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Feature

김진성의 영화음악 – #7 페임(Fame, 1980)

1976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코러스 라인>(A Chorus Line)의 노래 ‘Nothing’에 뉴욕 공연 예술고등학교(New York High School of Performing Arts)를 언급하는 대목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제작자 데이비드 드 실바(David De Silva)는 앨런 마샬(Alan Marshall)과 함께 8백 5십만 달러라는 넉넉한 제작비로 영화화에 착수했으며, 앨런 파커(Alan Parker)를 감독으로 고용했다.

파커 감독은 학생들이 겪는 고통과 실망을 강조하는 것을 선호해 이야기를 상당히 어둡게 만드는 쪽으로 대본을 수정했다. 그리고 10대의 자살, 동성애와 낙태, 문맹, 미성년자 포르노와 같이 이전에는 금기시되었던 주제를 과감히 다뤘다. 파커는 또한 42번가에서 상영되는 포르노 영화의 제목이 “Hot Lunch”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제작 과정에서 영화 제목을 “Fame”(페임)으로 개명했다. 이야기에 주어진 설정에 따라 감독은 극의 등장인물 선발을 위해 젊은 배우를 찾았다. 아이린 카라(Irene Cara)가 주인공 코코 에르난데즈(Coco Hernandez) 역에 선정되었고, 신인 리 커렌(Lee Curren), 로라 딘(Laura Dean), 안토니아 프란세시(Antonia Franceschi), 폴 맥크레인(Paul McCrane), 배리 밀러(Barry Miller) 그리고 모린 티피(Maureen Teefy)가 합류했다.

영화는 1980년대 뉴욕시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명문인 뉴욕 공연예술학교 입학부터 졸업까지 학생들의 열망과 두려움을 탐구하고, 그들의 성공과 실패를 투영한다. 북미에서만 4천2백만 달러 이상의 티켓 판매수익을 올리며 상업적 성공을 거둔 흥행요인, 대중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향하게 한데는 궁극적으로 문화적 현상이 될 만큼 핵심이 된 영화의 구성요소가 크게 한몫했다. 공연예술학교에서의 학생들의 삶을 근본으로 하는 드라마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한편, 비평가들의 찬사는 영화를 뮤지컬로 이끄는 영화음악에 쏟아졌다. 극명한 비평의 갈림에도 불구하고 <페임>은 4개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지명되었고, 최우수 스코어(Best Original Score)와 최우수 노래(Best Original Song)를 모두 수상했다. 영화음악부문 트로피를 석권한 것이다.

앨런 감독은 애초 1978년 명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Midnight Express)를 성공적으로 합작한 작곡가 조르지오 모로더(Giorgio Moroder)에게 영화의 스코어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런 다음 밴드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Electric Light Orchestra)의 리더인 제프 린(Jeff Lynne)에게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도박하는 심정으로 그는 신예 작곡가인 마이클 고어(Micheal Gore)에게 음악 지휘봉을 넘겼다. 마이클 고어는 유명한 여성 팝가수 레슬리 고어(Leslie Gore)의 남동생으로 누나와 함께 곡을 쓰기는 했으나, 영화음악은 <페임>이 입문작이었다. 파커 감독은 고어가 쓴 곡들을 재녹음(dubbing)하는 대신 동시녹음(Live)으로 촬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Out here on my own’과 ‘Hot lunch jam’을 누이 레슬리의 작사로 완성한 마이클은 주제가(Title song)에 맞는 가사를 찾기 위해 작사가 딘 피치포드(Dean Pitchford)와 함께 한 달 동안 고심했고, 결국 “I”m going to live forever“(난 영원히 살 거야)를 즉흥적으로 완성해냈다. “Remember! Remember! Remember!(기억해! 기억해! 기억해!)”를 반복해 노래하는 백업 보컬의 코러스 라인도 덧붙였다. 딘과 고어는 린다 클리포드(Linda Clifford)가 부른 ‘Red light’와 ‘I sing the body electric'(아이린 카라와 교우들 합창), 두 곡에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파커는 사운드트랙 넘버를 동시 녹음하는 한편, 영화가 가스펠(Gospel), 록(Rock), 클래식(Classic)의 세 가지 양식을 구성요소로 결합한 노래들로 채워져다 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리고 주제를 가진 각각의 노래들을 연기자의 배역에 맞게 사용해 장면에 조응하게 했다. 파커 감독의 주문에 따라 곡을 쓴 고어의 노고는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처음으로 두 곡이 최우수 노래 부문 후보에 오르는 획기적 성과를 낳았다. 타이틀곡 ‘Fame’과 ‘Out here on my own’이 주제가상 후보에 지명된 것. 또한 디지털 오디오 사운드트랙을 사용한 최초의 영화 중 하나였다.

고어의 음악은 사실상 앨런 파커 감독이 연출가로서 이야기를 구성해냄에 있어서 드러낸 결점을 매끄럽게 이어줄 만큼 이야기의 맥락을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이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야기의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음악으로 보강하고, 분절된 내러티브의 맥을 음악으로 유지해줌으로써, 청중들의 동참을 유도하고, 극 중 아이들의 투쟁과 열망 그리고 승리라는 주제가 주는 생생한 쾌감에 관객들이 동화되게 했다. 영화적 감동의 8할은 마이클 고어의 음악이 빚어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고어가 피치포드와 공작한 주제가 ‘페임’은 대중들의 반향을 일으킴과 동시에 문화적 현상을 촉발하게 했다. 사랑과 평화의 세상, 그리고 자유와 반전을 노래한 저항 음악이 포크와 록을 통해 시대를 대변한 1970년대를 지나, 개인주의와 소비주의 시대로 유명한 1980년부터 향후 10여 년간의 세대를 향한 일종의 신호탄과 같았다. 전자 키보드 신시사이저(전자 음향 합성기)의 등장과 춤추기 좋은 댄스뮤직(디스코, 신스팝)의 유행, 그리고 곧 1981년 ”MTV“의 개국과 더불어 뮤직비디오 시대가 전개되기까지, 영화 <페임>의 사운드트랙으로 쓰인 음악은 그 전조에 다름 아니었다.

그뿐만 아니라 스코어도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의 <스타워즈 에피소드 Ⅴ-제국의 역습>(Empire Strikes)을 누르고 오스카상을 수상하는 놀라운 쾌거도 올렸다. 오늘날까지 영화의 타이틀곡인 노래 ‘Fame’은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노래 중 하나로 당당히 손꼽힌다. 클래식, 고전음악과 1980년대에 유행한 대중음악 양식을 뉴욕의 한 공연예술고등학교를 무대로 펼쳐지는 십대들의 이야기에 기막히게 엮어낸 음악가 고어가 아니었으면 이 영화의 영속성은 담보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또한 주제가 ‘Fame’과 함께 ‘Out here on my own’을 열창해 오스카와 그래미를 모두 석권한 아이린 카라가 아니었으면, 이 영화가 지금의 명성을 획득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목록
1. Fame(명성) – 아이린 카라
2. Out here on my own(여기에 나 홀로) – 아이린 카라
3. Hot lunch jam(즉흥적이고 흥분된 점심 잼) – 아이린 카라
4. Dogs in the yard(마당의 개들) – 폴 맥크레인(Paul McCrane)
5. Red light(빨간 등) – 린다 클리포드(Linda Clifford)
6. Is it okay if i call you mine?(널 내 거라고 불러도 괜찮겠어?) – 폴 맥크레인(Paul McCrane)
7. Never alone(절대 혼자가 아니야) – 음악예술고등학교 컨템포러리 가스펠 코러스Contemporary Gospel Chorus of the High School of Music and Art)
8. Ralph and Monty(랄프와 몬티) (의상실 피아노 연주) – 마이클 고어
9. I sing the body electric(난 몸이 전율하게 노래해) – 로라 딘(Laura Dean), 아이린 카라(Irene Cara), 폴 맥크레인(Paul McCrane), 트레이시 파넬(Traci Parnell), 에릭 브로킹스턴(Eric Brockington)
10, The way we were – Maureen Teefy(모린 티피) 노래, 원곡 마빈 햄리시(Marvin Hamlisch) 작곡
11. Old folks at home (Swanee River)(1851) 배리 밀러(Barry Miller) 피아노 연주, 춤
12. Happy birthday to you(1893) – 모린 티피(Maureen Teefy)
13. Singin’ in the rain – 아이린 카라(Irene Cara) 노래

Categories
Feature

김진성의 영화음악 – #6 써니(Sunny, 2011)

2008년 822만 관객이 극장을 다녀간 < 과속 스캔들 >로 대중성을 확보한 감독 강형철의 두 번째 작품. 이 영화 < 써니 >(2011)로 그는 다시 한번 흥행감독의 면모를 발휘했다. 그야말로 연타석 홈런인 셈. 745만여 명 관객동원이라는 흥행기록이 말해주듯 영화는 대중 친화적인 메시지들로 가득하다.

오래전 학창 시절, 지난 과거의 추억을 되새기고, 영화 속 내용에 푹 빠지게 하면서 ‘7080’세대들의 마음을 훔친다. 강형철 감독은 극 중 인물과 설정, 대사 등 여러모로 이전 명화들에서 익숙한 면들을 인용하고, 때론 경의를 표하면서 관객들의 뇌리에 각인된 기억들에 접속한다. 영화의 두 중심인물의 이름을 아예 ‘(임)나미’와 ‘하춘화’로 설정한 것부터 그러하다.

한국 가요계의 대모 격인 가수들의 이름을 영화의 인물에 접목해냄으로써 영화가 복고적 이미지를 지향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복고풍을 최대한 활용한 이 영화는 이야기의 구성이 최대강점, 그 흐름이 가히 압권이다. 이름만 대면 바로 떠오르는 스타 배우는 없지만, 출연진들의 실감 나는 연기가 매우 구성지다.

‘나미’ 역의 성인과 어린 시절을 연기한 유호정과 심은경, 춘화 역의 성인 버전과 소녀 버전을 보여준 진희경과 강소라, 이 두 핵심인물을 비롯해 주연과 조연 따질 것 없이 이야기 속 인물과의 매칭이 기막히다. 심은경과 강소라의 연기도 인상적이지만, TV 드라마를 통해 친숙한 유호정과 7공주 ‘써니’의 영원한 ‘짱’으로서 오랜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진희경의 호흡은 그 중력을 더한다. 그 외에도 여고 시절과 성인 역을 제각기 소화한 다른 배우들도 예사롭지 않은 존재감을 과시하긴 마찬가지. 본드 걸 상미 역의 천우희마저 소위 미친 연기로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추억 돋는 재미를 선사하는 “걸 파워”에 덧붙여 영화의 시대적 감성을 관통하는 음악은 영화의 화룡점정이라 할 만하다. 7공주 멤버들의 주제가처럼 영화의 엔딩에 사용된 보니 엠(Boney M.)의 ‘Sunny’는 단연 최상의 선택. 신나는 디스코 송이지만, 졸업 후 흩어졌던 멤버들이 춘화의 장례식장에 모여, 물심양면으로 서로를 챙기며 정감을 나누는 장면에 이어지는 노래는 극적 감동의 절정을 선사한다. 데모 진압으로 아수라장이 된 극장 앞 쌈박질 장면에 사용된 그룹 조이(Joy)의 ‘Touch by touch’와 함께 1980년대 유로 디스코(Euro Disco)의 향수를 불러내는 선곡, 당시 롤러스케이트장 최고 인기곡의 감흥이 여전하다.

▶춘화의 유언으로 보니 엠(Boney M.)의 ‘Sunny’에 맞춰 다함께 춤을 추는 장면.
▶데모 진압 장면.

신나는 유로 디스코 송의 여세를 몰아 나미의 로맨스를 대변하는 1980년 < 라붐 >(La Boum)의 주제가 ‘Reality'(현실), 마돈나(Madonna)와 함께 1980년대 여성 팝의 경쟁 구도를 형성한 신디 로퍼(Cyndi Lauper)의 ‘Time after time'(시간이 흘러도 계속해서)과 ‘Girls just want to have fun'(여자애들은 그냥 재밌게 놀고 싶어요) 등, 친 라디오 성향의 올드 팝송들이 요소요소에 배치돼 그때 그 시절로의 회춘을 거든다. 참고로 신디 로퍼의 ‘타임 애프터 타임’은 턱 앤 패티(Tuck & Patti)의 가창과 반주로 영화의 도입부에 사용되었고, 종영인물자막(End Credits)과 더불어 나오면서 깊은 여운을 남긴다.

나미의 ‘빙글빙글’과 ‘보이네’, 조덕배의 ‘꿈에’, 마그마의 ‘알 수 없어’,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과 같이 1980년대를 수놓은 우리 가요들의 등장도 여고시절의 향수를 불러내는 선곡, 팝송 팬과 가요 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준다. 특히 ‘나가수’나 ‘불후의 명곡’ 등 세대를 아우르는 TV 예능프로그램들에 익숙한 대중들의 감성을 파고들기에 충분한 포석이다.

< 말죽거리 잔혹사 >(2004), < 클래식 >(2003)과 같은 전례에 비춰, < 써니 > 성공의 1등 공신이 탁월한 음악 선곡에 있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 과속스캔들 >에 이어 음악을 연출한 김준석 음악감독의 공이 크지만, 그 공력을 자신의 시각적 연출 안에서 발휘할 수 있게 한 강형철 영화감독의 극적 통찰력에 더 무게가 실린다.

지난 시대를 관통한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와 대중의 유행 코드를 대중의 기억 속에 다시금 작동하게 한 영화 그리고 음악, 둘의 상호작용이 얼마나 긴밀하냐에 따라 흥행력 폭발과 복고 열풍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영화 < 써니 >는 음악으로 입증했다. 그리고 이후 < 응답하라 > 시리즈와 2010년대 후반부터 뉴트로(Newtro=New+Retro) 또는 신복고 유행 현상을 배태하기까지, 그 중심에 < 써니 >의 여파가 공존하고 있음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Categories
Feature

김진성의 영화음악 – #5 러브 스토리(Love Story, 1971)

1971년 4월 15일 개최된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에서 무려 7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최우수 작품상(Best Picture)을 위시해, 감독상(Best Director), 남우주연상(Best Actor), 여우주연상(Best Actress), 각본상(Best Story and Screenplay), 남우조연상(Best Supporting Actor), 최우수 오리지널 스코어(Best Original Score)부문까지, 대중적 흥행은 물론, 전문 비평가들로부터도 걸작 대우를 받은 영화는 명실 상부, 불멸의 명화가 되었다.

비록 6개 부문 후보 지명에 그쳤지만, < 러브 스토리 >는 영화로서도 그 진가를 충분히 입증했다. 장편 소설로 출판돼 1년 이상 베스트셀러의 명성을 이어온 원작의 공신력을 재 확인시켜준 셈. “최우수 오리지널 스코어”부문, 즉 음악상 수상은 그러한 가운데 더욱 빛났다. 이전 골든 글로브(Golden Globe)에 이어 오스카 트로피까지 거머쥔 결과였다. 그 가치는 명불허전(名不虛傳).

오리지널 스코어는 프랑스 작곡가 프랑시스 레(Francis Lai)가 작곡했다. 1966년 클로드 를르슈(Claude Lelouch) 감독의 < 남과 여 >(A Man and A Woman)에 쓴 음악에 감화된 힐러(Arthur Hiller) 감독의 선택이었다. 힐러 감독은 프랑스어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레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원하는 음악의 종류와 음악이 사용될 위치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서신으로 레에게 전했고, 이러한 접근 방식이 매우 이례적이긴 했지만 레는 최선을 다해 음악으로 화답했다.

그는 그야말로 시대를 빛낸 음악,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주제선율을 뽑아내는데 성공했다. 극 중 음대생 제니가 연주하는 건반악기를 사용했다. 관객이 여주인공과 감정적 일체감을 갖도록 한 것이었다. 레는 피아노가 사랑하는 남녀의 이야기와 그들의 무한한 사랑, 그리고 그녀의 비극적인 죽음에 감정적인 매개체 역할을 하리라고 믿었다. 그는 또한 당시 현대 관객과의 음악적 소통을 위해 영화에 1970년대의 동시대적 사운드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1960~1970년대는 일명 “엘리베이터 뮤직(Elevator Music)”이라고도 불렸던 “무작(Muzak)”이 대중들의 일상 속 생활 음악으로 자리한 시기였음을 감안한 착안이었던 것. 일종의 배경음악으로 호텔, 레스토랑 및 전용 클럽, 소매점, 패션 매장, 항공사 및 공공장소 등에서 진정제 효과를 발휘한 무작은 패츠 웰러(Fats Waller)나 하비에르 쿠거(Xavier Cugot)과 같은 인기 아티스트가 연주한 당시의 인기곡이나 노래들로 구성되었다.

쉽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경음악(Easy Listening)’, 클래식, 블루스, 재즈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포함되었고, 클래식의 오케스트라와 대중음악의 세션을 결합한 방식의 합주나 협주 또는 독주나 협연에 의해 구현되었다. 한편, 작곡가 레는 당대 최고의 록 밴드 비틀스(Beatles)를 위시해 포크(Folk), 리듬 앤 블루스(R&B), 재즈(Jazz), 디스코(Disco)와 같은 동시대의 대중적 유행 음악도 아울러 영화음악에 반영했다.

영화의 장면 전개에 맞게 조응하도록 사용된 지시 악곡들은 클래식 명곡들을 포함해 영화가 개봉된 시대의 분위기를 아우른 대중음악의 조화 및 병치가 두드러진다. 주로 두 주인공의 사랑에 초점을 맞춰 영상을 반주하는 테마를 시작으로 기악 편성에 따른 변주와 편곡의 형태로 나타나는 음악은 등장인물들의 동선과 감정에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동화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우선 “Love story theme”(러브 스토리 테마)은 도심 속 공원의 스케이트장에 홀로 앉아 독백하는 한 남자의 뒷모습을 향해 다가가는 카메라와 영화 제목이 나오는 화면을 반주한다. “그녀는 모차르트, 바흐, 비틀스, 그리고 자기를 사랑했다.”고 말하는 오닐의 대사 뒤로 다소 격정적인 터치로 매혹적인 화음을 넣는 피아노와 관현악 협주가 깔린다. 제니와 올리버가 처음 만나는 도서관으로 이동하기까지 연속해서 전개되는 장면에 사용된 이 곡은 영화의 주제를 함축한 음악적 스토리텔링이다.

제니와 사별한 올리버의 해설과 패닝으로 들어가는 카메라워크, 레는 거기에 쓰인 ‘Love theme'(사랑의 테마)를 세 부분으로 나눠 제공한다. 먼저 피아노로 시작하고 기타, 그리고 기타와 오케스트라를 결합해낸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이 세 가지로 나누고 결합한 악기 편성에 따른 반주인 한편, 여기서는 주제음악의 시작 어구만 제공한다.

영화에서 이 부분은 이를테면 세 문장 중 첫 번째 문장만 사용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레가 이 영화의 감성적 핵심을 완벽하게 포착한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Snow frolic(눈싸움)’은 올리버가 눈 속에서 뛰놀며 눈사람을 만들고 그들의 사랑을 축하하는 모습을 반주한다. 레는 “우, 우우우우”를 반복하는 다니엘 리카리(Danielle Licari)의 영적인 허밍 보컬과 클래식 하프시코드, 그리고 부드러운 베이스와 드럼에 의한 록 리듬으로 단순히 장면을 보조할 뿐이다. “Eb-Db-Bb-Eb-Fm-F-Bb-Eb-Bb-Eb-Fm-Bb-Eb-Fm-Bb-Eb-Bb-Eb”를 단조롭게 반복하는 화음이 뇌리에 각인된 이 곡은 이후 애청곡 1순위를 차지, 매해 연말 눈이 오는 크리스마스 축가로 자리매김했다.

‘Concerto no. 3 in D-Allegro’에서 제니는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하프시코드 협주곡 3번 라장조”를 연주한다. 극 중 안경을 쓰고 하프시코드를 연주하는 제니의 모습을 흐뭇하게 응시하는 올리버의 시선을 통해 법대생과 음대생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조화로운 협주곡의 화음이 교량 역할을 해주는 것과 같다. ‘Search for Jenny(제니를 찾아서)’는 제니가 나서서 화해시키려 하지만 단호하게 거부하는 올리버와의 불화를 반주한다. 올리버는 화를 내며 자기 인생에서 빠지라고 소리치고, 그로 인해 제니는 도망친다. 그는 후회하고 곧 그녀를 찾기 위해 달려나간다.

레는 올리버가 제니를 찾아 거리와 학원을 배회하는 장면에 계속해서 하프시코드의 러브 테마(제니의 모차르트 사랑)와 록 리듬(올리버의 비틀스 사랑)을 결합한 변주를 사용해 기억에 남을 순간을 연출하도록 돕는다. 서로 다른 듯, 결국 사랑이란 주제로 하나 된 남과 여의 운명은 일맥상통한다는 걸 테마음악으로 다시금 강조해 주는 지시 곡.

‘The Christmas trees'(크리스마스 트리)는 올리버가 크리스마스트리를 고르고 실어 나르는 장면에 사용된 지시 곡으로, ‘Silent night(고요한 밤)’에서 영감받은 레가 전자오르간을 이용해 엄숙한 종교적 색채를 가미하고, 아름다운 관현악 협주로 극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마음이 따뜻해지는 특별한 순간을 포착했다. 영화에서는 ‘Jingle bell’, ‘Joy to the world’와 같은 캐럴과 더불어 접속해 이어지면서 성탄절 분위기를 더욱 강조하는 구성요소로 사용되었다.

‘Bozo Barrett'(보조 배렛)은 제니와 올리버가 뉴욕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차로 이동하는 동안 미래의 아들에 대해 토론하는 장면에 쓰일 트랙이었으나 삭제된 곡. 피아노로 러브 테마를 연주하다가, 갑자기 유사 힙합을 연상케 하는 리듬적 하프시코드로 전환된 다음 오르간에 의한 엄숙한 조합으로 전개되고, 그런 다음 레는 다시 펑키한 리듬으로 주제선율을 분해해 마무리한다. ‘Skating in central park(센트럴 파크에서 스케이트 타기)’는 제니가 센트럴 파크의 스케이트장 스탠드에 앉아서 올리버의 스케이트 타는 모습을 바라보는 모습을 뒤따라 연주된다. 레는 ‘Snow frolic’의 주요 멜로디를 되풀이하며 이제 우아하고 고풍스런 3박자 왈츠로 전환해 장면을 수놓는다. 올리버가 얼음 위를 쉽게 미끄러지는 것처럼 음악은 완벽한 감성을 제공한다.

‘피아노 소나타 12번 F장조-알레그로(Sonata in F Major-Allegro)’는 제니가 수학하는 음악 대학교 창문을 외곽에서 비추는 장면에 사용되었다. 제니와 올리버가 옥신각신, 미주알고주알 언쟁을 하는 대사만 들릴 뿐, 둘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모차르트를 선호하는 제니의 음악 취향을 나타내는 것이자 빠르고 유쾌하게 이어지는 대사 전개에 적합한 선곡.

‘I love you, Phil(사랑해, 필)’은 학교에서 제니가 통화하는 장면의 전후로 배경에 깔린다. 현악과 하프시코드, 그리고 전기 기타와 드럼 등 고전과 현대의 음악 요소를 짝짓고, ‘라라라라’로 연이어지는 여성 보컬을 결합했다. 음악학교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자, 건반을 연주하고 고전음악을 연구 분석하는 제니와 현대의 록 음악을 선호하는 올리버의 성향을 대변해 조화롭게 구성한 음악.

‘The long walk home(집으로 가는 긴 발걸음)’은 제니의 죽음에 정신을 잃고 황폐해진 올리버가 센트럴 파크의 스케이트장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반주한다. 제니와 올리버, 둘의 사랑을 주제로 한 테마음악은 신디사이저와 클래식 기타의 이질적 조합해 의해 시작되고, 도시의 소음과 정신적 혼돈을 효과적으로 대변하는 전자음 구간을 지나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올리버의 내면을 투영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영화 대미를 장식하는 ‘Theme from love story-Finale’를 통해 수미쌍관으로 연계되는 주제곡은 쓸쓸하게 홀로 남은 한 남자의 형언할 길 없는 공허와 좌절, 그리고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을 관객이 공감할 수 있게 음악으로 전해준다. 점점 더 풍성하게 벅차오르는 관현악 협주의 물결, 마음을 찢는 것 같은 현악과 때론 소용돌이치듯 때론 위로하듯 감정을 휘젓는 피아노 선율이 주도하는 가운데 오케스트라는 종극으로 치닫는다.

마지막 패닝(Panning)으로 시점이 멀어지는 올리버의 뒷모습이 그렇게 애잔해 보일 수 없는 이유이다. 관객은 이제 사랑하는 이의 죽음 앞에서 저항할 수 없는 슬픔에 잠긴 한 남자, 그리고 둘일 때 행복했던 남과 여의 사랑 이야기의 전말을 음악의 숭고함과 장엄함으로 온전히 느끼게 된다. 사회 계층이 배태한 구조적 모순과 차별에 의해 인정받지 못한 그들의 자유로운 사랑, 하지만 첫눈에 반한 둘이 하나가 된 순간부터 다시 하나로 돌아가기까지 그저 행복한 순간을 맛보고 꿈을 키웠던 남과 여의 < 러브 스토리 >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증인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영화음악 역사상 가장 감성적이고 감동적인 결말 중 하나이다. 그렇게 불멸의 주제곡으로 우리의 기억을 잠식했다.

프랑시스 레가 작곡한 < 러브 스토리 >의 주제곡은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면서 그 시대의 가장 친숙한 영화 속 러브 테마 중 하나가 되었다. ‘Theme from love story’는 미국 빌보드차트 31위에 올랐다. < 러브 스토리 > 사운드트랙 앨범도 영화와 함께 흥행에 날개를 달았다. 빌보드 앨범 차트 2위에 올라 6주간 머물렀다. 작사가 칼 시그먼(Carl Sigman)이 작사를 해 넣은 원래의 주제곡에는 ‘Where do I begin’이라는 제목이 붙었고, 가수 앤디 윌리엄스(Andy Williams)가 가창해 주제가로 제2의 생명력을 얻었다.

노래는 1971년 초 핫 100 싱글 차트에 9위까지 올라 수주 간 순위를 유지했다.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차트에는 정상에 등극했다. 그 이후로 수많은 다른 가수들이 다시 불렀고, 음반으로 제작되었다. 헨리 맨시니(Henry Mancini)의 연주 버전도 차트에서 선전했다. 가사가 있는 노래로 다시 태어난 < 러브 스토리 >의 주제곡은 영화에 대한 기억을 영원히 지울 수 없게 만들 만큼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 오리지널 사운드스코어 목록
1. Theme from love story (3:20)
2. Snow frolic (2:57)
3. Piano sonata no.12 in F, K332: 1. Allegro (written by Wolfgang Amadeus Mozart) (2:18)
3. I love you, Phil (2:04)
4. The Christmas trees (2:48)
5. Search for Jenny (3:04)
6. Bozo Barrett (2:43)
7. Skating in central park (3:03)
8. The long walk home (1:30)
9. Concerto no.3 in D: Allegro (written by Johann Sebastian Bach) (2:35)
10. Theme from love story (Finale) (3:53)

작곡 및 지휘: 프랑시스 레(Francis Lai).
관현악편곡(Orchestrations): 프랑시스 레(Francis Lai).
독주 찬조출연: 조르주 플뤼데마셰George Pludermacher).
스코어 제작: 프랑시스 레(Francis Lai).
앨범 제작: 톰 맥(Tom Mack).

Categories
Album 특집 Feature

김진성의 영화음악 – #4 조커(Joker, 2019)

영화 <조커>(Joker)의 오리지널 스코어(Original Score)는 제76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비공식 음악 부문인 “프레미오 사운드트랙 스타즈 어워드(The Premio Soundtrack Stars Award)”를 수상한 데 이어, 영국아카데미영화상(BAFTA)은 물론, 미국의 양대 영화상인 골든 글로브(Golden Globe)와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에서도 최우수상(Best Original Score)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더욱이 2000년부터 드라마와 뮤지컬 코미디 부문을 통합 수여한 오스카와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공히 여성 최초 수상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2019년 최고의 영화음악에 이견의 여지는 없었다. 그야말로 싹쓸이.

트로피를 쓸어 담은 주인공은 힐두르 구드나도티어(Hildur Ingveldardóttir Guðnadóttir), 아이슬란드 출신 여류 작곡가였다. 현악기 첼로와 타악기 퍼커션 연주에도 능통한 그녀는 일찍이 전자악기를 이용해 다양한 실험적 음악을 추구한 영국 펑크밴드 스로빙 그리슬(Throbbing Gristle)과 협연 및 녹음을 했고, 2019년 미국의 “HBO”와 영국의 “SKY” 채널에서 방영한 미니시리즈 < 체르노빌 >(Chernobyl)과 2018년 영화 <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Scicario: Day Of The Soldado)의 작곡가로 활약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5년 < 시카리오 >(Scicario)와 <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The Revenant), 2016년 < 컨택트 >(Arrival)의 음악에 첼로 독주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2018년 < 막달라 마리아 >(Mary Magdalene)에서 < 시카리오 >와 < 컨택트 > 이후 동향 작곡가 요한 요한손(Jóhann Jóhannsson)과의 공작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2019년 힐두르는 마침내 영화 < 조커 >(Joker)를 통해 그간 축적한 자신의 음악경력에 방점을 찍었다. 37세에 그는 음악가로서 최대의 공적달성과 동시에 후대에 길이 남을 명성을 떨쳤다. 영화감독 토드 필립스(Todd Phillips)와의 운명적인 조우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

필립스 감독으로부터 입수한 < 조커 >의 대본을 읽은 후의 감정을 바탕으로 영감을 악보에 옮겨낸 그는 영화 자체의 거친 경향과 주인공 아서 플렉(Arthur Fleck)의 우울한 인간적 내면을 결합하는 수단으로 단조로운 선율이 포함된 작곡 샘플을 감독에게 보냈고, 복잡한 화음 없이 주연배우 호아킨 피닉스(Joaquin Phoenix)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오케스트레이션을 확장하는 식으로 스코어를 완성해냈다.  

토드 필립스 감독이 스콧 실버(Scott Silver)와 함께 각본을 맡은 < 조커 >는 그 어떤 영웅적 초능력자도 등장하지 않는 “슈퍼 히어로” 영화다. 매우 현실적인 주제로 내용을 구성했다. 영웅 배트맨과 다른 한편에서 서로 다른 상처를 공유하지만, 영웅에 반하는 캐릭터 조커의 내면을 파고드는 영화는 정신질환에 대한 암울하고 어둡고 폭력적이며 허무주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잭 니컬슨의 희극적인 조커를 생각했다면 큰 오산. 인생의 모든 시점에서 최악의 상황을 겪게 되는 주인공 아서 플렉이 사회적 왕따에서 입장을 바꿔 뒤돌아섰을 때 그의 가슴 아픈 곤경에 진심으로 공감하도록 초대하는 영화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약자 또는 낙오자의 정서로 점철된 주인공 아서가 폭력적 자경주의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치달아 결국 조커로 거듭나기까지 그를 위한 최후의 지지자가 될지 말지는 오롯이 관객의 몫으로 남는다.

오스카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튀어나온 갈비뼈, 기묘한 웃음, 불안과 초조의 줄담배 흡연 연기가 그야말로 압권이다. 시각적 관점에서 매우 스타일리시하고, 로렌스 쉐어(Lawrence Sher)의 아름답게 채도가 낮은 영화 촬영법과 마크 프리드버그(Mark Friedberg)의 불편할 정도로 지저분한 프로덕션 디자인을 자랑하지만, 영화의 기술적 측면 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아이슬란드 작곡가 힐두르 구드나도티어의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TV계 최고의 상인 에미상(Emmy Awards/Television Academy)을 수상한 < 체르노빌 >의 스코어와 마찬가지로 < 조커 >에 쓴 구드나도티어의 음악은 보통 고전 클래식에 근거해 작곡된 감성적인 스코어와 결이 다르다. 그녀는 식별 가능한 선율(Melody) 음악보다 전자악기로 내는 음향효과, 즉 윙윙거리는 드론(Drone) 사운드를 단조로운 리듬과 혼합해내는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보통 기악편성에 있어 신시사이저와 첼로 독주로 제한된다. 이러한 스코어는 음악의 범위, 맥락에서의 정서적 영향, 직접성과 특이성으로 영화의 주요 문제를 다루는 방식 측면에서 구드나도티어에게 큰 도약의 계기를 제공한다. 여전히 친숙한 첼로 독주와 신시사이저의 조합이 현저하지만, 훨씬 더 큰 관현악 협주 음악과 때로는 합창단을 통합하기 위해 중요한 순간에 오케스트라를 확장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 체르노빌 >이 영화에 수반되는 음악이라기보다 완전히 분리되어 그 자체로 탁월한 음향 효과를 경험하게 해준 것과 달리, 조커는 관객이 영화를 경험하는 방식에 완전히 필수적이며, 호아킨 피닉스의 인물묘사에 생명력과 깊이를 부여한다. 때로는 그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 힘을 대변하는 외적 변인 역할로 작용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내면 깊숙이 잠재해있는 혼돈의 자아를 전면에 나타나도록 표출하는 내적 변인 역할을 한다.

어느 인터뷰에서 구드나도티어는 캐릭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그는 실제로 세상에 기쁨을 가져다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의 내적 난기류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외부 환경 때문에 실제로 성공하지 못합니다. 나는 그것에 대해 정말 동정적이었습니다. 매우 비극적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가 좀 더 부드러운 면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구드나도티어는 본질적으로 캐릭터에 대한 첼로 레퀴엠(Requiem)을 썼고, 영화가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순전히 각본에 대한 본능적인 반응을 기반으로 그를 위해 테마를 썼다.

그 초기 첼로 녹음은 실제로 구드나도티어가 개발을 도왔던 홀도로폰(Halldorophone)이라는 전기 첼로 악기로 연주되었다. 이 연주는 ‘Bathroom dance’라는 제목의 곡으로 아서의 연약한 정신이 마침내 깨지고 광적인 분신으로 변모하는 장면에 사용되었다. 이 음악은 극 중 등장인물의 머릿속에 있는 음악이고, 호아킨 피닉스는 실제로 당시 작곡가의 곡에 맞춰 춤을 추면서 역할에 몰입했다고 한다.

첼로는 조커의 악기로 내면의 목소리인 반면, 음악의 오케스트라 측면은 그의 연약한 마음이 부서질 때까지 너무 세게 압력을 가하는 외부 세력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구드나도티어는 인터뷰에서 또한 “최초의 곡은 거의 첼로만 들리지만, 영화에 더 들어가면 오케스트라가 점점 더 커지고 첼로를 질식시킵니다.

그의 캐릭터에 대한 우리의 공감은 첼로가 이끄는 것과 거의 같고, 그의 어두운 면인 그의 내면의 혼란은 오케스트라입니다. 오케스트라는 거의 들리지 않게 시작하다가 점점 더 들어감에 따라 천천히 이어집니다.”라고 부연해 이 사실을 증명한 바 있다. 악보가 전개됨에 따라 아서의 고립감을 대변하는 첼로와 외부 세계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의 불협화음이라는 두 세계가 충돌하여 최종 협연에서 모든 것이 분출된다.

이러한 관현악 편성은 그러나 전적으로 주인공 조커를 표출하기 위한 것으로, 구드나도티어의 음악은 종종 영화 자체만큼이나 암울하고 도전적이며, 첼로에서 나오는 고문의 신음소리와 울부짖음은 주인공의 내면의 생각처럼 의도적으로 왜곡된다. 그러한 캐릭터의 메인 테마는 ‘Defeated clown’, ‘Meeting Bruce Wayne’, ‘Arthur comes to Sophie’와 같은 지시 악곡에서 일종의 신호로 전반과 중앙에서 명확하게 들을 수 있다.

음악은 슬픔에 잠기고, 자기 연민에 휩싸이며, 격노한 감정을 함유해 굽이친다. 이 음악은 고문당한 영혼을 악몽처럼 반영한 것이며 결코 잊지 못하게 한다. ‘Hoyt’s office’, ‘Following Sophie’, ‘Penny in the Hospital’, ‘Hiding in the fridge’, ‘A bad comedian’와 ‘Confession’과 같은 지시 곡도 조커의 첼로 악상을 두드러지게 나타낸다. 어둠이 가득한 드럼 타악, 금속성 강한 리듬, 전자음 분위기로 곡을 구성하는 식이다.

이러한 곡들에서 구드나도티어는 그녀의 첼로 사운드가 매우 강력한 음향과 엄청나게 윙윙거리는 화음을 만들어내게 했다. 이는 곧 불안한 감정을 강렬하게 불러내고 휘저어 주인공 아서와 그를 지켜보는 관객이 상호 동일시하게 유도하는 효과로 작동한다. 때때로 이러한 코드 중 일부는 한스 짐머(Hans Zimmer)의 < 인셉션 >(Inception)의 ‘BRAAAM’을 연상하게 한다. 한편 다른 곳에서는 불협화음이 너무 강하고 생생하여 음악을 듣는 것이 거의 육체적으로 고통에 가깝게 느껴진다.

또 다른 핵심적인 장면에 사용된 지시 악곡 ‘Subway’는 극중 이야기의 전개에 중요한 계기가 되는 설정에 중대하게 작용한다. 처음으로 금관악기 군을 악보로 가져와 조커 테마를 상쇄하고, 본질적으로 그의 끔찍한 폭력이 발생하는 첫 번째 행동에 두 스타일이 충돌하는 방식과 그 주변에서 전자음이 울부짖는 방식은 실제로 매우 효과적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추적인 ‘Bathroom dance’는 합창단을 처음으로 믹스로 가져와서 조커 테마의 잔인한 어둠과 직결된 첼로 코드와 맥락에서 엄청나게 강력한 천상의 보컬 요소를 나란히 배치한다. ‘병원에 데려간 페니’는 또한 강렬하게 맥동하는 대위적 리듬을 생동감 넘치게 활용한 춤곡이다.

아서가 지하철을 빠져나가는 연속장면에 사용된 지시 악곡 ‘Escape from the train’은 액션 음악으로 두 명의 뉴욕 경찰이 조커를 뒤쫓다 모방용 가면을 쓴 조커 무리들에게 발포 후 집단 린치를 당하는 아비규환의 상황에 빠진 전철 내의 혼란과 광기를 다양한 타악기 리듬과 신음하는 첼로 선율, 그리고 웅대한 금관악기의 오케스트레이션 반주로 강조했다.

종결짓는 ‘Call me Joker’는 모든 지시 악곡에 쓰인 소리의 질료들을 모집한 총화와 같다. 조커를 위한 첼로 테마, 첼로와 연관해 신음하듯 연주되는 현악의 질감, 맥박처럼 강약을 반복하는 타악기 리듬이 시계 초침 소리와 같은 음향효과나 굉음에 가까운 전자음과 얼개를 이루며 영화의 종막을 고한다. 아서가 조커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의 신랄한 운명을 기막히게 효과적으로 반주하는 종곡.

아서는 편모슬하에서 키워진 자신의 원초적인 충동과 유기된 세상에서 느끼는 불의에 맞서 싸우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이다. 구드나도티어는 어떻게든 그러한 주인공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중간 지점을 찾고자 했다. 한편 그가 자기를 부정하고, 끔찍한 폭력과 잔인함을 표출하는 순간이 임박했음을 예고하는 음악으로 금관악기 군을 통해 메인테마를 강조한 곡의 구성은 피날레로 완벽하다.

< 조커 >를 위해 구드나도티어가 쓴 스코어는 음악적 관점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성취된 성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케스트라와 합창의 존재감을 높이는 한편, 기본적으로 자신의 장기인 첼로와 실험적 전자음악을 혼합해낸 방식으로 힐두르 특유의 음악성을 확증했다. 극의 주제에 적합한 테마음악이 선명한 것 또한 스코어의 완성도를 높였다. 대다수의 취향을 고려하면서 꾸준히 연마해 터득한 독자적인 자기 방식에 근거해 예술성까지 확보한 힐두르 구드나도티어, 아이슬란드 최초의 여류 작곡가인 그녀에게 상복이 쏟아진 일대 사건이 그냥 일어난 일이 아님을 입증한 스코어. 음악 속에서 힐두르는 조커 그 자체였다.

※ 영화 외적으로 영화의 장면 전개에 따라 장소의 배경음악이나 스토리텔링의 일부로서 부가적으로 삽입되어 사용된 노래나 연주곡에 대한 해설.

영화 < 조커 >에는 다수의 기성 가창곡 및 연주곡이 사용되었다. 광대와 미소에 대한 명백한 언급으로 선정된 곡들이다. 이중 최대 히트곡인 ‘Send in the clowns’는 원래 스티븐 손드하임(Stephen Sondheim)이 자신의 뮤지컬 “A little night music”을 위해 쓴 곡. 영화에서 두 번 나온다.

지하철에서 아서를 공격하는 월스트리트 사업가 3명이 부르고, 후에는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가 부른 버전으로 종영 인물 자막과 함께 나온다. 노래 자체는 가사에서 어릿광대를 반복해서 부르고 있지만, 사실 내용은 후회에 관한 것이며, 특히 관계가 끝날 때 느꼈던 후회를 의미한다. 아서의 절망을 기막히게 대변하는 노래로 애조 띤 가창과 고전적인 양식의 반주가 진한 감동을 불러낸다.

영화에서 직접 언급된 다른 노래로는 ‘If you’re happy and you know it’이 있다. 아서가 병원의 어린이 병동에서 함께 부르는 곡이다. 프레디 아스테어(Fred Astaire)가 영화 < 쉘 위 댄스 >(Shall We Dance)에서 공연한 ‘Slap that bass’는 아서의 아파트 TV에서 나타난다. 잭슨 C. 프랭크(Jackson C. Frank)의 ‘My name is Carnival’은 아서의 라디오 청취를 통해 공유된다. 카니발은 아서의 광대 캐릭터를 대변하는 이름에 다름 아니다.

영화가 후반으로 향하면서 아서는 스스로를 조커로 완전히 수용하고 음악은 세 가지 대담한 노래 선택으로 그의 변화를 반영한다. 그중 첫 번째는 또 다른 시나트라의 노래 ‘That’s life’, 아서가 상징적인 녹색 머리칼로 염색하는 동안과 아캄 정신병원의 내부통로로 달려 도망할 때, 각각 등장한다.

다음은 실제든 영화든 스포츠 경기장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노래 ‘Rock ‘n’ roll (Part 2)’, 개리 글리터(Gary Glitter)로 유명한 글램 록(Glam Rock) 가수 폴 프랜시스 갯(Paul Francis Gadd) 곡으로 조커로 거듭난 아서가 저녁 TV쇼에 데뷔하러 가는 장면에서 사용되었다. 여러 개의 내리막 계단 위에서 보여주는 조커의 흥겹고도 역동적인 춤동작이 압권.

마지막으로 ‘White room’은 전설적인 록밴드 크림(Cream)의 명곡으로 경찰차에 실려 압송되는 조커가 충돌사고로 차량이 전복되면서 거리의 조커 숭배자들에게 구출되는 장면을 반주한다. 이상 후반부에 사용된 세 곡의 노래는 전반부와 확연히 다르다. 조커가 된 이후 아서의 변화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더 어둡고 더 도전적인 곡조의 분위기가 그러하다.

– 영화에 사용된 기성 가창곡 및 연주곡 목록

01. ‘Everybody plays the fool’(모두가 바보를 연기해) – 메인 인그레디언트(The Main Ingredient): 직장동료 랜달이 탈의실에서 아서에게 총을 빌려주는 장면에서 라디오를 통해 연주.  

02. ‘The moon is a silver dollar’(달은 은화예요) – 로렌스 웰크와 그의 오케스트라(Lawrence Welk & His Orchestra): 소피를 만나 방아쇠를 당겨 자살하는 흉내를 낸 아서가 아파트로 돌아와 어머니를 목욕시키는 동안 라디오에서 플레이됨.  

03. ‘Here comes the king’(왕이 행차하신다) – 스티브 카멘(Steve Karmen): 아서가 집에 돌아왔을 때 TV에서 방송 중

04. ‘Rooftop’(옥상) – 힐두르 구드나도티어와 요한 요한슨(2018년 < 막달라 마리아 >(Mary Magdalene)에서 발췌 수록): 아서가 머레이 프랭클린(로버드 드니로 분) 쇼에서 청중들 중 자신을 발견할 때. 쇼에 자신이 출연하는 환상을 반주함.

05. ‘Temptation rag’(유혹 랙타임) – 클로드 볼링(Claude Bolling): 아서가 정리 세일 홍보용 표지판을 돌리는 동안 거리의 악사가 피아노에서 이 노래를 연주함.

06. ‘Slap that bass’(그 베이스를 튕겨라) – 프레디 아스테어(Fred Astaire) (영화 < 쉘 위 댄스 >(Shall We Dance)에서): 아서가 총으로 장난하고 있을 때 텔레비전에서 방영 중인 영화 < 쉘 위 댄스 >에서 흘러나온 노래.

07. ‘Spanish flea’(스페인 벼룩) – 레이 데이비스와 그의 버튼 다운 브라스(Ray Davies and His Button Down Brass): 머레이 프랭클린 쇼 방송이 중단될 때 인디언-헤드 테스트 패턴(Indian-Head Test Pattern)과 함께 배경에 깔린 곡.

08. ‘Murray’s theme’(머레이의 테마) – 주드슨 크레인과 마크 S.  홀링스워스(Judson Crane and Mark S. Hollingsworth): 머레이 프랭클린이 텔레비전 생방송에 등장하는 장면.

09. ‘Murray’s late night’(머레이의 한밤) – 빌리 오코넬(Bill O’Connell): 머레이 프랭클린의 한밤의 쇼 주제곡.

10. ‘If you’re happy and you know it’(당신이 행복하고 그걸 알고 있다면) – 체임 테넨바움(Chaim Tenenbaum): 아서가 어린이 병동에서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장면. 춤을 추다 실수로 총을 떨어뜨림.  

11. ‘Send in the clowns’(광대를 들여라) –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12. ‘My name is Carnival’(내 이름은 카니발) – 잭슨 C. 프랭크(Jackson C. Frank): 아서가 호위트의 직장을 떠날 때 “웃는 것을 잊지 마세요.”라는 표지판의 일부를 지움.

13. ‘Smile’(웃음/미소) – 지미 듀란테(Jimmy Durante): 아서가 스탠드 업 코미디언으로 첫 공연을 마친 후

14. ‘That’s life’(그것이 인생) –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아서가 소피와의 데이트 후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와 함께 춤추고 잠자리에 눕힐 때 연주곡으로, 머레이 프랭클린 쇼에 출연하기 전 메이크업할 때와 쇼가 끝난 후.

15. ‘Rock ‘n’ roll (Part 2)’(로큰롤 파트2) – 개리 글리터(Gary Glitter): 조커로 거듭난 아서가 머레이 프랭클린 쇼에 출연하러 가는 중, 긴 내리막 계단에서 흥겹게 춤을 추는 장면.

16. ‘White room’(하얀 방) – 크림(Cream): 수송 차량 뒷좌석에서 고담시의 폭동을 관망하는 장면.

17. ‘Laughing’(웃음) – 게스 후(The Guess Who) : 첫 번째 변신.  

– 영화의 오리지널 스코어 목록

01. ‘Hoyt’s office'(호이트의 사무실)(1:25) – 표지판을 잃어버린 대가만큼 월급에서 제외하겠다는 말을 듣고 쓰레기 더미를 차 내버린다.

02. ‘Defeated clown'(패배한 광대)(2:39) – 아서가 뒷골목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

03. ‘Following Sophie'(소피를 따라서)(1:33) – 소피와 그녀의 아이를 따라가는 아서.

04. ‘Penny in the hospital'(병원에 페니)(1:18) – 병상에 있는 어머니 페니를 돌보는 아서와 옆에 함께 한 소피.

05. ‘Young Penny'(젊은 페니)(2:02) – 아캄 정신병원에서 어머니 페니의 파일을 본 아서.

06. ‘Meeting Bruce Wayne'(브루스 웨인과의 만남)(4:36) – 웨인의 저택 문밖에서 브루스와 이야기하는 아서.

07. ‘Hiding in the fridge'(냉장고에 숨어)(1:23) – 토마스 웨인을 만난 후 냉장고에 숨은 아서.

08. ‘A bad comedian'(나쁜 희극인)(1:28) – 스탠드 업 코미디를 수행한 아서.

09. ‘Arthur comes to Sophie'(아서 소피에게 오다)(1:39) – 아서가 소피의 아파트 방으로 간다. 아서의 실제 상태와 망상의 정도가 겹쳐 드러난다.

10. ‘Looking for answers'(응답을 찾아서)(0:51) – 페니의 편지를 읽은 아서는 욕실 문을 통해 어머니에게 토마스 웨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11. ‘Penny taken to the hospital'(페니를 병원으로 데려가다)(1:49) – 병원으로 이송된 아서의 어머니 페니.

12. ‘Subway'(지하철)(3:34) – 월스트리트의 세 남자는 같은 열차 칸에 탄 여성에게 치근대고, 아서를 폭행하기에 이른다.

13. ‘Bathroom dance'(욕실 댄스)(2:08) – 범죄 후 홀로 춤을 추고, 아캄 병원에서 근무자와 대화하고, 머레이 프랭클린 쇼의 무대에 오르기 전에 춤을 춘다.

14. ‘Learning how to act normal'(정상적으로 행동하는 방법 배우기)(1:18) – 무대에 나오는 연습을 하고 쇼에 나와 청중들을 맞이하는 장면. 프랭클린 머레이 쇼에서 농담을 하기 시작한다.

15. ‘Confession'(고백)(1:29) – 머레이 프랭클린 쇼에서 세 남자를 사살한 범죄를 실토하는 장면.

16. ‘Escape from the train'(열차에서 탈출하다)(2:31) – 경찰들의 추적을 따돌리는 아서. 아서가 머레이를 죽이려 할 때.

17. Call me Joker(조커라고 불러줘요)(4:49) – 추종자들이 그가 신인 것처럼 그를 응원하자 아서는 얼굴에 피로 미소를 그린다.

Categories
특집 Feature

김진성의 영화음악 – #3 스타 이즈 본(A Star Is Born, 2018)

2018년은 특히 음악을 주제로 한 영화 세편이 개봉해 화제였다. 우선 < 맘마 미아: 히어 위 고 어게인 >(Mamma-Mia!: Here We Go Again)은 10년 만에 되돌아온 < 맘마 미아 >(2008)의 속편, 알다시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컬을 영화화했으며, 전설적인 스웨덴 혼성보컬그룹 아바(ABBA)의 노래들을 엮어서 극화한 뮤지컬 쇼다.

다음은 < 보헤미안 랩소디 >(Bohemian Rhapsody), 제목이 말해주듯, 전설적인 영국의 록 밴드 퀸(Queen)의 대표적 명곡을 간판으로 내건 음악영화다. 그룹 퀸의 일대기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전기 영화이자, 음악이 주제인 영화이다.

하지만 그룹의 멤버들 중에서 선봉에서 마이크를 잡은 광대(Performer) 가수(Singer)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가 작곡자(Composer)로 쓴 노래의 제목이 영화의 제목인 것과 더불어, 일찍이 고인이 된 그를 주인공으로 영화가 전개된다는 면에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프레디 머큐리의 인생역정을 다룬 휴먼드라마라고 해도 무방하다.

마지막으로 < 스타 이즈 본 >(A Star is Born), 제목만 보면 가장 먼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Barbra Streisand)와 크리스 크리스토퍼슨(Kris Kristofferson) 주연의 1976년 작 < 스타 탄생 >(A Star is Born)을 즉각 떠올리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1937년 동명 원작을 1954년에 이어 1976년에 다시 제작한 이후, 2018년에 배우 브래들리 쿠퍼(Bradley Cooper)가 감독 데뷔작으로 또다시 리메이크한 명화. 그 자체로 허구적인 이야기, 두 남과 여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해 음악이라는 운명의 끈으로 서로 얽매이고, 결국엔 슬픈 운명적 이별을 맞게 되는 비운의 로맨스를 스크린에 펼쳐낸다.

오프닝부터 남우주연 브래들리 쿠퍼의 잭슨 메인이 강렬한 록 송 ‘Black eyes'(검은 눈동자) 공연 무대로 관객들의 이목을 잡아채고 들어가는 영화는 시와 같은 노래, 자신의 운명과 같은 노랫말, 서로의 내심을 소통하게 다리를 놓아주는 가사와 가창, 두 남과 여의 음악적 공감대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빛내주는 것이 진정 무언가라는 걸, 관객에게 음악으로 전해준다.

관객은 그들이 타고난 음악적 재능으로 첫눈에 끌리고 진정 하나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진심으로 공감하고, 남과 여의 사랑에 대해 다시금 통찰하게 되는 계기를 맞게 된다. 베테랑 컨트리 가수 겸 작곡가 잭슨 메인(Jackson Maine)이 싱어-송라이터 지망생 앨리(Ally)와 운명적으로 조우해 점점 더 깊은 사랑에 빠지고, 마침내 영혼을 결합하는 예식을 갖기까지, 통속적인 사랑 이야기의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것이 드라마의 큰 틀.

한편 이미 성공했지만 제정신으로 살수 없어 술과 약물에 기대 사는 록 스타의 깊은 과거의 상처와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을 향해 음악적으로 무한한 잠재력을 펼쳐나가는 유망주 팝스타의 희망찬 미래를 병치시키면서, 영화는 지고 뜨는 두 별들의 뮤지컬 로맨스에 동승해 우리네 인생을 되돌아보고 성찰하게 만드는 공감의 장을 마련해준다.

브래들리 쿠퍼(Bradley Cooper)와 레이디 가가(Lady Gaga), 두 남녀주인공에게 음악이란 과연 무엇이며, 둘의 인생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지켜보면서, 다른 한편으로 마음 속 깊이 울림이 있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극적인 로맨스의 틀 안에서 영화의 이야기는 전개되지만, 영화 자체의 진정한 힘을 느끼게 해주는 정수는 바로 두 남녀주인공을 하나로 묶어주는 운명적 음악의 힘에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은 전적으로 남자주인공 브래들리 쿠퍼의 캐릭터와 그의 내면에서 나온 소리들인 한편, 여주인공 레이디 가가에게서 품어져 나온다. 그녀 자신의 음악적 내공이 영화의 캐릭터에 고스란히 체화된 결과물에 다름 아니다. 잭슨 메인이 죽기 전 아내 앨리를 생각하며 쓴 노래 ‘I’ll never love again'(다신 사랑하지 않을 거야)과 함께, 영화의 주제가로 불린 노래 ‘Shallow'(얕은 곳에서)가 잊지 못할 감동으로 계속해서 복기되는 것도 온전히 그들의 이야기이며 그 이야기를 음악으로 옮겨낸 것이기 때문이다.

앨리를 야외 콘서트에 초대해 전날 작업한 노래 ‘Shallow’를 합창하는 공연무대는 두 사람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결정적 장면으로 잊지 못할 순간을 제공한다. 그 감동의 순간과 함께 둘의 운명적 만남부터 고별까지의 이야기가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실린 노래들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브래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의 합창이 최절정의 감흥을 선사하는 가운데, 영화를 위해 쓰인 노래들에는 특히 루카스 넬슨(Lukas Nelson)이 자신의 밴드 “프라미스 오브 더 리얼(Promise of The Real)”과 함께 극중 메인의 백 밴드로 직접 출연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루카스 넬슨은 다름 아닌 윌리 넬슨(Willie Nelson)의 아들이라는 사실, 윌리 넬슨은 알다시피 미국 컨트리뮤직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명인, 거장이기 때문이다. 블루스와 컨트리, 흑과 백을 대표하는 음악적 색채를 결합한 록을 브래들리 쿠퍼의 캐릭터를 통해 들을 수 있는 것도 여기서 연유한다. 또한 레이디 가가가 극중 성공가도를 달리면서 부른 버블검 팝송들을 위해서는 ‘DJ White Shadow'(본명 Paul Blair)가 힘을 보탰다.

게다가 마크 론슨(Mark Ronson), 다이엔 워렌(Diane Warren)까지, 히트곡 제조기들이 가세했다. 다이엔 워렌이 공동작곡한 ‘Why did you do that?'(왜 그랬어?), 그리고 마크 론슨(Mark Ronson)이 레이디 가가, 앤서니 로소만도(Anthony Rossomando), 앤드류 와이어트(Andrew Wyatt)와 함께 쓴 주제가 ‘Shallow’가 영화를 본 관객은 물론, 대중음악 팬들에게 인기를 얻은 결과가 괜한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사운드트랙앨범에서 싱글로 발매된 ‘Shallow’는 ‘Always remember us this way'(항상 이렇게 우릴 기억해줘)와 각각 빌보드차트 정상과 41위까지 올라 그 인기를 입증했다.

뿐만 아니라 제61회 그래미 시상식(61st Annual Grammy Awards)에서 마크 론슨이 곡을 쓴 ‘Joanne(Where do you think you’re goin’)’이 최우수 팝 솔로 퍼포먼스(Best Pop Solo Performance)부분을 수상한 것과 함께 ‘Shallow’가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부문 트로피를 거머쥠으로써 레이디 가가와 마크 론슨 콤비의 흥행공식을 재확인시켜줬다. 그리고 2019년 제 91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Shallow’가 주제가로서 “베스트 오리지널 송” 부문 트로피를 거머쥠으로써 최후의 방점을 찍었다. 제 7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Gloden Globe Awards)에 이어 내리 양대 주요 시상식을 재패한 대단한 성과였다.


영화에 쓰인 노래 목록
01. Black Eyes(검은 눈동자) : 영화의 막을 여는 음악 – 브래들리 쿠퍼(Bradley Cooper)노래/브래들리 쿠퍼와 루카스 윌슨(Lukas Nelson) 공동 작사, 작곡 및 제작

02. Over the Rainbow(무지개 너머) :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동안 짧게 부른 노래, 앨리가 노래하며 걷는 동안 영화제목이 붉은색 자막으로 나타난다. – 레이디 가가(Lady Gaga) 노래/해롤드 알렌(Harold Arlen)과 E.Y. 하버그(E.Y. Harburg)작사, 작곡.

03. At Last(마침내) : 공연을 마친 잭슨 메인이 찾은 드래그 바에서 드래그 퀸이 립싱크로 부른 노래 – 에타 제임스(Etta James) 노래/마크 고든(Mack Gordon)과 해리 워렌(Harry Warren) 작사, 작곡.

04. La Vie en Rose(장밋빛 인생) : 드래그 바에서 앨리(레이기 가가)가 부른 노래, 잭슨 메인이 앨리에게 매료되는 장면 – 레이디 가가(Lady Gaga) 노래/원곡 가사 에디트 피아프(Édith Piaf)

05. Maybe It’s Time(때 인가봐) : 드래그 바에서 잭슨 메인이 부른 노래, 앨리가 기타를 연주하며 가창하는 브래들리 쿠퍼를 응시하며 다가가 서로 마주보는 장면. 이후 글래스턴베리 공연에서 재창하면서 앨리와의 순회공연 장면에 사용된다. – 브래들리 쿠퍼 노래/제이슨 이즈벨(Jason Isbell) 작곡

06. Whipping Post(태형 기둥) : 드래그 바에서 나와 처음으로 함께 동석한 자리, 잭슨이 앨리의 콧등을 만지며 “복코”라고 하고, 음악에 관해 대화하는 동안 바에서 계속해서 울리는 노래 – 올맨 브라더스 밴드(The Allman Brothers Band) 노래/그랙 올맨Gregg Allman) 작곡.

07. Too Far Gone(너무 멀어졌다고) : 바에서의 첫 대화 중 잭슨에게 주정하는 취객에게 앨리가 주먹을 날리는 싸움 장면까지 올맨 브라더스 밴드의 노래에 이어 나오는 주크박스 플레이송. 이후 잭과 앨리가 백 보컬을 녹음한 이후 반복해서 재생된다. 자신이 돌이킬 수 없이 엉망이 되어 죽을 거라고 토로하는 가사의 노래. – 브래들리 쿠퍼 노래/브래들리 쿠퍼와 루카스 윌슨 공동 작사 작곡 및 제작

08. Shallow(얕은 곳에서) : 마트에 들러 다친 앨리의 손 치료에 필요한 물품을 사고, 주차장으로 자리를 이동해 대화하다가 잭슨의 아픈 과거사를 듣고 앨리가 즉석해서 가사를 붙여 노래한다. 이후 공연에 초대받은 앨리가 뒤에서 지켜보다 용기 내 무대에 올라 잭슨의 선창에 이어 함께 열창하는 장면. 앨리의 음악적 뮤즈 잭슨과의 기적적 만남 후 잭슨의 마음을 읽고 쓴 앨리의 가사를 통해 이제 얕은 곳을 벗어나 깊은 곳으로, 음악으로 서로 더 단단해질 거라는 걸 암시한다. –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 노래/ 레이디 가가, 마크 론슨(Mark Ronson), 앤서니 로소만도(Anthony Rossomando), 앤드류 와이어트(Andrew Wyatt) 공동 작사, 작곡.

09. Diggin’ My Grave(내 무덤을 파고 있어) : 공연 리허설 무대에서 잭슨의 노래와 연주로 나온다. – 브래들리 쿠퍼 연주, 노래/폴 케널리(Paul Kennerley) 작곡.

10. Dammi i colori!(색칠해주세요) : 리무진 운전사인 아버지와 앨리가 집에서 잭슨의 공연 초대에 대해 긍정과 부정의 의견 다툼을 하는 장면 – Recondita armonia(Aria)[그림물감 좀 갖다 주시오! – 오묘한 조화(아리아)][토스카 1막(Tosca/Act 1)] –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이탈로 타조(Italo Tajo), 내셔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National Philharmonic Orchestra), 니콜라 레시뇨(Nicola Rescigno)/주세페 자코사(Giuseppe Giacosa)와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작곡.

11. Alibi(알리바이) : 앨리가 직장에서 비행기로 이동하는 사이 연주되는 ‘Out of time’에 이어 접속곡처럼 잭슨이 저녁 공연에서 부른 노래. 이후 글래스턴베리 공연에서 다시 부른다. – 브래들리 쿠퍼 노래/레이디 가가, 브래들리 쿠퍼, 루카스 넬슨 공동 작사, 작곡.

12. Gratitude(감사) : 앨리와 잭슨이 공연 후 애프터 쇼 파티에 입장할 때 나온 노래 – 비스티 보이스(Beastie Boys) 노래/탐 커시먼(Tom Cushman), 마이크 디(Mike D as Michael Diamond), 애덤 호로비츠(Adam Horovitz)와 애덤 야치(Adam Yauch)

13. Yonkers(용커스) : 앨리가 라몬에게 찾아가 잭슨이 잠들었다고 방법을 묻는 장면 –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 as Tyler, The Creator)/타일러 크리에이터 작곡.

14. Stardust(우주진) : 잭슨과 앨리가 조식을 하는 동안 호텔 방에서 울리는 음악 – 아티 쇼어와 그의 오케스트라(Artie Shaw and His Orchestra) 연주/호기 카마이클(Hoagy Carmichael)과 미첼 패리쉬(Mitchell Parish) 작사, 작곡.

15. Music to My Eyes(내 눈에 음악이야) : 호텔 조식 후 잭슨이 앨리의 집에 방문해 그녀의 아버지 로렌조를 만나고, 침대 위 앨리와 대화 후 오토바이에 동승해 애리조나로 가는 장면을 연속 반주한다. – 브래들리 쿠퍼 노래/레이디 가가와 루카스 윌슨 작가, 작곡

16. Look What I Found(내가 찾은 걸 봐) : 잭슨과 앨리가 순회공연 중 식당에서 만든 곡. 음반사와 계약 후 스튜디오에서 첫 녹음한 노래. 잭슨이 피아노까지 들여와 앨리의 음반제작을 돕는다. 리듬 앤 블루스 풍의 흥겨운 팝 송. – 레이디 가가 노래/레이디 가가, 폴 블레어(Paul Blair), 닉 몬슨(Nick Monson), 루카스 윌슨, 마크 닐란 주니어(Mark Nilan Jr), 아론 레이티어(Aaron Raitiere) 공동 작사, 작곡.

17. Always Remember Us This Way(늘 이렇게 우릴 기억할거야) : 잭슨과 순회공연 중 무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앨리가 부른 자작곡. 이 노래를 한 후 음반사 매니저가 찾아와 만나고 계약이 성사된다. – 레이디 가가 노래/레이디 가가, 나탈리 헴비(Natalie Hemby), 힐러리 린제이(Hillary Lindsey), 로리 맥케나(Lori McKenna) 공동 작사, 작곡.

18. Make Some Noise(소리 질러) : 앨리가 잭슨에게 음반사와 계약, 제작, 판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에 계속해서 사용됨. – 비스티 보이스(Beastie Boys) 노래/마이크 디. 애덤 호로비츠, 애덤 야치 작사, 작곡.

19. Heal Me(날 치료해줘) : 앨리가 아이허트레디오(iHeartRadio) 공연에서 부른 노래. – 레이디 가가 노래/레이디 가가, 폴 블레어(Paul Blair), 줄리아 마이클스(Julia Michaels), 닉 몬슨(Nick Monson), 마크 닐란 주니어(Mark Nilan Jr.), 저스틴 트랜터(Justin Tranter) 공동 작사, 작곡.

20. Butler @ Studio A – 브래들리 쿠퍼와 벤자민 라이스(Benjamin Rice) 작사, 작곡, 노래.

21. Corrine, Corrina(코린, 코리나) : 친한 음악동료를 찾은 잭슨, 그의 가족과 함께 한 식사시간에 공간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됨.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 윈튼 마샬리스(Wynton Marsalis)와 에릭 클랩튼(Eric Clapton)/보 카터(Bo Carter), 미첼 패리시(Mitchell Parish), 제이. 메이요 윌리엄스(J. Mayo Williams) 작곡.

22. I Don’t Know What Love Is(난 사랑을 몰라) : 잭슨과 앨리의 결혼 장면에 둘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 –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 노래/레이디 가가와 루카스 넬슨 작사, 작곡.

23. Why Did You Do That?(왜 그랬어?) : SNL 공연에서 앨리가 부른 댄스 팝송, 잭슨과 그의 형제 매니저 바비가 서로를 용서하며 어색한 재회를 하는 장면 – 레이디 가가 노래/레이디 가가, 폴 블레어(Paul Blair), 닉 몬슨(Nick Monson), 마크 닐란 주니어(Mark Nilan Jr.), 다이안 워렌(Diane Warren) 공동 작사, 작곡.

24. New York, I Love You But You’re Bringing Me Down(뉴욕, 널 사랑하지만 넌 날 절망하게 해) : 앨범 표지를 촬영 중인 앨리, 그녀가 그래미시상식 세 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놀라운 소식을 접하는 장면에 사용된 록 송. – LCD 사운드시스템(LCD Soundsystem)/제임스 머피(James Murphy) 작곡.

25. Hair Body Face(머리 몸 얼굴) : 앨리가 리허설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는 잭슨, 연습중인 앨리의 노래 – 레이디 가가 노래/레이디 가가, 폴 블레어, 닉 몬슨, 마크 닐란 주니어. 공동 작사, 작곡.

26. Oh, Pretty Woman(오, 귀여운 여인) : 그래미 시상식 중 원곡 가수 로이 오비슨(Roy Orbison) 그래미시상식 헌정 공연에서 브랜디 칼라일과 말론 윌리엄스와 함께 잭슨이 기타를 연주하는 장면, 노래 안하고 반주하는 잭슨을 앨리가 애처롭게 바라본다. – 브랜디 칼라일(Brandi Carlile)과 말론 윌리엄스(Marlon Williams) 노래/로이 오비슨(Roy Orbison)과 빌 디즈(Bill Dees) 작사, 작곡.

27. Lasciatemi Morire(Live)(죽게 내버려두세요) : 앨리의 아버지 로렌조가 그래미 시상식에 참석할 준비를 하면서 딸 앨리와 함께 보내는 동안의 장면 – 마리오 란자(Mario Lanza) 노래/Claudio Monteverdi and Ottavio Rinuccini 작사, 작곡.

28. Before I Cry(내가 울기 전에) – 레이디 가가 노래/레이디 가가, 폴 블레어, 닉 몬슨, 마크 닐란 주니어. 공동 작사, 작곡.

29. I’ll Never Love Again(결코 다신 사랑하지 않을 거야) : 자살로 비극적인 생을 마감한 잭슨을 추모하는 공연에서 앨리가 부른 노래로 두 음악영혼이 만나 그린 과거의 영상이 회상되면서 감정적으로 최고조에 달하는 영화의 극적 순간을 연출한다.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의 <보디가드> 주제가 ‘I will always love you’에 준하는 감동 선사. –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 노래/레이디 가가, 나탈리 헴비, 힐러리 린제이, 아론 레이티어 공동 작사, 작곡.

30. Is That Alright?(그래도 괜찮아?) : 종영인물자막과 함께 – 레이디 가가 노래/레이디 가가, 폴 블레어, 닉 몬슨, 루카스 넬슨, 마크 닐란 주니어., 아론 레이티어 공동 작사, 작곡.

31. Out of Time(uncredited)(시간이 없어) : 앨리가 잭슨의 초대로 저녁 콘서트 쇼에 찾아오고, ‘Alibi’로 이어지는 접속 연주곡. ‘Out of time’이 초침 가는 소리처럼 타악 리듬을 도입부로 연주되고, 비행기를 타고 공연장으로 이동하는 중 잭슨과 그의 밴드의 연주하는 장면과 교차 편집되어 나온다. – 브래들리 쿠퍼 노래/브래들리 쿠퍼와 루카스 넬슨 작사, 작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