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디션 프로그램 < K팝스타 > 준우승의 왕관도 그의 개인적인 불행 앞에서는 빛을 바랬다. ‘환상’은 힘든 시간 동안 응축해서 응고된 고통과 그리움을 가멸찬 음색으로 덤덤하게 풀어낸다. 앳되고 고운 목소리는 세월이 묻은 이끼 낀 바위처럼 탁하지만 단단하다. 2절부터 등장하는 드럼은 노래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는 신호. 이때부터 김혜림의 감정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한다.
‘좀처럼 떠나갈 생각조차 없는 이 바람은 언제까지 불까.
지나가버린 흔한 추억들 사이로 유난히 잊을 수 없는 그렇게 특별하지도 않았던 그날.
그때가 자꾸 생각나.
난 정말 널 사랑했구나.’
음악에 대한 애정과 미련을 솔직하게 나타낸 가사는 김혜림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의 감성을 건드리고 그에게 가쁜 호흡은 기쁨이며 음 이탈을 걱정하는 고음조차 축복이다. 중반 이후 등장하는 뻔한 스트링 연주 대신 신시사이저로 연주했으면 더 환상적이었을 이 노래의 주인공 김혜림은 2023년 K팝의 새벽안개 같은 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