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치가 번뜩이면서 한 번 더 곱씹게 되는 가사다. ‘금메달까지 딴 일등 선수’, ‘따뜻한 물에서 수영하는’과 같이 아이를 잉태하는 어머니의 품을 떠올리며 먹먹함을 건네고,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나’를 북돋아 주고 들여다보게 하는 힘까지 지녔다. 의외로 사운드 면에서 살짝 삐끗하는데, 일정하게 귀를 때리는 전자음만이 부각되어 철저하게 가사를 뒷받침하는 용도로 자리 잡는 것이 아쉽다. 이를 의도했다 하더라도 무난한 멜로디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쨌든 ‘이찬혁의 가사 + 이수현의 음색’이라는 사기 조합은 첫 솔로 곡에서도 무리 없이 힘을 뻗어 나간다. 남매가 풀어나갈 ‘망할 이 지구’ 정복기의 다음 페이지가 참으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