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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 vs. 콩(Godzilla vs. Kong)

평가: 3/5

다중 우주론(Multi-verse)에 대한 개념적 공유는 요즘 현대 영화에서 매우 중요히 다뤄지는 부분이다. 장르불문, 성공한 신작영화의 대다수는 이 다중 우주론에 근거하고 있으며, 원작이 이어 여러 파생작품으로 거듭난다. 속편 및 전편을 포함하도록 범위의 확장성을 필요충분조건으로 여긴다. 이는 특히 공상(Fantasy)과 과학소설(Sci-Fi)을 결합한 유니버스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터미네이터 >(Terminator)를 위시해 < 퍼시픽 림 >(Pacific Rim), 그리고 마블(Marvel)과 디씨(DC) 코믹스의 프랜차이즈 시리즈물들이 가장 유명한 범례.

최신작 < 고질라 vs. 콩 >(Godzilla vs. Kong)은 동일한 관점에서 “레전더리 픽처스(Legendary Pictures)”가 거의 10년여에 걸쳐 이룩해온 프로젝트의 정점이며, < 고질라 >(Godzilla, 2014), < 콩: 스컬 아일랜드 >(Kong: Skull Island, 2017), <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Godzilla: King of the Monsters, 2019)와 같은 연대기적 영화들의 연장선상에서 신화적 괴수들의 패권다툼을 위한 최대 격전을 스크린에 투영한다.

영화는 2019년 <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 이후 5년 후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거대 로봇을 만드는 사악한 기업과 지구 중심이 실제로 비어 있다는 이론에 근거해 믿거나 말거나 복잡한 음모를 추적한다. 이러한 기본 전제조건은 다소 터무니없는 설정이지만, 고질라와 킹콩이 홍콩의 고층 빌딩에서 거대한 몸싸움을 벌이는 화면은 실로 엄청나다. 최첨단 기술력이 이정도야 라고 과시라도 하듯, 대단히 놀라운 장관을 전시한다. 그야말로 기억에 남을 스펙터클의 진수를 보여준다. 일견, 외계에서 온 수퍼맨과 조드 장군의 공방전을 무색케 할 만큼 성공적이다.

두 거대 괴수의 상상초월 대결의 배후에서 극적 구성을 완성하는 등장인물에는 배우 알렉산더 스카스가드(Alexander Skarsgård), 밀리 바비 브라운(Millie Bobby Brown), 레베카 홀(Rebecca Hall),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Brian Tyree Henry), 카일 챈들러(Kyle Chandler), 데미안 비치르(Demián Bichir), 그리고 케일리 호틀(Kaylee Hottle)이 출연했다. 주요배역이 대체로 전편들과 연관해 다시 등장하는 한편, 콩과 소통하는 지아 역에 첫 출연한 케일리는 태생적으로 수화에 능통해 극중 특별히 애정이 가는 소녀배우.

감독 애덤 윈가드(Adam Wingard)는 영화구성의 마지막 방점으로 작곡가 탐 홀켄보그(Tom Holkenborg)를 낙점했다. 각기 다른 작곡가에게 맡겨진 이전의 연대기적 계보의 작품들과 같이 또 다른 작곡가를 선택한 것. 알렉상드르 데스플라(Alexandre Desplat)가 < 고질라 >(Godzilla)에 영감을 준 것을 시작으로, 헨리 잭맨(Henry Jackman)이 < 콩: 스컬 아일랜드 >(Kong: Skull Island)의 오케스트라 지휘봉을 잡았고, 베어 맥크리어리(Bear McCreary)가 <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Godzilla: King of the Monsters)에 제각기 다른 음악을 써넣었다.

음악의 주제별 일관성은 따라서 시리즈의 우선순위 중 하나가 아닌 셈. < 고질라 vs. 콩 >은 그래서 홀켄보그가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과 진배없다. 다른 세 작곡가가 이전의 순차적 작품들에 쓴 스코어와 거의 무관한 한편, 원래 쇼와 시대(1954-75년) 토호(Toho)영화사의 < 고지라 >(Godzilla)를 위해 아키라 이후쿠베(Akira Ifukube)가 쓴 주제적 악상을 극히 부분적으로 환기할 뿐이다. 지난 영화에서 맥크리어리가 쓴 스코어가 토호 사의 원작 음악을 깊이 인정해 고질라 테마의 원형을 유지 재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던 것과는 또 다르다. 현악으로 반복되는 경쾌한 3화음을 특징으로 하고, 4박자와 5박자, 3박자를 오가는 변주 형식이 원형 사운드의 기본 틀을 고수하고, 거기에 상징적인 괴수들을 위해 부수적인 테마들을 써내 오리지널 작곡가에게 경의를 표하는 한편 새로움을 추구한 전임 작곡가 맥크리어리 나름의 성과를 고려할 때 아쉬울 수 있는 대목.

대신 홀켄보그의 스코어는 명징하게 심금을 울리는 선율적 악상보다 세 가지 특정 질감을 기반으로 한다. 고질라의 등장을 예고하는 ‘Pensacola, Florida’(펜서콜라, 플로리다), 오프닝 큐는 가장 낮은 옥타브에서 연주된 금관악기를 중심으로 구축한 고질라 테마의 기초이다. ‘밤, 밤밤밤, 밤.’과 같이 동일성부 화음을 반복해 변주하는 웅대한 브라스 사운드가 특징. 두 번째 큐인 ‘Skull Island’(해골 섬)는 콩의 테마이며, 두 가지 특정 음악적 질감을 기반으로 한다. 고질라와 다른 한편에서 하강하는 4화음 모티프를 선명하게 나타내는 테마는 덩치 큰 관현악과 합창 시퀀싱이 포효하듯 등장하는 콩의 시각적 자태를 보강한다.

홀켄보그는 콩을 위한 주제음악은 다량의 액션장면에 쓰인 지시악절 가운데, 풍부한 멜로디가 섞여있어 다채로운 반면, 고질라의 테마는 비교적 단순하다고 말했다. 성격이 좀 더 표현력 있고 인간적인 콩과 달리 파충류 괴수인 고질라는 많은 감정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곡가는 콩의 주제음악에는 두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그가 일어서서 고질라와 싸울 때 포효하는 타악기 주도의 거센 사운드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자연과의 조화로운 상태일 때 베이스 마림바와 선율적인 퍼시픽 아일랜드 플루트를 중심으로 오케스트레이션된 테마의 감성적인 버전이라는 사실.

언급했다시피 홀켄보그는 그의 스코어가 이후쿠베의 고질라 테마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 대신 튜바와 트롬본이 빠르게 연속적으로 충돌하는 소리를 반복해낸 화음을 새롭게 창출해냈다. 원작에서 고질라의 울퉁불퉁한 존재의 음악적 특징을 표방하되 독자성을 찾은 것. 60여 년 전의 고질라와 콩 영화와 달리 시각적 색조나 분위기는 물론 여러 면에서 기술적으로 향상된 면모에 포커스를 맞췄다. 2013년의 < 맨 오브 스틸 >(Man of Steel)이 1978년의 < 수퍼 맨 >(Superman)과 다르게 재해석되면서 내용에 따른 음악적 접근도 달라진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그는 맥스 스타이너(Max Steiner)의 킹콩 테마나 이후쿠베의 고지라 테마를 직접 참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결국 두 괴수 킹콩과 고지라의 원형테마를 자기 식으로 스코어에 통합해낸 베어 맥크리어리와 또 다른 차별성을 추구한 것으로 보인다.

‘Pensacola, Florida’는 타악기와 왜곡된 전자음이 융합해 긴장감을 불러내는 화성으로 전개되기 전, 극저음에서 고동치듯 서서히 증대되어 폭발하는 금관악기의 반주로 서막을 고한다. 고질라의 등장을 나타내는 지시악곡. ‘Skull Island’는 다소 서사적으로 들리는 금관악절에 현과 목관악기의 친근한 악절을 결합해 불안감을 야기하는 곡 구성이 흥미롭다. 해골 섬을 나타내는 플루트 모티프는 2분 35초경에 처음으로 등장해 콩의 성격에 평화롭고 자연친화적인 면이 있다는 걸 강조해준다.

극의 주인공인 두 괴수를 위한 테마 외에 스코어의 나머지 주된 악상은 어둠의 기술회사인 “에이펙스 사이버네틱스”와 그 회사가 괴수를 영원히 없애기 위한 수단으로 “메카고질라”를 만든 것과 연관이 있다. 메카고질라를 만드는데 사용된 첨단과학기술을 포착하기 위해 작곡가는 전자음악에 의한 일렉트로니카의 장르적 성향에 크게 의존했다. 일련의 맥박처럼 진동하는 신디사이저 펄스와 폭포수처럼 소용돌이치는 전자음을 배후로, 때로는 상당히 강력한 인더스트리얼 소음으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뒷받침한다.

사운드에 수반되는 오케스트라 악상 중 일부는 흥미진진하다. 특히 지시곡의 도입부에서 휘젓는 클라리넷 반주가 그러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메카고질라’ 음악은 고질라 테마의 화음적 모티프를 공유해 가혹하고 가차 없이 반복되며, “뉴 웨이브”, “신스-팝”으로 정의되는 1980년대 유행음악사운드의 질감을 환기한다.

나머지 스코어는 본질적으로 이 세 가지 주요 악상의 반주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케스트라와 전자 소음으로 둘러싸여 있다. 2015년 <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Mad Max: Fury Road)와 마찬가지로 매우 강력하고 시끄러운 소음에 가까울 정도로 소란스럽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없다. 내러티브에 따른 음악적 스토리텔링이 부족하다. 중요한 무언가가 진행되고 있음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고 과격하지만, 콩과 고질라의 무시무시한 대격돌을 초월한 음악의 미묘한 차이가 거의 공존하지 않는다. 음악이 세면 싸우는 것이고, 부드러우면 싸움을 멈춘 것이고, 양단간의 명확한 이분법적 판가름을 달리할 뿐이다.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작곡가의 전작들에서 나타난 오케스트라의 정교함과 디테일의 수준이 대부분 여기에 자취를 감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엄청나게 잔인한 스코어의 내면에는 고질라와 콩이 누구이고 무엇인지 고려하고 음악으로 치환해내기 위해 원시적인 힘을 강조하는 악상을 화면에 펼쳐냈다는 것을 포착할 순 있지만, 그것이 극의 다른 부분들까지 상쇄해 희생해야하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전에 고질라를 상대한 두 영화음악가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와 베어 맥크리어리는 모두 스코어에서 멋진 오케스트라 터치를 희생하지 않고도 괴수의 엄청난 괴력을 포착 할 수 있었던 걸 감안하면 더욱 비교되는 일면이다.

그렇다고 낙관적 이면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New Language’(새로운 언어)의 전자음은 외세에서 온 것 같은 신비로운 소리를 내며 매력적이다. ‘Through There’(거기를 통해서)에서 콩의 주제에 대한 반주는 적절하게 영웅적이며, 이어지는 ‘Antarctica’(남극)에서 더 신비한 플루트와 마림바 버전이 그러하다. ‘Hollow Earth’(공동지구)의 처음 몇 분은 부족의 타악기와 모험심으로 가득 찬 이국적인 정글 사운드를 들려주는 한편, 일렉트로 댄스비트가 4박자로 반복해 음형을 만들어내고 전자 배음이 공간감을 더해준다. 흡사 방겔리스(Vangelis)의 <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영화음악을 연상시킨다. 동일하게 ’The Throne’(왕좌)의 서사적 브라스 화음은 극의 맥락에서 적절하게 웅장한 감동을 준다. ‘Just Now’(바로 지금)에서 현악과 신디사이저 전자화음의 조화는 2006년 < 판의 미로 >(Pan’s Labyrinth)의 테마를 연상하게 할 만큼 인상적이다.

‘Tasman Sea’(타즈만 해)로 시작하는 대부분의 대형 액션 시퀀스를 반주하는 음악은 전자 타악기의 끊임없는 망치질 사운드로 채워졌으며, 금관악기에 의한 웅대한 사운드와 현악기의 활기 넘치는 사운드를 특징으로 폭발적인 대규모의 관현악협주를 들려준다. 때때로 다소 추상적인 합창이 가미되기도 했다. 죄르지 리게티(György Ligeti)의 고전걸작 ‘Requiem’(레퀴엠)을 기반으로 괴수들의 격돌에 전조로서 후에 벌어질 참상을 예고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고질라의 테마와 콩의 테마를 중심으로 영화의 내용전개를 뒷받침하는 음악은 전체적으로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장엄하지만, 전혀 새로울 게 없다. 지속적인 타악기 패턴과 금관악기에 의한 영화의 본질적 사운드, 거기에 신디사이저가 결합해 괴이하고 변형된 사운드 텍스처를 증폭해내는 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Nuclear Blast’(핵폭발)로 시작해 ‘Hong Kong’(홍콩)으로 끝나는 종반부의 네 큐는 홍콩을 배경무대로 고질라와 콩 사이의 마지막 전투, 그리고 콩과 고질라가 협력해 메카고질라에게 맹공을 가하고, 물리치는 최후의 결전을 강조한다. 악보의 세 가지 주요 음악적 정체성 ‘콩의 테마’, ‘고질라의 테마’, ‘메카고질라’ 사운드질료가 모두 나타나며, 오케스트라의 대량살상적 폭음을 감지할 수 있다. 괴이한 전자 음향 효과, 타악기 강타, 합창의 가세와 화면의 전개에 필적하는 음악의 충돌이 실로 대단하다. 드럼 및 타악기 군을 이용해 동일성부를 반복 연주해 일정한 음형을 만들어내고, 때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해주는 합창, 그리고 금관악기 군의 우렁찬 사운드와의 융합을 통해 괴수들의 역동적이고 웅대한 활극을 더욱 강력하게 조명해주는 식의 대규모 액션 음악이 종반부의 장대한 전투 장면을 휘덮는다.

이 음악은 거대한 거대 괴수들이 서로를 강타하고, 건물에 충돌하고, 거대한 전투 도끼를 휘두르고, 핵 불꽃을 뿜어내는 장면을 수반해 시각적 위용을 웅대하게 강조하기 위해 쓰였다. 홀켄보그가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의 DJ로서의 명성으로 정키 XL(Junkie XL)이라는 예명으로 불리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전자음악에 비중을 두고 클래식 오케스트라를 적절히 조합해낸 결과로 거대한 액션의 파괴력은 음악을 통해서도 공히 전해지지만, 그 광경을 깊이 있게 만드는 명확한 스토리텔링 측면의 부재는 안타까울 따름.

‘메카고질라’ 모티프의 불협화음에 가까운 거대한 전자 팡파르, ‘홍콩’의 오프닝 순간은 특히 합창단이 콩의 테마와 고질라의 테마와 결합될 때 웅장함을 더하고, 나중에는 현, 드럼, 전자 타악기가 결합하여 조성해내는 순간은 한편 귀를 솔깃하게 한다. 무자비하고 스릴 넘치는 전진의 움직임, 큐의 마지막 부분에서 마지막으로 정키 엑스엘은 전자음악보다 선율적 방식으로 태세를 전환한다. 드럼 루프와 함께 온화한 현악과 타악, 키보드 연주가 조화를 이루면서 더욱 강렬하고 절제된 곡의 전개를 들려준다.

< 고질라 vs. 콩 >(Godzilla vs. Kong)은 확실히 작곡가 홀켄보그가 영화음악가로서 2010년대 초에 비해 확실히 성장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그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극의 내용전개를 더욱 풍성하게 해줄 음악적 스토리텔링이 미비한 점은 개선이 여지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전통에 대한 존경과 유지 보수 및 개발에 따른 혁신을 추구할 것이냐의 자문자답에서 스스로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16년 < 배트맨 대 수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을 한스 짐머(Hans Zimmer)와 공작한 이력 때문인지, < 맨 오브 스틸 >(Man of Steel)의 액션장면에 쓰인 음악을 대부분 재연했다. 액션음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타악 리듬패턴을 그대로 빌려온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콩을 위해 우는 현악과 목관악기, 그리고 처연한 느낌을 주는 신디사이저 화음을 꼭 써야만 했을까 하는 의문도 남는다. 덕분에 왠지 모를 애잔함과 고독에 공감하게 되기도 하지만, 신파란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단, 그게 의도적 설정이었다면 결과적으로 통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위해 쓰인 오리지널 스코어와 별개로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에 수미상관으로 사용된 두 곡의 노래는 바비 빈튼(Bobby Vinton)의 ‘산 넘고, 바다를 건너’(Over The Mountain, Across The Sea), 홀리스(The Hollies)의 ‘내가 숨 쉬는 공기’(The Air that I Breath)이다. 1957년 자니와 조이(Johnnie&Joe)가 부른 곡을 1963년 바비 빈튼이 다시 불러 히트시킨 오프닝 송은 해골섬 어딘가에서 아침을 맞는 콩을 깨우는 기상음악과 같이 사용되었고, 고질라와 협공으로 메카고질라를 파괴한 후 콩이 집으로 돌아와 아침산책을 하는 마지막 장면에 사용된 ‘내가 숨 쉬는 공기’는 1972년 공개되어 히트한 팝송. 발표된 연대와 무관하게 제목과 가사, 그리고 분위기가 영화에 맞춤 선곡되었다. 또한 < 콩: 스컬 아일랜드 >가 다수의 1970년대 대중음악을 선정해 넣음으로써 베트남전을 방불케 한 것과 더불어 상호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 오리지널 스코어 목록
1. Pensacola, Florida(Godzilla Theme)[플로리다 주 펜사콜라(고질라 테마)] (2:18)
2. Skull Island(Kong Theme)[스컬 아일랜드(콩 테마)] (7:24)
3. Apex Cybernetics(에이펙스 사이버네틱스) (2:02)
4. A New Language(새로운 언어) (2:29)
5. Just Now(바로 지금) (1:50)
6. Tasman Sea(태즈만 해) (9:30)
7. Through There(거기를 통해) (1:25)
8. Antarctica(남극 대륙) (2:36)
9. Hollow Earth(지구 공동설) (3:48)
10. The Throne(왕좌) (2:11)
11. Lunch(점심) (1:59)
12. Nuclear Blast(핵폭발) (3:59)
13. The Royal Axe(왕의 도끼) (4:48)
14. Mega(메가) (7:39)
15. Hong Kong(홍콩)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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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김진성의 영화음악 – #2 접속(The Contact, 1997)

이즘은 개설 20주년을 맞아 특집 가운데 하나로 < 김진성의 영화음악(Historical Cinema Music) >을 연재합니다. 영화 역사를 수놓은 작품들 중에서 영화 자체는 물론 특히 영화음악으로 역사와 대중의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 30개의 작품을 골라 음악을 집중 분석합니다. 독자들의 반응을 기대합니다. 두 번째 편은 < 접속 >입니다.

1997년 9월13일 추석시즌부터 겨울 12월까지 장기상영에 들어가 서울에서만 67만 관객을 동원, 그해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작이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사용된 노래와 연주곡을 묶어낸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앨범이 80만장 이상 판매되며 영화의 흥행기록에 버금가는 명성을 획득했다. 그야말로 쌍끌이 히트, 겹경사였다. 한석규와 전도연, 두 남녀주연배우의 호연이 물론 영화의 흥행에 중대한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영화음악의 영향력 또한 간과할 수 없는 화제의 명화.

폴라로이드 즉석카메라와 PC통신을 주요 소품으로 활용해 시대상을 반영한 영화 <접속>은 동시대의 낭만적 사랑이야기 속으로 관객을 초대했다. 극에서 차지하는 음악의 지분도 마찬가지, 로맨틱한 무드로 사랑의 감정을 불러내는 노래들이 적재적소에 사용되었다. 그렇게 영화의 장면에 유효 적절히 조응하도록 삽입된 노래들은 연이어 인기를 누리면서 영화팬과 음악애청자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한 X세대 남녀의 러브스토리에 음악은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충만했다. 그야말로 시대를 초월해 구관이 명관임을 다시금 인지하게 만든 셈.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과 테크노(Techno) 음악이 최신 유행하던 1990년대 후반, CD가 음반시장을 재편하던 그 대세 안에서 “길보드” 차트를 점령할 만큼 그 여파는 실로 대단했다.

사라 본(Sarah Vaughan)의 ‘A Lover’s concerto’와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의 ‘Pale blue eyes’는 그중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곡으로, 이후 라디오 신청곡으로도 꾸준히 애청되면서, 영화의 주제가처럼 각인되었다.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피카디리 극장 앞 광장에서의 종영장면과 함께 울려 퍼진 ‘연인들의 협주곡’과 카페에서 읊조리듯 흘러나온 ‘연푸른 눈동자’는 우리에게 그렇게 영화음악으로 기억에 새겨졌다.

영화는 한석규가 출연한 라디오 심야프로그램 PD 동현과 전도연이 분한 홈쇼핑 콜센터 상담사 수현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옛사랑을 잊지 못하는 동현과 친구의 애인을 남몰래 짝사랑하는 수현은 각각 “해피엔드”와 “여인 2”라는 대화명으로 인터넷 PC통신에서 만나 서로에게 점점 빠져든다. 사랑의 아픔을 지닌 둘은 모두 상실과 외로움 속에 사이버 채팅을 통해 마음 속 비밀까지 공유하는 사이로 발전하고, 음악은 두 남과 여의 관계에서 중요한 매개역할로 작용한다.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속 깊은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만큼 인터넷에서 둘은 자유롭게 대화하지만, 실상 현실에서는 모순되게도 서로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스치듯 지나가고, 둘의 엇갈림을 가장 잘 표현한 장면이 연출되는 장소가 레코드가게 좁은 계단이라는 점도 음악적으로 관심을 집중시키는 대목. 신인 감독 장윤현의 섬세한 연출력과 더불어, 영화 장면 속에서 주인공의 심리에 접속해 공감할 수 있게 한 선곡이 특출하다. 우선 영화에 주제곡처럼 쓰였을 뿐만 아니라, 동현과 수현의 만남을 가능케 했던 곡이 바로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의 ‘Pale blue eyes’다.

동현의 옛 연인 영혜가 즐겨듣던 이 곡을 수현이 방송에서 우연히 듣게 되고, 다음날 “여인 2”라는 아이디로 이 곡을 신청하면서 동현과의 연인이 시작된다. 루 리드(Lou Reed)가 소곤거리듯 낮게 읊조리는 가창이 조용히 가슴에 와 닿는 이 곡은 한석규의 동현을 위한 곡이다. 이 노래로 관객은 떠나간 옛 사랑에 대한 동현의 그리움과 다가오는 새로운 연인을 향한 기다림의 정서를 미리 짐작하게 된다. 특히 영화의 인물설정 상 라디오 음악프로그램 PD인 남자주인공의 이 곡에 대한 애정은 진정한 애호가가 아니면 잘 몰랐던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대중적으로 알렸다는데 의미가 남다르다.

PC통신으로만 얘기를 나누던 남여주인공이 서로 만나게 되는 엔딩장면에 쓰인 곡은 1966년 재즈 가수 사라 본(Sarah Vaughan)이 다시 불러 히트한 재즈 풍의 노래, 원래 바흐(Johann Sebastian Bach)가 두 번째 아내 안나 막달레나를 위해 작곡한 춤곡(Minuet)을 1965년 흑인 여성 3인조 그룹 토이즈(The Toys)가 노래해 빌보드 핫100차트 2위까지 올려놓은 ‘A lover‘s concerto'(연인들의 협주곡)다. 밝고 경쾌하게 박진하는 리듬과 호소력 짙은 그녀의 보컬은 행복한 결말과 함께 빛나면서 이 곡을 최고의 라디오 애청곡 목록에 올려놓았다.

“저는 눈물이 안나요… 정말 바보 같죠.”란 독백에서 전해지는 것처럼 수현의 아픔을 온유하게 보듬어 주는 곡은 ‘The look of love’(사랑의 모습), 영국이 낳은 위대한 소울 여가수 더스티 스프링필드(Dusty Springfield)가 라틴 룸바 리듬을 실은 재즈 반주에 맞춰 불렀다. 작곡가 버트 바카락(Burt Bacharach)과 작사가 할 데이비드(Hall David) 명콤비가 공작해낸 사랑의 발라드로, 이 노래 역시 많은 팝송 팬들의 심금을 울리며 애청되었다.

이외에도 탐 웨이츠(Tom Waits)의 작별과 회한을 노래한 ‘Yesterday is here'(어제는 여기에)와 록 밴드인 트록스(Troggs)의 1966년 발표 히트곡 ‘With a girl like you'(당신 같은 여인과 함께)까지, 다양한 팝의 클래식들이 수현과 동현의 내면을 대변하는 한편, 송지예와 방대식이 두 남녀주인공이 되어 대화하듯 부른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는 ‘The look of love’와 유사한 라틴 재즈풍의 곡으로 영화에 일관된 기조의 분위기를 유지해준다.

별도의 사운드트랙앨범으로 발매된 음반에서도 파악할 수 있듯 영화 <접속>의 분위기를 아우르는 음악은 재즈, 엄밀히 퓨전 재즈적 감성으로 충만하다.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 드럼과 베이스를 기본 악기구성으로 ‘연인들의 협주곡(A lover’s concerto)’과 바흐의 클래식원곡의 느낌을 함유한 연주곡 ‘사랑의 송가’는 그 대표적 증거. 이 곡을 필두로 ‘거리에서’, ‘해피엔드&여인 2’, ‘방황’로 이어지는 Cucina Acoustica(쿠치나 어쿠스티카)의 연주가 때론 밝게 때론 차분한 사색조로 화면을 채워준다. 이들 곡에서 느껴지는 감성적 터치는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Leaving Las Vegas)나 <사랑의 행로>(The Fabulous Baker Boys)의 음악처럼 영화에 대한 시각적 인상을 도회적 세련미로 물들이는 한편, 극적으로 그 끝을 알 수 없는 불안한 로맨스 스토리를 관통한다.

사실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실린 스무드 재즈(Smooth Jazz) 스타일의 반주와 숨은 명곡들을 선정해 결합해낸 음악감독 조영욱의 뛰어난 감각과 노고가 아니었다면 영화 <접속>을 지금까지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영화 색깔에 어울리게 화려하지 않고 단순하면서도 개인적인 느낌을 주는 음악을 고른 것이 젊은 관객들의 감성과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영화의 성공의 반은 국내최초 영화음악 프로듀서로 공인된 조영욱의 공이 컸다.

추억에 매달리는 주인공들의 인물됨과 취향에 맞춰 옛 노래이면서도 당시 젊은이들에게는 새롭게 가닿을 수 있는 노래를 주로 선택한 사운드트랙 구성이 주효했던 것이다. 또한 노래에 대한 ‘저작인접권’이나 원곡 작곡가가 지닌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당시, 빈약한 영화음악예산으로 영화의 질과 음악의 상업성을 모두 만족시키려한 노고의 결실이었다. 그렇게 영화 <접속>은 만인들의 마음에 음악으로 접속했다.

– 수록곡 –
01. Prologue
02. Cucina Acoustica – 사랑의 송가
03. 수현의 독백
04. Dusty Springfield – The Look of Love
05. Cucina Acoustica – 거리에서
06. Cucina Acoustica – 해피엔드 & 여인2
07. 폴라로이드
08. The Troggs – With A Girl Like You
09. 운명의 반전
10. The Velvet Underground – Pale Blue Eyes
11. Tom Waits – Yesterday is Here
12. 손지예, 방대식 –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13. Cucina Acoustica – 방황
14. 수현의 전화
15. Sarah Vaughan – A Lover’s Concerto6.
16. J.S.Bach – 2 Minuet G Major & g minor BWV 114 & BWV 115
17. Cucina Acoustica – 방황(Take 2)
18. Title (Instrumen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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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김진성의 영화음악 – #1 오즈의 마법사(Wizard of Oz, 1939)

이즘은 개설 20주년을 맞아 특집 가운데 하나로 < 김진성의 영화음악(Historical Cinema Music) >을 연재합니다. 영화 역사를 수놓은 작품들 중에서 영화 자체는 물론 특히 영화음악으로 역사와 대중의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 30개의 작품을 골라 음악을 집중 분석합니다. 독자들의 반응을 기대합니다. 첫 편은 < 오즈의 마법사 >입니다.

월트 디즈니(Walt Disney)의 <백설 공주와 일곱 난장이>(Snow White And The Seven Dwarfs)가 놀라운 상업적 성공을 거둠에 따라 MGM 스튜디오 임원인 루이스 메이어(Louis Mayer)는 그에 필적하는 작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는 즉시 엘. 프랭크 바움(L. Frank Baum)의 소설<오즈의 위대한 마법사>(The Wonderful Wizard of Oz, 1900)에 대한 판권을 사들였다. 노엘 랭리, 플로렌스 라이어슨(Noel Langley, Florence Ryerson)과 에드가 앨런 울프(Edgar Allan Woolf)가 각본을 쓰고, 베테랑 감독 빅터 플레밍(Victor Fleming)이 연출을 맡았다.

이제 전설이 된 출연배우에는 도로시(Dorothy) 역에 주디 갈란드(Judy Garland)를 비롯해, 마블 교수 마블/오즈의 마법사 역에 프랭크 모건(Frank Morgan), 허수아비 역에 레이 볼거(Ray Bolger), 양철 나무꾼(Hickory/Tin Man) 역에 잭 헤일리(Jack Haley), 겁쟁이 사자(Zeke/Cowardly Lion) 역에 버트 라(Bert Lahr), 북쪽의 착한 마녀 글린다(Glinda) 역에 빌리 버크(Billie Burke)와 서쪽의 사악한 마녀 알미라 걸치 역에 마가렛 해밀턴(Margaret Hamilton)이 캐스팅되었다.

배역을 정한 영화는 그런데 원작 소설에서 바움이 실제 장소로 구상한 오즈를 꿈의 풍경으로 변모시켰다는 점에서 상호 거리감이 있었다. 각색된 꿈의 세계를 무대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토네이도를 타고 캔자스 집에서 놀라운 오즈 왕국으로 이송된 어린 소녀와 강아지의 마법적이고 환상적인 모험극으로 그려진다. 시골의 현실에서 오즈라는 판타지의 세계로 장소를 옮긴 소녀 도로시는 북부의 착한 마녀 글린다의 도움을 받아 위대한 여정을 시작한다. 충견 토토와 함께 에메랄드 도시에 사는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가 집으로 되돌아가게 해달라는 소원을 말하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두뇌를 찾는 허수아비, 마음을 찾는 양철 나무꾼, 용기를 찾는 비겁한 사자를 만나 친구가 된다. 서쪽의 사악한 마녀 걸치가 도로시의 소원성취를 방해하지만, 도로시와 친구들은 뜨거운 우정과 눈부신 협력으로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간다. 절박한 공존의 필요성 속에서 믿음과 진심으로 각자의 콤플렉스를 극복해내는 주인공들. 여러 모험을 겪은 끝에 마침내 도로시는 신고 있던 루비 구두를 이용해 가족이 있는 캔자스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행복한 결말을 맞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개봉당시보다 이후 TV를 통해 방영되면서 최다 상영과 최다관객동원이라는 기념비적 기록을 세웠고, 영화 예술의 걸작으로 칭송받으며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대중의 반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작품상을 포함해 아카데미상 6개 부문 후보에 지명된 영화는 무엇보다 최우수 음악(Best Music)상 2개 부문 트로피를 모두 석권했다는데 의미가 깊다. “스코어(Original Score)”와 “원곡/주제가(Original Song)”, 두 부분을 공히 수상함으로써 명실공이 뮤지컬영화 최고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특히 ‘Over the rainbow’의 주제가상 수상은 이 영화에 상징적 가치를 더할 뿐만 아니라, 후대에 길이 빛날 시대의 명화가 될 신호탄임을 확증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뮤지컬이 될 것이라는 것이 결정되었다. 그래서 많은 노래를 작곡하기 위해 작곡가 해롤드 알렌(Harold Arlen)과 작사가 입 하부르크(Yip Harburg)로 구성된 신뢰할 수 있는 팀이 고용되었다. 작곡가 허버트 스토다트(Herbert Stothart)는 자신이 쓴 스코어의 패턴 내에서 노래를 조정하고 통합하는 임무를 맡았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등장인물들과 무대가 되는 배경에 맞춰 다양한 라이트모티프(leitmotif)의 연주곡을 단편적으로 사용해 극의 장면전개를 보강하는 한편, 작곡가 스토다트는 유명한 고전음악을 발췌해 넣기도 하고, 알려진 대중음악도 사용했다.

슈만(Schumann)의 ‘The Happy Farmer'(행복한 농부)에서 발췌한 부분을 영화의 초반 몇몇 장면에 사용했는데, 도로시와 토토가 걸치 여사를 만난 후 집으로 돌아오는 오프닝 장면과 토토가 그녀에게서 탈출 할 때, 그리고 집이 토네이도를 타고 날아갈 때 삽입되었고, 토토가 마녀의 성에서 탈출했을 때는 멘델스존(Mendelssohn)의 ‘Opus 16, #2’에서 발췌한 곡의 일부가 들어갔다. 또한 도로시,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비겁한 사자가 마녀의 성에서 탈출하려 할 때는 무소르그스키(Mussorgsky)의 ‘Night on bald mountain'(민둥산의 밤)에서 발췌한 주요 악절을 지시악곡에 결합해내기도 했다.

차이코프스키(Tchaikovsky)의 ‘Waltz of flowers'(꽃의 왈츠)가 도로시, 양철 나무꾼, 허수아비, 비겁한 사자 토토가 양귀비 밭에서 잠들 때 사용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 도로시와 허수아비가 의인화 된 사과나무를 발견할 때 ‘In the shade of the old apple tree'(오래된 사과나무의 그늘에서), 마법사가 도로시와 친구들에게 상을 수여할 때 학생찬가로 유명한 ‘Gaudeamus Igitur'(가우데아무스 이기투어), 캔자스에 있는 도로시의 집에서 폐막하는 장면의 일부에 ‘즐거운 나의 집’으로 매우 친숙한 ‘Home! Sweet Home!’이 기성고전가요로 차용되었다.

알다시피 뮤지컬로 제작된 영화는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와 그 주제에 얽힌 노래가 풍부하다. 북방의 선한 마녀로서 천상의 특성으로 그녀의 페르소나를 강조하는 글린다(Glinda)의 테마를 위시해 서쪽의 사악한 마녀 걸치(Gulch)의 테마, 장난꾸러기 강아지 ‘토토의 테마’, ‘마블 교수(Professor Marvel)의 테마’, 그리고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 등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 각자에게 특징 있는 주제적 악상을 주고, 그 주제곡들을 변주해 영화 전반에 골고루 배치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메인테마 ‘Over The Rainbow‘는 갈란드(Garland)가 1막에서 부른 노래에서 파생되어 나온다. 영화의 스코어 역사상 가장 숭고한 가사와 멜로디의 조화라고 할 수 있는 이 곡은 도로시의 테마 역할을 하고, 작곡가 스토다트는 “꿈은 실현된다.”는 이야기의 메시지를 관객에게 상기시키기 위해 오케스트라로 반주된다.

이 주제곡은 영화의 개막을 알리는 ‘메인타이틀'(Main Title)에서도 연달아 이어지는 여러 테마들과의 조화 속에서 최고의 순간을 제공한다. 그리고 주디 갈란드(Judy Garland)의 가창과 더불어 관객들은 목가적인 것에 대한 그녀의 열망을 듣고, 영화 내러티브의 정서적 핵심을 포착할 수 있다. 도로시 역의 갈란드가 하늘을 향해 노래할 때 그녀의 뛰어난 보컬은 완벽한 영화의 순간을 만든다.

「무지개 너머 높은 곳 어딘가에
자장가에서 한 번 들었던 땅이 있습니다.
무지개 너머 어딘가 하늘은 파랗고
감히 꾸는 꿈들이
정말로 이루어집니다.

언젠가 별을 향해 소원을 빌 겁니다.
그리고 저 너머 구름에서 깰 거예요.
걱정이 레몬 방울처럼 녹아버리고
굴뚝 꼭대기 저 위에
당신이 나를 찾을 수 있는 곳이죠.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파랑새가 날고,
새들이 무지개 너머로 날아갑니다.
왜 그때, 오, 나는 날아가지 못하는 걸까요?
행복한 작은 파랑새가 무지개 너머로
날아가는데, 왜, 오, 왜 난 못하는 거죠?」
 -“Over the rainbow”노랫말 중-

입 하부르크(Yip Harburg)의 가사와 해롤드 알렌(Harold Arlen)의 작곡이 탄생시킨 주제가 ‘Over the Rainbow’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가 지금까지 대중들의 기억에 각인되었을지는 미지수다. 그만큼 영화에서 주제가가 주는 파장은 실로 대단하다. 영화가 전하고자하는 함의를 오롯이 내포한 이 노래는 ‘AFI(American Film Institute)’의 100년… 100곡과 미국 음반 산업 협회의 “세기의 365곡”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7년 3월, 주디 갈란드가 부른 ‘Over the Rainbow’는 “문화적, 역사적 또는 예술적으로 중요한” 음악으로 선정돼 국회도서관의 “내셔널 레코딩 레지스트리(National Recording Registry)”에 등재되었다.

–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노래 곡명 –
1. ‘Over the Rainbow'(무지개 너머) – 주디 갈란드(Judy Garland), 도로시 게일(Dorothy Gale)
2. ‘Come Out…'(나와…) – 빌리 버크(Billie Burke), 길린다(Glinda)와 먼치킨스(the Munchkins)
3. ‘It Really Was No Miracle'(정말 기적이 아니었어) – 주디 갈란드(Judy Garland), 빌리 블레처(Billy Bletcher) 그리고 먼치킨스(the Munchkins)
4. ‘We Thank You Very Sweetly'(매우 감사합니다) – 프랭크 쿡시(Frank Cucksey)와 요셉 코지엘(Joseph Koziel)
5. ‘Ding-Dong! The Witch Is Dead'(딩-동! 마녀는 죽었다) – 빌리 버크(Billie Burke)와 먼치킨스(the Munchkins)
6. ‘As Mayor of the Munchkin City'(먼치킨 시의 시장으로서)
7. ‘As Coroner, I Must Aver'(검시관으로서 나는 주장해야한다)
8. ‘Ding-Dong! The Witch Is Dead'(Reprise) – 먼치킨스(The Munchkins)
9. ‘The Lullaby League'(자장가 리그)
10. ‘The Lollipop Guild'(롤리팝 길드)
11. ‘We Welcome You to Munchkinland'(먼치킨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먼치킨스(The Munchkins)
12. ‘Follow the Yellow Brick Road/You’re Off to See the Wizard'(노란 벽돌 길을 따라서/마법사를 만나러 간다) – 주디 갈란드(Judy Garland)와 먼치킨스(the Munchkins)
13. ‘If I Only Had a Brain'(내가 뇌가 있다면) – 허수아비 레이 볼거(Ray Bolger)와 도로시 주디 갈란드(Judy Garland)
14. ‘We’re Off to See the Wizard'(마법사를 만나러 간다) – 주디 갈란드와 레이 볼거
15. ‘If I Only Had a Heart'(내게 심장만 있다면) – 양철 나무꾼(the Tin Man) 잭 헤일리(Jack Haley)
16. ‘We’re Off to See the Wizard'(Reprise 1) – 주디 갈란드, 레이 볼거, 원래 양철 나무꾼 버디 엡슨(Buddy Ebsen)
17. ‘If I Only Had the Nerve'(내가 신경만 가졌다면) – 겁쟁이 사자 버트 라(Bert Lahr), 양철 나무꾼 잭 헤일리, 허수아비 레이 볼거, 그리고 주디 갈란드
18. ‘We’re Off to See the Wizard'(Reprise 2) – 주디 갈란드, 레이 볼거, 버디 엡슨, 버트 라.
19. ‘Optimistic Voices'(낙관적 음성) – 엠지엠 스튜디오 합창단(MGM Studio Chorus)
20. ‘The Merry Old Land of Oz'(오즈의 즐거운 옛 땅) – 마차 기사 프랭크 모건(Frank Morgan), 주디 갈란드, 레이 볼거, 잭 헤일리, 버트 라, 그리고 에메랄드 도시 주민들(the Emerald City townspeople
)
21. ‘If I Were King of the Forest'(내가 숲의 왕이었다면) – 버트 라, 주디 갈란드, 레이 볼거, 잭 헤일리
22. ‘The Jitterbug'(지르박) –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삭제된 노래지만, 일부 확장판 편집 CD에 수록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