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을 노래하는 음악가, 다운의 행보는 문득 모범생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정석적인 스타일 아래 명확한 훅을 그린 ‘Fairy’부터 가벼운 어쿠스틱에 몽환경을 입힌 ‘Dot.’과 앰비언트 질감으로 느리게 파고드는 ‘호스텔’, 타 아티스트와의 안정적인 협업을 거쳐 대중성을 도모한 ‘연남동’과 ‘기억소각’까지. 현 알앤비 신에 정립된 여러 스타일을 자유자재로 구사해보고, 딘과 죠지, 크러쉬, 지바노프와 에이트레인 등 확고한 필체를 가진 여러 아티스트의 공식을 소화하려는 접근법은 마치 단기간의 커리어로 착실하게 개념과 실전을 거쳐 본인만의 풀이법을 만들어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위태롭게 흔들리는 펜듈럼 같은 도입부 뒤로, 차분한 다운의 목소리가 깔린다. 정적이지만 조금씩 전진하는 빌드업은 점층적인 악기의 굴레를 덧입히고, 이내 록 사운드를 결합한 하이라이트가 등장하며 희열은 극에 달하기 시작한다. 드림 팝 계열의 신곡 ‘Lost’의 현장이다. 적은 단어로 아스라함을 축약한 가사와 능숙한 보컬 활용, 멜로디 라인 모두 흥미롭게 설계되어 있다. 언뜻 콜드플레이와 프랭크 오션의 결합과도 같은 묘한 작풍 아래, < Panorama >와 < It’s Not Your Fault >로 진중하게 쌓아 올린 필체를 선보이는 듯하다.
역량보다도 독창성을 가혹하게 요하는 시대, 자신만의 스타일을 정립하는 것은 오늘날 뮤지션의 가장 중요한 소양이 되었다. 아직 캐릭터성이 명확하다고는 하기 힘들지만, 다운의 ‘Lost’는 그 제목의 방향과는 정반대로 고유 정체성의 소중한 단서를 찾아내어 영역 확보에 분명한 밑거름을 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