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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피 알케미(AP Alchemy) < AP Alchemy : Side A >(2023)

평가: 3.5/5

확실히 힙합 신은 대중적으로 호황기를 누렸던 지난 몇 년에 비하면 분위기가 달라졌다. 매일 랩이 흘러나왔던 길거리는 더 다양한 음악들이 자리를 대체했으며 대학 축제 라인업 상단에 위치했던 래퍼들도 야속하지만 티켓 파워를 잃어버렸다.

단순히 유행의 주기를 탓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화살은 음악적 답습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트렌드라는 미명 아래에 가사와 비트가 획일화되었고 래퍼들은 의미 없는 품앗이와 고민 없는 가사로 랩의 재미 요소를 지워버렸다. 더불어 여러 힙합 아티스트들이 보여준 자멸에 가까운 기행까지. 시장 안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의 생각이 어떠하든 ‘어느새부터 힙합은 안 멋져’라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현상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하면 스윙스가 기존에 이끌던 저스트 뮤직(Just Music)과 인디고 뮤직(Indigo Music)을 포함해 3개의 힙합 레이블을 통합한 에이피 알케미(AP Alchemy)를 설립한 것은 그 자체로 반길만하다. 기존의 팬들을 다수 거느리던 래퍼와 언더그라운드에서 주목받는 아티스트들까지 흡수해 거대 집단을 만든 것. 이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지만 대규모 단체에 맞설 또 다른 이들의 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힙합적 오락 요소를 다시 화두에 올려놓았다는 의미가 있다.

이를 인지한 듯 15년째 한국 힙합의 ‘파급 효과’를 만들어 온 괴물 래퍼의 새로운 연성술에는 음악적으로 힙합 신에 자극을 불어 넣으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작곡진의 승리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10개의 완성도 있는 곡들이 다채롭게 앨범을 채운다. 트렌드를 일부 차용하되 독창성 있는 구성과 일체감을 유지하는 트랙들이 8명의 인하우스 프로듀서가 각자 준비한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명성에 연연하지 않고 조화를 우선시한 제작이다.

‘Future bounce’와 ‘Side’ 등이 미래 지향적인 분위기를 취하다가도 1990년대 펑크(Funk) 기반의 알앤비 사운드를 빌린 ‘Young Muthafuckas’와 ‘Pot’가 신과 구를 조화하는 사운드로 레이블에 속한 다양한 세대 음악가를 통합한다. 영국 축구 팬들의 응원가를 샘플링한 ‘No one likes us’ 또한 신선하다. 과거를 이해하고 독창적인 현재를 만들어 낸 곡들은 리더인 스윙스가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세운 기둥이 얼마나 단단한 음악적 기반 위에 세워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불어난 몸집이 가져다준 수혜지만 이로 인해 랩을 하는 플레이어들이 알맞게 호흡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단점은 피해가지 못했다. 노래 앞쪽에 인상적인 벌스가 매력적이었다가도 중도에 재미와 개성이 부족한 랩은 단순히 컴필레이션 앨범에 참여하기 위해 자리를 채운다는 인상을 남긴다. 다음 곡으로 넘어가기 위해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부분처럼 남겨진 파트기 일부 음악의 완성도를 떨어트린다.

작사의 수위와 무분별한 단어 선택이 남겨놓은 문제점까지 생각하면 앨범 발매 전 공격적으로 마케팅했던 2014년 저스트 뮤직의 < 파급 효과 (Ripple Effect) >를 뛰어넘는 임팩트까지는 만들지 못한 결과물이다. 다만 아쉬움이 남는 것과 별개로 에이피 알케미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뗐고 몇 년간 한국 힙합 신에서 이 정도의 활발한 음악적 담론을 끌어낸 컴필레이션 앨범은 손에 꼽는다. 허울뿐인 메인스트림과 관성적으로 양산한 랩 음악이 아닌 장르로서 기능하는 힙합의 신호탄이자 본보기다.

-수록곡-

  1. Future bounce (Prod. JINBO)
  2. Warrior (Prod. sAewoo)
  3. No one likes us (Prod. 그냥노창)
  4. Young muthafuckas (Prod. 그냥노창)
  5. Can’t stop (Prod. Mist)
  6. Pot (Prod. YEOHO)
  7. Plum (Prod. hyeminsong)
  8. Side (Prod. Matt)
  9. Chairman freestyle (Prod. Wiz World)
  10. Step back b****’cause I’m too fye (Prod. sAe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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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민이 ‘Dog or chick 3’ (2022)

평가: 3/5

거친 쉰 소리를 내는 목소리에 주목해보자. 목소리만 들어선 쉬이 성별을 구별할 수 없고 남자 화장실에서 바지춤을 여미는 여성의 모습을 담은 커버는 모호한 이중성을 드러낸다. ‘I rap but female 최고이자 최악 조건’. 여성 래퍼 다민이의 성별은 귀 기울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의 성별 지우기는 ‘매사 빡쳐 있어’ 화가 나 있는(혹은 있는 듯한) 창법을 통해 진행된다. 다민이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직접 구별짓기를 시도한다. 그는 엉덩이를 무기로 사용하고 얼굴을 실력 앞에 세우는 ‘여성 래퍼’들과 자신은 다르고 말한다. ‘힙합 한다는 계집애 방탕해지래’라는 가사로 주류 시선을 비판하지만 이 역시 앞선 ‘여성 래퍼’와 자신을 구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즉, 그는 여성 혐오적인 고정 관념을 끌어오고 동시에 이를 비판적으로 전유하나 그 기반에는 여전히 여성 혐오 논리를 바탕하고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 하지만 이 접근이 실없거나 혹은 내실 없는 겉치레로 느껴지지 않는다. 강렬하게 와 닿는 랩 스킬과 거침없는 비유 및 표현력 덕택이다.

다민이의 랩 안에는 ‘남’부럽지 않은 욕설과 개인 서사와 한 줌의 성차별 혹은 성 전복이 담겨있다. 남성 래퍼들의 자기 과시 래퍼런스와 닮은 이 접근은 명백히 여성 혐오를 내재한다. 하지만 이를 힙합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읽을 때 해석은 달라진다. 그 방향이 어떻게 흐를지 두고 봐야겠지만 지금의 다민이는 읽을거리 많은 여러모로 돋보이는 (여성) 래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