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IZM 독자 투고는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webzineizm@gmail.com 으로 보내주신 사연을 검토하여, 매주 두 분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대구에 거주하시는 호수 씨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넥스트(N.EX.T), ‘아가에게’
버릴 곡이, 아니 가릴 곡이 없는 넥스트의 넘버 중 굽혀지지 않는 손가락을 억지로 꼽아가며 남긴 한 곡은 결국 ‘아가에게’가 되었다. 아카펠라 구성을 취하면서 차곡차곡 쌓여가는 가사의 서사와 함께 치닫는 절정과 사그라지는 듯한 결말까지 정석적이라 할 정도로 완벽하다. ‘A.D.D.A’가 있기 전에 ‘아가에게’가 있었다(!)고 한다면 너무 비약일까? 노래방에서 끝까지 부르기엔 눈치가 보이지만(심지어 당시엔 이 노래가 있고 없고에 따라 선호하는 노래방을 나누기도 했었다) 일단 시작하면 끝까지 불러야 하는 곡 중 하나.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Smile’
학창 시절, 친구를 통해 접한 ‘Dangerous’ 앨범에 ‘위험할’ 정도로 푹 빠져 있었고, 얼마 후 ‘History’가 발매되자마자 모아 둔 용돈을 꺼내는데 일말의 주저함이 없었다. ‘You are not alone’이 나의 베스트가 될 뻔했지만, 어릴 적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Modern Times)’를 비디오로 몇 번이고 돌려봤던 때문일까, ‘Smile’의 매력적인 미소(?)와 마이클의 마력 같은 목소리(!)가 저 멀리서 기억과 추억을 끌어 당겨와 나를 꼼짝 못 하게 했다. 지금 다시 들어도 절로 살며시 눈을 감게 되고, 살포시 마음이 젖어 든다. 한참이 지나 피터 팬의 지구에서의 마지막 순간에 그의 형 저메인 잭슨(Jermaine Jackson)이 부르기도 했던, 웃으라 하지만 가만히 너무나 눈물겨운 노래.
베란다 프로젝트 ‘산행’
베란다 프로젝트라 하면 바로 떠오르는 곡은 ‘기필코’, ‘Good bye’, ‘괜찮아’ 등이 있겠지만, 결국 마지막에 내 귀를 붙잡은 건 마지막 트랙인 ‘산행’이었다. 들릴 듯 들리지 않을 듯 두 보컬이 번갈아 부르는 나지막한 노래를 따라 안개가 드문드문한 지리산을 올랐던 옛 추억이 내 마음 나지막한 곳에서 차올랐다. 묵직하고 차분한 두 목소리의 흐름은, 산행할 때 발걸음의 무거운 저 아래부터 정상에 올랐을 때 구름 위를 넘어갈 듯한 벅참까지 모두 이끌어주는 듯하다.
서태지와 아이들 ‘영원’
당시 수많은 이들이 서태지와 아이들의 아이들이 되고 싶고 되고 있던 시기. ‘아이들의 눈으로’ 봤을 때 ‘영원’할 것 같았던 그때 그 시절. 뮤직비디오라는 개념(?)에 막 눈떠가고 있을 때, 듣기만 해도 머릿속에서 자연스레 그림이 펼쳐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깨닫게 된 곡. 내 상상 속 뮤직비디오에 취해서 눈물이 날지도 모른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된 곡. 실제로 내가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게 된다면? 다섯 테이크(Take five) 정도면 충분할까?
신해철 ‘나에게 쓰는 편지’
나이 차는 꽤 나지만 삼촌 말고 언제나 형이라고 부르고 싶은, 철이 형의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결국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가장 오래 남아 있는 하나. ‘니체의 상처 입은 분노’가 무엇인지 처음으로 궁금했던 그 시절, 한 곡의 음악으로 위로받고 용기얻고 자아성찰하기까지 했던, 누구나 내 이야기, 내가 쓰는 편지, 나에게 쓰는 편지라고 생각하며 듣고 불렀을 노래.
양희은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때로는 책으로, 또는 노래로 배우는 것도 있다. 이별 후 혼자인 기간을 짧지 않게 흘려보내면서, 사랑이 무엇인지 수없이 생각했지만, 한없이 답을 내지 못하고 뱅뱅 돌기만 하다가, 어렴풋한 ‘고전’을 어중간한 나이에 우연히 접하고는 왠지 멍해져 몇 번을 되풀이해 들었다. 인생이 쓸쓸하다는 것을 흐릿하게나마 느끼게 된 그때. 당시 내 마음에 대한 ‘암묵적 동의’ 같았던 곡. 인생은, 삶은 결국 모두 사랑이라 그런 걸까…
올 포 원(All-4-One) ‘So much in love’
이 곡을 처음 들었던 건 KBS 빅쇼에서 김종서+서태지와 아이들이 부르는 모습을 통해서였다. 좋아하는 그들의 ‘Free style’한(?) 앙상블 때문이었을까, 얼마 후 원곡을 찾아 듣게 되었고 그 목소리들의 매력에 빠지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후 Boyz II Men부터 Portrait, Az Yet까지 아카펠라 보컬 그룹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많이 내 귀를 적셔왔지만, 나에게 처음은 언제나 ‘So much in love’였다, 맹세한다(I swear)!
유재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유재하를 추모하는 앨범 1987 –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에서 더 클래식, 김광진의 목소리를 통해 처음 이 곡을 접했다. 그만큼 나는 유재하에게 늦었고, 그래서 지금도 늦어버린 만큼을 메우려고 듣고 부르고 또 듣고 있다. ‘이제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 하나’ 싶어도 듣고 싶고 부르고 싶은 마음은 계속해서 더욱더 보태고 싶어진다. 마치 그 마음이 내 마음이듯, 비친 그 모습이 내 모습이듯.
이상은 ‘어기여 디어라’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간식을 먹으며 TV로 Mnet과 KMTV를 보던 고등학생 시절의 어느 밤, 한편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에 순식간에 눈과 귀를 모두 빼앗겨 버렸다. 이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제목과 가수를 두 눈에 똑똑히 박아두었다. 그날 밤 잠드는 내내 너무나도 다시 듣고 싶었다. 주말에 바로 음반점에 달려가 이상은 앨범을 죄다 꺼내 트랙 리스트를 훑었던 추억. 내 평생 그렇게 과감하게 그리고 절실하게 한 곡을 찾아들었던 적이 있었을까? 지금은 언제라도 다시 들을 수 있지만, 그때의 마음도 다시 되돌릴 수 있으면 할 때가 있다.
패닉 ‘강(江)’
첫 타이틀곡을 ‘아무도’ 안 좋아해서(라고 방송에서 본인들이 직접 농담조로 얘기했었다) 그 다음으로 대중 앞에 나온 ‘달팽이’는 ‘왼손잡이’ 복서의 묵직한 레프트훅처럼 사람들의 가슴에 꽂혔고, 길고도 짧은 시간을 ‘기다리다’ 얼마 후 하늘에서 내려온 ‘UFO’처럼 신비롭게 그들은 돌아왔다. 고2 때 생전 처음 가본 콘서트, 2집 발매 전국투어에서 들었던 라이브는 지금도 생생하기만 하다. 앨범을 들으면서도 좋았지만, 그 생생함이 여실히 온몸으로 전해지던, 말 그대로 살아있는 그 목소리, 그 무대. 내 생애 관람한 첫 콘서트, 첫 라이브, 그리고 첫 울림… 첫 기타 타브 악보… 앞으로 이적이라는 가수를 좋아하지 않게 되는 일이 설령 있을지는 몰라도, 싫어하게 되는 일은 영영 없을 것 같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시는 강윤하 씨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패닉 ‘달팽이’
나는 유치원생이었고, 가족의 저녁 식사 자리에는 뉴스가 틀어져 있었다. 패닉이라는 가수가 히트했고, 왼손잡이들이 생활하기 불편한 현실을 조명했다. 그리고 ‘달팽이’라는 노래도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며칠 후, 아버지 차에서 ‘달팽이’를 들었다. 난생 처음 ‘알 수 없는 많은 감정’이 몰려왔다. 무슨 슬픈 일이 있었길래 유치원생이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에서 눈물을 흘렸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바네사 칼튼(Vanessa Carlton) ‘A Thousand Miles’
때로는 전형적인 ‘미국 백인 중산층의 팝’이 참 듣기 좋았다. 나의 등굣길 CDP에는 2003 그래미 노미니즈가 꽂혀있었고, 이 노래가 1번 트랙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돌아보면 그 시절이 이 노래 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살짝 덥던 햇살 밑에서 익어가던 서로의 서툰 마음들이 그립다.
오아시스(Oasis) ‘Acquiesce’
중2병 경증 환자였던 나는 킨과 스타세일러, 더 버브, 콜드플레이 등을 좋아하다가 결국 마르지 않는 오아시스에 잠수해버렸다. 갤러거 형제 간의 주도권 싸움 속에서도 영롱하게 빛나는 ‘진짜 듀엣곡’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이 노래였다. 이들의 행동이나 생각과는 달리, 너무나 아름다운 가사를 붙여놨다는 점에서는 여하 본인들 노래와 비슷했지만, 듀엣으로 라이브를 하는 전율은 이 노래에서만 선사했다. 1995년도 글래스톤베리에서 형에게 1절 후렴을 넘기며 “Come on, brother!”라고 하던 젊은 리암이 그립다.
동물원 ‘새장 속의 친구’
어떨 때 이 노래를 들으면 우리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투쟁하다 피 흘렸던 이들이 생각나고, 또 어떤 때는 친구들이 떠오르고, 또 어떤 때는 이 아티스트들이 얼마나 천재적인지 생각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김광석 다시 부르기’ 버전의 세련된 편곡으로 들어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동물원 시절의 원곡은 여기에 ‘힙함’까지 잔뜩 뿌려놓았다! ‘힙지로’로 각광받는 을지로에 주제곡이 필요하다면, 이 노래가 되어야 하지 않을지.
시이나 링고(椎名林檎) ‘神様、仏様 / God, nor Buddha’
성인이 된 후, 여러 음악 취향 중 ‘사운드가 꽉 찬 음악’이라는 기준이 추가되었다. 시이나 링고는 도쿄지헨 이전과 이후에도 항상 좋아해왔지만, 아마 지금이야말로 그녀의 음악을 가장 사랑하고 있지 않나 싶다. ‘수납의 신’이라는 표현이 떠오를 정도로 꽉꽉 채운 사운드는 1초도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뮤직비디오를 영화 수준으로 찍는다는 점 역시 보너스.
다프트 펑크(Daft Punk) ‘Giorgio by Moroder’
‘내 인생의 노래’라고 칭하기에는 민망한, ‘많은 이의 인생 노래’일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이 노래는 조르지오의 인터뷰 내레이션이 본격 시작되기 직전에, 0.5초 정도 살짝 스쳐 지나가는 ‘소음’에서 이미 끝내버린 것 같다. 그 찰나에 몰입은 끝나고, 그때부터는 서사와 전율의 세계가 이어진다. 비교대상이 없는 보석 같은 노래라고 생각한다.
스쿨 오브 록 O.S.T(School of Rock O.S.T) ‘School of Rock’
이 영화를 처음 본 지 16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이 영화 속에 살고 있는 기분이다. 뮤지컬까지 보고 온 뒤에는 더 그렇다. 미국의 ‘리버럴’ 진영의 가치관으로 점철된 이 영화에 나는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 영화는 음악 영화가 아니라 2000년대 할리우드 영화 중 가장 프로파간다적인 영화가 아닌가 싶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에서, ‘잭 무니햄’의 청량한 기타 톤이 흘러나오면 지금도 매번 전율을 느낀다. “선생의 개가 되고 싶다면 모두 잊어버리는 게 좋아!”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 ‘Try, Try, Try’
옅게 들어와서 진한 감정을 남기다가 휘발해버리는 독특한 매력으로, 내게는 딱히 대체재가 없는 그런 소중한 노래이다. 처음 들었을 나이에는 가사에 공감하지 못하고 분위기 때문에 좋아했는데, 점점 무슨 느낌인지가 더 와 닿는다. 뮤직 비디오에 나오는 노숙자 커플을 연기했던 배우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다큐멘터리 같아서 슬펐던 뮤직 비디오가 그립다.
에프엑스(f(x)) ‘미행(그림자)’
“난 많이 많이 또 좋아하고 있어.” 앨범 < Pink Tape >는 너무나 신선한 충격이었고, 그 중 ‘미행(그림자)’는 더욱 매혹적이었다. ‘시그널’, ‘첫 사랑니’, ‘Airplane’ 등도 당시 높은 아이팟 재생횟수를 기록했지만, ‘미행(그림자)’에 비할 수는 없었다. < MIROTIC >과 < GD&TOP >에 이어 나에겐 3번째로 K-Pop 아이돌에 대한 나쁜 편견이 덜어내어지는 경험이었다.
캘빈 해리스(Calvin Harris) ‘Slide (Feat. Frank Ocean, Migos)’
2007년 1집과 2009년 2집. 그때까지만 듣다가, 잊고 지낸 아티스트였다. 진부해졌다고 생각했고, 일렉트로니카 세계에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자연스레 안 듣게 되었다. 이 노래를 듣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잊고 지냈던 캘빈 형님은 내게 역대급 출근곡을 하사했고, 이 노래는 이윽고 노래방 첫 곡의 자리까지 꿰찼다. 무슨 노래를 들을지 고민될 때, 대충 어느 기분에서든 소화할 수 있는 ‘chill’한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