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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임(Haim) ‘Women In Music Pt. Ⅲ’ (2020)

평가: 4/5

전작 < Something To Tell You > 활동이 끝나갈 즈음 이 자매 밴드에게 힘든 시기가 닥쳤다. 맏언니 에스티는 당뇨병에 시달렸고 막내 알라나는 절친한 친구의 죽음을 맞이하며 가슴 아픈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둘째 다니엘은 그의 연인이자 팀의 프로듀싱을 담당하던 아리엘 레흐트샤이드의 고환암 진단과 함께 우울증까지 찾아오는 이중고를 겪었다. 하임 자매의 시리고도 쓰라린 아픔은 다니엘의 손을 거쳐 < Women In Music Pt. Ⅲ >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앞서 언급한 시련들을 덤덤하게 털어내는 ‘Hallelujah’와 더불어 업계에서 직면한 성차별을 다룬 ‘Man from the magazine’이 전반적인 분위기를 대변한다. 과거 인터뷰에서 에스티의 격정적인 베이스 연주 모습을 비꼬았던 기자에게 ‘당신은 그게 어떤 느낌인지 몰라(You don’t know how it feels)’라고 외치며 그날의 수치스러운 감정을 스스럼없이 담아낸다. 이런 진솔한 자기고백은 음악을 통해 내면의 우울함과 어두운 정서를 예술로 승화시켰던 조니 미첼의 방식을 따른다.

뉴욕 출신 밴드 뱀파이어 위켄드의 원년 멤버인 로스탐 바트망글리가 프로듀서로 가세한 손맛은 작품의 광범위한 전개를 돕는다. 거친 기타 리프와 둔탁한 드럼 비트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The steps’부터 1990년대 알앤비 흐름 위의 힙합 넘버 ‘3am’과 레게 송 ‘Another try’까지 장르와 주제를 바꿔가며 다채롭게 펼쳐진다. 다니엘과 아리엘이 참여했던 뱀파이어 위켄드의 최근 작품 < Father Of The Bride >와 유사하게 그려질 만큼, 기존의 하임이 느껴지는 복고적인 그루브는 물론 현대적인 감성까지 공유한다.

색소폰 연주가 곁들여진 앨범의 시작과 끝은 하임 자매가 자라온 로스앤젤레스로 맞닿아 있다. ‘Los Angeles’에서 고향을 떠나 있는 동안 느끼는 그리움과 사랑을 노래했다면, 루 리드의 ‘Walk on the wild side’가 인용된 ‘Summer girl’은 집으로 돌아간다는 안도감과 함께 우울감에 휩싸인 세 자매의 아픔을 잔잔하게 환기한다.

팝 시장에서 빛을 내는 록 그룹은 많지 않다. 하지만 하임은 활동 기간에 비해 적은 수의 앨범으로도 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보다 성숙해진 < Women In Music Pt. Ⅲ > 역시 선명한 족적을 찍는다. 겹쳐온 악재와 트라우마를 딛고 일어선 여성 밴드는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다. 우울함이 걷힌 도시의 거리를 여유롭게 활보하는 여름 소녀들의 발걸음이 눈부시다.

– 수록곡 –
1. Los Angeles
2. The steps 
3. I know alone
4. Up from a dream
5. Gasoline
6. 3am
7. Don’t wanna
8. Another try
9. Leaning on you
10. I’ve been down
11. Man from the magazine 
12. All that ever mattered
13. FUBT 
14. Now I’m in it
15. Hallelujah 
16. Summer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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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니엘 ‘PARANOIA’ (2021)

평가: 3/5

반주는 그리 화려하지 않다. 강한 사운드를 장착한 것도, 템포가 빠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PARANOIA’는 듣는 이를 몰입하게 할 만하다. 오밀조밀한 장치들 덕분이다.

후렴 들어가기 전 “Don’t you look behind”에서 ‘비하인드’를 신경질적인 발화로 처리해 화자의 불안한 상태를 효과적으로 나타냈다. 이후 “내 맘속에 있는 monster. Alone in the dark” 부분 음성에 왜곡을 가해서 또 한 번 혼란스러움을 표현한다. 첫 번째 “눈을 가려. Demons in the night”에서는 바탕에 신시사이저가 흐르는 반면, 두 번째 흐를 때에는 드럼을 넣어서 두근거림을 청각적으로 연출했다. 또한 후렴에 쓰인 신스 브라스는 곡이 한층 무거운 분위기를 띠게 한다. 여기에 비명, 남성의 웃음, 차가 급정거할 때 나는 소리 등으로 공포 영화 같은 느낌을 내고 있다. 후반부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루프의 톤과 유사한 휘파람 소리를 끄트머리에 깔아 마지막까지 스산함을 유지했다.

반주에 귀를 붙잡는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으니 보컬이 딱히 도드라지지 않는다. 곡이 가창에 특별한 기교를 요구하는 장르가 아니라서 누가 불러도 마찬가지였을 테다. 곡에서 음이 가장 높은 구간인 “번져 가. In your heart”만 인상적이다. 그래도 브리지가 되는 나지막한 래핑 뒤의 후렴에서는 애드리브를 추가해 그나마 강다니엘이 뭔가를 하고 있다는 모양새를 완성했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