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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10곡 Feature

IZM 독자들이 소개하는 ‘내 인생의 10곡’ – 2주차

[IZM 필자들이 소개하는 ‘내 인생의 음악 10곡’] 독자 투고에 많은 분들께서 삶을 대표하는 10곡을 적어 보내주셨습니다. 소중한 경험을 IZM에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난 2주간 보내주신 많은 사연 중 선정된 두 독자분의 사연을 먼저 소개하고자 합니다.

* IZM 독자 투고는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webzineizm@gmail.com 으로 보내주신 사연을 검토하여, 매주 두 분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대구에 거주하시는 호수 씨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넥스트(N.EX.T), ‘아가에게’
버릴 곡이, 아니 가릴 곡이 없는 넥스트의 넘버 중 굽혀지지 않는 손가락을 억지로 꼽아가며 남긴 한 곡은 결국 ‘아가에게’가 되었다. 아카펠라 구성을 취하면서 차곡차곡 쌓여가는 가사의 서사와 함께 치닫는 절정과 사그라지는 듯한 결말까지 정석적이라 할 정도로 완벽하다. ‘A.D.D.A’가 있기 전에 ‘아가에게’가 있었다(!)고 한다면 너무 비약일까? 노래방에서 끝까지 부르기엔 눈치가 보이지만(심지어 당시엔 이 노래가 있고 없고에 따라 선호하는 노래방을 나누기도 했었다) 일단 시작하면 끝까지 불러야 하는 곡 중 하나.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Smile’
학창 시절, 친구를 통해 접한 ‘Dangerous’ 앨범에 ‘위험할’ 정도로 푹 빠져 있었고, 얼마 후 ‘History’가 발매되자마자 모아 둔 용돈을 꺼내는데 일말의 주저함이 없었다. ‘You are not alone’이 나의 베스트가 될 뻔했지만, 어릴 적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Modern Times)’를 비디오로 몇 번이고 돌려봤던 때문일까, ‘Smile’의 매력적인 미소(?)와 마이클의 마력 같은 목소리(!)가 저 멀리서 기억과 추억을 끌어 당겨와 나를 꼼짝 못 하게 했다. 지금 다시 들어도 절로 살며시 눈을 감게 되고, 살포시 마음이 젖어 든다. 한참이 지나 피터 팬의 지구에서의 마지막 순간에 그의 형 저메인 잭슨(Jermaine Jackson)이 부르기도 했던, 웃으라 하지만 가만히 너무나 눈물겨운 노래.

베란다 프로젝트 ‘산행’
베란다 프로젝트라 하면 바로 떠오르는 곡은 ‘기필코’, ‘Good bye’, ‘괜찮아’ 등이 있겠지만, 결국 마지막에 내 귀를 붙잡은 건 마지막 트랙인 ‘산행’이었다. 들릴 듯 들리지 않을 듯 두 보컬이 번갈아 부르는 나지막한 노래를 따라 안개가 드문드문한 지리산을 올랐던 옛 추억이 내 마음 나지막한 곳에서 차올랐다. 묵직하고 차분한 두 목소리의 흐름은, 산행할 때 발걸음의 무거운 저 아래부터 정상에 올랐을 때 구름 위를 넘어갈 듯한 벅참까지 모두 이끌어주는 듯하다.

서태지와 아이들 ‘영원’
당시 수많은 이들이 서태지와 아이들의 아이들이 되고 싶고 되고 있던 시기. ‘아이들의 눈으로’ 봤을 때 ‘영원’할 것 같았던 그때 그 시절. 뮤직비디오라는 개념(?)에 막 눈떠가고 있을 때, 듣기만 해도 머릿속에서 자연스레 그림이 펼쳐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깨닫게 된 곡. 내 상상 속 뮤직비디오에 취해서 눈물이 날지도 모른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된 곡. 실제로 내가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게 된다면? 다섯 테이크(Take five) 정도면 충분할까?

신해철 ‘나에게 쓰는 편지’
나이 차는 꽤 나지만 삼촌 말고 언제나 형이라고 부르고 싶은, 철이 형의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결국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가장 오래 남아 있는 하나. ‘니체의 상처 입은 분노’가 무엇인지 처음으로 궁금했던 그 시절, 한 곡의 음악으로 위로받고 용기얻고 자아성찰하기까지 했던, 누구나 내 이야기, 내가 쓰는 편지, 나에게 쓰는 편지라고 생각하며 듣고 불렀을 노래.

양희은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때로는 책으로, 또는 노래로 배우는 것도 있다. 이별 후 혼자인 기간을 짧지 않게 흘려보내면서, 사랑이 무엇인지 수없이 생각했지만, 한없이 답을 내지 못하고 뱅뱅 돌기만 하다가, 어렴풋한 ‘고전’을 어중간한 나이에 우연히 접하고는 왠지 멍해져 몇 번을 되풀이해 들었다. 인생이 쓸쓸하다는 것을 흐릿하게나마 느끼게 된 그때. 당시 내 마음에 대한 ‘암묵적 동의’ 같았던 곡. 인생은, 삶은 결국 모두 사랑이라 그런 걸까…

올 포 원(All-4-One) ‘So much in love’
이 곡을 처음 들었던 건 KBS 빅쇼에서 김종서+서태지와 아이들이 부르는 모습을 통해서였다. 좋아하는 그들의 ‘Free style’한(?) 앙상블 때문이었을까, 얼마 후 원곡을 찾아 듣게 되었고 그 목소리들의 매력에 빠지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후 Boyz II Men부터 Portrait, Az Yet까지 아카펠라 보컬 그룹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많이 내 귀를 적셔왔지만, 나에게 처음은 언제나 ‘So much in love’였다, 맹세한다(I swear)!

유재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유재하를 추모하는 앨범 1987 –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에서 더 클래식, 김광진의 목소리를 통해 처음 이 곡을 접했다. 그만큼 나는 유재하에게 늦었고, 그래서 지금도 늦어버린 만큼을 메우려고 듣고 부르고 또 듣고 있다. ‘이제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 하나’ 싶어도 듣고 싶고 부르고 싶은 마음은 계속해서 더욱더 보태고 싶어진다. 마치 그 마음이 내 마음이듯, 비친 그 모습이 내 모습이듯.

이상은 ‘어기여 디어라’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간식을 먹으며 TV로 Mnet과 KMTV를 보던 고등학생 시절의 어느 밤, 한편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에 순식간에 눈과 귀를 모두 빼앗겨 버렸다. 이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제목과 가수를 두 눈에 똑똑히 박아두었다. 그날 밤 잠드는 내내 너무나도 다시 듣고 싶었다. 주말에 바로 음반점에 달려가 이상은 앨범을 죄다 꺼내 트랙 리스트를 훑었던 추억. 내 평생 그렇게 과감하게 그리고 절실하게 한 곡을 찾아들었던 적이 있었을까? 지금은 언제라도 다시 들을 수 있지만, 그때의 마음도 다시 되돌릴 수 있으면 할 때가 있다.

패닉 ‘강(江)’
첫 타이틀곡을 ‘아무도’ 안 좋아해서(라고 방송에서 본인들이 직접 농담조로 얘기했었다) 그 다음으로 대중 앞에 나온 ‘달팽이’는 ‘왼손잡이’ 복서의 묵직한 레프트훅처럼 사람들의 가슴에 꽂혔고, 길고도 짧은 시간을 ‘기다리다’ 얼마 후 하늘에서 내려온 ‘UFO’처럼 신비롭게 그들은 돌아왔다. 고2 때 생전 처음 가본 콘서트, 2집 발매 전국투어에서 들었던 라이브는 지금도 생생하기만 하다. 앨범을 들으면서도 좋았지만, 그 생생함이 여실히 온몸으로 전해지던, 말 그대로 살아있는 그 목소리, 그 무대. 내 생애 관람한 첫 콘서트, 첫 라이브, 그리고 첫 울림… 첫 기타 타브 악보… 앞으로 이적이라는 가수를 좋아하지 않게 되는 일이 설령 있을지는 몰라도, 싫어하게 되는 일은 영영 없을 것 같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시는 강윤하 씨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패닉 ‘달팽이’
나는 유치원생이었고, 가족의 저녁 식사 자리에는 뉴스가 틀어져 있었다. 패닉이라는 가수가 히트했고, 왼손잡이들이 생활하기 불편한 현실을 조명했다. 그리고 ‘달팽이’라는 노래도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며칠 후, 아버지 차에서 ‘달팽이’를 들었다. 난생 처음 ‘알 수 없는 많은 감정’이 몰려왔다. 무슨 슬픈 일이 있었길래 유치원생이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에서 눈물을 흘렸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바네사 칼튼(Vanessa Carlton) ‘A Thousand Miles’
때로는 전형적인 ‘미국 백인 중산층의 팝’이 참 듣기 좋았다. 나의 등굣길 CDP에는 2003 그래미 노미니즈가 꽂혀있었고, 이 노래가 1번 트랙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돌아보면 그 시절이 이 노래 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살짝 덥던 햇살 밑에서 익어가던 서로의 서툰 마음들이 그립다.

오아시스(Oasis) ‘Acquiesce’
중2병 경증 환자였던 나는 킨과 스타세일러, 더 버브, 콜드플레이 등을 좋아하다가 결국 마르지 않는 오아시스에 잠수해버렸다. 갤러거 형제 간의 주도권 싸움 속에서도 영롱하게 빛나는 ‘진짜 듀엣곡’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이 노래였다. 이들의 행동이나 생각과는 달리, 너무나 아름다운 가사를 붙여놨다는 점에서는 여하 본인들 노래와 비슷했지만, 듀엣으로 라이브를 하는 전율은 이 노래에서만 선사했다. 1995년도 글래스톤베리에서 형에게 1절 후렴을 넘기며 “Come on, brother!”라고 하던 젊은 리암이 그립다.

동물원 ‘새장 속의 친구’
어떨 때 이 노래를 들으면 우리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투쟁하다 피 흘렸던 이들이 생각나고, 또 어떤 때는 친구들이 떠오르고, 또 어떤 때는 이 아티스트들이 얼마나 천재적인지 생각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김광석 다시 부르기’ 버전의 세련된 편곡으로 들어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동물원 시절의 원곡은 여기에 ‘힙함’까지 잔뜩 뿌려놓았다! ‘힙지로’로 각광받는 을지로에 주제곡이 필요하다면, 이 노래가 되어야 하지 않을지.

시이나 링고(椎名林檎) ‘神様、仏様 / God, nor Buddha’
성인이 된 후, 여러 음악 취향 중 ‘사운드가 꽉 찬 음악’이라는 기준이 추가되었다. 시이나 링고는 도쿄지헨 이전과 이후에도 항상 좋아해왔지만, 아마 지금이야말로 그녀의 음악을 가장 사랑하고 있지 않나 싶다. ‘수납의 신’이라는 표현이 떠오를 정도로 꽉꽉 채운 사운드는 1초도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뮤직비디오를 영화 수준으로 찍는다는 점 역시 보너스.

다프트 펑크(Daft Punk) ‘Giorgio by Moroder’
‘내 인생의 노래’라고 칭하기에는 민망한, ‘많은 이의 인생 노래’일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이 노래는 조르지오의 인터뷰 내레이션이 본격 시작되기 직전에, 0.5초 정도 살짝 스쳐 지나가는 ‘소음’에서 이미 끝내버린 것 같다. 그 찰나에 몰입은 끝나고, 그때부터는 서사와 전율의 세계가 이어진다. 비교대상이 없는 보석 같은 노래라고 생각한다.

스쿨 오브 록 O.S.T(School of Rock O.S.T) ‘School of Rock’
이 영화를 처음 본 지 16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이 영화 속에 살고 있는 기분이다. 뮤지컬까지 보고 온 뒤에는 더 그렇다. 미국의 ‘리버럴’ 진영의 가치관으로 점철된 이 영화에 나는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 영화는 음악 영화가 아니라 2000년대 할리우드 영화 중 가장 프로파간다적인 영화가 아닌가 싶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에서, ‘잭 무니햄’의 청량한 기타 톤이 흘러나오면 지금도 매번 전율을 느낀다. “선생의 개가 되고 싶다면 모두 잊어버리는 게 좋아!”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 ‘Try, Try, Try’
옅게 들어와서 진한 감정을 남기다가 휘발해버리는 독특한 매력으로, 내게는 딱히 대체재가 없는 그런 소중한 노래이다. 처음 들었을 나이에는 가사에 공감하지 못하고 분위기 때문에 좋아했는데, 점점 무슨 느낌인지가 더 와 닿는다. 뮤직 비디오에 나오는 노숙자 커플을 연기했던 배우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다큐멘터리 같아서 슬펐던 뮤직 비디오가 그립다.

에프엑스(f(x)) ‘미행(그림자)’
“난 많이 많이 또 좋아하고 있어.” 앨범 < Pink Tape >는 너무나 신선한 충격이었고, 그 중 ‘미행(그림자)’는 더욱 매혹적이었다. ‘시그널’, ‘첫 사랑니’, ‘Airplane’ 등도 당시 높은 아이팟 재생횟수를 기록했지만, ‘미행(그림자)’에 비할 수는 없었다. < MIROTIC >과 < GD&TOP >에 이어 나에겐 3번째로 K-Pop 아이돌에 대한 나쁜 편견이 덜어내어지는 경험이었다.

캘빈 해리스(Calvin Harris) ‘Slide (Feat. Frank Ocean, Migos)’
2007년 1집과 2009년 2집. 그때까지만 듣다가, 잊고 지낸 아티스트였다. 진부해졌다고 생각했고, 일렉트로니카 세계에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자연스레 안 듣게 되었다. 이 노래를 듣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잊고 지냈던 캘빈 형님은 내게 역대급 출근곡을 하사했고, 이 노래는 이윽고 노래방 첫 곡의 자리까지 꿰찼다. 무슨 노래를 들을지 고민될 때, 대충 어느 기분에서든 소화할 수 있는 ‘chill’한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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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10곡

IZM 독자들이 소개하는 ‘내 인생의 10곡’ – 1주차

[IZM 필자들이 소개하는 ‘내 인생의 음악 10곡’] 독자 투고에 많은 분들께서 삶을 대표하는 10곡을 적어 보내주셨습니다. 소중한 경험을 IZM에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난 2주간 보내주신 많은 사연 중 선정된 두 독자분의 사연을 먼저 소개하고자 합니다.

* IZM 독자 투고는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webzineizm@gmail.com 으로 보내주신 사연을 검토하여, 매주 두 분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대전에 거주하시는 박영웅 씨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비틀스 (The Beatles) ‘Lady madonna’
6살 때부터 우연으로 내 음악인생이 시작된 것 같다. 아버지의 차 오디오에서 들었던 동요를 제외하면 제일 먼저 들은 음악이 바로 ‘Lady madonna’ 였다. 인트로가 시작되고 어릴 때는 링고 스타의 목소리 같았던 목소리를 깔은 폴 매카트니의 목소리와 함께 음악은 금방 끝이 났다. 비틀스 멤버들에게는 그저 작업 기간에 만든 노래 중 하나일 테지만, 지금도 피아노로 치는 인트로와 함께 듣는 노래는 6살 때 들었던 감정과 지금의 내 발을 움직이게 하는 특별한 곡인건 분명한 사실이다.

유재하 ‘텅 빈 오늘 밤’
제일 빛나는 음반에서 예외로 제일 주목받지 못하는 곡을 난 지금도 제일 좋아한다. 10살 때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은 그 곡은 분명 반주는 팝 같은데 노래는 우리나라 사람이 부른다는 것이 신기해서, 라디오 DJ의 유재하의 텅 빈 오늘 밤 들으셨습니다. 라는 말을 듣자마자 검색을 해보니 1987년에 발표된 곡이었단 것에 놀라고 이 분이 이미 자신의 앨범 수록 곡을 모두 작사, 작곡, 편곡까지 다 하시고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는 사실에 두 번 놀랐다. 역시 시대를 앞서간 그였고, 난 시대를 너무 늦게 들은 기분이 들었다.

넥스트 ‘해에게서 소년에게’
중학교 1학년 때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본 신해철의 모습은 내겐 그저 뚱뚱한 심사위원 아저씨였다. 사람들도 그를 보고 저 성격 어디 안가네 라고 한 말씀하셨고, 김창완 선생님의 무대를 볼려고 TV를 봤던 내게 그가 불렀던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내가 모르던 그를 다시 알게 된 계기가 되었고, 마치 힘들어하던 내게 남들 말 신경 끄고 너 길로 날아가라는 말을 직접 전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고등학교 내내 이 노래는 내 생명을 구해준 노래가 되었고, 감사하단 말씀을 전하려고 했지만 이미 그는 가고 없었다. 내가 지금도 제일 좋아하는 그대에게, 이젠 아프지 마요.

퀸(Queen) ‘Save me’
중학교 3학년 때 보헤미안 랩소디보다 이 음악을 먼저 몬트리올 라이브 비디오로 처음 퀸을 접했었고, 그 해 12월 수련회 기간에 무슨 자신감으로 이 노래로 장기자랑을 나갔었다. 선택한 후에 내가 좋아하던 짝사랑을 포함해 전교생들 앞에서 이 노래를 불렀었는데, 처음은 조용하다가 무대가 끝나니까 다 박수를 치던 모습이 노래의 의미처럼 내게 조금이나마 구원받는 느낌을 주었다. 내겐 지금도 행복한 순간에 행복을 주던 노래이다. 이 노래에 대해서 뒤늦게 알게 된 점은 거의 후반부에 프레디 머큐리가 숨겨진 고음을 낸다는 점이었다.

조용필 ‘자존심’
위 기간과 비슷한 시기 조용필 신드롬이 다시 일어나던 때, TV에서도 조용필 스페셜 특집을 한 적이 있었다. 그의 옛날 녹음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서 ‘말을 할까 돌아서면 당신은 저~만큼 있고’ 라는 목소리를 들을 때 도대체 이 노래는 록인지 판소리인지 내 귀를 헷갈리게 만들었고, 그 노래를 찾으려고 항상 검색하면서 말을 할까 돌아서면 이라고 흥얼거리면서 검색했던 때를 기억한다. 어떻게 보면 참 실험적인 곡 중 하나. 지금도 그 분의 곡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 항상 이 곡을 말한다.

프린스(Prince) ‘1999’
사실 이 곡은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 도서관에서 본 신해철이 남긴 유고집에서 그 분이 직접 뽑으신 영향을 준 곡들 중에서 제일 제목이 특이하고, 이름도 멋져서 한 번 듣고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찾아보았다. 그러나 프린스의 곡은 그 당시에는 프린스의 성격 때문에 인터넷에서도 거의 음원을 찾지 못하다가 동영상 사이트에서 공식 뮤직비디오를 발표할 때 바로 들어봤는데, 처음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라’와 ‘내림 시’ 음이 전자음으로 들릴 때 ‘이게 바로 뉴웨이브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아니면 내 방식으로는 컴퓨터의 일반적인 배열 기호인 0,1 같이 반복되는 컴퓨터 음악이라고 나름 정리해보고 싶다. 그 분의 말씀대로 프린스는 천재다.

비치 보이스 (The beach boys) ‘You still believe in me’
대학교 1학년, 전공인 역사 공부를 잠시 쉬고 방학 때 대중음악을 다시 공부하면서 펫 사운드를 알게 되었고,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지 들어보던 중 2번 트랙의 이 곡은, 처음 들었을 때부터 지금도 피아노 줄 만으로도 연주한 인트로는 천국에 온 듯한 느낌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이 트랙과 5번 트랙의 ‘I waiting for the day’ 만 들어도 이 앨범이 왜 대단한지 보여주는 증거 같다. 내겐 신세계 같은 곡.

야샤 (Yasha) ‘눈싸움 하던 아이들’
직접 연주하신 본인들께서는 아쉽다고 하신 곡이시지만, 내게 재작년(2018년)에 접한 이 곡은 우리나라에서도 프린스처럼 세련된 펑키 재즈 음악이 있었구나 하고 놀라움을 느낀 곡이었다. 김현철의 키보드를 시작으로 조동익의 베이스, 함춘호의 기타, 손진태의 드럼은 정교하면서도 자유롭게 파트를 리드해간다. 다시 한 번 뭉쳐주셨으면..

어떤날 ‘덧없는 계절’
위 곡과 비슷한 시기에 들었던 어떤날 2집은 1집과 더불어 그 해에 들었던 최고의 음반들이었다. 1집이 더 명반이라고 뽑지만, 내겐 2집의 정서가 더 내게 닿았고 같은 앨범에 수록된 ‘초생달’이나 ‘하루’, ‘그런 날에는’ 같은 노래들보다 이 곡을 특별히 좋아했던 이유는 처음부터 마치 옛 프로그램인 ‘행복한 세상’ 에 나올 듯한, 또 내겐 짝사랑과의 기억이 생각나게 하는 아름다운 선율 때문이다. 내게 ‘조동익’ 이라는 분이 자의에서든 타의에서든 가장 저평가 받는 음악가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곡이었다.

악뮤(AKMU) ‘달’
이제는 악뮤라고 불러야 되는 그들의 음반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별 기대 없이 듣다가 타이틀곡 다음에 흘러나온 이 곡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중학교 때 이후로 느껴본 적 없는 내게 잠시나마 느끼게 해준 곡이다. 분명 곡의 배경은 밖이지만 음악을 들으면 마치 안에서 쉬면서 커피를 마시면서 들어야 될 것 같은 곡이다. 본인 (이찬혁) 께서는 이 곡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내게 만약에 악뮤의 곡들에 대해 저작권을 가진다면, 이 곡은 꼭 사고 싶은 그의 숨겨진 명곡이라고 생각한다.

일산에 거주하시는 최시화 씨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지오디(god) ‘길’
9살 위 오빠 덕분에 또래 친구들과 다르게 90년대 대중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오빠가 좋아하는 음악이니 그저 따라하고 싶은 마음에, 그 다음은 멜로디가 좋아서, 성인이 된 지금은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켜주니까. 노래는 그대로인데 내가 이 노래를 듣는 이유는 계속 변해왔다. 그럼에도 이 곡이 명곡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어릴 적 이해가 되지 않았던 가사들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이해가 간다는 것은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윤종신 & 곽진언 & 김필 ‘지친 하루’
아직도 이 곡을 들으면 길에서 주저 앉아 펑펑 울던 고3의 내가 생각난다. 인생에서 불합격이라는 세 글자를 가장 많이 봤던 순간, 이 노래는 누구보다 나를 크게 위로해주었다. ‘오늘 이 기분 때문에 모든 걸 되돌릴 수 없어’라는 가사가 내 가슴을 얼마나 찌르던지. 그때의 나는 외로웠고, 걱정이 많았으며, 힘겨웠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직장인 컨셉으로 촬영이 되었지만 들려주고 싶은 대상은 학생부터 어른까지 모두이지 않았을까. 모두에게 따뜻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어주었던 이 곡. 아직도 힘들 때면 찾게 되는 곡이다.

스티비 원더 (Stevie Wonder) ‘Sir Duke’
누군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이 곡을 대답할 것이고, 좋은 음악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도 이 곡을 알려줄 것이다. 드럼의 흥겨움과 완벽한 브라스 라인, 이 세상의 멋이 아닌 베이스라인까지. 이 곡은 음질 좋은 스피커로 들을 때에도, 노이즈가 섞인 전축으로 들을 때에도 언제나 완벽한 감동을 선사해준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가끔 사라질 때면 이 곡을 들으며 초심을 되찾는다. 나에게 항상 음악 열정을 불지펴주는 곡이다.

르네 올스테드 (Renee Olstead) ‘Hit the road jack’
여배우가 부르는 레이 찰스의 노래라니. 정반대의 컬러이기에 많은 걱정을 했던 것과 다르게 여성 보컬 특유의 섬세함으로 매력적인 곡이 탄생했다. 이 곡과 함께 돌아다닌 입시장과 오디션 장만 족히 70곳은 넘을 것이다. 그만큼 듣기도, 부르기도 많이 한 이 곡. 인생 곡을 뽑을 때 이 노래를 선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델 (Adele) ‘Hello’
단어 하나로 이렇게 많은 생각이 들게 할 수 있다니. 아델이 데뷔한 순간부터 보여준 모든 음악들은 좋은 의미로 항상 나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자신의 나이를 앨범 명으로 사용하며 목소리를 기록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새 앨범이 나올 때마다 그녀의 내공은 더욱 깊어졌고, 이 곡에서 절정을 보여준 듯 했다. ‘안녕’ 이라는 인사말 하나로 상대와의 추억부터 현재까지 모든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드는 그녀의 능력. 지금 들어도 많은 감정이 몰아치는 곡이다.

아이유 ‘너의 의미’
어린 나이에 데뷔하여 갖은 풍파를 겪고도 잡초처럼 잘 견뎌준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선배들의 곡을 리메이크 한 이 앨범이 공개되었을 때 그녀를 향한 나 혼자만의 질투가 존경심으로 바뀌었다. 내가 아티스트가 된다면 해보고 싶던 행보를 그녀가 다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선배들이 리메이크를 흔쾌히 허락해주는 기분이란 어땠을까? 처음 곡을 듣던 날, 앨범을 듣는 내내 그녀의 행보와 나의 인생을 번갈아 생각하며 성장이라는 단어를 고민해보았다.

웬디 & 에릭남 ‘봄인가 봐’
신입생의 썸을 노래로 표현한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기타라는 좋은 악기 선택이 초겨울과 봄 그 사이를 적절하게 표현해주었다. 따뜻한 멜로디 라인과 훈훈한 두 아티스트의 비주얼까지. 없던 썸도 있던 것처럼 만들어주는 기억 조작 노래 중 하나이다. 지금도 가을을 지나 겨울 찬바람이 불어올 때면 꼭 찾아 듣는 곡이다. 겨울 분위기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노래.

에프엑스 ‘Goodbye Summer’
위에서 소개한 곡이 대학교 신입생의 썸이라면 이 곡은 고등학생의 썸이다. 우정과 사랑 사이 그 어디쯤 인 미묘한 관계. 친구라는 이름도 사라질 까 한발 짝 더 내밀지 못하는 용기가 간지럽다.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기억 조작 노래로 유명한 이 곡. 공교롭게도 이 곡 또한 메인 악기가 기타다. 기타의 클래식한 사운드는 우리가 과거를 추억하게 만들어주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나 보다. 나 또한 이 곡을 들을 때면 첫사랑이 떠오르곤 한다. “OO아 잘 지내니?”

김연우 ‘노력’
박원의 곡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김연우 버전으로 보여주었다. 담백한 느낌의 보컬이 이 곡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여 원곡 대신 이 버전을 추천했다.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 속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채 그녀의 얼굴을 보는 남자의 마음이란. 누군가의 잘못이 아닌 사랑이 식어서 관계가 끝나는 상황은 언제나 슬프다. 마냥 탓할 수 없다는 사실이 더욱 상대방을 비참하게 만든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이별 노래를 참 많이도 들었다. 그때 알았다. 이별 노래들은 공감가는 가사들이 많아 더 슬프다는 사실을. 사람 사는게 다 똑같구나. 그이도 나에게 이별을 말하기 전 이 노래 같은 감정을 느꼈을까?

윤건 ‘너도 그냥 날 놓아주면 돼’
‘그만하자’라는 말보다 ‘놓아줘’ 라는 말이 더 비참했다. 내가 뭘 그리 앞길을 막았다고. 남자의 목소리로 이러한 노랫말을 들으니 마치 그가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만큼 노력했으면 됐지 않냐고. 이 곡을 들으며 이별 후 몇 개월 만에 눈물다운 눈물을 흘렸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가 나를 놓아주었듯이 이제는 나도 그를 놓아줄 때가 되었다고. 이별 직후보다 한참 매달리고 시달린 후 들으면 더욱 가슴이 아릿 해지는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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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내 인생의 음악 10곡’ 독자 투고를 기다립니다.

안녕하세요. IZM 편집장 김도헌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협에 더욱 쌀쌀하게 느껴지는 겨울입니다.
건강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시어 부디 몸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020년 새해를 맞아 IZM에서는 1월 초부터 [IZM 필자들이 소개하는 ‘내 인생의 음악 10곡’] 특집을 연재 중입니다. IZM 필자들이 소개하는 음악과 삶의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귀를 기울여주셨습니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IZM을 사랑하는 독자분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합니다.
독자분들의 ‘내 인생의 음악 10곡’을 소개해주세요.
음악을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이라면 참여가 가능합니다.

보내주신 글들은 선정 과정을 거쳐 IZM 페이지에 매주 업로드 됩니다.
선정된 분들께는 소정의 선물을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음악을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1. 양식
– [IZM 필자들이 소개하는 ‘내 인생의 음악 10곡’] 과 동일한 양식으로 보내주세요.
– 곡 선정은 자유입니다. 하지만 한 곡 당 짧은 한 문단의 분량을 지켜주세요.
– 이메일 계정과 휴대전화 번호를 반드시 기입해주시기 바랍니다.

2. 접수 및 마감
– webzineizm@gmail.com 이메일 접수입니다.
– 1차 마감일은 2월 21일 금요일 오후 11시 59분까지입니다.

3. 일정
– 매주 선정되신 두 분의 글이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 2월 21일 금요일 오후 마감 / 2월 23일 일요일 업로드입니다.
– 시간이 넉넉히 있으니, 천천히 선정 후 작성하시어 보내주셔도 됩니다.

4. 업로드 일정
2월 21일 마감 / 2월 23일 업로드
2월 28일 마감 / 3월 1일 업로드
3월 7일 마감 / 3월 9일 업로드
3월 15일 마감 / 3월 17일 업로드

기타 궁금하신 사항은 zener1218@gmail.com 으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김도헌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