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각적 콘셉트 모색에 이은 한 차례 정직한 전략. 재지한 편곡의 ‘Door’, 미니멀한 UK 개러지로 청량한 무드를 자아냈던 ‘Glitch’처럼 확실한 색채를 지녔던 이전 타이틀과 비교하면 신선함은 덜하다. 방점은 익숙함. 아이즈원 시절이 연상되는 인트로를 지나 청하의 ‘Rollercoaster’처럼 투스텝 리듬을 기반으로 한 반주가 속도감 있는데, 익히 들어온 소재가 ‘권은비만의 무언가’를 충분히 발현하지는 않더라도 쉽게 귀에 감기는 후렴구와 더욱 과감해진 관능의 노랫말은 무난하게 빛을 발한다. 말 그대로 정직하고 무난한 전략으로 섹시 디바의 계보에 안정적으로 안착하는 싱글.
해산한 아이즈원의 멤버였던 권은비가 가장 먼저 솔로 활동을 개시했다. 같은 소속사 선배 인피니트의 성규와 우현, 러블리즈의 케이가 그린 궤적을 따라가려는 그의 의도는 음반의 기획부터 작사, 안무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해 데뷔앨범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
아이즈원 활동을 마무리하며 발표한 자작곡 ‘평행우주’의 작업에서 도움을 받았던 정호현 작곡가가 이 음반의 한 축을 맡았다. 이 능숙한 합은 프로듀싱 팀 모노트리의 수장 황현과 함께 만든 타이틀곡 ‘Door’에서 힘을 발휘한다. 스윙재즈의 브라스와 성장한 보컬이 긴장감을 조성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선택한 권은비에게 노련한 이미지를 부여한다. 이 극적인 음악에 < 시카고 >, < 버레스크 >, < 페임 > 같은 뮤지컬에서 가져온 화려한 안무를 더해 홀로 선 무대에 빈틈을 보이지 않도록 한 구성 역시 그의 결정이다.
아쉽게도 섹시한 매력을 드러내는 수록곡 ‘Amigo’는 러블리즈의 멤버 베이비 소울의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인 뭄바톤의 에너지를 넘어서지 못한다. 오히려 그의 여린 보컬은 직접 작사한 발라드 넘버 ‘비 오는 길’이나 어쿠스틱한 ‘Eternity’와 같이 차분한 트랙에서 호소력을 얻는다. 아이즈원의 활동으로 구축한 화려하고 고혹적인 이미지 대신 권은비가 구사하는 이런 감성은 신선하다.
정체성을 완벽하게 구축하지 못한 아이즈원의 ‘대장’ 권은비는 조심스런 변화를 꾀했다. 그룹 활동을 되새기는 트랙들 사이에서 타이틀곡과 내면을 잔잔하게 드러낸 노래들은 그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갑작스러운 변화 대신 중심축을 차근차근 옮기는 시도는 이 음반의 ‘주인공’에게 안정적인 전환점으로 정착한다.
– 수록곡 – 1. Open 2. Door 3. Amigo (feat. 베이비소울 of 러블리즈) 4. Blue eyes 5. 비 오는 길 6. Etern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