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등래퍼 3 >에 출연한 소코도모(Sokodomo)는 독특한 이미지와 이국적인 래핑으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남겼지만, 엠넷의 편애적 편집을 기점으로 ‘우승자 밀어주기’의 수혜자로 지목되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유망주를 바라보던 애정의 눈길이 순식간에 따가운 눈총으로 바뀐 상황, 많은 이들은 그가 추후 음악 활동에 있어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까 우려를 표했다.
그가 프로그램을 떠나며 남긴 경연곡 ‘지구멸망’의 단서에서 알 수 있듯, 걱정은 단순 기우에 불과했다. 소코도모는 놀랍게도 커리어 중 가장 생명력이 강하게 약동하는 작품인 < WWW. III >로 화려하게 복귀한다. 설움과 분노를 표출할 대상을 찾아 해소하는 힙합의 공식이 아닌, 번뜩이는 영감과 건전한 에너지를 극복의 주체로 삼으며 말이다.
스스로를 지칭하는 ‘외계인’이란 단어가 앨범을 집약한다. 시시각각 격동하는 변칙적 템포와 다른 차원을 연상시키는 생소한 감각. 여러 요소들이 마치 어린 아이의 놀이방처럼 난잡하게 흩뿌려짐에도 불쾌함보다는 이내 신선함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확실히 창의적이다. 내면의 공격성을 표현한 또 다른 자아 ‘LáPamasaka’를 피처링으로 넣어 이중인격의 랩을 구사하는 ‘Go home’부터가 범상치 않다.
무엇보다 특유의 호들갑을 장점으로 둔갑시킨 점이 인상적이다. 유령 소리, 트랩, 신시사이저 등 온갖 효과음을 겹쳐 말 그대로 사운드를 ‘과하게’ 난무한 ‘Too much’가 그 정점이다. 소코도모의 분열적 래핑과 감각적인 보이콜드(Boycold)의 비트, 그리고 백 워드 기법을 연상시키는 김아일(Kim Isle)의 피처링이 독특함에 방점을 찍는다. 본인만의 무기가 생겼다고 무조건 휘두르려 하지도 않는다. 청량함이 주가 되는 ‘Bike (따릉이)’나, ‘Want love?’와 ‘Good life’ 같은 차분한 기조의 곡에서 넘치는 흥을 적당량 조절하며 곡에 스며들기를 선택한다.
신인이라기엔 좀체 믿기지 않는 성장 속도와 능란한 실력, 그리고 또래 래퍼들보다 뛰어난 캐릭터 구축 능력이 돋보인다. 이는 기본적인 노력 너머 타고난 상상력과 끼가 합쳐져야 해금할 수 있는 영역이다. 미처 깔끔하게 정제되지 않은 작풍과 아직은 짧은 호흡의 EP라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신을 이끌 인물이라 단언하기 힘들지만, 근래 가장 퍼텐셜을 머금은 출사표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 수록곡 –
1. Ninja mode
2. Go home (Feat. LáPamasaka)
3. West side cling (W.S.C) (Feat. Ugly Duck)
4. Too much (Feat. 김아일)
5. Bike (따릉이) (Feat. KIRIN)
6. Want love? (Feat. SUMIN)
7. Good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