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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뉴트로 특집 VOL.2 : 12곡으로 살펴본 뉴트로

복고가 뭐길래. 이리도 오랜 시간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특히 ‘젊은 세대’에게도 사랑받는 것인가. 한 번쯤은 떠올렸을 궁금증이다. 이에 이즘이 ‘뉴트로 특집’을 준비했다. 뉴트로의 정의와 연혁을 다룬 박수진 필자의 글에 이어, 두 번째 특집으로 IZM 필자들이 모여 뉴트로 흐름에 박차를 가한 12개의 곡을 모았다. 복고 열풍을 한 눈에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이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되기를 바란다.

브루노 마스 ‘Treasure’
어스 윈드 & 파이어가 부른 ‘Let’s groove’의 뮤직비디오, 두터운 리듬을 강조한 프린스의 초기 음악 스타일, 마이클 잭슨의 안무. 이 세 가지는 브루노 마스의 ‘Treasure’를 가장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문구다. 1970, 80년대에 음악을 많이 들은 사람한테 이 펑크(Funk)넘버는 과거를 답습한 결과물이지만 2010년대의 젊은 세대에게 이 곡은 최첨단 유행이자 세련된 보석이다. 이후 브루노 마스는 ’24k magic’, ‘Finesse’, 마크 론슨과 함께 한 ‘Uptown funk’로 복고 열풍을 주도했고 2021년에는 더 거슬러 올라가 1970년대 초반의 소울 발라드를 끌어들인 ‘Leave the door open’으로 음악적 영역을 넓혔다. ‘Treasure’는 뉴트로가 아니라 레트로다. (소승근)

샤이니 ‘1 of 1’
뮤직비디오의 흰색 배경과 원색의 파워숄더 수트가 MTV 시대를 재현한다. 그 위에 둔탁한 808 드럼 비트가 떨어지는 순간 1990년대 초반으로 범위를 좁힌다. 직접적인 오마주는 아니지만 뉴 잭 스윙을 대표하는 보이밴드 뉴 에디션, 블랙 스트리트의 흔적도 곳곳에 흩뿌려져 있다. 파편화된 과거를 전유하는 모습은 뉴트로 그 자체다. 그러나 ‘1 of 1’은 시대적 현상이 일어나기 전인 2016년에 발매된 곡으로 소속사의 향수를 반영한다. 1990년대 듀스, 현진영 등 우리나라까지 흘러온 뉴 잭 스윙에 SM은 에스이에스의 ‘(Cause) I’m your girl’로 응답했다. 2010년대 이후에는 권위자 테디 라일리와 작업하며 그의 음악과 시대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있다. 북유럽의 최신 EDM 사운드를 이식하던 샤이니가 과거로 회귀한 건 뜬금없는 일이 아니었다. 기획사의 노스텔지어와 그룹의 아방가르드가 만나 조금 이른 뉴트로를 낳았을 뿐. (정수민)

백예린 ‘Square (2017)’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부상한 미발매곡이 뉴트로 트렌드를 점령했다. 일본 버블경제 시기 등장한 쿠보타 토시노부의 ‘La la la love song’ 커버에 더해 비공식적으로 페스티벌에서만 선보였던 ‘Square (2017)’ 라이브 영상은 ‘초록 원피스 신드롬’을 일으키며 백예린의 이미지를 굳혀 왔다. 1980년대 모던 록 사운드 위 새겨진 청아한 음색은 유튜브 알고리즘을 가득 채우며 ‘나만 알고 싶은 가수’를 찾아 헤매던 이들을 결집했고, 기대에 부응하듯 정식 발매 이후 차트를 휩쓸었다. 바이닐 열풍을 탄 첫 정규 음반 역시 2020년 국내 LP 판매 순위 1위에 오르며 신복고 선두주자로서 그의 정체성을 공고하게 다져나간다. 빈티지한 세련미를 찾는 시대, ‘Square (2017)’는 신세대의 취향에 발을 맞춘 백예린의 ‘힙’한 화답이다. (손민현)

정글 ‘Casio’
정글은 1970, 80년대 미드템포 펑크(Funk)/디스코를 동경한다. 이들의 문법을 집대성한 ‘Casio’ 역시 디스코에 기반을 둔 팝 펑크 곡이다. 향수를 부르는 아스라한 신시사이저, 팔세토 창법으로 연결된 담백한 하모니가 기분 좋은 여유를 발산하고 뒤이어 댄스 본능을 자극한다. 고급 와인처럼 오랜 숙성을 거친 듯 세련된 그루브가 웨스트 코스트의 광활한 해변을 배경 삼은 올드 스쿨 LA 밴드처럼 느껴지지만 팀의 주축 조쉬 로이드 왓슨과 톰 맥팔랜드는 밀레니얼 세대의 영국 청년들이다. 당시 20대였던 이 런던 듀오는 선배들의 찬란한 유산을 황금색 페인트로 칠해 윤기 나는 신복고 음악으로 재가공했다. 레트로에서 뉴트로, 정글이 장착한 신구 융합의 엔진이 세월의 격차를 성공적으로 좁혔다. (김성욱)

박문치 ‘널 좋아하고 있어 (With 기린 & Dala & 준구)’
펑크(Funk), 디스코가 과거 불러오기 바람의 중심에 서있지만 음악의 추억 상자에는 아직 장르가 남아 있다. 힙합과 알앤비가 뭉친 뉴 잭 스윙이 그 예로 1980년대 후반 테디 라일리가 불을 붙이며 전 세계 뿐 아니라 국내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2018년 브루노 마스의 ‘Finesse’ 리믹스가 반짝 떴던 미국 시장에 반해 우리나라는 2010년 즈음부터 태동을 보였다. 복각 듀오 유브이의 ‘집행유애’를 시작으로 에잇볼타운의 수장 기린이 다시 뿌리내리면서 주류 현상은 아니었지만 이는 재유행의 채비를 마련했고, 마침내 1996년생의 ‘뉴 질 스윙(여성 뮤지션)’ 스타 박문치를 낳았다. ‘라떼(‘나 때는 말이야’를 풍자한 표현)’는 거부하면서 ‘그때’의 음악에는 열광하는 사람들은 옛 것이지만 촌스럽지 않고, 요즘 것이지만 뻔하지 않은 음악을 환영했다. 1990년대의 음악을 듣던 이들에게는 향수를, 1990년대 생들에게는 새로움을 안겨주는 한국형 신복고의 대표곡. (임동엽)

김현철 ‘Drive (Feat. 죠지)’
뉴트로의 바람이 원조 시티팝 장인이 펼친 ‘돛’에 추진력을 가했다. 2006년 발매한 9집 < Talk About Love > 이후 13년이라는 긴 공백기를 깨고 자신의 시간이 돌아오리라고 예견한 듯이 정규작 < 김현철 10집 “돛” >으로 복귀를 알렸다. 베테랑 음악가와 젊은 뉴페이스들의 참여로 노련함과 생기가 공존하는 앨범 속에서 ‘Drive’는 주축 역할을 맡는다. 아티스트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청량한 퓨전재즈 스타일에 2017년 싱글 ‘Boat’로 이름을 알린 죠지가 깔끔한 보컬로 힘을 더한다. 198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을 편집한 뮤직비디오 형식의 2차 창작물과 SNS피드를 채우는 김현철의 이름이 세대를 막론하고 그의 음악을 향유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기존 대표곡에서 세련미를 더한 것이 30년 관록의 가수를 다시 한번 트렌드 최전선으로 이끌었다. 1989년 공개한 데뷔작 < 춘천 가는 기차(1집) >에 담은 한국 시티팝의 원류 ‘오랜만에’와 ‘연애’, ‘왜그래’ 등에서 느낄 수 있는 향기가 시대을 넘어 현세대를 물들인다. (백종권)

위켄드 ‘Blinding lights’
팝 현장에 부는 레트로 열풍을 대표한다. 의도적으로 아쉬움을 남겨 거듭 재생을 유도하는 영특한 편곡과 선율감을 살린 민첩한 보컬,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 듯한 사운드를 앞세워 90주간의 빌보드 핫 100 차트인이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모티브 전개에서 아하의 히트곡 ‘Take on me’가 강하게 스치며 비트에선 1980년대의 많은 아티스트가 애용했던 드럼 머신 롤랜드 TR-808이 떠오른다. 트렌드의 달인 프로듀서 맥스 마틴은 암울한 미래상을 그렸던 과거와 무력한 현재의 공통점을 포착했다. ‘Blinding lights’는 그때의 우울한 감성으로 지금의 공허한 마음을 겨냥한 레트로의 전형이다. (김호현)

두아 리파 ‘Levitating’
비록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말이라지만 ‘뉴트로’를 상징하는 작품으로는 < Future Nostalgia >만큼 제격인 것이 없다. 앨범의 다섯 번째 싱글로 낙점된 ‘Levitating’은 제목이 전달하는 ‘미래’와 ‘향수’라는 콘셉트를 대표하는 트랙이다. 롤랜드 VP-330 신시사이저 샘플로 1980년대 디스코 리듬을 생생하게 재현했고, 귀에 착 감기는 후렴으로 틱톡 플랫폼을 애용하는 신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젊은 층에게 인기몰이 중인 19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 풍의 뮤직비디오를 추가로 공개하여 시각적인 요소까지 놓치지 않았다. 첫 싱글 ‘Don’t start now’가 대 복고 시대의 기폭제가 된 이후 수많은 아류작이 나왔지만, 두아 리파는 ‘Levitating’으로 그 흐름을 스스로 이어받으며 2021년 빌보드 연간 차트의 정상에 올랐다. 근 2년간은 부정할 수 없이 그의 시대였다. (한성현)

유키카 ‘서울여자’
‘남행열차’, ‘애모’ 등으로 잘 알려진 김수희가 1990년에 발표한 ‘서울여자’ 속 화자는 이별로 생긴 상처 때문에 서울이 미워졌다고 말했다. 애잔한 피아노 반주 위 ‘사랑도 팔고 사는 속이고 속는 세상’이라 고백하는 목소리엔 급변하던 대도시의 회색빛 고독이 물씬 배어있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30년 뒤. 비록 리메이크는 아니지만 레트로의 격류를 타고 동명의 곡이 등장했다. 1980년대 일본 음악의 주류였던 시티팝을 1993년생의 일본인 유키카가 한국식으로 복각하는 이질적인 모습도 물론 대중의 시선을 끌었지만, 낯선 장소를 마주하는 당당한 태도와 신시사이저, 브라스 세션이 자아내는 세련된 도회적 감성이 흐른 시간만큼이나 달라진 시대를 반영하며 공감을 얻어냈다. 프로듀서 박진배(ESTi)의 진두지휘 아래 완성도 있게 짜인 재현극은 당대의 감각을 충실히 고증하는 동시에 현재를 투영. 답습에서 끝나지 않고 재가공했기에 해당 장르의 범람에서도 번뜩이는 지점을 차지했다. (손기호)

브레이브걸스 ‘운전만해’
모두가 한 번씩 시티팝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발을 담그던 2020년, 브레이브걸스의 ‘운전만해’는 뉴트로의 부름에 대한 대답이자 그룹의 사활을 내건 승부처였다. 영롱하게 여울진 기타와 플루트, 다채로운 악기 운용으로 자아낸 드라이브 사운드, 이에 마지막 활동을 암시하는 듯한 아련한 작풍까지. 또한 세련됨을 강조하는 시티 팝의 주요 정서보다 명확한 훅과 기승전결을 띠는 K팝 속성에 주력한 곡은 가벼운 유행의 각색이 아닌 대중을 겨냥한 의도를 몸소 내비치고 있었다. 결국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롤린’이 역주행의 정의를 재고하게 하며 브레이브걸스에게 도약의 아이콘을 부여했다면, 이듬해 ‘운전만해’는 그 반짝의 주목을 안정권으로 진입하게 한 주역이 되었으니. 각종 커뮤니티와 미디어의 단합으로 화력을 이끈 ‘롤린’과 다르게 올바른 유행 해석과 수려한 완성도를 통해 차트에서 인정을 거뒀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지닌다. (장준환)

방탄소년단(BTS) ‘Dynamite’
‘우리도 이만큼 할 수 있다!’
미지의 영역이었던 빌보드 핫100 차트 1위를 달성했다는 사실만으로 역사적인 곡이다. 방탄소년단 고유의 긍정 에너지로 약동하는 이 곡은 킹콩과 전설적인 록 그룹 롤링 스톤스,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 등 영미권 문화의 인용과 ‘Tonight, alight’의 각운으로 친밀감을 더했다. 조나스 브라더스와 몬스타엑스 등과 작업했던 프로듀서 데이브 스튜어트는 박수 소리와 브라스 세션같은 디스코/펑크(Funk)의 요소로 복고풍 팝을 구현했고 뮤직비디오 속 멤버들의 의상과 동작도 과거를 가리킨다. 힙합과 K팝을 주 무기로 삼았던 방탄소년단이 제임스 브라운과 마이클 잭슨으로 회귀했다는 지점이 의미심장하며 당대의 지구별 스타가 건네는 디스코/펑크 폭탄은 뉴트로 열풍에 커다란 화력이 되었다. (염동교)

도자 캣(Doja Cat) ‘Kiss me more (Feat. SZA)’
올해도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팝/듀오 부문은 당찬 두 여성의 품으로 돌아갔다. 2021년 방탄소년단의 ‘Butter’가 빌보드 싱글 차트 10주 1위라는 대업적을 이룩한 건 사실이나 수상의 영예를 거머쥔 도자 캣과 시저의 ‘Kiss me more’에도 40년 전 동일 기록을 달성한 히트곡의 기운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세련되면서도 도회적인 기타 리프와 베이스가 주도하는 노래는 1970-80년대 팝의 여왕으로 군림했던 올리비아 뉴튼 존의 ‘Physical'(1981)을 각색해 단번에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한 후렴구 멜로디를 주조했다. 우수한 밑바탕에 그려낸 가사 역시 레퍼런스의 육감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흡수하며 키스라는 성적 욕망을 대담하면서도 부드럽게 드러낸다. 전반적인 구성은 틱톡을 뜨겁게 달궜던 ‘Say so’와 흡사하지만 과거의 질료를 매끈하게 다듬은 뉴트로 트랙 ‘Kiss me more’는 그 흥행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며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디스코 퍼포먼스의 표본으로 남았다. (정다열)

이미지 디자인 :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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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라이브로 기록하다, < 아카이브 K-ON : 우리, 지금 그 노래 >

한국 대중음악의 거대한 물줄기와 같은 ‘동아기획’, 청춘의 소리를 대표하는 대학로 ‘학전 소극장’. 두 음악 공간을 거쳐온 뮤지션 8팀(김현철, 장필순, 조규찬, 박학기, 함춘호, 동물원, 여행스케치, 유리상자)이 < 아카이브 K-ON > 콘서트에 모여 8090년대의 역사를 불렀다. 10월 22-23일, 한남동 블루스퀘어는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그 추억을 함께한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K팝의 산실 앞에서 어머니들은 응원봉을 흔드는 소녀가 되었고 아버님들은 함께 아티스트의 히트곡을 곱씹으셨다. 20대 필자에겐 굉장히 낯설지만, 익숙한 내음이 나는 이틀이었다.

블루스퀘어에 발을 디딘 순간, 꽤 높은 연령의 관객층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2-30대가 드물게 보여 뮤지션 활동 시기 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자마자 인터넷 서비스 ‘아프리카TV’에서 동시 송출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사용하는 플랫폼 도입을 통해 연령의 균형을 맞추면서 코로나를 걱정하는 이들을 위한 적절한 온택트(On-tact) 방안이었다.

포문을 연 첫 타자는 조규찬이었다. 그는 음악과 이야기에 담긴 온기를 강조하며 알앤비로 따스함을 전달했다. ‘Baby baby’,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의 주인공 ‘무지개’와 브라이언 맥나이트가 작곡한 ‘Thank you (for saving my life)’ 그리고 ‘백구’까지. 현란한 애드리브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상케 했다. 박학기는 보사노바 풍의 ‘향기로운 추억’으로 자연스레 순서를 이어갔다. 공기를 확 바꾼 ‘비타민’은 5살의 귀여운 꼬마와 함께 노래를 불러 내내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으며 ‘아직 내 가슴속엔 니가 살아’와 김현철과의 듀엣곡 ‘계절은 이렇게 내리네’는 박학기 특유의 깨끗하고 맑은 목소리가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김현철의 노래는 30년의 시간을 지녔다. 1집의 ‘동네’, ‘오랜만에’는 중년층의 공감을 자아냈다면 시티 팝의 ‘City breeze & Love song’과 ‘Drive’로 현 세대의 무드를 아우르기도 했다. 화려한 발재간의 ‘왜 그래’에서는 어머님들이 응원봉을 더 세차게 흔드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아티스트와 달리 선곡을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의 자부심이 여실히 드러났다. 대미를 장식한 동물원 역시 전 세대가 알 법한 명곡들을 선보였다. 정통 포크의 ‘혜화동’과 짧게 들려준 ‘거리에서’와 ‘말하지 못한 내 사랑’. 그리고 ‘변해가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로 한껏 목가적인 느낌을 발산했고 모든 출연진은 함께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로 무대를 갈무리했다.

단독 콘서트로도 모자란 가요계의 거물들을 한데 모아 팀당 4-5개 트랙을 노래한다 했을 때는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다. 오히려 이는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는 적당한 러닝 타임이며 적은 선곡 중 과연 어떤 트랙을 고를지 유추하는 재미도 있었다. 1일차는 라이브 콘서트의 정석이었다.

2일차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캄캄한 가운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처음 등장한 건 포크 밴드 시인과 촌장의 위대한 기타리스트 함춘호였다. 출연자 중 가장 선배인 그가 의자에 걸터 앉아 전한 첫 곡은 ‘가시나무’. 가창은 없었지만 기타 연주 하나만으로 포크 팬들의 마음을 단숨에 휘어잡았다. 여기에 1일차와 달리 바로 장필순이 가세하며 그의 대표곡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를 불렀다. 가을에 어울리는 허스키 보이스가 쌀쌀해진 날씨를 포근하게 감쌌고 ‘제비꽃’, ‘어느새’, 그리고 ‘그대로 있어주면 돼’까지 엄청난 몰입감으로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최고라 칭송받는 선배 가수들을 초반부로 배치해 진중한 분위기로 압도하는 공연 구성은 난생처음이었다. 함춘호의 연주 위를 흐른 건 장필순 만이 아니었다. 전날 공연을 펼쳤던 박학기가 객원으로 합류해 아름다운 하모니의 ‘풍경’을 그려내는가 하면 발라드 듀오 유리상자와 함께 시적인 노랫말로 ‘사랑일기’를 써 내려가기도 했다. 특히 유리상자의 박승화는 박학기가 입었던 니트를 입고 등장해 이들의 돈독한 관계를 엿볼 수 있었다. 유리상자 역시 ‘신부에게’, ‘사랑해도 될까요’를 넘어 1997년 데뷔곡 ‘순애보’를 열창하며 학전 소극장 시절을 추억했다.

마지막 순서는 화려함보단 아마추어리즘을 표방했던 포크록 밴드 여행스케치였다. 첫 곡 ‘별이 진다네’는 귀뚜라미 소리가 울려 퍼지는 시골 풍경을 담아내며 팀 이름에 걸맞은 스케치 능력을 뽐냈다. 최근 방송을 통해 재회한 이선아, 윤사라, 성윤용도 팀을 이끌어 온 루카(조병석)와 남준봉과 함께 관객 앞에서 입을 맞췄다. 메들리와 더불어 ‘운명’, ‘옛 친구에게’, 그리고 ‘산다는 건 다 그런게 아니겠니’로 돌아본 이들의 과거는 많은 이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앙코르 무대에 오른 모든 출연진은 ‘내일이 찾아오면’을 합창했고 팬데믹 이후의 희망찬 미래를 기대하며 대화합의 장을 마무리했다.

길거리를 전전하던 가수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정해진 객석은 물론 예비 좌석까지 끌어모아야 했던 그 시절. 당대의 소극장 공연 문화는 필자를 포함한 현대의 젊은 세대가 온전히 공감하기 힘든 ‘역사’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그들 스스로 형성한 연대가 소중한 음악 유산들을 30~40년이 넘는 지금까지 전하고 있고 그 가치를 몸소 증명하고 있다. 어색함보단 반가움과 포옹만이 감돌았던 < 아카이브 K-ON >이 소통이 부재한 시대에 작은 공감의 불씨를 지핀 만큼 우리의 K팝 아카이빙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글: 임선희, 정다열
사진: 일일공일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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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케이온(Archive K-ON) : 우리, 지금 그 노래

시티팝, 포크 송 등 과거 한국 대중가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과거 라디오와 대학로 소극장을 중심에 섰던 동아기획과 학전 소극장의 실력파 뮤지션들이 ‘아카이브 케이온’을 통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다. ‘아카이브 케이온(Archive K-ON) : 우리, 지금 그 노래’ 콘서트가 그것. 김현철, 장필순, 함춘호, 동물원, 박학기, 조규찬, 유리상자, 여행스케치가 출연하는 ‘아카이브 케이온’ 콘서트는 10월 22일과 23일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개최된다.

‘아카이브 케이온(Archive K-ON) : 우리, 지금 그 노래’는 올해 초 SBS에서 성황리에 방영된 프로그램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를 제작한 음악컨텐츠 기업 11018(일일공일팔, 대표 최정윤)이 기획한 공연이다. 총 10회에 거쳐 대중음악 역사를 기록한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는 온라인 상 화제와 함께 ‘제48회 한국방송대상’ 음악구성TV 부문을 수상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11018 측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실제로 가장 보고 싶었던 뮤지션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며 “방송에서 느낄 수 없었던 라이브와 이야기의 감동을 전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 밝혔다.

출연진의 면면이 화려하다. 시인과 촌장의 멤버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포크 가수 함춘호, 동아기획의 뮤즈이자 현재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장필순, 천재 싱어송라이터이자 시티팝 리바이벌을 이끄는 아티스트 김현철, 아름다운 노래로 사랑받은 박학기와 싱어송라이터 조규찬, 순수 음악으로 사랑받은 포크 밴드 동물원과 여행스케치, 유리상자가 그들이다.

공연의 부제인 ‘우리, 지금 그 노래’ 답게 , 출연진은 자신의 곡은 물론 동아기획과 학전 소극장, 한국 대중음악을 수놓은 거장들의 노래를 새롭게 해석한다. 조규찬이 부르는 김민기, 함춘호가 연주하는 시인과 촌장, 김현철이 부르는 어떤날 등 한국 음악 거장들의 노래를 또 다른 거장들의 해석과 목소리로 듣는 귀한 무대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 사전 제작 미팅에 참가한 아티스트들은 그 노래를 왜 좋아하게 됐는지, 어떻게 부르고 싶은지 음악에 대한 즐겁고도 진지한 시간을 보내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1980년대, 90년대 한국 대중음악 르네상스의 주역들이 함께 하는 ‘아카이브 케이온’ 공연은 방역 당국과의 협조를 거쳐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엄격히 준수한 상태로 개최된다. 티켓은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 가능하다. 입장권 가격은 13만 2천 원.

< 인터파크 예매 링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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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City Breeze & Love Song’ (2021)

평가: 3.5/5

최근 몇 년 사이 과거 탐색을 새로운 ‘힙’으로 간주하기 시작한 신세대 리스너들은 ‘시티팝’이라 불리는 음악을 주목했다. 낱말 자체를 처음 듣는다던 2019년 김현철의 진술처럼 기성 뮤지션에게는 이름부터가 생경한 속칭이었다. 이 낯설고도 어색한 관심을 그러나 홀대하지 않은 그는 시류의 역행을 반가운 악수로 맞이했다. 자신의 음악이 젊은 세대에게 현재 진행형으로 통한다는 사실을 목격한 아티스트는 이를 새로운 활동의 원동력으로 삼았고 그 결과는 13년 만의 공백 타파, 전작 < 돛 >이었다.

2년 만에 돌아온 신작 < City Breeze & Love Song >은 그의 음악 세계를 더욱 분명하게 전달하는 작품이다. 장대한 스케일에 젊은 뮤지션을 다수 결집한 전작과 달리 자신만이 마이크 앞에 섰다는 점, 정적인 발라드의 비중을 줄이고 정갈한 시티팝 무드를 구체화했다는 점이 차이다. 넘실대는 관악기와 감질나게 커팅된 기타, 동동거리는 퍼커션이 자연스레 1집 ‘오랜만에’의 연장선에 선다. 이즘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가벼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완연함을 지향하는 이러한 외관은 거대한 의미 대신 근심 가득한 현대인에게 한여름의 달콤한 휴식을 선물하고자 한다.

도시의 소음을 채집해 배경을 스케치한 ‘City breeze & love song’에서부터 그러한 의도가 표명된다. 전자 피아노와 브라스가 그린 도회적인 무드에 낭만성이 가득한 노래는 후렴구 잘 들리는 멜로디로 대중적으로도 가장 호응이 좋을 타이틀이다. 두 번째 머릿곡 ‘So nice!!’는 세션의 기술적 터치가 보다 부각된 곡으로, ‘오랜만에’를 소환하는 조삼희의 기타 솔로와 장효석, 박준규, 최재문으로 이루어진 금관악기 합연의 손맛이 찰지다.

앨범의 이러한 쉽고 간편한 성질은 단순하면서도 그 깊이가 얕지 않은 가사에서 더욱 짙은 흥취로 피어난다. 작사가 심현보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막 시작한 사랑의 설렘이나 동창을 향한 회상, 아침 풍경 등의 접근성 좋은 소재가 김현철의 여름을 편성한다. 테크니컬한 도입부 변박의 ‘평범함의 위대함’이 평범한 일상 속의 만족감이라는 근사한 메시지로 너른 공감대를 구축하고 나면 차분한 멜로디를 수놓는 ‘어김없는 이 아침처럼’에서는 정직하지만 직관적인 언사가 러브 송의 모범을 장식한다.

거장 뮤지션에게 요구될법한 위엄, 위용을 의식하지 않고 건네는 이 산뜻한 손길이 반갑다.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태도, 파릇한 여름 함께하기 좋은 즐거움과 격조로 무장한 모처럼 귀가 쫑긋 뜨이는 앨범이다.

– 수록곡 –
1. City breeze & Love song 
2. So nice!! 
3. 눈물이 왈칵
4. 평범함의 위대함 
5. 어김없는 이 아침처럼
6. Take off
7. 동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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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김현철 인터뷰

13년이라는 음악 활동 공백기를 깨고 2019년 정규 10집 < 돛 >으로 돌아왔을 때 김현철을 소환한 건 시티팝 붐이었다. 갑자기 시티팝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젊은 세대는 퓨전 재즈를 기반으로 도시의 감성이 부르는 1980년대 김현철의 고감도 음악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그는 ‘한국의 시티팝 대부’라는 거창한 수식을 떠안으면서 뉴트로를 넘어 ‘오래된 미래’임을 증명했다.  

세련된 편곡과 부드러운 음색으로 본인만의 색깔을 확립해 온 그는 막 내놓은 신보 < City Breeze & Love Song >에서도 도시, 바람, 햇살을 포함한 긍정적인 가사로 도시 속 바쁜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활력을 선사한다. 이즘은 2015년 진행했던 인터뷰 이후 6년 만에 김현철을 다시 만났다. 그는 무엇보다 이번 앨범을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주기를 주문했다.

2017년 시티팝 붐이 일면서 13년 만에 정규 10집 < 돛 >을 발매하셨는데, 이후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팬들은 빠른 복귀를 기다렸을 텐데 왜 이리 신보가 오래 걸린 건가요? 코로나의 영향도 있었나요?
우리 나이대의 가수들은 앨범이 올해 나왔으면 몇 년 후 꼭 내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 않아서 13년간 작업을 쉬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은 자신을 피곤하게 만든다. 코로나의 영향은 없었다. 정규 음반은 2년이 걸린 게 맞지만 그동안에 폴킴과 작업을 했고 < Brush >라는 EP를 발매했었다.

폴킴, 쏠, 죠지 등 젊은 인디 뮤지션과 협업하셨는데 이유가 있나요?
그들과는 모두 내 음악을 함께 작업했었다. 선배님들과 < Brush >앨범을 함께 하면서 느꼈는데 만약 후배들이 본인의 앨범을 작업하자고 요청한다면 나는 흔쾌히 참여할 것이다. 내가 선배님들께 받은 것들을 다시 돌려드리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그걸 후배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중간에 진행했던 < Brush > EP나, 폴킴과 함께 한 ‘선’ 등의 작업은 어땠나요?
재밌게 작업을 했다. 폴킴과의 작업뿐만 아니라 ‘오랜만에’라는 노래가 맥심커피 광고 음악에 깔리게 돼서 광고 버전의 음악을 따로 녹음하기도 했다. 특히 선배님들을 모시고 < Brush >음반을 재작할 때 매우 재밌었다. 주현미, 최백호, 정미조 선생님 나름대로 다들 너무 잘해 주셨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만약 후배가 나에게 함께 작업하자고 한다면 언제든 같이할 의향이 있다.  

과거 2015년 이즘과의 인터뷰에서 “정규 1집부터 10집까지 한 각론으로 묶어서 빨리 보관해두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사실 곡은 이미 넘치고, 콘셉트 걱정도 제가 해왔던 대로 하면 되니 큰 고민은 없어요.”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 쌓아둔 곡을 원하는 콘셉트로 해서 < 돛 >을 낸 건가요?
두 장짜리로 낼 생각은 없었는데 하다 보니까 22곡이 되었다. 그래서 이걸 나눠서 낼까 하다가 ‘내가 적극적으로 음악 할 시기가 기껏해야 20년인데 많이 소구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오늘 생각나는 노래를 내일 풀지 않으면 죽을 때 아깝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LP를 생각하고 제작했다. 제일 음질이 높기로는 20분에서 22분인데 LP는 한정돼 있어서 두 장으로 냈다. 요즘 앨범을 내 인생에 있어 기록 점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음악을 아끼지 않고 앨범으로 인생의 기록 점을 찍어 가고 있다.

이유 없이 음악이 싫어져서 음악을 쉬었다고 들었는데 다시 음악을 시작하겠다는 계기가 된 건 무엇인가요?
쉬는 동안에도 방송하고 디제이, 교수 일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죠지라는 가수가 리메이크하고 싶다고 허가서를 요청했고 당연히 허락을 해줬다. 리메이크한 노래를 받아 들었는데 좋았고 발매 후 인기도 있었다. 그 후 죠지가 나에게 무대 게스트를 부탁했고 그때 우리는 처음 만났다. 공연당일 타이거 디스코라는 디제이가 디제잉을 하러 왔는데 그날을 계기로 친해져 본인이 일하는 1969라는 클럽에서 공연을 함께하자고 요청했다. 클럽에 갔는데 100명이 넘는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어서 신기했다. 요즘 미디움 템포의 음악이 뜬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이를 계기로 자신감이 붙었고 ‘음악을 다시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악기도 사고 음악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앨범 제목 중 City Breeze는 시티팝을 전제하고 붙인 것 같은데 제목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원래 내가 가지고 있는 감성이 그 감성이다. ‘오랜만에’라는 곡도 그 감성을 가지고 있었다. 30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나는 도시와 바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수록곡 전곡을 시티팝으로 한 이유는 뭐죠?
이 질문을 굉장히 많이 들었는데 (웃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요즘 리스너들이 즐겨 듣는 시티팝과 딱 맞아떨어졌다. 이번 앨범 제목이 < City Breeze & Love Song >이라서 사람들이 시티팝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아티스트는 내고 싶은 음악을 내는 거지 이 음악을 냈을 때 어떤 반응일지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 이번 음반을 듣고 어떤 기자분이 “김현철씨 1집의 첫 번째 노래인 ‘오랜만에’가 이런 기분을 담고 있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오랜만에’의 가사 중 ‘나의 머리결을 스쳐 가는 바람이 좋은걸’, ‘밤은 벌써 이 도시에’처럼 도시와 바람이 가사에 있다. 30년 전 처음 낸 앨범에 있는 그 감성이 자연스럽게 올 뿐, 요즘 시티팝이 인기 있어서 하는 것은 아니다. ‘오랜만에’란 곡이 영어로 이야기하면 ‘City breeze & love song’인 격. 그 안에 사랑 이야기, 바람, 도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앨범의 현실적 가치가 떨어진 시점에서 앨범을 낸다는 게 조금 맥빠지지 않았나요?
안타깝긴 하지만 세상이 달라지는 건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LP로 내는 것보다 싱글로 내면 훨씬 음질이 좋다. 왜냐하면 적은 양의 정보를 빠르게 내니까 음질이 좋아진다. 그래서 싱글을 낸다.

앨범의 어떤 것에 역점을 두었나요?
그냥 여름에 듣기 좋은 노래. 내가 써 둔 곡이 발라드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정말 여름에 듣기 좋은 노래로 선택했다. 그리고 ‘사랑한다’라는 가사 대신 ‘맘에 든다’, ‘좋아한다’는 가사를 썼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심각하지 않게 들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음악을 하는 기분이 난다. 이번 앨범을 가벼운 마음으로 들었으면 좋겠다. 음악이 가볍다는 게 아니라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음악.

‘So nice!!’는 어떤 심정으로 만들었나요?
뭐가 제일 So nice 한지 생각해 보다가 남녀가 만나는 첫 단계에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세상이 So nice 하게 보인다는 게 떠올랐다. ‘요즘 어때 괜찮아?’, ‘마음에 드는 사람 있어?’등의 전반적으로 연애 장려 가사다. 그리고 아침에 출근하면서 16비트를 들으면 버겁기 때문에 아침에 대한 내용의 노래를 만들기 위해 8비트로 만들었다.

수록곡 ‘평범함의 위대함’의 가사는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나요?
사람들이 서로 자신이 튀고 싶어 하고 튀어야 한다고 교육을 받아오지만 나는 살아오면서 평범한 게 제일 어렵고 제일 좋다고 느꼈다. 평범하다는 것은 사람이 동글동글하다는 것이고 내가 말하는 튄다는 것은 잘하는 부분이 올라오는 것. 하지만 사람은 모두 같은 함량을 타고났다고 믿는다. 따라서 여기가 튀는 면이면 다른 반대편은 들어가기 마련이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평범하기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앨범 제작 중 어려웠던 부분은?
앨범 제작을 순조롭게 진행하긴 했지만 쉬워 보이는 마지막 곡 ‘동창’이 가장 어려웠다. 마지막 부분에서 코러스를 넣어야 했는데 전문 코러스를 써서 낼 것인가 동창들을 불러서 할까 고민했는데 후자는 10집에서 해봤으니까 의미가 없을 듯해서 이번에는 상민이, 태윤이형 등 밴드 멤버분들과 함께 했다. 다들 노래를 잘했다. 그때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나머지는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심현보를 작사 파트너로 한 이유는?
제목은 내가 정했고 가사는 현보와 같이 썼다. 현보가 워낙 가사를 잘 쓰니까 내가 빈칸을 제시하면 그 안을 현보가 채워주었다. 내가 쓸 수 있는 가사를 나열해 두면 가사에 대한 데이터가 많은 현보가 낱말 빈칸을 채우듯이 가사 작업을 진행했다.

세션 분들만 봐도 대단함이 느껴지네요. 녹음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혹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녹음은 저번 10집 앨범과 비슷하게 진행했다. 옛날에는 녹음실에서 녹음하고 그 내용에 대해 믹싱을 하고 논의했는데 10집부터는 내가 집에서 다 만들어서 그 데모를 밴드 세션에 보내주면 그들은 똑같이 따온다. 데모를 들어보면 얼마나 똑같이 연주해오는지 알 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연주한다. 그렇다면 연주자들이 해야 할 게 뭐냐면 손맛이 확실히 달라서 베이스, 기타, 드럼 자체의 질감을 살려낸다.

11집을 준비하면서 들었던 AOR 노래는?
AOR은 옛날부터 꾸준히 좋아해 왔다. 크레이그 런키(Craig Ruhnke), 짐 슈미트(Jim Schmidt), 브루스 히바드(Bruce Hibbard) 등의 노래를 들었다.

공연계획이 따로 있나요?
공연이 쉽지는 않다. 내년쯤 되면 공연장이 풀리지 않을까. 공연 관련 얘기는 계속하는 중이다. 그리고 9월 말이나 10월 초에 시티팝 페스티벌을 기획해 보고 싶다.

빌보드와 BTS 현상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 세대 때만 해도 외국 뮤지션을 동경했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우리나라 가수가 전 세계적으로 추앙을 받고 영화 부문에서는 아카데미상을 받는 것들을 보면 우리나라 문화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절대 꿀리지 않는다. 예전에는 우리가 외국의 음악 요소를 따라 했었다면 이제는 외국인들이 거꾸로 우리나라 소리를 따라 한다. 즉, 우리나라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게 되었다. 옛날에는 외국 가수들 데리고 작업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안 그래도 된다. 우리나라 얘들이 더 잘 치고 더 잘한다.

신보에 담은 작가의 의도는?
노래는 발표하기 전까지는 내 것이지만 발표한 후는 듣는 사람의 것이다. 듣는 사람이 어떻게 듣던 그건 본인의 마음이다. 작가의 의도야 있기는 하지만 그 곡을 잡고 있을 때까지 인 거고 물 위에 띄워 놓고 나서는 물이 가는 데로 따른다.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되기를 바라는지..
그건 여러분이 정하는 거다. 그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혼자 생각하는 나에 대한 정의는 필요하지 않다. 나의 모든 행동은 내가 하는 것이지만 행동을 평가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다. 예를 들어 내가 베스트드라이브가 되고 싶은 건 둘째 문제고 남이 인정을 해 주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내 모습을 보고 ‘어떤 아티스트다’라고 생각하는 것 그게 정답이다.

인터뷰: 임진모 임동엽 이홍현 김성욱 김도연
사진: 김성욱(사진 1, 2, 3), FE 엔터테인먼트 제공(메인, 사진 4)
정리: 김도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