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은 리조의 ‘Juice’를, 인트로는 톰 미쉬의 ‘It runs through me’를 따왔고, 전체적인 틀은 앤더슨 팩의 < Ventura >를 따라간다. 2년 만에 낸 신곡에서 샘김이 아닌 다른 아티스트의 작품이 먼저 스쳐 지나가는 것이 마냥 좋은 신호는 아니다. 색다른 시도라는 레트로 훵크 장르의 선택과 처음 도전하는 댄스를 제외하고 뚜렷하게 그가 주체가 되었다는 인상이 다가오지 않는다.
물론 곡의 완성도는 높다. 초반은 잘게 쪼개진 하이햇과 함께 그루브를 타는 래핑이 등장하고, 재즈 피아노로 간질거리며 긴장감을 올리다 허스키한 가성이 후렴구에서 직격탄을 날린다. 2절 역시 전자 플루트로 변주를 주고 라틴 리듬을 통해 본격 댄스장으로 둔갑시키는 등 빈틈을 주지 않는 전개다. 변화무쌍한 구성을 매끈하게 전개하는 것은 가산점이다. 다만 켜켜이 쌓인 수많은 악기와 멜로디 레이어링 앞에서 샘김 본인이 조금 더 나섰으면 어땠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