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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노창 ‘없는계절’ (Feat. 아이네, 씨잼, 윤훼이) (2022)

평가: 3/5

음악 감상에 있어 남의 고통에 동참할 당위 같은 건 없으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몸부림의 이유를 묻는 너그러움 정도는 있는 게 좋다. 7분이 넘는 긴 재생 시간 동안 한순간도 다음을 예측할 수 없는 ‘없는계절’은 이 여유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사람은 보통 삶을 송두리째 흔들 정도의 깊은 슬픔에 잠겨 있지 않기에 우울한 이의 절규가 어색하다. 매 순간이 고통인 화자가 반복 생산하는 우울을 듣고 있으면 하루를 사는 기분을 쉽게 통제했던 경험의 낯선 의미를 돌아보게 된다.

화려한 피처링 명단 중 아이네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그는 가상의 존재를 내세워 마치 해당 캐릭터가 실제 방송을 하는 것처럼 연출하는 새로운 콘셉트의 스트리머. 가상과 실제를 오가는 인물이 허망한 애정을 노래하니 묘하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음울한 분위기, 전위적인 형식 등 많은 연유로 이 노래를 대중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만듦새의 측면에선 난해함을 선호하는 소수를 위한 웰메이드 퍼즐이다. 새소년의 ‘난춘’을 리믹스한 ‘없는계절’은 말 그대로 봄이 어지러운 사람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