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장과 함께 이례적인 속도로 스타덤 정상에 빠르게 오른 가수가 돌아왔다. 신보 < Guts >를 예고하는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첫 싱글 ‘Vampire’는 데뷔 앨범 < Sour >의 요약 정리본이다. 피아노 발라드로 시작하는 첫 파트는 히트곡 ‘Drivers license’를 닮았으며, 점차 격양되는 후반부에서는 ‘Good 4 u’, ‘Brutal’ 등에서 보여준 록적인 터치가 감지된다. 이래저래 씹고 뜯고 맛볼 요소가 많은 곡이다.
전 애인에 대해 맹비난을 퍼붓는 가사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습성과 크게 다를 바 없고, 숨넘어갈 정도로 부르짖는 비극적 멜로디는 로드의 < Melodrama > 감성을 따른다. 여전히 음악적인 독창성에 대해서는 대답을 회피하지만 정석적인 전개가 선사하는 신파적인 카타르시스의 위력은 분명 굉장하다. “마음에 안 들면, 그래서 뭐 어쩔 건데?”라고 응수하는 듯한 노래. 영악할 정도로 영민한 가수가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