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치 있고 유쾌하다. 1990년대부터 청춘의 낭만을 책임지던, 오케스트라로 우아한 발라드를 선보이던, 진중한 만큼 과묵했던 김동률이 경쾌하게 생존을 신고한다. “팬데믹의 끝을 이 노래로 닫을 수 있어 기쁘고 후련하다”는 뮤지션의 말처럼 일상의 변화를 동력으로 4년 만에 내놓은 싱글 ‘황금가면’은 재난의 슬픔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북돋는다.
리드미컬한 도입부부터 생명력이 느껴진다. 재즈풍의 건반과 기타, 드럼이 긴장감을 조성하며 곧이어 김동률의 목소리가 힘차게 포문을 연다. 호흡의 여운을 곱씹던 발라드와 달리 빈틈없이 쪼갠 박자가 활력을 돋우고,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는 질주는 뮤지컬 넘버를 떠올리게 한다. 이에 가사를 정성스레 지르밟는 특유의 정직한 창법까지 더해져 어린 시절 꿈꿨던 영웅 ‘황금가면’의 만화적 상상력과 연결된다. 과감한 시도라기엔 ‘Jump’와 ‘Melody’ 같은 전작의 확장판에 가깝지만, 김동률식 위로와 정취는 여전히 젊고 낡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