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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 ‘Prisoner (Feat. Dua Lipa)’ (2020)

평가: 3/5

디즈니 채널에서 방송된 청소년 시트콤 < 한나 몬타나 >에서 얻은 하이틴 스타의 이미지를 지우기 위한 마일리 사이러스의 시도는 점점 격해진다. 파격적인 외모와 패션, 기행을 거쳐 이제는 뮤직비디오에서 예민한 동성애 코드까지 건드린다. 컨트리 가수인 아버지 빌리 레이 사이러스와는 다른 길을 걷는다.

올리비아 뉴튼 존의 ‘Physical’을 참고한 주요 멜로디 부분에서는 미국 록 밴드 키스가 1983년에 발표한 ‘Lick it up’도 살짝 겹치며 전체적인 사운드는 1980년대 초반의 뉴웨이브/신스팝의 그림자 안에서 유영한다. ‘Prisoner’의 시침, 분침, 그리고 초침 모두는 1980년대로 귀속된다. 두아 리파의 보컬에만 오토튠을 사용한 것과는 달리 마일리 사이러스는 자신의 음색을 거칠게 가져가며 존재감을 조금 더 부각한다. 두아 리파와 협업을 하지만 내 노래라는 것을 강조한 전략이다. 마일리 사이러스의 자신감이 자존감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레트로 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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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아 리파(Dua Lipa) ‘Club Future Nostalgia’(2020)

평가: 4/5

2020년 상반기 팝 시장을 레트로로 물들인 두아 리파는 코로나 시대 발길이 끊긴 클럽과 댄스 플로어로 눈을 돌린다. 제목부터 노골적으로 레트로를 표방한 < Future Nostalgia >가 1970년대 디스코 및 신스팝을 적극 수용했다면, 이번 < Club Future Nostalgia >는 1979년 ‘디스코 폭파의 밤’ 이후 음지로 숨어든 이들 음악이 전설적인 디제이들의 손에 재해석되고 믹스되며 하우스(House) 음악으로 거듭나던 역사를 계승, 응용하여 실천한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 짜릿하고 어지러운 ‘퓨처 노스탤지어 클럽’의 메인 게스트는 2016년 < 믹스맥(Mixmag) > 올해의 디제이로 선정된 더 블레스드 마돈나(The Blessed Madonna)다.

이름이 공교롭게도 이 행보는 20여 년 전 전설적인 마돈나가 걸었던 길과 거의 같다. 1980년대 < Like A Virgin >, < True Blue > 전성기의 음악을 가져와 < Music >과 < Confessions On A Dance Floor >의 노스탤지어 품은 전자 음악으로 다듬어내던 인물이 2000년대 초 댄스 플로어 위의 마돈나였다. 심지어 그때 앨범의 홍보 문구는 ‘퓨처 노스탤지어’가 뜨끔할 ‘퓨처 디스코(Future Disco)’였다.

그래도 후배가 기특했는지 마돈나는 ‘클럽 퓨처 노스탤지어’의 게스트 DJ 명단에 본인의 댄스 플로어를 건설한 DJ 스튜어트 프라이스(자크 르 콩)를 추가하고 스스로도 미시 엘리엇과 함께 ‘Levitating’ 리믹스에 참여했다. 복고의 복고, 레트로와 레트로의 퓨전이다.

따라서 이 리믹스 앨범의 전략과 의도는 마돈나의 커리어를 따라온 세대에겐 진부하게, 마돈나를 모르는 신세대에겐 디스코의 진화 과정과 초기 전자 음악의 발전 과정을 담는 교보재 정도로 여겨질 위험이 있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기시감에도 ‘클럽 퓨처 노스탤지어’는 대단히 새로운 공간처럼 느껴진다. 이는 두아 리파가 전면에 나서는 대신 과거 최고의 팝스타들과 현재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디제이, 미래를 이끌 동년배 신예들에게 과감히 자리를 양보하고 샘플 클리어 제약을 해소하며 일종의 자유로운 ‘대안 공간’을 마련한 덕이다.

이미 두아는 < Future Nostalgia >에서 덜어내기의 미덕을 몸소 실천한 바 있다. 토브 , SG 루이스, 줄리아 마이클스, 앤드류 와트, 에밀리 워렌 등 내로라하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곡과 섬세한 프로듀싱 위 두아 리파는 데뷔작보다 훨씬 간결하게 노래했고 소리와 리듬에 앞서 나가려 하지 않았다. ‘Don’t start now’의 건조한 보컬은 올해의 리프로 손꼽힐 베이스 라인 뒤에 있었고 ‘Physical’은 올리비아 뉴튼 존의 유산을 안전하게 계승했다. 레트로 밀레니얼 파티 튠 ‘Levitating’ 역시 단독으로 서기보다 합창을 지향했다.

리믹스에선 더 과감하게 내려놓는다. 블레스드 마돈나의 지휘 아래 몇몇 지점을 제외하면 아티스트의 존재감을 거의 내세우지 않는다. 덕분에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들이 훌륭한 ‘미래형 복고’ 트랙들을 창의적으로 해체하고 뒤틀며 감각적으로 재구성한다. 히트 싱글 ‘Don’t start now’를 예지(Yaeji)에게 맡겨 조각내 버렸으니 말 다했다.

펑키(Funky)했던 ‘Pretty please’는 직관적인 하우스와 개러지의 두 방향으로 나눠져 유기적인 흐름을 만들고 이 전략은 ‘Hallucinate’에서도 반복된다. 웅장했던 마무리 트랙 ‘Boys will be boys’는 뭄바톤 리듬과 함께 그루비한 댄스 트랙으로 새 생명을 얻는다. 세기말 언더그라운드의 잔향과 미래주의적 터치가 공존한다.

과거와 현재를 바삐 오가는 앨범은 복고적 성향을 더욱 짙게 가져간다. 디미트리 프롬 파리(Dimitri from Paris)가 자미로콰이의 ‘Cosmic girl’과 ‘Break my heart’를 혼합해 ‘Levitating’ 리믹스에 동력을 공급하는데 이 곡의 게스트는 무려 마돈나와 미시 엘리엇이다. 미스터 핑거스의 ‘Hallucinate’ 리믹스에 등장하는 ‘Hollaback girl’은 작품 후반 마크 론슨의 여유로운 1980년대 뉴웨이브 리믹스 ‘Physical’ 속 그웬 스테파니 등장의 복선이다.

이어지는 블랙핑크와의 콜라보레이션 ‘Kiss and make up’은 비기의 ‘Hypnotize’로 더 널리 알려진 허브 알퍼트의 ‘Rise’ 베이스 샘플로 다시 태어나 원곡을 뛰어넘는다. 그 바통을 받아 ‘That kind of woman’을 매만지는 DJ가 바로 자크 르 콩이다.

왁자지껄 휘황찬란한 파티 DJ 셋이다. 1990년대 영국 언더그라운드와 레이브 파티, 2000년대의 레트로 팝스타와 히트메이커, 게이들의 아이콘이 공존하는 이 올스타 라인업은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전설로 대접받을 리스트다. 다만 클럽에서의 경험이 아니라 앨범 단위의 감상에선 어쩔 수 없는 감점 사항이 있다. 총 15명의 프로듀서들이 17 트랙, 50분 러닝타임에 너무 많은 요소를 더한지라 리믹스나 클럽 셋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의 입장에선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진다. 마돈나와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도 극복하지 못했던 리믹스의 한계다.

그럼에도 < Club Future Nostalgia >가 그 선배들의 시도보다 훨씬 짜임새 있고 화끈하며 잘 만들어진 앨범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현시대 인기 절정의 팝스타가 과감히 언더그라운드를 천명한 점도 독특하고, DJ 블레스드 마돈나와 아티스트들이 편견과 차별 없는 자유로운 대안의 파티 공간을 구축하며 코로나 시대 희미해져 가는 공동체 경험을 일깨운다는 데서도 의미가 있다. 화려한 유튜브 비주얼라이저로 함께하시길.

– 수록곡 –
1. Future nostalgia (Joe Goddard Remix)
2. Cool (Jayda G Remix)
3. Good in bed (Zach Witness and Gen Hoshino Remixes)
4. Pretty please (Midland Refix)
5. Pretty please (Masters at Work Remix)
6. Boys will be boys (Zach Witness Remix)
7. Love again (Horse Meat Disco Remix)
8. Break my heart / Cosmic girl (Dimitri from Paris Edit)
9. Levitating (The Blessed Madonna Remix featuring Madonna and Missy Elliott)
10. Hallucinate (Mr Fingers deep stripped mix)
11. Hallucinate (Paul Woolford Remix Extended)
12. Love is religion (The Blessed Madonna Remix)
13. Don’t start now (Yaeji Remix)
14. Physical (Mark Ronson Remix featuring Gwen Stefani)
15. Kiss and make up (Remix with Blackpink)
16. That kind of woman (Jacques Lu Cont Remix)
17. Break my heart (Moodymann Rem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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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아 리파(Dua lipa) ‘Future Nostalgia'(2020)

평가: 3.5/5

4년 만에 찾아온 정규 2집에는 그 어떤 징크스도 없다. 데뷔와 동시에 큰 주목을 받은 이들에게 흔히 찾아오는 소포모어의 부실함도, 그래미 신인상 수상자는 반짝하고 사라진다던 속설도 다 남 얘기다. 영리하게 메시지와 스타성을 모두 챙겼다. 여기에는 여성이자 뮤지션인 두아리파가 일갈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과 모든 대중을 열광시킬 아찔하고 강력한 댄스 팝이 한 데 섞여 있다. 작품성, 대중성, 스타성의 삼박자가 고루 뒤엉켜 멈춰있는 것만 같은 2020년에 시원한 축포를 쏜다.

시작엔 당돌한 선전포고를 끝엔 여성의 연대를 담았다. 들어가는 문과 나가는 문에는 선연히 개인 두아리파의 현재를 세기고 그 안의 본 무대는 말 그대로 팝스타의 현주소가 빼곡하다. 첫 곡 ‘Future Nostalgia’를 배경음 삼아 공연장에 온 그가 ‘You want a timeless song / I wanna change the game’을 선언하며 자신의 등장을 알린다면 첫 번째 리드 싱글로 낙점된 ‘Don’t start now’는 본격적인 댄스 플로어를 개장한다. 펑키한 리듬감을 중심으로 유로 댄스의 쿵짝임을 담은 이 곡은 얼마 전 빌보드 싱글차트 2위에 오르며 최고주가를 달리고 있는 그의 현재를 대변한다.

이후에는 종횡무진 질주다. 대다수의 곡이 4분이 채 안 되는 깔끔한 러닝타임 지녔고 사운드 조합은 신발 벗고 뛰어놀 강약중강약으로 무장했으니 11개의 곡이 저마다 생생할 수밖에 없다. 1981년 같은 영국 출신 가수 올리비아 뉴튼 존의 당시 히트곡 ‘Physical’을 레퍼런스 삼아 만든 동명의 곡은 춤추지 않고는 못 배길 복고 성향의 파워풀한 댄스곡이며 찰싹 달라붙는 선율에 클랩 비트로 맛을 낸 ‘Levitating’은 두아리파 표 래핑에 촘촘히 싱어롱 구간까지 갖췄다. 뛰고 걷고 숨 고르고 다시 달릴 입체적인 곡 구조가 눈에 띄는 이 노래에 빠져들지 않을 재간이란 없다.

음반의 중간, 미니멀한 베이스라인으로 전체 얼개를 꾸린 ‘Pretty please’로 한 템포 숨을 죽이곤 다시 뛴다. 그중 그의 매력 포인트인 허스키하고 낮은 보이스칼라를 십분 살린 ‘Hallucinate’는 놓쳐선 안 될 필청 트랙. 얼핏 레이디 가가의 정규 1집 < The Fame >의 스타일이 떠오르기도 하는 이 곡은 반복되는 전자음을 동력 삼아 진행되는데 곡을 끌어감에 있어 오히려 날카로운 소리를 뺀 게 신의 한 수다. 부드럽게 고조되는 힘 빼기의 기술이 곡 제목처럼 이 노래의 중독성을 우아하게 포착한다.

이외에도 아비치(Avicii) 음악이 갖고 있던 비장미 어린 현악기가 곡을 고조시키는 ‘Love again’, 퀸의 ‘Anther one bites the dust’처럼 베이스와 후반부 일렉트릭 기타가 탄탄함을 완성한 ‘Break my heart’를 거쳐 마지막에 당도한 ‘Boys will be boys’로 서사의 완결을 찍는다. 앞선 곡과 달리 댄스의 색을 뺀 발라드로 그는 여성이 갖고 태어난 부당한 편견을 고백하고 ‘소녀는 여성이 됨’을 웅장한 코러스를 덧입혀 드라마틱하게 전한다. 상업적인 노래들 사이 영민하게 불어 넣은 자신의 목소리가 음반의 가치를 높인다.

앨범 유출로 본래 예정보다 1주 먼저 발매됐지만 그 악재가 대수롭지 않을 만큼 잘 만들었다. 완성도에 대한 압박을 복고 지향적인 댄스 팝으로 깨부수고 그사이 알뜰하게 메시지도 가미하니 가히 이건 대중적 승리자 동시에 개인적 승리이다. 앨범의 통일성, 작품의 주도성, 전체의 소화력까지 안성맞춤으로 조합된 21세기 레트로 찬가. 복고와 팝으로 가격한 두아리파의 정공법이 완벽하게 통했다.

– 수록곡 –
1. Future Nostalgia
2. Don’t start now
3. Cool
4. Physical
5. Levitating
6. Pretty pleasure
7. Hallucinate
8. Love again
9. Break my heart
10. Good in bed
11. Boys will be bo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