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듀서, 래퍼, 보컬을 넘나드는 멀티 플레이어 폴 블랑코의 여름은 마냥 화사하지 않다. 전작 < Promised Land >나 < Lake Of Fire > 시리즈처럼 무겁고 음산하진 않지만, 화자는 ‘내가 아닌 저 사람과 새 삶을 만들어가지마’라고 독백하며 이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외로움에 허덕이는 이를 달래는 것은 청량한 사운드와 멜로디다. 통통 튀는 신시사이저는 특유의 계절감을 더하고 그 위의 캐치한 후렴이 곡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린다. 같은 구절을 번갈아 주고받는 신예 래퍼 비오와의 합도 감상 포인트. 탁하면서도 감미로운 폴 블랑코의 알앤비 보컬과 익살스러운 소년미를 겸한 비오의 미성은 뚜렷한 대비를 이루며 자칫 음울할 수도 있는 트랙에 묘한 흥겨움을 주입한다. 먹구름 사이로 드리우는 두 신성의 빛줄기, 우중충한 장마철 빗소리에 상쾌한 리듬이 감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