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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The Next Day’ (2013)

평가: 4/5

글램 록(Glam rock)의 화신, 무차별한 변신의 귀재라지만 일흔을 바라보는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에게 더 이상 또 다른 페르소나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1970년대의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라는 외계인과 씬 화이트 듀크(Thin White Duke)와 같은 이미지가 있다 해도 언제까지 그때와 같은 메이크업과 염색을 시키고 치마와 롱부츠를 착용시켜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변화의 첨단을 걷던 그도 생각해보면 1947년생이다. 할아버지 소리를 들어가며 경로 우대를 받을 그런 시기에 있는 것이다.

오히려 새 앨범 소식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지 모르겠다.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이 수집가들을 위한 베스트 앨범과 박스 세트로 황혼기를 마무리하지 않던가. 그 와중에 신곡이라도 같이 끼워 나오면 그보다 더 감격스러운 일은 없다. 게다가 데이비드 보위는 심장 수술을 받았던 2004년부터 긴 휴지기에 들어갔다. 디스코그래피의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 < Reality >도 그보다 1년 전에 발매되었으니 정규 음반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만 같은 아쉬운 예측도 영 설득력이 없던 낭설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올해 초 등장한 뉴스는 이러한 예상을 단번에 뒤엎었다. 10년 만에 발매하는 앨범은 신곡으로만 온전하게 채운 27번째 스튜디오 음반이 될 계획이라는 것. < Young Americans >, < Low >, < Heroes > 등 명반 행진은 물론, 가장 최근의 앨범들까지에도 연을 잇고 있는 토니 비스콘티(Toni Visconti)가 프로듀서로 내정되었으며 앨범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이 빠르게 SNS를 타고 팬들에게 전파되었다. 60대 중반의 움직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왕성한 활동이 이어졌다. 들뜬 소식이 채 가기도 전에 리드 싱글 ‘Where are we now’와 두 번째 싱글 ‘The stars (are out tonight)’을 차례로 발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 Heroes > 자켓 위에 제목을 덧씌운 앨범 커버도 공개되었다.

시대감각에 뒤떨어져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이건만 데이비드 보위는 여전히 처지지 않는 매끈한 음악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1970년대와 1980년대를 훑어 내렸던 로큰롤 사운드를 구사하니 음반에 자리하는 것은 단연 관록 있는 옛 실력과 현대적 감각의 조화다. 인트로 ‘The next day’에서부터 그 결과가 단숨에 드러난다. 2010년대에 쓰인 곡은 1973년에 발매되었던 작품 < Aladdin Sane >에 끼워 넣는다 해도 큰 어려움이 없다. 러닝 타임 내내 로킹한 기타 연주가 끊이질 않고, 고저를 오가는 롤러코스터 보컬이 빠르게 분위기를 쥐락펴락한다.

다음이 바로 문제다. 두 번째 트랙 ‘Dirty boys’ 이후부터는 그야말로 킬링 트랙들의 향연이 이어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언급해야할 곡은 바로 세 번째 곡 ‘The stars (are out tonight)’다. 기타와 현악기가 뽑아내는 흡인력 있는 음색에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가사, 그리고 이를 닮아 정점에 서서히 올라가는 데이비드 보위의 보컬은 음반을 듣는 팬들에게 최고의 모멘트를 선사한다. 더불어 트랙은 이전의 작품들에서는 접할 수 없는, 2013년에 가장 잘 어울리는 현재의 사운드를 담고 있다. 앞선 ‘The next day’에서 드러난 복고풍과는 어느 정도 대조되는 컨템포러리 넘버랄까. 아티스트로서의 감각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위의 곡들이 록 사운드로 강렬하게 귀를 지배했다면 ‘Where are we now?’와 ‘Valentine days’와 같은 곡들은 발라드의 멜로디로 달콤하게 소구력을 끌어 모은다. 특히 두 트랙에서는 데이비드 보위의 능란한 보컬이 큰 빛을 발한다. 느릿한 전개 위에 피아노와 현악 편곡이 조화를 이루는 ‘Where are we now?’에서는 중후한 목소리를, 뒤를 잇는 경쾌한 이미지의 ‘Valentine’s day’에서는 특유의 톡톡 튀는 창법을 활용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한 포인트. 음반이 다채로울 수 있는 이유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접근법에 차이를 두었던 이 트랙들에 있다.

후반부의 곡들도 놓칠 수 없다. 기타 리프가 돋보이는 ‘I’d rather be high’와 빠른 템포의 ‘Dancing out in space’는 한 차례 숨을 골랐던 로큰롤의 레이스를 다시 펼치고 ‘Boss of me’는 < Station To Station > 시절을 연상시키는, 그러나 사운드의 텍스쳐에 있어서는 그와 다른 2013년의 펑크(funk) 사운드를 보여준다. 1980년대 팝의 느낌이 묻어나는 ‘How does the grass grow?’와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 기타, 현악기의 레이어를 차례로 쌓아올려 아방가르드를 연출한 ‘Heat’ 또한 우열을 가리기 힘드니 그 어떤 트랙을 틀어놓아도 작품은 강한 매력을 흘려낸다.

곳곳에서 보이는 팝적인 센스는 단연 탁월하고 이를 토대로 가지 뻗은 수록곡들의 결과물 또한 흠잡을 곳이 없다. 물론 전성기를 수놓은 화려함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그 빈자리를 연륜이 말끔하게 메웠다는 것이다. 1970년대에도, 1980년대에도 디스코그래피의 어떤 시기에 가져다 놓아도 음반은 밀리지 않으며 데이비드 보위의 대표작으로 손꼽아 내놓는다 해도 아쉬움이 없다. 종합해 보면 아티스트 개인의 성과는 결코 이전에 못지않다.

10여년 만에 등장한 그는 한층 더 과감해졌다. 보위 사운드의 또 다른 변신이라 봐도 무방하다. 이전부터 가져온 특유의 감각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대적인 터치를 앨범 전체에 구사해 오늘날에 걸 맞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 역시 쉽게 무시할 수 없다. 찬사를 보내고자 하는 이유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여전히 훌륭하고 여전히 매혹적이다. 빛깔을 바꿔오며 20세기를 장식한 아티스트는 지금도 시대를 밝게 비추고 있다. 멈추지 않는 변신의 귀재가 던진 새로운 컬러는 바로 < The Next Day >에 있다.

-수록곡-

  1. The next day
  2. Dirty boys
  3. The stars (are out tonight)
  4. Love is lost
  5. Where are we now?
  6. Valentine’s day
  7. If you can see me
  8. I’d rather be high
  9. Boss of me
  10. Dancing out in space
  11. How does the grass grow?
  12. (You will) Set the world on fire
  13. You feel so lonely you could die
  14. H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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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Heroes”‘ (1977)

평가: 5/5

냉전 시대 미소간의 대립과 배우들의 열연이 빛난 영화 < 스파이 브릿지 >는 1960년대 서베를린의 고립 과정을 생생히 그리고 있다. 영문 모른 채로 통행을 제지당한 자유 진영 시민들은 하룻밤새 포위되었고, 많은 동독 주민들은 장벽을 넘으려다 전기 울타리와 총에 쓰러져갔다. 처절한 육지의 섬, 미군의 공군 수송 작전으로만 움직이던 도시, 그 서베를린에 데이비드 보위가 있었다.

< Heroes >의 위대함은 바로 이 시대성에 있다. 베를린 3부작의 시작인 < Low >는 사실 프랑스 샤또 드 에후빌에서 녹음되었고 철학보다는 치밀한 소리 미학의 승리였으며, 브라이언 이노와의 관계가 서먹해진 < Lodger >도 역시 월드 뮤직과 아트 록의 실험적 결합이 가장 먼저 들어온다. 그러나 이 영웅의 서사시는 크라우트록으로부터 펑크 록과 보위 스타일 소울을 더해 뉴 웨이브의 청사진을 그려내면서 1970년대 냉전 시대의 긴장과 분단의 시대상까지 옮겨오는데 성공했다. < Low >로 그려낸 사운드의 바탕 위에 황폐하고 삭막하지만 분명한 심장의 고동을 더하며 인간의 기록으로 남게 된 것이다.

앨범 작업은 < Low >의 올스타 멤버 그대로 장벽 바로 근처의 한자 스튜디오에서 진행되었다. 크라우트록에 대한 보위의 비상한 관심은 베를린 체류 시기 크라프트베르크, 노이! 등 창조자들의 작품을 흡수했고, 이 변신의 귀재 손에서 인공적인 일렉트로닉은 직관적인 록의 터치를 만나게 된다. 여기에 시시때때로 붉은 군대의 감시를 받던 억압된 상황이 더해지며 앨범 전체를 뒤덮고 있는 황망한 아우라가 생성된다.

‘Beauty and the beast’로부터 시작되는 A사이드는 진격의 기타 리프를 앞세운 록 트랙들이다. 프로그레시브 레전드 킹 크림슨의 로버트 프립(Robert Fripp)을 초빙해 만들어낸 소리는 직관적이고, 강렬하면서도 미니멀리즘 철학에 근거해 건조한 사운드를 유지한다. 심지어 이 곡은 영락없는 소울의 코러스, 메인 리프 뒤의 디스코 스타일 기타 연주, 크라우트록의 사운드 왜곡 등 그야말로 보위 노하우의 총동원이지만 어디 하나 튀는 부분 없이 안정적인 폐허를 재건해낸다. 이런 혼합은 곧바로 이어지는 ‘Joe the lion’과 ‘Blackout’에서도 재능을 뽐낸다.

이 어두운 분위기를 더욱 짙게 만드는 것이 인스트루멘탈 위주 구성의 B사이드다. 여기에는 베를린 터키 이민자들의 거주지를 그린 ‘Neukoln’과 일본 전통 현악기를 동원해 동양의 앰비언트를 구상해낸 ‘Moss garden’, 이 트랙 앞에서 더욱 확실한 암울함의 대비를 들려주기 위해 1920년대 독일 표현주의 예술을 신디사이저와 피아노의 결합으로 표현해낸 ‘Sense of doubt’ 등 하나하나 치열한 트랙이 포진되어있다. 카를로스 알로마와 함께 < Station To Station > 시절의 월드 리듬을 일깨우는 ‘The secret life of arabia’의 마무리가 가벼운 전환을 제공하지만, 치열한 하나하나의 인스트루멘탈 실험에는 앰비언트와 아트 록, 크라우트 록의 정교한 결합과 이를 통한 새로운 소리의 대안이 탑재되어 있다.

그러나 보위 군단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증명하는 단 하나의 곡을 꼽으라면 당연히 불세출의 송가 ‘Heroes’를 빼놓을 수 없다. 이 굽이치는 신디사이저 소리의 벽을 세우기 위해 브라이언 이노는 계속하여 기계를 손봤으며, 로버트 프립은 앰프 앞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일명 피드백 효과에 조율을 살짝씩 다르게 하며 입체적 사운드를 만들었다. 여기에 토니 비스콘티는 세 대의 마이크를 순차적으로 활용하며 목소리의 울림을 통해 장대한 구성을 끝마쳤고, 마지막 보위는 ‘장벽 앞에서 키스하는 연인’의 서사시를 통해 시대에 강한 울림과 거대한 대서사시의 울림에 마침표를 찍었다. 전설로 남은 이 곡 하나에 사실상 앨범의 전체 정의가 압축되어있다 하겠다.

지기 스타더스트와 영화 배우, 씬 화이트 듀크 시절과 비교해 1978년의 보위는 풍족하지 못했다. 예술을 위해 찾은 베를린은 살벌했고 마약 중독을 이겨내야 했으며 재정적으로도 파산 상태였다. 그러나 그의 곁에는 이기 팝, 토니 비스콘티, 브라이언 이노가 있었고 분단의 도시가 제공하는 예술의 영감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데이비드 보위에게는 치열한 예술의 혼이 있었다. 제도권을 넘어 새로움을 창조하였고 외계인과 인공의 탈을 벗은 인간 그대로의 시선이 있었다. 우리 시대의 음악 영웅은 이토록 치밀하고도 따뜻했다.

-수록곡-
1. Beauty and the beast 
2. Joe the lion 
3. “Heroes” 
4. Sons of the silent age
5. Blackout 
6. V-2 Schneider
7. Sense of doubt
8. Moss garden 
9. Neuköln 
10. The secret life of Arab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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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Station To Station’ (1976)

평가: 4.5/5

저명한 기자 출신 음모론 작가 데이비드 사우스웰은 1970년대 중반 데이비드 보위의 프리메이슨 행적과 나치 찬양을 비난하면서도 ‘1970년대의 가장 훌륭한 음악을 만들기도 했다’며 그를 변호했다. 코끼리도 쓰러트릴 만큼의 코카인 중독과 그 유명한 ‘앤지’ 보위와의 순탄치 않은 관계는 편집증에 빠진 백색 신사 씬 화이트 듀크(Thin White Duke)를 잉태했고, 무감정 무감각의 새 마스크를 쓴 보위는 그 자신을 약에 반죽해 시대의 명작을 빚었다.

부서진 벽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앨범 커버가 상징하듯 < Station To Station >은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힌 개선의 신작이다. 지기 스타더스트가 선도했던 글램 록 지형을 토대로 하여 < Young Americans >에서의 블랙 뮤직 실험을 거쳐 주조한 ‘플라스틱 소울’, 독일에서 발생한 실험적인 전자 음악(크라우트 록, 아방가르드 록)을 모두 융합했다. 단 여섯 곡으로 보위 개인의 커리어 뿐만 아니라 사실상 1970년대 팝 시장의 과도기를 총망라한 셈이다.

스스로 ‘미친 예언가, 냉철한 영혼, 도덕을 초월한 좀비’라 묘사했던 씬 화이트 듀크의 10분짜리 장대한 계시록 ‘Station to station’이 시작부터 혼을 빼놓는다. 크라프트베르크의 전자음과 프로그레시브의 점진적 거대함을 기타 리프로 천천히 거대하게 쌓아나가고, 후반부를 수놓는 로큰롤 서사시는 같은 시기 밴드 퀸을 연상케 하는 극적인 보컬과 중독적인 외침으로 열띤 광기의 설교를 펼친다. 유대교 음모론 카발라(Kabbalah)와 속세를 부정하는 영지주의(Gnosticism)의 심오함이 차가운 목소리에 실려 간다.


< Diamond Dogs >부터 합류한 얼 슬릭(Earl Slick)과 새로운 데이비드 보위 기타리스트 카를로스 알로마(Carlos Alomar)의 더블 기타는 펑키한 리프부터 지글거리는 솔로까지 전 방면을 커버하며 릭 웨이크먼의 공백을 지운다. 펑키(Funky)한 기타 리프가 넘실대며 무심한 코러스로 무아지경의 그루브를 일구는 ‘Golden years’는 애타는 리듬의 향연으로 히트 싱글이 되었다. 좀 더 거칠고 화끈한 그루브의 펑키함을 찾는다면 ‘Stay’를 권한다. 기타 두 대와 리듬 충만한 베이스로 빚어낸 하드-펑크(Funk) 록의 향연은 6분이라는 시간을 쏜살같이 지나가게 한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이 스트리트 밴드(E-Street Band) 멤버로 유명한 로이 비탄(Roy Bittan)의 건반 사운드가 주도하는 파트는 아방가르드의 영향을 보여주면서도 초기 글램 록 시절 보위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경쾌한 피아노 선율로부터 출발하여 하드 록 리프로 전환되는 ‘TVC 15’의 후반부는 무아지경으로 반복되는 후렴구와 부유하는 기타 사운드를 통해 새로운 몽환을 실었고, 부드러운 피아노 발라드 ‘Word on a wing’은 ‘Oh! You pretty things’나 ‘Aladdin sane’ 등의 초창기 감성을 실어나른다. 그 어떤 보위의 노래보다도 쓸쓸한 ‘Wild is the wind’는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깔끔한 양복을 입고 단정히 머리를 빗어넘긴 씬 화이트 듀크 캐릭터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사실이 페르소나는 지구에 불시착한 신사 외계인을 다룬 영화 < 지구에 내려온 사람 >의 주인공 역을 맡았던 보위의 집착이 낳은 인격체였지만, 말쑥한 외모의 금발의 신사는 너무도 멋져 그 유혹을 거부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우유, 후추, 코카인’의 3종 세트로 하루하루를 때우는 나날들이었지만 백작은 항상 고귀했다.

결국, 문제가 터져 나왔다. 단 하루도 약에 취해있지 않은 날이 없다 보니 각종 해괴한 에피소드들이 불명예스럽게 발목을 잡았다. 라디오 방송에 나와 ‘영국은 파시스트 지도자를 기다린다’를 외쳤고, 공공 행사에서 히틀러를 찬양하며 록스타로 우상화한 것도 모자라 자랑스럽게 나치식 인사를 건넸다. 온갖 미신에 사로잡혀 그야말로 ‘미친 짓’들을 거리낌 없이 행했으며, 악마를 숭배함과 동시에 비밀 오컬트 종교 조직과 결탁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예술적 성취의 빛은 나날로 바랬다.

비록 < Station To Station >은 데이비드 보위의 경력 중 가장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명반이었지만, 예술성만으로 모든 논란을 잠재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코카인의 양도 치사량을 훌쩍 넘었다. 앨범 한 장을 끝으로 보위는 자신의 두 번째 페르소나를 폐기했고, 곧바로 스위스 제네바로 떠났다. 광기 어린 영혼을 진정시키고 안정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현재도 보위는 앨범에 관한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한다. 부정할 수 없는 시대의 명작이지만, 한편 그 자신에게나 팬들에게나 씁쓸한 괴작이기도 하다.

– 수록곡 –
1. Station to station 
2. Golden years 
3. Word on a wing
4. TVC 15 
5. Stay 
6. Wild is the wind 

7. Word on a wing (Live Bonus Track)
8. Stay (Live Bonus T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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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Young Americans’ (1975)

평가: 4/5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던 커버곡 모음집 < Pin-Ups >의 충격을 끝으로 한 시대가 종말을 고했다. 지기 스타더스트는 사라졌고, 주요한 음악 파트너 믹 론슨과 화성에서 온 거미 밴드는 해고되었다. 포스트 지기 시대의 막을 올린 < Diamond Dogs >는 현대에서는 재평가받으나 발매 당시에는 ‘괴작’이라는 악평을 피하지 못했다. 위기라면 위기라 할 수 있었던 1975년의 음악적 공백기, 하지만 데이비드 보위의 관심은 대중의 예측을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1975년 발매된 아홉 번째 정규 앨범 < Young Americans >는 플레이 버튼을 누른 수많은 이들에게 당황스러울 정도의 새로움을 안겨주었다. 부드러운 필리 소울의 고향 필라델피아에서 흑인음악에 심취한 보위는 당대 최고의 세션 멤버들과 함께 블루 아이드 소울 싱어의 작품을 구상하기에 이른 것이다. < The Man Who Sold The World > 이후 연이 없었던 프로듀서 토니 비스콘티와 재결합했고, 최고의 세션 베이시스트라 평가받는 윌리 윅스(Willie Weeks)와 전설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의 드러머 앤디 뉴마크(Andy Newmark)까지 합류했다. 심지어는 대단한 비틀스까지.

비록 그 자신은 ‘플라스틱 소울’이라 명명하며 겸손했지만, 그 결과물은 여느 백인 아티스트들이 따라올 수 없는 수준에 있었다. 그루브 넘치는 드럼과 퍼커션 리듬 위에서 색소폰이 하늘하늘 춤을 추고 가스펠적 코러스가 터져 나오는 톱 트랙 ‘Young americans’부터 의심스러운 눈빛은 녹아내린다. 유명 재즈 색소폰 주자 데이비드 샌본(Daivd Sanborn)과 < Aladdin Sane >부터 함께한 건반주자 마이크 가슨의 대단한 투톱 연주에 보위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그야말로 천상궁합이다.

1970년대 중반을 휘어잡던 디스코와 펑크 리듬도 빼놓을 수 없다. ‘Fascination’은 훗날 세계적 R&B 스타로 거듭나는 루더 반데로스와 함께 펑키한 기타 리프로 매혹스러운 리듬을 빚는다. 제임스 브라운의 유산으로 만들어낸 후렴구의 ‘Right’과 1950년대 두웁 밴드 더 플레어스(The Flairs)의 기타리프를 빌려 보위의 첫 미국 차트 1위 곡이 된 ‘Fame’ 등, 텐션을 조절하며 원류의 느낌을 살리고 감칠맛을 더한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매니저로 더욱 명성을 얻은 평론가 존 랜도(John Landau)는 이 앨범에 ‘소울에 빠진 영국 팝, 결론은 배척 대신 융합’이라는 평을 내렸다. 비록 작품은 데이비드 보위의 커리어 중 특정 장르의 느낌이 가장 두드러지는 작품이지만, 카멜레온이라는 별명의 소울과 R&B에 깊은 멜로디를 버무리며 확고한 이름을 새긴다. 부드러운 팝 발라드 ‘Win’과 가스펠의 느낌이 더욱 도드라지는 ‘Somebody up there likes me’, 산들산들 한 기타 리프와 스트링 사운드가 감미로운 ‘Can you hear me’ 등에서 앨범 커버의 중후한 신사 보위를 느낄 수 있다.

‘Young americans’ 후반부 ‘I read a news today, oh boy’ 한 줄로 예고된 존 레논의 참여는 장르적 변화에 색다른 스타의 손길을 더했다. 오노 요코와의 별거 기간이었던 ‘잃어버린 주간’ 시절, 엘튼 존과 믹 재거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교류하던 존 레논은 ‘Across the universe’ 리메이크와 ‘Fame’에 공동 작곡, 백보컬로 참여하며 데이비드 보위에게도 비틀즈의 은총을 내렸다. 글램 록의 화려함에 다소 저평가 받던 보위의 음악에 ‘립스틱을 칠했을 뿐인 로큰롤’이라는 정확한 분석을 제공한 것은 덤.

과감한 변신이었음에도 < Young Americans >는 영국 앨범 차트 2위,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9위에 올랐으며 다채로운 요소들을 통해 든든한 음악적 가교를 놓았다. 순조롭게 신무기를 장착하고 난 보위는 이제 더 큰 세계로의 발걸음을 내딛는다. 술과 코카인, 헤로인의 백색 가루에 취한 두 번째 페르소나, ‘씬 화이트 듀크(Thin White Duke)’의 등장이다.

– 수록곡 –
1. Young americans 
2. Win
3. Fascination 
4. Right 
5. Somebody up there likes me
6. Across the universe 
7. Can you hear me
8. F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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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 (1972)

자극을 원하는 70년대의 자극적 록의 상징…글리터록

70년대 초반 미국의 사회분위기는 60년대의 그것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사회변혁의 ‘미몽’에서 깨어난 대학생들은 시위 전선에서 물러나 더 이상 사회에 고함지르지 않았다. 베트남 전쟁은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고 보수주의자 닉슨이 민주 진영의 열망에 반하여 72년 대통령에 재선되었다.

지쳐버린 젊은이들은 극도로 실망한 채 학교로, 자기의 방으로 돌아갔다. 이윽고 60년대 반전 및 인권운동의 기류는 사그라들고 개인주의 시대의 문이 열렸다. 마침 경제가 호황국면을 맞이하자 사람들은 안락과 소비중심의 생활패턴에 빠져들었고, 젊은 세대는 마약과 섹스에 탐닉했다. ‘자기로 좁혀진 세계’에 살게된 사람들은 자신에게 충격을 줄 자극을 원하고 있었다.

머리 좋은 영국가수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는 이런 시대특성을 간파하여 자극을 바라는 수요자들에게 자극적인 음악과 무대를 공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것이 글리터 록이이요 글램 록이었다(앞의 T 렉스편 참조). 그에게 통산 다섯 번째가 되는 이 음반은 당시의 사회적 상황이 잉태시킨 글램 록의 결정판이었다.

그는 자극을 원하는 세대를 위해 ‘지기 스타더스트’라는 매우 쇼킹한 이미지의 가상 인물을 창조했다. 지기 스타더스트는 빈스 테일러라는 무명가수의 이야기에 기초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로서 다름 아닌 보위 자신이었다. 믹 론슨(기타), 트레버 볼더(베이스), 믹 우드먼세이(드럼)로 구성된 밴드의 명칭도 지기 이미지에 맞춰 ‘화성에서 온 거미들'( Spiders from Mars)로 붙였다.

지기는 방탕하고 스타덤에 굶주렸으며 양성적인 이미지였다. 그는 자신을 지기에 맞추어 외계인 의상, 오렌지색으로 물들인 머리, 붉게 칠한 입술, 곤충처럼 그린 아이섀도우 등 파격적인 모습을 하고 무대에 섰다. 그는 이에 대해 이렇게 주장했다. “지금 충격을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극단으로 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새로운 이미지 창조에 집착한 그는 심지어 72년 초 『멜로디 메이커』지와의 인터뷰에서 “난 현재 게이이며 전부터 게이였다”라고 했다.

음반도 지기를 중심으로 각 노래를 이와 연관시켜 통일성을 부여했다. 이를테면 이 앨범도 당시 크게 유행한 ‘컨셉트 앨범’ 가운데 하나였다.

‘로큰롤 자살'(Rock’n roll suicide)과 ‘5년'(Five years)은 지기의 운명을 다루었으며 ‘별사람'(Starman), ‘달시대의 백일몽'(Moonage daydream) 등은 지기의 공상과학적 이미지를 살린 노래이다. 데이비드 보위가 공상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의한 우주시대 도래의 영향이 컸다. 지기의 양성적 컬러는 ‘여성 참정도시'(Suffragette city)와 ‘여성 스타더스트'(Lady stardust)에 나타난다.

글리터 록이라고는 하지만 번쩍이는 화려한 의상과 야한 화장 등 분위기가 그럴 뿐이지 실제 음악은 전형적인 로큰롤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제프 벡의 영향을 받은 믹 론슨(Mick Ronson)의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기타연주에 전적으로 의존했기 때문이다. 믹 론슨은 스트링(絃) 편곡에서도 재능을 발휘했다. 사운드로 볼 때 <지기 스타더스트와 화성에서 온 거미들>은 전형적인 ‘기타 록’ 앨범이다.

보위는 당시 영국 순회공연을 통해 지기의 이미지를 확실히 심었다. 그러나 그것이 팬들의 과열반응을 유발하면서 비난을 받게 되자, 73년 7월 지기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고 모습을 바꾸어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지기 콘서트를 관람한 청소년들의 뇌리에 깊이 박힌 이후였다. 그들은 후에 지기의 쇼킹한 이미지를 되살린 펑크 록을 창조했다. 분노한 펑크 록의 젊은이들은 지기의 외적 충격은 수용했으나 그의 메시지는 결코 배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