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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라이브로 기록하다, < 아카이브 K-ON : 우리, 지금 그 노래 >

한국 대중음악의 거대한 물줄기와 같은 ‘동아기획’, 청춘의 소리를 대표하는 대학로 ‘학전 소극장’. 두 음악 공간을 거쳐온 뮤지션 8팀(김현철, 장필순, 조규찬, 박학기, 함춘호, 동물원, 여행스케치, 유리상자)이 < 아카이브 K-ON > 콘서트에 모여 8090년대의 역사를 불렀다. 10월 22-23일, 한남동 블루스퀘어는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그 추억을 함께한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K팝의 산실 앞에서 어머니들은 응원봉을 흔드는 소녀가 되었고 아버님들은 함께 아티스트의 히트곡을 곱씹으셨다. 20대 필자에겐 굉장히 낯설지만, 익숙한 내음이 나는 이틀이었다.

블루스퀘어에 발을 디딘 순간, 꽤 높은 연령의 관객층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2-30대가 드물게 보여 뮤지션 활동 시기 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자마자 인터넷 서비스 ‘아프리카TV’에서 동시 송출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사용하는 플랫폼 도입을 통해 연령의 균형을 맞추면서 코로나를 걱정하는 이들을 위한 적절한 온택트(On-tact) 방안이었다.

포문을 연 첫 타자는 조규찬이었다. 그는 음악과 이야기에 담긴 온기를 강조하며 알앤비로 따스함을 전달했다. ‘Baby baby’,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의 주인공 ‘무지개’와 브라이언 맥나이트가 작곡한 ‘Thank you (for saving my life)’ 그리고 ‘백구’까지. 현란한 애드리브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상케 했다. 박학기는 보사노바 풍의 ‘향기로운 추억’으로 자연스레 순서를 이어갔다. 공기를 확 바꾼 ‘비타민’은 5살의 귀여운 꼬마와 함께 노래를 불러 내내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으며 ‘아직 내 가슴속엔 니가 살아’와 김현철과의 듀엣곡 ‘계절은 이렇게 내리네’는 박학기 특유의 깨끗하고 맑은 목소리가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김현철의 노래는 30년의 시간을 지녔다. 1집의 ‘동네’, ‘오랜만에’는 중년층의 공감을 자아냈다면 시티 팝의 ‘City breeze & Love song’과 ‘Drive’로 현 세대의 무드를 아우르기도 했다. 화려한 발재간의 ‘왜 그래’에서는 어머님들이 응원봉을 더 세차게 흔드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아티스트와 달리 선곡을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의 자부심이 여실히 드러났다. 대미를 장식한 동물원 역시 전 세대가 알 법한 명곡들을 선보였다. 정통 포크의 ‘혜화동’과 짧게 들려준 ‘거리에서’와 ‘말하지 못한 내 사랑’. 그리고 ‘변해가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로 한껏 목가적인 느낌을 발산했고 모든 출연진은 함께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로 무대를 갈무리했다.

단독 콘서트로도 모자란 가요계의 거물들을 한데 모아 팀당 4-5개 트랙을 노래한다 했을 때는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다. 오히려 이는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는 적당한 러닝 타임이며 적은 선곡 중 과연 어떤 트랙을 고를지 유추하는 재미도 있었다. 1일차는 라이브 콘서트의 정석이었다.

2일차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캄캄한 가운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처음 등장한 건 포크 밴드 시인과 촌장의 위대한 기타리스트 함춘호였다. 출연자 중 가장 선배인 그가 의자에 걸터 앉아 전한 첫 곡은 ‘가시나무’. 가창은 없었지만 기타 연주 하나만으로 포크 팬들의 마음을 단숨에 휘어잡았다. 여기에 1일차와 달리 바로 장필순이 가세하며 그의 대표곡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를 불렀다. 가을에 어울리는 허스키 보이스가 쌀쌀해진 날씨를 포근하게 감쌌고 ‘제비꽃’, ‘어느새’, 그리고 ‘그대로 있어주면 돼’까지 엄청난 몰입감으로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최고라 칭송받는 선배 가수들을 초반부로 배치해 진중한 분위기로 압도하는 공연 구성은 난생처음이었다. 함춘호의 연주 위를 흐른 건 장필순 만이 아니었다. 전날 공연을 펼쳤던 박학기가 객원으로 합류해 아름다운 하모니의 ‘풍경’을 그려내는가 하면 발라드 듀오 유리상자와 함께 시적인 노랫말로 ‘사랑일기’를 써 내려가기도 했다. 특히 유리상자의 박승화는 박학기가 입었던 니트를 입고 등장해 이들의 돈독한 관계를 엿볼 수 있었다. 유리상자 역시 ‘신부에게’, ‘사랑해도 될까요’를 넘어 1997년 데뷔곡 ‘순애보’를 열창하며 학전 소극장 시절을 추억했다.

마지막 순서는 화려함보단 아마추어리즘을 표방했던 포크록 밴드 여행스케치였다. 첫 곡 ‘별이 진다네’는 귀뚜라미 소리가 울려 퍼지는 시골 풍경을 담아내며 팀 이름에 걸맞은 스케치 능력을 뽐냈다. 최근 방송을 통해 재회한 이선아, 윤사라, 성윤용도 팀을 이끌어 온 루카(조병석)와 남준봉과 함께 관객 앞에서 입을 맞췄다. 메들리와 더불어 ‘운명’, ‘옛 친구에게’, 그리고 ‘산다는 건 다 그런게 아니겠니’로 돌아본 이들의 과거는 많은 이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앙코르 무대에 오른 모든 출연진은 ‘내일이 찾아오면’을 합창했고 팬데믹 이후의 희망찬 미래를 기대하며 대화합의 장을 마무리했다.

길거리를 전전하던 가수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정해진 객석은 물론 예비 좌석까지 끌어모아야 했던 그 시절. 당대의 소극장 공연 문화는 필자를 포함한 현대의 젊은 세대가 온전히 공감하기 힘든 ‘역사’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그들 스스로 형성한 연대가 소중한 음악 유산들을 30~40년이 넘는 지금까지 전하고 있고 그 가치를 몸소 증명하고 있다. 어색함보단 반가움과 포옹만이 감돌았던 < 아카이브 K-ON >이 소통이 부재한 시대에 작은 공감의 불씨를 지핀 만큼 우리의 K팝 아카이빙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글: 임선희, 정다열
사진: 일일공일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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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아카이브 케이온(Archive K-ON) : 우리, 지금 그 노래

시티팝, 포크 송 등 과거 한국 대중가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과거 라디오와 대학로 소극장을 중심에 섰던 동아기획과 학전 소극장의 실력파 뮤지션들이 ‘아카이브 케이온’을 통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다. ‘아카이브 케이온(Archive K-ON) : 우리, 지금 그 노래’ 콘서트가 그것. 김현철, 장필순, 함춘호, 동물원, 박학기, 조규찬, 유리상자, 여행스케치가 출연하는 ‘아카이브 케이온’ 콘서트는 10월 22일과 23일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개최된다.

‘아카이브 케이온(Archive K-ON) : 우리, 지금 그 노래’는 올해 초 SBS에서 성황리에 방영된 프로그램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를 제작한 음악컨텐츠 기업 11018(일일공일팔, 대표 최정윤)이 기획한 공연이다. 총 10회에 거쳐 대중음악 역사를 기록한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는 온라인 상 화제와 함께 ‘제48회 한국방송대상’ 음악구성TV 부문을 수상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11018 측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실제로 가장 보고 싶었던 뮤지션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며 “방송에서 느낄 수 없었던 라이브와 이야기의 감동을 전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 밝혔다.

출연진의 면면이 화려하다. 시인과 촌장의 멤버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포크 가수 함춘호, 동아기획의 뮤즈이자 현재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장필순, 천재 싱어송라이터이자 시티팝 리바이벌을 이끄는 아티스트 김현철, 아름다운 노래로 사랑받은 박학기와 싱어송라이터 조규찬, 순수 음악으로 사랑받은 포크 밴드 동물원과 여행스케치, 유리상자가 그들이다.

공연의 부제인 ‘우리, 지금 그 노래’ 답게 , 출연진은 자신의 곡은 물론 동아기획과 학전 소극장, 한국 대중음악을 수놓은 거장들의 노래를 새롭게 해석한다. 조규찬이 부르는 김민기, 함춘호가 연주하는 시인과 촌장, 김현철이 부르는 어떤날 등 한국 음악 거장들의 노래를 또 다른 거장들의 해석과 목소리로 듣는 귀한 무대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 사전 제작 미팅에 참가한 아티스트들은 그 노래를 왜 좋아하게 됐는지, 어떻게 부르고 싶은지 음악에 대한 즐겁고도 진지한 시간을 보내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1980년대, 90년대 한국 대중음악 르네상스의 주역들이 함께 하는 ‘아카이브 케이온’ 공연은 방역 당국과의 협조를 거쳐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엄격히 준수한 상태로 개최된다. 티켓은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 가능하다. 입장권 가격은 13만 2천 원.

< 인터파크 예매 링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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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김현철 ‘City Breeze & Love Song’ (2021)

평가: 3.5/5

최근 몇 년 사이 과거 탐색을 새로운 ‘힙’으로 간주하기 시작한 신세대 리스너들은 ‘시티팝’이라 불리는 음악을 주목했다. 낱말 자체를 처음 듣는다던 2019년 김현철의 진술처럼 기성 뮤지션에게는 이름부터가 생경한 속칭이었다. 이 낯설고도 어색한 관심을 그러나 홀대하지 않은 그는 시류의 역행을 반가운 악수로 맞이했다. 자신의 음악이 젊은 세대에게 현재 진행형으로 통한다는 사실을 목격한 아티스트는 이를 새로운 활동의 원동력으로 삼았고 그 결과는 13년 만의 공백 타파, 전작 < 돛 >이었다.

2년 만에 돌아온 신작 < City Breeze & Love Song >은 그의 음악 세계를 더욱 분명하게 전달하는 작품이다. 장대한 스케일에 젊은 뮤지션을 다수 결집한 전작과 달리 자신만이 마이크 앞에 섰다는 점, 정적인 발라드의 비중을 줄이고 정갈한 시티팝 무드를 구체화했다는 점이 차이다. 넘실대는 관악기와 감질나게 커팅된 기타, 동동거리는 퍼커션이 자연스레 1집 ‘오랜만에’의 연장선에 선다. 이즘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가벼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완연함을 지향하는 이러한 외관은 거대한 의미 대신 근심 가득한 현대인에게 한여름의 달콤한 휴식을 선물하고자 한다.

도시의 소음을 채집해 배경을 스케치한 ‘City breeze & love song’에서부터 그러한 의도가 표명된다. 전자 피아노와 브라스가 그린 도회적인 무드에 낭만성이 가득한 노래는 후렴구 잘 들리는 멜로디로 대중적으로도 가장 호응이 좋을 타이틀이다. 두 번째 머릿곡 ‘So nice!!’는 세션의 기술적 터치가 보다 부각된 곡으로, ‘오랜만에’를 소환하는 조삼희의 기타 솔로와 장효석, 박준규, 최재문으로 이루어진 금관악기 합연의 손맛이 찰지다.

앨범의 이러한 쉽고 간편한 성질은 단순하면서도 그 깊이가 얕지 않은 가사에서 더욱 짙은 흥취로 피어난다. 작사가 심현보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막 시작한 사랑의 설렘이나 동창을 향한 회상, 아침 풍경 등의 접근성 좋은 소재가 김현철의 여름을 편성한다. 테크니컬한 도입부 변박의 ‘평범함의 위대함’이 평범한 일상 속의 만족감이라는 근사한 메시지로 너른 공감대를 구축하고 나면 차분한 멜로디를 수놓는 ‘어김없는 이 아침처럼’에서는 정직하지만 직관적인 언사가 러브 송의 모범을 장식한다.

거장 뮤지션에게 요구될법한 위엄, 위용을 의식하지 않고 건네는 이 산뜻한 손길이 반갑다.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태도, 파릇한 여름 함께하기 좋은 즐거움과 격조로 무장한 모처럼 귀가 쫑긋 뜨이는 앨범이다.

– 수록곡 –
1. City breeze & Love song 
2. So nice!! 
3. 눈물이 왈칵
4. 평범함의 위대함 
5. 어김없는 이 아침처럼
6. Take off
7. 동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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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김현철 인터뷰

13년이라는 음악 활동 공백기를 깨고 2019년 정규 10집 < 돛 >으로 돌아왔을 때 김현철을 소환한 건 시티팝 붐이었다. 갑자기 시티팝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젊은 세대는 퓨전 재즈를 기반으로 도시의 감성이 부르는 1980년대 김현철의 고감도 음악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그는 ‘한국의 시티팝 대부’라는 거창한 수식을 떠안으면서 뉴트로를 넘어 ‘오래된 미래’임을 증명했다.  

세련된 편곡과 부드러운 음색으로 본인만의 색깔을 확립해 온 그는 막 내놓은 신보 < City Breeze & Love Song >에서도 도시, 바람, 햇살을 포함한 긍정적인 가사로 도시 속 바쁜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활력을 선사한다. 이즘은 2015년 진행했던 인터뷰 이후 6년 만에 김현철을 다시 만났다. 그는 무엇보다 이번 앨범을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주기를 주문했다.

2017년 시티팝 붐이 일면서 13년 만에 정규 10집 < 돛 >을 발매하셨는데, 이후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팬들은 빠른 복귀를 기다렸을 텐데 왜 이리 신보가 오래 걸린 건가요? 코로나의 영향도 있었나요?
우리 나이대의 가수들은 앨범이 올해 나왔으면 몇 년 후 꼭 내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 않아서 13년간 작업을 쉬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은 자신을 피곤하게 만든다. 코로나의 영향은 없었다. 정규 음반은 2년이 걸린 게 맞지만 그동안에 폴킴과 작업을 했고 < Brush >라는 EP를 발매했었다.

폴킴, 쏠, 죠지 등 젊은 인디 뮤지션과 협업하셨는데 이유가 있나요?
그들과는 모두 내 음악을 함께 작업했었다. 선배님들과 < Brush >앨범을 함께 하면서 느꼈는데 만약 후배들이 본인의 앨범을 작업하자고 요청한다면 나는 흔쾌히 참여할 것이다. 내가 선배님들께 받은 것들을 다시 돌려드리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그걸 후배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중간에 진행했던 < Brush > EP나, 폴킴과 함께 한 ‘선’ 등의 작업은 어땠나요?
재밌게 작업을 했다. 폴킴과의 작업뿐만 아니라 ‘오랜만에’라는 노래가 맥심커피 광고 음악에 깔리게 돼서 광고 버전의 음악을 따로 녹음하기도 했다. 특히 선배님들을 모시고 < Brush >음반을 재작할 때 매우 재밌었다. 주현미, 최백호, 정미조 선생님 나름대로 다들 너무 잘해 주셨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만약 후배가 나에게 함께 작업하자고 한다면 언제든 같이할 의향이 있다.  

과거 2015년 이즘과의 인터뷰에서 “정규 1집부터 10집까지 한 각론으로 묶어서 빨리 보관해두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사실 곡은 이미 넘치고, 콘셉트 걱정도 제가 해왔던 대로 하면 되니 큰 고민은 없어요.”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 쌓아둔 곡을 원하는 콘셉트로 해서 < 돛 >을 낸 건가요?
두 장짜리로 낼 생각은 없었는데 하다 보니까 22곡이 되었다. 그래서 이걸 나눠서 낼까 하다가 ‘내가 적극적으로 음악 할 시기가 기껏해야 20년인데 많이 소구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오늘 생각나는 노래를 내일 풀지 않으면 죽을 때 아깝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LP를 생각하고 제작했다. 제일 음질이 높기로는 20분에서 22분인데 LP는 한정돼 있어서 두 장으로 냈다. 요즘 앨범을 내 인생에 있어 기록 점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음악을 아끼지 않고 앨범으로 인생의 기록 점을 찍어 가고 있다.

이유 없이 음악이 싫어져서 음악을 쉬었다고 들었는데 다시 음악을 시작하겠다는 계기가 된 건 무엇인가요?
쉬는 동안에도 방송하고 디제이, 교수 일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죠지라는 가수가 리메이크하고 싶다고 허가서를 요청했고 당연히 허락을 해줬다. 리메이크한 노래를 받아 들었는데 좋았고 발매 후 인기도 있었다. 그 후 죠지가 나에게 무대 게스트를 부탁했고 그때 우리는 처음 만났다. 공연당일 타이거 디스코라는 디제이가 디제잉을 하러 왔는데 그날을 계기로 친해져 본인이 일하는 1969라는 클럽에서 공연을 함께하자고 요청했다. 클럽에 갔는데 100명이 넘는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어서 신기했다. 요즘 미디움 템포의 음악이 뜬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이를 계기로 자신감이 붙었고 ‘음악을 다시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악기도 사고 음악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앨범 제목 중 City Breeze는 시티팝을 전제하고 붙인 것 같은데 제목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원래 내가 가지고 있는 감성이 그 감성이다. ‘오랜만에’라는 곡도 그 감성을 가지고 있었다. 30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나는 도시와 바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수록곡 전곡을 시티팝으로 한 이유는 뭐죠?
이 질문을 굉장히 많이 들었는데 (웃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요즘 리스너들이 즐겨 듣는 시티팝과 딱 맞아떨어졌다. 이번 앨범 제목이 < City Breeze & Love Song >이라서 사람들이 시티팝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아티스트는 내고 싶은 음악을 내는 거지 이 음악을 냈을 때 어떤 반응일지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 이번 음반을 듣고 어떤 기자분이 “김현철씨 1집의 첫 번째 노래인 ‘오랜만에’가 이런 기분을 담고 있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오랜만에’의 가사 중 ‘나의 머리결을 스쳐 가는 바람이 좋은걸’, ‘밤은 벌써 이 도시에’처럼 도시와 바람이 가사에 있다. 30년 전 처음 낸 앨범에 있는 그 감성이 자연스럽게 올 뿐, 요즘 시티팝이 인기 있어서 하는 것은 아니다. ‘오랜만에’란 곡이 영어로 이야기하면 ‘City breeze & love song’인 격. 그 안에 사랑 이야기, 바람, 도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앨범의 현실적 가치가 떨어진 시점에서 앨범을 낸다는 게 조금 맥빠지지 않았나요?
안타깝긴 하지만 세상이 달라지는 건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LP로 내는 것보다 싱글로 내면 훨씬 음질이 좋다. 왜냐하면 적은 양의 정보를 빠르게 내니까 음질이 좋아진다. 그래서 싱글을 낸다.

앨범의 어떤 것에 역점을 두었나요?
그냥 여름에 듣기 좋은 노래. 내가 써 둔 곡이 발라드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정말 여름에 듣기 좋은 노래로 선택했다. 그리고 ‘사랑한다’라는 가사 대신 ‘맘에 든다’, ‘좋아한다’는 가사를 썼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심각하지 않게 들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음악을 하는 기분이 난다. 이번 앨범을 가벼운 마음으로 들었으면 좋겠다. 음악이 가볍다는 게 아니라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음악.

‘So nice!!’는 어떤 심정으로 만들었나요?
뭐가 제일 So nice 한지 생각해 보다가 남녀가 만나는 첫 단계에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세상이 So nice 하게 보인다는 게 떠올랐다. ‘요즘 어때 괜찮아?’, ‘마음에 드는 사람 있어?’등의 전반적으로 연애 장려 가사다. 그리고 아침에 출근하면서 16비트를 들으면 버겁기 때문에 아침에 대한 내용의 노래를 만들기 위해 8비트로 만들었다.

수록곡 ‘평범함의 위대함’의 가사는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나요?
사람들이 서로 자신이 튀고 싶어 하고 튀어야 한다고 교육을 받아오지만 나는 살아오면서 평범한 게 제일 어렵고 제일 좋다고 느꼈다. 평범하다는 것은 사람이 동글동글하다는 것이고 내가 말하는 튄다는 것은 잘하는 부분이 올라오는 것. 하지만 사람은 모두 같은 함량을 타고났다고 믿는다. 따라서 여기가 튀는 면이면 다른 반대편은 들어가기 마련이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평범하기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앨범 제작 중 어려웠던 부분은?
앨범 제작을 순조롭게 진행하긴 했지만 쉬워 보이는 마지막 곡 ‘동창’이 가장 어려웠다. 마지막 부분에서 코러스를 넣어야 했는데 전문 코러스를 써서 낼 것인가 동창들을 불러서 할까 고민했는데 후자는 10집에서 해봤으니까 의미가 없을 듯해서 이번에는 상민이, 태윤이형 등 밴드 멤버분들과 함께 했다. 다들 노래를 잘했다. 그때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나머지는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심현보를 작사 파트너로 한 이유는?
제목은 내가 정했고 가사는 현보와 같이 썼다. 현보가 워낙 가사를 잘 쓰니까 내가 빈칸을 제시하면 그 안을 현보가 채워주었다. 내가 쓸 수 있는 가사를 나열해 두면 가사에 대한 데이터가 많은 현보가 낱말 빈칸을 채우듯이 가사 작업을 진행했다.

세션 분들만 봐도 대단함이 느껴지네요. 녹음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혹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녹음은 저번 10집 앨범과 비슷하게 진행했다. 옛날에는 녹음실에서 녹음하고 그 내용에 대해 믹싱을 하고 논의했는데 10집부터는 내가 집에서 다 만들어서 그 데모를 밴드 세션에 보내주면 그들은 똑같이 따온다. 데모를 들어보면 얼마나 똑같이 연주해오는지 알 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연주한다. 그렇다면 연주자들이 해야 할 게 뭐냐면 손맛이 확실히 달라서 베이스, 기타, 드럼 자체의 질감을 살려낸다.

11집을 준비하면서 들었던 AOR 노래는?
AOR은 옛날부터 꾸준히 좋아해 왔다. 크레이그 런키(Craig Ruhnke), 짐 슈미트(Jim Schmidt), 브루스 히바드(Bruce Hibbard) 등의 노래를 들었다.

공연계획이 따로 있나요?
공연이 쉽지는 않다. 내년쯤 되면 공연장이 풀리지 않을까. 공연 관련 얘기는 계속하는 중이다. 그리고 9월 말이나 10월 초에 시티팝 페스티벌을 기획해 보고 싶다.

빌보드와 BTS 현상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 세대 때만 해도 외국 뮤지션을 동경했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우리나라 가수가 전 세계적으로 추앙을 받고 영화 부문에서는 아카데미상을 받는 것들을 보면 우리나라 문화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절대 꿀리지 않는다. 예전에는 우리가 외국의 음악 요소를 따라 했었다면 이제는 외국인들이 거꾸로 우리나라 소리를 따라 한다. 즉, 우리나라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게 되었다. 옛날에는 외국 가수들 데리고 작업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안 그래도 된다. 우리나라 얘들이 더 잘 치고 더 잘한다.

신보에 담은 작가의 의도는?
노래는 발표하기 전까지는 내 것이지만 발표한 후는 듣는 사람의 것이다. 듣는 사람이 어떻게 듣던 그건 본인의 마음이다. 작가의 의도야 있기는 하지만 그 곡을 잡고 있을 때까지 인 거고 물 위에 띄워 놓고 나서는 물이 가는 데로 따른다.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되기를 바라는지..
그건 여러분이 정하는 거다. 그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혼자 생각하는 나에 대한 정의는 필요하지 않다. 나의 모든 행동은 내가 하는 것이지만 행동을 평가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다. 예를 들어 내가 베스트드라이브가 되고 싶은 건 둘째 문제고 남이 인정을 해 주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내 모습을 보고 ‘어떤 아티스트다’라고 생각하는 것 그게 정답이다.

인터뷰: 임진모 임동엽 이홍현 김성욱 김도연
사진: 김성욱(사진 1, 2, 3), FE 엔터테인먼트 제공(메인, 사진 4)
정리: 김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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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선(線)’ (Feat. 폴킴) (2020)

평가: 3/5

반가운 콜라보다. 대중음악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천재뮤지션 김현철은 ‘한국 시티팝의 왕’으로 마니아들 사이에서 강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현재이기도 하다. 거기에다 포근한 목소리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폴킴과의 조합은 의외지만, 이런 신구 조화는 반가운 시너지를 남기기 마련이다. 더욱이 곡은 김현철이 노랫말은 폴킴이 참여하며 30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을 아티스트 대 아티스트로 좁히고 있다. 아날로그와 레트로가 현시대의 감성으로 퍼지고 있는 지금 이런 멋진 만남은 음악 팬들에게 기대감을 증폭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