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을 좀 들었다 싶은 사람들은 누구나 마빈 게이의 < What’s Going On >을 얘기한다. 참 쉽고 편하게 언급한다. 그런데 그들이 하는 말은 거의 다 누구에게 들어본 말이고, 어디선가 본 글들이다. 자기의 경험과 생각이 없이 학습에 의해서 다른 사람이 했던 얘기를 전달하니 멋지고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모타운 음반사의 사장 베리 고디 주니어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주적으로 정치, 사회, 역사, 환경 등 온갖 무거운 주제를 담론으로 끄집어낸 < What’s Going On >은 마빈 게이의 아티스트적인 고집과 음악인으로서의 열정이 집약된 음반이다.
이즘 필자들 역시 1971년 5월 21일에 발표된 이 음반을 처음부터 쉽고 편하게 듣지 못했다. < What’s Going On >은 그런 앨범이 아니니까. 50년 동안 축적되고 숙성한 20세기의 유물이 과연 21세기에는 어떻게 해석되고 받아들여지는지 살펴본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 독특한 드럼소리..
1990년대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 흑인음악은 인기가 없었다. 마이클 잭슨, 휘트니 휴스턴, 라이오넬 리치 등 몇몇 가수들과 소수의 알앤비 노래만 라디오에서 선택받았다. 흑인에 의한, 흑인을 위한 진짜 흑인 음악은 늘 찬밥 신세였고 마이너리그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음악 평론가들과 < 월간팝송 >, < 음악세계 > 같은 잡지에서는 < What’s Going On >을 명반으로, ‘What’s going on’을 명곡으로 언급했다. 라디오에 나오지도 않는 노래를 왜 명곡이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허세에 찌든 나는 그 LP를 구입했다.
앨범을 듣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유사하게 들렸던 노래들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과 드럼 소리가 독특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Mercy mercy me’, ‘Inner city blues’, ‘Right on’의 통통 튀고 명징한 드럼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는 왜 이런 드럼 사운드를 못 만들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이 드럼 소리는 특별했고 첫 곡 ‘What’s going on’부터 마지막 노래 ‘Inner city blues’까지 유기체처럼 연결된 앨범 구성도 신기했다.
월남전에서 돌아온 친동생한테 직접 들은 전쟁의 참상, 아버지와의 갈등, 모타운 레코드 사장 배리 고디 주니어의 여동생과 행복하지 않은 정략결혼 등 마빈 게이가 겪었던 개인적인 문제들을 알고 나서야 < What’s Going On >의 진가를 깨달았다. 원석은 보석으로 세공됐지만 솔직히 ‘Flyin’ high’와 ‘Save the children’, 두 곡은 지금도 재미없다. (소승근)
진보적 소울을 알려주는 아프로 사운드
마빈 게이의 < What’s Going On >을 처음 접한 건 중학생 무렵이다. 한창 팝을 듣고 있던 터라 ‘명반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던 그 앨범을 지나치기 어려웠고 얼마 후 당대의 사회 문제를 노래했다는 부가 정보를 얻었다. ‘What’s going on’이나 ‘Mercy mercy me’처럼 즉각적으로 귀에 가닿는 곡도 있지만 익숙지 않은 작·편곡 방식에 조금은 당황했다. 이후 친구 녀석 MP3에 들어가 있던 ‘Sexual healing’과 초기작 ‘I heard it through the grapevine’, 최근에 감상한 1976년 작품 < I Want You >로 그와의 연을 이어갔지만 <What’s Going On>’과의 재회는 실로 오랜만이다.
이번에 앨범을 다시 들으며 꽂힌 ‘Right on’은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현악기 세션과 플루트, 빨래판 긁는 소리의 라틴 아메리카 전통 악기 귀로를 얹은 7분 30초짜리 즉흥 합주곡이다. 통일된 리듬 아래 놓인 봉고와 콩가 연주는 아프리카 원주민의 집단성을 드러내고 플루트는 사랑과 사이키델릭을 드리운 1960~1970년대 히피의 정서를 환기하며 ‘True love can conquer hate every time (진정한 사랑은 언제나 미움을 이길 수 있다)’라는 노랫말에 힘을 싣는다.
코모도스와 쿨 앤 더 갱 등 어린 시절 흑인음악 하면 자동반사적으로 떠오르던 흥겨운 펑크(Funk)와는 거리가 있고 커티스 메이필드의 <Superfly> 정도가 ‘Right on’의 알싸함을 공유한다.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노랫말에 반영했던 게이와 메이필드는 소리 체계에서도 경계를 허무는 여러 시도로 시대를 대표하는 진보적 소울 음악가가 되었다. (염동교)

처연한 커버도 시대대변의 명작
겉옷은 물로 젖어 있는 반면 머리 위엔 무언가 하얗게 서려 있는 걸로 보아 촬영 당시 진눈깨비가 내렸던 모양이다.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는 생각에 잠긴 듯한 눈으로 카메라가 아닌 어딘가를 응시할 뿐이다. 배경지식 하나 없이 바라보더라도 앨범 커버 속 흑인 남성에겐 분명 사연이 있어 보인다. 그 주인공이 소울 음악의 대부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엔 이 처연한 사진 한 장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된다.
약소국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강대국 간의 힘겨루기는 숱한 희생자를 낳았다. 전선에서 목숨을 다한 군인은 물론이고 무자비한 학살을 당한 베트남인과 반전 시위 중 총격을 당한 미국 대학생들처럼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사회적 약자들도 있었다. 전쟁으로 피해를 보았던 많은 이들의 눈물은 냉랭한 전황을 대변하듯 하늘에서 얼어붙어 떨어졌다. 검은색 트렌치코트를 걸친 마빈 게이는 이 슬픔의 조각을 닦아내지도 스며들게 하지도 않았다. 에나멜 원단 위에 그 시절의 참상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며 애도를 표했다. (정다열)
그루브만으로 소울 R&B의 뿌리
고등학교를 갓 졸업했던 시절로 기억한다. 귓속에 찔러 넣은 이어폰엔 롤링 스톤즈와 비치 보이스의 기타 리프가 흘렀고 비틀스를 추앙하던 20살의 나에게 흑인 음악이라고는 스티비 원더, 로린 힐 정도가 전부였다. 그럼에도 소위 ‘명반’이라 칭송받는 앨범들을 탐색하는 일에 심취해 취향과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숙제하듯 음악을 소비하기도 했는데 마빈 게이의 < What’s Going On >이 대표적인 사례다. 가벼운 비평적 정보만 습득한 채 온전한 감상과는 거리가 멀었던 터라 당시 총평으로는 ‘신성한 목소리 톤이 주는 안정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발매 50주년에 재차 들었던 이 흑인 음악 바이블은 억지로 채운 지난날의 잔상과는 사뭇 다르다. 먼저 정연한 구조의 콘셉트 앨범 속 스며든 구성품들에 금세 사로잡혔다. 다양한 악기들을 뚜렷하게 솎아내고 도처마다 코러스를 노련하게 배치하는 정갈한 프로듀싱이 지금에서야 와닿았다. 사회적 메시지를 견지하고 미래 환경 이슈마저 예견하는 화자의 비범한 견해와 같은 것들을 제쳐 두고도 듣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내 몸에 형성된 그루브만으로 < What’s Going On >은 소울 알앤비의 뿌리이자 근원지로서 기능을 완수했다.
< What’s Going On >은 장인의 혼이 깃들어 있는 명품 중의 명품으로 대중음악사에 영원히 간직되었다. 어느덧 반세기의 세월을 거쳤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회자할 것이다. < 롤링스톤 > 선정 ‘500 Greatest Albums of All Time’의 2020년 개정판 1위를 차지하며 더욱 고평가될 여지가 있을지 의문이지만 머지않아 30줄에 접어들어 다시 꺼내 듣는다면 전과는 또 다른 차원의 진경을 보여줄 작품임은 확실하다. (김성욱)

흑인음악의 바이블…롤링스톤 선정 명반 1위
미국의 음악 잡지 < 롤링스톤 >은 2020년 500개의 명반 순위를 업데이트했다. 이 목록은 2003년 처음 발표되었고 이후 2012년과 2020년 총 두 번의 개정을 거쳐왔다. 가장 최근 발표된 순위에서 눈여겨볼 점은 1위였던 비틀스의 <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 >가 24위로 내려가고 6위였던 마빈 게이의 < What’s Going On >이 1위에 올라간 것. 시간이 흘러 더욱 고평가된 작품이라는 것을 보여줬지만 6위에 위치했던 앨범을 8년 만에 1위에 올려놓은 저의가 궁금하다.
이는 보수적인 느낌이 강했던 잡지가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2012년에는 마빈 게이를 제외하면 백인 뮤지션들이 상위 10위권을 차지했지만 개정된 목록에는 흑인 아티스트인 스티비 원더와 로린 힐이 탑텐에 안착했다. 흑인 또는 여성의 인권과 관련된 사례가 문제화되고 있는 현재의 시대적 흐름을 읽은 것이다.
문화는 돌고 돈다. 고전 록 음반의 순위가 하락하고 최근 유행하는 펑크(Funk), 알앤비, 힙합 등 흑인 음악 앨범이 상위권에 올라왔다. 그중 사회 고발적인 가사, 유려한 멜로디, 부드러운 보컬로 흑인 음악의 바이블이라는 명칭을 얻은 마빈 게이가 자연스레 일위에 오르게 된 것. 이로써 명작은 시간이 지나도 명작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김도연)
50년이 흐른 현시점에도 의미를 갖다
마빈 게이의 이름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즐겨 듣던 찰리 푸스와 메간 트레이너의 듀엣곡 ‘Marvin gaye’를 통해서였다. 이때 마빈 게이라는 가수의 존재를 알게 되었지만 그의 노래를 직접 찾아 듣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나 노래 제목 ‘Marvin gaye’가 아닌 실제 마빈 게이의 노래, 그중에서도 명반 1위로 꼽히는 < What’s Going On >을 들어보았다. 발매한 지 50주년을 맞은 앨범이지만 내게는 첫 경험이다.
70년대 흑인 음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나로서는 가사와 메시지에 집중하며 감상하는 편이 곡들을 이해하는데 수월했다. 앨범을 관통하는 사회 고발적 메시지는 월남전, 실업, 인종차별, 빈곤과 같은 고통으로 점철된 당대의 참담한 시대상을 들려주었다. 무거움으로 지배된 가사는 부조리를 향한 치열한 분노로 표출되기보다는 그의 호소력 짙은 보컬로 전하는 평화와 공존에 대한 읍소에 가까웠다.
혼돈과 질서를 중재하고자 했던 음악의 의식은 50년이 지난 현시점에도 일갈을 날린다.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은 성별, 정치적 신념, 나이,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향한 공격과 비난이 오가는 첨예한 갈등이 들끓고 있다. 총칼을 들고 물리적인 싸움을 벌이지는 않지만 소통과 화합이 이뤄지지 않는 사회는 일촉즉발의 아노미 상태와 다를 바가 없다. 사랑만 하며 살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데, 왜 상대방을 짓밟지 못해 안달일까. 무의미한 싸움에 분노하며 울부짖고 서로를 해치는 이들에게 꼭 < What’s Going On >을 들려주고 싶다. (김성엽)

이해할 수 없어도 사랑할 수 있는 앨범
록과 같은 백인 음악이 취향인 필자에게 알앤비와 소울은 접근하기 어려운 장르다. 특히 기타 사운드를 중심으로 확실하고 뚜렷하면서도 선 굵은 멜로디를 선호하는 입장에서 < What’s Going On >에 대해 남은 기억은 ‘What’s going on’을 여는 가사 ‘Mother, mother’ 뿐이다. 그런데도 이 작품을 듣는 이유는 단순하다. 전설이니까. 특정 스타일로 치우치지 않고 대중음악을 공부하기 위해서 챙겨야 할 필수 불가결한 존재이기에.
1960년대 미국의 흑인 사회, 베트남전, 공해 문제 등을 향한 저항 정신을 지구 반대편의 1990년대 생 ‘록 키드’가 이해하기란 처음부터 불가능에 가까웠다. 장르도 친숙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자주 들어 익숙해지면 좋게 들리는 효과 덕에 첫 곡 ‘What’s going on’부터 영적 기운의 ‘What’s happening brother’, 남미 향의 ‘Right on’까지 그래도 음악만은 무리 없이 들었지만 무엇보다 메시지가 중요했기에 늘 반쪽짜리 감상에서 끝났다.
50주년을 기념하는 그의 앨범은 세상을 바꿨지만 아직까지 한 인간의 세계는 뒤집지 못했다. 가장 아끼는 노래가 변함없이 타미 테렐과 함께 부른 ‘Ain’t no mountain high enough’인 이상 이변은 없을 것이다. 시대에 따라 그 의미와 해석이 달라지고, 재평가가 이뤄지는 마당에 음반 몇 번 듣는다고 깊은 해석을 할 수 있을까. 시간이 흘러 60주년이 된다고 해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영원히 사랑할 수는 있다. (임동엽)
명반 그 너머의 의미를 지니다
흑인 음악의 발전과 아티스트 권리 주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마빈 게이의 < What’s Going On >이 오늘날 수많은 아티스트에게 귀감이 된 역사적 명반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처음 접하는 이에게 친절을 배제한 채 그저 학술적 설명만을 귀에 피가 날 정도로 반복하기만 한다면 그 흥미가 반감되는 것도 명백하다. 그렇다면 반세기 역사를 감안하면서도 초심자에게 쉽게 다가갈 방법이 있을까. 아마 그 해답은 후세가 마빈 게이를 소비하는 저마다의 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퍼블릭 에너미의 척 디(Chuck D.)는 컨셔스 랩 불후의 명반 < It Takes A Nation Of Millions To Hold Us Back >(1988)의 탄생 배경을 두고 ‘힙합의 < What’s Going On > 같은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사회적 문제를 다룬 선배의 의지를 본인의 언어로 계승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진정 세대를 초월한 명반이라면 진중하기도, 때로는 가볍게 다가오기도 해야 한다. 2014년, 미국의 디제이 아메리고 가자웨이(Amerigo Gazaway)가 기획한 기묘한 조합의 장 < Yasiin Gaye > 시리즈를 보자. 마빈 게이와 래퍼 모스 데프(Mos Def) 음악의 매시업이라는 영감에서 시작된 이 앨범은 ‘Inner city travellin’ man’ 같은 독특한 리믹스곡을 발표하는 방향으로 일종의 현대식 변용을 탄생시킨다. 메시지에 국한되지 않은 발상의 전환을 펼친 셈이다.
< What’s Going On >은 범인종적, 범장르적으로도 접근이 가능하다. 블루지한 기타 리프를 감각적으로 녹여낸 존 메이어의 ‘Inner city blues’와 스트록스, 에디 베더, 조쉬 옴므 등이 참여하여 퍼지 톤 사운드를 가미한 ‘Mercy mercy me’ 펑크 커버가 그렇다. 이들은 단순 연주하는 것이 아닌 신선한 해석으로 곡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또한 마빈 게이는 비교적 젊은 뮤지션의 음악에서 카메오처럼 등장하기도 한다. 찰리 푸스는 그의 이름을 딴 ‘Marvin gaye’라는 곡으로 영국 차트 정상을 거머쥐었고,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곡 ‘Yonkers’는 무려 그의 이름을 이용한 파격적인 펀치라인으로 힙합 신의 큰 화제를 가져오기도 했다. 물론 우리는 여전히 그의 영향권에 존재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가끔은 곧이곧대로 반복 청취만 거듭하는 관습에서 벗어나 다방면으로 바라보고 체득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장준환)

현실의 부조리를 해부한 직관적 가사
1년 전 처음 접한 마빈 게이의 < What’s Going On >은 스펙터클에 익숙한 귀에 심심한 음악이었다. 명반이라면 시대를 뛰어넘은 어떤 보편성이 있지 않을까 짐작할 뿐이었다. 익숙지 못한 멜로디 대신 직관적인 가사에서 그 답을 찾았다.
1960년대 미국 사회의 단면을 넓게 펼친 가사는 현대까지 맞닿아 있다. ‘What’s going on’은 폭력에 증오로 맞서는 대신 어머니, 형제를 차례로 부르며 개인과 공동체를 연결하고 사랑의 힘에 무게를 싣는다. ‘What’s happening, brother’의 베트남 전쟁, ‘Inner city blues’가 담고 있는 빈민가 흑인들의 일상, ‘Mercy mercy me’가 말하는 환경오염 모두 현실의 부조리와 은폐를 드러내 균열을 가한다.
마빈 게이가 제기한 문제는 여전히 종식되지 않았다. 그래도 공동체의 동력은 BLM 운동으로 이어지며 현대에도 지속되는 일상적 위협을 타파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나타났다. 한 시대의 공감을 얻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50년 동안 수그러들지 않은 힘을 가진 작품이다. 타인인 내가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이 앨범을 명반 1위로 선정한 < 롤링스톤 >지의 의도를 어렴풋이 깨닫는다. (정수민)
1970년에 환경문제를 꼬집다
20살, < What’s Going On >을 처음 접하고 가장 먼저 눈길이 간 건 ‘제목’이었다. 대단히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표제였다. ‘What’s going on?’. 흔히 안부나 진행되는 상황을 물을 때 쓰는 말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마빈 게이의 < What’s Going On >에는 ‘물음표’가 없었다. 해석하면, ‘무슨 일이야?’가 아닌 ‘일어나고 있는 일’이 됐다. “물음이 아닌 대답이라는 뜻일까?” 강한 호기심을 안고 앨범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작품 감상 후, 여러 비평가의 첨언까지 곁들이고 나서야 이 음반이 당대 미국 사회를 직시한 마빈 게이의 ‘진술’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소울 음악 역사상 최초의 콘셉트 앨범답게 일률적인 편곡으로 수록곡 간의 경계가 무의미했고, 이는 마빈 게이가 바라본 당대의 암면들을 엮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았다. 전쟁의 참상,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 가난과 마약 등 처참한 실상의 내용 중에서도 유독 강하게 다가온 곡은 ‘Mercy mercy me (The ecology)’였다. 빌보드 싱글 차트 4위에 오른 이 노래는 당시의 ‘환경 문제’를 꼬집고 있었다. “파란 하늘은 어디 갔나요? / 방사선 폐기물이 땅 아래에 퍼지고 바다에는 기름이 버려져요.”. 이번 특집 기획을 위해 다시 듣고는, 서울을 뒤덮은 미세 먼지와 최근 불거진 일본 오염수 방류 관련 논란이 자연스럽게 겹쳐져 놀랐다.
반세기 이전 저술된 기록이 지금도 유효한 메시지로 생동한다는 점이 이 걸작을 특별하게 만든다. 작품에서 마빈 게이가 전하고자 한 교훈은 결국 사랑(‘Love’)이다. 음반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총 서른두 번이나 언급하며 그것을 절실히 강조한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은 참 자비에 목마르다. (이홍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