼의 주목은 못 받았으나 키보디스트 앤디 플레처는 디페시 모드의 어두운 음색을 주조했다. 2022년 5월 작고한 플레처와의 작별은 팬데믹과 더불어 밴드의 새출발을 계시했다. 개헌은 NME와의 인터뷰에서 신보에 플레처의 연주가 담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상실을 시적 가사로 풀어낸 선공개 싱글  ‘Ghosts again’은 초기작 ‘Just can’t get enough’과 ‘New life’ 처럼 비교적 밝은 사운드로 원년 멤버의 첫만남을 반추하나, 밴드는 이내 본색을 드러낸다. 선언적인 인더스트리얼 록 ‘My cosmos is mine’과 치밀한 편곡에 약물 중독을 암시한 ‘Caroline the monkey’로 예리한 감각을 유지했다. 영적 기운의 ‘Soul with me’과 침잠하는 ‘Don’t say you love me’는 데이브 개헌의 크루너적 매력을 드러냈다.

배경 정보를 읽지 않아도 자연스레 형상화되는 영화 < 12 몽키즈 > 풍 디스토피아와 섹슈얼 코드, 종교적인 분위기가 음반을 관류한다. 디페시 모드의 인장이며 40년간 닦아온 정체성이다. 프랑스 패션 잡지에서 따온 밴드명처럼 시각적 사운드스케이프는 ‘Before we drown’과 ‘My favourite stranger’에서 과거 명작 < Violator >(1989)와 < Music For The Masses >(1991)를 복원했다.

디페시 모드는 1980년대 뉴웨이브 밴드들의 단명을 극복했다. 인더스트리얼과 고딕 록을 실험했고 부피감 있는 신시사이저 사운드스케이프로 스타디움을 호령했다. ‘Personal jesus’나 ‘Enjoy the silence’는 전 세계 버스커들에 의해 울려 퍼지며 클래식으로 자리매김했다. 대상을 향한 페티시와 무신론적 세계관이 관류하는 < Memento Mori >는 여전히 감각적이고 섹시한 사운드로 플레처의 상실을 위로했다.

-수록곡-
1. My cosmos is mine
2. Wagging tongue
3. Ghosts again
4. Don’t say you love me
5. My favourite stranger
6. Soul with me
7. Caroline’s monkey
8. Before we drown
9. People are good
10. Always you
11. Never let me go
12. Speak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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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페시 모드(Depeche Mode) ‘Ghosts again’ (2023)

평가: 4/5

신곡 발표에 앞서 프론트맨 데이브 게한은 한 인터뷰에서 ‘나에게 ‘Ghosts again’은 우울함과 기쁨의 완벽한 균형을 포착한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정확한 자평이다. ‘Ghosts again’은 디페시 모드 특유의 우중충하고 을씨년스러운 소리를 들려주지만 여기에는 어딘지 모를 행복감이 스며 있다. 명료하고 잘 들리는 8비트 베이스 리프와 후렴구, 감정을 고조시키는 신시사이저 작렬까지. 1980년대 신스팝을 사랑하는 이들이 반길 요소로 가득한, 쉽고 자극적이고 여느 때보다 단단한 곡이다.

‘시간은 덧없이 지나가고 / 우리는 다시 유령이 될 거라는 걸 알아’. 작년 세상을 등진 밴드의 키보디스트 앤디 플레처가 천국에서 눈물 흘릴 이 가사는 동료를 상실한 멤버들의 사후 세계에 대한 깊은 고찰과 철학을 담고 있다. 다가올 15번째 정규 앨범 < Memento Mori >의 선공개 싱글이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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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2020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 둘러보기

지난 1월, 록 음악의 발전에 기여한 이들을 기리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은 1983년 아틀랜틱 레코드 설립자 아흐메트 에르테군의 주도로 세워져 1986년부터 전당에 들어갈 레전드들을 매년 선정해오고 있다. 아티스트를 의미하는 공연자, 작곡가나 제작자 등 산업 종사자인 비공연자, 초창기 로큰롤에 영향을 미친 자, 음악적 우수상 4개의 부문에서 매년 헌액 인물을 선정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비공연자 부문에 ‘나는 로큰롤의 미래를 보았다. 그 이름은 브루스 스프링스틴이다.’라는 전설적인 비평문장을 남긴 존 랜도가 이름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데뷔 후 25년이 지나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 그중에서도 특히 공연자 부문에 헌액된다는 것은 곧 최고 등급의 훈장을 받는 것과 같다. 올해의 수상자에 대해 알아보자.

depeche mode 이미지 검색결과

디페시 모드(Depeche Mode)

신시사이저가 기타를 밀어낸 뉴 웨이브 시대의 밴드는 큰 특징이 있다. 원 히트 원더 혹은 짧은 전성기. 여기에 디페시 모드는 해당하지 않는다. 화려한 신고식 < Speak & Spell >(1981) 이후 빈스 클락의 탈퇴, 앨런 와일더의 합류로 전환점이 된 < Construction Time Again >(1983)은 독자적인 노선의 첫걸음이었다.

‘Everything counts’, ‘People are people’에서 알 수 있듯이 냄비, 파이프 등 일상용품은 이들에게 또 다른 음악이었고 사회를 담은 묵직한 가사는 신스 팝 밴드에 대한 편견을 반증했다. < Violator >(1990), < Songs For Faith And Devotion >(1993)의 번뜩이는 실험성은 디페시 모드가 1990년대에 정점을 찍도록 견인했다. 마릴린 맨슨, 나인 인치 네일스, 그리고 빌리 아일리시까지, 이들의 음악은 후대의 뮤지션의 롤모델과 다름없다!

Just can’t get enough
People are people
Personal jesus
Enjoy the silence
Policy of truth

두비 브라더스(The Doobie Brothers)

doobie brothers 이미지 검색결과

대마초에서 따온 이름과 달리 두비 브라더스의 음악은 맑고 경쾌하다. 1970년대 캘리포니아에서 결성된 이들은 로큰롤, 알앤비, 포크, 재즈 등을 다양하게 융합하여 대중 친화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낙원을 연상시키는 ‘Listen to music’이 싱글 차트 11위를 차지하면서 수면 위로 올랐고 < The Captain and Me >(1973), < What Were Once Vices Are Now Habits >(1974)가 연속 히트했다.

이후 1975년, 밴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스틸리 댄의 전 멤버 마이클 맥도널드, 제프 벡스터가 합세하면서 농밀한 알앤비와 재즈의 손을 들어주게 된 것이다. 대표곡 ‘What a fool believes’가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한 데다 제22회 그래미에서 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그룹, 최우수 편곡 총 4개 상을 휩쓸며 상업적, 비평적 성공을 거두었다. 머지않아 밴드는 해체 수순을 밟았지만 1995년 오리지널 멤버가 모두 모이면서 지금까지도 순회공연을 하고 있다. 

Listen to the music
Long train runnin’
Black water
What a fool believes
China grove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

whiteney houston 이미지 검색결과

수식어가 무의미한 디바! 로큰롤 명예의 전당은 1996년부터 흑인이 음악 역사에 끼친 영향을 표창하였고 올해의 주인공은 휘트니 휴스턴이다. 거장 프로듀서 클라이브 데이비스의 선택을 받아 출발한 < Whitney Houston >(1985)은 대중음악의 판도를 뒤집은 기폭제다. 록의 잔치였던 당시, 흠잡을 데 없는 고음과 기교를 지닌 그는 이후 여성 솔로 아티스트의 진출을 터놓은 연결고리가 되었다.

1992년 영화 < 보디가드 >의 OST 참여는 신기록의 연속을 낳았다. ‘I will always love you’의 빌보드 싱글 차트 14주 연속과 사운드 트랙 사상 최고의 판매량은 휘트니 휴스턴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을 증명한다. 무대에서는 경탄의 갈채를 받았지만 이와 반대되는 남편의 폭력과 마약 중독 등 불행한 개인사는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2012년 우리는 별을 떠나보냈지만 디바의 노래는 여전히 살아있다.

I wanna dance with somebody
How will I know
I will always love you
One moment in time
I have nothing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

nine inch nails 1994 이미지 검색결과

음지에 은둔하여 사회를 부정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인더스트리얼을 주류에 진입시킨 나인 인치 네일스(이하 NIN)도 전당에 입성했다. 트렌트 레즈너의 진두지휘 하에 이루어진 원 맨 밴드는 ‘소음도 음악이 될 수 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기계의 날카로운 소리와 무질서 사이에도 팝 멜로디가 가미된 데뷔 앨범 < Pretty Hate Machine >(1989)이 대중의 눈길을 끌었고 특히 ‘Head like a hole’이 인기를 구가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서 녹음한 < The Downward Spiral >(1994)는 자기 혐오와 섬뜩함에도 불구하고, 앨범 차트 2위를 차지하여 광신도를 모았다. 할머니의 죽음, 절친 마릴린 맨슨과 틀어진 사이는 트렌트의 광기 어린 분노를 잠시 주춤하게 했지만 < The fragile >(1999)의 대중성까지 포용한 스펙트럼은 그들을 최정상에 올려놓았다. 최근에도 < Bad Witch >(2018)을 발매하여 NIN의 번뜩이는 천재성이 죽지 않았음을 보였다. 

Head like a hole
Hurt
Wish
Closer
The hand that feeds

노토리어스 B.I.G.(The Notorious B.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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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에 유독 박한 명예의 전당이 2017년 투팍 이후 3년 만에 노토리어스(이하 비기)를 헌액하였다. 힙합사를 논할 때 뉴욕의 왕, 비기를 빼놓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퍼프 대디가 제작자로 참여한 데뷔 앨범 < Ready To Die >(1994) 속 맹렬하게 내뱉는 래핑과 암울한 메시지는 그를 단숨에 거물로 올려놓았고 ‘Big poppa’, ‘One more chance’는 시그니처 곡이 되었다.

하드코어 랩의 지표가 되었지만 1996년 힙합 동서 진영의 냉전은 극에 달했고 투팍에 연이은 그의 총격 사망은 우리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생존 당시 한 장의 앨범을 두고 떠났지만, 유작 < Life after Death >(1997), < Born Again >(1999) 모두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여 그의 위상을 다시 실감 나게 했다. 짓누르는 듯 묵직한 플로우와 노련하게 풀어가는 스토리텔링의 비기가 전당에 오르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Juicy
Big poppa
Hypnotize
Who shot ya?
Mo money mo problems

티-렉스(T. Rex)

t-rex band 이미지 검색결과

글램 록의 선구자! 진한 메이크업과 번쩍거리는 의상, 중성적인 외모를 트레이드 마크 삼은 티-렉스가 마지막 주자다. 초창기는 사이키델릭 록과 컬트 히어로 컨셉트의 티라노사우러스 렉스(Tyrannosaurus Rex)였다면, 1970년대는 본격 글램 록을 만천하에 알린 창시자의 움직임을 보였다. < T. Rex >(1970)을 시작으로 ‘Ride a white swan’가 영국 싱글 차트 2위를 차지, 명반 < Electric Warrior >(1971)가 발매되며 이들은 흥행가도를 달렸다. 수록곡 ‘Bang a Gong (Get It On)’과 ‘Cosmic Dancer’은 영화, 예능에 삽입되면서 국내에도 주목받은 곡이다.

그러나 밴드의 전성기는 길지 못했다. < The Slider >(1972) 이후 시원찮은 반응에 핵심 멤버 마크 볼란이 ‘글램 록은 죽었다’라며 밴드를 떠난 데다 그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재기 넘치는 스타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제 ‘자극의 시대’ 70년대를 이끌었던 이들의 음악은 로큰롤 실록의 한 페이지에 남아 전설이 되었다.

Bang a Gong (Get It On)
20th Century Boy
Cosmic Dancer
Metal guru
Jeep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