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구절절한 이별 정서를 버무린 한국형 발라드가 노래방과 길거리 스피커를 점령하며 하나의 경향성으로 자리 잡은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지난 연인을 향한 미련을 과장하는 트랙들이 여전히 양산되고 있지만, 그와 달리 양다일은 일찌감치 해당 분야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져온 선구자다. 프로듀서 정키와 함께 한 2011년 ‘잊혀지다’부터 시작해 두 장의 정규 음반까지, 누군가의 마음에 내려 앉은 시린 목소리와 짙은 감성은 성실하고 진중했다.
해가 짧아진 계절에 맞춤형으로 선보인 ‘괴로워’도 전형적인 궤도를 크게 이탈하지는 않았다. 말랑말랑한 기타와 피아노 반주, 이를 꽉 붙잡고 있는 보컬의 호소력, 그리고 누구나 자기 이야기에 대입할 수 있을 만한 노랫말 모두 이전과 같은 방향의 직구다. 다만 본인의 히트곡 ‘미안해’를 살짝 비튼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서 괴롭다’는 서사와 결정적인 멜로디 부재 탓에 감정의 움직임이 다소 잠잠하다. 어떤 새벽에는 아련한 추억이 떠오를 수도 있겠지만, 한낮의 이성을 빼앗을 만큼 괴롭지는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