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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케이 (Sik-K) & pH-1 & 박재범 & 김하온 (HAON) ‘깡 Official Remix'(2020)

평가: 2/5

3년 전 실소를 자아냈던 ‘후배들 바빠지는 중!’의 자기 최면이 정말로 이뤄질 줄 누가 알았으랴. 박재범과 그의 레이블 하이어 뮤직의 식케이, pH-1, 하온은 허황된 에고와 시대착오적인 퍼포먼스로 새 시대 웃음 필수 요소가 된 ‘깡’에 심폐소생술을 시도한다. 행운의 졸작은 인기가 더해지면 비운의 걸작처럼 여겨지지 않던가. 젊은 래퍼들의 활약과 ‘입술 깨물기 금지, 꾸러기 표정 금지, 과거에 머무르지 않기’ 등 일명 ‘시무 20조’만 잘 따르면 꽤 괜찮은 곡이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법하다.

매끈한 박재범의 보컬과 트렌디한 멤버들의 랩이 듣는 것조차 민망했던 원곡의 위화감을 상당수 중화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깡’은 그 정도 노력으로 살릴 수 있는 수준의 곡이 아니다. ‘한국 다람쥐’ 혹은 ‘헌드레드 달러 빌’을 연호하는 인트로 음성, 개연성 없는 보컬 파트로의 전환 모두 삭제하고 트랩 비트 하나만 살려 랩 트랙으로 만들어도 호평하기 어려웠을 곡인데, 구조는 그대로 두고 목소리만 달리 한 셈이라 호박에 줄을 긋는 정도밖에 안된다. 곡의 새 주인은 하이어 뮤직인데 불현듯 갑자기 비의 랩과 목소리를 들을 것만 같다. 

한 줄 한 줄 모두 해부되어 조롱당하는 노랫말을 애써 가져와 파편적으로 활용하는 것 역시 이 리믹스가 유행에 편승하려는 흥미 위주의 결과물임을 말해준다. 한 번 피식하고 지나갈 정도라면 나쁘지 않으나 곡은 음원 차트 순위권에 오르며 ‘화려한 조명’에 감싸지고 있다. 후배들은 굳이 이런 곡에 바빠질 필요가 없다. 웃음의 목적이 아니라면 이제 ‘깡’은 그만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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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깡'(2017)

평가: 1.5/5

현재의 난제를 돌파할 때 가장 필요한 일은 아무래도 현실을 직시하는 일이다. ‘왕의 귀환 후배들 바빠지는 중!’이라는 가사는 아무래도 2007년쯤의 이야기로 들린다. “과거를 자랑하지 말아라. 자랑할 것이 과거밖에 없을때는 당신은 처량해진다.” 는 세익스피어의 말처럼 ‘왕년에 나’를 내세운 가사들은 공허하다 못해 심란하게 제자리를 맴돈다. 탄탄하다 못해 딱딱하게 느껴지는 비트에 너무나 대조되는 빈약한 래핑 또한 이 노래가 ‘깡이 아닌 꽝’인 스웩송이라는 걸 여실히 드러낸다.

그의 팬들은 이제 파워풀한 댄스와 몸매, 근거 없는 자신감을 좋아하기에는 철이 들어버렸다. 더구나 새로운 세대에겐 세월이라는 장벽도 만만치 않다. EP를 듣다보면 잔뜩 힘을 준 타이틀 보다는 ‘입에 달아’나 ‘선샤인’이 더욱 매력적인데, 돌이켜보면 비가 데뷔 초 주목을 받은 것도 ‘나쁜 남자’보다는 ‘안녕이란 말대신’같은 귀여운 러브송이었다. 그의 인기가 폭발한 지점도 ‘풀하우스’의 눈웃음이 사랑스러운 영재 캐릭터가 아니었나. 비를 비답게 세우기 위해서는 이제 2017년이라는 ‘시간’과 자신이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이미지’를 다시 찾아야 한다. (20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