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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IZM 연말 결산 특집 Feature

2020 올해의 가요 앨범

사회적 거리두기로 공연이 사라지자 예술가들은 창작에 몰두했고 그 결과로 우리는 여느 해보다 많은 앨범 단위 결과물을 접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듯 쏟아지는 작품 속에는 치열한 젊음의 고민과 베테랑의 조용한 귀환, 글로벌 단위의 논의가 돋보인다. IZM 선정 2020년을 대표할 가요 앨범 10장을 소개한다.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더 블랭크 숍(The Blank Shop) < Tailor >

미디어의 도움 없이 음악 자체로 자생하기 힘든 시기에 만능 뮤지션 윤석철은 좋은 대중가요를 고민했다. 화려한 뮤직비디오 없이도, 굵직한 퍼포먼스 없이도, 예능 프로그램의 도움 없이도 그 자체로 오래 들을 수 있는 이지 리스닝의 팝을 지향했다. 그는 이 작업을 위해 더 블랭크 숍이라는 새 페르소나를 만들어 좋은 가요 프로듀서의 첫 발을 내디뎠다.

고급 맞춤 정장처럼 참여 가수들에게 딱 들어맞는 < Tailor >는 만능의 작품이다. 일렉트로닉, 재즈, 힙합, 블루스, 록, 인디 등 다양한 장르가 치밀한 재봉술을 거쳐 금방 흥얼거리고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로 뽑혀 나온다. 일상 속 단편을 흥미롭게 관찰하여 한 편의 완성된 이야기로 풀어내는 그의 음악에는 기타 수식어가 필요 없다. 산업과 기술의 시선 이전에 음악은 그 자체로 좋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 우리는 엔터테이너보다 이런 외골수에 더 집중해야 한다. (김도헌)


추다혜차지스 <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

신에게 소원을 빌기도 하고 신의 꾸지람을 듣기도 하며, 산 자의 건강과 행운을 빌면서도 망자의 영혼이 평안하기를 비는 무속음악 무가(巫樂). 굿판에서 벌어지는 음악이다. 삶에 대한 인간의 소망이 담겼음에도 참으로 기괴하고 소름 돋는다. 적어도 추다혜차지스의 <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를 듣기 전까지는. 굿판을 벌이는 장소이자 마을의 수호신이기도 한 ‘당산나무’ 아래서 무가는 위로의 언어로 재탄생한다. 놀랍게도 재료는 펑크(Funk)다.

우리가 나고 자란 한국의 토속적인 정서가 오히려 반(反)대중적이라 느껴질 만큼 국악은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앨범은 가히 2020년 음악계의 충격적인 사건이라 불릴 만 한다. 국악, 그것도 무속음악을 들으면서 ‘얼씨구‘와 같은 몸짓이 아닌 힙합에서 나올 법한 그루브를 탈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럼에도 감상의 끝에 남는 건 애절한 꺾기의 향연, 그 숭고하고도 처절한 한국의 정서다. 지극히 대중적이고 서양적이며, 동시에 철저히 한국적이다. 앨범 전반을 매끄럽게 주도하는 파격적인 장르의 혼합, 무가의 재해석. 국악의 새 시대를 열었다. (조지현)


진보(Jinbo) < Don’t Think Too Much >

말 그대로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로킹한 기타와 현란한 드럼, 그리고 뒤뚱거리는 신시사이저가 그루비한 작법 아래 감당하기 힘들 만큼 쏟아진다. 풍부한 성분과 영양을 갖춘 사운드 위로는 화려한 피처링진이 각자의 감칠맛을 발휘하며 곡에 녹아든다. 이때 필요한 준비물은 활짝 열린 귀 뿐, 이후로는 그저 트랙에 몸을 맡기면 된다.

탄력적인 프로듀싱의 < Afterwork >와 자기만의 색채로 히트곡을 버무린 선집 < KRNB >, 그리고 몽롱한 사랑의 언어 < Fantasy >의 걸출한 커리어를 거쳐, 진보(Jinbo)는 또 한 번 아이디어의 창고 아래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더욱 직관적인 형태로 발전한 < Don’t Think Too Much >는 모두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일종의 자유이용권이다. 이를 어떻게 비유하면 좋을까. 고막 위 펼쳐지는 힙합 퍼레이드. 음악계 풍운아가 만든 감각의 제국. 매끄럽게 오르내리는 롤러코스터. 수식어가 부족할 정도다. (장준환)


방탄소년단(BTS) < MAP OF THE SOUL : 7 >

케이팝 보이 밴드가 아닌, 팝 뮤지션이자 BTS 그 자체가 되기 위한 고군분투가 담겼다. 일곱 명의 7년이 담긴 < MAP OF THE SOUL : 7 >은 멤버 개개인의 자아를 녹여내면서도 그룹의 역사를 유기적으로 엮으며, 더 높은 곳으로 날기 위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 강산이 변하기도 전에 그들은 국내 대중음악의 틀을 바꾸고, 세계 팝 시장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Intro : Persona’ ‘Interlude : Shadow’ ‘Outro : Ego’로 이어지는 서사적 앨범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oy with luv) (Feat. Halsey)’의 밝음과 ‘Black swan’의 어둠이 상반된 힘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Respect’처럼 힙합을 보여주다가도 ‘Filter’처럼 라틴을 내비친다. 자신들에게 한계가 없음을 증명하며 다양함으로 거대해지는 사운드가 BTS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단결한다. 음악부터 비즈니스까지 이젠 그들이 기준이고, 케이팝이다. (임동엽)


NCT < NCT Resonance Pt.1 >

< NCT Resonance Pt. 1 >은 새 시대를 여는 SM의 야심이다. 개방과 확장이라는 두 모토 아래 유기적으로 회전해온 NCT는 두 새 멤버가 더해진 23인의 NCT 2020으로 더 높은 단계의 비상을 감행했다. 기존 그룹이 가지고 있던 색깔과 면모를 한데 모으되 그것을 더욱 성장한 음악으로 재편한 음반은 팀의 색채를 짙게 하는 랩 트랙과 광폭한 전자음의 댄스, 서정적이고 잔잔한 느린 곡과 다국적의 특색을 살린 언어 혼용까지 가공할만한 완성도로 담아냈다. 단연 올해 가장 빛나는 아이돌 앨범이었다.

다양한 모습을 가진 팀이기에 선보일 수 있는 영화로 치면 블록버스터 같은 이 스케일에서 SM이 제시한 신개념 플랫폼의 긍정성을 봤다. 문법 선택이 자유롭기에 지루할 틈이 없고, 이는 이들이 묵묵히 자신의 음악 역사를 쌓아왔음을 보여준다. 회사의 기획에 발맞추어 하나의 콘셉트를 수행하는 가수의 활약, 특히 랩 멤버의 강한 에너지로 팀의 실력에 대한 의구심을 날려버린 것은 덤이다. 그들이 꿈꿔온 이상에 비로소 한 발 더 다가서는 걸음이었다. (이홍현)


정밀아 < 청파소나타 >

포크 씬의 활약이 돋보인 한 해였다. 팬데믹으로 세상이 시끄러워서일까? 잔잔한 일상, 곁을 풀어낸 음반들이 유난히 좋은 흐름을 보였다. 정밀아의 < 청파소나타 >는 그중에서도 우뚝 선다. ‘그럼으로 / 나는 오늘의 나를 살 것이다’(‘서시’) 나긋하게 선언하는가 하면 ‘서울역에서 출발’에는 위트 있게 현재와 과거를 돌아본다.

잘 닦은 10개의 돌멩이가 반짝이듯, 매끈한 수록곡들을 지녔다. 도시에서의 삶을 겪으며 느낀 텁텁함과 답답함부터 언젠가 그리워질 시절을 아름다운 단어로 그린 음반은 지독히 개인적이며 동시에 대중적이다. 일상의 언어로 품은 그의 자전적 이야기가 위로와 공감을 건넨다. 작은 기타 반주를 넘어서 울리는 또렷한 오늘의 목소리. 웃고 우는 희로애락이 여기에 담겨있다. (박수진)


딥플로우(Deepflow) < FOUNDER >

한 래퍼의 커리어가 파노라마로 흐른다. 딥플로우는 < FOUNDER >에서 힙합에 빠지고 본격적으로 랩을 시작한 순간부터 레이블 대표로서 고군분투하던 모습, 음악성을 인정받으며 인지도가 올라간 때 등을 차곡차곡 기록한다. 각 상황과 당시 느꼈던 감정을 생생하게 나타낸 가사로 노래들은 한껏 사실감을 뽐낸다. 딥플로우가 설립한 레이블에 속한 래퍼들의 찬조도 앨범이 현실성을 또렷하게 발하는 데 힘을 싣는다.

볼품없었지만 이제는 잘나가는 래퍼로 성장한 모습을 알차게 담은 사항 때문에 앨범은 한 편의 전기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여기에 1970년대에 나왔을 법한 투박한 솔뮤직, 펑크 반주는 딥플로우의 역정을 한층 묵직하게 가공해 준다. 또한 일련의 음악적 보조를 통해 < FOUNDER >는 음반 커버로 암시하듯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영화의 향을 진하게 풍긴다. 내용과 음악이 잘 어우러져 상승효과를 이룬 근사한 작품이다. (한동윤)


쿤디판다(Khundi Panda) < 가로사옥 >

밑그림을 펼쳐 놓은 < 쾌락설계도 >와 뼈대를 조립하는 과정의 < 재건축 > 속 자재가 이뤄낸 것은 < 가로사옥 >이다. 완공의 결과는 꼭대기를 향해 쌓아 올린 건물이 아닌 일련의 직선 형태로, 깊숙한 공간 안에 나열된 화자의 스토리텔링이다. 그 안에 침투한 질투(‘자벌레’), 자격지심(‘네버코마니’)과 회피(‘겟어웨어’)같이 진솔함을 넘어 독살스럽기까지한 감정의 파편들은 꽤 빽빽하고 날카롭다.

그럼에도 개인의 서사에 몰입하고 점차 파고 들게 만드는 것은 종횡무진 달리는 래핑이다.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휘두르는 듯 더 치밀하고 더 악독하게 랩 퍼포먼스를 채워 넣었고, 피로감을 덜어낸 사운드로 친절함을 살짝 내비치곤 한다. 마침내 끝에 다다르면 < 가로사옥 >이 방대한 결말이 아닌 ‘그저 그의 여정 안의 조각’임을 알 수 있다. 쿤디판다는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임선희)


김석준 < 20세기 소년 >

수려한 디자인과 포장, 마케팅, 시대 감수성, 상품 가치, 언론의 선동적 개입 그리고 글로벌 K팝이라는 말에 어른거리는 윽박지름과 현재적 ‘힙’이 요구하는 초조함이 없다. 압박도 느끼지 않지만 어떤 것에 대한 타협도 없다. 타협한 게 있다면 그의 취향이 머물고 있는 20세기 음악뿐이다. 1993년 유재하가요제의 금상 수상 경력, 하지만 이후 우리에게 선사한 음원이 거의 없어 무명에 가까운 음악가 김석준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제’ 정리에 고민했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 앨범을 내는 지각 행위는 필시 과거에 얽매일 소지가 높다는 선입견에 웃으며 맞서려면 반드시 현재적 감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

자기가 직접 노래한 다섯 곡 수록 앨범 < 나의 이름은 >에 이어 곧바로 내놓은 < 20세기 소년 >은 게스트 보컬과 밴드의 협조하에 작곡자로서의 세계를 전달하고 있다. 귀 기울이게 하는 건 과거와 현재를 버무리고 고저, 장단, 강약을 넘나드는 반(反) 고집의 실천이다. ‘나는 나일 뿐’, ‘버퍼링’, ‘함경도 혜숙이’는 이 판에서 ‘특히 근래’ 듣기 어려운 무적, 무소속 음악이다. 메시지가 있다면 결국 휴머니즘이다. 소박, 순결, 진심이 주는 공감이 따로 없다. 20세기 소년은 이런 사소 하나 숭고한 가치를 가슴에 담아 21세를 포옹한다. ‘난 달라질 거야/ 이제부터 내 자신을 찾아야지..’ 김석준은 기본의 우대가 뉴 노멀(음악)이 되기를 소망한다. (임진모)


스월비(Swervy) < Undercover Angel >

익지 않은 슬픔을 저며낸 젊은 아티스트의 자화상. 대중이 보내는 관심의 뒷면엔 가혹한 잣대와 시선이 숨어 있었고 날카롭게 가공된 언어의 칼날이 되어 그를 해체했다. 태양에 다가간 대가로 추락하게 된 스월비는 온갖 상처를 드러낸 채 쓰러져 있었다. 어쩌면 감추고 싶던 일면이 흐트러진 바닥 위. 그곳에서 그는 자신에게 향하는 희미한 사랑을 발견했고, 보답이란 투박한 이유로 붉게 물든 날개를 감싸 안고 지상에 머물길 선택한다.

자기 고백이란 주제 아래 늘어놓은 일지(日誌)가 어둡고 차갑다. 낮게 깔린 비트를 기반으로 읊조리는 랩은 마주한 상황을 기록하는 데 목적을 두기에 감정선은 높낮이를 그리지 않고 일정하다. 철저한 사실주의. 낡은 VHS 위로 덮어진 다양한 형태의 스월비가 혼란스럽지만, 그 속에서 뚜렷하게 빛나는 아티스트의 성장기에 대중은 분명한 감응을 느꼈다. 이제 첫 정규 앨범. 결국 자유를 찾아 희망으로 귀결된 < Undercover Angel >의 서사처럼 모든 걸 딛고 일어선 스월비의 자리가 이곳에 굳게 새겨졌다. (손기호)


2020 올해의 팝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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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더 블랭크 숍 인터뷰

윤석철은 일렉트로니카, 힙합 등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재즈 중심으로 결합하며 꾸준하게 지평을 넓혀왔다. 2016년 윤석철 트리오로 발매한 < 자유리듬 > 이후 4년 만에 만난 그는 어느덧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할 만큼 성장해 있었다. 재즈 뮤지션으로서 모습은 간직한 채 다른 아티스트에게 꼭 맞는 옷, 다만 세상에 하나뿐인 유일한 옷을 만들 수 있는 재단사가 된 것이다.

그의 빈 공간은 한계가 없었고, 음악에 대한 열정과 순수가 채워지며 끝없이 팽창하고 있었다. < Tailor >란 앨범 제목처럼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더 블랭크 숍을 빅퍼즐에서 만났다.

< Tailor >는 내러티브를 가진 콘셉트 앨범이다.
고등학교 때 배운 피아노가 재밌어서 재즈 피아니스트로 음악을 시작했지만 사실 ‘음악을 해봐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된 건 작곡자가 되고 싶어서였어요. 윤석철 트리오로 활동하며 여러 아티스트를 만나 꾸준히 인연을 만들었고, 가요의 작법을 경험하며 ‘이곳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이 뭐가 있을까?’란 긴 시간 동안의 구상과 고민을 거쳐 가요 프로듀서로 나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앨범을 구상하기 시작한 때는 언제인가?
2, 3년 전쯤? 하지만 먼저 나 자신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재즈 피아니스트로서는 언제든지 앨범을 낼 수 있었지만, 프로듀서로선 아직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생각했거든요. 더구나 그 때 당시에는 제가 기획한 여러 아티스트 분들을 모아서 컨트롤 할 수 있는 상황도 여의치가 않았어요. 모든 면에서 ‘이제는 할 수 있겠다, 해도 되겠다.’란 확신이 들었을 때 제작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앨범의 중점은 다양성과 확장이다. 그런데 진보적인 목표와 다르게 < Tailor >란 단어는 사실 고전적인 느낌이 있다.
< Tailor >란 단어 자체가 고전적이긴 하지만, 이름보단 재단사의 행위에 집중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람의 체형과 치수를 정확하게 재고, 딱 맞지만 단 한 번 도 입어본 적은 없는 개성 있는 옷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재단사의 일이거든요. 이 모습을 콘셉트로 정하고 앨범 제목을 짓게 됐습니다.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지만 프로듀서 더 블랭크 숍은 새로운 페르소나다. 정체성을 발현하는 데에는 중심적 자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더 블랭크 숍은 결국 윤석철이에요. 제가 재미있게 느낀 음악을 배우고 또 교감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장르가 뒤죽박죽 섞여서 나온 형태죠. 하지만 그걸 표현하고 세상 밖으로 내놓으려니 많은 연습과 경험이 필요했고요. 그렇게 이해도가 높아지고 경험치가 쌓였을 때, 제 음악의 100% 중  재즈가 가진 50%, 그리고 나머지 장르를 합치는 것이 다른 프로듀서들과 구별되는 중심적 자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윤석철이 재즈 뮤지션이라면 더 블랭크 숍은 재즈를 배경으로 하되 조금 더 가요에 가까운, 다양한 장르를 할 수 있는 프로듀서로 설정했습니다.

실제로 앨범은 가요이면서 재즈적 터치가 완연하다.
의도라기보단 제가 만들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아요. (웃음) 사실 ‘게으른 아침들’은 앞에 한 마디에서 두 마디 정도가 팻 메스니(Pat Metheney)가 만든 ‘James’의 인트로 기타 중 ‘미솔라’  로 같은데, 꽤나 많은 분들이 비슷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아모네대츠카포네’의 경우는 아프리칸 리듬인 아프로 비트를 차용했어요. 뉴욕의 흑인 재즈 뮤지션들이 아프로 비트 기반으로 연주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도 그런 음악을 좋아해서 시도해 본 곡이에요.

선우정아, 십센치, 데이식스의 원필, 안녕하신가영, 하헌진, 이진아 등 정말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앨범이다. 섭외나 진행 과정에서부터 오래 걸렸을 것 같다.
정말 오래 걸렸어요 (웃음). 다만 이번 앨범에 참여한 대다수의 분들이저와 인연이 있었어요. 그래서 작업은 특정 아티스트 분의 성향과 특징을 먼저 생각해서 곡을 만들고, 그 다음 참여를 부탁했어요. 다들 흔쾌히 승락해주셔서 생각보다 진행 과정 자체는 쉬웠습니다.

트위터 ‘슈밴’ 님의 질문이다. “피하고 싶을 때 외우는 주문, 라디오 PD, 곰팡이, 하품 등 흔히 보지 못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곡을 써서 흥미롭다. 일상 속에서 상상 이상으로 곡 영감을 받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가 있을까?”
보통 사랑이 공감을 많이 일으키는 주제이지만, 제가 잘 못 쓰겠더라고요. (웃음) 오히려 일상을 보는 한 사람의 시각을 노래로 표현하는 게 가장 저 다우면서, 보편적인 일이라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이 대중분들께서 들었을 때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인 것 같아요.

가사 쓰는 게 어렵진 않았나?
정말 어려웠어요. 사실 저는 연주자여서 < Tailor >를 작업하기 전에는 가사를 써본 적이 없었어요. 보통 힙합은 본인들의 파트를 나눠 직접 작업을 해서 이 앨범도 가사는 ‘참여진이 써주진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모두 제가 해야 되는 일이더라고요. (웃음)

작사로 생각했을 때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랜선탈출’ 가사를 가장 좋아해요. 보편적인 이야기가 아닌 판타지 세계 속 이진아라는 캐릭터를 사용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 체험이었습니다. 사실 ‘랜선탈출’을 썼을 때부터 무조건 이 곡은 이진아와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고전 게임에 자주 활용되는 칩튠을 주로 사용했는데 리듬은 스윙이에요. 스윙 리듬과 곡의 사운드가 잘 어울릴 거 같았죠.

‘합주중’이란 스킷과 이어지는 곡인데, 스토리 라인은 어떻게 짰나?
전작 ‘렛슨중’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거 같아요. ‘렛슨중’은 연주곡 중심의 지난 앨범에서 이 노래가 ‘즐거운 이유’와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 지’ 등 연주로만 들으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을 친절하게 설명하기 위해 만든 거예요. 동시에 제가 음악을 일로써 대하게 될 때 재미없어지는 순간을 위한 개인적인 곡이기도 하고요.

‘렛슨중’은 지금까지 두 곡이 나왔는데, 세 번째가 되면 지루할 거 같아 ‘합주중’으로 바꿔 봤어요.  ‘합주중’은 ‘랜선탈출’으로 이어지기 위한 완전한 콘셉트 곡이지만요. 디지털화된 데이터 이진아 씨가 합주하고 싶은 마음에 랜선을 돌아다니다가 한 연습실에 다다르게 되고, 그곳에서 나오는 우리의 음악을 들었을 때 ‘나도 같이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하기 까지의 과정을 스토리라인으로 짜봤어요. 그러니까 ‘합주 중’도 설명이 되고, ‘랜선탈출’까지 이어지는 가사를 쓰게 됐죠.

‘사랑노래’를 부른 데이식스의 원필은 더 블랭크 숍과 같은 건반 주자다. 솔로 활동이 잦은 멤버는 아닌데, 어떻게 함께하게 된 건지 궁금하다.
노래 제목과 가사를 생각했을 때 젊은 남자 가수가 불렀으면 했어요. 평소 모니터링하는 차원에서 아이돌 음악도 많이 듣는 편인데, 여러 분을 후보로 추려 뒀고 그 중 1순위가 데이식스의 원필 님이었죠. 데이식스가 대형 기획사 소속이긴 해도 ‘라이브 클럽 데이’ 등 데뷔 초 실제로 공연을 자주 하면서 성장한 밴드잖아요. 그 사실도 알고 있었고, 원필 님은 같은 건반 주자이기도 해서 제가 만든 음악에 더 이해가 있을 것 같았어요.

원필의 독특한 보컬 톤이 곡과 잘 맞아떨어졌다.
음색이 특이하죠. 미성에 가까우면서, 가성도 잘하고 완전 고음도 저음도 아닌 담백한 목소리가 매력적이에요. 실제로 보니 음악에 대한 열정이 정말 많았습니다. 녹음할 때 처음 만났는데 작업하는 내내 좋은 인상을 받았어요.

이번 앨범 자체가 연주 곡, 보컬 곡이 서로 번갈아 가면서 진행되는 느낌이다.
요새는 앨범을 통째로 듣는 경우가 별로 없죠. 하지만 저는 CD로 듣는 분들에게 노래와 노래 사이 구간마다 쉬어 가는 전환점을 넣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게 연주곡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장면 전환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LP의 A, B면처럼 분위기가 비슷한 연주곡을 넣어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으로 곡 리스트를 선정하게 됐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헌진과 함께 한 ‘사랑 없이 어떻게 살아’ 경우는 노래가 일종의 스킷(Skit) 기능을 수행한다고도 볼 수 있는데.
‘사랑 없이 어떻게 살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피아노 루프에요. 이 곡은 특성상 버스(Verse)가 있고, 브릿지(Bridge)가 있는 정형화된 곡의 형태가 될 순 없었어요. 본격적인 피아노 루프 연주가 들어가기 전, 앞 부분에 노래에 대한 설명을 담은 나레이션을 넣었고, 이어지는 진행을 일종의 훅(Hook)과 일렉트로니카 음악의 드랍처럼 구성해 완전히 주목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언젠간 하헌진 씨와 꼭 재밌는 걸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결과물이 나온 뒤 만족했습니다. (웃음)

전자 음악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밝혔다. 코나(Kona)와 함께 한 ‘옷장에 곰팡’은 어떻게 진행하게 된 건가?
원래 ‘옷장에 곰팡’은 앨범에 수록될 계획이 없었어요. 그런데 코나가 대략적인 구상을 들고 찾아왔고 이후에 제가 연주하고 멜로디를 쌓으며, 가사를 붙이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앨범에 넣어도 어울리겠다고 느꼈어요. 굉장히 생뚱맞을 수 있는 곡이지만 저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품하게 되는 노래’, ‘옷장에 곰팡’은 직접 노래를 불렀다. 어렵지 않았나?
안녕의 온도란 팀에서도 몇 번 불렀기 때문에 별로 힘들지 않았어요. 그리고 내가 부를 수 있는 곡만 만들기 때문에 · · · 제 영역을 넘어가는 무리한 노래는 만들지 않아요. (웃음)

마지막 곡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다. ‘이 곡은 왜인지 가사를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간단하게라도 설명을 할 수가 없네요.’라 썼다.
이 곡도 제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곡인데, 너무 솔직한 가사는 쓰지 못하겠더라고요. 작사로 많은 경험을 하게 되는 거 같은데, 개인적으론 제가 쓰는 가사가 비유를 비롯해 어떤 뜻을 내포하는 의미를 담는 방법이 아직 서투른 거 같아 1차원적이라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안녕의 온도에서 드럼을 치고 작사를 했던 소월이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부터 많이 느꼈지만, 가사를 정말 잘 써요.

윤석철은 왜 다양한 음악을 좋아하고 또 다루려고 할까?
재즈를 해서 그런 거 같아요. 예전부터 지금까지 재즈는 정말 많은 뮤지션이 여러 가지 장르와 리듬을 융합하면서 발전시켜왔어요. 현재 나오는 앨범만 봐도 국적과 문화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고요. 우리나라도 국악과 재즈의 결과물이 굉장히 주목받고 있잖아요?

허비 행콕(Herbie Hancock)같은 경우도 모던 재즈를 선호하지만, 펑크(Funk)와 일렉트로니카 앨범도 내고, 이스라엘의 베이시스트인 아비샤이 코헨(Avishai Cohen) 같은 경우도 지역의 토속적인 분위기를 녹인 문화적 색깔이 있어요. 파나마 출신의 다닐로 페레즈(Danilo Perez) 역시 고유의 색을 가지고 있어요. 재즈 뮤지션에겐 각각의 아이덴티티가 있고 저도 그런 것을 흡수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갖기 위해 노력한 것 같아요.

더 블랭크 숍이 재단한 옷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곡 혹은 아쉬운 곡이 있을까?
만들면서 가장 재밌었던 곡은 ‘아모네대츠카포네’입니다. 스트링을 제외한 모든 녹음을 제 작업실에서 진행했는데, 직접 짠 브라스 라인을 다섯 명의 주자가 연주하며 제가 상상하던 그대로의 형태로 구현하는 것을 보고 ‘와 이게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죠.  희열을 느꼈어요.

아쉬운 건 드럼도 같은 작업실에서 녹음했는데, ‘녹음실에 컴프레서만 하나 있으면 드럼 사운드를 조금 더 이해하고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란 생각이 들었어요. (웃음) 조만간 사지 않을까요?

‘아모네대츠카포네’는 제목도 독특하다.
작사를 할 때 멜로디를 만들고 난 이후에 가사를 붙이는데, 음절을 알기 위해 가이드 녹음을 하며 중얼거렸던 단어가 바로 ‘아모네대츠카포네’였어요. 녹음 한 걸 들어보니 재밌더라고요. (웃음) 그렇게 제목을 정하면서 아모네대츠카포네를 주문이라고 생각해본 뒤 이어지는 이야기를 적으면서 작업했습니다.

윤석철이 만약 앨범의 참여 가수였다면, 프로듀서 더 블랭크 숍은 어떤 곡을 제안했을까? (인스타그램 @hee___1.05pm님 질문)
앨범의 마지막 곡인 ‘내가 할 수 없는 일’이지 않을까요? 녹음하기 전 제가 부른 가이드 곡을 들은 몇 명의 연주자와 보컬 분들이 ‘이 곡은 직접 불러요 형, 이건 형이 불러도 좋겠는데요.’란 의견을 넌지시 전달했어요. (웃음) 개인적인 경험을 담은 노래이기도 하고요.

더 블랭크 숍으로 어떤 커리어를 쌓고 싶은가?
더 블랭크 숍이 발현할 다양성 중에서도 실력 있는 연주자들과 함께 선보이는 칠(Chill)한 스타일의 음악을 하고 싶어요. 대중에게 이런 느낌의 가요가 있다고 소개하면서 좋은 점까지 알려드리고 싶어요.

동시에 신(Scene) 자체가 다양해졌으면 좋겠어요. 최근 프로듀서라고 하면 시퀀서 기반에 EDM, 힙합 장르의 이미지가 많이 떠오르잖아요. 프로듀서의 의미가 악기와 화성을 잘 다루는 연주자로도 확장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음악을 잘하고 실력 좋은 연주자분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 쇼 미 더 머니 >처럼 래퍼가 아닌 연주자 중심의 프로듀서들이 나와서 경쟁하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요? (웃음)

좋은 연주자와 함께 가요를 만들었던 선배님들처럼, 음악 감독이 되고 싶습니다. 목표를 위해 컴프레서도 하나 사고요. (웃음)

4년 전 이즘과의 인터뷰 때 재즈 뮤지션으로서 인생 곡 세 개를 추천했다. 더 블랭크 숍의 추천 혹은 앨범을 만들었을 때 참고했던 곡을 알려 달라.
자주 듣는 음악으로 말하겠습니다. (웃음) 첫 번째는 브라질 출신 트리오인 아지모스(Azimuth)의 ‘Brazil’이란 곡이에요. 2016년부터 지금까지도 잘 듣고 있어요.

두 번째는 YMCK의 < Family Music >입니다. ‘랜선탈출’에 영향을 준 앨범이면서, 칩튠의 정수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작업을 할 때는 장르의 확장을 통해 YMCK와 다른 표현 지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어요.

마지막은 제프 파커(Jeff parker)의 < Suite for Max Brown >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기타리스트인데 힙합, 모던 재즈도 있으면서 아프리카의 바이브가 느껴지는 게 몽환적이에요.  정말 좋아요. (웃음)

인터뷰 : 김도헌, 장준환, 조지현, 손기호
정리 : 손기호
사진 : 장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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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블랭크 숍(The Blank Shop) ‘Tailor'(2020)

평가: 4/5


2016년의 IZM 인터뷰에서 밝혔듯 윤석철은 “꾸준히 지평을 넓혀”왔다. 안녕의 온도, 방백, 자이언티, 솔로 활동까지 재즈 기반으로 다양한 화성과 장르, 스타일을 넘나들며 가요, 일렉트로닉, 힙합, 레게, 성인가요의 요소들을 자유자재로 조합하는 그의 음악은 단어 그대로 < 자유리듬 >을 지향했다. 

확산과 해체, 조립과 적용의 과정을 종합해 윤석철은 또 다른 자아 더 블랭크 숍(The Blank Shop)을 선보인다. 새 이름처럼 그의 세계는 공백으로부터 출발한다. 새하얀 도화지 위 윤석철이 건반으로 그린 일상의 밑그림을 각양각색 개성 있는 아티스트들이 색을 입히는 식이다. 동시에 그 아늑한 하얀 방에 들어선 아티스트들 역시 윤석철의 노트와 리듬, 코드와 멜로디로 직조된 근사한 맞춤옷을 입는다. 

다채로운 이름에 먼저 눈길이 가나 앨범의 주도권은 엄연히 더 블랭크 숍에게 있다. ‘게으른 아침들’, ‘Stay at home’, ‘합주 중’ 등 스킷(Skit)을 삽입하며 콘셉트를 강조한 면에서부터 선명한 방향이 목격된다.

블루스맨 하헌진의 능글맞은 넋두리를 간결한 블루스 코드 연주로 이끌어내는 ‘사랑 없이 어떻게 살아’, 섬세하고도 확신에 찬 백예린의 목소리를 빚어내는 ‘We are all muse’, 감각적인 까데호의 톤을 재즈와 결합해 부드럽게 풀어내는 ‘Kick the radio’에서 프로듀서의 개성을 금세 파악할 수 있다. DJ 코나(Kona)와 함께 주조한 일렉트로닉 ‘옷장에 곰팡’과 ‘하품하게 되는 노래’에서는 보컬로도 역할을 십분 수행한다. 

‘보컬을 먼저 상상하며 만들었다’는 작업기답게 각 노래들은 참여 뮤지션들의 개성을 정확히 포착하여 새로운 매력과 무드를 제시한다. 데이식스의 건반주자 원필의 맑은 목소리를 극대화한 ‘사랑노래’는 아티스트의 재발견이라 할 만하고 이진아와 함께한 ‘랜선탈출’은 새로운 페르소나를 부여하는 정도다. 특히 ‘합주 중’ 스킷으로부터 고전 게임을 연상케 하는 칩튠 사운드와 아기자기한 보컬, 즉흥 연주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랜선탈출’은 한 층 더 넓어진 윤석철 세계의 자유도를 상징하는 곡이다. 

세세한 디테일의 취향도 놓치지 않는다. 불편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머릿속으로 주문을 외우며 어지러운 스캣을 중얼거리는 선우정아의 ‘아모네대츠카포네’는 ‘Take five’ 데이브 브루벡 쿼텟을 21세기 아티스트에게 적용한다. 확신에 차있는 10CM 권정열의 ‘물러설 곳 없는 사람’은 트리오 토이킷(Trio Toykeat)이 연상되는 퓨전 재즈고 인스트루멘탈 ‘게으른 아침들’에선 팻 메스니의 ‘James’ 인트로 기타가 은은히 피아노로 변주된다. 근래 가장 실험적이고도 안정적이며 재치 있는 연주가 앨범 전체를 든든히 받치고 있다.

2년 전 소프 서울에서의 360 사운즈(360 Sounds) 서머 파티에 등장한 윤석철을 기억한다. 한창 분위기를 돋워가던 새벽 한 시 회색 후드를 걸친 윤석철은 신디사이저 한 대 앞에서 808 베이스 위 자유로운 일렉트로-펑크(Funk) 잼으로 장내를 열광에 빠트렸다. < Tailor >는 그때의 신선한 감각에 이지 리스닝과 재즈의 복잡다단함까지 정갈하게 담아낸, 신세대 장인의 근사한 ‘찐 음악 맛집’이다. 세대교체의 바람이 분다.

– 수록곡 –
1. 아모네대츠카포네 (feat. 선우정아)
2. 물러설 곳 없는 사람 (feat. 10CM)
3. 사랑 없이 어떻게 살아 (feat. 하헌진)
4. 게으른 아침들
5. 사랑노래 (feat. 원필(DAY6))
6. We are all muse (feat. 백예린)
7. Stay at home
8. Kick the radio (feat. 까데호)
9. 합주 중
10. 랜선탈출 (feat. 이진아)
11. 옷장에 곰팡
12. 하품하게 되는 노래
13. 500,000
14. 내가 할 수 없는 일 (feat. 안녕하신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