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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City Breeze & Love Song’ (2021)

평가: 3.5/5

최근 몇 년 사이 과거 탐색을 새로운 ‘힙’으로 간주하기 시작한 신세대 리스너들은 ‘시티팝’이라 불리는 음악을 주목했다. 낱말 자체를 처음 듣는다던 2019년 김현철의 진술처럼 기성 뮤지션에게는 이름부터가 생경한 속칭이었다. 이 낯설고도 어색한 관심을 그러나 홀대하지 않은 그는 시류의 역행을 반가운 악수로 맞이했다. 자신의 음악이 젊은 세대에게 현재 진행형으로 통한다는 사실을 목격한 아티스트는 이를 새로운 활동의 원동력으로 삼았고 그 결과는 13년 만의 공백 타파, 전작 < 돛 >이었다.

2년 만에 돌아온 신작 < City Breeze & Love Song >은 그의 음악 세계를 더욱 분명하게 전달하는 작품이다. 장대한 스케일에 젊은 뮤지션을 다수 결집한 전작과 달리 자신만이 마이크 앞에 섰다는 점, 정적인 발라드의 비중을 줄이고 정갈한 시티팝 무드를 구체화했다는 점이 차이다. 넘실대는 관악기와 감질나게 커팅된 기타, 동동거리는 퍼커션이 자연스레 1집 ‘오랜만에’의 연장선에 선다. 이즘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가벼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완연함을 지향하는 이러한 외관은 거대한 의미 대신 근심 가득한 현대인에게 한여름의 달콤한 휴식을 선물하고자 한다.

도시의 소음을 채집해 배경을 스케치한 ‘City breeze & love song’에서부터 그러한 의도가 표명된다. 전자 피아노와 브라스가 그린 도회적인 무드에 낭만성이 가득한 노래는 후렴구 잘 들리는 멜로디로 대중적으로도 가장 호응이 좋을 타이틀이다. 두 번째 머릿곡 ‘So nice!!’는 세션의 기술적 터치가 보다 부각된 곡으로, ‘오랜만에’를 소환하는 조삼희의 기타 솔로와 장효석, 박준규, 최재문으로 이루어진 금관악기 합연의 손맛이 찰지다.

앨범의 이러한 쉽고 간편한 성질은 단순하면서도 그 깊이가 얕지 않은 가사에서 더욱 짙은 흥취로 피어난다. 작사가 심현보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막 시작한 사랑의 설렘이나 동창을 향한 회상, 아침 풍경 등의 접근성 좋은 소재가 김현철의 여름을 편성한다. 테크니컬한 도입부 변박의 ‘평범함의 위대함’이 평범한 일상 속의 만족감이라는 근사한 메시지로 너른 공감대를 구축하고 나면 차분한 멜로디를 수놓는 ‘어김없는 이 아침처럼’에서는 정직하지만 직관적인 언사가 러브 송의 모범을 장식한다.

거장 뮤지션에게 요구될법한 위엄, 위용을 의식하지 않고 건네는 이 산뜻한 손길이 반갑다.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태도, 파릇한 여름 함께하기 좋은 즐거움과 격조로 무장한 모처럼 귀가 쫑긋 뜨이는 앨범이다.

– 수록곡 –
1. City breeze & Love song 
2. So nice!! 
3. 눈물이 왈칵
4. 평범함의 위대함 
5. 어김없는 이 아침처럼
6. Take off
7. 동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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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김현철 인터뷰

13년이라는 음악 활동 공백기를 깨고 2019년 정규 10집 < 돛 >으로 돌아왔을 때 김현철을 소환한 건 시티팝 붐이었다. 갑자기 시티팝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젊은 세대는 퓨전 재즈를 기반으로 도시의 감성이 부르는 1980년대 김현철의 고감도 음악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그는 ‘한국의 시티팝 대부’라는 거창한 수식을 떠안으면서 뉴트로를 넘어 ‘오래된 미래’임을 증명했다.  

세련된 편곡과 부드러운 음색으로 본인만의 색깔을 확립해 온 그는 막 내놓은 신보 < City Breeze & Love Song >에서도 도시, 바람, 햇살을 포함한 긍정적인 가사로 도시 속 바쁜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활력을 선사한다. 이즘은 2015년 진행했던 인터뷰 이후 6년 만에 김현철을 다시 만났다. 그는 무엇보다 이번 앨범을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주기를 주문했다.

2017년 시티팝 붐이 일면서 13년 만에 정규 10집 < 돛 >을 발매하셨는데, 이후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팬들은 빠른 복귀를 기다렸을 텐데 왜 이리 신보가 오래 걸린 건가요? 코로나의 영향도 있었나요?
우리 나이대의 가수들은 앨범이 올해 나왔으면 몇 년 후 꼭 내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 않아서 13년간 작업을 쉬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은 자신을 피곤하게 만든다. 코로나의 영향은 없었다. 정규 음반은 2년이 걸린 게 맞지만 그동안에 폴킴과 작업을 했고 < Brush >라는 EP를 발매했었다.

폴킴, 쏠, 죠지 등 젊은 인디 뮤지션과 협업하셨는데 이유가 있나요?
그들과는 모두 내 음악을 함께 작업했었다. 선배님들과 < Brush >앨범을 함께 하면서 느꼈는데 만약 후배들이 본인의 앨범을 작업하자고 요청한다면 나는 흔쾌히 참여할 것이다. 내가 선배님들께 받은 것들을 다시 돌려드리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그걸 후배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중간에 진행했던 < Brush > EP나, 폴킴과 함께 한 ‘선’ 등의 작업은 어땠나요?
재밌게 작업을 했다. 폴킴과의 작업뿐만 아니라 ‘오랜만에’라는 노래가 맥심커피 광고 음악에 깔리게 돼서 광고 버전의 음악을 따로 녹음하기도 했다. 특히 선배님들을 모시고 < Brush >음반을 재작할 때 매우 재밌었다. 주현미, 최백호, 정미조 선생님 나름대로 다들 너무 잘해 주셨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만약 후배가 나에게 함께 작업하자고 한다면 언제든 같이할 의향이 있다.  

과거 2015년 이즘과의 인터뷰에서 “정규 1집부터 10집까지 한 각론으로 묶어서 빨리 보관해두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사실 곡은 이미 넘치고, 콘셉트 걱정도 제가 해왔던 대로 하면 되니 큰 고민은 없어요.”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 쌓아둔 곡을 원하는 콘셉트로 해서 < 돛 >을 낸 건가요?
두 장짜리로 낼 생각은 없었는데 하다 보니까 22곡이 되었다. 그래서 이걸 나눠서 낼까 하다가 ‘내가 적극적으로 음악 할 시기가 기껏해야 20년인데 많이 소구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오늘 생각나는 노래를 내일 풀지 않으면 죽을 때 아깝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LP를 생각하고 제작했다. 제일 음질이 높기로는 20분에서 22분인데 LP는 한정돼 있어서 두 장으로 냈다. 요즘 앨범을 내 인생에 있어 기록 점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음악을 아끼지 않고 앨범으로 인생의 기록 점을 찍어 가고 있다.

이유 없이 음악이 싫어져서 음악을 쉬었다고 들었는데 다시 음악을 시작하겠다는 계기가 된 건 무엇인가요?
쉬는 동안에도 방송하고 디제이, 교수 일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죠지라는 가수가 리메이크하고 싶다고 허가서를 요청했고 당연히 허락을 해줬다. 리메이크한 노래를 받아 들었는데 좋았고 발매 후 인기도 있었다. 그 후 죠지가 나에게 무대 게스트를 부탁했고 그때 우리는 처음 만났다. 공연당일 타이거 디스코라는 디제이가 디제잉을 하러 왔는데 그날을 계기로 친해져 본인이 일하는 1969라는 클럽에서 공연을 함께하자고 요청했다. 클럽에 갔는데 100명이 넘는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어서 신기했다. 요즘 미디움 템포의 음악이 뜬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이를 계기로 자신감이 붙었고 ‘음악을 다시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악기도 사고 음악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앨범 제목 중 City Breeze는 시티팝을 전제하고 붙인 것 같은데 제목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원래 내가 가지고 있는 감성이 그 감성이다. ‘오랜만에’라는 곡도 그 감성을 가지고 있었다. 30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나는 도시와 바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수록곡 전곡을 시티팝으로 한 이유는 뭐죠?
이 질문을 굉장히 많이 들었는데 (웃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요즘 리스너들이 즐겨 듣는 시티팝과 딱 맞아떨어졌다. 이번 앨범 제목이 < City Breeze & Love Song >이라서 사람들이 시티팝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아티스트는 내고 싶은 음악을 내는 거지 이 음악을 냈을 때 어떤 반응일지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 이번 음반을 듣고 어떤 기자분이 “김현철씨 1집의 첫 번째 노래인 ‘오랜만에’가 이런 기분을 담고 있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오랜만에’의 가사 중 ‘나의 머리결을 스쳐 가는 바람이 좋은걸’, ‘밤은 벌써 이 도시에’처럼 도시와 바람이 가사에 있다. 30년 전 처음 낸 앨범에 있는 그 감성이 자연스럽게 올 뿐, 요즘 시티팝이 인기 있어서 하는 것은 아니다. ‘오랜만에’란 곡이 영어로 이야기하면 ‘City breeze & love song’인 격. 그 안에 사랑 이야기, 바람, 도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앨범의 현실적 가치가 떨어진 시점에서 앨범을 낸다는 게 조금 맥빠지지 않았나요?
안타깝긴 하지만 세상이 달라지는 건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LP로 내는 것보다 싱글로 내면 훨씬 음질이 좋다. 왜냐하면 적은 양의 정보를 빠르게 내니까 음질이 좋아진다. 그래서 싱글을 낸다.

앨범의 어떤 것에 역점을 두었나요?
그냥 여름에 듣기 좋은 노래. 내가 써 둔 곡이 발라드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정말 여름에 듣기 좋은 노래로 선택했다. 그리고 ‘사랑한다’라는 가사 대신 ‘맘에 든다’, ‘좋아한다’는 가사를 썼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심각하지 않게 들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음악을 하는 기분이 난다. 이번 앨범을 가벼운 마음으로 들었으면 좋겠다. 음악이 가볍다는 게 아니라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음악.

‘So nice!!’는 어떤 심정으로 만들었나요?
뭐가 제일 So nice 한지 생각해 보다가 남녀가 만나는 첫 단계에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세상이 So nice 하게 보인다는 게 떠올랐다. ‘요즘 어때 괜찮아?’, ‘마음에 드는 사람 있어?’등의 전반적으로 연애 장려 가사다. 그리고 아침에 출근하면서 16비트를 들으면 버겁기 때문에 아침에 대한 내용의 노래를 만들기 위해 8비트로 만들었다.

수록곡 ‘평범함의 위대함’의 가사는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나요?
사람들이 서로 자신이 튀고 싶어 하고 튀어야 한다고 교육을 받아오지만 나는 살아오면서 평범한 게 제일 어렵고 제일 좋다고 느꼈다. 평범하다는 것은 사람이 동글동글하다는 것이고 내가 말하는 튄다는 것은 잘하는 부분이 올라오는 것. 하지만 사람은 모두 같은 함량을 타고났다고 믿는다. 따라서 여기가 튀는 면이면 다른 반대편은 들어가기 마련이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평범하기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앨범 제작 중 어려웠던 부분은?
앨범 제작을 순조롭게 진행하긴 했지만 쉬워 보이는 마지막 곡 ‘동창’이 가장 어려웠다. 마지막 부분에서 코러스를 넣어야 했는데 전문 코러스를 써서 낼 것인가 동창들을 불러서 할까 고민했는데 후자는 10집에서 해봤으니까 의미가 없을 듯해서 이번에는 상민이, 태윤이형 등 밴드 멤버분들과 함께 했다. 다들 노래를 잘했다. 그때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나머지는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심현보를 작사 파트너로 한 이유는?
제목은 내가 정했고 가사는 현보와 같이 썼다. 현보가 워낙 가사를 잘 쓰니까 내가 빈칸을 제시하면 그 안을 현보가 채워주었다. 내가 쓸 수 있는 가사를 나열해 두면 가사에 대한 데이터가 많은 현보가 낱말 빈칸을 채우듯이 가사 작업을 진행했다.

세션 분들만 봐도 대단함이 느껴지네요. 녹음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혹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녹음은 저번 10집 앨범과 비슷하게 진행했다. 옛날에는 녹음실에서 녹음하고 그 내용에 대해 믹싱을 하고 논의했는데 10집부터는 내가 집에서 다 만들어서 그 데모를 밴드 세션에 보내주면 그들은 똑같이 따온다. 데모를 들어보면 얼마나 똑같이 연주해오는지 알 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연주한다. 그렇다면 연주자들이 해야 할 게 뭐냐면 손맛이 확실히 달라서 베이스, 기타, 드럼 자체의 질감을 살려낸다.

11집을 준비하면서 들었던 AOR 노래는?
AOR은 옛날부터 꾸준히 좋아해 왔다. 크레이그 런키(Craig Ruhnke), 짐 슈미트(Jim Schmidt), 브루스 히바드(Bruce Hibbard) 등의 노래를 들었다.

공연계획이 따로 있나요?
공연이 쉽지는 않다. 내년쯤 되면 공연장이 풀리지 않을까. 공연 관련 얘기는 계속하는 중이다. 그리고 9월 말이나 10월 초에 시티팝 페스티벌을 기획해 보고 싶다.

빌보드와 BTS 현상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 세대 때만 해도 외국 뮤지션을 동경했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우리나라 가수가 전 세계적으로 추앙을 받고 영화 부문에서는 아카데미상을 받는 것들을 보면 우리나라 문화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절대 꿀리지 않는다. 예전에는 우리가 외국의 음악 요소를 따라 했었다면 이제는 외국인들이 거꾸로 우리나라 소리를 따라 한다. 즉, 우리나라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게 되었다. 옛날에는 외국 가수들 데리고 작업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안 그래도 된다. 우리나라 얘들이 더 잘 치고 더 잘한다.

신보에 담은 작가의 의도는?
노래는 발표하기 전까지는 내 것이지만 발표한 후는 듣는 사람의 것이다. 듣는 사람이 어떻게 듣던 그건 본인의 마음이다. 작가의 의도야 있기는 하지만 그 곡을 잡고 있을 때까지 인 거고 물 위에 띄워 놓고 나서는 물이 가는 데로 따른다.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되기를 바라는지..
그건 여러분이 정하는 거다. 그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혼자 생각하는 나에 대한 정의는 필요하지 않다. 나의 모든 행동은 내가 하는 것이지만 행동을 평가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다. 예를 들어 내가 베스트드라이브가 되고 싶은 건 둘째 문제고 남이 인정을 해 주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내 모습을 보고 ‘어떤 아티스트다’라고 생각하는 것 그게 정답이다.

인터뷰: 임진모 임동엽 이홍현 김성욱 김도연
사진: 김성욱(사진 1, 2, 3), FE 엔터테인먼트 제공(메인, 사진 4)
정리: 김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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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선(線)’ (Feat. 폴킴) (2020)

평가: 3/5

반가운 콜라보다. 대중음악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천재뮤지션 김현철은 ‘한국 시티팝의 왕’으로 마니아들 사이에서 강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현재이기도 하다. 거기에다 포근한 목소리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폴킴과의 조합은 의외지만, 이런 신구 조화는 반가운 시너지를 남기기 마련이다. 더욱이 곡은 김현철이 노랫말은 폴킴이 참여하며 30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을 아티스트 대 아티스트로 좁히고 있다. 아날로그와 레트로가 현시대의 감성으로 퍼지고 있는 지금 이런 멋진 만남은 음악 팬들에게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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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김현철 10집 “돛”'(2019)

평가: 4/5

김현철은 뱃길을 나섰다. 꽤 오랫동안 멀리했던 음악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그 먼 바닷길을 항해하기 위해 그는 돛을 높이 올렸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 김현철 10집 “돛” >이다. 13년간의 공백을 뚫고 지난 5월 발매한 미니앨범 < Fe’s 10th – Preview >가 맛보기였다면, 그 앨범의 완성본 < 김현철 10집 “돛” >은 그 이상으로 깊고 풍성하다. 정규 10집의 연작인 이 음반은 삶과 사랑을 노래한다.
 
그의 음악에는 힘이 존재한다. 50대 중년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가, 사랑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아끼는 곡 중 하나라는 1986년 발매된 시인과 촌장의 ‘푸른 돛’을 리메이크했다. 여기에는 가족을 포함한 가까운 사람 40명을 코러스로 참여시키며 그들의 선장이 되어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웅장한 타악기와 관악기가 뮤지컬의 한 장면을 연출하듯 힘을 보탠다. 그뿐만 아니라 < Fe’s 10th – Preview >와 마찬가지로 박원, 황소윤 등 젊은 아티스트를 시작으로 백지영, 박정현, 정인, 그리고 2007년 잠시 함께 활동했던 주식회사를 피처링으로 삼았다. 세대를 어우르는 음악으로 돌아왔다.
 
지난 앨범 < Fe’s 10th – Preview >가 ‘시티팝 원조의 귀환’이라는 타이틀로 음악적 완성도에 집중되었다면 이번 음반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에 집중되어있다. 성공의 척도보다 음악이 주는 힘이, 그 우수한 작법이 곳곳에 묻어있다. 젊은 나이에 생을 포기한 이들에게 바치는 ‘꽃’은 ‘꽃은 절대 알 수 없는 게 있지 / 피어 있을 땐 자신이 꽃이라는 걸’이라는 가사와 꾸밈없는 멜로디로 위로를 건네고, ‘We can fly high’는 청량한 에너지를 품은 후렴구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는 박원의 목소리와 심현보 특유의 서정적인 가사가 더해져 아름다운 오리지널 발라드를 선보인다. 소독차 소리, 고교 야구 경기가 중계되는 라디오 소리가 묘미인 ‘그 여름을 기억해’는 어린 시절의 추억 회상적인 가사를 담고, 하모니카와 아코디언을 사용해 레트로한 포크송을 노래한다. 또한 정인이 노래한 ‘I don’t wanna say goodbye’의 끈적한 알앤비까지. 이토록 다양한 장르가 한곳에 모여있음에도 위화감이 없다. 단연 김현철이기에 가능한 노련함이다.
 
김현철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 것들이 살아 숨 쉰다. 그가 선장이 되어 돛을 올리면, 우리네 삶은 그의 노랫말이 되어 흐른다. 음악이 대중에게 온전히 전달되기까지, 이는 꾸며서 될 것이 아니다. 화려한 것으로 점철시키지 않고도 김현철의 음악은 듣는이의 마음에 포근히 자리한다. 음악을 상업적 수단으로 접근하는 뮤지션들이 늘어갈수록, 김현철 같은 거장의 행보는 그래서 더 귀중하다. 진하고 멋있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고, 동시에 자신의 것을 훌륭하게 지켜내는 그의 음악은 여전히 드넓은 바다를 자유로이 항해한다.

– 수록곡 –
CD1
1. 푸른돛
2. We can fly high
3. 당신을 사랑합니다. (Feat. 박원)

4. 감촉 (Feat. 황소윤)
5. 안아줘 (Feat. 백지영)
6. 그 여름을 기억해
7. I don’t wanna say goodbye (Feat. 정인)
8. 꽃

9. 그런거군요 (Feat. 박정현)

CD2
1. 오늘의 여행((Thinkin’ About You) (Feat.주식회사)
2. 혼자 두지 마요
3. Rainbow in winter
4. Drive(Feat.죠지)
5. 한사람을 사랑하고 있어 (화사,휘인) (Prod.김현철))
6. Tonight is the night (Feat.SOLE)
7. 열심
8. 웨딩 왈츠 (Feat. 옥상달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