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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시티 127(NCT 127) ‘Sticker’ (2021)

평가: 3/5

물음표 섞인 갸우뚱거림이 서서히 리듬을 타는 순간, 다국적 보이그룹 엔시티의 핵심 가치인 ‘네오(Neo)’가 뇌리에 박힌다. 생소한 감각에 대한 정의는 여전히 불명확해 거리감이 느껴지나 지난해 엔시티 127이 < NCT #127 Neo Zone >으로 대중에 한 발짝 다가서며 그 간격을 좁혔다. 기세를 이어 엔시티는 시대를 넘나드는 음악으로 두 번째 단합 대회 < NCT Resonance >를 개최했고 행사에 참석했던 23명의 청년들은 올해 다시 각자의 위치에서 교감을 이어가고 있다.

거대한 반향에 공명하는 엔시티 127의 악기는 피리다. 동양풍 사운드와 탄탄한 베이스의 순환은 타이틀곡 ‘Sticker’에서 이들의 오묘한 정체성을 꾸며내는 최적의 요소로, 맹렬한 외침을 담은 ‘영웅’의 프로듀싱과 결을 같이 하면서도 가창에 대비를 두어 또 하나의 실험 데이터를 쌓는다. 랩의 비중을 대폭 줄이고 들여온 알앤비 보컬은 성대를 긁고 꺾어가며 리드미컬한 멜로디를 주도한다.

단편적인 기교로만 맛을 돋우다 보니 본연의 멋을 상실했다. 단출한 기악 구성에 이렇다 할 변주마저 없는 ‘Sticker’는 태용과 마크의 래핑을 그저 보컬진의 유려함을 견인하는 정도로 활용한다. 단순 파트 배분의 문제를 넘어 엔시티 세계관의 근원인 힙합이 중심에 위치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형국은 앨범 전반으로 뻗어가 피아노가 잔잔히 흐르는 ‘내일의 나에게’ 같은 발라드 트랙의 몰입까지 저해한다. 결과적으로 앨범 커버처럼 멤버 모두가 색을 잃고 만 것이다.

벌어진 이음새를 다시 쫀쫀하게 붙이는 건 냉소를 머금은 메시지다. 데뷔곡 ‘소방차’부터 최근의 ‘Punch’까지 진취적이고 저돌적인 태도로 일관한 이들은 이번 작품에서도 기조를 유지하며 기량을 마음껏 발휘한다. 달콤 쌉싸름한 ‘Lemonade’는 세상의 잡음을 시큼한 레몬에 비유해 쿨하게 들이키면서도, 직진 본능에 충실한 ‘Bring the noize’의 질주는 사회를 향해 역으로 노이즈를 발산하며 선명한 스키드 마크를 찍는다. 특히 위 두 곡에서 보컬리스트 재현이 낮은 톤으로 읊조린 랩 파트는 본작의 주요 퍼포먼스로 자리하며 팀의 운용 반경을 넓힌다.

이제 앨범 제목 앞에 항상 붙어있던 ‘NCT #127’이란 스티커는 필요 없다. 1년 반만의 복귀지만 굳이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모두가 알아본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지난 5년간의 활동을 통해 청년들의 평판은 물론 상업적 성과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럼에도 새로움을 갈망하는 문화 기술은 흥행이 아닌 유행을 이끌기 위해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다. 개방과 확장으로 영생을 꿈꾸는 그들에게 < Sticker > 역시 먼 미래를 위한 빅데이터에 불과하다.

– 수록곡 –
1. Sticker
2. Lemonade
3. Breakfast
4. 같은 시선 (Focus)
5. 내일의 나에게 (The rainy night)
6. Far
7. Bring the noize
8. Magic carpet ride
9. Road trip
10. Dreamer
11. 다시 만나는 날 (Promis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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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 사피엔(Omega Sapien) ‘Garlic’ (2020)

평가: 3.5/5

오메가 사피엔(Omega Sapien)은 호모 사피엔스에서 한차례 진화를 거듭한, 자칭 인간의 영역을 아득히 초월한 신인류의 등장을 예고했다. 편협함에 대한 거부, 새로운 것에 대한 끌림 모두 그에게는 자연스러운 본능의 일부다. 동서양의 문화가 혼재하는 ‘Armadillo’와 ‘Kolo kolo’, 기승전결의 붕괴로 위기감을 조성한 ‘Pop the tag’ 등의 독특한 작업물이 등장할 수 있던 것도 언더그라운드 크루 바밍 타이거(Balming Tiger)의 지원 아래 신(新)을 향한 그의 꾸준한 추종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입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 Garlic >을 두고 ‘무경계의 얼터너티브 케이팝’이라 말한다. 답습을 따르지 않는 ‘얼터너티브’의 대안적 의미나 최근 ‘네오-케이팝’이란 이름으로 한 데 묶이는 일련의 미래지향적 흐름은 NCT 127의 ‘Cherry bomb’이나 레드벨벳의 ‘짐살라빔’, 그리고 수민의 < XX, >와 같이 국내 시장에서도 이미 수차례 발현된 바 있는 요소일테다.

그럼에도 본작이 더 강렬하고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단순 제목이 풍기는 알싸한 향과 더불어, ‘네오’적인 요소를 광적으로 수집하고 의도적으로 극대화한 양상을 띤다는 점에서다. 상승세가 가파른 탓에 타 아티스트는 물론, 하물며 본인 전작과의 접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일본 만화가 ‘카고 신타로’가 만든 앨범 커버가 첫 혼란을 야기한다. 내용물로 들어가도 미래 음악에 대한 관심이 다분하거나 사전 지식을 미리 갖춘 청자가 아니라면 거부감이 강하게 들 만큼 지극히 코어(Core) 하고 서브(Sub) 적인 청적 대안제들이 종잡을 수 없이 미끈거리고 뒤뚱거린다. 맑고 깨끗하고 긍정적인, 동시에 형용할 수 없는 불안정함이 질서를 뒤흔드는 현장. 가령 글리치(Glitch), 웡키(Wonky), 버블검 베이스(Bubblegum Bass)와 같은 신경질적 전자음을 한데 모으고, 이수호, 수민, 전광재, 넷 갈라(NET GALA) 등의 신에서 입지적인 (그리고 비주류를 선호하는) 프로듀서를 초빙하여 세공을 돕는 방식이다.

그 결과 앨범의 주가 되는 건 하나하나 설명을 짚고 넘어가기 골치 아플 정도의 복잡한 짜임새와 마니아틱한 구성이다. UK 베이스(UK Bass) 비트에 PC 뮤직(PC Music) 레이블 풍의 지저분한 신시사이저를 덧칠한 ‘I p t I m e’, 론(Lone)의 < Galaxy Garden >의 박자감과 사이키한 필터를 씌운 ‘Chu chu’, 명명부터 해피 하드코어 신을 재현하는 ‘Happycore’와 아르카(Arca)식 분절을 아로새긴 ‘WWE’, 그리고 무난한 일렉트로 하우스의 멜로디 위로 아멘 브레이크(Amen Break)를 터트리며 분위기를 반전하는 ‘Serenade Mrs.Jean’ 까지. 사실상 비유가 무의미할 정도로 마이너한 요소가 트랙을 고사하고 앞다투어 터져 나온다.

이는 마치 여러 음악가가 시도했던 ‘미래 지향적 방법론’이 케이팝이라는 틀 속에 어디까지 담길 수 있는지 시험하는 행위에 가깝다. 물론 전술한 실험적인 음악과 힙합을 접목했다는 시점에서 최근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주목받고 있는 그룹 ‘100 겍스(100 Gecs)’의 그림자를 피해 갈 수는 없다. 다만 전자가 무분별하고 카오스적인 형태로 ‘실험’에 중점을 두고자 했다면, < Garlic >은 상당히 정돈된 모양새를 지향하며 오메가 사피엔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자 했고, 그렇기에 난잡한 프로덕션 속에서도 분명 ‘힙합’ 음악으로 들린다는 점이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목소리 변조와 과감한 래핑, 나름의 합리적인 차원의 전개를 띠는 사운드 분해, 무엇보다 그간 진취적인 행보를 걸어온 ‘오메가 사피엔’의 전적이 맞물리며 놀라운 당위성을 쟁취한다. < Garlic >은 신문물과 전위적 요소를 수입해 본인만의 탄력적인 문법으로 다듬은 사례다. 비록 바이블적 입지를 얻을 정도의 독자적인 지평을 끌어냈다고 보기는 조금 어렵지만, 최근 신에서 이만큼 미래와 현재를 완벽히 중용한 절충안을 제시하고, 동시에 에너지를 온전히 응축한 인물이 있을까. 만약 누군가 팝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이 작품을 먼저 들어보라 권하고 싶다.

– 수록곡 –
1. I p t I m e
2. Chu chu
3. Ah! ego 
4. Happycore 

5. WWE (Feat. Abdu Ali)
6. Fireworks
7. Serenade for Mrs.J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