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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울스(The Bowls) ‘BBA’ (2023)

평가: 4/5

더 보울스의 팝 지향성이 농익고 있음을 보여주는 싱글. 귀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빠빠빠’를 반복하는 코러스로 이처럼 중독성 있는 멜로디는 이들의 전작을 고려했을 때 유례없이 새롭다. 셀링 포인트가 될 수도 있건만 이들은 이에 기대어 가지 않는다. 허스키한 보컬은 음울한 가사로 밝은 분위기에 제동을 걸고, 기타, 베이스, 신시사이저 등의 악기는 섬세하게 교차하며 밴드 사운드의 매력을 뽐낸다. 이런 풍성함은 팝에 대한 더 보울스의 뚝심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더 보울스는 블루스, 사이키델릭 등 다양하고 깊이 있는 장르를 소화하는 동시에 많은 대중에게 닿는 방법을 고심하며 팝을 지향해 왔다. 2020년 이래 타히티 80의 베이시스트 페드로 레센데의 프로듀싱과 함께하며 이들은 자신의 역량과 지향 사이의 활로를 찾았다. 가뿐한 분위기 속에서도 정교한 사운드를 지키는 야심만만함이 그것이다. 더 보울스가 최근 찾은 색깔은 점점 그들만의 것으로 짙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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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더 보울스 인터뷰

중학교 시절에 만나 어느덧 스무 살 중반이 된 그들은 진지하고 진중했다. 열렬한 음악 청취광으로서 성인이 되자마자 첫 음반 < The Ballad Of Bowlin’ Bowls >를 발매했다. 음악적 색채는 진한 블루스. 이후 몇몇은 군대를 또 누군가는 유학을 가며 밴드 활동에 제동이 걸리나 싶었지만 새로운 멤버 임성현(키보드)를 영입하며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그 열정은 이들이 꾸준히 발매한 작품에서도 느껴진다. 일 분 일 초가 값질 군 휴가 틈틈이 시간을 쪼개 싱글을 발매하고 시티팝, 팝을 경유해 자전적 스토리를 토해내는 등 끊임없이 앞을 향해 발을 굴렀다. 2019년에는 2장의 정규음반을 연달아 내놓기도 했다. 3번째 풀랭스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밴드 더 보울스를 세찬 비가 내리던 7월의 마지막 날, 이즘이 만났다. 장대비를 뚫고 전해지던 학수(드럼), 건호(기타·보컬), 준성(기타), 성현(키보드), 현섭(베이스)의 이야기를 전한다.

▶왼쪽부터 현섭(베이스), 성현(키보드), 준성(기타), 건호(기타·보컬), 학수(드럼)

모든 멤버들이 군필자가 됐다. 어떻게 보면 숙원 사업을 끝낸 샘인데 작년 한 해를 어떻게 기억하나?
건호 : 다들 음악에 미쳐 있었다. 음악을 만들고 발매하는 과정에 취했다고나 할까? 군대를 전역하자마자 그간 쌓아둔 곡들을 추려 정규 1집 < If We Live Without Romance >(2019)를 냈다. 거기서 탈락한 곡들을 모아 정규 2집 < If We Love Without Romance >를 같은 해에 만들기도 했고.

올해 많은 활동을 계획했을 것 같다.
건호 : 원래 페스티벌 섭외도 들어 왔었고 클래식을 록으로 편곡해서 하는 기획 공연도 예정되어 있었는데… 다 망가졌다. 나는 우리 밴드의 장점을 많은 음악적 소스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클래식을 진지하게 들어본 게 처음이었지만 예상외로 편곡으로 살릴 수 있는 지점들이 많았다. 어떤 면에서는 비틀즈가 떠올려질 만큼 말이다. 재밌는 기회들을 코로나 때문에 놓쳤다. (웃음)

코로나가 여러 사람의 발목을 잡는다.
건호 : 공연을 거의 못하고 있고 앨범 발매도 무기한 연기 됐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것을 하려 노력 중이다. 프랑스 밴드 ‘타히티80’의 베이시스트 페드로 리센드(Pedro Resende)가 신보의 프로듀싱을 맡아줬다. 형이 먼저 싱글을 발매해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해줘서 요즘 열심히 그 작업을 하고 있다.

타히티 80과 어떻게 알게 됐나?
준성 : 나랑 건호가 사이드 잡으로 공연 매니저 일을 한다. 외국에서 뮤지션들이 오면 그들의 무대를 봐주는 일이다. 타히티 80이 내한 했을 때 우리가 공연 매니저였는데 뒤풀이에서 음악 얘기를 하다 친해졌다. 그러다 우리도 사실 밴드맨이다 이렇게 넌지시 던졌는데….

건호 : 메일 주소를 줬다! 사실 페드로 리센드 개인 계정은 아니고 오피셜한 주소였다. 새벽에 신나서 연락처를 받고 반신반의하며 음원을 보냈다. 연락이 오긴 할까, 메일을 읽긴 할까 하는 생각도 들어 기대를 안 했는데 진짜 답이 온 거다. 그때가 2019년 12월 즈음이었다.

외국인 프로듀서와의 작업에 어려움도 있겠다.
준성 : 언어적으로 힘들었다. 내가 영어를 하긴 하지만 형은 프랑스 사람이니까 아무리 소통을 한다 해도 작은 섬세한 무언가까지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음악적 스타일 자체가 다른 부분도 있었고. 새로운 걸 되게 많이 배웠다.

건호 : 예전에는 곡을 만들어서 우리끼리만 결정하면 됐다. 근데 프로듀서가 있으니까 그 의견까지 통과가 돼야 하는 거다. 어떻게 보면 더 재밌어지기도 했지만 어떤 지점에서는 더 고통스러웠다. (웃음) 그래도 결론만 놓고 보면 누군가가 선봉장이 되어주니 심적으로 안정됐던 것 같다.

마찰이 있진 않았나?
건호 : 비치 보이스의 < Pet Sounds >처럼 앞면(A면)과 뒷면(B면)에 다른 분위기를 담고 싶었다. B면을 약간 어둡게 해서 보냈더니 페드로 리센드가 ‘사람들은 이렇게 우울한 걸 원하지 않아’ 그러더라. (웃음) 사실 우리는 B면이 더 마음에 들었고 A를 은근 형에게 맡기려는 마음이 컸는데 어떻게 우리의 심리를 꿰뚫은 건지 정확히 반대의 대답이 돌아왔다. 잘 맞춰가는 중이다.

차기 정규 음반의 콘셉트가 궁금하다.
건호 : 예전 작품에서는 어떤 레퍼런스를 따라 색을 맞추려했다면 요즘에는 그런 목표를 지우고 있다. 레퍼런스를 끌고 가기보단 자연스럽게 음악에 스며들었다고 봐주면 좋겠다. 곡의 무게를 상상할 때도 애플 뮤직 이런 데에서 사람들이 우리 신보를 처음 들었을 때 ‘아 좋다’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 중이다. 우리 곡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아지거나 생각에 잠길 수 있게, 그런 대중 감성을 뽑아내고 싶다.

곡은 다 함께 쓰는 편인가?
학수 : 대부분 건호가 쓴다. (웃음) 건호가 곡을 써오면 그걸 바탕으로 무작정 합주를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점점 더 레이어를 쌓아가는 거다. 막상 실제 레코딩에 들어가면 굉장히 빨리 완성되는 편인데 합주 과정에서 70% 이상의 합의를 보기 때문이다.

건호 : 지금까지 내 곡이 앨범에 많이 쓰인 건 맞다. (독재자가 아니냐 물었더니) (웃으며) 독재자 맞다. 인정한다. 멤버들이 데모로 노래를 많이 보내주는데 이걸 80% 이상까지 끝맺음을 내는, 처음 목적에 맞게 결과물로 다듬어내는 게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편곡에 있어 라인을 붙이고 리듬을 만드는 건 전적으로 악기 각자의 능력이다. 우리의 다툼은 대부분 여기서 비롯된다.

자기 파트에서 어떻게 개성을 드러내나?
준성 : 거장의 기타 톤을 들으면 단박에 누구의 플레이인지 알 수 있지 않나. 나 역시 그런 나만의 색을 갖고 싶다.

성현 : 건반을 쓰니까 소스에 많이 집착한다. 여기서 이런 톤을 쓰고 저기선 저런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한다. 특정한 톤을 써서 분위기를 감싸 안는다고나 할까?

현섭 : 난 베이스가 우리 음악에서 시그니처 사운드가 됐으면 좋겠다. (웃음)

건호 : 다 각자의 주장과 욕심이 있으니 (믹싱할 때보다) 라인 정할 때 더 싸울 수밖에 없다. 이 리듬이 더 안정적이고 일반적인데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새롭고 싶으니까. 이것 역시 맞춰가는 중이다. (일동 웃음)

드럼의 학수는 밴드 활동에 만족하는 편인가?
학수 : 1집에서의 만족도는 60%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 연습부족이 컸고 아이디어나 이런 것들이 부족해서 음반 만들 때 제 역할을 못했다. 그래도 만족스러운 곡을 꼽자면 2집에 ‘고백’이다.

1집이 사운드 중심이면 2집은 스토리 중심이다 라고 들었다.
준성 : 공통된 감성은 일단 ‘우울함’이다. 그 감정을 1집에서는 사운드에 포커스 맞춰 표현했다. 반면 2집은 ‘병원에서’와 같은 곡처럼 조금 더 우리 얘기에 집중했고 그래서 스토리, 스토리에 신경 썼다고 볼 수 있다.

우울함을 표현하려는 이유는 뭔가?
준성 : 요즘 시대에는 밝음이 늘 주가 된다. 밝지 않은 게 이상한 게 되는 거다. 사람이 가만히 있다가도 문득 문득 감성적이어지는 건데 그 일상적인 어둠을 멀리하는 게 좀 가식적인 것 같다. 청춘의 핵심이 ‘센티멘탈’이다 이런 걸 말하고 싶진 않다. 다만 적어도 우리에게 어두움은, 우울함은, 센티멘탈은 늘 근거리에 있다. 이걸 음악으로 가져왔다.

그래서인지 음악에서 블루지함이 느껴진다.
건호 :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보울스를 블루스 록 밴드로 규정하는 게 싫다. (웃음) 데뷔 초에는 정말 연주할 수 있는 게 블루스 밖에 없었다. 그래서 블루스가 많이 묻어 나온 거다. 하지만 실제로 팝적인 밴드 ELO를 좋아하냐 블루스하는 에릭 클랩튼을 좋아하냐 물으면 나는 전자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멤버 모두가 그렇다.

현섭 : 결론적으로 우리 밴드의 지향은 팝이다. 엄마한테 들려줘도, 음악 연구하는 사람한테 들려줘도 쉽게 즐기고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다.

2015년 데뷔 이래 지금까지 모든 작업 및 홍보, 마케팅을 밴드가 직접하고 있다.
건호 : 처음부터 끝까지 다 어렵다. 객관적으로 보나 주관적으로 보나 1,2집 같은 경우 거의 홍보를 안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든 요즘 날 홍보의 기술적인 면이 너무 어렵다. 그래도 좋은 음악은 알아봐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 아닌 희망은 있다. 최근 유튜브 계정을 만들었는데 많이 찾아와주셨으면 좋겠다.

록이 휘청휘청한 시대에 돌파구는 무엇일까?
준성 : 디테일. 이매진 드래곤스의 음악을 들어보면 전체 곡들이 큰 분류 안에서 비슷한 결을 가져간다는 느낌이 든다. 예술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만들고 하나하나의 디테일을 조금 더 챙긴다면 록만이 줄 수 있는 에너지를 더 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게 록씬에서 우리 밴드가 돋보일 수 있는 차별점이기도 할 테고.

건호 : 밴드맨으로서 누군가가 밴드를 대충 꾸려나가는 게 싫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다. 많이 들어야 잘 쓸 수 있고 (앨범을) 많이 사야 직접 생산할 수 있다. 근데 요즘 우리 또래들은 이 구조를 건너 띄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기초와 기본을 놓치지 않아야 도태되지 않는다.

음악적 롤 모델을 꼽는다면?
학수 : 펄 잼. ‘Jeremy’란 곡의 드럼 연주를 좋아한다.

건호 : 팔뚝에 문신을 새긴 ‘스테판 비숍’이 최애다. 이 할아버지의 노래를 들으면 그냥 너무 좋다. 음악으로나 연주적으로 모두 끝내준다. 요즘 같은 날은 아무래도 ‘Save it for a rainy day’가 딱 이다.

준성 : ‘존 프루시안테’가 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에서 나와 혼자 작업한 음반을 자주 듣는다. 사운드를 많이 섞지 않고 미니멀한데도 노래를 조화롭게 하는 어떤 신선함이 있다. ‘Wishing’을 추천한다.

성현 : 좀 오글거리지만 내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건 음악을 듣고 눈물이 나서다. 레이 찰스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 레이 >를 보면 그의 대표곡 ‘Georgia on my mind’가 나오는데 그걸 듣고 눈물이 떨어졌다. 엄마를 통해 처음 들었던 양희은 선생님의 ‘아침이슬’도 그랬고.

현섭 : 일본 출신 ‘더 필로우즈’ 란 밴드가 있다. 이 팀의 음악을 듣고 ‘아 이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곡으로 꼽자면 ‘Funny bunny’!

끝으로 밴드의 목표를 듣고 싶다.
더 보울스 : 끝까지 함께하고(학수), 다 같이 멋져지며(준성) 백번 천번 만번 싸워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성현).

건호 : 연주는 이제 할 만큼 했으니 범우주적 공감력을 가진 곡만 쓸 수 있다면… (일동 웃음)

인터뷰 : 임진모, 김도헌, 임동엽, 박수진
정리 : 박수진
사진 : 임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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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울스(The Bowls) ‘If We Live Without Romance'(2019)

평가: 3.5/5

근래 이 정도의 야망을 내세우는 신인은 없었다. 더 보울스의 자신감은 동 세대 그들보다 음악을 많이 듣고 진지한 태도로 음악을 다루는 밴드가 없다는 믿음으로부터 온다. 블루스와 사이키델릭, 프로그레시브 등 고전의 육수에 퓨전, 펑크(Funk)와 알앤비, 몽롱한 얼터너티브를 뭉근히 끓여내던 이들은 이제 윤상을 모티브 삼아 ‘완벽한 가요’를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까지 내세운다.

이지 리스닝을 향한 정진은 간결한 멜로디 리프를 남겨 두고 대부분의 소통을 사운드로 해결하던 지난날과는 사뭇 다른 자세를 가져온다. 보컬과 연주 파트의 구분은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그려지며, 사운드 레이어를 층층이 쌓아 두고 하나의 특정한 이미지를 각인하고자 하는 노력이 들린다. 짧은 외침으로 끝나던 보컬의 비중이 늘었으며 기타의 뒤에 있던 건반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의도적이다.

연성화 작업에서 우선 칭찬하고 싶은 것은 중심을 잘 잡고 있다는 점이다. 윤상과 하나뮤직, AOR 밴드들과 요트 록 등 상당히 다채로운 음악 재료를 가져와 활용하면서도 밴드는 헤매지 않는다. 영롱한 신디사이저 리프와 베이스라인을 기본으로 삼고 쨍한 기타 리프를 평행 전개하는 ‘Shy’는 일관된 슬로우 템포를 가져가는데, 곧바로 이어지는 나른한 1980년대 뉴웨이브 스타일 인트로 ‘Car’는 후반부 직선적인 드럼과 기타 솔로로 변칙을 준다. 그 와중 로다운30의 윤병주와 함께한 블루스 트랙 ‘Standard’로 그들의 근간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데서 젊은 밴드의 패기도 느껴진다.

블루스 밴드의 지난날을 연상케 하는 기타 연주로 출발해 몽환적인 리버브 보컬을 얹은 후 재즈풍 드럼 리프로 시카고와 스틸리 댄을 소환하는 ‘Drive’는 정직한 윤현섭과 이학수의 드럼이 바탕을 잘 잡고 있기에 빛나는 곡이다. 실리카겔의 최웅희가 목소리를 더한 팝 록 ‘Candle’도 리듬 변화 없이 잔잔한 신스 음 위 로-파이 스타일의 기타 리프를 전개하는 것이 안정감을 준다. 어쿠스틱 사운드와 브라스를 교차하며 달콤한 분위기를 형성하다 얼트 록으로 자연스레 넘어가는 ‘Flash of love’와 잔잔한 후반부 트랙들에서 이런 차분하고 간결한 태도가 더 빛을 발한다.

거꾸로 보자면 < If We Live Without Romance >에는 과한 부분도 많다. 복고 스타일의 낭만적 건반 터치로 산뜻한 인상을 남기는 ‘Tidy’는 그 기조를 살리지 않고 몇 번이고 구조를 꼬아 놓으면서 오히려 감상을 복잡하게 만든다. 혼란의 사이키델릭과 맑은 피아노, 다시 발랄한 신스팝을 교차하며 현학적인 노랫말이 더해지니 어렵다. 싱어송라이터 홍갑의 보컬과 유려한 베이스 리프로 묘한 감성을 자극하는 ‘Daisy’ 역시 급하게 화제를 전환하며 장르를 바꿔 놓는 것이 꼭 다른 두 곡을 합쳐 놓은 인상을 준다.

복잡한 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보컬과 메시지도 중심을 잘 지키지만 과감해야 할 때 치고 나올 정도는 아니다. 풀 렝스 앨범에서의 서건호의 보컬은 초반 여유로운 분위기를 주도하는 ‘Plagiarism’과 ‘Car’, 후반부의 ‘엄마’와 ‘봄의 끝에서’에서 강점을 보인다. 반면 보다 강하게 나가야 할 ‘Tidy’나 ‘Daisy’의 후반부, ‘Candle’에서는 그의 인상적인 기타 연주처럼 감흥을 전달하지 못한다. 로파이의 나른한 로맨스와 낭만 사이서 구체적이지 않은 메시지도 ‘좋은 팝’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다.

더 보울스의 이상과 현실적 구현물이 가장 조화로운 트랙은 낮은 톤의 보컬로 운을 뗀 후 점차 몸집을 불려 나가는 ‘Cosmos’다. 정격의 드럼 연주 위 기본과 기교를 오가는 베이스, 기본에 충실한 리프를 전개하다 과감하게 등장할 파트를 아는 기타와 가장 선명한 보컬이 각자의 자리에서 아름다운 감상을 안긴다. 완급조절에서 약점을 보이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 루키다.

자신감 있는 신인 밴드의 준수한 데뷔 앨범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앞서 엄격함은 잠시 덮어 둬도 좋겠다. 밴드는 흔치 않은 접근법으로 흔치 않은 헌사를 바치는데 이것이 튼튼한 완성도와 넓은 범용성을 갖추고 있다. 음악사의 빛나는 레퍼런스를 뭉근하게 끓여낸 더 보울스의 다음 과제는 밴드 고유의 얼큰한 감칠맛을 더하는 것이다.

– 수록곡 –
1. Plagiarism
2. Shy
3. Car
4. Drive
5. Tidy
6. Cosmos
7. Standard (Feat. 윤병주 of Lowdown 30)
8. Daisy (Feat. 홍갑)
9. Candle (Feat. 최웅희 of Silicagel)
10. Flash of love (Feat. 성진환)
11. Melody of love
12. 엄마
13. 봄의 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