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치 못한 도전이다. 전작 < The Story >의 성숙한 분위기로 기획력의 측면에서 성장을 드러내긴 했지만 이는 음악적인 영역에 얼마간 치중한 모습이었다. 반면 ‘Wasteland’는 보다 콘셉트에 충실한 작업물로서 가수의 관심이 내러티브, 세계관 설정 등 비음악적인 범주에 강하게 밀착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음산하기까지 한 곡의 정서는 이 곡이 비단 귀에 쉽게 들어오는 편안한만 추구하는 음악이 아님을 방증한다.
이러한 시도의 성공은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매무새와 서사를 현실과 연결하는 예민한 시의성에 달려있다. 공개된 앨범 시놉시스에는 판타지 장르의 섬세한 설정들이 담겨있는데 흥미를 끌어내는 전략으로는 근사하나 다소 난데없는 ‘Angel of death’란 페르소나를 써야만 하는 당위를 제공하진 못한다. 풀어내야 할 숙제는 남았지만 자신의 게임에 참여하길 슬며시 청하는 걸 보니 가수가 준비한 답도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